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聖煥의 시각] “수년간 미끄러지던 GM, 작년에는 바퀴가 빠져버렸다” : 월간조선

“첫 번째, 똥차를 만든다. 두 번째, 높은 임금에다 强性(강성)노조가 있다. 세 번째, 도요타가 있다.”

작년 말 어느 기업체에서 강의를 할 때 나온 “왜 GM이 망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필자의 즉흥적인 대답이었다. GM에 대해 특별히 연구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럴듯한 대답이었다는 생각에 이후에는 아예 강의 내용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다 私席(사석)에서 어느 분이 하나를 추가하면 좋겠다면서 네 번째 이유를 들었다. 오래된 기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른바 ‘관료주의’였다. 그분의 가까운 친척이 자동차업계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GM대우와 일할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주 사소한 설계나 모양새를 바꾸려고 해도 미국 본사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보통 한두 달씩이나 걸렸다고 한다. 의사결정과정이 길 뿐 아니라, 서로 책임을 안 지려고 하는 바람에 최종결정권자까지 갔다가 오는데 터무니없이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지적이었다. 이후 필자는 GM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모두 4가지를 들고 있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은 ‘2009년 미국 1000대 기업’에서 매출액(2008년 기준) 6위, 赤字(적자)규모 4위를 차지한 GM에 대해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달고 있다.

“지난 수년간 미끄러지던 GM이 작년에는 바퀴가 빠지고 말았다. 내년에는 GM이 과연 어디쯤 자리할까. 노조와의 협상에서 충분한 양보와 정부로부터의 구제금융을 받아냄으로써 회사를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파산보호신청을 통해 지금보다 크게 쪼그라들면서 새로운 GM으로 태어날 것인가.”

GM이 어떤 회사인데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는가. 1903년 설립된 포드에 이어 1908년 종합자동차회사로 설립된 이후, 최근까지 미국은 물론 全(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되면서도 가장 큰 자동차회사라는 명성을 누려 왔다.

GM은 1930년대에는 포드, 크라이슬러와 함께 ‘빅 3(Big 3)’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1950년대부터는 미국 자동차업계 不動(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면서 미국 하면 GM, 자동차 하면 GM일 정도였다.

GM은 오랫동안 GE(제너럴일렉트릭)와 함께 미국의 제조업을 대표하는 국민기업이었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두 가지가 전기와 자동차라면, 전기(Electric)에서는 GE, 자동차(Mortors)에서는 GM인 셈이었다. 전기와 자동차 앞에 ‘일반적인’ 또는 ‘보통의’라는 뜻을 가진 ‘General’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도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필요한 전기와 자동차를 공급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을까.

누적적자 822억 달러, 목표주가 ‘0’ 달러

우리나라에서도 광복 이후, 특히 6·25 전쟁을 겪으면서 트럭이나 車(차) 하면 ‘제무시(GMC·GM의 트럭 브랜드)’였던 적이 있었다.

GM의 과거 행로는 화려하다. 앞서 언급한 <포천>의 미국 1000대 기업 리스트(매출액 기준)를 보면 1955년 이후 2000년까지 46년 동안 1위를 차지하지 못한 해가 9년밖에 안된다. 그것도 1, 2차 오일쇼크로 자동차 수요가 크게 위축됐던 1970년대 중·후반과 1980년대 초·중반뿐이었다.

1986년에 다시 1위로 복귀한 이후 2001년 엑손모빌과 월마트에 이어 3위로 밀려날 때까지 15년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올해의 6위는 1955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한 것이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차지하던 부동의 1위 자리도 작년부터 도요타에 넘겨주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매출액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손실이 커지면서 회사가 망하게 되었다는 데 있다. 2005년부터 적자가 나기 시작해 작년까지 4년 동안 누적적자가 무려 822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822억 달러면 작년 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9287억 달러)의 10%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 정도의 적자를 버틸 회사는 이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결국 GM은 작년 12월 이후 미국 정부로부터 134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데 이어 지난 4월 중순에는 긴급 운전자금으로 50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그것도 6월 1일까지 보다 확실한 구조조정案(안)을 내놓을 때까지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응급조치였다. 5월 들어서도 캐나다 정부로부터 5억 달러의 운전자금을 빌리기로 하는 등 GM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2007년만 해도 株當(주당) 30~40달러대에서 움직이던 株價(주가)는 1~2달러대로 폭락했다. 작년 11월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는 GM의 목표주가를 ‘0’달러로 下向(하향)조정했다. 주가가 ‘0’달러면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되는 셈이다.

더욱이 5월 초 블룸버그 통신은 다우지수(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 산정 時(시) 대상종목이 되는 30개 기업에서 GM이 74년 만에 退出(퇴출)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자리를 내놓는 것을 넘어 上場(상장)폐지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1대당 복지비용 100달러

프리츠 헨더슨 GM 회장은 지난 4월 27일 감원과 공장폐쇄 등의 내용을 담은 自救계획을 발표했다.

설립 이후 100년 동안 1등 기업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회사가 수년 사이에 망할 지경에 이르렀다면 문제가 한두 군데가 아닐 것이다.

먼저 첫 번째 이유인 GM이 품질이 나쁜 형편없는 차를 만든다는 점부터 살펴보자. 자동차산업 전문가가 아닌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차의 기준은 소비자들로부터 찾을 수 있다. 많이 팔린다는 것은 가격에 비해 품질과 서비스가 좋다는 뜻이므로 많이 팔리는 차가 좋은 차다.

미국의 자동차 內需(내수) 시장에서 빅 3(GM, 포드, 크라이슬러)의 점유율은 1984년 77.4%를 高點(고점)으로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 2000년에는 처음으로 70%를 밑돌았다. 이후 빅 3의 점유율은 급격히 줄어 작년에는 50% 아래로 떨어졌다. 이 와중에 최근 10년 동안 30%를 오르내리던 GM의 점유율도 작년에는 21%대로 추락했다.

그만큼 GM이 미국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형편없는 차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GM 등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燃比(연비)효율보다는 크기와 성능에 집착하면서 대형차 위주의 생산을 고집한 것이 도요타 등 중·소형차에 주력한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 자리를 내주었다는 분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油價(유가)마저 급등하면서 대형차는 물론 GM 등 빅 3의 주력제품이던 스포츠유틸리티(SUV)와 픽업트럭 등이 설 땅을 잃었다.

두 번째 이유인 높은 임금 및 강성노조와, 네 번째 이유인 관료주의는 형편없는 차를 만들게 하는 원인 제공자라고 할 수 있다.

환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GM의 생산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2007년 기준)은 73달러로, 미국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임금 25달러의 3배에 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간당 임금이 40달러대인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에 비해서도 30달러 정도 더 높은 수준이다. GM은 도요타보다 무려 70% 이상 더 높은 임금을 주면서도 좋은 차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GM의 생산직 근로자가 실제로 받아 가는 임금 수준은 73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2달러 선이라는 데 있다. 나머지 40달러 정도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퇴직 근로자에게도 혜택을 주기 위한 복지비용이다.

GM 등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1950년대에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맺은 단체협약에 따라 현직 근로자는 물론 퇴직자와 부양가족에게도 회사가 의료비와 年金(연금)을 終身(종신)지급하고 있다.

GM이 지출하고 있는 의료복지 비용만 해도 연간 60억 달러 안팎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출액 1490억 달러에 적자가 308억 달러에 달하는 회사가 의료복지 비용으로 60억 달러를 지출한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다. 여기다 연금 등 기타 복지비용까지 합하면 복지관련 지출이 자동차 1대당 1500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결과는 강성노조의 득세와 경영진의 無能(무능) 및 무사안일의 합작품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완패

1950년 GM과 전미자동차노조는 근로자와 가족의 의료비 50%를 회사 측이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계속 노조 측 입장을 받아들이면서 1961년에는 근로자 100%, 퇴직자 50%로 상향 조정됐으며, 1967년부터는 퇴직자에 대해서도 의료비를 100%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것이 GM의 현재와 미래에 惡材(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조직의 관료주의는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둔감하게 되면서 팔리는 차를 만들지 못하는 근본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다.

세 번째 이유인 도요타가 있다는 사실은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에 따른 치열한 경쟁에서 GM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대 도요타 등 일제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할 때만 해도 빅 3와 미국인들은 일본차에 대해 “마차에 엔진을 달았다”거나 “깡통에 바퀴를 달았다”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들은 소형차와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늘려 가기 시작했다.

만약 자유무역이 아니라 문을 닫고 살았거나 수입자동차의 품질이 시원찮았다면 빅 3가 아무리 형편없는 차를 만들어 팔아도 미국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미국산 자동차를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개방과 자유무역으로 인해 더 좋은 차가 더 싼 값에 들어오면서 빅 3의 설 자리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차가 안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이유로 인해 GM은 파산위기로 치닫고 있다. GM은 작년 말 이후 미국 정부로부터 134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구조조정안을 제출하면서 166억 달러의 추가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구조조정안에는 2011년까지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2012년까지 미국 내 5개 공장을 포함한 총 15개 공장을 폐쇄하면서 4만7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 들어 있었다. 중·소형차 중심의 생산라인 조정, 선진기술 개발 및 제조, 퇴직자에 대한 의료비 축소 등 비용개선 등도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GM이 제출한 구조조정안을 거부하면서 새로운 구조조정안을 6월 1일까지 제출하도록 2개월의 시간을 추가로 부여했다. 미국 정부는 아울러 새로운 구조조정안도 GM의 회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면 파산절차를 밟겠다면서 파산절차를 준비하도록 요구했다.

파산하면 300만명 일자리 잃을 것

만약 미국 내 1위의 자동차회사 GM이 파산한다면 어떻게 될까. 먼저 GM처럼 큰 회사를 미국 정부가 과연 파산시킬 것인가. 일부에서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이 오히려 GM의 회생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산을 통해 근본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국내 여론이 조성될 경우 GM의 파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GM을 파산시키기로 결정할 경우, 그로 인한 악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가급적 신속하게 파산절차를 밟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돈이 되는 브랜드와 돈이 안 되는 브랜드로 구분해 돈이 되는 브랜드로만 새로운 GM을 만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때 탈락하는 브랜드는 매각하거나 파산절차를 밟는다는 전략이다.

현재 GM은 뷰익, 캐딜락, 시보레, GMC, 홀덴, 허버, 올즈모빌, 오펠, 폰티악, 사브, 새턴, 복스홀 등 모두 10여 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이 중 뷰익, 캐딜락, 시보레, GMC가 새로운 GM의 핵심 브랜드가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파산보호를 신청한 크라이슬러와 함께 GM 브랜드가 이탈리아의 피아트 등으로 인수되면, 미국은 물론 세계 자동차업계는 100여 년 만에 가장 큰 지각변동을 겪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자동차산업은 위상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미국 제조업의 위상도 크게 추락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GM과 크라이슬러가 공장 폐쇄 등 강력한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대규모 減員(감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 자동차 회사는 물론 딜러 등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입게 되는 미국 내 고용인원이 3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미국 전체 고용인원 1억4100만명의 2%를 넘는 규모에 해당한다. 고용감소는 곧 미국인들의 소득감소와 그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경제를 더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GM의 자회사인 GM대우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동시에 현대·기아차그룹 등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도 위기와 기회가 엇갈리는 시기를 맞고 있다.

우선 부품공급이 글로벌화되어 있는 자동차산업에서 GM의 파산은 공급 사슬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부품공급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

반면 최근 현대·기아차그룹이 미국 시장 등에서 善戰(선전)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이 소형차 중심의 전략과 적극적인 시장공략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크게 올릴 수 있는 기회다. 빅 3의 부진에다 엔고(円高)로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우리 자동차들이 환율을 등에 업고 미국 소비자들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하락하고 있는 환율이 하반기에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따른 대비책과 전략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GM 등 빅 3가 높은 임금구조와 강성노조 등 非(비)효율로 인해 추락하고 있는 것을 他山之石(타산지석)으로 삼아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자체적인 구조조정은 물론 勞使(노사)관계의 前向的(전향적)인 개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GM대우의 운명은?

GM의 해외생산 거점으로 GM의 글로벌 유통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GM대우는 GM의 구조조정 또는 파산과정에서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GM대우는 流動性(유동성)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정부에 1조~2조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4·29 再·補選(재·보선) 당시 與野(여야) 정치인들은 “GM대우를 기필코 살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GM대우 문제는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경제적 논리에 근거해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

GM대우는 1대 株主(주주·우호지분 포함 72%)가 GM이므로 GM이 자구노력과 회생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2대 주주(28%)인 산업은행도 자금지원에 나설 수 있다.

소형차 생산위주의 GM대우는 GM 子(자)회사 중 유일하게 이익을 내던 회사였다는 점에서 나름 强點(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강점을 십분 살림으로써 다시 이익을 내는 회사로 만들 희망이 없다면 자금지원은 밑 빠진 독에 국민들의 세금을 붓는 격이다.

우리는 1997년 外換(외환)위기 직전 망하게 된 국내의 某(모)자동차회사를 놓고 ‘국민기업’이라는 명목으로 지원에 나서다 국내외 신뢰를 잃어 버리면서 위기로 치닫게 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울러 GM대우와 쌍용차가 우리나라에서 생산과 고용을 일으키는 우리나라 기업이라는 점에서, 대주주가 외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살려야 할 기업을 죽이는 愚(우)를 범해서는 더더욱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