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4大 곡물 메이저社에 점령당한 중국 곡물 시장
⊙ 해외 직접 경작은 실효성 없어… 곡물메이저 육성해 중간 가공·유통구조를 장악해야
李政周 코휘드 대표이사
⊙ 1959년 출생.
⊙ 동인천고·연암축산대 졸업. 건국대 축산대학원 석사, 충북대 축산대학원 박사.
⊙ Purina KOREA 제품판매 부장, 농표 CHINA 법인장, ABF 중국 법인장 등 역임.
⊙ 現 코휘드 대표이사.
⊙ 해외 직접 경작은 실효성 없어… 곡물메이저 육성해 중간 가공·유통구조를 장악해야
李政周 코휘드 대표이사
⊙ 1959년 출생.
⊙ 동인천고·연암축산대 졸업. 건국대 축산대학원 석사, 충북대 축산대학원 박사.
⊙ Purina KOREA 제품판매 부장, 농표 CHINA 법인장, ABF 중국 법인장 등 역임.
⊙ 現 코휘드 대표이사.
- 미국 미시시피 강변에 있는 일본 전농(JA)의 거대한 곡물 저장탑(사일로). 40m 높이의 저장탑이 60개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일본은 지난 수십년간 중(中) 규모의 곡물 메이저를 육성해 국제 시장의 불확실성을 흡수하고 있다.
2008년 8월 중국 이하이자리(益海嘉里)는 허난(河南)성 저우커우(周口)와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에 대형 제분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하이자리는 세계 4대 곡물 메이저사(社)의 하나인 미국 ADM의 중국 자(子)회사다. 이미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 르자오(日照) 등에 연간 30만t 규모의 대형 제분공장을 보유한 이 회사는 헤이룽장(黑龍江)성 자무쓰(佳木斯) 및 후난(湖南)성 등지의 대형 식량가공회사를 인수ㆍ합병했고, 랴오닝(遼寧)성 판진(盤錦)에도 초대형 가공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연해안 중심으로 대형 식량 저장 사일로(siloㆍ저장고) 및 가공공장 건설을 위해 장쑤(江蘇)성 쓰양(泗陽) 저장가공시설을 시작으로 중국에서 새로운 식량 저장 가공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하이자리는 미국 ADM과 싱가포르 WILMAR가 합자한 다국적기업이다. 이미 중국 식용유 시장을 장악했고, 제분, 대두유, 쌀 등 식량 전반에 걸쳐 중국시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개발기구의 통계를 보면, 세계 곡물 생산량은 18억9200만t, 소비량은 18억9000만t이다. 세계 4대 곡물 메이저로 불리는 ‘ABCD(ADM, Bunge, Cargill, Louis Dreyfus)’ 등 다국적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카길 40%, ADM 16%, 루이드레프스 12%, 번기 6% 순으로,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는 곡물 대부분이 이들 메이저사로 집중된 후 다시 세계각지로 수출된다고 보면 된다.
한국은 옥수수(900만tㆍ60%), 콩(100만tㆍ46%), 밀(300만tㆍ47%) 등을 이들 메이저로부터 수입한다. 연간 총 1300만t 규모로 세계 5위권이다. 이렇게 수입을 많이 하면서도 제대로 된 곡물 메이저 하나 갖고 있지 못한 우리는 늘 모든 가격정책에서 메이저사들에 좌지우지된다. 사실상 국제적 ‘봉’인 셈이다.
이들 메이저사는 중국에서도 대두유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그리고 계속 유통물량 조작을 통해 국내 대두 가공기업에 적자를 발생시켜 인수ㆍ합병하고 있다. 2008년 초 일어난 중국 대두유 가격 폭등의 배후에도 이들이 있었음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2007년 중국 1차 대두유 파동 때 중국 식량저장회사는 가격안정을 위해 20만t의 식용유를 시장에 내놨지만, 이 중 70%를 이하이자리가 사들이는 바람에 가격안정에 실패했다. 이들의 중국 내 영향력이 이미 통제 불능이 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국적 기업에 곡물 안방시장 내놓은 중국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을 앞세워 중국 식량유통시장 및 저장 가공시장을 장악한 이들 메이저는 중국의 WTO 가입으로 통제력이 약해진 중국 곡물정책의 틈을 파고들었다. 저장, 가공, 유통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외자유치정책을 이용해 새로운 식량원(源)을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중국이 곡물 안방시장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30년간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인해 외자유치 등의 명분으로 많은 지방정부가 앞장섰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중국정부는 국유 식량가공회사 등을 통해 다각적 대책을 수립하려 하고 있지만 이미 자금력이나 가공능력에서 경쟁이 되지 않아 실현성이 떨어지고 있다.
중국 내 최대 식량가공기업인 중량집단(中量集團)은 가공 능력이 있지만 식량원이 없다. 화양집단은 식량원은 있지만, 가공유통영역에서 경쟁이 안 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3년 내에 중국 곡물시장은 이들 곡물 메이저의 독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동북 3성의 많은 옥수수 가공공장의 상당수 지분을 이미 카길 등 메이저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 다국적기업은 식량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거대 자금력을 동원해 식량의 수매, 저장, 가공, 유통 등의 분야를 장악한다. 만약 중국 정부가 다국적기업의 역할을 무시하고 곡물 통제 정책을 펴면 곡물가격의 폭등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민생불안과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에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자원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해외 경작지 개발을 위한 각 자치단체의 현지조사 및 일부 민간기업의 자체 경작지 확보 등 ‘적어도 겉으로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투자 대비 수익성이나 장기적인 곡물 확보 차원에서 매우 소극적이고 실효성이 없는 대책임을 알 수 있다. 우선 사료 곡물 확보를 위한 옥수수 경작지 확보를 보더라도 파종에서 수확에 이르기까지의 투자대비 효율성이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海外 경작지 직접 개발, 실효성 없어
1헥타르당 연간 옥수수 수확량은 동남아 5t, 미국 10t, 중국 7t이다. 그런데 한국 한 사료회사의 사용량이 연간 20만t 규모다. 3만 헥타르, 즉 300㎢(9000만 평) 이상의 경작지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헥타르당 단위 생산비를 기준으로 300㎢ 경작에 필요한 자금을 계산하면 약 400억원이 나온다. 관개수로 확보, 도로 건설, 간접 시설 확충 등에도 추가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또 현지 정부의 곡물정책 변화 등 예측 불가능한 많은 변수가 뒤따른다. 진출 기업 입장에선 해외 경작지 투자에 따른 경험부족, 현지 법률해석 차이, 불가항력 사태 발생 시의 대처 등 많은 취약점을 갖게 된다.
구체적인 전략도 충분히 도출할 수 있다. 연간 1900만t의 옥수수를 생산해 내는 지린(吉林)성에 농가로부터 직접 수매할 수 있는 옥수수 저장기지를 만들고 이를 사료 곡물 형태로 반가공하면 된다. 12시간이면 한국에 도착할 수 있는 다롄(大連) 항과 단둥(丹東) 항 등에 수출품 저장 창고를 운영해 수송한다면 막대한 원가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중국정부의 곡물 수출 제한정책에도 위배되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전략 비축기지를 준비하는 셈이다. 그때그때 결정되는 입찰 선물 형식 구매에서 벗어나 현물과 선물 시장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를 위해 정부, 민간기업, 생산자 단체 등이 해외곡물사업단을 구성해 기(旣) 진출한 한국 기업과 협력, 곡물별 수매기지와 저장가공기지를 전략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불안정한 곳에 수백억 원 자금을 쏟아붓기보다 수확기 원료를 확보해 저장하고, 현지 가공공장의 시설 및 현지생산을 이용한 안정적인 원료확보를 하는 것이 훨씬 효율성이 크다. 이를 위해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현지 가공ㆍ유통 인프라 장악해야
우선 정부와 업계 소비자가 참여하는 해외자원사업단이 구성돼야 한다. 연기금, 산업계, 생산자단체, 정부가 공동 참여하는 해외자원사업단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공동 네트워크 구성, 현지 업체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시장정보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로 현지 곡물 확보를 위한 수매, 저장, 가공, 수출 등과 관련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현지 수확기 때 원료를 확보해 저장한 후 이를 반가공 형태로 만들어 수입하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원료확보의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된다.
또 지리상으로 가까운 중국 및 동남아 일부 국가에 현지 원료저장 가공공장을 세워 해외 전략비축기지를 만들 수 있다. 중국의 주 옥수수 생산지인 동북 3성에 원료 저장 사일로 및 가공공장을 20여 개만 만들어도 국내 옥수수 수요량의 30%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전체 사료 원료 중 90%를 수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이들을 다른 원료와 혼합하여 수입할 수 있어 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이 경우 혼합사료 무관세와 같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 달여를 태평양 건너 밤낮으로 실어오는 미국ㆍ남미 원료보다 24시간 내 도착 가능한 중국 원료가 경쟁력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생산원가가 절감되고, 최종 소비자가격도 낮추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현지 네트워크 구축이다. 생산자, 중간 유통시장 및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화하여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수출로 부가가치를 증대해야 한다.
소비시장으로 보면 중국은 우리의 아홉 번째 도(道)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곡물 비축기지를 운영해 축산단지를 건설하고 현지 농산물의 체계적인 인증 정책을 추진하면 안정적인 자원개발의 시너지 효과를 확보할 수 있다.
다국적기업 횡포 속에서 살아남는 결정적 전략
고유가로 인한 해운 비용의 상승, 곡물수급 불안으로 야기된 위기, 모두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다. 생산자단체, 정부, 민간기업이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중국 내 전략 비축 곡물 기지 건설을 시작해야 한다. 자원 빈국(貧國)인 우리나라가 다국적 기업의 횡포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결정적 전략이다.
일본은 마루베이, 미쓰비시 등 자국 곡물 메이저를 키워 일본의 전농(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 자회사인 ‘전농 그레인’과 합작해 곡물 파동과 국제 곡물시장의 유동성에 대응하고 있다. 2008년 곡물 파동 당시 우리나라는 2007년 대비 밀 수입가격이 81%나 올랐지만, 일본은 60%에 멈췄다. 콩은 한국이 전년 대비 70% 인상된 것에 반해 일본은 40% 수준이었다. 일본은 지난 수십 년간 중(中) 규모의 곡물 메이저를 육성해 국제 시장의 불확실성을 흡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원재료 수입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현지 곡물의 수매, 저장, 가공을 통한 반(半)제품을 수입하거나 계절에 따라 탄력적인 반가공 형태의 제품을 수입하는 것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곡물시장을 활용하는 또 다른 방안이 될 수 있다. 반가공 형태 원료 수입의 관세 철폐 등으로 사료자원 곡물의 경쟁력을 갖출 수만 있다면 그것이 곧 농민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직·간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세계 곡물 메이저들의 막강한 힘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부터 우리만의 독특하고 독창적인 해외자원 개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중국 곡물시장, 그 자체가 우리의 거대한 시장이다. 비행기로 1시간 반, 배로 하루면 가는 거대 곡물시장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자 기회다. 중국은 태평양에 진출할 수 있는 항구가 없다. 만약 우리가 북한과 철로운송협약을 통해 본격적인 대륙 철로 운송을 시작한다면, 철로를 이용해 다양한 정책을 모색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동해안 진출 프로젝트인 창지투(長春-吉林-圖們) 프로젝트를 통해 몽골 및 연해주 곡물 자원을 훈춘(琿春)-나진항 루트로 옮겨온다면, 그 원가 경쟁력은 폭발적이다. 매번 한국농업경쟁력을 위해 투입되는 엄청난 투자금액(FTA 보조금 등)의 일부만 활용하더라도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해외곡물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다.⊙
이하이자리는 미국 ADM과 싱가포르 WILMAR가 합자한 다국적기업이다. 이미 중국 식용유 시장을 장악했고, 제분, 대두유, 쌀 등 식량 전반에 걸쳐 중국시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개발기구의 통계를 보면, 세계 곡물 생산량은 18억9200만t, 소비량은 18억9000만t이다. 세계 4대 곡물 메이저로 불리는 ‘ABCD(ADM, Bunge, Cargill, Louis Dreyfus)’ 등 다국적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카길 40%, ADM 16%, 루이드레프스 12%, 번기 6% 순으로,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는 곡물 대부분이 이들 메이저사로 집중된 후 다시 세계각지로 수출된다고 보면 된다.
한국은 옥수수(900만tㆍ60%), 콩(100만tㆍ46%), 밀(300만tㆍ47%) 등을 이들 메이저로부터 수입한다. 연간 총 1300만t 규모로 세계 5위권이다. 이렇게 수입을 많이 하면서도 제대로 된 곡물 메이저 하나 갖고 있지 못한 우리는 늘 모든 가격정책에서 메이저사들에 좌지우지된다. 사실상 국제적 ‘봉’인 셈이다.
이들 메이저사는 중국에서도 대두유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그리고 계속 유통물량 조작을 통해 국내 대두 가공기업에 적자를 발생시켜 인수ㆍ합병하고 있다. 2008년 초 일어난 중국 대두유 가격 폭등의 배후에도 이들이 있었음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2007년 중국 1차 대두유 파동 때 중국 식량저장회사는 가격안정을 위해 20만t의 식용유를 시장에 내놨지만, 이 중 70%를 이하이자리가 사들이는 바람에 가격안정에 실패했다. 이들의 중국 내 영향력이 이미 통제 불능이 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국적 기업에 곡물 안방시장 내놓은 중국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을 앞세워 중국 식량유통시장 및 저장 가공시장을 장악한 이들 메이저는 중국의 WTO 가입으로 통제력이 약해진 중국 곡물정책의 틈을 파고들었다. 저장, 가공, 유통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외자유치정책을 이용해 새로운 식량원(源)을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중국이 곡물 안방시장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30년간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인해 외자유치 등의 명분으로 많은 지방정부가 앞장섰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중국정부는 국유 식량가공회사 등을 통해 다각적 대책을 수립하려 하고 있지만 이미 자금력이나 가공능력에서 경쟁이 되지 않아 실현성이 떨어지고 있다.
중국 내 최대 식량가공기업인 중량집단(中量集團)은 가공 능력이 있지만 식량원이 없다. 화양집단은 식량원은 있지만, 가공유통영역에서 경쟁이 안 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3년 내에 중국 곡물시장은 이들 곡물 메이저의 독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동북 3성의 많은 옥수수 가공공장의 상당수 지분을 이미 카길 등 메이저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 다국적기업은 식량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거대 자금력을 동원해 식량의 수매, 저장, 가공, 유통 등의 분야를 장악한다. 만약 중국 정부가 다국적기업의 역할을 무시하고 곡물 통제 정책을 펴면 곡물가격의 폭등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민생불안과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에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자원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해외 경작지 개발을 위한 각 자치단체의 현지조사 및 일부 민간기업의 자체 경작지 확보 등 ‘적어도 겉으로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투자 대비 수익성이나 장기적인 곡물 확보 차원에서 매우 소극적이고 실효성이 없는 대책임을 알 수 있다. 우선 사료 곡물 확보를 위한 옥수수 경작지 확보를 보더라도 파종에서 수확에 이르기까지의 투자대비 효율성이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海外 경작지 직접 개발, 실효성 없어
 |
| 다국적 곡물 기업 직원들이 수송할 밀을 배에 옮겨 싣고 있다. 이들은 세계 곡물 시장의 80%를 장악해 가격 정책을 주도한다. |
구체적인 전략도 충분히 도출할 수 있다. 연간 1900만t의 옥수수를 생산해 내는 지린(吉林)성에 농가로부터 직접 수매할 수 있는 옥수수 저장기지를 만들고 이를 사료 곡물 형태로 반가공하면 된다. 12시간이면 한국에 도착할 수 있는 다롄(大連) 항과 단둥(丹東) 항 등에 수출품 저장 창고를 운영해 수송한다면 막대한 원가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중국정부의 곡물 수출 제한정책에도 위배되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전략 비축기지를 준비하는 셈이다. 그때그때 결정되는 입찰 선물 형식 구매에서 벗어나 현물과 선물 시장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를 위해 정부, 민간기업, 생산자 단체 등이 해외곡물사업단을 구성해 기(旣) 진출한 한국 기업과 협력, 곡물별 수매기지와 저장가공기지를 전략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불안정한 곳에 수백억 원 자금을 쏟아붓기보다 수확기 원료를 확보해 저장하고, 현지 가공공장의 시설 및 현지생산을 이용한 안정적인 원료확보를 하는 것이 훨씬 효율성이 크다. 이를 위해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현지 가공ㆍ유통 인프라 장악해야
 |
| 세계 최대 곡물 기업 카길. 세계 곡물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
두 번째 단계로 현지 곡물 확보를 위한 수매, 저장, 가공, 수출 등과 관련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현지 수확기 때 원료를 확보해 저장한 후 이를 반가공 형태로 만들어 수입하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원료확보의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된다.
또 지리상으로 가까운 중국 및 동남아 일부 국가에 현지 원료저장 가공공장을 세워 해외 전략비축기지를 만들 수 있다. 중국의 주 옥수수 생산지인 동북 3성에 원료 저장 사일로 및 가공공장을 20여 개만 만들어도 국내 옥수수 수요량의 30%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전체 사료 원료 중 90%를 수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이들을 다른 원료와 혼합하여 수입할 수 있어 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이 경우 혼합사료 무관세와 같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 달여를 태평양 건너 밤낮으로 실어오는 미국ㆍ남미 원료보다 24시간 내 도착 가능한 중국 원료가 경쟁력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생산원가가 절감되고, 최종 소비자가격도 낮추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현지 네트워크 구축이다. 생산자, 중간 유통시장 및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화하여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수출로 부가가치를 증대해야 한다.
소비시장으로 보면 중국은 우리의 아홉 번째 도(道)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곡물 비축기지를 운영해 축산단지를 건설하고 현지 농산물의 체계적인 인증 정책을 추진하면 안정적인 자원개발의 시너지 효과를 확보할 수 있다.
다국적기업 횡포 속에서 살아남는 결정적 전략
고유가로 인한 해운 비용의 상승, 곡물수급 불안으로 야기된 위기, 모두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다. 생산자단체, 정부, 민간기업이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중국 내 전략 비축 곡물 기지 건설을 시작해야 한다. 자원 빈국(貧國)인 우리나라가 다국적 기업의 횡포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결정적 전략이다.
일본은 마루베이, 미쓰비시 등 자국 곡물 메이저를 키워 일본의 전농(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 자회사인 ‘전농 그레인’과 합작해 곡물 파동과 국제 곡물시장의 유동성에 대응하고 있다. 2008년 곡물 파동 당시 우리나라는 2007년 대비 밀 수입가격이 81%나 올랐지만, 일본은 60%에 멈췄다. 콩은 한국이 전년 대비 70% 인상된 것에 반해 일본은 40% 수준이었다. 일본은 지난 수십 년간 중(中) 규모의 곡물 메이저를 육성해 국제 시장의 불확실성을 흡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원재료 수입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현지 곡물의 수매, 저장, 가공을 통한 반(半)제품을 수입하거나 계절에 따라 탄력적인 반가공 형태의 제품을 수입하는 것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곡물시장을 활용하는 또 다른 방안이 될 수 있다. 반가공 형태 원료 수입의 관세 철폐 등으로 사료자원 곡물의 경쟁력을 갖출 수만 있다면 그것이 곧 농민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직·간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세계 곡물 메이저들의 막강한 힘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부터 우리만의 독특하고 독창적인 해외자원 개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중국 곡물시장, 그 자체가 우리의 거대한 시장이다. 비행기로 1시간 반, 배로 하루면 가는 거대 곡물시장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자 기회다. 중국은 태평양에 진출할 수 있는 항구가 없다. 만약 우리가 북한과 철로운송협약을 통해 본격적인 대륙 철로 운송을 시작한다면, 철로를 이용해 다양한 정책을 모색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동해안 진출 프로젝트인 창지투(長春-吉林-圖們) 프로젝트를 통해 몽골 및 연해주 곡물 자원을 훈춘(琿春)-나진항 루트로 옮겨온다면, 그 원가 경쟁력은 폭발적이다. 매번 한국농업경쟁력을 위해 투입되는 엄청난 투자금액(FTA 보조금 등)의 일부만 활용하더라도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해외곡물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