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美·中 환율 논쟁 : 월간조선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 간의 환율(換率) 문제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3일 티머시 가이트너 미(美) 재무장관이 4월 15일로 예정된 환율정책보고서 발표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4월 3일 자 성명에서 “중국이 좀 더 시장친화적인 환율체제를 택한다면 세계 경제의 균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미국은 위안화 절상 문제를 놓고 사실상 한발 물러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경상수지(經常收支) 흑자(黑字) 누적이 적지 않은 만큼 문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은 지난 2월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을 경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3월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연설에서 “각국이 위안화를 절상(切上)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중국은 지난 11월 이후 최근까지 3~4개월 만에 약 500억 달러가량의 미국 국채(國債)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물론 중국의 국채 판매는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다).

두 나라 간 갈등의 중심에는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을 초래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미국 정치가들과 일부 경제학자들은 특히 중국의 환율 조작을 문제 삼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클 뿐 아니라 중국은 위기가 가시화된 2008년 중반부터 위안화의 대미(對美) 환율을 고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 달러당 8.2~8.7위안으로 위안화 가치 고정

글로벌 불균형과 관련하여 여러 쟁점과 의문이 있다. 과연 글로벌 불균형이 이번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원인인가? 중국의 환율 고정이 미국과 중국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미국 정치인들이 바라는 것처럼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상(平價切上)하면 미국의 수출이 증가해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인가? 그 결과 중국 지도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평가절상이 중국에 독(毒)이 될 것인가? 평가절상이 대규모 핫머니(hot money)의 공격으로 이어진다면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를 평가절상했기 때문에 일본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으로 빠졌다는 중국 지도자들의 우려는 진실인가? 여기서는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는 두 번째 의문부터 다섯 번째 의문까지를 풀어 보고자 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상수지 적자(赤字)와 환율의 추이가 다음의 <표 1>과 <그림 1>에 나와 있다. 중국이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때는 1990년부터이고 2002년 이후에는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점증(漸增)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위안 대 달러’ 환율을 1994년에 5.762위안에서 8.619위안으로 올려 큰 폭으로 평가절하(平價切下)했다. 중국은 그 이후 2005년까지 달러당 약 8.2위안에서 약 8.7위안 사이에서 변동하도록 함으로써 위안화의 가치를 거의 고정했다.

중국은 연간(年間) 대미 경상수지가 2000억 달러 이상 발생한 2005년 다음 해인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평가절상을 해 왔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의 규모에 비해 평가절상의 정도가 매우 작아 2009년에도 여전히 20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요컨대 중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결정적인 시기는 1994년부터라고 하겠다. 그 이전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했지만 1994년의 대폭적인 평가절하가 그 이후의 경상수지 흑자 누적에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큰 폭의 평가절하를 단행함으로써 경상수지 흑자가 빠르게 증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국 화폐인 위안화가 인위적으로 저(低)평가된 것임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실제로 위안화가 저평가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동의한다. 그러나 저평가 정도는 10%에서 40%까지 견해가 다양하다. 저평가의 경제적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점은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그보다 먼저 다음과 같은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표 1>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정부가 ‘위안 대 달러’ 환율을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약 8.7위안에서 8.2위안 수준으로 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만약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환율이 거의 고정됐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는 그렇게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증대시킨 다른 요인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아마도 중국과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비교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위적인 환율 평가절하는 사실상의 보조금 지급

직관적으로 볼 때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중국의 인플레이션보다 클 것으로 판단된다. 1990년대와 2000년대 기간에 미국의 통화 팽창이 중국의 통화 팽창보다 클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이 환율을 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미 수출을 쉽게 만들고 중국의 대미 수입을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1994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의 일부는 달러화의 구매력에 비해 위안화의 구매력이 크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물론 경상수지 흑자를 두 화폐의 구매력 차이에서 발생한 부분과 인위적인 저평가에 의해 발생한 부분으로 구분하는 데는 정밀한 실증분석이 필요하다.

이제 인위적인 환율 평가절하가 초래할 영향을 분석하기로 한다. 인위적인 평가절하는 수출업자에게는 ‘보조금(補助金)’을 주는 것이고, 수입업자에게는 ‘관세’ 또는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이렇게 보조금을 주어 수출을 촉진하고 관세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억제하는 정책은 ‘중상주의(重商主義)’의 핵심적인 내용 중의 하나이다(무역에 있어서 통상적인 중상주의 정책은 실물적인 측면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수출업자에게 직접 보조금을 주고 수입 재화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폐 제도하에서는 환율의 인위적인 조작도 실물적인 측면에서의 중상주의와 동일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면 중상주의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수출보조금은 실제로는 해외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수출보조금은 해외 소비자, 특히 미국의 소비자에게 혜택을 준다.

수입관세는 수출보조금과 거의 반대의 과정을 일으킨다. 중국 소비자(원자재, 부품 등의 구입자 포함)는 관세만큼 비싼 미국 재화(財貨)를 구입해야 하고, 미국 생산자는 그만큼 수출이 어려워진다. 이때 중국 내 수입대체(輸入代替)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에는 관세만큼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결국 수입관세는 미국 수출 재화 생산자(수입관세가 없었다면 생겨났을 수출 재화 생산자, 즉 잠재 생산자를 포함)와 중국 소비자를 희생하여 중국의 수입대체 재화 생산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종합하면 중상주의는 중국 수출업자와 소비자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수입대체 재화 생산자에게는 혜택을 준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중국이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도 중국인의 실질소득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 중상주의는 미국 소비자에게는 혜택을 주지만 미국 수출 재화 생산자(잠재 생산자 포함)에게는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인위적인 평가절하는 美·中 모두에게 손해

중상주의가 각국의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보조금과 비용을 교차하게 만들지만 그것이 중상주의가 만들어내는 문제점의 전부가 아니다. 미국 생산자의 수출이 억제됨으로써 미국의 소득이 감소하고 그런 소득 감소는 중국 재화에 대한 수입을 감소하게 만든다. 인위적인 평가절하로 인하여 수입재화는 더 비싸지고 그 결과 중국 소비자의 실질소득은 감소한다. 중국 수입대체 재화 생산자는 관세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력이 약화(弱化)된다.

이런 모든 과정이 중국과 미국을 모두 가난하게 만든다. 중상주의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때와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중국과 미국, 양국 모두 인위적인 평가절하 또는 중상주의의 희생자이다(여기에서는 중상주의가 초래할 결과를 환율 논쟁의 당사자인 중국과 미국에만 적용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한 나라의 중상주의는 그 나라를 포함한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위안화의 인위적인 평가절하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영향은 더 있다. 중국은 지난 20년 이상 환율을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한 상태를 유지해 왔다. 평가절하의 정도만 조금씩 달리했을 뿐이다. 그런 정책은 중국의 외환보유고(外換保有高)를 2조4000억 달러에 이르게 만들었다.

지폐(紙幣) 제도에서 지폐인 달러의 이러한 누적은 그 규모에 비례하여 중국 정부, 새로운 화폐를 늦게 받는 중국인 등이 시뇨리지(seigniorage·‘화폐의 발권에 따르는 이득’을 지칭하는 것으로 지폐의 경우에 지폐 발행 비용이 매우 적은 만큼 시뇨리지는 매우 크다)를 미국의 정부, 중앙은행, 정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협력자들(대부분 대기업), 금융부문, 새로운 화폐를 일찍 받는 사람들(대부분 미국인)에게 탈취당하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달러의 구매력(購買力)이 하락하는 만큼 중국은 시뇨리지를 미국에 탈취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달러를 많이 발행할수록 그에 비례하여 달러의 사용자 또는 소지자로부터 시뇨리지를 획득한다는 점이다.

주요 국제 교환수단인 달러의 해외 사용자 또는 소지자인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은 시뇨리지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치 세금처럼 징수당한다(미국이 시뇨리지를 외국인으로부터 영원히 징수할 수는 없다. 지폐를 많이 발행할수록 시뇨리지는 비례하여 증가하지만 지폐 제도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이 커질 뿐 아니라 궁극에는 붕괴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폐 제도의 붕괴로 인한 충격이 매우 크면 국가도 붕괴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은 여기에서는 제외한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중국에 불리하지 않아

요컨대 위안화를 평가절상하는 것이, 중상주의적 정책과 시뇨리지라는 관점에서 중국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고, 미국은 중상주의적 관점에서는 미국에 이익이 되지만 시뇨리지라는 관점에서는 현재보다 불리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위안화 평가절상이 중국에 독(毒)이 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그리고 위안화의 인위적인 평가절하가 이번 경제위기 원인 중의 하나라는 주장은 사실상 정치적으로 경제위기의 원인을 중국의 탓으로 돌리는 것일 뿐이다(이번 경제위기의 원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연방준비은행과 상업은행들이 통화량을 증대시켜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하락시킴으로써 경기변동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평가절하를 통한 글로벌 불균형이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틀린 것이다). 왜냐하면 앞에서 지적했듯이 인위적인 평가절하가 미국에는 이득을 주어 왔기 때문이다(중상주의 정책으로 인한 미국의 손실과 시뇨리지로 인한 이득을 종합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가 보유한 달러의 크기를 볼 때 미국의 이득이 손실보다 클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이 1990년대 닷컴 버블과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이라는, 긴 기간의 버블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대미 경상수지 흑자국(우리나라도 여기에 포함된다)들로부터 시뇨리지를 징수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위안화 절상의 긍정적 효과는 단기적

미국의 정치가들과 일부 경제학자의 주장처럼 위안화의 평가절상으로 미국 재화의 수출이 증가하고, 그 결과 미국 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까.

중상주의 원리대로라면 중상주의 정책을 폐지하는 것이 중국과 미국,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다. 특히 위안화 절상은 미국 수출업자에게 가해졌던 관세를 제거하는 것이고 중국의 수입대체 재화 생산자에게는 관세만큼의 보호가 없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미국 수출업자에게는 위안화 절상이 수출 증가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고 그 부문에서 그만큼 미국 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감소할 것이지만 수입 재화 가격의 하락으로 중국의 소비자는 실질적으로 그만큼 부유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단계를 지나면－평가절상 효과가 소진되면－미국의 수출이 증가할 여지는 크지 않다. 지난 2년여 동안 중국보다 미국이 엄청나게 많은 화폐를 발행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침체를 막기 위하여 연방 기준 금리(金利)를 역사적 최저점(最低點)으로 낮추어 천문학적인 액수의 달러를 발행해 왔다. 미국 행정부도 AIG 생명 등을 구제하기 위하여 엄청난 액수의 재정적자를 만들었는데 그런 재정적자도 궁극적으로는 화폐 발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화폐 공급의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그런 인플레이션은 미국 수출 재화들의 가격을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 등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비싸게 만든다. 다시 말해 달러 공급의 극적인 증가로 인한 미국 재화들의 일반적인 가격 상승은 미국 수출 재화들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정부가 통화 공급을 증대시켜 대부 시장에서 결정되는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면 비효율적인 기업을 생존하게 만든다. 이 점도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미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요약하면 미국의 입장에서 위안화 평가절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단기적이라면, 미국 달러 공급 증가의 부정적인 효과는 장기적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효과가 긍정적인 효과보다 클 것으로 여겨진다.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위안화 절상의 긍정적인 효과는 다른 나라가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미국은 다음 단계로 중국이 교묘하게 수입규제를 하고 있다는－예를 들어 중국 정부나 관련자들이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법－주장을 펼칠 것이다. 다시 말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국면에서 중국의 보호무역 정책을 직접 문제 삼는 국면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마치 1980년대 미국이 일본에 그렇게 했듯이.

그러나 그런 상황은 예전에 비해 수입규제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달러의 극적인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 재화들의 가격이 일반적으로 상승할 뿐 아니라 비효율적인 기업의 생존으로 미국 수출 재화들이 경쟁력을 잃은 탓일 것이다.

요컨대 과다한 달러의 발행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증대하게 만들거나, 적어도 적자를 감소하게 만들기가 어려울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위안화 절상이 세계 경제에 도움될 것

중국의 지도층과 일부 경제전문가는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대규모 핫머니의 공격으로 이어져 국내 경제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그러나 핫머니가 건전한 경제를 공격하여 혼란에 빠뜨렸다는 증거나 자료는 없다. 핫머니는 이미 위기에 직면했거나 위기에 휩싸인 경제를 흔들어 기회를 만들어낸다. 결국 핫머니의 공격 가능성은 각 나라 경제의 건전성에 달려 있다.

그리고 각국 경제는 다시 그 나라의 정책에 달려 있다. 핫머니의 크기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 지폐 발행국이 지폐를 얼마나 발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미국이 달러를 많이 발행할수록, 중국이 자국(自國) 화폐의 공급을 크게 늘려 경기변동을 겪을수록, 더 나아가 중국 경제가 건전하지 못한 부분이 많을수록－예를 들어, 중국 국영(國營)기업들의 적자가 증가하는 경우－대규모 핫머니의 공격 가능성은 커지지 않을 수 없다. 핫머니의 공격 가능성을 염려한다면 중국은 건전한 경제 정책을 시행해야 할 뿐 아니라 중국 자체의 구조적 모순점－반자본주의적 요소들－을 개혁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미국에도 과다한 달러 발행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달러, 엔, 유로 등과 같은 국제 지폐의 과다 발행이 빈발하고 있는 각국의 경제위기를 유발하거나 증폭시키는 구조적인 요인이다.

그 점에서 각국이 위기의 재발을 막고자 한다면 자국의 경제 정책을 건전하게 하는 것 못지않게 어떤 방법으로든지 국제 지폐의 발행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적어도 지폐 제도하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국제금융 개혁에서 이 점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었고 그 결과 국내 경제 정책뿐 아니라 과다한 국제 지폐의 발행으로 인한 경기변동의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하겠다.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절상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을 위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위안화 절상이 세계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위안화 저(低)평가 정책이 전(全) 세계 경제회복에 중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주장은 옳다.

그러나 위안화 평가절상이 미국 수출 재화에 대한 큰 폭의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결과 미국 내 일자리 창출도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 점에서 “미국 정부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제회복을 저해하고 미국 소기업들의 생산·영업·일자리창출을 훼손할 것이다”라는 마이크 미슈 의원의 주장은 옳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미국이 “위안화 절상 문제를 정치화한다”는 중국 상무부의 야오젠 대변인의 주장이 옳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이 각국의 금융위기 극복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그의 주장은 틀린 것이다.

과다한 국제 지폐의 축소 필요

미국이 진정으로 수출을 촉진하고자 한다면 증가된 화폐공급을 하루빨리 줄여 미국 달러의 구매력을 높일 뿐 아니라, 비효율적인 기업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退出)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길이야말로 미국이 수출을 늘려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미국은 재정적자의 감축, 세금의 감면 등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수출과 관련하여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만 지적했다).

그리고 과다한 국제 지폐의 축소는 세계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이 미국과 중국이 충돌을 피하면서 양국(兩國)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이다. 그 길은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도 이득이 된다. 다른 길은 결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양국을 궁핍(두 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도 포함), 불화, 충돌 등으로 치닫게 만들 것이다. 위안화의 인위적인 평가절하, 양국 정부의 화폐시장에 대한 간섭 등은 모두 자유시장에 대한 정부 간섭이기 때문이다. 자유시장 원리만이 평화, 번영, 질서 등을 마찰 없이 실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두의 이익을 조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