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異色 제안] ‘도랑 치고 가재 잡는’ 4대강 살리기와 숲 가꾸기 : 월간조선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에너지 소비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철저한 대비 없이 에너지원의 97%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제 油價(유가) 변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평균기온 상승률은 세계 평균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1912~2008) 우리나라는 평균기온이 1.7℃나 높아져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숲은 지구온난화의 主犯(주범)인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목재는 ‘이산화탄소의 통조림’이라고 불린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는 탄소동화작용으로 목재에 축적되고, 나무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산소를 대기로 방출한다.

또 목재자원은 자연력에 의해 조성되기 때문에 공해를 만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성과정에서 국토보전, 수자원 함유 등의 공익적 기능을 발휘한다. 목재자원의 조성에 필요한 에너지의 대부분을 태양에너지에 의존하기 때문에 시간은 걸리지만 에너지절약에도 안성맞춤이다.

현재 국내의 산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은 3600만t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1600만 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다. 전문가들은 산림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필자는 그 대안으로 목재를 이용한 이산화탄소의 흡수를 제안한다. <그림 1>

<그림 1> 우리나라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산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목재는 다른 식물체에 비해 잘 썩지 않으면서도 에너지 수치가 높기 때문에 뛰어난 ‘태양에너지 저장고’가 된다. 때문에 목재가 분해되더라도 태양에너지가 방출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 즉 장기간 썩지 않도록 하는 목재보존 기술은 지구 환경보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목재 200년 사용운동’을 제안하고자 한다. 50년 동안 키운 목재를 50년간 사용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탄소중립(carbon-neutral·경제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전혀 없도록 하는 것)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구환경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50년을 키운 목재를 200년 사용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지구환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목재를 거대한 ‘탄소저장고’로 이용하는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림 2>

<그림 2> 목재의 성장과 목재의 이용과정에서 탄소의 축적

목재를 토목용 자재로 활용해야

조림 후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대기로부터 흡수 고정하지만, 그 양은 일정 단계를 지나면 점차 저하된다. 나무가 탄소 흡수능력이 저하됐을 때 벌채하고, 그 자리에 새로 나무를 심을 수 있다. 자란 나무는 다시 이산화탄소를 대기로부터 흡수·고정할 수 있으므로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게 된다.

토목용재로 사용되는 철근 콘크리트는 제조 과정에서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고, 石材(석재)는 환경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 간단한 구조물은 목재와 같이 생분해되는 친환경적 소재를 개발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지난 50여 년간 우리는 철근 콘크리트 위주의 토목재를 이용해 왔기 때문에 목재의 토목용재 이용기술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직경 12cm×2m의 원주목 1개를 보존처리할 경우 이산화탄소 고정량은 약 14.5kg이다. 이를 휘발유로 환산하면 6.3L 분량으로, 자동차 50km 주행거리(연비 8km/L)에 해당한다.

도시공간에서 높이 2m, 길이 10m의 콘크리트 옹벽을 숲 가꾸기 산물로 얻은 間伐材(간벌재)를 이용한 옹벽으로 바꾸면 약 2만3500kg의 탄소배출 저감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자동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24회를 왕복하며 내뿜는 양에 해당한다.

공공기관들이 간벌재를 우선적으로 구매해 건축자재로 활용하면 대도시의 이산화탄소를 상당량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도시숲’뿐만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도심 곳곳에 목재를 사용하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힘써야 한다.

목재를 오랫동안 썩지 않게 이용하는 것도 탄소저장 기술의 하나다. 즉 목재보존에 의한 라이프 스팬(lifespan)의 연장이 탄소저장 기술 그 자체다. 최근 목재 보존기술이 지구온난화 대책의 키워드로 주목받으면서 탄소저장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목재는 그동안 썩고 벌레 먹는다는 특성 때문에 건축시장에서 콘크리트에 밀렸다. 최근 들어 건축에 환경적 요소가 강조되면서 목재가 오히려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李明博(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는 목재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호기다. 지금까지 목재는 다른 재료보다 비싸다고 인식돼 왔다. 그런 이유에서 4대강 사업에 목재를 사용하면 비용이 훨씬 늘어난다고 생각해 하천 정비 과정에서 목재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와 목재 활용

이는 크게 잘못된 견해다.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목재는 製材(제재)를 하고, 이를 건조시킨 후 절삭·대패가공·방부처리 등의 공정을 거쳐야 하므로 가공비용이 原木(원목)보다 비싸진다. 그러나 물에 잠기는 목재는 건조나 가공이 필요 없이 생나무를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 게다가 잘 썩지 않으므로 방부처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산지에서 벌채한 원목을 이동식 제재기로 같은 높이가 되도록 위와 아래를 잘라주기만 하면 된다. 현재 간벌재 원목은 공장까지 운반가격이 t당 8만~9만원 정도다. 1t의 원목으로 5㎥ 정도의 하상 방틀(우물정자 모양으로 짠 나무틀)을 만들 수 있다. 하천바닥을 다른 재료로 정비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4대강 살리기에 목재를 사용하면 장기간 탄소를 나무에 담아둘 수 있다. 물속에 잠긴 목재는 잘 썩지 않기 때문이다. 목재를 썩도록 하는 腐朽菌(부후균)은 모두 好氣性(호기성)으로 산소가 공급되어야 살아갈 수 있다. 물속에서는 산소 공급이 차단되므로 부후균이 활동할 수 없어 200년 이상을 썩지 않고 견딜 수 있다.

50년을 키운 목재를 200년간 사용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면 지구환경에는 크게 도움이 된다. 이것이 탄소순환의 사이클을 연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생태하천 조성에 간벌재를 이용한 河床(하상) 및 河岸(하안) 구조물을 조성하면 수확한 목재에 대한 탄소저장량을 무제한으로 늘려갈 수 있다.

산림정책면에서 보면 4대강 살리기 조성비용으로 전국토의 숲 가꾸기를 할 수 있으므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정책이 된다. 4대강 정비에 간벌재를 이용함으로써 건전한 산림을 육성할 수 있고, 土砂(토사) 유출을 줄여주며, 산불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하천 살리기에 간벌재를 사용함으로써 산림생산물에서 최종 폐기물이 없도록 하는 무배출시스템(zero emission)을 실현할 수 있다. 게다가 4대강 살리기와 연계된 숲 가꾸기 사업으로 대규모 고용도 창출할 수 있다.

또 간벌재를 하천 살리기에 사용하면 하천 水(수)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고, 숲 가꾸기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대규모로 투자되는 녹색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자금의 일부가 산림자원 육성자본으로 재투자되면, 우리 산림도 무성해지고 쾌적한 국토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간벌재는 하천 생태계를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水棲(수서)공간을 만드는 데 절대적인 존재다.

목재는 친환경 소재

우리나라의 산림자원은 아직 집을 지을 수 있는 자원으로 사용하기에는 질적이나 양적으로 부족함이 있다. 간벌재를 하천 살리기에 이용하면 머지않아 양질의 목재도 대량 생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머지않아 목재 건축 산업이 부상할 가능성도 높다.

목재는 생물자원이기 때문에 석유나 석탄과 같이 사용하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적당히 관리하면 영구적으로 재생산이 가능하다.

대도시 주변의 하천은 乾川(건천)이 많고, 1년에 물이 흐르는 날이 절반도 되지 않는 곳이 많다. 淸溪川(청계천) 복원은 우리나라 하천의 이미지를 일신하는 계기가 됐다. 맑은 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살고, 새들이 찾아오는 하천 생태계가 복원되었기 때문이다.

중랑천, 양재천, 안양천 등의 한강지류가 하천 생태공원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대도시 주변의 하천들이 개발을 통해 생태공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콘크리트 護岸(호안)을 자연석과 식생블록을 이용한 친환경 호안으로 교체하고, 갈대·갯버들·달뿌리풀과 억새 등의 수변식물을 심고 있다.

현재 하천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다양한 생물체가 살아갈 수 있는 식물 플랑크톤을 증식시키는 것이다. 천연소재인 화강암이나 목재는 식물 플랑크톤의 증식을 도와주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천연소재는 인공소재보다 식물 플랑크톤이 붙어 살 수 있는 膜(막)이 많다.

물속 목재에서 생산되는 식물 플랑크톤은 물고기들이 매우 좋아하는 먹이다. 식물 플랑크톤 생산이 활발해지면 다양한 생물종이 하천에 출현하게 돼 ‘생물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하천 만들기는 건설기계 운전, 건설자재 운반, 건설자재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하게 된다. 그 양은 전 사업비의 0.4％나 되며, 특히 콘크리트 자재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전체 사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의 약 73％를 차지한다고 한다(일본 환경공학주식회사 자료).

목재나 자연석 같은 천연소재를 호안 공사에 사용함으로써 종래의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공사보다 약 80％ 정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한편, 목재와 돌의 틈새에는 시간이 지나면 풀 등의 식물이 자라므로, 녹화에 의한 이산화탄소 저감도 기대할 수 있다.

하천의 pH에도 영향 없어

숲가꾸기 사업 후 숲 속에 버려지는 간벌재를 토목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도시하천의 경우 도로에서 유입되는 빗물에 의한 각종 세균이나 중금속 오염 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게다가 콘크리트가 함유하고 있는 석회석으로부터 방출되는 강알칼리성 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어 또 다른 환경파괴를 유발하고 있다. 흐르는 물이 일정 크기 이상의 자연석을 통과하도록 할 경우 자연석 간의 미생물에 의한 礫(역)간접산화법(자갈을 이용한 오염물질 제거방법)에 의해 세균이나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다.

친환경적인 하천 만들기는 治水(치수) 기능을 확보해야 함은 물론, 생물의 생식, 생육환경의 보전 및 복원을 고려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친환경 하천조성 토목공사에 콘크리트 이외의 재료가 사용되고 있으며, 종래의 하안과 비교해 다양한 구조를 갖는 것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즉 ‘자연에 가까운 하천’을 목표로 ‘식생으로 이루어진 하천’,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은 하천(돌이나 목재 이용 등)’, ‘콘크리트가 보이지 않는 하천(콘크리트를 복토하는 등)’으로 점차 변모하고 있다.

목재로 만든 植生(식생) 방틀이나 호안 방틀은 자연석을 채우기 때문에 내부에 수서곤충이나 물고기가 쉬어가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특히 자연석은 형태나 색상, 크기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식물이나 생물이 좋아하는 생태공간이다.

흐르는 하천에 자연석이나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그곳에는 수서곤충이 살아갈 수 있고, 물고기를 비롯한 많은 동물류의 먹이가 될 수 있다. 하천에 있는 돌의 이면이나 돌 틈새에 붙은 낙엽을 보면, 작은 벌레 같은 것들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pH란 물의 산성 또는 알칼리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pH가 7일 때 중성, 7보다 클 때는 알칼리성, 7 미만일 때는 산성이라고 한다. 수서생물의 서식은 pH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서식 pH 범위의 폭이 매우 좁다. 하천 생물생태계에 적당한 환경기준은 pH 6.5~8.5 이하다. 이 기준을 벗어난 환경영역에서는 한정된 생물밖에 살아갈 수 없다.

호안 식생 블록으로 주로 사용하는 콘크리트는 본래의 pH가 12에서 13 정도의 알칼리성 물질이다. 콘크리트가 물에 잠기면 칼슘 성분이 녹아내려 pH가 높아진다. 그러나 천연소재인 목재는 콘크리트와 달리 알칼리 성분의 유출이 거의 없어 pH를 상승시키지 않는다.

하천의 둔치는 생식하고 생육하는 모든 생명을 감당하며, 생명을 품는 소중한 안식처다. 또 개천은 수변 식물의 성장을 도와주고, 잉어나 붕어, 송사리에게 쾌적한 삶을 제공하는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목재 지급률 8.8%에 불과

하상 방틀은 간벌재를 대량으로 이용하면서도 하천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고 장기간 탄소 저장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환경제품’이다. 목재를 별다른 가공과 방부처리를 할 필요 없이 물속에서 재사용하기 때문에 목재를 건조시킬 필요도 없다.

하상 방틀은 간벌 현장에서 얻은 박피한 生(생)원목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콘크리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채움 돌을 주변에서 얻을 수 있으므로 공사로 인한 환경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산림의 순환이용에 순응하면서 친환경적으로 하천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하천 생태계 복원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림은 총 국토면적의 65%인 약 650만ha다. 2005년 현재 총 삼림축적량은 5억㎥로 ha당 약 80㎥ 가량 축적돼 있고, 매년 1500만㎥ 이상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 목재 수급량은 연간 약 2600만㎥이므로 목재생산량은 수급량의 5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대부분의 목재를 수입에 의존하며, 국내 생산목재의 자급률은 8.8%에 지나지 않는다. 목재생산량 대비 국내에서 생산되는 목재의 이용은 15% 정도로 그 이용률이 극히 저조하다. 향후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해 산림부문에서 온실가스 저감률을 높이는 정책이 시급하다.

현재 국내에서 간벌재는 숲 속에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숲 가꾸기 작업 후 숲 속에 버려지는 간벌재가 연간 15만6000㎥(5t 트럭으로 3만 대분에 해당)에 달하며, 본격적인 숲 가꾸기가 실행되면 폐기되는 간벌재가 연간 50만㎥ 정도로 추정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300억원이다.

간벌재를 토목용재로 사용하면 도시 경관을 친자연형으로 살리고, 도시 열섬효과를 줄일 수 있다. 목재는 천연자재로서 외관상 거부감이 없고, 따뜻함을 지니고 있어 누구나 좋아한다. 그러므로 목재를 토목용재로 사용하는 것은 공익성 관점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푸른 숲과 미래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정부는 공공사업에서 간벌재를 이용한 토목자재를 우선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특히 하천은 물을 필요로 하는 모든 생명이 머무는 소중한 삶의 보금자리이므로 목재를 토목자재로 이용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