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李佑光의 일본 再발견] 기술력 뛰어난 일본기업이 苦戰하는 이유 : 월간조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기업들이 최근에 왜 비틀거리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높은 기술력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선점(先占)하면 많은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을 텐데 왜 그런 것일까? 또 일본기업들이 불황 때문에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환경이 바뀌면 곧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의문과 믿음이 생기는 이유는 일본기업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기업들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진실일까? 오해일까?

답은 진실이기도 하지만 오해일 수도 있다. 국가와 달리 기업이 기술력을 보유하려는 이유는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이지 기술력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오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유용성을 최종적으로 판정하는 곳은 바로 시장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기업의 기술력에 대한 평가는 ‘기술에 성공하고 사업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일본기업들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수익성은 다른 선진기업들에 비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석유위기와 엔고(高)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제품으로 시장을 석권해 왔던 일본기업들이 탄탄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왜 최근 들어 고전(苦戰)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기술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과신(過信)이 생겨 시장적응을 방해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위 말하는 ‘성공의 복수’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공의 최대 공신(功臣)이었던 기술력에 발목이 잡혀 환경이 급변하는 세계시장에 적응하는 것이 서툴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우수한 제품 만들기에 열중

이런 사례를 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각종 소재와 부품은 일본기업이 석권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교토기업’인 무라타(村田)제작소의 세라믹필터는 세계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무라타제작소가 생산을 중단하면 세계 휴대전화 생산에 큰 차질이 생길 정도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제품인 휴대전화의 일본기업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세계 휴대전화는 노키아, 삼성, LG가 3분하고 있고, 소니에릭슨은 세계시장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할 정도이다.

이유는 일본기업들이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이를 세계시장이 원하는 제품 만들기에 활용하기보다는 일본 소비자들의 기호를 우선한 결과, 세계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과 독특한 사양(仕樣) 때문에 일본제품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기업 기술자들은 세계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려는 노력보다는 기술적으로 우수한 제품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높은 기술력으로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면 팔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애플사의 ‘아이폰’을 처음 본 일본기업 휴대전화 개발자들은 ‘기술적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며 무시했다고 한다. 터치 화면 방식은 기술적으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예도 있다. 어느 일본기업이 높은 기술력을 발휘하여 사용하기 편리하고 에너지 절약도 뛰어난 문이 6개나 달린 냉장고를 개발하여 유럽시장에 출시했으나, 유럽 바이어들은 냉장고 문은 2개면 충분하다고 눈길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 일본기업의 업적이 저조한 것은 1990년대 이후에 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까지 성공한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일본기업들은 과거의 성공 패턴으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근대에 들어 아직 성공한 경험이 별로 없는 우리에게는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중국인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일전에 필자의 보고서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는 담당자가 ‘성공의 복수’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개념을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일본에서의 ‘성공의 복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잠깐 살펴보아야 한다.

일본은 왜 미드웨이해전에서 패했나?

일본은 비서구(非西歐) 사회로서는 처음으로 공업화에 성공한 국가이다. 이는 세계사적으로 획기적인 사실이다. 왜냐하면 공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자본축적, 기업가정신, 경영조직, 인재육성과 같은 조건들이 필요한데, 이러한 조건들을 비서구 사회로서는 최초로 일본이 창출해 냈기 때문이다. 서구사회에서는 이러한 조건들이 지리적인 인접성 등으로 인해 비교적 동질적으로 용이하게 확산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비서구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건들을 스스로 창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를 한국이나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본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두 번의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하나는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것이고, 또 하나는 제2차 세계대전의 잿더미 속에서 재기하여 1980년대에 세계시장을 제패한 것이다.

1868년 메이지(明治)유신으로 본격적인 서구 근대화의 길로 접어든 일본은 37년 후인 1905년 쓰시마해협에서 러시아 발틱 함대(러시아 제2, 제3 태평양함대)를 격파함으로써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후진국에 불과했던 일본이 당시 세계 최강의 발틱함대를 격파했기 때문이다. 이 해전에서의 승리는 일본 국민들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했다. 근대화를 시작한 지 약 40년 만에 이제 일본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자신감이다. 1800만 부나 팔린 시바 료타로(司馬遼太郞)의 소설 <언덕위의 구름>도 이 전쟁이 배경이다.

전함(戰艦) 등 주력함(主力艦·大艦)에 탑재한 거대한 주포(主砲·巨砲)로 적을 격파하는 ‘대함거포주의(大艦巨砲主義)’가 승인(勝因)이었다고 분석한 일본해군은 이후에 ‘대함거포주의’에 입각해 전력(戰力) 강화의 길로 들어선다. 1907년에 ‘제국국방방침(帝國國防方針)’을 결정하고 최신예 전함 8척과 순양함(巡洋艦) 8척으로 이루어진 소위 ‘88함대’를 편성하는 등 해군에 당시 국가 예산의 3할 정도를 쏟아부었다. 1937년에는 태평양전쟁에 대비해 구경(口徑) 46㎝의 주포 9문(門)을 탑재한 배수량 6만4000톤 전함 ‘야마토(大和)’ 건조에 착수했다.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의 전함이었다.

그러나 1942년 ‘미드웨이 해전’에서는 과거의 성공 패턴인 대함거포주의가 일본해군의 발목을 잡아 미국해군에 대패했다.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말이 이처럼 딱 들어맞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하와이 북서쪽에 있는 미드웨이 섬을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과 일본 해군의 공방에서 일본은 주력 항공모함 4척과 함재기(艦載機)를 모두 상실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는 결정적인 패배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일본이 이 전쟁에서 패배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세계 최대급 전함으로 충분히 미국해군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를 가져다준 ‘대함거포주의’로 맞서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미국해군은 함대가 아니라 기동부대, 기지(基地)항공부대로 일본해군을 공격했다. 여기서는 고성능 기뢰(機雷)가 크게 활약했다. 일본해군은 과거의 성공 패턴으로부터 철저하게 복수당한 것이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이유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패한 원인을 탐구했던 노나카 이쿠지로.

일본 근대사는 약 40년을 주기로 부침(浮沈)이 거듭된다고 한다. 1868년의 메이지유신, 1905년 러일전쟁의 승리, 1945년 태평양 전쟁의 패배, 그리고 1980년대의 경제적 성공 등 일본의 성쇠(盛衰)가 약 40년을 주기로 거듭된다는 것이다.

태평양전쟁 패전으로 거의 모든 것이 파괴된 잿더미 속에서 재(再)출발한 일본은 약 40년 후인 1980년대에 이번에는 경제적으로 대승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한다. 대단한 저력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 1인당 GDP 세계 3위, 경쟁력 순위 1위,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14.3%(1990년)도 대단하지만, 제조업의 기반을 서구로부터 동아시아로 옮겨 온 것은 높이 평가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성과의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기술력이었다. 서구로부터 원천기술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제품화하는 응용기술이나 물건을 값싸고 품질 좋게 만들어 내는 제조기술은 1980년대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리고 가전(家電)에서부터 자동차까지 주요 산업의 주도권을 미국으로부터 빼앗아 내었다.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바로 1980년대까지의 성공의 일등공신이었던 기술로부터 복수를 당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80년대의 성공 패턴이었던 기술력을 과신한 나머지 환경이 변하는 시장에 잘 적응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치 러일전쟁의 성공 패턴이었던 ‘대함거포주의’로 인해 미드웨이 해전에서 패배한 것과 흡사하다.

그러나 1980년대에 이미 ‘성공의 복수’를 예견하고 이를 경계한 학자들이 있었다. ‘암묵지(暗默知)’로 유명한 노나카 이쿠지로(野中郁次郞) 씨 등 6명의 조직론 학자들이 4년의 연구 끝에 2차대전 실패의 교훈을 기업경영에 살려야 한다는 내용의 저서 <실패의 본질>을 1984년에 발간했다. 이들은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요인을 크게 3가지로 보고 기업들에 경계 메시지를 보낸다.

첫째는 커뮤니케이션 부족 때문에 일본군의 방침·전략이 불명확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드웨이 섬의 미군 기지를 점령하는 것이 목적인지, 적의 기동함대를 궤멸시키는 것이 목적인지 간부들 간에도 전쟁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는 강력하고 일관된 사고방식(전략원형·戰略原型)이 철저히 지배하고 있어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 패턴인 육군의 ‘총검돌격주의’, 해군의 ‘대함거포주의’적 사고가 이후의 각종 전쟁을 지배했다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체험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이때의 경험이 전략을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성공의 복수이다.

셋째는 자기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유연성이 결여된 조직 체질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조건이 변하면 싸우는 방법도 달라야 하는데 이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태평양전쟁 시에는 항공기와 중화력(重火力)이 주력이 되는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주력인 보병과 함대에 연연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태평양전쟁의 패인은 기존의 성공 패턴에 너무 철저하게 적응한 나머지 학습포기가 어려워져 자기혁신 능력을 상실해 버렸기 때문”이라면서 “자기혁신을 할 수 없는 조직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과거의 성공 패턴을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내는 자기혁신 능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혁신자의 딜레마’

‘혁신자의 딜레마’를 강조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

그렇다면 ‘성공의 복수’는 일본에서만 생기는 현상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답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교수는 1997년에 그의 저서 <혁신자의 딜레마: 기술혁신이 거대기업을 망하게 할 때>(The Innovator’s Dilemma: When New Technologies Cause Great Firms to Fail)에서 ‘성공의 복수’와 비슷한 ‘혁신자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라는 개념을 제기했다. 이는 ‘우수한 제품을 파는 거대기업이 그 제품의 기술적인 개량·개선에만 정신이 팔려 고객의 또 다른 수요를 등한시한 결과, 그 제품보다는 좀 열등하지만 새로운 특징을 가진 제품을 파는 후발기업 앞에서 힘을 잃어 간다’는 의미이다.

반도체 DRAM의 예를 들어 보자. 1980년대 DRAM의 주요 용도는 전화교환기나 대형컴퓨터였다. 따라서 일본기업들이 고도의 기술로 고장이 잘 나지 않는 DRAM을 만들어 미국기업을 제치고 반도체 대국이 된다. 이때 일본기업에서는 고성능·고품질의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문화가 정착하게 된다. 발주업체는 보통 25년 정도를 보증하는 신뢰성을 요구했으며 일본기업들은 이에 부응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문제는 이후의 DRAM 수요가 전화교환기나 대형컴퓨터에서 PC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고품질보다는 적정 품질의 저가격 반도체를 요구하게 된다. 왜냐하면 1990년대 이후에는 PC를 20년 이상 쓰겠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본기업들은 계속해서 고품질 반도체를 만들려는 기업문화를 고집한 나머지 DRAM의 제조 코스트가 비싸져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기업만이 아니라 1970년대 일본기업이 컬러 TV나 VTR로 미국기업이나 유럽기업을 따라잡을 때도 나타났던 어느 정도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일본기업들이 DRAM 패배의 교훈을 살리지 못하고 액정에서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나, 일본기업의 강점 분야인 비메모리 반도체인 시스템 LSI에서 타이완기업에 따라잡힌 이유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성공의 복수’ 사례는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한국은 아직 성공한 경험도 별로 없거니와 최근의 ‘조그마한 성공’으로부터 복수당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을 ‘강 건너 불’로 바라볼지 모른다. 문제는 ‘성공의 복수’가 일본 고유의 현상이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을 때, 또 한국이 일부 제품이나마 일본을 따라잡을 때에 발생한 현상이다. 그리고 한국이 중국에 따라잡힐 때도 ‘성공의 복수’가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국기업에 대항해 ‘타이완과의 동맹’ 모색하는 일본

일본기업들은 중국기업들과 제휴해 신흥국용 저가제품을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광둥성에 있는 혼다자동차 공장.

한동안 ‘역(逆)샌드위치론’이라는 말이 회자했다. 일본기업의 높은 기술력과 중국기업의 값싼 노동력에 둘러싸여 한국제품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샌드위치론’이라면, 중국제품보다 품질이나 디자인은 좋으면서 일본제품보다는 가격이 싼 한국제품이 지금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인 듯하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 선진국 소비자들의 소비는 축소되고 있는 반면 신흥국 소비자들의 소득상승이 그 배경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外的) 환경변화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궁지에 몰린 일본기업들이 높은 기술력을 구사하여 신흥국용 저가(低價) 제품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내기 시작하면 곧 사라져 버리고 말 신기루 같은 것이다.

이미 그러한 징조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일본기업들은 선진국용 제품과 신흥국용 제품의 품질기준을 달리하는 ‘더블 스탠더드 전략’으로 신흥국 공략에 나서고 있다. 품질을 좀 낮추면서 가격이 싼 제품으로 신흥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것이다. 또 과거와는 달리 중국기업에 첨단기술을 서슴없이 주면서까지 중국기업과 공동으로 싼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약 40년을 주기로 일본의 부침이 거듭된다면 2025년경에 일본이 다시 일어선다는 말이 된다.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린 일본기업들은 지금 새로운 성공 패턴 만들기에 부심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본언론은 한국기업들의 ‘조그마한’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기업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타이완기업과 제휴해야 한다는 보다 구체적인 제언도 나오고 있다. 경제 저널리스트인 다카라베 세이치(財部誠一) 씨는 <보이스>(Voice)지(誌) 6월호에 실린 ‘삼성에 지지 않는 일본기업의 신성장전략’이라는 특집에서 삼성의 강점을 분석한 뒤 향후 일본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전략으로서 ‘타이완기업과의 동맹(alliance)’을 제언하고 있다.

지금은 한국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전략을 구사해야 할 시점이다.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최대의 시사점은 과거의 성공체험에 연연한 굳어진 전략원형에서 벗어나 환경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자기혁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성공 패턴이 성숙·쇠퇴하기 전에 새로운 성공 패턴을 창출해 내야 한다. 주력 사업이었던 DRAM 사업을 일본기업에 빼앗기고도 마이크로프로세스, 플랫폼 기업 등으로 거듭나는 인텔의 자기혁신 능력이야말로 기업이 장수하는 비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기업의 분발이 촉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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