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광물기업들, 중국에 석회석 광산 개발, 채굴, 유통 판매에 이르는 일관 시스템 구축
⊙ 安徽省 8000만t 석회석 광산 두고 다국적 기업들 간 경쟁 치열해져
⊙ 중국産 석회석, 한국産보다 품질·가격 경쟁력 앞서
⊙ “해외 광물자원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 (金信鍾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 安徽省 8000만t 석회석 광산 두고 다국적 기업들 간 경쟁 치열해져
⊙ 중국産 석회석, 한국産보다 품질·가격 경쟁력 앞서
⊙ “해외 광물자원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 (金信鍾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 장자강 생석회 제조공장 부두에 설치된 거대한 굴삭기가 정박한 선박에 실린 석회석들을 들어내 레일 위로 옮기고 있다.
중국 안후이(安徽)성 츠저우(池州)시 칭양(靑陽)현의 한 야산. 샛노란 유채꽃밭 너머로 잿빛 석회석 露天(노천)광산이 보였다. 언덕 위 굴삭기들은 表土(표토)를 제거하는 작업에 한창이고, 한국 군용 트럭과 비슷한 모양의 파란 덤프트럭들이 돌과 흙을 실어 나른다. 산 중턱에선 착암기가 요란한 소리와 회색 먼지를 내뿜으며 구멍을 뚫고 있었다.
총 매장량 800만t 규모의 라이롱(來龍)광산은 韓中(한중) 합자기업인 안휘성원진래용광업유한공사가 연간 약 30만t의 석회석을 생산하고 있다. 광산 총책임자인 얀하오(閻浩) 총경리는 “이곳에서 생산된 석회석은 전량 40km 떨어진 부두로 옮겨진 다음, 양쯔(揚子)강 수로를 따라 장쑤성(江蘇省) 장자강(張家港)에 있는 포스코(장가항포항불수강유한공사·ZPSS) 등으로 보내진다”면서 “우리 광산은 산화칼슘(CaO) 함량이 55%에 이르는 高(고)품위 석회석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회석은 산화칼슘 함량 52%를 기준으로 고품위와 中·高(중·고)품위로 나뉜다. 고품위 석회석은 제철과 화학 분야에 활용되며, 低(저)품위는 주로 시멘트 등 건축재료용으로 쓰인다.
한국엔 현재 75억t의 석회석이 매장돼 있다. 이 중 고품위는 16억t으로 22%에 불과하다. 2007년 한 해 동안 한국은 1300만t, 금액으로 치면 3500만 달러어치의 고품위 석회석을 해외에서 수입했다.
필자는 지난 4월 7일부터 4일간 한국광물자원공사 金信鍾(김신종) 사장 일행과 함께 중국 내 한국 기업의 광물자원 개발현장을 답사했다. 칭양의 석회석 광산에서 시작해 장자강의 생석회 제조공장과 ZPSS에 이르기까지 석회석의 一生(일생)을 그대로 따라갔다. 姜天求(강천구)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은 “국내 석회석 매장량 고갈로 인해 양질의 석회석 공급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선 환경규제와 갱내 채굴 등으로 생산원가가 계속 상승하는 데 비해, 고품위 석회석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9년 年産(연산) 250만t 규모의 현대제철이 준공되면 석회석 공급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돼요. 이미 포스코는 일본에서 고품위 석회석을 다량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고품위 석회석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해외자원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글로벌 기업들, 중국에서 자원확보 전쟁
중국의 석회석 매장량은 525억t, 연간 생산량은 약 1억7000만t 규모로, 세계 전체 생산량(2억8000만t)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안후이성, 산시(陝西)성, 쓰촨(四川)성, 광시(廣西)성에 약 30억t 이상의 석회석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국이 광산개발에 관여한 안후이성 츠저우시의 경우 산화칼슘 54% 이상의 고품위 석회석이 풍부하다. 예상 매장량은 10억t 이상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양쯔강을 끼고 있어 운송비 절감에도 유리하다. 석회석은 대표적인 低價(저가) 광물로 물류비 절감이 개발의 전제조건인데, 츠저우시는 그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셈이다.
안후이성은 세계 자원전쟁의 축소판이다. 방해석, 석회석, 백운석 등 비금속 광물자원뿐 아니라 아연, 동, 망간, 텅스텐 등 금속광물까지 풍부한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에너지 기업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현재 벨기에의 로하스, 스위스의 오미아, 프랑스의 영그자, 홍콩의 유확공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해 있으며, 이들은 한정된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이들 글로벌 기업을 통해 자신들이 보유한 광물자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선진 기업의 자본과 기술을 집중적으로 유치해 광물자원을 개발한 후, 자신들의 기술로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츠저우시 당국은 ‘자원이 산업을 선도한다’는 정책하에 자원개방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원석 채광은 금지하고 광물자원의 심가공(2차 가공) 투자를 기본 조건으로 개발 비준을 하고 있다. 광물은 내주되 가공 기술을 받는다는 방식이다.
최근 라이롱 광산 인근에 8000만t 규모의 대규모 석회석 광산이 발견되자, 영국과 호주 등 세계 각국의 광물 기업들이 개발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얀하오 총경리는 “중국 정부가 한 국가나 기업에 광산 전체를 내주지는 않는다”면서 “한국 기업도 지금부터 준비할 경우 3000만t까지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얀하오 총경리와의 대화.
―이번에 발견된 석회석 광산은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연간 200만t씩 생산해도 수십 년 동안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광산입니다. 석회석과 같은 비금속 광물은 부가가치가 적지만 리스크가 없어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어요. 이미 많은 기업들이 탐사를 끝낸 상황입니다.”
자원과 기술을 맞바꾸는 정책 추진
장쑤성의 省都(성도) 난징(南京) 출신인 얀 총경리는 1995년까지 안후이성 허페이(合肥)시에서 자동차 부속상을 운영했다. 그러던 중 자신이 살고 있는 안후이 지방에 품위가 높은 비금속 광물이 매장됐다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광산업을 시작했다.
얀 총경리가 외국인과 합작회사를 운영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그는 한국인에 대해 “일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적극성이 대단하다”면서 “이번 합작회사 운영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다”고 했다.
“합작기업을 2005년부터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이 광산 주변은 황무지에 잡목만 우거져 있었죠. 그런 곳을 저희와 한국인의 열정으로 이렇게 개척한 겁니다.”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저는 결정권이 있으니 바로 추진할 수 있는데, 한국광물자원공사나 국내 투자기업인 (주)원진은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중국이 최근 여러 분야에서 선진국들의 자본과 기술만 확보한 후 내팽개친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중국은 자원을 갖고 있고, 한국과 같은 외국기업은 자본과 기술을 갖고 있어요. 이 두 가지가 만나 서로 윈-윈(win-win)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저는 큰 문제가 없는 한 한국 기업과 계속 협력해 나가고 싶어요.”
라이롱 광산의 총 넓이는 10만4000㎡, 광구 내 석회석 매장량은 총 809만6700t으로 추정된다. 2008년 한 해 원광 생산량은 29만5000t, 이 중 11만4000t이 장자강 ZPSS에 규격제품으로 납품된다. 현재 광산은 한국광물자원공사 25%, 주식회사 원진 26%, 안휘성래용광업유한공사 49%로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총 자본금은 1285만 위안(元·한화 약 25억원).
이곳에서 생산된 석회석 중 연간 20만t은 장쑤성 장자강의 석회공장 ‘장가항원진공업재료유한공사’로 공급된다. 이 공장은 라이롱 광산의 석회석을 원료로 연간 10만t의 생석회를 생산해 장자강의 ZPSS에 공급한다.
이후 ZPSS에서 스테인리스강 생산 중 발생하는 집진분 폐기물을 받아 일명 地金(지금) 형태의 ‘페로니켈’과 ‘페로크롬’을 연간 약 3만t 생산해 다시 ZPSS로 공급한다. 석회석 생산에서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스테인리스강 생산의 全(전) 과정이 중국 현지에서 일괄 진행되는 셈이다.
칭양현 라이롱 광산에서 만난 현지 인부 장한청(張漢成·42)씨는 광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큰 도움을 얻게 됐다고 했다.
세계 최고 품위의 석회석 생산
한국광물자원공사의 李根澤(이근택) 장자강 파견 부장은 “라이롱 광산에서 생산되는 석회석은 산화칼슘 함량이 54~55%로, 이론상 가능한 품위인 56%에 근접한 최고 품질”이라며 “ZPSS 등 유력 철강기업에서 요구하는 품질을 맞추기 위해선 이 정도 급의 생산품이 필요하다”고 했다.
석회석 광산 취재를 마친 후 장자강으로 향했다. 장자강에서 김신종 한국광물공사 사장과 장자강市(시)의 황친(黃欽) 서기와의 만남이 있었다. 이 자리엔 한국 기업인 원진의 孫達鎬(손달호) 회장이, 중국측에선 현지 광물기업인 야금공업원의 리지엔싱(李建興) 원장과 두용페이(杜永飛) 국장 등이 참여했다.
황 서기는 김 사장에게 “포스코와 같은 우수한 한국 기업들이 장자강에 진출한 결과 장자강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기 바란다”고 하자, 김 사장은 손달호 회장을 가리키며 “마침 과거 吳(오)나라의 땅(이 지역은 삼국시대 손권이 다스리던 오나라 지역이었음)이었던 곳에 孫(손)씨 성을 가진 한국인이 와서 사업을 하게 된 것도 큰 인연”이라며 한국 기업에 대한 행정적 지원을 당부했다.
김 사장은 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조업중단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장자강의 한국 기업들은 최선의 노력을 하는 중”이라며 한국의 對(대) 중국 자원분야 투자확대 등 협력의지를 강조했다.
칭양에서 생산된 석회석은 양쯔강 뱃길을 따라 사흘 동안 450㎞를 달려와 장자강 부두에 다다른다. 이를 이어받는 곳은 (주)원진의 생석회 제조공장이다. 2005년 6월부터 가동된 이 공장은 연산 30만t의 석회석을 가공해 약 10만t의 생석회를 생산한다.
장가항 포스코에 생석회 공급
부두에 설치된 거대한 굴삭기가 정박한 선박에 실린 석회석들을 들어내 레일 위로 옮긴다. 이 레일을 따라 이동된 석회석은 燒成爐(소성로)로 향하며, 이곳에서 1200°C 온도로 구워진 후 가공품인 생석회로 탄생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생석회의 산화칼슘 함량은 96~97%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93~94%보다 훨씬 고품위다.
모든 생산라인은 중앙통제실을 통해 일괄적으로 관리된다. 공장장 주부어룬(朱伯倫) 씨가 보고 있던 모니터엔 현재 이동 중인 석회석 원료의 위치와 소성로의 온도, 생산품의 이동경로 등이 표기돼 있었다.
공장 밖으로 나온 윤병로 법인장이 생석회가 든 통에 물을 부었다. 그러자 작은 폭발음과 함께 연기를 내며 돌들이 튀기 시작했다. 윤 법인장의 설명이다.
“생석회의 순도가 높을수록 활성이 강합니다. 즉 반응이 강하다는 이야기죠. 이렇게 물만 부어도 폭발하듯 튀어 오르는 것은 그만큼 고품위의 생석회라는 걸 증명합니다.”
석회석에서 생석회로 바뀐 후의 여정은 장자강 ZPSS로 이어진다. 중국식으로 ‘장가항포항불수강’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ZPSS에선 연간 총 10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강이 생산된다. 중국 내 최대 스테인리스 업체인 보강불수강(150만t)과 태원강철(250만t)에 이어 3위 규모다.
ZPSS의 申丁錫(신정석) 사장은 “고급 스테인리스강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고품질의 생석회는 필수”라면서 “원진이 공급하는 생석회의 품질은 중국 현지 기업들의 제품보다 훨씬 고품질”이라고 말했다.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은 “ZPSS는 중국에 위치한 한국 기업의 대표선수”라며 “양사 간의 지속적 교류확대를 통해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ZPSS 공장에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마찬가지로 정문에 ‘資源有限 創意無限(자원유한 창의무한)’이란 구호가 적혀 있었다. 전체 면적은 약 130만㎡로 포스코가 해외에 건설한 최대의 생산기지인 스테인리스강 일관제철소다.
스테인리스의 제조공정은 ‘철스크랩’이라 불리는 고철 원료를 전기로에 집어넣고 녹여서 쇳물을 만든 다음, 이것을 거푸집에 부어 200㎜ 두께의 슬래브로 만든다. 이 슬래브에 열을 가해 압연기에 집어넣고 두께 3~6㎜의 철판으로 만든 다음, 또 다시 0.3~3㎜ 두께로 눌러서 최종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생석회는 제강과정에서 사용되는데, 먼저 EAF라 불리는 전기로에 투입돼 슬러그(폐기물)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 후, AOD 精鍊爐(정련로)에서 鎔鑛(용광)의 순도를 높여 스테인리스강의 품질을 좋게 하는 역할을 한다.
金容敏(김용민) ZPSS 부총경리는 “생석회의 품질은 스테인리스강의 품질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에서 제공되는 생석회는 품위가 높아 우리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고 했다.
기술과 자본 없인 광물 1g도 안 내줘
스테인리스강이 생산된 후 남은 집진분 폐기물(dust)을 재가공하는 것도 한국 기업의 몫이다. ZPSS 바로 인근에 위치한 장가항원진자원재생유한공사는 ZPSS로부터 연간 6만t 규모의 집진분 폐기물을 공급받아 이를 전기로에서 제련, 니켈과 크롬 성분의 지금 3만t을 재생산한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주요 광산물 수입국이다. 한국 전체 광물수입 규모는 연간 186억 달러로, 이 중 21억 달러어치(11%)가 중국에서 수입된다. 전략 鑛種(광종)인 유연탄의 경우 호주,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중국 각지에서 조사·개발·생산 등 16개 광종 24개 사업이 진행 중이며, 광산기업들의 對(대)중국 누적투자비는 4억3000만 달러에 이른다.
2008년 6월 기준 한국의 對(대)중국 자원투자 비중은 해외 자원 투자비 전체의 11% 수준으로 수입량에 비해 투자액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현재 한국 기업의 고급 기술과 중국의 고품위 석회석 자원을 접목시켜, 국내 공급과 중국 내수를 병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광물공사와 국내 기업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광산을 공동 개발하고, 운반 및 폐수시설 등 부대설비를 함께 이용해 원가절감을 통한 기업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특히 세계 최고품위에 매장량도 막대한 것으로 추정되는 칭양의 라이롱 석회석 광산에 대해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은 “原石(원석)의 부가가치 향상과 더 높은 수익 확보를 위한 심가공 설비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2009년 현재 중국은 세계 광물자원 기업들의 격전지다. 중국 정부는 외자기업이 기술과 자본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단 1g의 광물자원도 내주지 않는다. 중국은 지금 무진장 축적해 놓은 달러로 해외 광산을 무차별로 사들이고, 땅속에 든 자원을 무기로 해외기술을 무차별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자원 없는 나라’ 한국이 중국의 자원개발 현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인터뷰] 金信鍾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건 알아도 우라늄 1g 안 나는 건 몰라”
金信鍾(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은 한국의 ‘자원통’으로 불리는 에너지·자원 분야 전문가다. 1978년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산자부 원자력발전과 과장, 에너지산업심의관, 자원정책실장 등을 역임하며 국가 에너지자원 정책 실무를 담당해 왔다.
2007년 대선 직후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쟁력강화특위 산하 ‘기후변화 및 에너지대책 TF’에 소속돼 기후변화와 에너지자원에 대한 업무를 담당했다. 이 팀에서 제안한 아이디어 중의 하나가 李明博(이명박)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흔히 광물자원이라 하면 ‘저탄소 녹색성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현재 한국광물자원공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환경정책은 무엇입니까.
“현재 정부의 환경정책은 크게 3가지 흐름으로 나뉩니다. 첫째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에서 추진하는 에너지 소비절약과 이용합리화, 둘째 에너지관리공단과 학계에서 진행 중인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 셋째 우라늄과 액화석탄 등 광물자원을 이용한 정책입니다. 저희 광물공사에 해당되는 것은 세 번째 정책입니다.”
김 사장은 특히 우라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석탄·철·아연·동·니켈·우라늄으로 이뤄진 ‘6대 전략鑛種(광종)’ 중에서도 우라늄이 최우선 순위라고 한다.
“국내 전기의 70%는 화력과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됩니다. 한마디로 우라늄과 유연탄에서 상당부분 전기가 나오는 셈이죠. 원자력발전이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는다는 건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이미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 국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땅엔 단 1t의 우라늄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라늄과 銅을 아프라카와 남미에서 획득
김 사장은 취임 후 ‘2+2 전략’을 세웠다. 자주개발률이 저조한 전략 광종 중 2개 광물(우라늄과 동)과, 그동안 소외됐던 2개 지역(아프리카와 남미)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자원은 영국, 호주, 캐나다 등 英(영)연방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명 ‘자원전쟁’의 시대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아프리카와 남미가 바로 그 해답입니다.”
―현재 어떤 국가에 진출하고 있습니까.
“니제르, 나미비아, 남아공 등 주요 자원 국가에 진출해 있습니다. 니제르의 ‘떼기따’ 우라늄 광산의 경우, 니제르 정부가 갖고 있는 구매권 양도를 받았어요. 이 광산의 연간 우라늄 예상 생산량이 400~500t 정도 됩니다. 한국 전체의 연간 우라늄 수요가 3600~4000t 규모니 개발에 성공할 경우 10% 이상의 자급률을 확보할 수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 우라늄 자급률은 0%입니다.”
―최근 ‘자원전쟁’이란 단어를 가장 크게 실감하고 있겠습니다.
“2008년 고려아연과 함께 호주 동남쪽 타스메니아란 섬의 아연광산을 매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죠. 약 8000만 달러 규모로, 저희 입장에선 꽤 신경을 쓰고 있던 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중국의 국영회사가 광산 소유주인 ‘OZ미네랄’社(사)를 17억4000만 달러에 통째로 사버린 겁니다. 누구는 광구 하나 가지고 젖 먹던 힘까지 내는데, 누구는 회사 전체를 단번에 사 버리니… 국력의 차이를 그때 실감했죠.”
해외 광산기업 통째로 사 들이는 중국
―중국의 상상을 초월하는 전략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입니까.
“우리 지사장이 중국 측에 직접 물어봤답니다. ‘너희는 계산도 안 해 보느냐. 경제성 평가, 투자수익성 등 검토를 어떻게 하느냐’고요.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그런 걸 왜 따지느냐. 당에서 지시가 떨어지면 그냥 하면 된다’고. 한국은 ‘사업’을 하지만, 중국은 ‘전쟁’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시가 떨어지면 가차없이 추진하죠.”
김 사장은 석유 일변도의 정부 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석유공사의 정부 출자분은 해마다 늘어나는 것에 반해, 광물자원공사의 예산은 삭감을 당했다.
“한국인들은 우리 땅에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건 알아도, 우라늄이 1g도 안 나는 건 까맣게 모르고 있어요. 자원이라고 하면 석유만을 떠올립니다. 조선, 자동차, 기계, 화학, 심지어 IT까지 광물자원이 영향을 안 끼치는 곳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해외 광물자원 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총 매장량 800만t 규모의 라이롱(來龍)광산은 韓中(한중) 합자기업인 안휘성원진래용광업유한공사가 연간 약 30만t의 석회석을 생산하고 있다. 광산 총책임자인 얀하오(閻浩) 총경리는 “이곳에서 생산된 석회석은 전량 40km 떨어진 부두로 옮겨진 다음, 양쯔(揚子)강 수로를 따라 장쑤성(江蘇省) 장자강(張家港)에 있는 포스코(장가항포항불수강유한공사·ZPSS) 등으로 보내진다”면서 “우리 광산은 산화칼슘(CaO) 함량이 55%에 이르는 高(고)품위 석회석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회석은 산화칼슘 함량 52%를 기준으로 고품위와 中·高(중·고)품위로 나뉜다. 고품위 석회석은 제철과 화학 분야에 활용되며, 低(저)품위는 주로 시멘트 등 건축재료용으로 쓰인다.
한국엔 현재 75억t의 석회석이 매장돼 있다. 이 중 고품위는 16억t으로 22%에 불과하다. 2007년 한 해 동안 한국은 1300만t, 금액으로 치면 3500만 달러어치의 고품위 석회석을 해외에서 수입했다.
필자는 지난 4월 7일부터 4일간 한국광물자원공사 金信鍾(김신종) 사장 일행과 함께 중국 내 한국 기업의 광물자원 개발현장을 답사했다. 칭양의 석회석 광산에서 시작해 장자강의 생석회 제조공장과 ZPSS에 이르기까지 석회석의 一生(일생)을 그대로 따라갔다. 姜天求(강천구)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은 “국내 석회석 매장량 고갈로 인해 양질의 석회석 공급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선 환경규제와 갱내 채굴 등으로 생산원가가 계속 상승하는 데 비해, 고품위 석회석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9년 年産(연산) 250만t 규모의 현대제철이 준공되면 석회석 공급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돼요. 이미 포스코는 일본에서 고품위 석회석을 다량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고품위 석회석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해외자원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글로벌 기업들, 중국에서 자원확보 전쟁
중국의 석회석 매장량은 525억t, 연간 생산량은 약 1억7000만t 규모로, 세계 전체 생산량(2억8000만t)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안후이성, 산시(陝西)성, 쓰촨(四川)성, 광시(廣西)성에 약 30억t 이상의 석회석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국이 광산개발에 관여한 안후이성 츠저우시의 경우 산화칼슘 54% 이상의 고품위 석회석이 풍부하다. 예상 매장량은 10억t 이상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양쯔강을 끼고 있어 운송비 절감에도 유리하다. 석회석은 대표적인 低價(저가) 광물로 물류비 절감이 개발의 전제조건인데, 츠저우시는 그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셈이다.
안후이성은 세계 자원전쟁의 축소판이다. 방해석, 석회석, 백운석 등 비금속 광물자원뿐 아니라 아연, 동, 망간, 텅스텐 등 금속광물까지 풍부한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에너지 기업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현재 벨기에의 로하스, 스위스의 오미아, 프랑스의 영그자, 홍콩의 유확공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해 있으며, 이들은 한정된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이들 글로벌 기업을 통해 자신들이 보유한 광물자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선진 기업의 자본과 기술을 집중적으로 유치해 광물자원을 개발한 후, 자신들의 기술로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츠저우시 당국은 ‘자원이 산업을 선도한다’는 정책하에 자원개방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원석 채광은 금지하고 광물자원의 심가공(2차 가공) 투자를 기본 조건으로 개발 비준을 하고 있다. 광물은 내주되 가공 기술을 받는다는 방식이다.
최근 라이롱 광산 인근에 8000만t 규모의 대규모 석회석 광산이 발견되자, 영국과 호주 등 세계 각국의 광물 기업들이 개발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얀하오 총경리는 “중국 정부가 한 국가나 기업에 광산 전체를 내주지는 않는다”면서 “한국 기업도 지금부터 준비할 경우 3000만t까지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얀하오 총경리와의 대화.
―이번에 발견된 석회석 광산은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연간 200만t씩 생산해도 수십 년 동안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광산입니다. 석회석과 같은 비금속 광물은 부가가치가 적지만 리스크가 없어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어요. 이미 많은 기업들이 탐사를 끝낸 상황입니다.”
자원과 기술을 맞바꾸는 정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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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안후이성 츠저우시에 위치한 800만t 규모의 라이롱(來龍) 석회석 광산. |
얀 총경리가 외국인과 합작회사를 운영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그는 한국인에 대해 “일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적극성이 대단하다”면서 “이번 합작회사 운영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다”고 했다.
“합작기업을 2005년부터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이 광산 주변은 황무지에 잡목만 우거져 있었죠. 그런 곳을 저희와 한국인의 열정으로 이렇게 개척한 겁니다.”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저는 결정권이 있으니 바로 추진할 수 있는데, 한국광물자원공사나 국내 투자기업인 (주)원진은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중국이 최근 여러 분야에서 선진국들의 자본과 기술만 확보한 후 내팽개친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중국은 자원을 갖고 있고, 한국과 같은 외국기업은 자본과 기술을 갖고 있어요. 이 두 가지가 만나 서로 윈-윈(win-win)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저는 큰 문제가 없는 한 한국 기업과 계속 협력해 나가고 싶어요.”
라이롱 광산의 총 넓이는 10만4000㎡, 광구 내 석회석 매장량은 총 809만6700t으로 추정된다. 2008년 한 해 원광 생산량은 29만5000t, 이 중 11만4000t이 장자강 ZPSS에 규격제품으로 납품된다. 현재 광산은 한국광물자원공사 25%, 주식회사 원진 26%, 안휘성래용광업유한공사 49%로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총 자본금은 1285만 위안(元·한화 약 25억원).
이곳에서 생산된 석회석 중 연간 20만t은 장쑤성 장자강의 석회공장 ‘장가항원진공업재료유한공사’로 공급된다. 이 공장은 라이롱 광산의 석회석을 원료로 연간 10만t의 생석회를 생산해 장자강의 ZPSS에 공급한다.
이후 ZPSS에서 스테인리스강 생산 중 발생하는 집진분 폐기물을 받아 일명 地金(지금) 형태의 ‘페로니켈’과 ‘페로크롬’을 연간 약 3만t 생산해 다시 ZPSS로 공급한다. 석회석 생산에서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스테인리스강 생산의 全(전) 과정이 중국 현지에서 일괄 진행되는 셈이다.
칭양현 라이롱 광산에서 만난 현지 인부 장한청(張漢成·42)씨는 광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큰 도움을 얻게 됐다고 했다.
세계 최고 품위의 석회석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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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강의 원진 생석회 제조공장. 오른쪽의 회색 원통 모양 설비가 생석회를 만들어내는 소성로다. |
석회석 광산 취재를 마친 후 장자강으로 향했다. 장자강에서 김신종 한국광물공사 사장과 장자강市(시)의 황친(黃欽) 서기와의 만남이 있었다. 이 자리엔 한국 기업인 원진의 孫達鎬(손달호) 회장이, 중국측에선 현지 광물기업인 야금공업원의 리지엔싱(李建興) 원장과 두용페이(杜永飛) 국장 등이 참여했다.
황 서기는 김 사장에게 “포스코와 같은 우수한 한국 기업들이 장자강에 진출한 결과 장자강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기 바란다”고 하자, 김 사장은 손달호 회장을 가리키며 “마침 과거 吳(오)나라의 땅(이 지역은 삼국시대 손권이 다스리던 오나라 지역이었음)이었던 곳에 孫(손)씨 성을 가진 한국인이 와서 사업을 하게 된 것도 큰 인연”이라며 한국 기업에 대한 행정적 지원을 당부했다.
김 사장은 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조업중단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장자강의 한국 기업들은 최선의 노력을 하는 중”이라며 한국의 對(대) 중국 자원분야 투자확대 등 협력의지를 강조했다.
칭양에서 생산된 석회석은 양쯔강 뱃길을 따라 사흘 동안 450㎞를 달려와 장자강 부두에 다다른다. 이를 이어받는 곳은 (주)원진의 생석회 제조공장이다. 2005년 6월부터 가동된 이 공장은 연산 30만t의 석회석을 가공해 약 10만t의 생석회를 생산한다.
장가항 포스코에 생석회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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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강 포스코(ZPSS)의 전기로가 타오르는 모습. 생석회가 슬러그 폐기물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
모든 생산라인은 중앙통제실을 통해 일괄적으로 관리된다. 공장장 주부어룬(朱伯倫) 씨가 보고 있던 모니터엔 현재 이동 중인 석회석 원료의 위치와 소성로의 온도, 생산품의 이동경로 등이 표기돼 있었다.
공장 밖으로 나온 윤병로 법인장이 생석회가 든 통에 물을 부었다. 그러자 작은 폭발음과 함께 연기를 내며 돌들이 튀기 시작했다. 윤 법인장의 설명이다.
“생석회의 순도가 높을수록 활성이 강합니다. 즉 반응이 강하다는 이야기죠. 이렇게 물만 부어도 폭발하듯 튀어 오르는 것은 그만큼 고품위의 생석회라는 걸 증명합니다.”
석회석에서 생석회로 바뀐 후의 여정은 장자강 ZPSS로 이어진다. 중국식으로 ‘장가항포항불수강’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ZPSS에선 연간 총 10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강이 생산된다. 중국 내 최대 스테인리스 업체인 보강불수강(150만t)과 태원강철(250만t)에 이어 3위 규모다.
ZPSS의 申丁錫(신정석) 사장은 “고급 스테인리스강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고품질의 생석회는 필수”라면서 “원진이 공급하는 생석회의 품질은 중국 현지 기업들의 제품보다 훨씬 고품질”이라고 말했다.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은 “ZPSS는 중국에 위치한 한국 기업의 대표선수”라며 “양사 간의 지속적 교류확대를 통해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ZPSS 공장에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마찬가지로 정문에 ‘資源有限 創意無限(자원유한 창의무한)’이란 구호가 적혀 있었다. 전체 면적은 약 130만㎡로 포스코가 해외에 건설한 최대의 생산기지인 스테인리스강 일관제철소다.
스테인리스의 제조공정은 ‘철스크랩’이라 불리는 고철 원료를 전기로에 집어넣고 녹여서 쇳물을 만든 다음, 이것을 거푸집에 부어 200㎜ 두께의 슬래브로 만든다. 이 슬래브에 열을 가해 압연기에 집어넣고 두께 3~6㎜의 철판으로 만든 다음, 또 다시 0.3~3㎜ 두께로 눌러서 최종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생석회는 제강과정에서 사용되는데, 먼저 EAF라 불리는 전기로에 투입돼 슬러그(폐기물)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 후, AOD 精鍊爐(정련로)에서 鎔鑛(용광)의 순도를 높여 스테인리스강의 품질을 좋게 하는 역할을 한다.
金容敏(김용민) ZPSS 부총경리는 “생석회의 품질은 스테인리스강의 품질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에서 제공되는 생석회는 품위가 높아 우리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고 했다.
기술과 자본 없인 광물 1g도 안 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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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가운데 손들고 있는 사람)과 신정석 ZPSS 법인장(左)이 최종 공정을 마치고 나온 스테인리스강 완제품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중국은 우리나라의 주요 광산물 수입국이다. 한국 전체 광물수입 규모는 연간 186억 달러로, 이 중 21억 달러어치(11%)가 중국에서 수입된다. 전략 鑛種(광종)인 유연탄의 경우 호주,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중국 각지에서 조사·개발·생산 등 16개 광종 24개 사업이 진행 중이며, 광산기업들의 對(대)중국 누적투자비는 4억3000만 달러에 이른다.
2008년 6월 기준 한국의 對(대)중국 자원투자 비중은 해외 자원 투자비 전체의 11% 수준으로 수입량에 비해 투자액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현재 한국 기업의 고급 기술과 중국의 고품위 석회석 자원을 접목시켜, 국내 공급과 중국 내수를 병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광물공사와 국내 기업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광산을 공동 개발하고, 운반 및 폐수시설 등 부대설비를 함께 이용해 원가절감을 통한 기업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특히 세계 최고품위에 매장량도 막대한 것으로 추정되는 칭양의 라이롱 석회석 광산에 대해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은 “原石(원석)의 부가가치 향상과 더 높은 수익 확보를 위한 심가공 설비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2009년 현재 중국은 세계 광물자원 기업들의 격전지다. 중국 정부는 외자기업이 기술과 자본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단 1g의 광물자원도 내주지 않는다. 중국은 지금 무진장 축적해 놓은 달러로 해외 광산을 무차별로 사들이고, 땅속에 든 자원을 무기로 해외기술을 무차별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자원 없는 나라’ 한국이 중국의 자원개발 현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인터뷰] 金信鍾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건 알아도 우라늄 1g 안 나는 건 몰라”
金信鍾(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은 한국의 ‘자원통’으로 불리는 에너지·자원 분야 전문가다. 1978년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산자부 원자력발전과 과장, 에너지산업심의관, 자원정책실장 등을 역임하며 국가 에너지자원 정책 실무를 담당해 왔다.2007년 대선 직후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쟁력강화특위 산하 ‘기후변화 및 에너지대책 TF’에 소속돼 기후변화와 에너지자원에 대한 업무를 담당했다. 이 팀에서 제안한 아이디어 중의 하나가 李明博(이명박)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흔히 광물자원이라 하면 ‘저탄소 녹색성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현재 한국광물자원공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환경정책은 무엇입니까.
“현재 정부의 환경정책은 크게 3가지 흐름으로 나뉩니다. 첫째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에서 추진하는 에너지 소비절약과 이용합리화, 둘째 에너지관리공단과 학계에서 진행 중인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 셋째 우라늄과 액화석탄 등 광물자원을 이용한 정책입니다. 저희 광물공사에 해당되는 것은 세 번째 정책입니다.”
김 사장은 특히 우라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석탄·철·아연·동·니켈·우라늄으로 이뤄진 ‘6대 전략鑛種(광종)’ 중에서도 우라늄이 최우선 순위라고 한다.
“국내 전기의 70%는 화력과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됩니다. 한마디로 우라늄과 유연탄에서 상당부분 전기가 나오는 셈이죠. 원자력발전이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는다는 건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이미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 국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땅엔 단 1t의 우라늄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라늄과 銅을 아프라카와 남미에서 획득
김 사장은 취임 후 ‘2+2 전략’을 세웠다. 자주개발률이 저조한 전략 광종 중 2개 광물(우라늄과 동)과, 그동안 소외됐던 2개 지역(아프리카와 남미)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자원은 영국, 호주, 캐나다 등 英(영)연방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명 ‘자원전쟁’의 시대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아프리카와 남미가 바로 그 해답입니다.”
―현재 어떤 국가에 진출하고 있습니까.
“니제르, 나미비아, 남아공 등 주요 자원 국가에 진출해 있습니다. 니제르의 ‘떼기따’ 우라늄 광산의 경우, 니제르 정부가 갖고 있는 구매권 양도를 받았어요. 이 광산의 연간 우라늄 예상 생산량이 400~500t 정도 됩니다. 한국 전체의 연간 우라늄 수요가 3600~4000t 규모니 개발에 성공할 경우 10% 이상의 자급률을 확보할 수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 우라늄 자급률은 0%입니다.”
―최근 ‘자원전쟁’이란 단어를 가장 크게 실감하고 있겠습니다.
“2008년 고려아연과 함께 호주 동남쪽 타스메니아란 섬의 아연광산을 매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죠. 약 8000만 달러 규모로, 저희 입장에선 꽤 신경을 쓰고 있던 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중국의 국영회사가 광산 소유주인 ‘OZ미네랄’社(사)를 17억4000만 달러에 통째로 사버린 겁니다. 누구는 광구 하나 가지고 젖 먹던 힘까지 내는데, 누구는 회사 전체를 단번에 사 버리니… 국력의 차이를 그때 실감했죠.”
해외 광산기업 통째로 사 들이는 중국
―중국의 상상을 초월하는 전략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입니까.
“우리 지사장이 중국 측에 직접 물어봤답니다. ‘너희는 계산도 안 해 보느냐. 경제성 평가, 투자수익성 등 검토를 어떻게 하느냐’고요.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그런 걸 왜 따지느냐. 당에서 지시가 떨어지면 그냥 하면 된다’고. 한국은 ‘사업’을 하지만, 중국은 ‘전쟁’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시가 떨어지면 가차없이 추진하죠.”
김 사장은 석유 일변도의 정부 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석유공사의 정부 출자분은 해마다 늘어나는 것에 반해, 광물자원공사의 예산은 삭감을 당했다.
“한국인들은 우리 땅에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건 알아도, 우라늄이 1g도 안 나는 건 까맣게 모르고 있어요. 자원이라고 하면 석유만을 떠올립니다. 조선, 자동차, 기계, 화학, 심지어 IT까지 광물자원이 영향을 안 끼치는 곳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해외 광물자원 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