- 대한항공이 2014년까지 도입예정인 세계 최대의 여객기 A380.
오는 2012년 1월 1일은 항공업계의 변화가 시작되는 날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 2008년에 발의한 ‘항공기 엔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에 대한 규제 법안’이 시행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의 영토에서 출발하고 도착하는 모든 항공사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일정수준 이하로 낮춰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녹색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2년에는 지난 3년(2004~2006년) 동안 배출했던 수준의 97% 이하로, 2013년에는 95% 이하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불과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이산화탄소 규제 법안에 대해 대한항공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됐을까. 대한항공은 유럽연합 회원국 중 11개국에 취항지를 갖고 있다. 그들이 제시한 기준을 필연적으로 맞춰야 한다. 글로벌 기준을 맞출 수 있을까.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항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 정도.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주를 이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럽연합이 법안을 발의하기 전부터 친(親)환경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다”며 “2012년 법안 시행에 대한 준비를 끝마쳤다”고 말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 왔을까.
2004년 연료 관리팀 신설
대한항공은 실제로 지난 2004년, ‘연료관리팀’이라는 부서를 새로 만들었다. 팀의 목표는 연료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운항절차, 비행계획, 중량관리, 성능개선 등 4개 분야에서 연료관리 내부 절차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들의 노력은 최근 들어 결실을 맺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축 항로를 선별해서 비행시간을 1분 줄이면 연간 1만4030톤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585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죠. 또 과거에는 활주로에서 항공기가 이동을 할 때 모든 엔진을 작동했습니다. 요즘에는 엔진을 하나씩 끄면서 이동하는데, 약 1만5436톤의 이산화탄소가 덜 배출됩니다. 나무를 643만 그루 심는 것과 비슷한 효과입니다. 지상에서 비행준비 중인 항공기는 쾌적한 객실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 전력을 공급하고 에어컨을 가동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항공기에 장착된 보조동력장치인 ‘APU’라는 것을 사용하는데 이것도 이산화탄소 배출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보조동력장치 이외에 지상장비를 사용해서 3만5000톤을 추가로 줄였습니다.”
―이 외에 또 노력하는 부분들이 있습니까.
“열거한 것들은 우리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한 것들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연료효율이 높은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 일입니다. 또 무게가 적은 신소재를 적용해 차세대 항공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항공기의 기술 개선을 위해 전 세계의 관계자들이 앞장서야 할 부분입니다.”
실제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연료효율이 높은 엔진을 탑재한 차세대 항공기가 도입될 경우, 오는 2020년에 2005년보다 연료효율이 25% 정도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연료효율 높이려 A380, B787 구입 앞장
대한항공은 ‘B747’, ‘A300’과 같은 구형 기종을 줄이고, 연료효율이 기존보다 20% 이상 개선된 ‘A380’, ‘B787’ 같은 차세대 항공기 구입에 앞장서고 있다. ‘A380’ 항공기는 대한항공이 자랑하는 비행기다. 대한항공은 올해 이 비행기를 다섯 대 들여와 곧장 운항에 투입할 예정이다. 2014년까지 총 10대 보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2층 구조인 이 비행기는 승객을 35% 이상 더 실어 나르면서, 이착륙 때 소음을 30% 줄였다. 승객당 100km를 이동할 때 연료 사용량이 2.9리터로 친환경적인 항공기다.
‘B787’ 항공기는 가벼운 비행기다. 동체와 날개 부분을 알루미늄 합금이 아닌 복합 소재로 만들었다. 기존 중형기보다 20%나 가볍다. 이산화탄소도 동급 기종의 ‘B767’보다 15% 이상 덜 나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2013년까지는 ‘A330-200’이라는 항공기를 들여온다. 이 비행기는 ‘A330’ 기종에 장착하던 엔진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연료효율을 높인 것이 장점이다. 대한항공은 아울러 장거리 노선 주기종인 ‘B747’은 최신형 ‘B777’로，중장거리 항공기인 ‘A300’, ‘A600’은 연료효율이 개선된 ‘A330’으로 교체했다.
기준 못 지키면 탄소 배출권 사야
만일 유럽연합이 제시한 기준을 따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간단하다. 돈을 주고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사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사가 기준치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시장에서 그 양만큼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9년 세계 탄소 배출권 시장의 규모는 1440억 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의 얘기다.
“우리 회사는 2009년에 운항, 통제, 정비, 운송 등의 각 분야에서 총 48개의 연료관리 과제를 수행해 6만5000톤의 연료를 절감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20만5000톤이나 줄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이 국내선 운항으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수송 연료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2%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간업체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국제 항공 인프라를 개선해야 합니다. 출·도착 공항이 혼잡해서 불필요하게 비행경로를 우회하거나, 대체 공항이 없는 등 인프라 부족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만만치 않습니다. 서로 다른 관제, 군사 영공 등을 이유로 비행 목적지까지 직선으로 가지 못하고 지그재그로 운항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 부분만 개선을 해도 12%의 온실가스를 더 줄일 수 있다는 국제기구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만일 이 같은 일이 현실로 이뤄질 경우, 우리가 그동안 뿜어왔던 이산화탄소의 양은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에서 시작을 했다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공기를 사고파는 시대’가 우리의 눈앞에 찾아왔다.⊙
유럽연합(EU)이 지난 2008년에 발의한 ‘항공기 엔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에 대한 규제 법안’이 시행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의 영토에서 출발하고 도착하는 모든 항공사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일정수준 이하로 낮춰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녹색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2년에는 지난 3년(2004~2006년) 동안 배출했던 수준의 97% 이하로, 2013년에는 95% 이하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불과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이산화탄소 규제 법안에 대해 대한항공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됐을까. 대한항공은 유럽연합 회원국 중 11개국에 취항지를 갖고 있다. 그들이 제시한 기준을 필연적으로 맞춰야 한다. 글로벌 기준을 맞출 수 있을까.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항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 정도.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주를 이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럽연합이 법안을 발의하기 전부터 친(親)환경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다”며 “2012년 법안 시행에 대한 준비를 끝마쳤다”고 말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 왔을까.
2004년 연료 관리팀 신설
대한항공은 실제로 지난 2004년, ‘연료관리팀’이라는 부서를 새로 만들었다. 팀의 목표는 연료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운항절차, 비행계획, 중량관리, 성능개선 등 4개 분야에서 연료관리 내부 절차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들의 노력은 최근 들어 결실을 맺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축 항로를 선별해서 비행시간을 1분 줄이면 연간 1만4030톤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585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죠. 또 과거에는 활주로에서 항공기가 이동을 할 때 모든 엔진을 작동했습니다. 요즘에는 엔진을 하나씩 끄면서 이동하는데, 약 1만5436톤의 이산화탄소가 덜 배출됩니다. 나무를 643만 그루 심는 것과 비슷한 효과입니다. 지상에서 비행준비 중인 항공기는 쾌적한 객실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 전력을 공급하고 에어컨을 가동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항공기에 장착된 보조동력장치인 ‘APU’라는 것을 사용하는데 이것도 이산화탄소 배출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보조동력장치 이외에 지상장비를 사용해서 3만5000톤을 추가로 줄였습니다.”
―이 외에 또 노력하는 부분들이 있습니까.
“열거한 것들은 우리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한 것들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연료효율이 높은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 일입니다. 또 무게가 적은 신소재를 적용해 차세대 항공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항공기의 기술 개선을 위해 전 세계의 관계자들이 앞장서야 할 부분입니다.”
실제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연료효율이 높은 엔진을 탑재한 차세대 항공기가 도입될 경우, 오는 2020년에 2005년보다 연료효율이 25% 정도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연료효율 높이려 A380, B787 구입 앞장
대한항공은 ‘B747’, ‘A300’과 같은 구형 기종을 줄이고, 연료효율이 기존보다 20% 이상 개선된 ‘A380’, ‘B787’ 같은 차세대 항공기 구입에 앞장서고 있다. ‘A380’ 항공기는 대한항공이 자랑하는 비행기다. 대한항공은 올해 이 비행기를 다섯 대 들여와 곧장 운항에 투입할 예정이다. 2014년까지 총 10대 보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2층 구조인 이 비행기는 승객을 35% 이상 더 실어 나르면서, 이착륙 때 소음을 30% 줄였다. 승객당 100km를 이동할 때 연료 사용량이 2.9리터로 친환경적인 항공기다.
‘B787’ 항공기는 가벼운 비행기다. 동체와 날개 부분을 알루미늄 합금이 아닌 복합 소재로 만들었다. 기존 중형기보다 20%나 가볍다. 이산화탄소도 동급 기종의 ‘B767’보다 15% 이상 덜 나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2013년까지는 ‘A330-200’이라는 항공기를 들여온다. 이 비행기는 ‘A330’ 기종에 장착하던 엔진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연료효율을 높인 것이 장점이다. 대한항공은 아울러 장거리 노선 주기종인 ‘B747’은 최신형 ‘B777’로，중장거리 항공기인 ‘A300’, ‘A600’은 연료효율이 개선된 ‘A330’으로 교체했다.
기준 못 지키면 탄소 배출권 사야
만일 유럽연합이 제시한 기준을 따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간단하다. 돈을 주고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사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사가 기준치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시장에서 그 양만큼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9년 세계 탄소 배출권 시장의 규모는 1440억 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의 얘기다.
“우리 회사는 2009년에 운항, 통제, 정비, 운송 등의 각 분야에서 총 48개의 연료관리 과제를 수행해 6만5000톤의 연료를 절감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20만5000톤이나 줄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이 국내선 운항으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수송 연료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2%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간업체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국제 항공 인프라를 개선해야 합니다. 출·도착 공항이 혼잡해서 불필요하게 비행경로를 우회하거나, 대체 공항이 없는 등 인프라 부족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만만치 않습니다. 서로 다른 관제, 군사 영공 등을 이유로 비행 목적지까지 직선으로 가지 못하고 지그재그로 운항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 부분만 개선을 해도 12%의 온실가스를 더 줄일 수 있다는 국제기구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만일 이 같은 일이 현실로 이뤄질 경우, 우리가 그동안 뿜어왔던 이산화탄소의 양은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에서 시작을 했다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공기를 사고파는 시대’가 우리의 눈앞에 찾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