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 2년 만에 나랏빚 6배 돼
⊙ 국가재정법, 공공기관의 운용에 관한 법률,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국회 통과
⊙ 예결위 상설화, 국정감사 개선 필요
安鍾範
⊙ 1959년 출생.
⊙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美 위스콘신대 매디슨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 서울시립대 교수, 성균관대 교수, 세제발전심의위원 역임. 現 공적자금관리위 민간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 역임.
⊙ 국가재정법, 공공기관의 운용에 관한 법률,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국회 통과
⊙ 예결위 상설화, 국정감사 개선 필요
安鍾範
⊙ 1959년 출생.
⊙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美 위스콘신대 매디슨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 서울시립대 교수, 성균관대 교수, 세제발전심의위원 역임. 現 공적자금관리위 민간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 역임.
- 수자원공사가 정부를 대행해 사업을 진행 중인 4대강 살리기 공사현장. 공기업의 정부 사업 대행은 공기업 부채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나라살림을 걱정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1997년 외환(外換)위기 이후부터일 것이다. 늘 세입(歲入) 내 세출(歲出)의 기조로 재정을 운용하던 우리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赤字)가 발생했고, 국가채무도 급격히 늘어났다. 그로부터 10년 후 글로벌금융위기가 발생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규모의 재정자금이 투입됐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도 GDP 대비 30%를 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살림에 대한 걱정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에 더 무게가 실렸다. 이러한 기조는 금년 들어 외부로부터 온 충격에 의해 하루아침에 바뀌기 시작했다.
첫 번째 외부충격은 남유럽발(發) 재정위기이다.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국가들이 EU의 재정준칙(재정적자 3%, 국가채무비율 60% 상한)을 준수하지 못해 시정조치를 당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을 계속해서 크게 낮추었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 2009년 말 기준으로 국가부채는 GDP 대비 113%, 재정적자는 GDP 대비 12.7%에 달했다.
두 번째 외부충격은 지난 3월,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공(公)기업 부채(負債)가 우려할 만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외국기관이 처음으로 우리나라 국가채무수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당시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채무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선진국의 경우 공기업이 정부를 대행(代行)해 대형 국책(國策)공사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지적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33.8%
이 두 번의 외부충격 때문에 국민들은 나라살림과 나랏빚에 대해 본격적으로 우려하게 됐다. 그 결과 정부는 2011년 예산편성지침을 발표하면서 향후 재정운용의 초점을 재정건전성회복과 국가채무관리에 맞추었다. 국회도 금년 들어와서 재정규율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나랏빚 상황은 어떠한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가채무는 김대중(金大中) 정부와 노무현(盧武鉉) 정부를 거치면서 각각 2배와 5배가 되었고, 이제 이명박(李明博) 정부 2년 만에 6배가 되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의 경우 1997년 12.3%에서 2009년 33.8%로 거의 3배 증가했다. 특히, 글로벌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2009년 한해만 국가채무가 56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적자성(赤字性) 채무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큰 문제이다. 2003년까지 적자성 채무가 60조원으로 총 국가채무의 36.2% 수준이던 것이 2009년에는 168조3000억원으로 총 국가채무의 46.1%로 늘어났다. 2010년 예산 기준으로 국가채무 407조2000억원 중 적자성 채무는 196조2000억원으로 국가채무의 48.2%를 차지한다.
나랏빚은 국제기준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러 유형의 국가채무를 합산해서 얼마라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나랏빚이 어디에 얼마나 있고, 얼마나 빨리 늘어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빚을 어떻게 관리하고 줄여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 국민들이 지게 될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유형별 국가채무를 모두 공개하면 국제신용등급에 불리할 것이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유형별로 국가채무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 더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공기업 부채 212조원
국제기준으로는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지만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부채는 공기업 부채와 연금부채(年金負債) 그리고 임대형 민자사업(BTL) 등이 있다.
22개 주요 공기업 부채는 2009년 기준으로 212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前年) 대비 20.6% 증가한 것으로 증가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이들 공기업은 선진국들의 공기업과는 달리 정부사업을 대행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건설비를 충당해야 하는 통행료를 정부지침에 따라 올려 받을 수 없어서 부채를 지게 된다. 한전(韓電)은 유가(油價)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올릴 수 없어서 부채를 지게 된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과 같은 정부사업을 대행하다가 부채를 지게 된다.
따라서 공기업 부채 중에서 정부사업대행으로 발생한 부분이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작업을 미리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공기업이 파산하거나 공기업 부채를 세금을 거두어서 메워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공기업 부채 전부를 국민이 떠안아야 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공기업 부채의 귀책(歸責)사유를 명확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공기업으로 하여금 스스로 재무구조 건전화를 위한 경영개선노력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와 여당 스스로도 나랏빚을 공기업으로 넘기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의 재정건전화 법안 국회 통과
여러 유형의 부채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앞으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저출산ㆍ고령화(低出産ㆍ高齡化)에 따른 재정소요의 급증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통일 후 막대한 재정투입의 필요성이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지방정부의 재정상황도 국가 전체의 재정부담 증대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2010년은 향후 30년간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운영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원년(元年)이 되어야 한다.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서 재정규율(fiscal discipline)의 확립과 이를 위한 재정준칙(fiscal rules) 마련이 중요하다.
재정준칙은 재정지출, 재정수지, 국가채무 등 총량적인 재정지표에 대해 일정한 목표치를 정하고 이에 대한 법제화 등 일정한 구속력을 갖도록 하는 재정정책을 의미한다. 1970~80년대 재정적자를 경험한 유럽 각국은 재정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을 도입ㆍ시행한 바 있다. 2009년 현재 80개국(21개 선진국, 33개 개도국, 26개 빈곤국)이 국내 입법 또는 국가 간 협약의 형태로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재정준칙은 왜곡된 단기적 재정운용(선거를 위한 지출증가, 세금인하 등)을 통제하여 중ㆍ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경제적 충격에 대응한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제약하는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조속히 재정건전성을 회복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ㆍ재정 여건을 보면 앞으로 재정건전성 확보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근래에는 ‘잠재경상(經常)GDP 증가율 -2%’ 정도로 총지출 증가를 통제하여 2013년까지 경제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생된 국가채무의 50% 정도를 감축하고, 구조적 재정수지는 약 78% 수준을 개선하는 재정운용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주목할 것은 4월 28일 한나라당 김성식(金成植) 의원이 대표 발의(發議)한 3개 재정건전화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들 3개 법안은 국가재정법, 공공기관의 운용에 관한 법률,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다.
이 중에서도 2006년 제정된 국가재정법의 개정은 재정규율의 확립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이다.
자산 2조원 이상 공기업은 5년 이상 재무관리계획 제출해야
첫째,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대한 실효성과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한 것이다.
종래에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단순한 전망 위주로 제출됐으나, 앞으로 전망은 물론 그 근거와 관리계획까지 상세히 밝혀야 한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의 국회 제출 전 재정규모, 재정수지, 재원배분 등 수립방향을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하고, 수정예산안 및 추가경정예산안 제출 시에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미치는 효과 및 관리방안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아울러 전년도 국가재정운용계획 대비 변동사항 및 변동요인에 대한 평가ㆍ분석보고서도 제출하도록 했다.
둘째, 국회가 국가재정 운용 및 부담에 대해 충실하게 심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재정위험에 대한 포괄적ㆍ체계적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특히, 총지출을 의무지출과 재량(裁量)지출로 구분(2012년부터 시행)하도록 함으로써 재정건전성 관리의 핵심기능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총수입은 세입ㆍ세외수입ㆍ기금수입 등으로 구분해 작성토록 하고, 총지출을 법정지출ㆍ이자지출 등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구분해 재정의 경직성 정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연금ㆍ보험성 기금 등 주요 기금의 5년 이상 중장기 재정관리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5년 이상의 국가채무관리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나아가 재정위험요인에 대해 국회 보고의무를 강화했다. 즉 자산 2조원 이상 공기업 및 준(準)정부기관의 5년 이상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임대형 민자사업(BTL) 정부지급금에 대한 추계(推計) 및 평가ㆍ분석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고, 국가보증채무의 현황과 향후 관리계획을 골자로 한 국가보증채무관리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번에 통과된 재정건전화 법안은 앞으로 재정건전성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들 법개정이 재정건전성 확보의 필요충분조건이 되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법을 지키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지금도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마련된 법조항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매년 습관적으로 추경 편성해선 안 돼
첫째, 예산안 의결의 법정시한을 준수하지 않는다. 헌법 제54조 제2항에 명시된 바와 같이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함에도, 국회가 헌법이 명시한 이 시한을 지킨 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법 무시 풍조가 팽배해 있다. 심지어 회계연도가 시작된 1월에 의결한 적도 있다. 따라서 예산안을 가지고 그 어떤 정치공방이나 협상을 할 수 없도록 하고, 나아가 예결위에서의 예산안 심의는 중단될 수 없도록 규정을 제정할 필요가 있을 정도이다.
둘째, 국가재정법에 명시돼 있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건과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매년 추경을 편성하고 있다. “매년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이라는 상황 때문에 추경편성을 했다”고 하지만, 호황기에도 매년 빠짐없이 추경편성을 했다.
셋째, 국가재정법 제88조에 명시돼 있는 국세감면 비율의 제한 조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3년간 평균 국세 감면 비율에 0.5%를 더한 한도를 설정한 뒤 이를 초과할 경우 감면 축소 계획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한 조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 감면 실적이 2008년에는 1%포인트, 2009년에는 0.7%포인트 초과했음에도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들 사례를 교훈 삼아 이번 법개정을 계기로 이처럼 아무리 좋은 법도 지켜야 된다는 신념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법개정보다 중요한 것은 이의 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건전화를 위한 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자.
첫째,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해 이를 중심으로 매년도 재정운용을 하고 조정하여야 한다. 즉 중기재정수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출준칙을 마련하여 단년도 예산편성 시 준수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보수적인 경제전망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경제전망에 기초하여 수립된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낙관적 총수입 전망에 따라 재정수지를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장기 재정전망에 근거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현재 향후 5년간의 재정계획을 담고 있으며, 장기 전망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향후 국가재정운용계획은 고령화, 남북관계 등 미래 재정 위험을 반영하여, 미국ㆍ영국 등과 같이 10~30년 이상의 장기 재정전망에 근거하여 재정목표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분야별 장기발전 및 재정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지출축소가 정치적으로 힘든 복지, 중소기업, 농어촌, 교육, 국방 등의 분야에 대한 장기발전계획에 기초한 재정계획 수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복지지출의 경우 매년 높은 증가율로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복지지출 증가폭과 세부담 증가폭에 대해 국민들에게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 이를 기초로 2050년까지 복지지출의 증대계획을 수립하여 국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복지지출을 늘려나가는 계획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비용 추계 없는 ‘무책임’ 의원입법 막아야
둘째, 예산결정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2005년부터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는 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top-down system)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총액배분자율편성을 국회에서 심의하는 단계에서 정부부처에 상응하는 상임위원회별로 총액을 조정한 뒤, 이를 기초로 상임위별 부처 예산을 검토하여 본격적인 예산심의 과정에서 기초자료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예산결정과정의 개선을 위해서는 재정수반법률에 대한 예결위 사전협의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입법안이 국회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크게 변질되어 추가적인 재정부담을 야기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의원입법의 경우, 관련 국회규칙이 제정되지 않아 재정수반 법률에 대해 예산결산위원회의 협의 없이 상임위 단독으로 심사하는 바람에 추가 재정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국회법(제79조의2)상 의원입법안도 법안비용추계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으나, 2009년의 경우 33.4%만 비용추계서를 첨부(3680건 중 1229건)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예산결정과정을 보면, 우리의 경우 재정건전성 확보에 얼마나 한계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은 상원과 하원 모두에 예산위원회(budget committee)를 두어 예산총량과 상임위별 배정 예산규모를 결정한 뒤, 이를 각 상임위에 전달한다. 그러면 상임위는 사업인준위원회(authorization committee)가 되어 이미 배정된 상임위 예산한도 내에서 개별사업에 대해 인준한다. 한편, 이렇게 상임위별로 인준된 예산은 다시 한 번 상ㆍ하원별로 지출승인위원회(appropriation committee)에서 최종적으로 점검을 받은 뒤 확정된다. 미국 정도는 아니더라도 재정수반법률안에 대한 ‘예결위 사전협의제도’를 완비해서 상임위에서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정부가 9개월간 만든 예산을 50명이 한 달에 심의하는 것은 불가능
셋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해야 한다. 예결위는 예산안과 결산 심의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위원회이다. 국회가 갖고 있는, 헌법 제54조에 의한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권한과 헌법 제99조와 국가재정법 제61조에 의한 결산안을 심의·확정하는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위원회인 것이다.
현재 예산결산위원회는 상설화되어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9월에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까지 장장 9개월 동안 수많은 정부 전문인력이 동원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심의는 한 달도 안되는 기간에 50명의 예결위원이 해야 한다.
더구나 예결위는 특별위원회이기 때문에 소속 의원들이 평상시에는 각자의 상임위 활동을 우선시하고 있다. 때문에 예산심의에 투입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금처럼 여야의원들이 임기 내에 예결위원을 돌아가면서 하는 것은 전문성뿐만 아니라 책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의원들이 국가재정보다 지역구 예산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하에서 책임성 있는 예산심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예결위를 상임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예결위를 상임위화함과 동시에 예결위원을 비례대표의원 중심으로 구성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예결위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예결위 활동의 지침(manual)을 만들 필요가 있다. 즉 각종 예산사업에 대한 심의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기존 사업의 평가결과의 해석과 이를 예산심의에 반영하는 방법 등에 이르는 모든 절차에서의 활동지침을 만드는 것이다.
넷째, 결산심사를 강화하고 국정감사(國政監査)를 개선해야 한다. 매년 가을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결산심사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지극히 낮다. 결국 이러한 무관심 속에서 결산심사는 매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계속사업의 경우 결산심사가 제 기능을 못함으로써 예산심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결산심사의 대폭 강화가 필요하다. 상설화되어 있는 예결위를 제대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도, 결산심사를 위한 계속사업에 대한 수시 점검과 사후평가가 필요하다.
국정감사가 부활한 지 이제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감사원·총리실·국회 예결위 등 평가기관 연계관리 필수
국정감사를 제대로 하기에는 시간과 능력이 부족하다. 법으로 국정감사는 20일만 하도록 되어 있지만, 피감(被監)기관으로 선정된 곳이 478개에 달해 이틀에 세 기관을 소화해야 할 정도이다. 또한 기관마다 자료요청을 한 뒤 자료가 오면 이를 분석해서 질문요지를 만드는 작업을 하기에는, 피감기관에 비해 정보나 전문성이 부족한 국회의원으로서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상임위별로 상시(常時)로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질의하고 따지는 ‘상시 국감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만일 상시화가 단기적으로 어렵다면, 국감시기라도 앞당겨서 1~8월 중 실시하고, 국감기간도 현재의 20일보다 늘려야 한다.
이처럼 국감시기를 앞당기게 되면 9월에 있을 결산심사에 여러 귀중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음 해 예산심의 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지출효율성(cost-effectiveness) 극대화를 위해 사전·사후평가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살림살이를 줄이기 전에 낭비부터 줄이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중복된 평가체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감사원, 기획재정부, 국무총리실, 국회예산결산위원회, 국회예산정책처, 공기업평가단, 기금평가단 등 난립한 평가기관들의 평가를 연계하여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평가결과를 예산심의에 반영되도록 하는 환류체제(還流體制ㆍfeedback system)의 확립이 필요하다. 지속적이고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재정사업평가를 위해서는 국회에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재정건전성 확보는 우리만의 과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과제다. 우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재정상황이 양호하다는 안도감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지금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과감하고도 체계적인 제도개선과 집행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살림에 대한 걱정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에 더 무게가 실렸다. 이러한 기조는 금년 들어 외부로부터 온 충격에 의해 하루아침에 바뀌기 시작했다.
첫 번째 외부충격은 남유럽발(發) 재정위기이다.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국가들이 EU의 재정준칙(재정적자 3%, 국가채무비율 60% 상한)을 준수하지 못해 시정조치를 당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을 계속해서 크게 낮추었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 2009년 말 기준으로 국가부채는 GDP 대비 113%, 재정적자는 GDP 대비 12.7%에 달했다.
두 번째 외부충격은 지난 3월,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공(公)기업 부채(負債)가 우려할 만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외국기관이 처음으로 우리나라 국가채무수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당시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채무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선진국의 경우 공기업이 정부를 대행(代行)해 대형 국책(國策)공사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지적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33.8%
이 두 번의 외부충격 때문에 국민들은 나라살림과 나랏빚에 대해 본격적으로 우려하게 됐다. 그 결과 정부는 2011년 예산편성지침을 발표하면서 향후 재정운용의 초점을 재정건전성회복과 국가채무관리에 맞추었다. 국회도 금년 들어와서 재정규율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나랏빚 상황은 어떠한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가채무는 김대중(金大中) 정부와 노무현(盧武鉉) 정부를 거치면서 각각 2배와 5배가 되었고, 이제 이명박(李明博) 정부 2년 만에 6배가 되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의 경우 1997년 12.3%에서 2009년 33.8%로 거의 3배 증가했다. 특히, 글로벌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2009년 한해만 국가채무가 56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적자성(赤字性) 채무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큰 문제이다. 2003년까지 적자성 채무가 60조원으로 총 국가채무의 36.2% 수준이던 것이 2009년에는 168조3000억원으로 총 국가채무의 46.1%로 늘어났다. 2010년 예산 기준으로 국가채무 407조2000억원 중 적자성 채무는 196조2000억원으로 국가채무의 48.2%를 차지한다.
나랏빚은 국제기준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러 유형의 국가채무를 합산해서 얼마라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나랏빚이 어디에 얼마나 있고, 얼마나 빨리 늘어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빚을 어떻게 관리하고 줄여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 국민들이 지게 될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유형별 국가채무를 모두 공개하면 국제신용등급에 불리할 것이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유형별로 국가채무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 더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공기업 부채 212조원
국제기준으로는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지만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부채는 공기업 부채와 연금부채(年金負債) 그리고 임대형 민자사업(BTL) 등이 있다.
22개 주요 공기업 부채는 2009년 기준으로 212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前年) 대비 20.6% 증가한 것으로 증가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이들 공기업은 선진국들의 공기업과는 달리 정부사업을 대행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건설비를 충당해야 하는 통행료를 정부지침에 따라 올려 받을 수 없어서 부채를 지게 된다. 한전(韓電)은 유가(油價)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올릴 수 없어서 부채를 지게 된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과 같은 정부사업을 대행하다가 부채를 지게 된다.
따라서 공기업 부채 중에서 정부사업대행으로 발생한 부분이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작업을 미리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공기업이 파산하거나 공기업 부채를 세금을 거두어서 메워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공기업 부채 전부를 국민이 떠안아야 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공기업 부채의 귀책(歸責)사유를 명확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공기업으로 하여금 스스로 재무구조 건전화를 위한 경영개선노력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와 여당 스스로도 나랏빚을 공기업으로 넘기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의 재정건전화 법안 국회 통과
 |
| 재정건전화 법안을 발의, 통과시킨 김성식 의원. |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저출산ㆍ고령화(低出産ㆍ高齡化)에 따른 재정소요의 급증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통일 후 막대한 재정투입의 필요성이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지방정부의 재정상황도 국가 전체의 재정부담 증대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2010년은 향후 30년간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운영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원년(元年)이 되어야 한다.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서 재정규율(fiscal discipline)의 확립과 이를 위한 재정준칙(fiscal rules) 마련이 중요하다.
재정준칙은 재정지출, 재정수지, 국가채무 등 총량적인 재정지표에 대해 일정한 목표치를 정하고 이에 대한 법제화 등 일정한 구속력을 갖도록 하는 재정정책을 의미한다. 1970~80년대 재정적자를 경험한 유럽 각국은 재정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을 도입ㆍ시행한 바 있다. 2009년 현재 80개국(21개 선진국, 33개 개도국, 26개 빈곤국)이 국내 입법 또는 국가 간 협약의 형태로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재정준칙은 왜곡된 단기적 재정운용(선거를 위한 지출증가, 세금인하 등)을 통제하여 중ㆍ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경제적 충격에 대응한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제약하는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조속히 재정건전성을 회복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ㆍ재정 여건을 보면 앞으로 재정건전성 확보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근래에는 ‘잠재경상(經常)GDP 증가율 -2%’ 정도로 총지출 증가를 통제하여 2013년까지 경제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생된 국가채무의 50% 정도를 감축하고, 구조적 재정수지는 약 78% 수준을 개선하는 재정운용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주목할 것은 4월 28일 한나라당 김성식(金成植) 의원이 대표 발의(發議)한 3개 재정건전화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들 3개 법안은 국가재정법, 공공기관의 운용에 관한 법률,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다.
이 중에서도 2006년 제정된 국가재정법의 개정은 재정규율의 확립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이다.
자산 2조원 이상 공기업은 5년 이상 재무관리계획 제출해야
첫째,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대한 실효성과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한 것이다.
종래에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단순한 전망 위주로 제출됐으나, 앞으로 전망은 물론 그 근거와 관리계획까지 상세히 밝혀야 한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의 국회 제출 전 재정규모, 재정수지, 재원배분 등 수립방향을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하고, 수정예산안 및 추가경정예산안 제출 시에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미치는 효과 및 관리방안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아울러 전년도 국가재정운용계획 대비 변동사항 및 변동요인에 대한 평가ㆍ분석보고서도 제출하도록 했다.
둘째, 국회가 국가재정 운용 및 부담에 대해 충실하게 심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재정위험에 대한 포괄적ㆍ체계적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특히, 총지출을 의무지출과 재량(裁量)지출로 구분(2012년부터 시행)하도록 함으로써 재정건전성 관리의 핵심기능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총수입은 세입ㆍ세외수입ㆍ기금수입 등으로 구분해 작성토록 하고, 총지출을 법정지출ㆍ이자지출 등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구분해 재정의 경직성 정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연금ㆍ보험성 기금 등 주요 기금의 5년 이상 중장기 재정관리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5년 이상의 국가채무관리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나아가 재정위험요인에 대해 국회 보고의무를 강화했다. 즉 자산 2조원 이상 공기업 및 준(準)정부기관의 5년 이상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임대형 민자사업(BTL) 정부지급금에 대한 추계(推計) 및 평가ㆍ분석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고, 국가보증채무의 현황과 향후 관리계획을 골자로 한 국가보증채무관리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번에 통과된 재정건전화 법안은 앞으로 재정건전성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들 법개정이 재정건전성 확보의 필요충분조건이 되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법을 지키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지금도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마련된 법조항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매년 습관적으로 추경 편성해선 안 돼
첫째, 예산안 의결의 법정시한을 준수하지 않는다. 헌법 제54조 제2항에 명시된 바와 같이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함에도, 국회가 헌법이 명시한 이 시한을 지킨 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법 무시 풍조가 팽배해 있다. 심지어 회계연도가 시작된 1월에 의결한 적도 있다. 따라서 예산안을 가지고 그 어떤 정치공방이나 협상을 할 수 없도록 하고, 나아가 예결위에서의 예산안 심의는 중단될 수 없도록 규정을 제정할 필요가 있을 정도이다.
둘째, 국가재정법에 명시돼 있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건과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매년 추경을 편성하고 있다. “매년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이라는 상황 때문에 추경편성을 했다”고 하지만, 호황기에도 매년 빠짐없이 추경편성을 했다.
셋째, 국가재정법 제88조에 명시돼 있는 국세감면 비율의 제한 조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3년간 평균 국세 감면 비율에 0.5%를 더한 한도를 설정한 뒤 이를 초과할 경우 감면 축소 계획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한 조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 감면 실적이 2008년에는 1%포인트, 2009년에는 0.7%포인트 초과했음에도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들 사례를 교훈 삼아 이번 법개정을 계기로 이처럼 아무리 좋은 법도 지켜야 된다는 신념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법개정보다 중요한 것은 이의 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건전화를 위한 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자.
첫째,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해 이를 중심으로 매년도 재정운용을 하고 조정하여야 한다. 즉 중기재정수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출준칙을 마련하여 단년도 예산편성 시 준수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보수적인 경제전망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경제전망에 기초하여 수립된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낙관적 총수입 전망에 따라 재정수지를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장기 재정전망에 근거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현재 향후 5년간의 재정계획을 담고 있으며, 장기 전망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향후 국가재정운용계획은 고령화, 남북관계 등 미래 재정 위험을 반영하여, 미국ㆍ영국 등과 같이 10~30년 이상의 장기 재정전망에 근거하여 재정목표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분야별 장기발전 및 재정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지출축소가 정치적으로 힘든 복지, 중소기업, 농어촌, 교육, 국방 등의 분야에 대한 장기발전계획에 기초한 재정계획 수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복지지출의 경우 매년 높은 증가율로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복지지출 증가폭과 세부담 증가폭에 대해 국민들에게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 이를 기초로 2050년까지 복지지출의 증대계획을 수립하여 국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복지지출을 늘려나가는 계획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비용 추계 없는 ‘무책임’ 의원입법 막아야
둘째, 예산결정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2005년부터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는 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top-down system)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총액배분자율편성을 국회에서 심의하는 단계에서 정부부처에 상응하는 상임위원회별로 총액을 조정한 뒤, 이를 기초로 상임위별 부처 예산을 검토하여 본격적인 예산심의 과정에서 기초자료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예산결정과정의 개선을 위해서는 재정수반법률에 대한 예결위 사전협의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입법안이 국회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크게 변질되어 추가적인 재정부담을 야기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의원입법의 경우, 관련 국회규칙이 제정되지 않아 재정수반 법률에 대해 예산결산위원회의 협의 없이 상임위 단독으로 심사하는 바람에 추가 재정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국회법(제79조의2)상 의원입법안도 법안비용추계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으나, 2009년의 경우 33.4%만 비용추계서를 첨부(3680건 중 1229건)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예산결정과정을 보면, 우리의 경우 재정건전성 확보에 얼마나 한계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은 상원과 하원 모두에 예산위원회(budget committee)를 두어 예산총량과 상임위별 배정 예산규모를 결정한 뒤, 이를 각 상임위에 전달한다. 그러면 상임위는 사업인준위원회(authorization committee)가 되어 이미 배정된 상임위 예산한도 내에서 개별사업에 대해 인준한다. 한편, 이렇게 상임위별로 인준된 예산은 다시 한 번 상ㆍ하원별로 지출승인위원회(appropriation committee)에서 최종적으로 점검을 받은 뒤 확정된다. 미국 정도는 아니더라도 재정수반법률안에 대한 ‘예결위 사전협의제도’를 완비해서 상임위에서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정부가 9개월간 만든 예산을 50명이 한 달에 심의하는 것은 불가능
셋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해야 한다. 예결위는 예산안과 결산 심의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위원회이다. 국회가 갖고 있는, 헌법 제54조에 의한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권한과 헌법 제99조와 국가재정법 제61조에 의한 결산안을 심의·확정하는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위원회인 것이다.
현재 예산결산위원회는 상설화되어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9월에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까지 장장 9개월 동안 수많은 정부 전문인력이 동원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심의는 한 달도 안되는 기간에 50명의 예결위원이 해야 한다.
더구나 예결위는 특별위원회이기 때문에 소속 의원들이 평상시에는 각자의 상임위 활동을 우선시하고 있다. 때문에 예산심의에 투입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금처럼 여야의원들이 임기 내에 예결위원을 돌아가면서 하는 것은 전문성뿐만 아니라 책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의원들이 국가재정보다 지역구 예산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하에서 책임성 있는 예산심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예결위를 상임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예결위를 상임위화함과 동시에 예결위원을 비례대표의원 중심으로 구성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예결위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예결위 활동의 지침(manual)을 만들 필요가 있다. 즉 각종 예산사업에 대한 심의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기존 사업의 평가결과의 해석과 이를 예산심의에 반영하는 방법 등에 이르는 모든 절차에서의 활동지침을 만드는 것이다.
넷째, 결산심사를 강화하고 국정감사(國政監査)를 개선해야 한다. 매년 가을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결산심사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지극히 낮다. 결국 이러한 무관심 속에서 결산심사는 매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계속사업의 경우 결산심사가 제 기능을 못함으로써 예산심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결산심사의 대폭 강화가 필요하다. 상설화되어 있는 예결위를 제대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도, 결산심사를 위한 계속사업에 대한 수시 점검과 사후평가가 필요하다.
국정감사가 부활한 지 이제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감사원·총리실·국회 예결위 등 평가기관 연계관리 필수
 |
| 바람직한 재정통제를 위해서는 국정감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
따라서 상임위별로 상시(常時)로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질의하고 따지는 ‘상시 국감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만일 상시화가 단기적으로 어렵다면, 국감시기라도 앞당겨서 1~8월 중 실시하고, 국감기간도 현재의 20일보다 늘려야 한다.
이처럼 국감시기를 앞당기게 되면 9월에 있을 결산심사에 여러 귀중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음 해 예산심의 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지출효율성(cost-effectiveness) 극대화를 위해 사전·사후평가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살림살이를 줄이기 전에 낭비부터 줄이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중복된 평가체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감사원, 기획재정부, 국무총리실, 국회예산결산위원회, 국회예산정책처, 공기업평가단, 기금평가단 등 난립한 평가기관들의 평가를 연계하여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평가결과를 예산심의에 반영되도록 하는 환류체제(還流體制ㆍfeedback system)의 확립이 필요하다. 지속적이고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재정사업평가를 위해서는 국회에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재정건전성 확보는 우리만의 과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과제다. 우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재정상황이 양호하다는 안도감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지금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과감하고도 체계적인 제도개선과 집행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