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의 모든 것 : 월간조선

흔히 ‘이용자 제작 콘텐츠’라는 말을 영어로 줄인 UCC(User Created Content)의 득세는 미디어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농지개혁이다. 창조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Create’라는 말 때문에 이용자 제작 콘텐츠보다는 ‘손수 만든 콘텐츠’라는 표현이 더 낫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지만, 아무튼 이 UCC는 가공할 만한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선 農奴(농노)에 가까웠던 미디어 소비자(이용자)의 지위를 단숨에 갈아엎고 있다. 신문과 방송, 출판에 의해 늘 지배당해 왔던 미디어 소비자가 피지배 강점 역사 수백여 년을 끝내기 시작한 건 단연 인터넷 미디어다. 인터넷으로 인해 매스미디어의 충성도 높은 종신 수요자이자 미디어 스타를 바라만 보는 군중에 지나지 않았던 일반인들이 이른바 미디어 선거권을 획득하게 됐다.

한마디로 인터넷이 대안 미디어로서 판을 차려 주고 전혀 새로운 미디어 언어와 방식, 스타일, 화폐(거래와 교환 형태)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매스미디어의 취재원이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여론과 조작의 착취 대상이기도 했던 일반인이 대대로 내려오던 소작농 지위를 박차고 스스로 경작해 수확하는 미디어 농지개혁이 현실화된 셈이다. ‘미디어 耕者有田(경자유전)’이라고 부름직하다.

좀 더 생생한 현장을 들여다보자. 전 세계 UCC의 대명사이자 총집결지 포털인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대대적으로 패러디한다는 얘기다. 유튜브가 기획한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고 싶은 이용자는 손수 만든 동영상 콘텐츠를 제출하면 된다. 희망자는 자신의 음악재능과 연주능력 등을 보여줄 수 있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것으로 오디션 대기자에 오른다. 이 대기자들을 대상으로 런던·베를린·홍콩·시드니·뉴욕 등의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 관계자들은 심사를 거쳐 단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아울러 막판에는 한 번 더 이용자들이 개입하는 온라인 투표도 진행된다.

이것이 UCC를 활용한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로젝트(이 프로젝트는 http://www.youtube.com/symphonykr에서 확인할 수 있다)다. 사상 최대의 UCC 프로젝트라고 할 만한 이 오디션에 선발된 단원은 2009년 4월 15일, 꿈의 무대인 뉴욕 카네기홀에 서게 된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음악감독인 마이클 틸슨 토머스의 지휘 아래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 등 유명 음악가들과 함께 카네기홀에 올라 중국 클래식 작곡가 탄 던이 작곡한 곡을 연주하게 된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 세계의 숨겨진 음악천재들이 탄생하는 것을 보고 싶다.”

이 같은 UCC 이벤트는 아주 큰 영향력 계수를 지닐 것이 확실하다. 인류의 가장 큰 독점적 문화리더 영역인 클래식 음악이라는 아성을 뒤흔들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도미노처럼 차례차례 다음 순번으로 UCC 해일은 몰려가게 된다. 오케스트라까지 UCC가 접수하는 마당에, 미술 경매도 무장 해제되고 개방될 게 뻔하다.

UCC는 만능인가?

최근 UCC는 기업이 주도하는 비즈니스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수퍼 디자이너들이 독점하는 건축, 인테리어, 가구 디자인까지도 일반인의 아마추어리즘에 굴복당할 수 있다. 심지어 저널리스트들의 독자 영역인 정통 언론 부문에도 UCC의 공략이 위협 수준 이상을 넘어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설프고 갑갑한 정치인, 지식인, 공무원 토론보다 더 명쾌한 일반인 UCC 토론이 사회를 흔들어 깨울 수도 있다.

더 나아간다면 문화리더와 소프트 파워 엘리트들의 배타적 문화장벽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영화예술, 출판기획, 문화외교와 같은 정수리 부분들까지 UCC가 치고 들어올 수 있다. 수년 후 아카데미 영화상 감독상을 할리우드가 모르는 아마추어 신출내기 영화감독이 차지하게 된다면 UCC라는 아마추어리즘의 승리는 만방에 공표될 터이다.

과연 UCC는 그렇게까지 크게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 정도로 오늘날 이 기세등등한 UCC의 완승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UCC로 인해 문화권력이 일부 교체되는 대세에 편승해 지나친 급진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아닐까? UCC의 본질과 정체성을 과대포장해 순수한 일반인의 참신한 아마추어리즘을 이용하려는 못된 의도가 숨어 있지는 않은가?

먼저 UCC 자체의 문화사를 봐야 한다. 지난 2006년이 UCC 등장 시기였다면 2007~2008년은 성장, 혹은 확장기였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던 UCC(user created contents)는 말 그대로 이용자가 직접 제작하는 아마추어 콘텐츠였다. 때문에 콘텐츠의 완성도와 가치가 떨어져도 소재가 신선하고 누구나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 등장과 함께 2006년 메가트렌드로 부상했다.

그러나 2007년 단순 카피와 패러디 등 질 낮은 UCC가 다량 유포되자 이용자들 사이에서 유용하고 질 높은 콘텐츠를 원하기 시작했다. UCC의 진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 결과 단순 이용자 제작 콘텐츠에서 좀 더 전문적인 이윤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등의 세부적인 파생 UCC군인 Neo(네오)UCC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방식과 표현에 있어 유사한 네오UCC들은 모두 수익에 초점을 맞춘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후기 UCC의 대표적인 종류인 SCC(seller-created content)도 판매자가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는 동영상이나 사진 콘텐츠로, 동영상을 통한 수익창출이 목적이다. 일반인이 제작하는 UCC와 그 성격이 대조적인 것이다.

‘돈이 되는’ 모델로 변형돼

UCC를 만들고 있는 여학생들.

SCC는 TV나 오프라인 광고가 힘든 중소 영세업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홍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상업적 목적으로 제작됐다. 최근에는 대기업에서도 이미지 제고와 색다른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수익에 초점을 맞춘 UCC로는 CCC (corporation created contents)도 있다. CCC의 경우 기업이 홍보를 목적으로 제작하는 것으로서, 영세업체보다 규모가 있는 기업의 콘텐츠다. 이외에도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소비자들이 구입상품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면서 품평하는 RCC(Reviewer Created Content; 품평자 제작 콘텐츠), CCC(Customer Created Content; 고객 제작 콘텐트) 등도 있다.

초기 2006년 UCC가 메가트렌드로 부상했을 때 전문가들은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음을 우려했다. 그러나 2007년 기업들이 직접 UCC를 만들면서 UCC의 새로운 수익모델 구축에 앞장서면서 이제는 저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는 CCC 혹은 SCC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을 활용한 마케팅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UCC의 진화에 포털의 수익모델이 가장 먼저 재편됐다. 배너광고와 온라인 협찬이 주 수익원이었던 포털들이 최근 SCC와 같은 동영상 광고의 급증으로 배너광고를 통한 수익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형 포털 사이트들의 배너광고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그 이후부터는 한때 포털에 퍼지는 동영상 중 80%가 SCC를 기록했을 정도로 SCC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이제는 돈을 받고 동영상 노출 횟수를 조절해 주거나 PPL(간접광고) 등으로 수익모델을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털의 수익원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UCC가 새로운 개념으로 빠르게 변화, 진화하면서 저작권과 초상권 침해에 대비한 배상책임 보험까지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UCC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이 높게 평가받는 것도 이런 UCC의 계속된 진화에 대한 당연한 전망이다.

UCC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런 성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기적인 수익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00년대 닷컴 버블이 그랬듯이 UCC 역시 근본적인 문제해결과 다양한 협력체계가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성장이 원활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대표적인 UCC 사이트인 다음의 ‘TV팟’의 경우 한때 2700만 회로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한 적도 있다. 판도라TV 등 전문 동영상 UCC 업체도 최고조에서 4억3936만 페이지뷰로 4배 가까이 증가하며 놀라운 성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의 비약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UCC에 대한 수익성은 여전히 불안하다. 업계 1위 업체조차 연속 적자 상태이고 엠엔캐스트, 아프리카 등도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이 콘텐츠의 앞뒤에 광고를 붙이며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이런 식의 모델로는 장기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UCC는 동영상 포털을 중심으로 한 생활 잡기, 오락성이 강한 통속적 콘텐츠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뉴스의 경우 개인 블로그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뉴스 관련 이용자 참여 콘텐츠의 대부분은 이른바 펌글을 매개로 한 퍼뮤니케이션 성격의 소극적 참여 형태에 머물러 있다. 이런 정체와 답보 상태를 넘어설 동력은 결국 프로의 전문적인 터치가 가미되는 새로운 형태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결합

이 같은 발달 과정을 좀 더 거치면 UCC, 이용자 참여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일반적이고 오락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정보지향적이고 특색있는 차원으로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이행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디지털 미디어 이용자들의 거대한 에너지를 디지털뉴스 미디어와 유통사업자들이 미리 읽고 적절한 콘텐츠 공동 제작, 생산, 작성, 공유의 기술적 도구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UCC 개념 출현의 계기가 됐던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운영방식을 응용하여 디지털뉴스를 매개로 한 교육과 학습, 살아 있는 정보 및 지식 만들기와 같은 캠페인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이런 활동을 통해 디지털뉴스가 정보콘텐츠로 재구성되면 일선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를 활용한 학습활동의 일환)와 같은 구체적인 교과목 프로그램을 통해서 디지털뉴스의 효용과 가치가 다시 한 번 드높아질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

UCC가 본래 순수성을 잃고 상업주의 시장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신통치 않은 수익모델에서 맴돌게 되면서 커다란 자각이 일어났다. UCC 주역들은 결국 아마추어리즘의 승리라는 환상이 적어도 사업자들이 경합을 벌이는 프로 무대에서는 먹혀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확인했다. 이즈음부터 아마추어와 프로의 결합을 뜻하는 프로튜어(Proteur)나 프로 암(Pro-Am)과 같은 절충적이고도 혼합적인 전략 표현이 힘을 얻게 된다. 일반인 이용자와 프로 전문가가 혼합하고 절충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관련해서 UCC의 장점을 잘 이어받을 콘텐츠 혼합주의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사실 최근 수년간 미디어, 콘텐츠 영역에서 융합을 둘러싼 논의가 뜨거웠다. 기본적으로 융합은 디지털 컨버전스(convergence:융·복합화) 개념에서 실제화되었기에 우리말로는 수렴이라는 표현이 맞다. 방통융합도 방송이 통신(또는 기술미디어)에 수렴되고 복속되는 흐름이 더 역력하다. 그도 아니면 방송과 통신이 제3의 뉴미디어 형태라는 지점을 향해 수렴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니, 융합을 말하는 배경과 원래 개념 자체가 ‘수렴’형이었다고 보고 이와는 다른 혼합주의를 새롭게 제기할 수 있다.

여러 콘텐츠의 혼합 현상 나타나

여기서 혼합이란 협업(collaboration), 공생, 공진화, 복합화, 결합 등의 뉘앙스를 갖게 된다. 서로가 섞여 혼연일체가 되니 내용상 새로운 스타일이 된다고 보는 시각이다. 만약 방통융합이 아니라 방통혼합이 된다고 하면 현재 논의되는 관련 사업자 통합, 기구 통합이 주가 아니라 새 콘텐츠 스타일 창조가 논의되어야 옳다.

바로 CBS 파라마운트사의 대박 드라마 가 융합이 아닌 혼합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영화제작자인 제리 브로크하이머가 처음으로 영화방식을 방송콘텐츠에 적용해 본 혼합 포맷이자 스타일이다. CSI라는 소재 자체도 과학과 엔터테인먼트가 잘 혼합된 것이고 수많은 캐릭터가 여러 스토리를 혼합해 가며 만드는 스타일임이 분명하다. 다른 미국 드라마 <로스트>도 종전의 소수 주인공 중심이 아니라 여러 캐릭터 여러 드라마 중심으로 혼합한 양식이다.

이런 혼합주의 변화가 새롭게 나타나게 된 데에는 인터넷 이후 하이브리드, 하이퍼링크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이 ‘복잡하고 복합화한 신종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포털을 통해 워낙 여러 콘텐츠를 섭렵하는 멀티 다이제스트식(또는 잡지식) 독해가 편해지다 보니 콘텐츠 스타일과 내용성 자체가 항상적으로 혼합되고 다중화, 다층화, 다기화되고 있다.

만약 이를 통합이나 융합으로 본다면 그냥 영화 자본·인력과 방송 자본·인력이 퓨전형으로 만나는 드라마가 , <로스트>라고 보고 말 것이다. 하지만 혼합주의 관점에서는 콘텐츠 자체, 즉 내용성과 스타일 자체에서 여러 요소가 혼합되면서도 잘 디자인되고 있는 본성적인 변화를 보게 된다.

이 같은 시각에서 영국의 미학연구가 로이 애스콧은 콘텐츠(클래식)가 콘텍스트(포스트 모던)에서 필드로 가는 혼합주의(Syncretic)를 말하고 이를 예술의 미래 흐름이라고 했다. 이를 달리 해석해 보면 인공문명(콘텐츠 창작―클래식)―일탈장난(콘텍스트, 달리 표현하고 선문답하기, 포스트 모던)―자연 그대로 보고 즐기기(콘텐츠 현장―필드)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미학적으로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게 예술의 최고봉이기 때문에 혼합된 상태 그대로 두는 게 혼합주의라는 얘기다.

야생 자연은 그 자체가 혼합이고 복합이고 이른바 경영학에서 말하는 복잡계가 된다. 생태계적으로 봐야 보인다는 말이다. 이를 그야말로 생태계적, 총체적으로 보지 않고 분리해서 분과별로 보게 되면 서로 다른 방송과 통신이 합해져서 방통융합이 되고 IT와 커뮤니케이션이 합쳐져 ICT가 되는 걸로 인식하고, 그렇게만 전파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에 반해 혼합은 ‘본래 방송 속에 통신이 있었고, 통신 속에 방송이 있었다. 콘텐츠적으로’라는 자연스러운 야생 현장을 다시 복원해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

요동치는 시장

대표적인 UCC 사이트 유튜브.

UCC의 고민은 ‘처음처럼’에 놓여 있다. 각광받는 만큼 돈도 벌어야 하지만 처음에 품었던 민주적인 대안 미디어의 창의적 콘텐츠라는 자기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직면하고 있는 도전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구체적인 실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온라인콘텐츠산업의 소비자는 과거 수동적 소비에서 벗어나 마케팅 및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중심적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온라인 콘텐츠의 고도화를 견인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가 생비자(생산+소비자, 즉 프로슈머)로서 창출해 내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은 향후 새로운 유망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할 전망이다. 관련해서 블로그, 개인 미니 홈페이지(싸이월드 등), 개인 동영상 서비스(판도라TV 등)가 등장하고 있으며 개방성과 사용자 참여 기반인 웹2.0의 확산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방송의 확산, IPTV 등 IP를 활용한 미디어서비스 등장에 따라 쌍방향 온라인 콘텐츠 이용이 확대일로에 있다. 이런 기회를 활용하여 데이터 방송 서비스를 통해 방송 관련 정보, 실시간 뉴스, T커머스(TV를 이용한 상거래) 등 다양한 쌍방향 서비스 제공을 해나가야 한다. 특히 온라인 콘텐츠의 소비 중심이 텍스트, 이미지 등 2D기반 콘텐츠에서 3D, 음악, 동영상 등 고품질 콘텐츠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뉴스의 미디어 특성 자체를 좀 더 풍부하고 실재감 높은 쪽으로 디자인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실제로 포털 간 동영상 검색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게임, 방송, 교육 등 분야에서 감성형, 체감형, 실감형 콘텐츠 제작기술 및 서비스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애플의 팟캐스트(Podcast) 서비스는 오디오 방송뿐만 아니라 디즈니, ABC, ESPN 등과 제휴해 영화, 드라마와 같은 동영상 다운로드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가 네트워크 환경 및 다양한 유·무선 기기에서 UCC를 구현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플랫폼 표준 마련 및 제공을 강구해야 한다. 디지털뉴스, 디지털영상, 온라인음악, 사진 등 다양한 UCC 활성화를 위한 최적 플랫폼 제공 연구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UCC 비즈니스 모델 발굴 및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정보 제공도 필요하다. UCC 최종 사용자의 이용행태 및 소비성향 등을 연구·분석하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 수립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UCC 운영사업 추진 시 발생 가능한 개인정보 침해, 유해 콘텐츠 확산 등에 대한 정보 생성 및 제공도 필수적이다.

새로운 미디어, 새로운 플랫폼을 지향하는 사업자는 콘텐츠를 다루는 편집, 편성에 관한 철학과 관점의 명확화, 즉 자기정체성을 확보하는 일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여기서 편집과 편성은 UCC의 미래상을 뜻하기도 하는 이른바 콘텐츠 혼합주의에 바탕을 둔 종합편성 또는 총체적 콘텐츠 편성을 의미한다. 기존의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들이 각각 다양한 방식으로 풋풋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하기도 하면서 전통적인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세련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높은 수준의 콘텐츠 편집, 편성을 해나갈 수 있다.

마이스페이스(개인 네트워킹 사이트로 미국판 싸이월드-편집자 주)는 현재 뉴스코퍼레이션이 소유하고 있다. 유튜브는 16억5000만 달러에 구글로 편입됐다. 마이스페이스의 뉴스코퍼레이션은 본원적으로 콘텐츠 회사인데 비해 구글은 본원적으로 ‘내비게이션(검색)’ 회사이기 때문에 이들 대표적인 두 회사의 모델은 서로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구글의 유튜브 인수는 저작권 침해 이슈와도 맞물리면서 시장을 크게 출렁거리게 하고 있다. 더구나 거대 통신업체와 소프트웨어 업체까지도 이 시장에 들어오게끔 촉진하게 만들어 시장은 더 요동치는 형국이 됐다. 아울러 콘텐츠와 미디어 사업 환경이 전면 디지털, 온라인 서비스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동에 대응하여 온라인 광고, 다운로드 서비스 등 글로벌 표준에 맞는 합법적 비즈니스 모델 제시가 필요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UCC만의 자체 수익원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포털이 초기에 수익모델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검색광고로 주요한 수익원을 찾은 것처럼 말이다. UCC도 UCC만의 수익모델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콘텐츠 사업자는 이제 이용자에게 더 다가서야 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사라져

디지털 미디어의 진화가 개인으로 극대화되고 정점을 이룬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이용자를 고려하는 것은 단순한 외형적인 대응으로만 해결할 수가 없다. 이용자를 유도하거나 끌어들여 길들여지게 함으로써 이용자 중심이 되도록 느끼게 하는 방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용자에 맞춰 모든 것을 판단해서도 안된다. 뉴스는 여전히 진실성과 객관성을 지녀야 한다. 이용자 관점을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시작부터 끝까지 포함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관행과 습성까지 모두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사회·문화 교류가 실질적으로 확대될 뿐만 아니라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문화 간 경계를 급격하게 허무는 脫(탈)정부 탈지역 탈국가 현상이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IT, 디지털, 소프트웨어 등 문화적 할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에서는 정보화 급진전으로 超國的(초국적) 디지털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생태계 형성은 사회·문화 교류를 한층 더 촉진하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미래 사회의 성격도 점차 특수한 문화 양식을 강조하는 형태보다는 영어와 컴퓨터 언어와 같은 표준화된 공용 툴이 더욱 중시되어 문화의 보편성이 틀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디지털, 사이버 문화는 자체 超(초)국가성, 초지역성으로 인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임플로전(implosion: 내적 붕괴)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일상생활 현장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미셸 위나 하인스 워드 같은 다국적 문화를 체득한 스포츠 스타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지역과 문명권을 초월해 복합화된 아이콘을 선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IT기술이 촉발하고 촉진시키고 있는 컨버전스(융·복합화) 현상이 고도화, 일상화되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과 관념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문화의 보편적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순수 문화, 예술 창작자와 연구자를 중심으로 문화적 정체성 및 고유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등 다분히 복합적, 중층적, 양면적 흐름이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둘러싼 논의가 좋은 예다. 한편으로는 대중문화가 해체되기 시작하고 프로슈머를 중심으로 창작과 비평 활동이 재편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매스미디어가 주도하는 대중문화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부 엘리트 집단, 특정 연예인 집단 등이 주도하던 대중문화가 다양한 디지털미디어 수단의 보급으로 인해 급격하게 해체, 재편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개인이 손쉽게 동영상을 제작, 편집, 서비스할 수 있게 돕는 소프트웨어, 기기, 네트워크, 솔루션 수단이 등장하면서 콘텐츠 경로가 매스미디어에서 퍼스널미디어로 급속히 이행 중이다.

UCC에서 PPC로

새로운 인터넷 질서 및 환경을 의미하는 웹 2.0과 이용자제작 콘텐츠(UCC), 이용자개발 콘텐츠(UGC) 등이 디지털, 사이버 문화의 프로슈머화를 상징하면서 문화 생산과 소비의 고정적인 질서와 관념을 혁파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수동적 위치에 머물렀던 대중과 개인이 새로운 문화산업의 창조계급으로 떠오르면서 문화를 생업으로 삼는 새로운 인간형, 집단이 본격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 때문에 종전의 영리 추구형 상업적 비즈니스 모델은 일대 도전을 받고 있다. 이윤 추구를 지상목표로 하는 상업적 비즈니스와 차별화되는 공유와 상호교류 중심의 ‘퍼블릭 소셜 비즈니스(Public Social Business)’와 같은 새로운 인터넷 질서에 관해 실질적인 탐구와 적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UCC의 살길이자 가치 확보는 결국 자체 통합 브랜드로서 포털·허브 사이트 운영, 이용자 셀프 콘텐츠 발굴, 확보, 활용, 열린 유통시스템으로 공급선 다양화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더 축약하면 혁신적 콘텐츠 스타일은 PPC(People Powered Content: 콘텐츠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관계자 모두가 함께 만드는 콘텐츠)가 될 것으로 본다.

관련한 시도가 소개된 바 있다. 실제로 미국 바이어컴 그룹 계열인 케이블 채널 쇼타임은 신작 시트콤 드라마인 프리미엄 시리즈 <엘워드(The L Word)>의 마케팅을 위해 ‘타이 인 머천다이즈(tie-in merchandise)’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드라마 시리즈 관련 책, 향수, 목걸이 등을 월마트와 같은 실제 유통 업체 현장에서 판매하고 고객들과 만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다. 쇼타임은 경품 추첨 등을 포함한 12주간 행사를 통해 팬들에게 브랜드 대사(Brand Ambassador) 기회를 부여, 콘텐츠 관련 라이선싱 사업을 브랜딩으로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PPE(people powered entertainment)’, ‘PPC(people powered contents)’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쇼타임의 새로운 마케팅은 입소문 마케팅의 일환이긴 하나 더욱 본질적으로는 시청자를 미디어로, 즉 ‘컨슈머 미디어(consumers medium)’로 간주하는 차원의 혁신적인 개념”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외주 프로덕션인 올리브나인이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활용, 현대백화점과 함께 특별 코너를 열고 판매 행사를 가진 적이 있다.

創意的 자본주의의 길

이런 형태는 TV 콘텐츠의 감상자인 이용자를 실제 유통 현장의 소비자로도 초치하고 적극적인 브랜드 전도사로 대우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이 같은 서비스 방향을 확장한다면 채널 편성과 기획, 운영 과정에도 미디어 이용자 자신이 개별 미디어로 참여, 개입하도록 하고 하나의 채널은 개별 컨슈머(소비자) 미디어의 적절한 결합이자 총합으로서 작동되는 개념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새로운 개념을 ‘일반인이든 프로든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관계자가 함께 만드는 PPC’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다시 구글과 같은 새로운 기업이 각광을 받게 만드는 원동력인 ‘미디어 권한 이양, 萬人(만인)의 미디어’ 정신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UCC는 일반인들의 미디어 발언과 콘텐츠 비즈니스 자치를 웅변하는 심대한 콤플렉스였다는 분석이다. 이 콤플렉스와 억압을 분출하고 표현했기에 UCC는 그만큼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더 이상 역습과 기습을 허용하지 않게 됐다. 우리 모두가 만들고 가꾸어 왔던 미디어 부문의 현장은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소프트 파워 엘리트와 평범한 군중, 공급자와 수요자, 탐험가와 추종자가 공존 공생하는 거대한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 생태계가 自淨(자정) 작용을 잘 발휘하고 있다. 지나치게 일반인과 프로를 편 가르는 UCC는 변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반인 아마추어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책임 없는 권한을 휘두를 수 없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맞고 있다. 이제부터는 UCC가 실제 내용적으로 아마추어와 프로, 기자와 취재원, 문화리더와 수용자, 다수와 소수자, 내부인과 이방인들이 모두 함께 거들고 만들어 나가는 퍼블릭 소셜 비즈니스 개념의 PPC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야만 기왕에 나타난 UCC라는 엄청난 에너지가 훨씬 더 생산적이고도 생태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게 바로 월스트리트 탐욕을 1년 전에 예견했던 빌 게이츠가 다보스포럼에서 호소한 창의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의 핵심이다. 좀 더 멋진 미디어와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는 모든 사람들의 진지한 노력은 언제나 숭고하게 남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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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진화하면서 거대한 ‘미디어 생태계’를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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