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발 재정위기, 악재는 이미 시장에 반영
⊙ 12개국 금리인상, 美ㆍ日ㆍEUㆍ中, 금리인상 소극적
⊙ 부동산 시장, 연말까지 살아나기 어려울 듯
崔聖煥
⊙ 1956년생.
⊙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 12개국 금리인상, 美ㆍ日ㆍEUㆍ中, 금리인상 소극적
⊙ 부동산 시장, 연말까지 살아나기 어려울 듯
崔聖煥
⊙ 1956년생.
⊙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 한국은행은 7월 9일 전격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시작 전 김중수 한은총재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현재 중국의 경제상황은 양호하지만 국내외 경제 환경은 매우 복잡하다.”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7월 5일 언급한 말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작년 하반기부터 두 자릿수로 올라서고 있지만 국내외 걸림돌이 많아 올 하반기 경제는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을 우리 경제에 그대로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도 성장률이 작년 0.2%에서 올해 6% 안팎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7월 초에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등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현재의 경제흐름은 예상보다 좋은 편이지만 앞으로 갈수록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어떤 걸림돌들이 놓여 있을까? 또 걸림돌들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 머피의 법칙처럼 그 같은 걸림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가능성은 없는가?
하반기 우리 경제의 걸림돌로는 모두 10여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먼저 해외요인으로는 유럽 재정위기의 향방,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의 재정긴축과 중국 등의 출구(出口)전략 시행, 미국과 유럽·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더블딥(double-dip·경기가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나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진입 여부, 유가(油價)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향방을 들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7월 9일 전격적으로 금리(金利)를 인상한 한국은행의 향후 행보, 국내 부동산 시장 동향, 원·달러 환율의 하락안정 여부, 천안함 사태의 향후 진행 추이, 6·2지방선거 이후 세종시와 4대강 등 주요 국책사업의 향방, 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 등이 하반기 우리 경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 급한 불은 껐다
그리스발(發) 유럽 재정위기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다 1~2년 사이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유럽 국가들은 일부 소규모 국가를 빼고는 대부분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그로 인한 높은 정부부채에 시달려 왔을 뿐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상황이 더 급속히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상황이 나쁜 그룹이라고 해서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라는 신조어(新造語)가 만들어진 데 이어, 아일랜드를 더해 PIIGS가 되는 등 앞으로 또 어떤 신조어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어떤 새로운 국가가 도마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실제로 헝가리의 재정위기 가능성이 불거져 나오는 등 동(東)유럽국가들 또한 위험군(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더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유럽연합(EU)은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안정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유로화를 풀어서라도 위기국의 국채와 회사채를 사들이겠다는 등의 긴급안정화 조치를 내놓았다. 동시에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일본은행(BOJ) 등과 통화(通貨)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달러 등 외화유동성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끌어다 쓸 수 있는 돈줄까지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최근 들어서도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스페인에 대해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나서는 등 앞으로 여진(餘震)이 없을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발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달리 적어도 어느 나라가 얼마나 적자(赤字)를 내고 그에 따라 부채(負債)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가 투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는 대부분의 악재(惡材)는 이미 시장에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병(病)을 알면서도 끌어안고 가는 형국이 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문제가 터져 나올 때마다 전 세계와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그에 따라 유럽과 세계 경제도 악영향을 받기는 할 것이다.
지난 6월 말 캐나다에서 개최된 제4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주요 선진국들이 2013년까지 자국(自國)의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감축하는 동시에 2016년까지 정부부채비율을 지금보다 낮추는 재정건전화 계획을 채택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제 겨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벗어나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다. 그런데 만약 긴축을 위해 재정지출을 줄인다면 경기가 다시 악화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이에 따라 정상들은 재정긴축에 따른 수요위축이 세계 경제 회복세를 저해하지 않도록 민간수요 창출 등 경제성장과의 조화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결국 재정지출을 줄이자면서도 경기회복세를 꺾지 않는 적절한 선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정상들의 이번 합의가 선언적인 의미만 있을 뿐 실질적인 의미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美ㆍ日ㆍEUㆍ中, 금리인상 소극적
다만 캐나다와 호주 등 일부 국가들의 금리인상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호주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모두 6번이나 금리를 올렸고 캐나다는 G7 국가 중 가장 먼저 지난 6월에 금리를 인상했다. G20 회원국으로는 호주와 캐나다 외에도 인도와 브라질이 각각 2번씩 금리를 올렸다.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금리를 4번 인상했다. 아시아권에서도 7월 9일 금리를 올린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이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총 12개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금리를 인상하는 국가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들 국가들의 경기회복세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므로 전(全) 세계적으로도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금리인상보다는 경기부양이 우선인 상황이고, 중국도 당분간 위안화 절상 추이를 보면서 금리인상은 뒤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급등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서부텍사스유(油)가 배럴당 86달러대까지 올라가면서 그 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강해지는 가운데 신흥국들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및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서 최근에는 배럴당 70달러 초반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IMF의 전망대로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유가 또한 더 이상 하락하기보다는 횡보(橫步)하거나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배럴당 90~100달러대로 치솟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불확실성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이어간다면 성장률이 조금 높아진다고 해서 원유 수요(需要)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블 딥 가능성 낮아
동(銅)이나 알루미늄과 같은 원자재(原資材) 가격 또한 전 세계적인 과잉유동성에다 투기세력 등으로 인해 급등락할 가능성이 있기는 해도 세계 경제를 끌어내릴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상에서 짚어본 해외 요인들을 요약하면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는 해도 세계 경제의 회복세를 크게 저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져 나올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미 드러난 악재들이라면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어느 정도 흡수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예상을 반영한 결과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 수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IMF는 7월 8일 세계 경제 전망을 수정하면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기존의 4.2%에서 4.6%로 올려 잡았다. 유럽 재정위기와 그에 따른 재정긴축과 호주와 캐나다 등 일부 고성장국가의 출구전략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 것이다.
국가별 전망을 보면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3.1%에서 3.3%로 올려 잡았고, 일본의 올해 성장률도 1.9%에서 2.4%로 상향조정했다. 다만 유로존(Euro Zone·유로화를 공동통화로 사용하는 16개국)의 올해 성장률은 1.0%를 유지했다. IMF의 전망을 따른다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의 부진은 이어지겠지만 미국과 일본의 성장세는 더 강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다 중국(올해 성장률 10.0%에서 10.5%로 상향) 등 신흥시장국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세계 경제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대표적인 비관론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와 프린스턴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가 글로벌 더블딥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낮다고 할 수 있다.
한은 금리인상의 의미
국내적 요인 중에서는 한국은행의 행보가 가장 큰 주목을 받을 것이다. 한국은행은 7월 9일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했다. 작년 2월 이후 연 2.0%에서 동결해 오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을 적극적으로 반대해 오던 정부가 최근 들어 금리인상에 동조하는 듯한 입장으로 바뀜에 따라 한국은행이 7월에는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보다 강한 메시지를 내놓은 다음 8월 또는 9월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올해 6%에 가까운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하반기 이후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先制的)으로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린 것이다. IMF와 OECD 등 국제기구들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상향(上向)조정하면서 단계적인 금리인상을 권고하고 나선 것도 힘을 보탰다고 할 수 있다. 특히 IMF가 바로 전날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물론 세계 경제 성장률을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한 것도 금리인상을 가능케 한 동력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1~2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위에서 언급한 대외적(對外的) 불확실성들을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향후 인상 시기와 속도를 조정해 나갈 것이다. 그러니까 불확실한 대외요인들이 잠잠해질 경우 금리인상이 이어지겠지만 불확실한 대외요인들이 현실화될 경우 금리인상을 뒤로 미루는 시나리오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이번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그만큼 우리 경제의 체력에 대한 신뢰감의 표현이라는 점이다. 통상 금리가 전격적으로 인상되면 주가(株價)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지만 금리를 인상한 9일 코스피지수(指數)는 24.37포인트(1.4%)나 올랐다. 뉴욕증시에 상장(上場)된 한국기업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을 우리 경제의 회복세와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신뢰 또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한 차례의 금리인상, 그것도 0.25%포인트의 인상이 금융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은 물론 실물(實物)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상의 의미는 물가불안에 대응한 선제적 조치라는 점 외에도 앞으로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early warning signal)’로서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연말까지 살아나기 어려울 듯
이와 관련해서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거래가 활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대출금리 등의 영향으로 증가규모가 확대되었다”고 언급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2조5000억원이나 늘어나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초(超)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일단 돈을 빌리고 보자는 식의 행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한은이 이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을 통해 부채가 많은 개인이나 기업들에 부채를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명확하다.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간다면 그만큼 이자(利子) 부담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국 주택을 팔려고 내놓거나 전세(傳貰)를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안 팔리면 헐값에 팔거나 최악의 경우 경매(競買)에 넘겨지는 것이다.
안 그래도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가계(家計)에 이번 금리인상은 악재임이 분명하다. 물론 앞서 언급한 대로 1~2차례의 금리인상이 주는 실질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으면 그 영향이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이를 잘 알고 있을 한국은행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주택수요가 플러스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다 올해 들어서는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두고 2007년에 대량으로 사업승인을 받은 아파트(55만6000가구)의 입주(入住)폭탄을 맞고 있어서 내년 초까지 집값은 약세(弱勢)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월간조선 2010년 7월호 ‘최성환의 경제포커스’ 참조).
이처럼 집값의 하락이 장기간 계속되면 소비의 위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가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새 아파트의 입주는 다가오는데 현재 사는 집이 팔리지도, 전세도 나가지 않는 경우라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새 아파트의 분양대금을 내 돈으로 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출을 받아서 냈다면 이자 부담은 부담대로 쌓여가면서 소비를 옥죄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금리가 올라가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의 완화가 없다면 연말까지 부동산 시장은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요즘처럼 미분양이 쌓이고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할 경우 건설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이사와 관련된 이삿짐센터, 인테리어업체, 가구 및 가전(家電)업체 등도 덩달아 부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특히 건설의 경우 고용효과가 큰 업종일 뿐 아니라 이사와 관련된 분야에서도 적잖은 고용효과를 잃어버린다는 점에서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달러 환율 1110~1130원대 예상
하반기 원·달러 환율의 향방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최근 달러당 1200원을 오르내리고 있는 환율이 과연 연말에는 어디까지 떨어질까?
주요 연구기관과 은행들의 예측을 종합해 보면, 연말에는 환율이 달러당 1050~1080원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번 급하게 뛰어오른 환율이 내릴 때는 천천히 내려오는 비(非)대칭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다 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 등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환율이 하락세로 가는 것은 맞지만 사태가 터질 때마다 환율이 뛰어오르면서 하락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평균 환율도 올 상반기 1154원에서 하반기에는 1100원 안팎으로 낮아지면서 연평균으로는 1110~1130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작년 평균 환율 1276원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지는 것이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의 예상치 1180~1190원대에 비해서는 최고 50원 이상 높아지는 것이다. 환율의 고공비행 또는 느린 하락은 수출기업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수입기업과 일반서민들에게는 원가(原價) 및 물가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외에도 하반기 경제에 영향을 미칠 국내적 요인으로는 건설회사 등 한계업종 또는 기업의 구조조정,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관련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 천안함 사태의 향후 진행 추이, 6·2지방선거 이후 세종시와 4대강 등 주요 국책사업의 향방, 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 등을 들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 지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과 조선업 등 한계업종과 저축은행 등에 대한 구조조정은 난제(難題) 중의 난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이어간다면 후유증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회복세가 주춤거린다면 구조조정도 그만큼 어려워지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 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필요
천안함 사태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물론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은 건설 및 토목 분야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도 영향이지만 여야(與野) 간 또는 이해(利害)단체 간의 정치적 소모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11월로 예상돼 있는 G20 서울 정상회의의 경우 인프라 건설 등이 요구되는 호재(好材)는 아니지만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국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이들 불확실성 요인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경우도 적잖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특히 해외 불안 요인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국내적 불안 요인들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전략과 대응방안을 짜고 그에 따라 보다 적극적이면서도 신속한 처방과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7월 5일 언급한 말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작년 하반기부터 두 자릿수로 올라서고 있지만 국내외 걸림돌이 많아 올 하반기 경제는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을 우리 경제에 그대로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도 성장률이 작년 0.2%에서 올해 6% 안팎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7월 초에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등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현재의 경제흐름은 예상보다 좋은 편이지만 앞으로 갈수록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어떤 걸림돌들이 놓여 있을까? 또 걸림돌들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 머피의 법칙처럼 그 같은 걸림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가능성은 없는가?
하반기 우리 경제의 걸림돌로는 모두 10여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먼저 해외요인으로는 유럽 재정위기의 향방,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의 재정긴축과 중국 등의 출구(出口)전략 시행, 미국과 유럽·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더블딥(double-dip·경기가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나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진입 여부, 유가(油價)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향방을 들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7월 9일 전격적으로 금리(金利)를 인상한 한국은행의 향후 행보, 국내 부동산 시장 동향, 원·달러 환율의 하락안정 여부, 천안함 사태의 향후 진행 추이, 6·2지방선거 이후 세종시와 4대강 등 주요 국책사업의 향방, 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 등이 하반기 우리 경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 급한 불은 껐다
그리스발(發) 유럽 재정위기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다 1~2년 사이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유럽 국가들은 일부 소규모 국가를 빼고는 대부분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그로 인한 높은 정부부채에 시달려 왔을 뿐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상황이 더 급속히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상황이 나쁜 그룹이라고 해서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라는 신조어(新造語)가 만들어진 데 이어, 아일랜드를 더해 PIIGS가 되는 등 앞으로 또 어떤 신조어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어떤 새로운 국가가 도마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실제로 헝가리의 재정위기 가능성이 불거져 나오는 등 동(東)유럽국가들 또한 위험군(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더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유럽연합(EU)은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안정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유로화를 풀어서라도 위기국의 국채와 회사채를 사들이겠다는 등의 긴급안정화 조치를 내놓았다. 동시에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일본은행(BOJ) 등과 통화(通貨)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달러 등 외화유동성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끌어다 쓸 수 있는 돈줄까지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최근 들어서도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스페인에 대해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나서는 등 앞으로 여진(餘震)이 없을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발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달리 적어도 어느 나라가 얼마나 적자(赤字)를 내고 그에 따라 부채(負債)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가 투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는 대부분의 악재(惡材)는 이미 시장에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병(病)을 알면서도 끌어안고 가는 형국이 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문제가 터져 나올 때마다 전 세계와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그에 따라 유럽과 세계 경제도 악영향을 받기는 할 것이다.
지난 6월 말 캐나다에서 개최된 제4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주요 선진국들이 2013년까지 자국(自國)의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감축하는 동시에 2016년까지 정부부채비율을 지금보다 낮추는 재정건전화 계획을 채택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제 겨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벗어나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다. 그런데 만약 긴축을 위해 재정지출을 줄인다면 경기가 다시 악화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이에 따라 정상들은 재정긴축에 따른 수요위축이 세계 경제 회복세를 저해하지 않도록 민간수요 창출 등 경제성장과의 조화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결국 재정지출을 줄이자면서도 경기회복세를 꺾지 않는 적절한 선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정상들의 이번 합의가 선언적인 의미만 있을 뿐 실질적인 의미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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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정상회의는 재정건전화계획을 채택했지만, 실질적 의미는 거의 없다. |
美ㆍ日ㆍEUㆍ中, 금리인상 소극적
다만 캐나다와 호주 등 일부 국가들의 금리인상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호주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모두 6번이나 금리를 올렸고 캐나다는 G7 국가 중 가장 먼저 지난 6월에 금리를 인상했다. G20 회원국으로는 호주와 캐나다 외에도 인도와 브라질이 각각 2번씩 금리를 올렸다.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금리를 4번 인상했다. 아시아권에서도 7월 9일 금리를 올린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이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총 12개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금리를 인상하는 국가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들 국가들의 경기회복세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므로 전(全) 세계적으로도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금리인상보다는 경기부양이 우선인 상황이고, 중국도 당분간 위안화 절상 추이를 보면서 금리인상은 뒤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급등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서부텍사스유(油)가 배럴당 86달러대까지 올라가면서 그 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강해지는 가운데 신흥국들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및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서 최근에는 배럴당 70달러 초반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IMF의 전망대로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유가 또한 더 이상 하락하기보다는 횡보(橫步)하거나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배럴당 90~100달러대로 치솟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불확실성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이어간다면 성장률이 조금 높아진다고 해서 원유 수요(需要)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블 딥 가능성 낮아
동(銅)이나 알루미늄과 같은 원자재(原資材) 가격 또한 전 세계적인 과잉유동성에다 투기세력 등으로 인해 급등락할 가능성이 있기는 해도 세계 경제를 끌어내릴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상에서 짚어본 해외 요인들을 요약하면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는 해도 세계 경제의 회복세를 크게 저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져 나올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미 드러난 악재들이라면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어느 정도 흡수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예상을 반영한 결과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 수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IMF는 7월 8일 세계 경제 전망을 수정하면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기존의 4.2%에서 4.6%로 올려 잡았다. 유럽 재정위기와 그에 따른 재정긴축과 호주와 캐나다 등 일부 고성장국가의 출구전략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 것이다.
국가별 전망을 보면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3.1%에서 3.3%로 올려 잡았고, 일본의 올해 성장률도 1.9%에서 2.4%로 상향조정했다. 다만 유로존(Euro Zone·유로화를 공동통화로 사용하는 16개국)의 올해 성장률은 1.0%를 유지했다. IMF의 전망을 따른다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의 부진은 이어지겠지만 미국과 일본의 성장세는 더 강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다 중국(올해 성장률 10.0%에서 10.5%로 상향) 등 신흥시장국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세계 경제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대표적인 비관론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와 프린스턴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가 글로벌 더블딥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낮다고 할 수 있다.
한은 금리인상의 의미
국내적 요인 중에서는 한국은행의 행보가 가장 큰 주목을 받을 것이다. 한국은행은 7월 9일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했다. 작년 2월 이후 연 2.0%에서 동결해 오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을 적극적으로 반대해 오던 정부가 최근 들어 금리인상에 동조하는 듯한 입장으로 바뀜에 따라 한국은행이 7월에는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보다 강한 메시지를 내놓은 다음 8월 또는 9월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올해 6%에 가까운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하반기 이후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先制的)으로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린 것이다. IMF와 OECD 등 국제기구들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상향(上向)조정하면서 단계적인 금리인상을 권고하고 나선 것도 힘을 보탰다고 할 수 있다. 특히 IMF가 바로 전날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물론 세계 경제 성장률을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한 것도 금리인상을 가능케 한 동력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1~2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위에서 언급한 대외적(對外的) 불확실성들을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향후 인상 시기와 속도를 조정해 나갈 것이다. 그러니까 불확실한 대외요인들이 잠잠해질 경우 금리인상이 이어지겠지만 불확실한 대외요인들이 현실화될 경우 금리인상을 뒤로 미루는 시나리오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이번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그만큼 우리 경제의 체력에 대한 신뢰감의 표현이라는 점이다. 통상 금리가 전격적으로 인상되면 주가(株價)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지만 금리를 인상한 9일 코스피지수(指數)는 24.37포인트(1.4%)나 올랐다. 뉴욕증시에 상장(上場)된 한국기업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을 우리 경제의 회복세와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신뢰 또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한 차례의 금리인상, 그것도 0.25%포인트의 인상이 금융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은 물론 실물(實物)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상의 의미는 물가불안에 대응한 선제적 조치라는 점 외에도 앞으로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early warning signal)’로서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연말까지 살아나기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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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에도 부동산 시장은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천에 새로 생긴 한 대규모 아파트단지. 입주자가 적어 한산하다. |
지난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2조5000억원이나 늘어나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초(超)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일단 돈을 빌리고 보자는 식의 행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한은이 이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을 통해 부채가 많은 개인이나 기업들에 부채를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명확하다.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간다면 그만큼 이자(利子) 부담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국 주택을 팔려고 내놓거나 전세(傳貰)를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안 팔리면 헐값에 팔거나 최악의 경우 경매(競買)에 넘겨지는 것이다.
안 그래도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가계(家計)에 이번 금리인상은 악재임이 분명하다. 물론 앞서 언급한 대로 1~2차례의 금리인상이 주는 실질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으면 그 영향이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이를 잘 알고 있을 한국은행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주택수요가 플러스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다 올해 들어서는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두고 2007년에 대량으로 사업승인을 받은 아파트(55만6000가구)의 입주(入住)폭탄을 맞고 있어서 내년 초까지 집값은 약세(弱勢)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월간조선 2010년 7월호 ‘최성환의 경제포커스’ 참조).
이처럼 집값의 하락이 장기간 계속되면 소비의 위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가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새 아파트의 입주는 다가오는데 현재 사는 집이 팔리지도, 전세도 나가지 않는 경우라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새 아파트의 분양대금을 내 돈으로 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출을 받아서 냈다면 이자 부담은 부담대로 쌓여가면서 소비를 옥죄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금리가 올라가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의 완화가 없다면 연말까지 부동산 시장은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요즘처럼 미분양이 쌓이고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할 경우 건설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이사와 관련된 이삿짐센터, 인테리어업체, 가구 및 가전(家電)업체 등도 덩달아 부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특히 건설의 경우 고용효과가 큰 업종일 뿐 아니라 이사와 관련된 분야에서도 적잖은 고용효과를 잃어버린다는 점에서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달러 환율 1110~1130원대 예상
하반기 원·달러 환율의 향방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최근 달러당 1200원을 오르내리고 있는 환율이 과연 연말에는 어디까지 떨어질까?
주요 연구기관과 은행들의 예측을 종합해 보면, 연말에는 환율이 달러당 1050~1080원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번 급하게 뛰어오른 환율이 내릴 때는 천천히 내려오는 비(非)대칭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다 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 등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환율이 하락세로 가는 것은 맞지만 사태가 터질 때마다 환율이 뛰어오르면서 하락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평균 환율도 올 상반기 1154원에서 하반기에는 1100원 안팎으로 낮아지면서 연평균으로는 1110~1130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작년 평균 환율 1276원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지는 것이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의 예상치 1180~1190원대에 비해서는 최고 50원 이상 높아지는 것이다. 환율의 고공비행 또는 느린 하락은 수출기업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수입기업과 일반서민들에게는 원가(原價) 및 물가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외에도 하반기 경제에 영향을 미칠 국내적 요인으로는 건설회사 등 한계업종 또는 기업의 구조조정,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관련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 천안함 사태의 향후 진행 추이, 6·2지방선거 이후 세종시와 4대강 등 주요 국책사업의 향방, 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 등을 들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 지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과 조선업 등 한계업종과 저축은행 등에 대한 구조조정은 난제(難題) 중의 난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이어간다면 후유증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회복세가 주춤거린다면 구조조정도 그만큼 어려워지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 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필요
천안함 사태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물론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은 건설 및 토목 분야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도 영향이지만 여야(與野) 간 또는 이해(利害)단체 간의 정치적 소모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11월로 예상돼 있는 G20 서울 정상회의의 경우 인프라 건설 등이 요구되는 호재(好材)는 아니지만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국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이들 불확실성 요인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경우도 적잖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특히 해외 불안 요인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국내적 불안 요인들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전략과 대응방안을 짜고 그에 따라 보다 적극적이면서도 신속한 처방과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