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대외환경변수, 한국경제에 非우호적
⊙ 글로벌 환율갈등, 2011년에도 이어질듯
⊙ 조건부 금융거래세 등으로 금융시장 안정 도모해야
黃仁星
⊙ 1962년생.
⊙ 美 워싱턴大 경제학 석사, 노스캐롤라이나大 경제학 박사.
⊙ 글로벌 환율갈등, 2011년에도 이어질듯
⊙ 조건부 금융거래세 등으로 금융시장 안정 도모해야
黃仁星
⊙ 1962년생.
⊙ 美 워싱턴大 경제학 석사, 노스캐롤라이나大 경제학 박사.
- 2011년에는 수출위주인 우리 경제구조에 한계가 드러날 것으로 예측된다. 수출입 컨테이너가 즐비한 부산 신항의 컨테이너부두.
2010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제에 드리웠던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걷힌 한 해였다. 한국경제도 2009년 경제성장률 0.2%의 침체에서 벗어나 2010년에는 6% 내외의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특히 주요 선진국의 경우 경제회복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한 반면, 한국경제는 민간부문의 회복이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2009년 중 연간 5% 증가했던 정부소비는 2010년 1~3분기 중에는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에 그쳤다. 반면 민간부문의 소비, 투자 및 수출은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도표 1〉
특히 수출과 설비투자가 경기상승을 주도했다. 세계경제가 여전히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에서도 주력 수출산업이 선전한 결과 한국은 세계 7위 수출강국으로 부상했다. 수출급등은 설비투자의 확대로 이어졌다. 특히 수출증대의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확대되면서 지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던 설비투자가 오랜 부진을 털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수출호조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개선은 고용확대로 이어지면서 가계의 지갑을 두둑하게 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영향으로 2009년 중에 0.2% 증가했던 민간소비는 2010년 1~3분기에는 4.4%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1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성장세 동반 둔화
2011년 대외환경 변수들은 한국경제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런 비우호적 흐름이 한국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닐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2010년에 비해 둔화된 3.8%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둔화폭이 큰 것이 주요 원인이다. 미국경제는 고실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주택시장도 당분간 회복세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2011년 중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더블딥(Double Dip·침체-약간 회복-침체로 이어지는 이중경기침체) 논란의 진원지인 주택시장이 추가적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데다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여전히 강해서 더블딥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긴축이 불가피한 유럽과 엔고에 시달리는 일본은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신흥국들도 경제정책의 긴축기조 전환과 선진국 경기둔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등을 중심으로 여전히 역동적 경제활동이 유지될 것으로 보여 성장둔화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글로벌 환율갈등은 2011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이 달러화 약세를 강하게 유도하고 있어서 갈등의 진원지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은 2차 양적완화(달러를 시중에 풀어 달러약세 주도)를 단행했고 향후에도 필요에 따라 추가 양적완화를 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그에 따라 달러화의 약세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의 원화는 중국 위안화 등 다른 통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폭이 커서 2011년 연평균 달러당 1060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는 데다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아 해외자본 흐름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원화가치 절상이 지속되는 한편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은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을 이어 왔던 한국경제에는 부담스러운 환경이 될 것이다.〈표 1〉
환율갈등이 첨예하게 지속될 것이지만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무역전쟁 등과 같은 파국으로 전개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환율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 모두가 그러한 파국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향후 환율갈등의 해법도 극단적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유도한 1985년 플라자협정 방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달러화 가치 하락이 진행됐던 2003년 두바이 G7 합의 때와 유사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는 2010년에 비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로 석유수요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2011년도 석유수요 증가율을 2010년의 2.2%보다 낮은 1.5%로 전망하고 있다. 석유수요 증가세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소폭이나마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달러화 약세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2011년 중에도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시장으로 국제자금이 몰리면서 유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처럼 국제유가의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혼재하므로 유가상승은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2010년 배럴당 77달러 수준에서 2011년에는 82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시장의 향방은 경기의 주요 변수
국내적으로는 부동산시장의 향방이 중요한 변수이다. 2011년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10만 호에 달하는 미분양주택 적체가 부동산시장 회복에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고, LTV(Loan To Value), DTI(Debt To Income) 등 대출규제에 의해 주택수요가 억제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정부의 정책기조는 기본적으로 적극적 의미의 부동산시장 활성화보다는 미분양 해소 지원과 부동산 가격 안정 등 소극적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미국 등 선진국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동안 LTV, DTI 규제 등을 통해 주택 관련 대출규제를 엄격히 해온 데다 대출자산의 유동화가 성행했던 선진국들과 달리 유동화 정도도 극히 낮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부동산시장을 지지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가격급락 시 추가적 규제완화 및 부양대책 등 정부가 정책대응 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은 급락이나 급등보다는 부진한 횡보(橫步)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1년 한국경제 3.8% 성장 예상
2011년 한국경제는 성장세가 3.8%로 둔화될 전망이다.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 온 수출과 그와 연계된 투자활동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0년 양호한 성과를 보였던 수출은 2011년에는 증가율이 한 자릿수인 9.0%로 떨어질 전망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2010년에 호조를 보였던 주력 품목들의 수출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06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처럼 계속되는 원화가치 절상도 수출에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수출둔화로 인해 2011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70억 달러로 2010년의 340억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수출호조와 연계돼 IT 및 자동차 부문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던 설비투자도 2011년에는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이미 2010년에 상당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져, 추가투자의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건설투자도 부동산경기 위축이 지속되는 데다 정부의 SOC투자 예산이 크게 늘기는 어려워 부진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2010년에 양호한 경제성장세를 가능하게 했던 수출과 투자활동이 2011년에는 위축되면서 경기흐름은 약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약화된 수출과 투자활동을 메울 만큼 탄력적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려워, 경기흐름이 2010년의 경기상승세를 이어 가기는 힘들 것이다. 경기흐름의 향방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는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의 흐름을 봐도 경기상승세는 이미 2010년 하반기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경기둔화 기조는 짧아도 2011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2011년 한국경제는 경제성장률 3.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이 4% 내외라는 점에서 3.8%의 성장률은 그리 어두운 전망이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완전히 극복할 만큼의 탄력적 회복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성장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약 10년간 한국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4.4%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3년간의 연평균 성장률은 3.3%로 위기 이전 수준을 밑돌 전망이다.〈도표 2〉
한국경제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주요 선진국에 비해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부각됐다. 첫째로는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의 한계이다. 세계경제는 이번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더라도 위기 이전 고성장·저물가의 대(大)안정기(Great Moderation)로 회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상당 기간 세계경제는 저성장·고실업의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환율갈등, 보호주의적 무역마찰 등 수출환경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금융위기의 발원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급등락을 경험했다.
경제의 안정성과 성장성 제고해야
주요 원인은 수출이다. 수출이 소비나 투자에 비해 큰 폭으로 변동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수출의존적인 경제구조로는 성장세 유지도 어려울뿐더러 경기의 흐름도 급등락을 거듭하는 불안정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내수의 역량강화가 시급한 과제다. 내수확대를 통해 현재의 지나친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를 벗어나 내수와 수출, 양축이 성장을 이끄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내수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고용안정이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이나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신산업 발굴, 비주력산업의 보완이 필요하다. 에너지, 환경, 바이오, 헬스, 인프라산업 등 신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음식료, 의료/정밀, 인쇄 등 독일과 같은 비주력산업의 보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또한 한국 가계의 경우 금융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물자산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소비 촉진을 위해 역모기지의 활성화 등 실물자산의 유동화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를 겪지는 않았지만, 국가 위험도를 나타내는 국가 CDS(Credit Default Swap)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헝가리보다 높은, 사실상 위기를 경험했다. 이러한 취약성은 한국 금융시장의 높은 개방도, 협소한 시장규모, 정책당국의 위기관리 능력 미흡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위기의 예방을 위해서는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G20 서울회담에서도 강조되었듯이 급격한 해외자본의 유출·입을 억제함으로써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건부 금융거래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환건전성 감독 강화, 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 국제공조 체제를 강화하여 정책당국의 위기관리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에서 가장 불안했던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외환거래 저변 확대, 시장조정자 육성 등 금융시장의 구조개선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도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출과 설비투자가 경기상승을 주도했다. 세계경제가 여전히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에서도 주력 수출산업이 선전한 결과 한국은 세계 7위 수출강국으로 부상했다. 수출급등은 설비투자의 확대로 이어졌다. 특히 수출증대의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확대되면서 지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던 설비투자가 오랜 부진을 털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수출호조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개선은 고용확대로 이어지면서 가계의 지갑을 두둑하게 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영향으로 2009년 중에 0.2% 증가했던 민간소비는 2010년 1~3분기에는 4.4%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1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성장세 동반 둔화
2011년 대외환경 변수들은 한국경제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런 비우호적 흐름이 한국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닐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2010년에 비해 둔화된 3.8%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둔화폭이 큰 것이 주요 원인이다. 미국경제는 고실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주택시장도 당분간 회복세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2011년 중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더블딥(Double Dip·침체-약간 회복-침체로 이어지는 이중경기침체) 논란의 진원지인 주택시장이 추가적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데다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여전히 강해서 더블딥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긴축이 불가피한 유럽과 엔고에 시달리는 일본은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신흥국들도 경제정책의 긴축기조 전환과 선진국 경기둔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등을 중심으로 여전히 역동적 경제활동이 유지될 것으로 보여 성장둔화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글로벌 환율갈등은 2011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이 달러화 약세를 강하게 유도하고 있어서 갈등의 진원지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은 2차 양적완화(달러를 시중에 풀어 달러약세 주도)를 단행했고 향후에도 필요에 따라 추가 양적완화를 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그에 따라 달러화의 약세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의 원화는 중국 위안화 등 다른 통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폭이 커서 2011년 연평균 달러당 1060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는 데다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아 해외자본 흐름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원화가치 절상이 지속되는 한편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은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을 이어 왔던 한국경제에는 부담스러운 환경이 될 것이다.〈표 1〉
환율갈등이 첨예하게 지속될 것이지만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무역전쟁 등과 같은 파국으로 전개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환율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 모두가 그러한 파국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향후 환율갈등의 해법도 극단적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유도한 1985년 플라자협정 방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달러화 가치 하락이 진행됐던 2003년 두바이 G7 합의 때와 유사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는 2010년에 비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로 석유수요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2011년도 석유수요 증가율을 2010년의 2.2%보다 낮은 1.5%로 전망하고 있다. 석유수요 증가세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소폭이나마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달러화 약세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2011년 중에도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시장으로 국제자금이 몰리면서 유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처럼 국제유가의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혼재하므로 유가상승은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2010년 배럴당 77달러 수준에서 2011년에는 82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시장의 향방은 경기의 주요 변수
국내적으로는 부동산시장의 향방이 중요한 변수이다. 2011년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10만 호에 달하는 미분양주택 적체가 부동산시장 회복에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고, LTV(Loan To Value), DTI(Debt To Income) 등 대출규제에 의해 주택수요가 억제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정부의 정책기조는 기본적으로 적극적 의미의 부동산시장 활성화보다는 미분양 해소 지원과 부동산 가격 안정 등 소극적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미국 등 선진국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동안 LTV, DTI 규제 등을 통해 주택 관련 대출규제를 엄격히 해온 데다 대출자산의 유동화가 성행했던 선진국들과 달리 유동화 정도도 극히 낮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부동산시장을 지지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가격급락 시 추가적 규제완화 및 부양대책 등 정부가 정책대응 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은 급락이나 급등보다는 부진한 횡보(橫步)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1년 한국경제 3.8% 성장 예상
2011년 한국경제는 성장세가 3.8%로 둔화될 전망이다.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 온 수출과 그와 연계된 투자활동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0년 양호한 성과를 보였던 수출은 2011년에는 증가율이 한 자릿수인 9.0%로 떨어질 전망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2010년에 호조를 보였던 주력 품목들의 수출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06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처럼 계속되는 원화가치 절상도 수출에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수출둔화로 인해 2011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70억 달러로 2010년의 340억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수출호조와 연계돼 IT 및 자동차 부문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던 설비투자도 2011년에는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이미 2010년에 상당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져, 추가투자의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건설투자도 부동산경기 위축이 지속되는 데다 정부의 SOC투자 예산이 크게 늘기는 어려워 부진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2010년에 양호한 경제성장세를 가능하게 했던 수출과 투자활동이 2011년에는 위축되면서 경기흐름은 약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약화된 수출과 투자활동을 메울 만큼 탄력적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려워, 경기흐름이 2010년의 경기상승세를 이어 가기는 힘들 것이다. 경기흐름의 향방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는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의 흐름을 봐도 경기상승세는 이미 2010년 하반기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경기둔화 기조는 짧아도 2011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2011년 한국경제는 경제성장률 3.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이 4% 내외라는 점에서 3.8%의 성장률은 그리 어두운 전망이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완전히 극복할 만큼의 탄력적 회복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성장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약 10년간 한국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4.4%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3년간의 연평균 성장률은 3.3%로 위기 이전 수준을 밑돌 전망이다.〈도표 2〉
한국경제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주요 선진국에 비해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부각됐다. 첫째로는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의 한계이다. 세계경제는 이번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더라도 위기 이전 고성장·저물가의 대(大)안정기(Great Moderation)로 회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상당 기간 세계경제는 저성장·고실업의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환율갈등, 보호주의적 무역마찰 등 수출환경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금융위기의 발원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급등락을 경험했다.
경제의 안정성과 성장성 제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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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 서울회담에서 정상들은 급격한 해외자본 유출입을 억제해 세계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
둘째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를 겪지는 않았지만, 국가 위험도를 나타내는 국가 CDS(Credit Default Swap)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헝가리보다 높은, 사실상 위기를 경험했다. 이러한 취약성은 한국 금융시장의 높은 개방도, 협소한 시장규모, 정책당국의 위기관리 능력 미흡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위기의 예방을 위해서는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G20 서울회담에서도 강조되었듯이 급격한 해외자본의 유출·입을 억제함으로써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건부 금융거래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환건전성 감독 강화, 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 국제공조 체제를 강화하여 정책당국의 위기관리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에서 가장 불안했던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외환거래 저변 확대, 시장조정자 육성 등 금융시장의 구조개선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도모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