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보] 스마트폰 전성시대 : 월간조선

바야흐로 ‘스마트폰’ 전성시대다. ‘갤럭시S’(삼성), ‘아이폰’(美 애플사), ‘옵티머스Z’(LG), ‘안드로메이다폰’(美 구글사) 등 이름도 생소하기 짝이 없는 스마트폰들이 우리의 삶에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사용 연령층도 10대(代)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지금 사용하는 휴대폰도 복잡해 죽겠는데 무슨 스마트폰이냐’고 말할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겠다. 이제 이런 생각을 함부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가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란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스마트폰은 잠시 부는 광풍(狂風)을 넘어서서 곧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을 것이 거의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난리일까. 앞으로도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질까. 과연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까.

스마트폰(Smartphone)은 영어 그대로 풀이하자면 ‘똑똑한 전화기’다. 기존의 휴대폰이 전화를 걸고 받고, 문자를 주고받고, 카메라 기능 등을 가졌다면 스마트폰은 이보다 진화된 차세대 휴대폰이다. 휴대폰의 기본적인 기능 외에 인터넷 통신과 컴퓨터 기능을 갖춘 지능형 단말기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컴퓨터를 구동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게 만든 기계다. 이제는 휴대폰에서 몇 번의 클릭을 통해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화면은 컴퓨터보다 작지만 말이다. 쉽게 말해 휴대폰과 PC의 장점을 결합한 기계가 스마트폰이다. 무선 인터넷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팩스 송수신, 개인 일정 관리, 친구들과 대화 주고받기 등을 할 수 있다.

휴대폰 + PC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S’.

물론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은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인터넷 휴대폰과 스마트폰의 차이점은 ‘사용자가 응용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느냐, 없느냐’하는 부분이다. 좀 더 쉽게 알아보자.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스마트폰은 전화기의 고유 기능에 컴퓨터의 기능이 합해진 상품을 말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의 기능이 합쳐졌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 통신사인 SK텔레콤이 내놓은 휴대폰 중에서 ‘준(June)’이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고, 실시간 주식 투자, 뉴스 시청을 할 수 있는 기계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스마트폰과 기능이 거의 흡사하지만, 이 제품을 스마트폰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런 휴대폰은 완제품(完製品)입니다. 이용자들은 단말기(SK텔레콤 등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기능과 프로그램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되는 휴대폰일 뿐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완성품이 아니라, 기본적인 프로그램만 구동되는 기계입니다. 사용자들은 기본 위에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응용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다운받는 겁니다. 이 응용프로그램을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라고 부릅니다. 사용자들은 휴대폰을 마치 PC를 이용하듯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추가 또는 삭제합니다. 이런 기능을 가능토록 한 것이 스마트폰입니다.”

핵심은 응용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는 스토어의 다양성

―똑같은 갤럭시S,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사용자의 휴대폰에 각각 다른 프로그램이 깔려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자기에게 가장 알맞은 인터페이스를 구현하기 때문에 모두 다릅니다. 가령 주식 투자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그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깔았을 것이고, 친구들과 채팅을 자주 하고 싶은 사람은 그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다운받았을 겁니다. 결국 전화를 걸고 받는 기본 위에 뉴스, 게임, 네트워킹(채팅) 등 자신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휴대폰에 설치한 것이죠.”

―애플리케이션에서 얼마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느냐가 중요하겠군요.

“애플리케이션에는 수만 개의 프로그램이 이용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죠. 단말기별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스토어가 다릅니다. 가령 애플의 ‘아이폰’ 사용자는 ‘앱스토어’에서, 갤럭시S 사용자는 ‘T스토어’(SK텔레콤에서 운영)나 ‘마켓’(구글)에서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구동 프로그램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폰’의 사용자가 ‘T스토어’에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을 수는 없습니다. 현재 애플이 운영하는 ‘앱스토어’가 가장 많은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는데 20만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토어에서 다운로드를 받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무료라고 한다. 결국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필요한 것들만 자기가 모은(또 나중에 삭제가 가능한), 들고 다니는 컴퓨터다. 휴대폰의 고유 기능인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이 스마트폰에서는 ‘부차적인 기능’이다.

세계 휴대폰 시장의 규모는 12억대(단말기 대수)로 추산된다.

현재 스마트폰은 전체 시장의 1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SA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1억7750만대로 집계됐다. 올해 2억2780만대, 2011년 2억8330만대를 거쳐 2014년에는 4억422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3년 이내에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스마트폰이 점유할 것이라는 얘기다.

1위는 노키아(NOKIA)의 심비안(Symbian)이다. 핀란드에서 시작된 다국적기업 노키아는 지난 2분기에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38.8%를 점유했다. 2위는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Blackberry)로 전체의 19.1%, ‘아이폰’을 생산하는 미국 애플(Apple)이 15.9%로 3위다. 나머지 업체가 14.5%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아직까지 순위권 밖에 있다. 북미 시장을 비롯해 해외 시장에 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삼성의 야심작 스마트폰인 ‘갤럭시S’는 지난 7월 초부터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통신사인 AT&T, T모바일의 경우 하루 개통량이 4만대 이상, 하루 평균 3만대씩이 팔리고 있다”며 “3분기부터 외국의 스마트폰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기관 SA는 “림과 삼성전자가 그들의 주요 경쟁사를 앞서는 성장을 하고 있다(RIM and Samsung outgrew their major rivals)”고 분석했다.

인류는 진화를 거듭한다. 휴대폰 시장의 발전속도는 놀랄 만한 수준이다.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지금과 같은 세련된 형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런 기능을 갖춘 기계를 말한다)은 1992년에 세상에 나왔다. IBM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발표한 ‘사이먼(Simon)’이다. 일반인에게는 이듬해에 공개됐는데, 당시 가격은 899달러. 발신·수신 기능만 있었던 휴대전화와 달리 주소록, 세계시각, 이메일, 팩스, 오락이 가능했던 휴대폰이었다.

하지만 IBM의 스마트폰은 대중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전자업체들은 휴대폰이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보고 개발을 서둘렀다. 삼성전자는 2002년 9월에 ‘M330’이라는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국내 최초의 스마트폰이다.

비즈니스맨들 사이에서 인기였던 ‘블랙베리’

스마트폰 전체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캐나다 림 사의 ‘블랙베리’.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출시와 동시에 인기를 끌지 못한 것은 기기의 성능 문제 등이 아니었다. 기계는 있었지만 시장 자체가 없었다. 오늘날 ‘스토어’의 개념처럼 사용자들이 놀 수 있는 인프라가 전혀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니아층은 환호했지만 사용하기도 너무 어려웠다. 결국 기계의 성능을 논하기에 앞서 생태계 구축 자체가 되지 않았던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이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캐나다의 림사(社)가 2002년에 ‘블랙베리’를 내놓으면서부터다. 블랙베리는 개인 계정으로 들어오는 이메일을 휴대폰에서 똑같이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휴대폰이다. ‘푸시형 전자메일’이라는 서비스인데, 이것은 비즈니스맨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싱가포르와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최모씨는 “이메일이 수신되면 블랙베리에서 문자 서비스를 받듯이 불빛이 반짝거린다. 싱가포르건 서울이건 상관없이 언제 어느 때든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비즈니스맨들이 ‘블랙베리’를 사용하면서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졌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은 촌각을 다투는 비즈니스맨들의 사업상 ‘파트너’ 역할에 머물렀을 뿐이었다.

물론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서 발을 뺀 것은 아니다. 매년 1개 모델 이상의 스마트폰을 줄곧 출시해 왔다. ‘M400’(2003년 7월 출시), ‘블랙잭’(2007년 6월) 등이다. 특히 ‘블랙잭’은 미국 시장에 수출해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역사에 첫 번째로 기록되는 일이다.

그러던 2007년에 IT 업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생긴다. 애플의 스티프 잡스가 ‘아이폰’을 들고 나온 것이다.

애플은 전화를 걸기 위해 자판을 꾹꾹 눌렀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손으로 화면을 터치하는 ‘터치스크린’의 기반 위에 휴대전화, 모바일 인터넷을 전부 합친 스마트폰을 내놨다. 미국 AT&T 대리점과 애플 매장에서 판매가 시작됐는데,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휴대폰 하나를 구입하고자 매장 앞에서 밤새워 줄을 서는 기현상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스티브잡스가 ‘아이폰’ 들고 나오며 스마트폰 시장 본격 열려

한나라당이 지난 3월, 소속 의원과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스마트 정당을 구현하겠다며 스마트폰을 지급했다. 사용법을 배우고 있는 의원들.

대체 무엇이 그렇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일까.

애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이폰’은 소위 기존에 아예 존재하지 않던, 아무도 상상을 하지 못했던 상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용법이 쉽고 중독성이 강해 20대의 젊은층을 기반으로 인기를 끌다가 점차 그 기반이 확대됐습니다. 기존의 스마트폰은 윈도우처럼 프로그램 설치가 복잡하고 여러 번 경로를 찾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던 반면에 애플은 모든 것을 간소하게 만들었습니다. 바탕화면에 설치된 아이콘을 몇 번 클릭하면 쉽게 인터넷에 접속하고 이용할 수 있었죠.”

―전화를 송수신하면서도 인터넷을 빠른 속도로 이용할 수 있었나요.

“무선 인터넷의 속도는 물론이고 사용자들이 휴대폰에 저장한 프로그램들은 아이폰의 사양에 맞게 최적화돼 있어 시스템이 느려진다거나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낮았습니다. 더구나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기 이전에 MP3플레이어 부문에서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아이팟’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프로그램을 구동해 본 경험이 있고 음질이 양호한 수준이었죠. 더구나 아이폰의 애클리세이션의 수익을 제작자가 70%, 애플측이 30% 가져가는 구조였습니다. 그만큼 프로그램 공급업자들의 애플리케이션 제작에 대한 경쟁이 치열했고 그만큼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출시 1년 만에 가격 절반으로 내려 문턱 낮춘 아이폰

―결국 쉬운 사용법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인기몰이의 비결이었단 얘기인가요.

“애플은 개발 초기부터 철저하게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 소비자가 어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죠. 그러다 보니 기존의 스마트폰 장점을 바탕으로,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누구에게나 가볍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제임스 라틴 교수는 ‘아이폰’을 이렇게 평가했다.

“‘아이폰’의 성공원인은 다른 눈으로 봐야 합니다. 고객들의 니즈(needs·필요)를 최적화한 것이 아이폰 성공의 핵심이었습니다. 휴대폰의 디자인, 감촉, 터치감에서부터 이용방법 등 모든 것을 고객에 맞췄습니다.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는 데 3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다른 전자회사들이 휴대폰의 빠른 회전속도를 감안해 ‘일단 내놓고 보자’는 전략을 썼다면, 애플은 단 하나의 완벽한 제품을 수년에 걸쳐 개발한 것이죠. 애플의 성공전략을 다른 회사들이 참고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애플의 가장 큰 힘이죠.”

실제로 아이폰의 개발과정이 얼마나 까다로웠는지를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애플 미국 본사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가 하루는 아이폰의 부속물인 이어폰을 찬찬히 살펴보더란다. ‘과연 귀에 꽂았을 때 편안한 디자인인지’를 한참 묻더니, “외관의 디자인도 중요하다”며 이어폰의 보기 싫은 이음매 부분을 고치라고 했단다.

이 관계자는 “제품의 성능과 상관없는 곳까지 신경쓰는 것보다 빨리 제품을 출시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어폰의 이음매 없애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석 달이 걸렸고, 이것이 통과된 이후에야 아이폰이 출시됐다”고 했다.

초창기 ‘아이폰’은 599달러로, 출시 후 1년 만에 미국에서 600만대를 팔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구입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높은 가격이라고 판단한 애플은 2008년 6월, ‘아이폰 8GB’와 ‘16GB’제품을 각각 199달러, 299달러에 출시했다. 이후 애플은 전(全)세계 80여 개국에 이 제품을 팔았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스마트폰이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2008년 11월에 ‘T옴니아’라는 제품을 내놓으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대중화를 선도했지만, 이 역시 미미한 수준이었다. 국내의 스마트폰 대중화를 선도한 것은 2009년 11월이었다. 애플의 ‘아이폰’이 통신사 KT와 손잡고 국내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세계에서 80번째였다.

아이폰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본격적 스마트폰 시대 개막

IT 강국인 우리나라에 아이폰의 보급이 늦어진 이유는 뭘까.

박헌용 KT 경영기획부문장의 얘기다.

“아이폰이 들어오지 못한 이유는 ‘위피’라고 불리는 플랫폼을 내장하지 않아서였습니다. ‘위피’는 한국형 통합무선 인터넷 플랫폼입니다. 휴대폰에서 무선 인터넷 등을 사용할 때 구동되는 기반 플랫폼이지요.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서로 다른 플랫폼에 기반해 플랫폼별로 각각 다른 서비스를 개발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하나의 공동 플랫폼을 사용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개인용으로 사용되는 모든 휴대폰에 의무적으로 위피를 내장하게 돼 있었습니다. 아이폰도 일반 고객용으로 국내에 들어오려면 ‘위피’를 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겁니다.”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하지만 애플은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스토어를 통해서 여러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위피’를 내장할 생각이 당연히 없었습니다. ‘위피’하는 것이 필요하냐, ‘위피’ 때문에 휴대폰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둥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습니다. 결국 국회가 중재를 한 끝에 2009년 4월 1일에 ‘위피’를 일반 휴대폰에 내장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럼 이후에 곧장 아이폰이 들어왔습니까.

“아닙니다. 이번에는 아이폰이 제공하는 위치정보 서비스(LBS라고 부른다)가 문제 됐습니다. 휴대폰을 고객이 분실할 경우를 대비해 GPS로 아이폰의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서비스였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 겁니다. 이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위치정보 사업자로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삼성, LG 등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이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애플도 받으면 안 된다고 나온 겁니다. 결국 2009년 9월에 애플이 국내법 절차에 따라 위치정보 사업자로 허가를 받은 후에야 국내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렇다. 하지만 아이폰의 국내 진입을 둘러싸고 그동안 얘기들이 숱하게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무선통신망과 아이폰의 통신망이 달라 들어올 수 없다, 애플이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금융위기로 인해 단가가 터무니없이 높아졌다, 국내 통신업체들이 진입을 교묘하게 막았다는 등 얘기가 많았다”고 했다.

스마트폰은 ‘블루오션’

국내에 애플의 ‘아이폰’ 을 들여온 이석채 KT회장이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어쨌든 아이폰은 2009년 11월, 국내에 우여곡절 끝에 상륙했다.

출시 초기부터 아이폰의 질주는 시작됐다. 사흘 만에 판매대수가 10만대를 넘어섰고, 6개월 만에 70만대가 팔렸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그냥두고 볼 리가 없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이 들어오기 한 달 전에 ‘T옴니아2’를 시장에 내놓았다. 이때부터 ‘애플 대(對) 삼성전자’, ‘KT(아이폰 판매 통신사) 대 SK텔레콤(삼성전자 휴대폰 판매 통신사)’의 양강 구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옴니아2와 아이폰 중 어떤 제품을 더 많이 파느냐’는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KT가 아이폰을 들여옴으로써, 삼성전자와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스마트폰 시장은 ‘핫이슈’이자 ‘블루오션’인 셈이다.

스마트폰이 기술력의 집약체인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이 사활을 거는 이유는 이 제품이 ‘고부가가치 제품’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일반 휴대폰은 100~120달러를 받지만, 스마트폰은 최소 300달러가 넘는 고가의 제품입니다. 게다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자체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프로그램을 다운받습니다. 애플은 애플리케이션 공급업체에 7을, 자신들은 3을 가졌죠. 하지만 몇 %로 나누느냐 하는 부분은 회사에 따라 다릅니다. 꽤 많은 비율의 이윤이 이곳에서 생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판매를 통한 매출 이외에 부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셈입니다. 솔직히 100달러짜리 휴대폰을 팔아 봐야 남는 것이 없습니다. 저가의 ‘레드오션’ 시장에서 스마트폰이라는 ‘블루오션’ 시장이 생겼으니 제조업체들이 눈에 불을 켜는 것이죠. 더구나 스마트폰 시장의 규모는 해마다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제조업체들로서는 작은 변화, 고객 한 명이라도 더 얻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것이죠.”

이와 비슷한 맥락이지만, 다른 관점도 있다. 제조업체는 사활을 걸지만, KT나 SKT, LGT 등 통신업체들은 스마트폰의 돌풍을 달가워하지만은 않는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은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등의 데이터서비스에서 수익이 나온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이 부문의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은근히 스마트폰의 선전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제2의 전쟁 준비 중

2010년 3월, 게임업체 엔씨소프트 직원들이 조선일보 신문 지면을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받아 읽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내의 스마트폰 시장이 요즘 제2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애플이 기존보다 업그레이드된 ‘4G 아이폰’을 내놨고,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S’라는 신무기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갤럭시S’는 국내 최초로 수퍼 아몰레드(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유기발광 다이오드’는 휴대폰 액정의 화질을 더욱 깨끗하고 선명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로 출시한 휴대폰은 ‘아이폰4’보다 하드웨어가 뛰어나다. 색 재현율이 좋고, 화면이 훨씬 큰 장점이 있다. 배터리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고, 외장 메모리를 추가하는 등 최상의 성능을 유지한 제품”이라며 “삼성 휴대폰의 20여년 역량을 총 결집해서 만든 걸작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해 볼 수 있는 체험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 제품의 출시가격은 94만원대이지만, 이동통신사와의 약정 등을 통해 가입시 20만원 후반대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초에 스마트폰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현재 50여 개국에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노키아, 림, 애플 등에 밀려 스마트폰에서 고전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자존심을 살려 줄 수 있을는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애플의 또 다른 야심작인 ‘아이폰4’는 9월에 출시된다. KT는 8월 18일부터 예약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애플 관계자는 “‘아이폰4’는 휴대폰이 얇고 LCD 해상도가 뛰어나다. 20만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 보유는 여전히 아이폰의 최대 장점”이라며 “한국 시장에서 인기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 강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지금부터 새로 카운트 다운을 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