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슈 분석] 2011년 국내외 경제전망과 위기 재발 가능성 : 월간조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6.1%, 소비자물가상승률 2.9%.’

2010년 우리 경제의 성적표이다. 성장률은 높고 물가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성장률이 위기 이후 반등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흐름이다. 또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경우 물가가 상대적으로 약간 높은 편이지만, 성장률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1인당 국민소득도 2007년 이후 3년 만에 2만 달러를 넘어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사실 작년 성장률이 이렇게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았었다. 2009년 말을 기준으로 보면 정부가 5% 내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대로 전망했지만 한국은행을 비롯한 다른 대다수 예측기관은 4% 중반대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전(全)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우리 수출이 선전(善戰)을 이어갔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출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및 유동성 공급 등에 힘입어 소비와 투자가 예상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덕분에 성장률이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경상수지(經常收支)도 282억 달러로 전년(328억 달러)보다 약간 줄어들었지만 사상(史上) 네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했던 충격을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과감하면서도 슬기롭게 헤쳐나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작년 말 정부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올해 성장률을 5% 내외,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 수준으로 전망했다. 성장률 전망치 5%는 민간연구기관들의 4% 초중반 정도인 것과 비교해 상당 폭 높은 반면, 소비자물가상승률 3%는 물가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의 전망치 3.3%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 전망치는 보다 높은 성장률에다 보다 낮은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큰 무리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인플레 기대심리 우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월 13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사진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

그런데 새해 들면서 이 같은 장밋빛 흐름에 이상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조짐을 보이던 물가가 식품가격의 선도로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정부가 2011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을 때만 해도 물가상승에 대한 비중이 낮았지만 연초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다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前年同月)대비 4.1%까지 올라갔다가 11월과 12월에는 각각 3.3%, 3.5%로 안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올 들어 1월에는 다시 4.1%로 4%대로 올라서는 모습이다. 특히 1월 채소와 생선·과일 등을 포함하는 신선식품지수가 1년 전에 비해 무려 30.2%나 급등했다. 시장이나 수퍼에 가서 장을 보기가 겁날 정도로 장바구니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품목들이 크게 오르면서 체감(體感)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앞으로도 계속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여기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점은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앞서 언급한 대로 다급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언론에서 휘발유와 고등어 등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일부 품목만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물가상승이 유류(油類)제품과 신선식품을 넘어 다른 상품에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초기에 차단하지 못할 경우 자칫 인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惡循環)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월 25일 발표한 세계경제 수정전망에서 신흥시장국들의 올해 물가전망치를 당초 5.2%에서 6.0%로 0.8%포인트나 올려 잡았다. 원유(原油) 등 국제원자재에다 곡물가격까지 급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인용, 신흥시장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서 모건스탠리는 특히 중국·아르헨티나·싱가포르와 우리나라를 ‘과열권(overheating)’으로 분류했다. 이들 4개국은 향후 물가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결국 올해 우리 경제의 키워드는 ‘성장세 지속’에다 ‘물가 안정’이 더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낮아

이에 따라 지난 1월 13일 한국은행은 작년 7월과 11월에 이어 세 번째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자금수요가 많은 설 명절을 넘기고 빨라야 2월에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같은 날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와 대학등록금 동결, 관세 인하 등 물가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정부와 물가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중앙은행이 전방위적(全方位的)으로 물가안정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동시에 표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물가상승세는 올해 중반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상반기 중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4% 초중반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원유와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올해 2~4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환율 하락을 용인함으로써 수입물가 급등세를 상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고환율로 수출기업들이 덕을 봤다면 이제는 서민들이 보다 낮은 물가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부분은 물가가 오른다고 호들갑을 떨 것이 아니라 물가가 왜 오르고 있는지, 앞으로 어느 정도 더 오를 것인지 등에 대한 보다 정확하면서도 신속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제원유와 국제곡물가격이 올라 국내물가가 오르면 우리나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아지게 되므로 오히려 어느 정도의 물가상승은 감수하고 참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에다 물가가 오르기 시작한 작년 하반기의 반락효과가 더해지면 하반기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 초중반대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기준금리가 올라가고 환율이 하락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4%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제의 호조가 지속되면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5%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IMF는 지난 1월 25일 세계경제 전망을 수정하면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작년 10월의 4.2%에서 4.4%로 올려 잡았다. 결국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올해 우리 경제가 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져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작년 ‘6.1(성장률) + 2.9(소비자물가상승률)’에서 올해 ‘5 + 3.5’ 정도가 된다면 상당히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특히 작년이 재작년(2009년)의 ‘0.2 + 2.8’에서 반등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훌륭한 성적으로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IMF, 2015년까지 고성장 예상

일부의 예측과는 달리 자산대폭락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았고, 그 가능성도 높지 않다. 사진은 강남의 아파트단지.

이쯤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우리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도 당분간 위기 없이 순항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IMF는 세계경제가 작년 5.0%에서 올해 4.4%로 약간 둔화하겠지만 이후에도 2015년까지 4%대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경제 성장률이 2008년 2.8%, 2009년 -0.6%로 급락한 후의 반등이기는 해도 상당히 좋은 성적이다. 지난 20년 동안의 세계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3.3%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 4%대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간다는 것은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하는 것을 넘어 본격적인 고(高)성장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과연 그럴까? 사실 위기는 온다 온다 할 때는 안 오고 안 온다고 할 때 슬그머니 그러면서도 갑자기 오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 등 일부 경제학자들이 경고를 하기는 했어도 대다수 경제학자는 위기의 가능성을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 또한 돌아보면 위기가 심심찮게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에서 금융위기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계속 피어오르는 끈질긴 다년생 꽃.”

잊을 만하면 다시 나타나는 위기를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가는 다년생 꽃에 비유한 것이다. 필자는 이 말을 다음과 같이 각색해서 사용하고 있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물론 위기가 해마다 닥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더 자주, 과거에 비해 더 짧은 주기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킨들버거는 책에서 1630년대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알뿌리 투자열풍에서부터 2000년대 초 미국의 닷컴 거품 붕괴까지의 10대 거품을 분석했다. 370여 년 동안 거품과 붕괴, 그로 인한 위기가 더 많았겠지만 그중 파괴력이 컸던 것만 10개를 고른 것이다. 거의 50년에 한 번씩 큰 위기를 겪은 셈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대다수 전문가가 내놓은 책이나 주장을 보면 앞으로는 크든 작든 위기가 더 자주 나타날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예를 들어 《패닉 이후》(After the Panic, 2008년)라는 칼럼모음집을 펴낸 마이클 루이스는 서문(序文)에서 “이제 금융위기는 거의 평범한 일이 되었다. 1000년에 한 번 일어날 사건들이 최근에는 수년마다 발생하는 것 같다”고 쓰고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초 닷컴 거품 붕괴 이후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초대형 위기가 발생했다.

특히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위기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초에는 위에서 언급한 미국발 닷컴 거품 붕괴, 2003~2004년에는 400만명에 가까운 신용불량자를 양산(量産)한 신용위기, 그리고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다. 1997년부터 불과 10년여 사이에 4번의 위기를 겪었으니 루이스의 말대로 위기가 수년마다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IMF는 지난 1월 25일 세계경제 전망을 수정하면서 향후 예상되는 불확실성으로 모두 다섯 가지를 들었다. 유럽의 재정위기, 선진국의 금융시스템 개혁, 미국 부동산시장의 부진 지속,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세, 신흥시장국의 과열 및 거품 붕괴 우려 등이다.

지역적 재정위기 가능성 높아

우리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몇 번씩 들은 것들이다. 과연 다음 위기는 어디서 어떤 식으로 발생할 것인가? 앞에서 든 다섯 가지 불확실성이 글로벌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것들이라면 어느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인가? 또한 우리 경제만이 가지고 있는 위기의 단초는 없을까?

이상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필자는 재미있는(?) 실험을 시도했다. 필자가 속해 있는 연구소(대한생명 경제연구원)의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는 일이었다. 연구원들의 전공과 맡은 영역이 서로 다르다는 단점이 있기는 해도 오히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한번 취합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설문에 응한 연구원은 모두 28명이었으며 질문은 3개였다.

“2011~12년 사이에 글로벌 위기 또는 지역적 위기(예를 들면 19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남미 외채위기 등)의 발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글로벌 위기 가능성은 낮지만 지역적 위기 가능성은 높다’가 18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글로벌 및 지역적 위기 가능성 모두 낮다’가 4명이었고, 2명은 ‘2013년 이후 위기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두 번째 질문은 “만약 위기가 온다면 어떤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까?”였다. 이에 대해서는 응답자(복수응답으로 31명)의 절반에 가까운 13명이 ‘유럽과 일본, 미국 등의 재정위기로부터 촉발되는 글로벌 재정위기’를 꼽았다. 7명이 ‘이집트 사태의 중동(中東) 및 저(低)개발국으로의 확산 및 그에 따른 자원위기 또는 외환위기 가능성’을, 4명이 ‘원유와 곡물, 희소금속 등 원자재 위기’를 선택했다.

마지막 질문은 “2011~12년 사이에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를 맞는다면 어디서 올 것인가?”였다. 앞의 두 질문과는 달리 이번 질문에 대해서는 견해가 상당히 분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질문에서 언급된 글로벌 위기가 발생할 경우’가 7명, ‘가계부채(家計負債) 또는 중소기업 부채 부실로부터’와 ‘고(高)인플레이션의 확산과 지속’이 각각 6명씩이었다. 그 외에는 ‘중국 경제의 경(硬)착륙 가능성’(4명), ‘북한과의 지정학적 위험’(3명)의 순이었다.

이상의 설문 결과를 종합하면 연구원들은 글로벌 위기의 가능성은 낮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지역적 재정위기의 가능성은 높으며 이 경우 우리 경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가계부채와 중소기업 부채 부실 우려 및 고인플레이션의 확산과 지속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자산가격 급락 가능성 낮아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대형위기는 당분간 없겠지만 유럽 재정위기, 가계부채 위기, 인플레이션 우려, 이 세 가지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혹시 간과하고 있는 위기의 단초는 없을까?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부문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침체 지속’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다.

두 번째 질문에서 ‘주식과 부동산 등 주요자산 가격이 동시에 급락하는 자산대폭락 시나리오’가 제시됐지만 이를 선택한 연구원은 1명뿐이었다. 세 번째 질문에서 ‘부동산시장의 지속적인 침체 또는 하락’에 대해서도 1명밖에 없었다. 최근 전세가격의 급등에다 주택매매가 일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치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도 급락하지는 않으리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시장 대폭락과 같은 제목을 단 책과 보고서, 기사가 심심찮게 나왔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도 거품이 끼어 있어서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이 솔깃하게 들릴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하고 만 셈이다.

지나고 나서 하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미국 또는 일본식의 부동산 시장 급락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해 온 필자로서는 부동산 대폭락을 주장하던 그들의 지금 목소리를 듣고 싶다.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 낮아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2011~12년 사이에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를 맞는다면 어디서 올 것인가?”라는 두 번째 질문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꼽은 연구원은 모두 4명이었다.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영 도외시할 수는 없는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금리인상과 위안화 절상의 충격으로 중국 경제가 위기를 겪거나 성장률이 급락하는 등의 경착륙으로 치닫는다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으로 엄청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홍콩을 합칠 경우 30%를 넘는 등 대중(對中)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이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작년 하반기 이후 지난 2월 7일까지 3번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7번에 걸쳐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는 등 본격적인 출구(出口)전략에 나서고 있다. 국제원자재 및 곡물가격의 급등에다 한파와 가뭄이 겹치는 상황이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6%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상이 계속되기는 하겠지만 성장 흐름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급격하게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금리인상만으로 곡물가격 급등과 같은 공급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8%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는 작년 10.3% 성장에 이어 올해도 9%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위기는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해외투자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2007년 말과 같은 외환위기를 겪는 경우이다.

최근 우리나라 국내 경제 및 금융 환경으로만 본다면 이 같은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위기의 단초를 묻는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이 빠져 있기도 했지만 기타에서도 외환위기 가능성을 언급한 연구원은 1명도 없었다.

물론 2007년 말 외환위기에서 경험한 것처럼 외환위기는 다른 나라로부터의 전염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보면 일부 신흥시장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경우 그 영향권에서 우리나라가 완전히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들어 신흥시장국들에 대거 유입되었던 달러자금이 어떤 이유에서건 갑자기 방향을 돌려 유출될 경우 3조 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어떤 신흥시장국이든 외환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외환위기가 먼저 지역적으로 인접해 있는 국가로 확산될 것이고 그다음으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나라들이 외환위기 가능성에 노출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 및 일본과 맺은 통화스와프(currency swap)를 통해 추가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등 안전장치가 상대적으로 튼튼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거시건전성부담금(또는 은행세) 및 외국계 은행 지점의 외화차입 규제 등 외화유출입을 규제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 중에 있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의 가능성은 크게 낮다고 할 수 있지만 외환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원화 환율이 급등락하는 높은 변동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올해 경제전망은 낙관적

결론적으로 올해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5% 안팎의 성장률과 3%대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유럽 재정위기와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 이집트 사태의 확산 등과 같은 불안요인이 산재해 있지만 2007년 말 외환위기 및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높아진 경쟁력으로 우리 기업들이 올해도 선전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부실과 인플레이션 우려, 금리인상과 환율 하락 같은 대내적 걸림돌들이 올해 우리 경제의 흐름에 일부 제동을 걸기는 하겠지만 해외는 물론 대내적 불안요인이 위기재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아직도 남아 있는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는 큰 지진 후의 여진(after shock) 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블랙 스완(black swan)의 출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가운데서도 지나고 나면 그만하면 잘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