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15위에서 25위로… 2009년 8375억원 순적자 기록
⊙ 취임후 설립한 개인회사, 노무현 정부 때 관변 프로젝트 따며 매출 늘어
⊙ 시숙, 시아주버니, 시동생과 번갈아 다퉈
⊙ 취임후 설립한 개인회사, 노무현 정부 때 관변 프로젝트 따며 매출 늘어
⊙ 시숙, 시아주버니, 시동생과 번갈아 다퉈
현정은(玄貞恩)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해 극과 극을 오갔다.
현대건설을 품에 안아 단꿈을 꾸려는 순간, 벌떡 잠이 깨버렸다. 그에게 현대건설이 어떤 회사인가. 지난 2003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되찾아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회사다. 현대그룹의 계열사였던 현대건설은 2000년 부도를 내는 바람에 그동안 채권단의 관리를 받아 왔다.
무려 7년 동안 공들인 일이 성사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깨져버린 것이다.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가 현대자동차로 넘어간 이상 이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품에 안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이 돼버렸다. 짧은 시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셈이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지난해 11월 16일 현대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을 선정했다. 현 회장이 경쟁사였던 현대자동차그룹보다 무려 4100억원이나 더 써낸 것(인수가 5조5100억원)이 주효했다. 업계에서는 “여장부 현정은 회장이 올인했다”고 했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의 주인을 ‘예약’하는 순간, 고(故)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남편 고 정몽헌(鄭夢憲) 그룹 회장의 묘소를 찾았다. “현대건설에 2020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톱 5 회사로 만들 것”이라며 경영자로서의 의욕을 보였다. 그의 이름 앞에 ‘승부사’, ‘뚝심’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하지만 현 회장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채권단에 내기로 한 인수대금 중 일부가 문제가 됐다. 현대그룹이 프랑스의 나타시스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의 성격이 논란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현대그룹-현대차-채권단의 줄다리기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서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인수절차는 적법(適法)했다며 법에다 심판을 구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지난 1월 8일, 종전의 결정을 번복하고 예비협상대상자였던 정몽구(鄭夢九) 회장의 현대차그룹을 우선협상자로 꼽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현대건설은 정 회장의 품에 안길 모양새다.
그럼에도 현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우리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누구보다 많은 준비를 했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최종 인수 완료까지 많은 난관이 놓여 있으나, 우리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모든 역량을 집결한다면 현대건설은 반드시 우리 품으로 오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공식적인 입장도 마찬가지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뒤집기 위한 의도로 현대차와 MOU를 체결한 채권단의 주장과 논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유감스럽다. 항고하겠다”고 말했다.
현정은을 보는 업계의 두 갈래 시각
이쯤 되자 업계에서는 여러 의견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H건설의 한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의 언행(言行)은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켰고 무책임하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현 회장이 자금이 턱없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면서 현대건설을 인수하려 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알려졌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이 물건이 탐난다는 이유만으로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다 쓴 것과 다를 바 없죠. 이 과정에서 각종 소송이 난무했고 현대건설의 매각을 둘러싸고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실사 이후에 3% 내외에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데, 사실상 유일한 인수의향자인 현대차그룹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건설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지 못하게 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대우건설에 이어 현대건설까지 대형 M&A 물건들은 우여곡절을 거쳐 매각절차를 밟는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현대건설에 미련을 갖는 제스처를 보이고, 법정소송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은 채권단의 결정마저 존중하지 않는 오만한 행동입니다.”
“현정은 회장이 억울할 것”이라는 시선도 없는 것은 아니다.
D건설 관계자의 얘기다.
“현대건설이 향후에 좋은 기업으로 커 나가느냐는 것은 사실 채권단의 영역을 떠난 일입니다. 채권단은 양측의 의견을 듣고 인수 대상자를 선정해 대금을 받으면 됩니다. 현 회장 입장에서는 그 자금이 자기 자금이든, 빌린 돈이든 기한 내에 납부를 하면 끝나는 일입니다. 채권단의 결정이 난 뒤에 자금 출처를 둘러싸고 의혹을 제기하고, 또 이런 의혹이 채권단의 결정을 번복시켰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더구나 이런 의혹들이 인수경쟁 업체에서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현 회장은 꽤 억울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건설업계의 여러 관계자들은 누구의 편을 들기보다는 그저 현 회장의 ‘도전’을 화젯거리로 삼았다. 양시양비론(兩是兩非論)도 만만치 않았다. 현 회장의 회장 취임 후 7년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현 회장의 7년 동안 현대그룹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재계 15위에서 25위로
현정은 회장이 그룹 총수에 취임한 것은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이 세상을 뜨고 나서였다. 이렇게 현대가 정씨(鄭氏) 가문의 다섯째 며느리는 지난 2003년 10월, 가정주부의 자리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왔다.
‘경영자’ 현정은의 성적표는?
그가 경영에 뛰어들었을 당시 현대그룹은 계열사 11개, 자산 6조원대를 가진 재계(財界) 서열 15위의 그룹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서열 1위였던 현대그룹은 ‘왕자의 난’을 거치며 분화됐고, 현대상선을 주축으로 하는 현대그룹은 15위에 랭크됐다.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볼 때 비슷한 그룹은 한화(13위), 현대중공업(14위), 금호(16위), 두산(18위)그룹 등이었다.
총 자산의 변동은 회사의 ‘성장성’과 관계가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체의 운영은 수레바퀴를 미는 것과 같다. 앞을 향해 끊임없이 굴러가는 것이 기업체의 숙명이다. 수레바퀴가 굴러가지 않으면 사실상 도태되는 것이고,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몸집이 불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총 자산을 기준으로 보면, 현 회장이 그룹 총수였던 지난 7년 동안 그룹의 지위는 많이 밀려났다. 재계 서열은 15위에서 25위로 수직 낙하했다. 그룹의 성장성이 다른 그룹들보다 한참 뒤졌다는 소리다. 이 기간동안 LG와 GS그룹이 분가(分家)를 했으니 두서너 단계를 하락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당시에 엇비슷했던 그룹들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현대그룹보다 순위가 하나 높았던 현대중공업을 보자.
2003년 12월 자산 14조원대, 6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던 현대중공업은 오늘날(이하 2009년 4월 기준) 자산 41조원대, 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변신했다.
현대그룹보다 몸집이 작았던 그룹들 중에서 몇몇은 사세를 확장해 현대그룹보다 커졌다.
자산이 9조원대, 21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던 두산그룹은 오늘날 자산 27조원대에 26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변했다. 재계 50위권 내에 랭크되지 못했던 STX그룹은 오늘날 19위권의 그룹이 되어 현대그룹보다 몸집이 훨씬 커졌다.
현대그룹은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오늘날 CJ그룹과 25위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다. 2009년 4월, 현대그룹의 자산이 12조6000억원, CJ그룹은 12조3000억원이다.
예전부터 현대그룹에 몸담았던 사람이라면 이런 대결에 자존심이 상할 만하다. 현 회장이 취임할 당시(현대그룹의 자산은 6조4000억원대)에 CJ그룹은 자산 4조원대로, 현대그룹보다 무려 9계단이나 낮은 24위에 랭크돼 있었다.
재계의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이 같은 실적 하락은 사실상 현대그룹이 규모 면에서 정체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그룹의 매출이 고만고만한 이유
현재 현대그룹은 금융회사 두 곳(현대자산운용, 현대증권)과,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현대로지엠, 현대경제연구원, 동해해운, 해영선박, 현대코스코로지스틱스, 현대투자네트워크 등 비금융회사 10곳을 갖고 있다.
그룹 전체의 매출은 6조9386억(2009년), 영업이익은 5764억원 적자, 순익은 8375억원 적자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009년에 해운업계가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현대상선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룹으로서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2009년에 전(全)세계적으로 해운업 경기가 좋지 못했고 2010년 연초부터 회복세에 접어든 만큼 2009년에 적자가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기 이전부터 오늘날까지 그룹의 총 매출은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2001년에 약 6조원에서 5조1000억원(2002년), 4조5000억원(2003년), 5조8000억원(2004년), 5조8000원(2005년), 5조5000억원(2006년), 5조9000억원(2007년)이었다. 5조원대 안팎을 넘나들던 회사의 매출은 2008년에 9조원대로 급속하게 늘었다가, 다시 2009년에 6조9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현대그룹의 매출은 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을까.
외국계 증권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 가까이 차지한다. 해운업은 전체 경기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외에 개별회사는 큰 변화가 없는 사업이어서 그룹 입장에서는 신(新)사업으로 진출하지 않는 한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적자회사 1년 만에 흑자로 탈바꿈시킨 배경
현대그룹은 사실상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전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룹 매출의 90% 가까이가 이 하나의 회사에서 발생한다.
현 회장이 취임했던 2003년, 그룹 전체 매출(4조5000억원) 중 현대상선 매출은 4조원이었다. 2009년 그룹 총 매출(6조9000억원) 중 현대상선의 매출은 6조원이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의 ‘치적’ 중 하나로 ‘적자 기업을 흑자로 전환시킨 주인공’이라고 평가한다. 2003년에 610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했던 회사를 1년 만에 430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흑자 회사로 변신시켰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재계의 어느 CEO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였다.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그룹을 흑자로 전환시켰다”고 말했다.
어떻게 가정주부였던 이가 회사를 운영한 지 1년 만에 적자 회사를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을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회사의 공식적 입장과 많이 다르다. 현 회장은 한마디로 ‘운’이 좋았다.
해운업계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한 관계자로부터 당시의 상황을 들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의 해운 경기는 미국에 의해 좌지우지됐습니다. 그런데 2004년을 전후해 중국이 고도 성장을 거듭하면서 선박의 주요 발주처이자 용처(用處)로 떠올랐습니다. 중국 컨테이너의 물동량이 연평균 20% 신장세를 기록했고, 해운업계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죠. 현대상선뿐 아니라, 한진해운, 대한해운 등 우리나라 해운 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기록을 갈아치운 해로 기억합니다. 경영자 한 명의 탁월한 능력이 빛을 발했다기보다는 그 당시에는 ‘해운’자만 붙이고 있으면 어느 곳이나 최고 실적을 기록할 수밖에 없던 때였습니다.”
―CEO의 경영능력에 따라 회사 매출에 큰 변동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경영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수요예측 등을 잘못할 경우 회사가 손실을 입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해운업은 기본적으로 전세계 물동량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전세계 대다수의 해운업체가 고전하는데 한 곳만 승승장구한다거나, 반대의 일이 있기는 힘듭니다.”
결과적으로 현대그룹은 지난 2009년 말에 8375억원 순적자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2004년에 적자 기업을 흑자로 변신시킨 ‘경영자 현정은의 능력’ 운운했던 현대그룹은 이번에는 전혀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업계 경기가 좋지 않아 모든 해운회사들이 큰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개인회사’ 유엔아이는 정부 일 따며 매출 늘어
현대그룹의 ‘얼굴’ 격인 대북(對北)사업 업체인 현대아산은 여전히 적자 상태다. 현 회장이 취임할 때 매출 900억원, 순익 마이너스 630억원이었던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매출 100억원, 순익 마이너스 300억원을 기록했다.
현정은 회장이 경영에 나선 다음에 새롭게 출범시킨 회사는 사실상 ‘현대유엔아이’가 유일하다.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鄭志伊)씨가 전무를 맡고 있는 회사다.
현 회장은 회장직에 오른 지 1년9개월 만인 지난 2005년 7월, 현대유엔아이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업무는 그룹사의 IT통합 및 정보화 마스터플랜 수립. 그런데 이 회사는 사실상 현 회장의 ‘개인회사’다. 전체 지분의 68.18%를 현 회장, 9.09%를 정지이씨가 갖고 있다.
이 회사는 현대그룹 계열사 중 거의 유일하게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현대유엔아이는 설립된 지 6개월(2005년7~12월) 동안 총 10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420억원(2006년), 671억원(2007년), 852억원(2008년), 947억원(2009년)으로 매출이 급증했다. 출범 5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 회사가 초반부터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盧武鉉) 정부 시절에 관급 공사를 따내고, 계열사의 일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당시 한국전산원)은 신생회사나 다름없는 현대유엔아이에 지난 2006년 3월, 31억원짜리 정보시스템 통합 위탁운영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같은 해에 해양수산부 항만물류효율화 사업, 통일부 개성공단 물류시스템 프로젝트가 이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그룹에 발주됐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은 이듬해인 2007년 1월, 다시 이 회사에 43억원짜리 프로젝트를 줬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은 행정안전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이다.
현대유엔아이는 이외에도 현대상선, 현대택배,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연구원, 해영선박 등 그룹 계열사들의 전산 시스템 개·보수 프로젝트를 따내 매출을 크게 늘렸다.
현정은의 어머니, 김문희 이사장
현정은 회장의 7년 경영 성적표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다. 왜 이럴까.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이 회사 경영에 집중했다기보다, 경영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살아왔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 회장이 지난 7년 동안 그룹 총수로서 해 왔던 일 중 대부분은 ‘경영권 방어’다.
그렇다면 왜 현 회장은 남편의 사후(死後)에 경영자로 나설 수밖에 없었을까. 남편에게서 상속받은 주식으로 주주(株主)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을까.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작고한 장남 고 정몽필 전(前) 인천제철 사장의 부인인 고 이양자씨나 4남 고 정몽우(鄭夢禹)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부인인 이행자씨는 일절 경영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현정은 회장은 남편이 죽고 두 달 만에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사람은 현정은 회장의 어머니인 김문희(金文姬) 용문학원 이사장 겸 한국걸스카우트연맹지원재단 이사장이라는 데 별다른 설이 없다.
김 이사장은 사위인 고 정몽헌 회장이 살아있던 때부터 현대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18.57% 보유)였다. 고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딸인 김 이사장은 사회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용문고등학교 교장, 걸스카우트 총재, 여성유권자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김문희 이사장은 현대가가 계열분리를 하고, 현대건설이 부도가 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2001년 상반기에 장내에서 주식 18.57%(1,042,070주)를 사들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당시 현대상선의 주식 15.16%를 갖고 있었고, 이로써 대주주인 김문희씨는 현대상선까지 아우르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다. 사위 고 정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았지만, 실질적인 소유주는 장모였던 셈이다.
현정은 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대주주’인 어머니가 밀어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현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 업계의 관심은 그가 아닌 김문희 이사장에게 쏠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현 회장의 부친인 현영원 전 현대상선 회장은 현대상선을 10년 넘게 경영했고, 유양해운, 신한해운 등을 책임져 온 해양업계의 거목이다. 현 회장이 현대상선에 자신의 회사처럼 애착을 갖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현대상선’이라는 회사를 둘러싸고 현대가 정씨와 사돈인 현씨 집안의 시각이 다를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찌됐거나 현정은 회장이 남편 사후에 곧바로 그룹 총수의 자리에 오른 것이나, 이후에 정씨 일가와 지루하게 싸움을 벌인 버팀목은 김문희 이사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8.57%였다. 당시 현 회장은 남편으로 부터 상속받아 장내에서 확보한 현대상선 139만9003주(1.36%)가 전부였다.
“현대건설 인수 위해 내실 다지느라 규모 안 늘렸다”(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현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현대가(家)의 공격이 시작됐다. 시숙부인 정상영(鄭相永) KCC 명예회장은 현정은 회장이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1.25%를 사들이고 현대그룹 경영권을 뺏으려 했다.
이때 현정은 회장의 방패막이가 되어 준 사람 역시 어머니였다. 김문희 이사장은 “딸(현정은 회장)이 갑작스럽게 상(喪)을 당해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정상영 명예회장이 딸을 불러 상속을 포기하도록 종용했다”고 공개하며 정 회장측을 압박했다. 김문희 이사장과 정상영 회장은 연일 보도자료를 내며 서로 흠집 내기에 나섰다. 결과는 김문희 이사장의 승리였다. 현정은 회장측은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민기업화’를 내걸고 무상증자를 실시해 경영권을 방어했다.
2006년 4월에는 시동생인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지분 26.68%를 사들여 현 회장을 압박했지만, 이 싸움에서도 현 회장은 방어에 성공했다.
현정은 회장은 시집과의 싸움에 지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이렇게 얘기했다.
“정씨 집안으로 시집와서 30년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정씨 집안의 사람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제가 현씨인 것은 제 아버님이 현씨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아들과 딸들은 모두가 고 정몽헌 회장의 자식들이며, 모두가 정씨입니다.”
이 시기에 현정은 회장의 ‘친정체제’는 가속화됐다. 소위 ‘정몽헌 사람’이었던 현대건설 출신 노정익(盧政翼) 전 현대상선 사장이 임기를 채우기 전에 돌연 사임했다. 또 다른 ‘MH’계의 김지완(金知完) 전 현대증권 사장 역시 사임했다.
현대그룹측은 현정은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하느라 오랜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 체제 초기부터 현대건설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생각에 신규사업에 진출하기보다는 내부적으로 내실을 기하며 자금을 확보해 왔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그룹의 규모가 크게 늘지 않았고, 또 외부로부터의 경영권 위협을 막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회사의 경영권을 탈취하려고 먼저 나선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룹의 수장으로서 경영권 확보가 우선돼야 하고, 이렇게 경영권을 지켜낸 것은 오너로서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2008년부터 현 회장이 ‘Trust(신뢰), Talent(인재), Tenacity(불굴의 의지), Togetherness(혼연의 일체)’를 캐치플레이즈로 걸고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지분 투자한 광고회사 통해 원색적인 광고 내보내며 섭섭함 토로
현 회장은 시집과의 ‘전쟁’이 뜸해질 즈음, 또 한차례 힘겨루기에 나서야 했다. 시숙(정상영 KCC명예회장), 시동생(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과 차례로 맞선 현정은 회장은 지난해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회장과 현대건설 인수를 두고 맞섰다. 이번에는 현정은 회장이 정몽구 회장에 판정패한 모양새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면서, 원색적인 광고를 통해 시집에 대한 원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그룹 내부의 방침이 정해진 것도 없다. 지난 10년간 이런 말을 했던 사람은 누구입니까?>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쓰지 않겠습니다.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바르게 지키겠습니다.>
한눈에 봐도 현대차를 겨냥한 것임을 알 수 있는 광고다.
이 광고를 만든 곳은 현정은 회장의 개인 회사인 현대유엔아이가 지난 2009년 4월에 투자한 ‘ISMG코리아’라는 곳이다.
현대그룹과 이 회사의 관계는 각별해 보인다. 지분 투자를 한 것은 물론, ISMG코리아가 국민은행에 진 채무 100억원에 대한 채무보증을 서 준 곳도 현대유엔아이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광고 업무를 맡았던 ISMG 코리아는 윤세영(尹世榮) SBS회장의 사위인 황두연(黃斗然)씨가 사장을 맡고 있다.
현대그룹은 실질적 ‘돈벌이 창구’인 현대상선과 ‘상징적 사업’을 하는 현대아산이 양대 축을 이룬다.
현대아산의 현재 모습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지난 2008년, 한국 관광객이었던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에 맞아 피살된 이후 금강산 관광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향후 재개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현정은 회장의 주한(駐韓) 미 대사관에서의 대화록도 현 회장에게는 악재다. 위키리크스는 현 회장이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와 조찬을 하면서 “북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장애물에 직면했다”고 불평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대화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게 왜곡돼 있는 등 오류가 많다. 현 회장이 우리 정부에 불만을 토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2011년은 결단의 순간
그러나 현 회장이 2009년 미국 CNN 방송에 출연해 “김정일 위원장은 매우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김정일과 직접 대화가 이뤄지면 좋은 결과가 많이 도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던 것과 연관시켜 보면 현대그룹의 해명에 설득력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2005년에는 북한이 거듭 약속을 지키지 않자 ‘대북사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기로에 서 있는 듯하다’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며 “북한에 대해서 당당한 모습은 보여 왔다”고 반박했다.
이것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껄끄러운 부분이 또 있다는 게 여권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언젠가 정권측으로부터 현대 계열사에 있었던 A씨를 대접해 달라는 사인이 있었는데 이를 무시했던 것도 현대그룹에 대해 여권이 호의적이지 않은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정은 회장의 아슬아슬한 대북발언과 대(對)정권 관계,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비롯한 남북한 긴장 등을 따져보면 현 정권 임기내에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본다면 현대아산의 적자는 여전할 것이고, 또 다른 축인 현대상선은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결국 현정은 회장의 ‘재도전과 성공’은 ‘운’이 따라줘야 가능하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위기 속에 맞은 2011년을 그는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현대건설을 품에 안아 단꿈을 꾸려는 순간, 벌떡 잠이 깨버렸다. 그에게 현대건설이 어떤 회사인가. 지난 2003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되찾아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회사다. 현대그룹의 계열사였던 현대건설은 2000년 부도를 내는 바람에 그동안 채권단의 관리를 받아 왔다.
무려 7년 동안 공들인 일이 성사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깨져버린 것이다.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가 현대자동차로 넘어간 이상 이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품에 안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이 돼버렸다. 짧은 시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셈이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지난해 11월 16일 현대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을 선정했다. 현 회장이 경쟁사였던 현대자동차그룹보다 무려 4100억원이나 더 써낸 것(인수가 5조5100억원)이 주효했다. 업계에서는 “여장부 현정은 회장이 올인했다”고 했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의 주인을 ‘예약’하는 순간, 고(故)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남편 고 정몽헌(鄭夢憲) 그룹 회장의 묘소를 찾았다. “현대건설에 2020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톱 5 회사로 만들 것”이라며 경영자로서의 의욕을 보였다. 그의 이름 앞에 ‘승부사’, ‘뚝심’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하지만 현 회장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채권단에 내기로 한 인수대금 중 일부가 문제가 됐다. 현대그룹이 프랑스의 나타시스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의 성격이 논란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현대그룹-현대차-채권단의 줄다리기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서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인수절차는 적법(適法)했다며 법에다 심판을 구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지난 1월 8일, 종전의 결정을 번복하고 예비협상대상자였던 정몽구(鄭夢九) 회장의 현대차그룹을 우선협상자로 꼽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현대건설은 정 회장의 품에 안길 모양새다.
그럼에도 현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우리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누구보다 많은 준비를 했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최종 인수 완료까지 많은 난관이 놓여 있으나, 우리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모든 역량을 집결한다면 현대건설은 반드시 우리 품으로 오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공식적인 입장도 마찬가지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뒤집기 위한 의도로 현대차와 MOU를 체결한 채권단의 주장과 논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유감스럽다. 항고하겠다”고 말했다.
현정은을 보는 업계의 두 갈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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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직원들이 지난 2010년 11월 15일 현대건설 입찰서류 제출하러 가고 있다. |
H건설의 한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의 언행(言行)은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켰고 무책임하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현 회장이 자금이 턱없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면서 현대건설을 인수하려 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알려졌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이 물건이 탐난다는 이유만으로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다 쓴 것과 다를 바 없죠. 이 과정에서 각종 소송이 난무했고 현대건설의 매각을 둘러싸고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실사 이후에 3% 내외에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데, 사실상 유일한 인수의향자인 현대차그룹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건설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지 못하게 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대우건설에 이어 현대건설까지 대형 M&A 물건들은 우여곡절을 거쳐 매각절차를 밟는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현대건설에 미련을 갖는 제스처를 보이고, 법정소송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은 채권단의 결정마저 존중하지 않는 오만한 행동입니다.”
“현정은 회장이 억울할 것”이라는 시선도 없는 것은 아니다.
D건설 관계자의 얘기다.
“현대건설이 향후에 좋은 기업으로 커 나가느냐는 것은 사실 채권단의 영역을 떠난 일입니다. 채권단은 양측의 의견을 듣고 인수 대상자를 선정해 대금을 받으면 됩니다. 현 회장 입장에서는 그 자금이 자기 자금이든, 빌린 돈이든 기한 내에 납부를 하면 끝나는 일입니다. 채권단의 결정이 난 뒤에 자금 출처를 둘러싸고 의혹을 제기하고, 또 이런 의혹이 채권단의 결정을 번복시켰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더구나 이런 의혹들이 인수경쟁 업체에서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현 회장은 꽤 억울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건설업계의 여러 관계자들은 누구의 편을 들기보다는 그저 현 회장의 ‘도전’을 화젯거리로 삼았다. 양시양비론(兩是兩非論)도 만만치 않았다. 현 회장의 회장 취임 후 7년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현 회장의 7년 동안 현대그룹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재계 15위에서 25위로
현정은 회장이 그룹 총수에 취임한 것은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이 세상을 뜨고 나서였다. 이렇게 현대가 정씨(鄭氏) 가문의 다섯째 며느리는 지난 2003년 10월, 가정주부의 자리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왔다.
‘경영자’ 현정은의 성적표는?
그가 경영에 뛰어들었을 당시 현대그룹은 계열사 11개, 자산 6조원대를 가진 재계(財界) 서열 15위의 그룹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서열 1위였던 현대그룹은 ‘왕자의 난’을 거치며 분화됐고, 현대상선을 주축으로 하는 현대그룹은 15위에 랭크됐다.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볼 때 비슷한 그룹은 한화(13위), 현대중공업(14위), 금호(16위), 두산(18위)그룹 등이었다.
총 자산의 변동은 회사의 ‘성장성’과 관계가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체의 운영은 수레바퀴를 미는 것과 같다. 앞을 향해 끊임없이 굴러가는 것이 기업체의 숙명이다. 수레바퀴가 굴러가지 않으면 사실상 도태되는 것이고,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몸집이 불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총 자산을 기준으로 보면, 현 회장이 그룹 총수였던 지난 7년 동안 그룹의 지위는 많이 밀려났다. 재계 서열은 15위에서 25위로 수직 낙하했다. 그룹의 성장성이 다른 그룹들보다 한참 뒤졌다는 소리다. 이 기간동안 LG와 GS그룹이 분가(分家)를 했으니 두서너 단계를 하락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당시에 엇비슷했던 그룹들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현대그룹보다 순위가 하나 높았던 현대중공업을 보자.
2003년 12월 자산 14조원대, 6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던 현대중공업은 오늘날(이하 2009년 4월 기준) 자산 41조원대, 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변신했다.
현대그룹보다 몸집이 작았던 그룹들 중에서 몇몇은 사세를 확장해 현대그룹보다 커졌다.
자산이 9조원대, 21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던 두산그룹은 오늘날 자산 27조원대에 26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변했다. 재계 50위권 내에 랭크되지 못했던 STX그룹은 오늘날 19위권의 그룹이 되어 현대그룹보다 몸집이 훨씬 커졌다.
현대그룹은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오늘날 CJ그룹과 25위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다. 2009년 4월, 현대그룹의 자산이 12조6000억원, CJ그룹은 12조3000억원이다.
예전부터 현대그룹에 몸담았던 사람이라면 이런 대결에 자존심이 상할 만하다. 현 회장이 취임할 당시(현대그룹의 자산은 6조4000억원대)에 CJ그룹은 자산 4조원대로, 현대그룹보다 무려 9계단이나 낮은 24위에 랭크돼 있었다.
재계의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이 같은 실적 하락은 사실상 현대그룹이 규모 면에서 정체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그룹의 매출이 고만고만한 이유
현재 현대그룹은 금융회사 두 곳(현대자산운용, 현대증권)과,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현대로지엠, 현대경제연구원, 동해해운, 해영선박, 현대코스코로지스틱스, 현대투자네트워크 등 비금융회사 10곳을 갖고 있다.
그룹 전체의 매출은 6조9386억(2009년), 영업이익은 5764억원 적자, 순익은 8375억원 적자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009년에 해운업계가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현대상선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룹으로서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2009년에 전(全)세계적으로 해운업 경기가 좋지 못했고 2010년 연초부터 회복세에 접어든 만큼 2009년에 적자가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기 이전부터 오늘날까지 그룹의 총 매출은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2001년에 약 6조원에서 5조1000억원(2002년), 4조5000억원(2003년), 5조8000억원(2004년), 5조8000원(2005년), 5조5000억원(2006년), 5조9000억원(2007년)이었다. 5조원대 안팎을 넘나들던 회사의 매출은 2008년에 9조원대로 급속하게 늘었다가, 다시 2009년에 6조9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현대그룹의 매출은 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을까.
외국계 증권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 가까이 차지한다. 해운업은 전체 경기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외에 개별회사는 큰 변화가 없는 사업이어서 그룹 입장에서는 신(新)사업으로 진출하지 않는 한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적자회사 1년 만에 흑자로 탈바꿈시킨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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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6년 8월 4일,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고 정몽헌 회장 3주기 추모식에 참여한 딸 정지이(왼쪽)씨와 현정은 회장(가운데). |
현 회장이 취임했던 2003년, 그룹 전체 매출(4조5000억원) 중 현대상선 매출은 4조원이었다. 2009년 그룹 총 매출(6조9000억원) 중 현대상선의 매출은 6조원이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의 ‘치적’ 중 하나로 ‘적자 기업을 흑자로 전환시킨 주인공’이라고 평가한다. 2003년에 610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했던 회사를 1년 만에 430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흑자 회사로 변신시켰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재계의 어느 CEO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였다.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그룹을 흑자로 전환시켰다”고 말했다.
어떻게 가정주부였던 이가 회사를 운영한 지 1년 만에 적자 회사를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을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회사의 공식적 입장과 많이 다르다. 현 회장은 한마디로 ‘운’이 좋았다.
해운업계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한 관계자로부터 당시의 상황을 들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의 해운 경기는 미국에 의해 좌지우지됐습니다. 그런데 2004년을 전후해 중국이 고도 성장을 거듭하면서 선박의 주요 발주처이자 용처(用處)로 떠올랐습니다. 중국 컨테이너의 물동량이 연평균 20% 신장세를 기록했고, 해운업계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죠. 현대상선뿐 아니라, 한진해운, 대한해운 등 우리나라 해운 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기록을 갈아치운 해로 기억합니다. 경영자 한 명의 탁월한 능력이 빛을 발했다기보다는 그 당시에는 ‘해운’자만 붙이고 있으면 어느 곳이나 최고 실적을 기록할 수밖에 없던 때였습니다.”
―CEO의 경영능력에 따라 회사 매출에 큰 변동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경영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수요예측 등을 잘못할 경우 회사가 손실을 입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해운업은 기본적으로 전세계 물동량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전세계 대다수의 해운업체가 고전하는데 한 곳만 승승장구한다거나, 반대의 일이 있기는 힘듭니다.”
결과적으로 현대그룹은 지난 2009년 말에 8375억원 순적자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2004년에 적자 기업을 흑자로 변신시킨 ‘경영자 현정은의 능력’ 운운했던 현대그룹은 이번에는 전혀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업계 경기가 좋지 않아 모든 해운회사들이 큰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개인회사’ 유엔아이는 정부 일 따며 매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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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회장이 지난 2009년 8월 16일 방북해 김정일을 만났을 때의 모습. |
현정은 회장이 경영에 나선 다음에 새롭게 출범시킨 회사는 사실상 ‘현대유엔아이’가 유일하다.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鄭志伊)씨가 전무를 맡고 있는 회사다.
현 회장은 회장직에 오른 지 1년9개월 만인 지난 2005년 7월, 현대유엔아이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업무는 그룹사의 IT통합 및 정보화 마스터플랜 수립. 그런데 이 회사는 사실상 현 회장의 ‘개인회사’다. 전체 지분의 68.18%를 현 회장, 9.09%를 정지이씨가 갖고 있다.
이 회사는 현대그룹 계열사 중 거의 유일하게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현대유엔아이는 설립된 지 6개월(2005년7~12월) 동안 총 10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420억원(2006년), 671억원(2007년), 852억원(2008년), 947억원(2009년)으로 매출이 급증했다. 출범 5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 회사가 초반부터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盧武鉉) 정부 시절에 관급 공사를 따내고, 계열사의 일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당시 한국전산원)은 신생회사나 다름없는 현대유엔아이에 지난 2006년 3월, 31억원짜리 정보시스템 통합 위탁운영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같은 해에 해양수산부 항만물류효율화 사업, 통일부 개성공단 물류시스템 프로젝트가 이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그룹에 발주됐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은 이듬해인 2007년 1월, 다시 이 회사에 43억원짜리 프로젝트를 줬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은 행정안전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이다.
현대유엔아이는 이외에도 현대상선, 현대택배,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연구원, 해영선박 등 그룹 계열사들의 전산 시스템 개·보수 프로젝트를 따내 매출을 크게 늘렸다.
현정은의 어머니, 김문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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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3년 11월, 정인영 전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묘지에서 맞닥뜨린 정상영 KCC 명예회장(왼쪽)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오른쪽). |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이 회사 경영에 집중했다기보다, 경영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살아왔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 회장이 지난 7년 동안 그룹 총수로서 해 왔던 일 중 대부분은 ‘경영권 방어’다.
그렇다면 왜 현 회장은 남편의 사후(死後)에 경영자로 나설 수밖에 없었을까. 남편에게서 상속받은 주식으로 주주(株主)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을까.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작고한 장남 고 정몽필 전(前) 인천제철 사장의 부인인 고 이양자씨나 4남 고 정몽우(鄭夢禹)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부인인 이행자씨는 일절 경영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현정은 회장은 남편이 죽고 두 달 만에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사람은 현정은 회장의 어머니인 김문희(金文姬) 용문학원 이사장 겸 한국걸스카우트연맹지원재단 이사장이라는 데 별다른 설이 없다.
김 이사장은 사위인 고 정몽헌 회장이 살아있던 때부터 현대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18.57% 보유)였다. 고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딸인 김 이사장은 사회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용문고등학교 교장, 걸스카우트 총재, 여성유권자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김문희 이사장은 현대가가 계열분리를 하고, 현대건설이 부도가 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2001년 상반기에 장내에서 주식 18.57%(1,042,070주)를 사들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당시 현대상선의 주식 15.16%를 갖고 있었고, 이로써 대주주인 김문희씨는 현대상선까지 아우르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다. 사위 고 정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았지만, 실질적인 소유주는 장모였던 셈이다.
현정은 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대주주’인 어머니가 밀어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현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 업계의 관심은 그가 아닌 김문희 이사장에게 쏠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현 회장의 부친인 현영원 전 현대상선 회장은 현대상선을 10년 넘게 경영했고, 유양해운, 신한해운 등을 책임져 온 해양업계의 거목이다. 현 회장이 현대상선에 자신의 회사처럼 애착을 갖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현대상선’이라는 회사를 둘러싸고 현대가 정씨와 사돈인 현씨 집안의 시각이 다를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찌됐거나 현정은 회장이 남편 사후에 곧바로 그룹 총수의 자리에 오른 것이나, 이후에 정씨 일가와 지루하게 싸움을 벌인 버팀목은 김문희 이사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8.57%였다. 당시 현 회장은 남편으로 부터 상속받아 장내에서 확보한 현대상선 139만9003주(1.36%)가 전부였다.
“현대건설 인수 위해 내실 다지느라 규모 안 늘렸다”(현대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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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6년 7월, 정인영 전 한라그룹 명예회장 영결식장에 참석한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이때 현정은 회장의 방패막이가 되어 준 사람 역시 어머니였다. 김문희 이사장은 “딸(현정은 회장)이 갑작스럽게 상(喪)을 당해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정상영 명예회장이 딸을 불러 상속을 포기하도록 종용했다”고 공개하며 정 회장측을 압박했다. 김문희 이사장과 정상영 회장은 연일 보도자료를 내며 서로 흠집 내기에 나섰다. 결과는 김문희 이사장의 승리였다. 현정은 회장측은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민기업화’를 내걸고 무상증자를 실시해 경영권을 방어했다.
2006년 4월에는 시동생인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지분 26.68%를 사들여 현 회장을 압박했지만, 이 싸움에서도 현 회장은 방어에 성공했다.
현정은 회장은 시집과의 싸움에 지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이렇게 얘기했다.
“정씨 집안으로 시집와서 30년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정씨 집안의 사람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제가 현씨인 것은 제 아버님이 현씨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아들과 딸들은 모두가 고 정몽헌 회장의 자식들이며, 모두가 정씨입니다.”
이 시기에 현정은 회장의 ‘친정체제’는 가속화됐다. 소위 ‘정몽헌 사람’이었던 현대건설 출신 노정익(盧政翼) 전 현대상선 사장이 임기를 채우기 전에 돌연 사임했다. 또 다른 ‘MH’계의 김지완(金知完) 전 현대증권 사장 역시 사임했다.
현대그룹측은 현정은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하느라 오랜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 체제 초기부터 현대건설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생각에 신규사업에 진출하기보다는 내부적으로 내실을 기하며 자금을 확보해 왔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그룹의 규모가 크게 늘지 않았고, 또 외부로부터의 경영권 위협을 막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회사의 경영권을 탈취하려고 먼저 나선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룹의 수장으로서 경영권 확보가 우선돼야 하고, 이렇게 경영권을 지켜낸 것은 오너로서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2008년부터 현 회장이 ‘Trust(신뢰), Talent(인재), Tenacity(불굴의 의지), Togetherness(혼연의 일체)’를 캐치플레이즈로 걸고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지분 투자한 광고회사 통해 원색적인 광고 내보내며 섭섭함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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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이 함께 나오는 모습을 통해 적통성을 강조했다. |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면서, 원색적인 광고를 통해 시집에 대한 원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그룹 내부의 방침이 정해진 것도 없다. 지난 10년간 이런 말을 했던 사람은 누구입니까?>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쓰지 않겠습니다.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바르게 지키겠습니다.>
한눈에 봐도 현대차를 겨냥한 것임을 알 수 있는 광고다.
이 광고를 만든 곳은 현정은 회장의 개인 회사인 현대유엔아이가 지난 2009년 4월에 투자한 ‘ISMG코리아’라는 곳이다.
현대그룹과 이 회사의 관계는 각별해 보인다. 지분 투자를 한 것은 물론, ISMG코리아가 국민은행에 진 채무 100억원에 대한 채무보증을 서 준 곳도 현대유엔아이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광고 업무를 맡았던 ISMG 코리아는 윤세영(尹世榮) SBS회장의 사위인 황두연(黃斗然)씨가 사장을 맡고 있다.
현대그룹은 실질적 ‘돈벌이 창구’인 현대상선과 ‘상징적 사업’을 하는 현대아산이 양대 축을 이룬다.
현대아산의 현재 모습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지난 2008년, 한국 관광객이었던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에 맞아 피살된 이후 금강산 관광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향후 재개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현정은 회장의 주한(駐韓) 미 대사관에서의 대화록도 현 회장에게는 악재다. 위키리크스는 현 회장이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와 조찬을 하면서 “북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장애물에 직면했다”고 불평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대화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게 왜곡돼 있는 등 오류가 많다. 현 회장이 우리 정부에 불만을 토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2011년은 결단의 순간
그러나 현 회장이 2009년 미국 CNN 방송에 출연해 “김정일 위원장은 매우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김정일과 직접 대화가 이뤄지면 좋은 결과가 많이 도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던 것과 연관시켜 보면 현대그룹의 해명에 설득력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2005년에는 북한이 거듭 약속을 지키지 않자 ‘대북사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기로에 서 있는 듯하다’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며 “북한에 대해서 당당한 모습은 보여 왔다”고 반박했다.
이것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껄끄러운 부분이 또 있다는 게 여권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언젠가 정권측으로부터 현대 계열사에 있었던 A씨를 대접해 달라는 사인이 있었는데 이를 무시했던 것도 현대그룹에 대해 여권이 호의적이지 않은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정은 회장의 아슬아슬한 대북발언과 대(對)정권 관계,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비롯한 남북한 긴장 등을 따져보면 현 정권 임기내에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본다면 현대아산의 적자는 여전할 것이고, 또 다른 축인 현대상선은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결국 현정은 회장의 ‘재도전과 성공’은 ‘운’이 따라줘야 가능하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위기 속에 맞은 2011년을 그는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