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주식 판 돈으로 달러 사면서 주가하락-환율상승 불러
尹暢賢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1960년 충북 청주 출생.
⊙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美 시카고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명지대 조교수 역임. 現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금융발전심의회 글로벌금융분과위원장,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한국파생상품학회 회장.
⊙ 저서: <파생금융상품> 등.
尹暢賢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1960년 충북 청주 출생.
⊙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美 시카고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명지대 조교수 역임. 現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금융발전심의회 글로벌금융분과위원장,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한국파생상품학회 회장.
⊙ 저서: <파생금융상품> 등.
- 지난 3월 2일 서울 외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1000선 가까이 주저앉은 주가와 1600원대를 향해 치솟은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표시돼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떠나면 주가는 내려가고 환율은 치솟는다.
달러는 基軸通貨(기축통화)다. 기축통화는 한 국가가 발행하지만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통화다. 미국은 1944년 뉴햄프셔州(주) 브레튼우즈에서 44개국 대표가 모인 가운데 열린 유엔화폐금융콘퍼런스를 통해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소위 ‘브레튼우즈 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이때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의 지위로 격상시키면서 달러를 金(금)으로 바꾸는 것을 보장해 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소위 金兌換(금태환) 보장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軍需(군수)물자 판매 등을 통해 全(전) 세계 금의 70% 이상을 소유했던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약속이었다. 이렇게 되면 금 대신 달러를 外換(외환)보유고로 쌓아 놓아도 되는 상황이 된다. 결국 달러는 자연스럽게 기축통화의 지위에 올랐다. 당시 미국이 보장한 금과 달러의 비율은 금 1온스당 35달러였다. 그리고 금과의 교환비율을 기준으로 여러 통화 간에는 고정환율제가 유지됐다.
금태환 보장과 고정환율제라는 兩大(양대) 축 위에서 브레튼우즈 체제는 한동안 잘 유지됐다. 그러나 이 체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문제는 미국에 있었다. 달러를 혼자 발행하고 다 같이 사용하는 상황에서 달러 발행을 담당하는 미국경제는 물가안정 경제성장 收支(수지)균형 등의 조건을 달성하여 달러를 사용하는 모든 국가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동시에 세계 경제성장과 무역증대에 따라 달러需要(수요)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달러는 전 세계에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 문제는 달러가 공급되려면 궁극적으로 미국이 무역赤字(적자)를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적자를 보는 만큼 다른 나라가 黑字(흑자)를 보면서 그만큼 달러가 세계경제에 공급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前者(전자) 곧 ‘신뢰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미국은 무역수지 균형을 달성해야 하는데 後者(후자) 곧 ‘공급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해야 한다. 이처럼 기축통화에 대해 충족되어야 하는 두 개의 조건은 결코 동시에 충족될 수 없다는 명제, 곧 당시 예일대의 트리펜 교수가 지적한 ‘트리펜 딜레마’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불안정성과 모순을 잘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 임밸런스
그 이후 상황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미국은 1960년대 린든 존슨 대통령이 시행한 ‘위대한 사회’ 정책 이후 복지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곧 이어 월남전에서 막대한 戰費(전비)를 지출하면서 미국의 적자는 심해졌다.
달러가 미국이 보유한 금의 5.7배까지 풀리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달러를 믿고 보유하던 수많은 경제주체들이 달러를 못 믿겠다며 달러를 팔고 금을 사들이기 시작하자 시장에서 혼란이 가중됐다.
미국은 금 풀제, 금 이중가격제를 시행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금태환 보장조건을 지키려 했지만 결국 밀려드는 ‘금 사재기’의 행렬 앞에 굴복했다. 결국 1971년 8월 15일 닉슨 대통령은 금태환 정지 선언을 했다. 달러를 언제든 금으로 바꿔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전 세계가 다 같이 달러를 사용한 것인데, 그 약속을 거둬들인 것이다.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한동안 요동을 쳤다. 하지만 곧 이어 자연스럽게 변동환율제, 곧 달러와 기타 통화 간 교환비율이 매일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체제로 이행하게 됐다.
변동환율제하에서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유지됐다. 代案(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金本位制(금본위제)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독일 마르크貨(화)나 일본 엔화가 달러보다 그리 나을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금태환제의 폐지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계속 유지되면서, 결국 미국은 금 보유고와 상관없이 마음껏(?) 달러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레이건 대통령 집권 당시에는 ‘쌍둥이 적자’ 곧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달러의 신뢰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가치를 切下(절하)시키면서, 특히 달러가치를 엔에 대해 엄청나게 절하시켜 엔 强勢(강세)를 통한 쌍둥이 적자의 해소에 나섰다. 이 덕분에 이후 미국의 무역수지는 균형에 가깝게 유지됐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미국은 지속적·만성적인 수지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달러가 전 세계에 엄청나게 풀리기 시작했다. 미국 적자의 주범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약 8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무역적자의 25% 정도인 2000억 달러의 對美(대미)흑자를 내면서 미국의 적자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잘 쌓아서 무려 2조 달러에 가까운 외환보유고를 유지, 세계 1위의 외환보유고 국가로 떠올랐다. 미국은 만성적인 적자를 통해 달러를 세계경제에 풀고, 중국은 지속적인 흑자를 통해 이를 쌓아놓는 상황이 지속됐다. 이런 현상을 지적하는 ‘글로벌 임밸런스(세계 불균형)’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최근 세계를 덮친 서브프라임 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된 글로벌 임밸런스였다.
유로의 등장
그 사이 유럽 국가들은 여러 나라가 힘을 합쳐 1999년 1월 유로라는 이름의 새로운 기축통화를 출범시켰다. 사용국이 15개국이나 되는 유로도 기축통화로서 신뢰와 공급조건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문제는 유로도 달러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힘들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들 중에 규모나 상황이 안 좋은 국가들도 섞여 있기 때문에 유로가 근본적으로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유로를 보는 유럽인들의 시각은 다분히 희망적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작년 末(말) <파이낸셜타임스(FT)>지와 여론분석기관 해리스 폴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의 국민 총 616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이에 따르면 스페인의 경우 응답자의 70% 가량이 2014년까지 유로가 달러를 누르고 세계 1위의 통화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도 각각 58%와 62%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미국 내 조사결과에서도 응답자의 48%가 유로가 달러를 압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 내 非(비)유로권 최대 경제국인 영국에서만 유일하게 ‘유로가 달러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多數(다수)는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지역)을 현재의 15개국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답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여론조사의 결과일 뿐이다. 그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유로를 사용하는 유럽인들 대부분이 유로가 달러를 누르고 세계 제일의 기축통화 지위를 차지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유럽 여러 나라들은 유로의 위상을 제고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資産가격으로서의 換率
원·달러 換率(환율)은 기본적으로 달러화라는 돈과 원화라는 돈 사이의 교환비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이라는 것은 1달러가 1400원과 교환된다는 얘기다.
이때 이 비율이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說(설)이 제시되고 있다.
‘구매력 평가설’ 이론에 따르면 환율은 물가에 의해 결정된다. 똑같은 물건이 미국에서는 1달러인데 한국에서는 1500원이라면 환율은 1500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물가에 기반을 둔 논의는 실제 외환시장에서의 환율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어렵다. 물가는 천천히 변하는데 환율은 하루에도 몇 번씩 急騰落(급등락)을 반복하며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버슈팅론’도 제시됐다. 이 논의에 따르면 물가는 천천히 움직이는 低速變數(저속변수)이고 환율은 빨리 움직이는 高速(고속)변수다. 그런데 저속변수와 고속변수가 동시에 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저속변수인 물가가 너무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고속변수인 환율은 거꾸로 너무 빨리 움직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율이 10% 정도 올라야 될 상황이라면 천천히 10%쯤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30% 정도 올랐다가는 20% 정도 하락해서 제자리를 찾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오버슈팅과 언더슈팅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급등락을 거듭하는 환율의 정체는 물가의 비율이라기보다는 주식 같은 資産(자산)가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주식 같은 자산의 가격은 현재에 결정되기는 하지만 미래에 대한 예상을 반영하여 결정된다. 일반적인 상품은 지금 사서 써버리기 때문에 현재의 需給(수급) 상황이 중요하지만 자산은 그렇지 않다. 계속적인 속성을 갖기 때문에 그 가격은 미래에 대한 예상을 반영한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비록 현재에 결정되지만 미래에 경제 변수가 어떤 식으로 변할지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결정된다. 말하자면 환율은 물가를 포함한 다양한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 변수로서, 일반 상품가격이 아니라 株價(주가)처럼 미래에 대한 예상에 따라 움직이는 일종의 자산가격이다.
그렇다면 환율은 어떤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가. 답은 그냥 ‘모든 변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은 두 개 통화 간의 비율이기 때문에 원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와 달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모두 반응한다. 원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국내경제와 관련된 변수이고, 달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세계경제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모든 경제변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은 달러 부족
돌이켜 보면 1997년 외환위기는 기본적으로 달러의 부족이 빚어낸 위기였다. 그리고 이러한 달러의 부족에는 經常收支(경상수지) 적자문제가 존재했다.
1996년 우리 경제는 무려 231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사상최대 규모였고 아직도 깨지지 않는 이 기록적 적자는 당시 GDP 규모의 4.2%에 해당했다.
IMF는 GDP의 3%가 넘는 적자가 발생하면 문제가 있다고 보고, 5%가 되면 要(요)주의 수준으로 본다. 4.2% 적자는 거의 요주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태평이었다. 특히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이유로 환율을 달러당 800원대로 계속 유지하면서, 환율을 이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 많지도 않은 외환보유고를 사용해가며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심지어 先物換(선물환)시장에서 달러 매도 포지션을 취해 선물환율까지 낮게 유지하는 전략도 사용했다.
그 결과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는 상당 부분 소진됐고, 결국 한국은 외환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 1997년 12월 IMF 구제금융 1차분 80억 달러가 유입되고 나서도 외국인들의 한국 탈출이 계속되면서 우리나라의 모라토리엄(外債 지불유예)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환율은 2000원 조금 못 미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결국 그해 12월 24일 추가 구제금융이 210억 달러로 확정된 후에야 환율은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약 1500원대로 하락했다. 다음해인 1998년에 우리 경제가 403억 달러의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한 것은 치솟은 환율과 경기침체로 인한 수입 감소가 큰 몫을 했다. 하여튼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는 위기국면에서 급속히 탈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외국인의 ‘주식 팔자’는 ‘달러 사자’는 의미
1998년 이후 지난 10여 년간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었던 우리 경제가 2008년 64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함께 우리 외환시장은 상당 부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 10월,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작년 10월 10일 금요일의 환율 움직임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날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10년 만의 신기록들이 탄생했다. 원/달러 환율은 1395원(始價)으로 시작하여 1460원(高價)까지 갔다가 1265원(低價)까지 하락한 후 1309원(終價)에 장을 마쳤다. 고가는 場(장) 시작 6분 만에 도달했고, 저가는 장 종료 9분 전에 나타났다.
이날의 전일 종가 대비 하락폭 70.5원은 1998년 3월 23일(82원 하락)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하루 변동폭 235원은 1997년 12월 30일 (495원)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충격과 극심한 불안감이 시장에 적나라하게 표현된 것이다.
작년 10월 한 달 동안 우리나라를 빠져나간 외국자본의 규모는 무려 250억 달러였다. 아찔했었다. 2008년 한해 통틀어 자본유출이 500억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유출규모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이 한 달 동안 빠져나간 것이다. 이러니 환율은 요동을 칠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팔고 떠날 경우, 그들은 우선 주식을 팔고 나서 받은 원화를 다시 외환시장에 내다팔고 달러를 사들여서 우리나라를 떠난다. ‘주식 팔자’가 ‘달러 사자’로 이어지니까 주가는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한다. 금융시장 변수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신용위험도를 나타내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400bp대로 다시 올랐고 3월 2일에는 449bp까지 상승했다. CDS 프리미엄은 한국 정부가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제3자가 元金(원금) 보장을 해주는 데 대한 일종의 보증료다. 따라서 이 숫자가 오르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 그만큼 한국 경제를 안 좋게 본다는 뜻이다.
취약한 외부환경과 부정적인 외신보도
최근에도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때 1500원선을 넘어서면서 1998년 3월 수준으로 再(재)진입했었다. 작년 말 1257원까지 하락했었는데, 2월 23일에는 1500원을 돌파했고 같은 달 27일에는 지난해 고점인 1525원을 넘어섰다. 3월 2일에는 장중에 1596원까지 올라서 1600원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외환당국의 개입과 실물경제 호조로 인해 157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3월 11일에는 1400원대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요동치는 환율의 뒤에는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신흥시장 17개국에 대한 경제안전성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를 17개국 중 14위로 발표했다. 가장 안전한 1위 국가는 중국이었다. 2위는 말레이시아, 3위는 대만, 4위는 인도, 5위는 태국이다. 우리나라는 폴란드와 공동 14위를 기록했다. 16위는 헝가리, 17위는 南阿共(남아공)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短期(단기)외채 비중이 102%로 17개 대상국 중 가장 높은 수치라는 점, 은행의 예금대비 대출 비중이 크다는 점이 부정적인 요소로 부각됐다. 경상수지 부문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은행 부문과 원화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이 결과는 HSBC가 집계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적자 비중(2009년 예상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2009년 예상치), 은행 예금대비 차입 비율 등 3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17개 주요 신흥시장국의 위험을 산정한 것이다.
이런 식의 외신보도는 외국투자자가 한국 경제를 보는 시각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외국인들의 우리 경제에 대한 투자나 대출을 회수하게 만듦으로써 환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외신에 대해 특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 대목이다.
물론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반박이 가능하다. 그중에서 특히 단기외채 부분은 문제가 있다. 단기외채는 처음부터 만기가 1년 이하로 빌린 외채고, 流動(유동)외채는 처음에는 만기가 1년보다 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만기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은 외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1900억 달러가 조금 넘는 이 유동외채의 경우 우선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 자금을 빌려준 외국인 투자자가 이를 한꺼번에 회수할 가능성이 있느냐’하는 점이다.
단기외채의 실상
올해 2월의 경우 同月(동월)에 만기가 돌아온 외채의 만기연장 비율은 91%에 달했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 국면에서도 연장비율은 32%에 달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단기외채가 하나도 남김없이 한꺼번에 우리나라를 빠져나간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또 하나는 우리의 造船業(조선업)과 관련된 부분이다. 조선업의 특징은 선박건조대금을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지급 받는다는 점이다. 이 경우 조선사들은 환위험 헤지를 위해 미래에 받게 될 달러를 미리 시장에서 선물환 매도 계약을 통해 원화기준으로 액수를 확정한다. 앞으로 받게 될 달러를 미래의 일정시점에서 미리 정한 선물환율에 넘기기로 계약을 하는 것이다. 일종의 달러 ‘밭떼기 거래’인 셈이다.
그런데 이 거래의 상대방은 은행이다. 결국 이들 은행은 미래의 일정시점에서 달러를 받고 미리 정한 원화를 지급해야 한다. 바로 선물환 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다. 편의상 은행권(한국계+외국계) 전체를 하나의 주체로 볼 때 은행권은 조선사의 선물환매도의 반대편에서 선물환 매수를 하게 되므로 미래에 달러를 받게 된다.
이때 이들은 이렇게 유입이 예정된 달러와 같은 액수(물론 이자액만큼은 조정)의 달러를 미리 외국에서 단기외채로 끌어와 이를 외환시장에서 팔아 원화로 바꾸어 운용을 하게 된다. 즉 받기로 예정된 달러만큼을 단기외채로 빌려오는 것이다. 결국 조선사와 관련한 외채는 앞으로 조선사가 받게 될 달러를 전제로 해외에서 빌려온 돈인 것이다.
선물환 만기가 되면 선박 대금을 받은 조선사는 달러를 은행에 넘기고 은행은 이 달러로 외채를 갚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결국 조선사의 선물환매도와 관련한 외채는 선주의 선박대금 지급과 관련하여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이다. 물론 선박대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일부 디폴트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전체가 디폴트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부분을 감안하면 한국의 단기외채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평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선수금이다. 선박건조를 해주기로 하고 여러 번에 걸쳐 대금을 수령하는 경우 이는 선박선수금이 되는데, 아직 물건을 만들어주기 전이니까 미리 받은 돈으로서 부채로 기록된다. 그러나 이는 자기가 마음대로 운용 가능하고 이자도 받을 수 있는 자금이므로 통상적 부채와는 다르다.
이렇게 선박과 관련한 선수금과 선물환과 관련하여 상환부담이 없는 외채가 1027억 달러에 달하므로 사실상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통계는 실상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는 면에서 조심스럽게 취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1900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원·유로 환율은 소위 재정환율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달러·유로 환율이 1.3달러/유로이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달러이면 원·유로 환율은 1.3에 1400을 곱한 1950원/유로로 결정된다.
원·유로 환율이 우리나라와 유로 간에 독립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유로 환율과 원·달러 환율을 곱한 재정환율에 의해 결정되므로 원·유로 환율에 대해서는 다른 두 환율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달러가 유로에 대해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유로가 커지고, 여기서 다시 원·달러 환율에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두 환율을 곱한 원·유로 환율은 치솟는 것이다.
유로화의 위기와 기회
지금 유로화는 어떤 면에서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위기는 유로로서는 일종의 호재다. 제1의 기축통화 지위를 노리고 만든 기축통화인지라 미국 위기가 달러의 신뢰상실로 이어지면 그만큼 유로의 입지는 늘어난다. 달러를 누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미국발 위기가 유럽에까지 전파되면서 유럽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상황이 유로에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것이다. 특히 東(동)유럽 디폴트가 걱정거리다. 한때 유로당 1.6달러 수준까지 갔던 환율이 1.3달러대로 내려온 것이 유럽경제의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EU 지역의 금융경색 여파가 동유럽과 러시아 등으로 확산되면서 이들 지역의 디폴트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또 유럽국가의 기준금리 인하도 유로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에 가깝게 조정했을 때 유로가 강세를 보였지만 유럽국가들 역시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달러와의 금리차가 줄면서 달러 매수 수요가 늘고 있다. 유로가 다시 弱勢(약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유로중앙은행(ECB)은 얼마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지난 1999년 ECB 출범 후 가장 낮은 1.5%로 낮추었다. 영국의 잉글랜드은행(영란은행)도 기준금리를 낮추었다. 파운드화 기준금리는 지난 1694년 잉글랜드은행이 설립된 이후 가장 낮은 0.5%로 하향 조정됐다. 이렇게 되면 달러 약세 요인이었던 상대적 저금리 현상이 해소되면서 어느 정도의 달러 강세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유럽 경제가 휘청거리는 바람에 유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고, 원화가 달러에 대해 안정세를 보일 경우 원·유로 환율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 더 고려될 부분은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가 신흥시장 전반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 경우 신흥시장국으로 분류되는 우리 경제마저 ‘도매금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주요 자본의 신흥시장 탈출이 일반화되면 한국도 이를 피해 가기 힘들다. 유로의 약세가 원화 약세와 연동될 수도 있는 이 점은 환율과 관련하여 주목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외환사정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수입 감소와 여행수지 감소로 130억 달러의 흑자가 전망되고 있다. 대외채무는 2008년 말 현재 단기채무 1511억 달러와 장기채무 2294억 달러를 합쳐 총 3805억 달러지만 최근 이 규모는 감소 추세다(2007년 말 3832억 달러→2008년 3월 말 4158억 달러→2008년 6월 말 4217억 달러→2008년 9월 말 4255억 달러→2008년 12월 말 3805억 달러).
그러고 보면 최근 제기된 3월 위기설도 근거는 희박하다. 이는 지난해 9월 위기설과 비슷한데 金利(금리)가 낮은 엔화를 달러로 바꿔 금리가 높은 해외에 투자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한국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국내 엔화 차입금이 130억 달러 정도이고 3월에 만기인 금액은 20억 달러가 채 안 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3월 말에 만기가 되는 외채의 총 규모도 56억 달러 정도이고, 만기도 잘 연장되고 있으므로 현재 상황에서는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보면 원·달러 환율은 올해 2분기부터는 서서히 안정세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는 “상반기는 최악, 하반기는 조금 나아지기” 즉 上低下高(상저하고)로 전망되는 상황이므로 조금 상황이 호전되는 하반기로 접어들 때쯤이면 환율도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주요 경제연구기관이 전망하는 대로 달러당 평균 1200~1300원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 유로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원·환율이 안정되면 원·유로 환율도 1600원/유로 정도에서 안정세를 보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의 국지적 기축통화化 노력 필요
올해 4월 2일 런던에서 열리는 G20 회담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에서 발발한 위기로 인해 유로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더욱 강화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해서든 저지하고 달러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 하고 있다. 아직은 이르지만 중국도 홍콩에 위안화 域外(역외)시장을 만들고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위안화를 아시아의 局地的(국지적) 기축통화 지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도 미래 위한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원화를 국지적 기축통화 지위로 격상시키는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에 대해 호의적인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이들 경제권에서 원화가 부분적으로 기축통화로 통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해묵은 과제인 아시아통화기금(AMF: Asia Monetary Fund)이나 아시아통화단위(ACU: Asian Currency Unit) 등과 동북아개발은행(North East Asia Development Bank) 등의 구상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우리의 통화인 원화의 지위를 세계 경제 내에서 우리 경제의 위상에 맞는 수준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서두를 때다.⊙
이때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의 지위로 격상시키면서 달러를 金(금)으로 바꾸는 것을 보장해 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소위 金兌換(금태환) 보장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軍需(군수)물자 판매 등을 통해 全(전) 세계 금의 70% 이상을 소유했던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약속이었다. 이렇게 되면 금 대신 달러를 外換(외환)보유고로 쌓아 놓아도 되는 상황이 된다. 결국 달러는 자연스럽게 기축통화의 지위에 올랐다. 당시 미국이 보장한 금과 달러의 비율은 금 1온스당 35달러였다. 그리고 금과의 교환비율을 기준으로 여러 통화 간에는 고정환율제가 유지됐다.
금태환 보장과 고정환율제라는 兩大(양대) 축 위에서 브레튼우즈 체제는 한동안 잘 유지됐다. 그러나 이 체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문제는 미국에 있었다. 달러를 혼자 발행하고 다 같이 사용하는 상황에서 달러 발행을 담당하는 미국경제는 물가안정 경제성장 收支(수지)균형 등의 조건을 달성하여 달러를 사용하는 모든 국가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동시에 세계 경제성장과 무역증대에 따라 달러需要(수요)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달러는 전 세계에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 문제는 달러가 공급되려면 궁극적으로 미국이 무역赤字(적자)를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적자를 보는 만큼 다른 나라가 黑字(흑자)를 보면서 그만큼 달러가 세계경제에 공급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前者(전자) 곧 ‘신뢰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미국은 무역수지 균형을 달성해야 하는데 後者(후자) 곧 ‘공급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해야 한다. 이처럼 기축통화에 대해 충족되어야 하는 두 개의 조건은 결코 동시에 충족될 수 없다는 명제, 곧 당시 예일대의 트리펜 교수가 지적한 ‘트리펜 딜레마’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불안정성과 모순을 잘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 임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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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튼우즈 콘퍼런스는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만들었다. |
달러가 미국이 보유한 금의 5.7배까지 풀리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달러를 믿고 보유하던 수많은 경제주체들이 달러를 못 믿겠다며 달러를 팔고 금을 사들이기 시작하자 시장에서 혼란이 가중됐다.
미국은 금 풀제, 금 이중가격제를 시행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금태환 보장조건을 지키려 했지만 결국 밀려드는 ‘금 사재기’의 행렬 앞에 굴복했다. 결국 1971년 8월 15일 닉슨 대통령은 금태환 정지 선언을 했다. 달러를 언제든 금으로 바꿔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전 세계가 다 같이 달러를 사용한 것인데, 그 약속을 거둬들인 것이다.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한동안 요동을 쳤다. 하지만 곧 이어 자연스럽게 변동환율제, 곧 달러와 기타 통화 간 교환비율이 매일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체제로 이행하게 됐다.
변동환율제하에서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유지됐다. 代案(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金本位制(금본위제)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독일 마르크貨(화)나 일본 엔화가 달러보다 그리 나을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금태환제의 폐지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계속 유지되면서, 결국 미국은 금 보유고와 상관없이 마음껏(?) 달러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레이건 대통령 집권 당시에는 ‘쌍둥이 적자’ 곧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달러의 신뢰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가치를 切下(절하)시키면서, 특히 달러가치를 엔에 대해 엄청나게 절하시켜 엔 强勢(강세)를 통한 쌍둥이 적자의 해소에 나섰다. 이 덕분에 이후 미국의 무역수지는 균형에 가깝게 유지됐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미국은 지속적·만성적인 수지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달러가 전 세계에 엄청나게 풀리기 시작했다. 미국 적자의 주범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약 8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무역적자의 25% 정도인 2000억 달러의 對美(대미)흑자를 내면서 미국의 적자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잘 쌓아서 무려 2조 달러에 가까운 외환보유고를 유지, 세계 1위의 외환보유고 국가로 떠올랐다. 미국은 만성적인 적자를 통해 달러를 세계경제에 풀고, 중국은 지속적인 흑자를 통해 이를 쌓아놓는 상황이 지속됐다. 이런 현상을 지적하는 ‘글로벌 임밸런스(세계 불균형)’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최근 세계를 덮친 서브프라임 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된 글로벌 임밸런스였다.
유로의 등장
그 사이 유럽 국가들은 여러 나라가 힘을 합쳐 1999년 1월 유로라는 이름의 새로운 기축통화를 출범시켰다. 사용국이 15개국이나 되는 유로도 기축통화로서 신뢰와 공급조건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문제는 유로도 달러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힘들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들 중에 규모나 상황이 안 좋은 국가들도 섞여 있기 때문에 유로가 근본적으로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유로를 보는 유럽인들의 시각은 다분히 희망적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작년 末(말) <파이낸셜타임스(FT)>지와 여론분석기관 해리스 폴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의 국민 총 616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이에 따르면 스페인의 경우 응답자의 70% 가량이 2014년까지 유로가 달러를 누르고 세계 1위의 통화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도 각각 58%와 62%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미국 내 조사결과에서도 응답자의 48%가 유로가 달러를 압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 내 非(비)유로권 최대 경제국인 영국에서만 유일하게 ‘유로가 달러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多數(다수)는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지역)을 현재의 15개국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답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여론조사의 결과일 뿐이다. 그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유로를 사용하는 유럽인들 대부분이 유로가 달러를 누르고 세계 제일의 기축통화 지위를 차지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유럽 여러 나라들은 유로의 위상을 제고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資産가격으로서의 換率
원·달러 換率(환율)은 기본적으로 달러화라는 돈과 원화라는 돈 사이의 교환비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이라는 것은 1달러가 1400원과 교환된다는 얘기다.
이때 이 비율이 어떻게 결정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說(설)이 제시되고 있다.
‘구매력 평가설’ 이론에 따르면 환율은 물가에 의해 결정된다. 똑같은 물건이 미국에서는 1달러인데 한국에서는 1500원이라면 환율은 1500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물가에 기반을 둔 논의는 실제 외환시장에서의 환율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어렵다. 물가는 천천히 변하는데 환율은 하루에도 몇 번씩 急騰落(급등락)을 반복하며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버슈팅론’도 제시됐다. 이 논의에 따르면 물가는 천천히 움직이는 低速變數(저속변수)이고 환율은 빨리 움직이는 高速(고속)변수다. 그런데 저속변수와 고속변수가 동시에 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저속변수인 물가가 너무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고속변수인 환율은 거꾸로 너무 빨리 움직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율이 10% 정도 올라야 될 상황이라면 천천히 10%쯤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30% 정도 올랐다가는 20% 정도 하락해서 제자리를 찾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오버슈팅과 언더슈팅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급등락을 거듭하는 환율의 정체는 물가의 비율이라기보다는 주식 같은 資産(자산)가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주식 같은 자산의 가격은 현재에 결정되기는 하지만 미래에 대한 예상을 반영하여 결정된다. 일반적인 상품은 지금 사서 써버리기 때문에 현재의 需給(수급) 상황이 중요하지만 자산은 그렇지 않다. 계속적인 속성을 갖기 때문에 그 가격은 미래에 대한 예상을 반영한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비록 현재에 결정되지만 미래에 경제 변수가 어떤 식으로 변할지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결정된다. 말하자면 환율은 물가를 포함한 다양한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 변수로서, 일반 상품가격이 아니라 株價(주가)처럼 미래에 대한 예상에 따라 움직이는 일종의 자산가격이다.
그렇다면 환율은 어떤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가. 답은 그냥 ‘모든 변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은 두 개 통화 간의 비율이기 때문에 원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와 달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모두 반응한다. 원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국내경제와 관련된 변수이고, 달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세계경제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모든 경제변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은 달러 부족
돌이켜 보면 1997년 외환위기는 기본적으로 달러의 부족이 빚어낸 위기였다. 그리고 이러한 달러의 부족에는 經常收支(경상수지) 적자문제가 존재했다.
1996년 우리 경제는 무려 231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사상최대 규모였고 아직도 깨지지 않는 이 기록적 적자는 당시 GDP 규모의 4.2%에 해당했다.
IMF는 GDP의 3%가 넘는 적자가 발생하면 문제가 있다고 보고, 5%가 되면 要(요)주의 수준으로 본다. 4.2% 적자는 거의 요주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태평이었다. 특히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이유로 환율을 달러당 800원대로 계속 유지하면서, 환율을 이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 많지도 않은 외환보유고를 사용해가며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심지어 先物換(선물환)시장에서 달러 매도 포지션을 취해 선물환율까지 낮게 유지하는 전략도 사용했다.
그 결과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는 상당 부분 소진됐고, 결국 한국은 외환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 1997년 12월 IMF 구제금융 1차분 80억 달러가 유입되고 나서도 외국인들의 한국 탈출이 계속되면서 우리나라의 모라토리엄(外債 지불유예)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환율은 2000원 조금 못 미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결국 그해 12월 24일 추가 구제금융이 210억 달러로 확정된 후에야 환율은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약 1500원대로 하락했다. 다음해인 1998년에 우리 경제가 403억 달러의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한 것은 치솟은 환율과 경기침체로 인한 수입 감소가 큰 몫을 했다. 하여튼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는 위기국면에서 급속히 탈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외국인의 ‘주식 팔자’는 ‘달러 사자’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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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화가 위기를 겪으면서 유로화는 새로운 기축통화로 부상하려 하고 있다. |
특히 작년 10월,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작년 10월 10일 금요일의 환율 움직임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날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10년 만의 신기록들이 탄생했다. 원/달러 환율은 1395원(始價)으로 시작하여 1460원(高價)까지 갔다가 1265원(低價)까지 하락한 후 1309원(終價)에 장을 마쳤다. 고가는 場(장) 시작 6분 만에 도달했고, 저가는 장 종료 9분 전에 나타났다.
이날의 전일 종가 대비 하락폭 70.5원은 1998년 3월 23일(82원 하락)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하루 변동폭 235원은 1997년 12월 30일 (495원)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충격과 극심한 불안감이 시장에 적나라하게 표현된 것이다.
작년 10월 한 달 동안 우리나라를 빠져나간 외국자본의 규모는 무려 250억 달러였다. 아찔했었다. 2008년 한해 통틀어 자본유출이 500억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유출규모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이 한 달 동안 빠져나간 것이다. 이러니 환율은 요동을 칠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팔고 떠날 경우, 그들은 우선 주식을 팔고 나서 받은 원화를 다시 외환시장에 내다팔고 달러를 사들여서 우리나라를 떠난다. ‘주식 팔자’가 ‘달러 사자’로 이어지니까 주가는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한다. 금융시장 변수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신용위험도를 나타내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400bp대로 다시 올랐고 3월 2일에는 449bp까지 상승했다. CDS 프리미엄은 한국 정부가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제3자가 元金(원금) 보장을 해주는 데 대한 일종의 보증료다. 따라서 이 숫자가 오르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 그만큼 한국 경제를 안 좋게 본다는 뜻이다.
취약한 외부환경과 부정적인 외신보도
최근에도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때 1500원선을 넘어서면서 1998년 3월 수준으로 再(재)진입했었다. 작년 말 1257원까지 하락했었는데, 2월 23일에는 1500원을 돌파했고 같은 달 27일에는 지난해 고점인 1525원을 넘어섰다. 3월 2일에는 장중에 1596원까지 올라서 1600원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외환당국의 개입과 실물경제 호조로 인해 157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3월 11일에는 1400원대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요동치는 환율의 뒤에는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신흥시장 17개국에 대한 경제안전성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를 17개국 중 14위로 발표했다. 가장 안전한 1위 국가는 중국이었다. 2위는 말레이시아, 3위는 대만, 4위는 인도, 5위는 태국이다. 우리나라는 폴란드와 공동 14위를 기록했다. 16위는 헝가리, 17위는 南阿共(남아공)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短期(단기)외채 비중이 102%로 17개 대상국 중 가장 높은 수치라는 점, 은행의 예금대비 대출 비중이 크다는 점이 부정적인 요소로 부각됐다. 경상수지 부문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은행 부문과 원화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이 결과는 HSBC가 집계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적자 비중(2009년 예상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2009년 예상치), 은행 예금대비 차입 비율 등 3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17개 주요 신흥시장국의 위험을 산정한 것이다.
이런 식의 외신보도는 외국투자자가 한국 경제를 보는 시각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외국인들의 우리 경제에 대한 투자나 대출을 회수하게 만듦으로써 환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외신에 대해 특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 대목이다.
물론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반박이 가능하다. 그중에서 특히 단기외채 부분은 문제가 있다. 단기외채는 처음부터 만기가 1년 이하로 빌린 외채고, 流動(유동)외채는 처음에는 만기가 1년보다 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만기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은 외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1900억 달러가 조금 넘는 이 유동외채의 경우 우선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 자금을 빌려준 외국인 투자자가 이를 한꺼번에 회수할 가능성이 있느냐’하는 점이다.
단기외채의 실상
올해 2월의 경우 同月(동월)에 만기가 돌아온 외채의 만기연장 비율은 91%에 달했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 국면에서도 연장비율은 32%에 달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단기외채가 하나도 남김없이 한꺼번에 우리나라를 빠져나간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또 하나는 우리의 造船業(조선업)과 관련된 부분이다. 조선업의 특징은 선박건조대금을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지급 받는다는 점이다. 이 경우 조선사들은 환위험 헤지를 위해 미래에 받게 될 달러를 미리 시장에서 선물환 매도 계약을 통해 원화기준으로 액수를 확정한다. 앞으로 받게 될 달러를 미래의 일정시점에서 미리 정한 선물환율에 넘기기로 계약을 하는 것이다. 일종의 달러 ‘밭떼기 거래’인 셈이다.
그런데 이 거래의 상대방은 은행이다. 결국 이들 은행은 미래의 일정시점에서 달러를 받고 미리 정한 원화를 지급해야 한다. 바로 선물환 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다. 편의상 은행권(한국계+외국계) 전체를 하나의 주체로 볼 때 은행권은 조선사의 선물환매도의 반대편에서 선물환 매수를 하게 되므로 미래에 달러를 받게 된다.
이때 이들은 이렇게 유입이 예정된 달러와 같은 액수(물론 이자액만큼은 조정)의 달러를 미리 외국에서 단기외채로 끌어와 이를 외환시장에서 팔아 원화로 바꾸어 운용을 하게 된다. 즉 받기로 예정된 달러만큼을 단기외채로 빌려오는 것이다. 결국 조선사와 관련한 외채는 앞으로 조선사가 받게 될 달러를 전제로 해외에서 빌려온 돈인 것이다.
선물환 만기가 되면 선박 대금을 받은 조선사는 달러를 은행에 넘기고 은행은 이 달러로 외채를 갚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결국 조선사의 선물환매도와 관련한 외채는 선주의 선박대금 지급과 관련하여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이다. 물론 선박대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일부 디폴트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전체가 디폴트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부분을 감안하면 한국의 단기외채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평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선수금이다. 선박건조를 해주기로 하고 여러 번에 걸쳐 대금을 수령하는 경우 이는 선박선수금이 되는데, 아직 물건을 만들어주기 전이니까 미리 받은 돈으로서 부채로 기록된다. 그러나 이는 자기가 마음대로 운용 가능하고 이자도 받을 수 있는 자금이므로 통상적 부채와는 다르다.
이렇게 선박과 관련한 선수금과 선물환과 관련하여 상환부담이 없는 외채가 1027억 달러에 달하므로 사실상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통계는 실상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는 면에서 조심스럽게 취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1900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원·유로 환율은 소위 재정환율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달러·유로 환율이 1.3달러/유로이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달러이면 원·유로 환율은 1.3에 1400을 곱한 1950원/유로로 결정된다.
원·유로 환율이 우리나라와 유로 간에 독립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유로 환율과 원·달러 환율을 곱한 재정환율에 의해 결정되므로 원·유로 환율에 대해서는 다른 두 환율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달러가 유로에 대해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유로가 커지고, 여기서 다시 원·달러 환율에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두 환율을 곱한 원·유로 환율은 치솟는 것이다.
유로화의 위기와 기회
지금 유로화는 어떤 면에서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위기는 유로로서는 일종의 호재다. 제1의 기축통화 지위를 노리고 만든 기축통화인지라 미국 위기가 달러의 신뢰상실로 이어지면 그만큼 유로의 입지는 늘어난다. 달러를 누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미국발 위기가 유럽에까지 전파되면서 유럽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상황이 유로에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것이다. 특히 東(동)유럽 디폴트가 걱정거리다. 한때 유로당 1.6달러 수준까지 갔던 환율이 1.3달러대로 내려온 것이 유럽경제의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EU 지역의 금융경색 여파가 동유럽과 러시아 등으로 확산되면서 이들 지역의 디폴트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또 유럽국가의 기준금리 인하도 유로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에 가깝게 조정했을 때 유로가 강세를 보였지만 유럽국가들 역시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달러와의 금리차가 줄면서 달러 매수 수요가 늘고 있다. 유로가 다시 弱勢(약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유로중앙은행(ECB)은 얼마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지난 1999년 ECB 출범 후 가장 낮은 1.5%로 낮추었다. 영국의 잉글랜드은행(영란은행)도 기준금리를 낮추었다. 파운드화 기준금리는 지난 1694년 잉글랜드은행이 설립된 이후 가장 낮은 0.5%로 하향 조정됐다. 이렇게 되면 달러 약세 요인이었던 상대적 저금리 현상이 해소되면서 어느 정도의 달러 강세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유럽 경제가 휘청거리는 바람에 유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고, 원화가 달러에 대해 안정세를 보일 경우 원·유로 환율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 더 고려될 부분은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가 신흥시장 전반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 경우 신흥시장국으로 분류되는 우리 경제마저 ‘도매금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주요 자본의 신흥시장 탈출이 일반화되면 한국도 이를 피해 가기 힘들다. 유로의 약세가 원화 약세와 연동될 수도 있는 이 점은 환율과 관련하여 주목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외환사정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수입 감소와 여행수지 감소로 130억 달러의 흑자가 전망되고 있다. 대외채무는 2008년 말 현재 단기채무 1511억 달러와 장기채무 2294억 달러를 합쳐 총 3805억 달러지만 최근 이 규모는 감소 추세다(2007년 말 3832억 달러→2008년 3월 말 4158억 달러→2008년 6월 말 4217억 달러→2008년 9월 말 4255억 달러→2008년 12월 말 3805억 달러).
그러고 보면 최근 제기된 3월 위기설도 근거는 희박하다. 이는 지난해 9월 위기설과 비슷한데 金利(금리)가 낮은 엔화를 달러로 바꿔 금리가 높은 해외에 투자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한국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국내 엔화 차입금이 130억 달러 정도이고 3월에 만기인 금액은 20억 달러가 채 안 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3월 말에 만기가 되는 외채의 총 규모도 56억 달러 정도이고, 만기도 잘 연장되고 있으므로 현재 상황에서는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보면 원·달러 환율은 올해 2분기부터는 서서히 안정세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는 “상반기는 최악, 하반기는 조금 나아지기” 즉 上低下高(상저하고)로 전망되는 상황이므로 조금 상황이 호전되는 하반기로 접어들 때쯤이면 환율도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주요 경제연구기관이 전망하는 대로 달러당 평균 1200~1300원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 유로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원·환율이 안정되면 원·유로 환율도 1600원/유로 정도에서 안정세를 보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의 국지적 기축통화化 노력 필요
올해 4월 2일 런던에서 열리는 G20 회담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에서 발발한 위기로 인해 유로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더욱 강화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해서든 저지하고 달러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 하고 있다. 아직은 이르지만 중국도 홍콩에 위안화 域外(역외)시장을 만들고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위안화를 아시아의 局地的(국지적) 기축통화 지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도 미래 위한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원화를 국지적 기축통화 지위로 격상시키는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에 대해 호의적인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이들 경제권에서 원화가 부분적으로 기축통화로 통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해묵은 과제인 아시아통화기금(AMF: Asia Monetary Fund)이나 아시아통화단위(ACU: Asian Currency Unit) 등과 동북아개발은행(North East Asia Development Bank) 등의 구상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우리의 통화인 원화의 지위를 세계 경제 내에서 우리 경제의 위상에 맞는 수준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서두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