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주택시장 동반 하락 등 惡材 산적, 경기회복 쉽지 않아
⊙ 미국 경제는 내년 말까지 횡보하거나, 회복세로 돌아서더라도 그 강도는 미미할 것
崔聖煥
⊙ 1956년 대구 출생.
⊙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大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大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 미국 경제는 내년 말까지 횡보하거나, 회복세로 돌아서더라도 그 강도는 미미할 것
崔聖煥
⊙ 1956년 대구 출생.
⊙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大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大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 미국 증시가 연속 나흘 상승세를 이어간 지난 3월 23일,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주식거래인이 활짝 웃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證市(증시)가 反騰勢(반등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위기와 불안의 震源地(진원지)였던 미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 중국, 한국 등의 증시가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기세 좋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지난 3월 9일 6547을 低點(저점)으로 불과 한 달 만에 20% 이상 오르면서 8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저점 대비 무려 40% 이상 급등했고 우리나라의 코스피지수도 30% 가까이 올랐다. 일본과 독일, 영국, 프랑스 등도 10~25%씩 급등했다.
이에 따라 요즘 각국 정부와 경제예측기관은 물론 증권 애널리스트와 투자자, 기업 등도 과연 이 같은 증시 흐름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다. 경제 및 금융시장의 先行(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증시가 동반 상승하는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번 상승세가 얼마나 계속될 것이며 실물경제의 회복세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만약 반짝 상승에 그친다면 그 이후 증시와 실물경제의 향방은 어떨 것인가.
글로벌 증시의 동반 상승 이유
먼저 글로벌 증시가 동반 상승하는 이유로는 서너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그간 증시가 과도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오르내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다우지수는 2007년 10월 1만4000선을 高點(고점)으로 올 들어 3월 초순에는 6500선까지 떨어졌다. 1년 반 만에 무려 54%나 떨어지면서 반 토막이 된 셈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각각 -79%, -72%씩 떨어져 4분의 1토막이 났다. 일본과 독일, 영국, 한국도 50~60% 정도씩 급락했다.
망하는 기업이나 국가라면 株價(주가)가 휴지조각이 되겠지만, 만약 되살아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엿보이면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반등하기 마련이다. 특별한 好材(호재)가 없어도 내릴 만큼 내렸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하면 오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둘째, 주요국의 일부 경제지표들이 호전되는 조짐을 보이거나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수치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주택시장의 핵심지표인 주택착공 戶數(호수), 신규 및 기존주택 거래건수가 지난 2월 동반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하락을 예상했었다.
미국의 주택가격이 고점을 친 2006년 6~7월 이후 이들 3대 지표가 동반 상승하기는 2년 반 만에 처음이었다. 미국의 2월 소매판매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전월 대비 -0.3~-0.5%였지만 발표치는 -0.1%로 나타나 생각보다는 괜찮은 편이었다.
물론 이런 수치들이 아직 경기의 반전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의 하락 일색에서 일부 지표들이 돌아서고 있을 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예상치와 엇갈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바닥을 치고 올라가든 다시 횡보하거나 하락하든 일단 하락 일변도의 흐름을 벗어나는 조짐을 보인다는 것만 해도 한두 달 전과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셋째, 4월 초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당초 미국과 유럽이 경기부양에 대해 異見(이견)을 노출하면서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지만 미국의 의도대로 대규모 경기부양과 국제통화기금(IMF)의 財源(재원) 확충 등의 결과를 도출해냈다.
G20 정상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까지 총 5조 달러의 재정을 투입키로 하는 동시에 IMF의 재원을 현재의 2500억 달러에서 7500억 달러로 증액키로 했다. 또 국제무역의 급격한 위축을 막기 위해 2000억 달러의 무역금융을 조성하고 最貧國(최빈국)들의 사회보장과 무역증진을 위해 500억 달러를 제공하는데 합의했다. 이외에도 국제적 금융감시의 강화 및 국제금융기구의 역할과 체제 개혁, 보호무역의 저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소식에 미국의 다우지수가 두 달 만에 8000선을 돌파하는 등 전 세계 증시가 급등세를 보였다.
향후 경제전망은 부정적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주가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을까. 주가 상승과 함께 대출과 외환 등 금융시장이 그간의 경색현상을 벗어나면서 실물경제를 회복세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대답은 부정적이다. 먼저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일부에서는 ‘작은 거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도하게 내리기도 했지만, 짧은 시간에 과도하게 올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과도하게 내리면서 손을 놓고 있던 투자자들이 그간에는 비관적 지표에 치중했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낙관적·긍정적 지표로 눈을 돌리면서 주가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새로운 惡材(악재)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인데다, 그 같은 악재가 터져 나오면 쉽게 무너질 沙上樓閣(사상누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미국의 3대 주택시장 관련지표가 2월에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고 했지만, 곧 이어 발표된 1월 주택가격(케이스-실러 10대 도시지수 기준)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前月(전월)대비 하락률이 작년 11월 -2.2%에서 12월에는 -2.3%, 올 들어 1월에는 -2.5%로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이 계속되는 한 뇌관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봐야 한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IMF가 4월 21일에 발표예정인 보고서에서 미국 내 부실규모를 지난 1월의 2조2000억 달러에서 3조1000억 달러로 올려 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새로운 부실 규모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부실 외에도 일반 모기지와 대출, 신용카드 부문에서 발생할 부실까지 모두 포함된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금융기관들이 손실 처리한 부실이 1조 달러 안팎에 불과하므로 앞으로 2조 달러 이상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봐야 하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IMF는 향후 1∼2년간 미국 금융권의 부실규모가 부동산 시장의 동향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당연한 말이면서도 주택가격의 추가하락이 예상되는 현재로서는 끔찍한 말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금까지 큰 비중으로 다뤄지지 않은 신용카드와 학자금 대출, 상업용 부동산 부실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그에 따른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글로벌 주택시장 하락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1분기 空室率(공실률)이 15.2%를 기록,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다 내년까지 공실률이 20% 안팎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실률이 20%가 되면 상업용 부동산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약 4조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10~20%만 부실화한다 해도 금융권이 추가적인 부실 4000억~1조 달러를 떠안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다 月刊朝鮮 4월호에서도 언급했지만 유럽과 호주 등 글로벌 주택시장의 동반침체도 해당지역 금융권의 부실 폭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일랜드와 덴마크의 주택가격이 작년 1분기, 영국과 스페인의 주택가격이 작년 2분기에 각각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프랑스의 주택가격도 작년 12월에 주요국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주택가격이 많이 내리는 만큼 ‘負(부)의 자산효과(negative wealth effect)’로 인한 소비위축이 경제를 더 끌어내릴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보는 것처럼 주택가격의 하락은 주택관련 대출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과, 그에 이은 신용경색으로 실물경기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주택시장의 글로벌 동반하락이 글로벌 금융권의 동반부실로 나타나고, 이는 곧 실물경기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되는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IMF가 미국과 일본, 유로 지역이 올해 동반 마이너스 성장(-2.6~-5.8%)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유도 이 같은 악순환이 한두 지역이 아니라 全(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봤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원 진학자도 줄어
결론은 최근 글로벌 주가 상승세가 단기적인 반짝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주가가 실물경제를 6~9개월 정도 선행한다는 점에서 보면 실물경제가 돌아서기 전에 주가가 먼저 반등을 시도하겠지만, 이번 상승은 그 같은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필자는 최근 두 그룹의 미국인들을 만났다. 나이가 40~60대인 이들은 “최근처럼 급격하게 경제가 가라앉는 경우는 처음”이라면서 “미국 동부지역의 경우 작년 9~10월 이후 모든 건설공사가 일시에 중단되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동부의 유명 대학들이 교수 채용을 줄이거나 기존 직원을 구조조정할 정도로 쪼들리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보통의 단기적인 경기침체 때는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양상이 다를 것으로 보고 있었다. 대학원 비용을 댈 엄두를 못 내기도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막상 졸업을 해도 직장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겹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4월 8일에 발표한 <3월 회의록>도 이 같은 암울한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FRB는 미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제로(0) 수준에서 계속 橫步(횡보)하는 양상을 보이고, 내년에도 미미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1월 회의록>에서 올해 하반기에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내년에는 2.5~3.3% 성장할 것이라던 전망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실업률 전망도 보다 비관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올해 말 8.8% 정도에서 頂點(정점)에 달한 후 내년에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당초 전망에서 내년 초까지 실업률이 가파르게 상승한 후 고점에서 횡보할 것으로 수정했다.
이쯤에서 필자는 FRB의 표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FRB는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하반기까지 횡보(flatten out)하다가 내년에 가야 느린 성장세(expand slowly)를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내년 초까지 급속하게 오른 후 내년 말까지 횡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두 가지를 합하면 ‘미국 경제는 내년 말까지 횡보하거나, 회복세로 돌아서더라도 그 강도는 미미할 것(flatten out or expand slowly)’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등 글로벌 주가의 본격적인 상승은 빨라도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에 가야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최근처럼 주가가 단기적 급등세를 보일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단기에 그치고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이른바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바닥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실물경제도 글로벌 충격에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횡보를 면치 못할 것이다.
수출부진 우려
글로벌 주가와 경제가 올해 하반기 또는 올해 말까지 횡보세를 이어간다면 한국의 주가와 경제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정부가 29조원에 달하는 추경을 내놓았지만 內需(내수)의 두 축인 소비와 투자가 마이너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다 글로벌 경제와 무역이 크게 회복되지 않는 한 우리 수출도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작년 이후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110%를 넘는 등 수출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어서 수출 부진이 가져오는 악영향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게다가 하반기에 환율이 현재의 달러당 1300원대에서 1100~1200원대로 하향 안정되는 반면 일본의 엔화는 달러당 100~110원대로 상향 안정될 경우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하반기 우리 경제의 회복에 걸림돌이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지난 3월 9일 6547을 低點(저점)으로 불과 한 달 만에 20% 이상 오르면서 8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저점 대비 무려 40% 이상 급등했고 우리나라의 코스피지수도 30% 가까이 올랐다. 일본과 독일, 영국, 프랑스 등도 10~25%씩 급등했다.
이에 따라 요즘 각국 정부와 경제예측기관은 물론 증권 애널리스트와 투자자, 기업 등도 과연 이 같은 증시 흐름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다. 경제 및 금융시장의 先行(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증시가 동반 상승하는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번 상승세가 얼마나 계속될 것이며 실물경제의 회복세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만약 반짝 상승에 그친다면 그 이후 증시와 실물경제의 향방은 어떨 것인가.
글로벌 증시의 동반 상승 이유
먼저 글로벌 증시가 동반 상승하는 이유로는 서너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그간 증시가 과도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오르내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다우지수는 2007년 10월 1만4000선을 高點(고점)으로 올 들어 3월 초순에는 6500선까지 떨어졌다. 1년 반 만에 무려 54%나 떨어지면서 반 토막이 된 셈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각각 -79%, -72%씩 떨어져 4분의 1토막이 났다. 일본과 독일, 영국, 한국도 50~60% 정도씩 급락했다.
망하는 기업이나 국가라면 株價(주가)가 휴지조각이 되겠지만, 만약 되살아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엿보이면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반등하기 마련이다. 특별한 好材(호재)가 없어도 내릴 만큼 내렸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하면 오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둘째, 주요국의 일부 경제지표들이 호전되는 조짐을 보이거나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수치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주택시장의 핵심지표인 주택착공 戶數(호수), 신규 및 기존주택 거래건수가 지난 2월 동반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하락을 예상했었다.
미국의 주택가격이 고점을 친 2006년 6~7월 이후 이들 3대 지표가 동반 상승하기는 2년 반 만에 처음이었다. 미국의 2월 소매판매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전월 대비 -0.3~-0.5%였지만 발표치는 -0.1%로 나타나 생각보다는 괜찮은 편이었다.
물론 이런 수치들이 아직 경기의 반전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의 하락 일색에서 일부 지표들이 돌아서고 있을 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예상치와 엇갈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바닥을 치고 올라가든 다시 횡보하거나 하락하든 일단 하락 일변도의 흐름을 벗어나는 조짐을 보인다는 것만 해도 한두 달 전과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셋째, 4월 초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당초 미국과 유럽이 경기부양에 대해 異見(이견)을 노출하면서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지만 미국의 의도대로 대규모 경기부양과 국제통화기금(IMF)의 財源(재원) 확충 등의 결과를 도출해냈다.
G20 정상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까지 총 5조 달러의 재정을 투입키로 하는 동시에 IMF의 재원을 현재의 2500억 달러에서 7500억 달러로 증액키로 했다. 또 국제무역의 급격한 위축을 막기 위해 2000억 달러의 무역금융을 조성하고 最貧國(최빈국)들의 사회보장과 무역증진을 위해 500억 달러를 제공하는데 합의했다. 이외에도 국제적 금융감시의 강화 및 국제금융기구의 역할과 체제 개혁, 보호무역의 저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소식에 미국의 다우지수가 두 달 만에 8000선을 돌파하는 등 전 세계 증시가 급등세를 보였다.
향후 경제전망은 부정적
 |
| 글로벌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 미국에서는 압류주택구입 희망자들을 모아 압류된 주택을 보러 다니는 ‘압류주택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대답은 부정적이다. 먼저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일부에서는 ‘작은 거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도하게 내리기도 했지만, 짧은 시간에 과도하게 올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과도하게 내리면서 손을 놓고 있던 투자자들이 그간에는 비관적 지표에 치중했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낙관적·긍정적 지표로 눈을 돌리면서 주가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새로운 惡材(악재)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인데다, 그 같은 악재가 터져 나오면 쉽게 무너질 沙上樓閣(사상누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미국의 3대 주택시장 관련지표가 2월에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고 했지만, 곧 이어 발표된 1월 주택가격(케이스-실러 10대 도시지수 기준)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前月(전월)대비 하락률이 작년 11월 -2.2%에서 12월에는 -2.3%, 올 들어 1월에는 -2.5%로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이 계속되는 한 뇌관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봐야 한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IMF가 4월 21일에 발표예정인 보고서에서 미국 내 부실규모를 지난 1월의 2조2000억 달러에서 3조1000억 달러로 올려 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새로운 부실 규모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부실 외에도 일반 모기지와 대출, 신용카드 부문에서 발생할 부실까지 모두 포함된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금융기관들이 손실 처리한 부실이 1조 달러 안팎에 불과하므로 앞으로 2조 달러 이상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봐야 하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IMF는 향후 1∼2년간 미국 금융권의 부실규모가 부동산 시장의 동향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당연한 말이면서도 주택가격의 추가하락이 예상되는 현재로서는 끔찍한 말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금까지 큰 비중으로 다뤄지지 않은 신용카드와 학자금 대출, 상업용 부동산 부실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그에 따른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글로벌 주택시장 하락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1분기 空室率(공실률)이 15.2%를 기록,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다 내년까지 공실률이 20% 안팎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실률이 20%가 되면 상업용 부동산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약 4조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10~20%만 부실화한다 해도 금융권이 추가적인 부실 4000억~1조 달러를 떠안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다 月刊朝鮮 4월호에서도 언급했지만 유럽과 호주 등 글로벌 주택시장의 동반침체도 해당지역 금융권의 부실 폭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일랜드와 덴마크의 주택가격이 작년 1분기, 영국과 스페인의 주택가격이 작년 2분기에 각각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프랑스의 주택가격도 작년 12월에 주요국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주택가격이 많이 내리는 만큼 ‘負(부)의 자산효과(negative wealth effect)’로 인한 소비위축이 경제를 더 끌어내릴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보는 것처럼 주택가격의 하락은 주택관련 대출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과, 그에 이은 신용경색으로 실물경기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주택시장의 글로벌 동반하락이 글로벌 금융권의 동반부실로 나타나고, 이는 곧 실물경기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되는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IMF가 미국과 일본, 유로 지역이 올해 동반 마이너스 성장(-2.6~-5.8%)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유도 이 같은 악순환이 한두 지역이 아니라 全(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봤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원 진학자도 줄어
결론은 최근 글로벌 주가 상승세가 단기적인 반짝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주가가 실물경제를 6~9개월 정도 선행한다는 점에서 보면 실물경제가 돌아서기 전에 주가가 먼저 반등을 시도하겠지만, 이번 상승은 그 같은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필자는 최근 두 그룹의 미국인들을 만났다. 나이가 40~60대인 이들은 “최근처럼 급격하게 경제가 가라앉는 경우는 처음”이라면서 “미국 동부지역의 경우 작년 9~10월 이후 모든 건설공사가 일시에 중단되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동부의 유명 대학들이 교수 채용을 줄이거나 기존 직원을 구조조정할 정도로 쪼들리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보통의 단기적인 경기침체 때는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양상이 다를 것으로 보고 있었다. 대학원 비용을 댈 엄두를 못 내기도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막상 졸업을 해도 직장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겹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4월 8일에 발표한 <3월 회의록>도 이 같은 암울한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FRB는 미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제로(0) 수준에서 계속 橫步(횡보)하는 양상을 보이고, 내년에도 미미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1월 회의록>에서 올해 하반기에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내년에는 2.5~3.3% 성장할 것이라던 전망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실업률 전망도 보다 비관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올해 말 8.8% 정도에서 頂點(정점)에 달한 후 내년에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당초 전망에서 내년 초까지 실업률이 가파르게 상승한 후 고점에서 횡보할 것으로 수정했다.
이쯤에서 필자는 FRB의 표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FRB는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하반기까지 횡보(flatten out)하다가 내년에 가야 느린 성장세(expand slowly)를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내년 초까지 급속하게 오른 후 내년 말까지 횡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두 가지를 합하면 ‘미국 경제는 내년 말까지 횡보하거나, 회복세로 돌아서더라도 그 강도는 미미할 것(flatten out or expand slowly)’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등 글로벌 주가의 본격적인 상승은 빨라도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에 가야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최근처럼 주가가 단기적 급등세를 보일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단기에 그치고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이른바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바닥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실물경제도 글로벌 충격에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횡보를 면치 못할 것이다.
수출부진 우려
글로벌 주가와 경제가 올해 하반기 또는 올해 말까지 횡보세를 이어간다면 한국의 주가와 경제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정부가 29조원에 달하는 추경을 내놓았지만 內需(내수)의 두 축인 소비와 투자가 마이너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다 글로벌 경제와 무역이 크게 회복되지 않는 한 우리 수출도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작년 이후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110%를 넘는 등 수출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어서 수출 부진이 가져오는 악영향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게다가 하반기에 환율이 현재의 달러당 1300원대에서 1100~1200원대로 하향 안정되는 반면 일본의 엔화는 달러당 100~110원대로 상향 안정될 경우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하반기 우리 경제의 회복에 걸림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