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시끄럽다.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인 신한은행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경쟁 회사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거나, 외부에서 중요한 비리혐의가 포착돼서가 아니다. 한솥밥을 먹고 있는 신한금융인끼리 상대편의 비리 사실을 폭로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고소해서다.
은행은 모기업인 지주회사 사장을 고소했고, 은행 주주(株主)들은 은행 업무에 매진해야 하는 은행장의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지주회사 사장은 보스인 회장의 비리를 폭로했고, 회장은 조만간에 검찰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한집에서 일어난 혈투는 외부에 고스란히 전해졌고, 이를 지켜보던 시민단체들이 이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는 ‘신한사태’였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신한금융은 국내의 대표적인 금융그룹이다.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생명보험 등 11개의 자회사와 아메리카신한은행, 유럽신한은행 등 18개의 손자회사(자회사에 의해 사업내용을 지배받는 회사를 말한다)가 있다. 신한은행의 총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202조원이 넘는다. 국민은행(256조5000억원대), 우리은행(222조3000억원대)에 이어 세 번째다.
그룹을 이끄는 3인방은 라응찬(羅應燦)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신상훈(申相勳)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 이백순(李佰淳) 신한은행장이다.
이번 사태가 외부에 알려진 것은 지난 9월 3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금융지주 사장을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하면서부터다. 혐의는 업무상배임과 자금횡령이었다.
신한은행은 “신 사장이 은행장으로 재직(2006년 2월~2009년 3월)할 때 친인척이 운영하는 K사에 950억원을 부당하게 대출해 줬고, 같은 기간에 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은행은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위를 ‘제보’였다고 했다. 누구의 제보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보수적인 은행권의 경악
이 사실이 전해지자 금융권은 경악했다. 신 사장의 혐의도 혐의지만, 신한은행의 돌발적인 행동 때문이었다. 국내 재벌그룹에서는 기업체에 몸 담았던 사람들이 대표이사, 오너의 비리를 고발하며 ‘양심선언’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하지만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은행권에서 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H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노조가 노사 문제로 은행장을 고소, 고발하는 일은 있지만 배임 문제로 고소하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설령 이런 의혹이 있더라도 은행장이 자진 사퇴하는 등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검찰에까지 들고 간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조직의 기강 확립을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 은행권 전반의 시각이었다.
더구나 신상훈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임기가 불과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를 고발한 것은 그만큼 다급했거나, 그의 행태를 공공연하게 만천하에 알리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신 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후에 오히려 “내가 횡령했다는 15억원은 이희건(李熙健) 전 신한은행 명예회장에게 가는 자문료로,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행장도 이 돈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싱겁게 끝날 사태가 급반전
경악한 사람은 또 있었다. 신한금융지주의 주주(株主)들이었다. 신한의 주인들은 사전에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 잘 알려진 대로, 신한은 재일교포들이 모여 만든 금융회사다. 재일교포 대주주 원로모임인 ‘간친회’는 신상훈 사장을 일본으로 불렀다. 그를 검찰에 고발한 이백순 신한은행장, 신한금융의 ‘얼굴격’인 라응찬 회장도 함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판세는 신상훈 사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지난 9월 9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주주설명회’ 자리는 험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행장이 주주들에게 신상훈 사장을 고소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고, 신 사장은 억울함을 표시했다. 30여 명의 재일교포들 사이에서 고성(高聲)이 오갔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주주들은 사태의 결론을 내지 않았다. 신상훈 사장의 거취 문제, 은행의 고소취하 등 모든 쟁점을 이사회에 맡긴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신 사장에 대해 즉각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백순 행장과 라응찬 회장이 많이 놀랐을 것”이라고 했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며칠 뒤에 오히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백순 신한은행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이들은 “이 행장이 감사위원회 등에 중요사항(신상훈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는 것)을 보고하지 않은 것은 은행의 정관을 위반한 행위이고, 회사 신인도를 실추시킨 행위”라고 주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4명은 신한지주 주식을 100만 주 이상씩 보유한 사람들로, 총 0.78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싱겁게 끝날 것으로 여겨졌던 신한사태는 이때부터 급반전하기 시작했다. 주주들의 이런 행동은 신 사장 못지않게 ‘이백순-라응찬 라인’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애매한 시점에 라 회장 재수사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이 곤경에 빠진 가운데, 화살은 라응찬 회장에게 돌아갔다.
금융감독원이 라응찬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차명계좌) 여부에 대해 신한은행 현장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9월 초부터 라 회장 차명계좌의 개설과정, 운용실태 등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대한 조사는 검찰이 아니라 금융감독원의 관할 사항이다. 금융실명제법은 원래 계좌개설 과정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은행 직원을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런 차명계좌의 개설을 의도적으로 지시했다면 얘기가 다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명제법 위반의 핵심은 조사 대상자가 차명계좌 개설에 얼마나 깊숙하게 관여했느냐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응찬 회장의 ‘차명계좌’ 얘기가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검찰은 지난해 6월에 라응찬 회장을 소환한 적이 있다.
라 회장이 2007년 4월에 박연차 전(前) 태광실업 회장에게 출처가 불분명한 50억원을 입금한 사실을 포착해서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핵심 사건 중 하나였다.
당시 금융계 안팎에서는 이 돈의 출처, 실소유주 등을 놓고 말이 많았다. ‘라응찬 회장으로 인해 조만간 큰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하지만 고(故)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이 자살하면서 검찰수사는 흐지부지됐고, 수사는 종결됐다.
그런데 이번 신한사태와 때맞춰 라 회장의 ‘50억원 차명계좌’ 의혹이 또다시 불거졌다. 검찰이 수사를 종결한 지 1년여 만이다.
금감원은 왜 느닷없이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일까.
금감원 관계자는 “검찰의 요청이 있었다”고만 답했다.
그렇다면 검찰은 벌써 종결한 수사에 대해 왜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누군가가 라 회장과 관련해 새로운 증거가 담긴 서류를 넘긴 것은 아닐까.
때마침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등 5개의 시민단체는 지난 9월 13일, 라 회장이 박연차 전 회장에게 건넨 50억원의 용도와 출처, 차명계좌 사용목적, 실명제법 위반 의혹 등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신상훈 사장의 배임과 횡령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 3부가 사건을 맡았다.
신한의 ‘빅3’였던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은 나란히 검찰수사를 받게 됐고, 이백순 행장은 직무정지를 당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신한을 쥐락펴락했던 권력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데는 불과 열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승자는 없다
이렇게 되자 은행권에서는 신한의 사태가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평가들이 나오게 됐다.
신한금융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9월 14일 이사회를 열었다. 전성빈(全成彬) 이사회 의장은 “신상훈 사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내렸다”며 “모든 것은 사법당국이 결론 내린 다음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의 결정만 두고 보면 ‘신상훈 vs 라응찬·이백순’의 싸움에서 신 사장이 판정승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사회가 신 사장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 대신에 ‘직무정지’라는 카드를 꺼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물론 법원이 그의 배임과 횡령 혐의를 인정한다면 자동적으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지만, 일단 이사회는 그에게 얕은 수위의 제재를 가했다.
신한금융 사태가 서로의 폭로로 인해 피멍이 들고 있는 와중에, 3인방 중 라응찬 회장이 제일 먼저 중징계 조치를 당하게 됐다.
금감원은 지난 10월 7일, 라 회장에게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차명계좌 개설에 개입한 증거를 확보했고, 금감원이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신한은행이 자료를 파기해 검사를 방해한 부분이 있어 중징계를 통보했다”고 했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중징계를 받으면, 길게는 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라응찬, 신상훈, 이백순 등 이른바 신한금융 3인방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은 물 건너간 셈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신상훈 사장의 의외의 반격으로 인해 라응찬· 이백순 라인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점이 있다”며 “이번 싸움에서 승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로를 비방하기에는 이들의 인연이 남다르다.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은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함께 입행해 30여년 동안 동고동락했다. 라 회장은 지난 1991년 은행장이 된 이후에 세 번이나 행장을 연임하면서 은행에서 절대 1인자로 군림해 왔다. 신상훈 사장은 그의 충복(忠僕)이었다. 그는 라 회장이 행장을 하던 때에 오사카지점장, 자금부장, 영업부장 등 신한은행의 요직(要職)을 두루 거쳤고, 2003년 신한·조흥 통합은행장이 됐다. 당시 라응찬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회장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라 회장의 재가 없이 그가 행장에 오르기는 불가능했다. 반대로 얘기하면, 이때까지는 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상훈 사장이 행장에 이어 2007년에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면서 은행권에서 ‘포스트 라응찬’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두 사람의 결별 원인이 이번 사태가 촉발된 계기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응찬의 선제공격인가
은행권에는 애시당초 이런 일이 왜 생겼는지를 두고 각종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우선 신상훈 사장이 재일교포 주주들의 힘을 등에 업고 라응찬 회장을 치려다가, 라 회장 측으로부터 선제공격을 받았다는 설이 있다.
신한금융 주주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제보자들이 누구인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표면적으로 이 사태가 시작된 것은 신한은행이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제보를 받아 신상훈 사장의 배임·횡령 혐의를 밝혀낸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 익명의 제보자가 누구인지를 둘러싸고 얘기가 많습니다. 신상훈 사장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라는 점은 짐작이 갑니다.
또 금감원은 라응찬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에 대해 갑자기 조사한 것에 대해 ‘검찰의 요청’이었다고만 밝혔습니다. 검찰이 어떤 이유에서 다시 조사를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키기 위해 검찰과 은행에 각각 자료를 건넨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의 얘기에 따르면, 라응찬 회장이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재일교포 주주들의 심기가 편치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수사가 종결됐지만 신한의 ‘얼굴격’인 라 회장의 이름이 자꾸 오르내리는 것 자체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재일교포 주주들이 과거 조흥-신한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라응찬 회장에 대해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고도 말한다.
어찌 되었든 재일교포 주주들이 신 사장에게 라 회장의 석연치 않은 부분을 지시했다는 설도 있다.
이 관계자는 “신상훈 사장을 그룹 내에서 2인자라고만 볼 수는 없다”며 “주주들이 이사회에 결정을 미루고, 주주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일본 사외이사들이 신 사장에 대해 즉각 반격에 나서지 않은 것은 그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일교포 주주들 중에서 라 회장보다 신 사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라응찬 회장이 이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 회장이 신 사장의 이런 행위를 먼저 알아차렸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얘기다. 그리고 오히려 라 회장이 신 사장의 비리를 먼저 발견했고, 은행 측이 신 사장을 고발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신 사장이 라 회장을 공격하려다가 선제 역습을 당한 셈이 된다.
K은행에서 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둘의 결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2~3년 전부터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의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종종 흘러나왔습니다. 신 사장이 라 회장의 심복으로 일하면서 언젠가는 그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라 회장이 언제까지나 신한의 얼굴 역할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라 회장이 올 초에 금융지주 회장을 네 번째 연임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신 사장 측에서는 라 회장의 장기 집권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후계자로 낙점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을 겁니다. 때마침 라 회장은 비서실장이었던 이백순 행장 쪽에 힘을 실어 줍니다. 결국은 은행 내에서의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이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라 회장이 신 사장을 괘씸하게 여기게 됐다는 얘기가 은행권에 파다했습니다.”
후계구도 둘러싼 다툼인가
W은행의 한 관계자는 “라응찬 회장이 지난해 검찰수사를 받을 때 신 사장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했는데 그러지 않아 배신감이 컸다고 들었다”며 “신 사장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라 회장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다녔고, 라 회장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둘 사이가 본격적으로 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아예 다른 얘기도 있다.
신 사장의 혐의에 대해 검찰이 내사에 착수했고, 라응찬 회장이 은행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기가 힘들다고 봤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신상훈 사장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검찰이 미리 알아차렸고 라 회장이 조용히 처리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외부에서 의혹을 제기하기 전에 은행이 먼저 사장을 고소해 정리키로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어떤 이유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당사자들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이들 간의 싸움은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처음에는 집안 내부 싸움이었지만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결정이 넘어갔고, 이제는 사법당국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만일 검찰이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에 대해 확실한 혐의를 포착해서 법원 판결이 날 경우, 이 두 사람의 퇴진은 당연하다. 또 이번 사태를 일으킨 이백순 행장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주자에 대한 논의 진행 중
재일교포 주주들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극단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과 오랫동안 접촉한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3인방이 사실상 모두 직무정지를 당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주들의 심기가 크게 불편해졌다”며 “이번 사태에 관련이 있는 당사자들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의 안팎에서는 벌써 신한금융의 새 판 짜기에 대해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다. 신상훈 사장이 과거 은행 부행장 시절에 ‘행장’ 자리를 놓고 대결했던 세 명의 부회장급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 나오고 있다. 신한 계열사 사장들 중에 이어 받을 것이라는 얘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인 신한은행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경쟁 회사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거나, 외부에서 중요한 비리혐의가 포착돼서가 아니다. 한솥밥을 먹고 있는 신한금융인끼리 상대편의 비리 사실을 폭로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고소해서다.
은행은 모기업인 지주회사 사장을 고소했고, 은행 주주(株主)들은 은행 업무에 매진해야 하는 은행장의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지주회사 사장은 보스인 회장의 비리를 폭로했고, 회장은 조만간에 검찰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한집에서 일어난 혈투는 외부에 고스란히 전해졌고, 이를 지켜보던 시민단체들이 이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는 ‘신한사태’였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신한금융은 국내의 대표적인 금융그룹이다.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생명보험 등 11개의 자회사와 아메리카신한은행, 유럽신한은행 등 18개의 손자회사(자회사에 의해 사업내용을 지배받는 회사를 말한다)가 있다. 신한은행의 총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202조원이 넘는다. 국민은행(256조5000억원대), 우리은행(222조3000억원대)에 이어 세 번째다.
그룹을 이끄는 3인방은 라응찬(羅應燦)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신상훈(申相勳)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 이백순(李佰淳) 신한은행장이다.
이번 사태가 외부에 알려진 것은 지난 9월 3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금융지주 사장을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하면서부터다. 혐의는 업무상배임과 자금횡령이었다.
신한은행은 “신 사장이 은행장으로 재직(2006년 2월~2009년 3월)할 때 친인척이 운영하는 K사에 950억원을 부당하게 대출해 줬고, 같은 기간에 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은행은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위를 ‘제보’였다고 했다. 누구의 제보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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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
보수적인 은행권의 경악
이 사실이 전해지자 금융권은 경악했다. 신 사장의 혐의도 혐의지만, 신한은행의 돌발적인 행동 때문이었다. 국내 재벌그룹에서는 기업체에 몸 담았던 사람들이 대표이사, 오너의 비리를 고발하며 ‘양심선언’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하지만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은행권에서 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H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노조가 노사 문제로 은행장을 고소, 고발하는 일은 있지만 배임 문제로 고소하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설령 이런 의혹이 있더라도 은행장이 자진 사퇴하는 등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검찰에까지 들고 간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조직의 기강 확립을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 은행권 전반의 시각이었다.
더구나 신상훈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임기가 불과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를 고발한 것은 그만큼 다급했거나, 그의 행태를 공공연하게 만천하에 알리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신 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후에 오히려 “내가 횡령했다는 15억원은 이희건(李熙健) 전 신한은행 명예회장에게 가는 자문료로,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행장도 이 돈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싱겁게 끝날 사태가 급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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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태가 불거지자, 지난 9월 9일 ‘신한3인방’이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불려갔다. |
이때까지만 해도 판세는 신상훈 사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지난 9월 9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주주설명회’ 자리는 험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행장이 주주들에게 신상훈 사장을 고소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고, 신 사장은 억울함을 표시했다. 30여 명의 재일교포들 사이에서 고성(高聲)이 오갔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주주들은 사태의 결론을 내지 않았다. 신상훈 사장의 거취 문제, 은행의 고소취하 등 모든 쟁점을 이사회에 맡긴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신 사장에 대해 즉각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백순 행장과 라응찬 회장이 많이 놀랐을 것”이라고 했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며칠 뒤에 오히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백순 신한은행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이들은 “이 행장이 감사위원회 등에 중요사항(신상훈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는 것)을 보고하지 않은 것은 은행의 정관을 위반한 행위이고, 회사 신인도를 실추시킨 행위”라고 주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4명은 신한지주 주식을 100만 주 이상씩 보유한 사람들로, 총 0.78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싱겁게 끝날 것으로 여겨졌던 신한사태는 이때부터 급반전하기 시작했다. 주주들의 이런 행동은 신 사장 못지않게 ‘이백순-라응찬 라인’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애매한 시점에 라 회장 재수사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이 곤경에 빠진 가운데, 화살은 라응찬 회장에게 돌아갔다.
금융감독원이 라응찬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차명계좌) 여부에 대해 신한은행 현장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9월 초부터 라 회장 차명계좌의 개설과정, 운용실태 등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대한 조사는 검찰이 아니라 금융감독원의 관할 사항이다. 금융실명제법은 원래 계좌개설 과정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은행 직원을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런 차명계좌의 개설을 의도적으로 지시했다면 얘기가 다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명제법 위반의 핵심은 조사 대상자가 차명계좌 개설에 얼마나 깊숙하게 관여했느냐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응찬 회장의 ‘차명계좌’ 얘기가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검찰은 지난해 6월에 라응찬 회장을 소환한 적이 있다.
라 회장이 2007년 4월에 박연차 전(前) 태광실업 회장에게 출처가 불분명한 50억원을 입금한 사실을 포착해서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핵심 사건 중 하나였다.
당시 금융계 안팎에서는 이 돈의 출처, 실소유주 등을 놓고 말이 많았다. ‘라응찬 회장으로 인해 조만간 큰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하지만 고(故)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이 자살하면서 검찰수사는 흐지부지됐고, 수사는 종결됐다.
그런데 이번 신한사태와 때맞춰 라 회장의 ‘50억원 차명계좌’ 의혹이 또다시 불거졌다. 검찰이 수사를 종결한 지 1년여 만이다.
금감원은 왜 느닷없이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일까.
금감원 관계자는 “검찰의 요청이 있었다”고만 답했다.
그렇다면 검찰은 벌써 종결한 수사에 대해 왜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누군가가 라 회장과 관련해 새로운 증거가 담긴 서류를 넘긴 것은 아닐까.
때마침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등 5개의 시민단체는 지난 9월 13일, 라 회장이 박연차 전 회장에게 건넨 50억원의 용도와 출처, 차명계좌 사용목적, 실명제법 위반 의혹 등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신상훈 사장의 배임과 횡령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 3부가 사건을 맡았다.
신한의 ‘빅3’였던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은 나란히 검찰수사를 받게 됐고, 이백순 행장은 직무정지를 당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신한을 쥐락펴락했던 권력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데는 불과 열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승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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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지난 9월 14일 열렸다. |
신한금융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9월 14일 이사회를 열었다. 전성빈(全成彬) 이사회 의장은 “신상훈 사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내렸다”며 “모든 것은 사법당국이 결론 내린 다음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의 결정만 두고 보면 ‘신상훈 vs 라응찬·이백순’의 싸움에서 신 사장이 판정승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사회가 신 사장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 대신에 ‘직무정지’라는 카드를 꺼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물론 법원이 그의 배임과 횡령 혐의를 인정한다면 자동적으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지만, 일단 이사회는 그에게 얕은 수위의 제재를 가했다.
신한금융 사태가 서로의 폭로로 인해 피멍이 들고 있는 와중에, 3인방 중 라응찬 회장이 제일 먼저 중징계 조치를 당하게 됐다.
금감원은 지난 10월 7일, 라 회장에게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차명계좌 개설에 개입한 증거를 확보했고, 금감원이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신한은행이 자료를 파기해 검사를 방해한 부분이 있어 중징계를 통보했다”고 했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중징계를 받으면, 길게는 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라응찬, 신상훈, 이백순 등 이른바 신한금융 3인방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은 물 건너간 셈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신상훈 사장의 의외의 반격으로 인해 라응찬· 이백순 라인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점이 있다”며 “이번 싸움에서 승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로를 비방하기에는 이들의 인연이 남다르다.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은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함께 입행해 30여년 동안 동고동락했다. 라 회장은 지난 1991년 은행장이 된 이후에 세 번이나 행장을 연임하면서 은행에서 절대 1인자로 군림해 왔다. 신상훈 사장은 그의 충복(忠僕)이었다. 그는 라 회장이 행장을 하던 때에 오사카지점장, 자금부장, 영업부장 등 신한은행의 요직(要職)을 두루 거쳤고, 2003년 신한·조흥 통합은행장이 됐다. 당시 라응찬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회장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라 회장의 재가 없이 그가 행장에 오르기는 불가능했다. 반대로 얘기하면, 이때까지는 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상훈 사장이 행장에 이어 2007년에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면서 은행권에서 ‘포스트 라응찬’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두 사람의 결별 원인이 이번 사태가 촉발된 계기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응찬의 선제공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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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응찬 회장(왼쪽)이 2006년 신임 신상훈 행장(오른쪽)에게 깃발을 건네고 있다. |
우선 신상훈 사장이 재일교포 주주들의 힘을 등에 업고 라응찬 회장을 치려다가, 라 회장 측으로부터 선제공격을 받았다는 설이 있다.
신한금융 주주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제보자들이 누구인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표면적으로 이 사태가 시작된 것은 신한은행이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제보를 받아 신상훈 사장의 배임·횡령 혐의를 밝혀낸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 익명의 제보자가 누구인지를 둘러싸고 얘기가 많습니다. 신상훈 사장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라는 점은 짐작이 갑니다.
또 금감원은 라응찬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에 대해 갑자기 조사한 것에 대해 ‘검찰의 요청’이었다고만 밝혔습니다. 검찰이 어떤 이유에서 다시 조사를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키기 위해 검찰과 은행에 각각 자료를 건넨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의 얘기에 따르면, 라응찬 회장이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재일교포 주주들의 심기가 편치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수사가 종결됐지만 신한의 ‘얼굴격’인 라 회장의 이름이 자꾸 오르내리는 것 자체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재일교포 주주들이 과거 조흥-신한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라응찬 회장에 대해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고도 말한다.
어찌 되었든 재일교포 주주들이 신 사장에게 라 회장의 석연치 않은 부분을 지시했다는 설도 있다.
이 관계자는 “신상훈 사장을 그룹 내에서 2인자라고만 볼 수는 없다”며 “주주들이 이사회에 결정을 미루고, 주주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일본 사외이사들이 신 사장에 대해 즉각 반격에 나서지 않은 것은 그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일교포 주주들 중에서 라 회장보다 신 사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라응찬 회장이 이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 회장이 신 사장의 이런 행위를 먼저 알아차렸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얘기다. 그리고 오히려 라 회장이 신 사장의 비리를 먼저 발견했고, 은행 측이 신 사장을 고발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신 사장이 라 회장을 공격하려다가 선제 역습을 당한 셈이 된다.
K은행에서 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둘의 결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2~3년 전부터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의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종종 흘러나왔습니다. 신 사장이 라 회장의 심복으로 일하면서 언젠가는 그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라 회장이 언제까지나 신한의 얼굴 역할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라 회장이 올 초에 금융지주 회장을 네 번째 연임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신 사장 측에서는 라 회장의 장기 집권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후계자로 낙점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을 겁니다. 때마침 라 회장은 비서실장이었던 이백순 행장 쪽에 힘을 실어 줍니다. 결국은 은행 내에서의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이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라 회장이 신 사장을 괘씸하게 여기게 됐다는 얘기가 은행권에 파다했습니다.”
후계구도 둘러싼 다툼인가
W은행의 한 관계자는 “라응찬 회장이 지난해 검찰수사를 받을 때 신 사장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했는데 그러지 않아 배신감이 컸다고 들었다”며 “신 사장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라 회장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다녔고, 라 회장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둘 사이가 본격적으로 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아예 다른 얘기도 있다.
신 사장의 혐의에 대해 검찰이 내사에 착수했고, 라응찬 회장이 은행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기가 힘들다고 봤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신상훈 사장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검찰이 미리 알아차렸고 라 회장이 조용히 처리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외부에서 의혹을 제기하기 전에 은행이 먼저 사장을 고소해 정리키로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어떤 이유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당사자들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이들 간의 싸움은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처음에는 집안 내부 싸움이었지만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결정이 넘어갔고, 이제는 사법당국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만일 검찰이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에 대해 확실한 혐의를 포착해서 법원 판결이 날 경우, 이 두 사람의 퇴진은 당연하다. 또 이번 사태를 일으킨 이백순 행장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주자에 대한 논의 진행 중
재일교포 주주들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극단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과 오랫동안 접촉한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3인방이 사실상 모두 직무정지를 당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주들의 심기가 크게 불편해졌다”며 “이번 사태에 관련이 있는 당사자들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의 안팎에서는 벌써 신한금융의 새 판 짜기에 대해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다. 신상훈 사장이 과거 은행 부행장 시절에 ‘행장’ 자리를 놓고 대결했던 세 명의 부회장급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 나오고 있다. 신한 계열사 사장들 중에 이어 받을 것이라는 얘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