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판매조직 야쿠르트 아줌마의 평균 활동기간은 6년9개월
10년 이상 활동하는 아줌마가 3506명, 25년 이상 근속자는 295명
아줌마들의 평균 나이는 2008년 현재 46.5세
⊙ 누적 판매량 400억병 돌파. 1초당 34병씩 판매, 전 국민 1인당 820병 마신 셈
⊙ 1994년 전 국민의 20%가 매일 야쿠르트 마셔. 현재 1일 판매량은 550만병
⊙ 기능성 발효유 ‘윌’은 하루 70만개 팔려
張世璡 자유기고가〈sec1984@hanmail.net〉
10년 이상 활동하는 아줌마가 3506명, 25년 이상 근속자는 295명
아줌마들의 평균 나이는 2008년 현재 46.5세
⊙ 누적 판매량 400억병 돌파. 1초당 34병씩 판매, 전 국민 1인당 820병 마신 셈
⊙ 1994년 전 국민의 20%가 매일 야쿠르트 마셔. 현재 1일 판매량은 550만병
⊙ 기능성 발효유 ‘윌’은 하루 70만개 팔려
張世璡 자유기고가〈sec1984@hanmail.net〉
1971년 국내 최초로 출시된 유산균 醱酵乳(발효유) 야쿠르트는 36년11개월 만인 2008년 7월 누적 판매량 400억병을 돌파했다. 국내 식음료 단일브랜드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400억병은 출시 후 지금까지 시간으로 환산할 때 1초당 34병씩 판매된 것이며, 전 국민이 1인당 820병을 마신 꼴이다.
길이(야쿠르트 한 병 7.4cm)로 환산하면 총 296만km로, 백두산(해발 2750m) 높이의 100만배, 에베레스트산(8848m)의 33만배, 지구(둘레 4만70km)를 73바퀴를 돌 수 있는 길이다. 발매 초 야쿠르트 판매가격은 25원으로 당시 버스요금과 같았다.
한국야쿠르트는 창사 40주년을 맞은 2008년, 야쿠르트 400억병 돌파와 함께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1조300억원의 매출 중 발효유 부문에서 6100억원(이 외에 우유 1200억원, 건강음료 800억원, 라면 1200억원, 음료 600억원, 수출 4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유산균 발효유 시장의 43%를 차지하는 수치다.
유산균 발효유 전문기업 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11월 26일 무교동 11번지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유산균을 사업영역으로 택한 배경은 창업주 尹德炳(윤덕병·82) 회장과 한국야쿠르트의 초대 전문경영인 尹快炳(윤쾌병·작고) 사장의 아이디어였다.
윤덕병 회장과 친척인 윤쾌병 사장은 일본에서 농수의학을 전공한 후 서울대를 거쳐 건국대 축산연구소장으로 근무했다. 일본의 유가공 업체를 돌아볼 기회가 많았던 윤 사장은 유가공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당시 일본에서 각광 받던 유산균 발효유를 주목했다.
당시 일본은 야쿠르트 보급률이 12%를 넘었다. 특수유산균을 이용해 만든 야쿠르트 음료는 일본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이자 회장이었던 시로다 미노루(代田·1982년 작고) 박사가 개발했다. 시로다미노루 박사와 친분관계가 있던 윤쾌병 사장은 유산균 발효유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판단하고 윤덕병 회장과 함께 사업준비에 착수, 1970년 9월 한국야쿠르트를 설립했다.
당시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외국자본을 들여오는 일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梁基洛(양기락·61) 한국야쿠르트 사장은 “유산균에 대한 기술이 전무했던 당시로서는 외국회사와의 합작이 선진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면서 “야쿠르트 생산 5년 만에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일본에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 국민의 20%가 매일 야쿠르트 마신 적도
1971년 6월 30일, 하루 30만병 생산이 가능한 안양공장이 준공됐고, 그해 8월 10일부터 국내 최초의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가 시중에 판매됐다. 야쿠르트 판매 첫해 하루 판매량은 2만579병에 불과했으나 1975년 36만8000병, 1980년에는 200만병을 기록하며 급신장했다. 1일 판매량이 정점에 달한 것은 1994년 740만병으로, 전 국민의 20%가 매일 야쿠르트를 마신 셈이다. 현재 1일 판매량은 550만병으로 줄었는데, 高價(고가)의 기능성 발효유들이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 발효유 외에 라면·우유·음료·먹는샘물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2000년 출시한 ‘윌’은 한국야쿠르트의 효자상품이다. 정식 명칭이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인 이 제품은 유산균 발효유의 개념을 바꾼 기능성 건강 발효유로 주목을 받았다. 위염, 위궤양의 대표적인 원인균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었기 때문.
‘윌’은 당초 하루 20만개 판매를 목표로 세웠는데, 출시된 지 2주 만에 주문량이 하루 30만개를 넘어섰고, 현재는 하루 70만개가 팔린다고 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발견한 호주 의학자 배리 마셜 박사가 2005년 노벨의학상을 받으면서 ‘윌’의 신뢰도는 크게 높아졌다. 2004년 출시한 간기능 활성화 발효유 ‘쿠퍼스’도 하루 18만개 이상 판매되면서 한국야쿠르트의 히트상품 대열에 합류했다.
식품업계에서는 한국야쿠르트의 성공요인으로 창업주의 외길 고집,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최강의 판매조직, 연구개발비를 아끼지 않는 투자 원칙 등을 꼽는다. 양기락 사장은 그중에서도 최강의 판매조직 ‘야쿠르트 아줌마’를 성공 비결로 꼽았다. 양기락 사장의 말이다.
“현재 1만3500명의 야쿠르트 여사님들이 가정과 사무실을 누비며 우리 제품을 배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단순 판매원이 아니라 건강관리 컨설턴트입니다.”
‘아줌마’를 판매사원으로 활용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야쿠르트 시판 초기 伏兵(복병)이 나타났다. 사람들 사이에 “누가 돈을 내고 세균을 사 먹느냐’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유산균의 장점을 아무리 설명해도 균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진 주부들이 쉽게 야쿠르트에 마음을 열지 않았다. 심지어 판촉용으로 야쿠르트를 마신 소비자가 배가 아프다고 항의를 하는 바람에 병원비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야쿠르트 아줌마 중에는 미혼이 없다
회사로서는 편견을 깨는 일이 급선무였다. 그 무렵 야쿠르트의 主(주) 고객인 아줌마를 판매사원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냉장고가 귀했던 시절, 저온관리가 필요했던 야쿠르트의 이상적인 판매방식은 손에서 손으로 빠르게 전달하는 방문판매 형식이었다. 생산에서 소비자의 손에 도달하는 유통과정을 최대한 줄이는 직접판매 방식을 택한 것이다. 아줌마를 동원해 아줌마를 설득하는 전략은 주효했다.
1971년 8월 47명이었던 야쿠르트 아줌마는 1975년에 1000명을 넘어섰고, 1978년에는 3000명, 1983년 5000명, 1992년 8000명, 1998년 1만명으로 늘었다. 현재는 전국 591개 지역대리점에 1만35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야쿠르트 판매를 시작하던 당시 야쿠르트 아줌마의 1인당 판매량은 하루 100병 정도였다. 그러다가 1977년 400병, 1982년 600여 병으로 늘어났으며, 1992년에는 800여 병 판매기록을 세웠다. 지금은 고기능성·高價(고가)제품의 판매 증가로 야쿠르트 판매는 다소 줄어들어 야쿠르트 아줌마의 1일 판매량은 약 500병, 금액으로는 약 23만원 정도라고 한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에게는 보험이나 자동차 세일즈와 달리 판매왕 제도가 없다. 개인이 맡아서 관리할 수 있는 지역이나 수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 차원에서도 가능하면 많은 주부들을 고용하고 일정 이상의 수입을 보장해 주기 위해 판매지역을 조절한다. 한달 평균수입은 140만원 내외라고 한다.
한국야쿠르트 홍보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평균 활동기간은 6년9개월. 이중 10년 이상 활동하는 아줌마가 3506명, 25년 이상 근속자는 295명이다. 아줌마들의 평균 나이는 2008년 현재 46.5세이며, 30대가 24.6%, 40대가 50.7%로 30~40대가 전체 활동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야쿠르트 아줌마 중에는 미혼자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친근한 이미지가 완성된 것은 드라마 <여로>로 큰 인기를 모았던 탤런트 태현실씨가 광고에 등장하면서부터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다른 잡상인들의 출입은 금지하고 있지만, 야쿠르트 아줌마에 대해서만큼은 예외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출입하지 못하는 곳은 삼성 본사 정도라고 한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공식 복장은 회사에서 지급하는 노란색 모자, 노란색 상의에 검은 바지, 하얀색 운동화에 짙지 않은 화장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2005년 환경재단이 선정하는 ‘세상을 밝힌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여사님 우리 여사님”
야쿠르트 아줌마는 친절한 이미지와 함께 억척 이미지도 강하다. 어려운 가정경제를 지탱해 온 든든한 축이었던 점도 있고,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운 야쿠르트 아줌마들에 대한 美談(미담)기사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 것도 이런 이미지를 고착시켰다. 실제로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노동 강도는 작지 않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몸이 아프거나, 집안에 일이 생겨도 이른 새벽에 출근해 배달업무를 해야 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는 어지간한 끈기와 성실성이 아니면 수행하기 힘들다.
한국야쿠르트의 사장 이하 본사 직원들은 현장 판매사원인 야쿠르트 아줌마들을 ‘여사님’이라 부른다. 회사를 키운 동력원이 그들이기에 최대한의 존경심을 담은 호칭이다. 친절교육을 비롯한 본사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지만,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표정에 여유로움이 넘치는 것은 회사에서 받는 대접이 자부심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회사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좀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6~7년 전 모 드라마에서 야쿠르트 아줌마 직업을 가진 배역 때문에 제복과 가방 등 소품협찬을 의뢰 받았다. 당시 배역을 맡은 연기자는 현재 친박연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金乙東(김을동) 의원이었다. 이웃 주민들과 살갑게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인물로 묘사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야쿠르트 본사에서는 긍정적으로 검토를 했고, 복장을 비롯한 소품들을 방송사에 보냈다. 그런데 막상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애초 설정한 성격의 인물이 아니었다. 동네 모든 일에 간섭을 하는 오지랖 넓은 아줌마로 묘사된 것이다. 한마디로 주책바가지에 설치고 다니는 여자가 돼 있었다. 본사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야쿠르트 아줌마 하면 동네 대소사나 어려운 일에 솔선수범하는 이미지를 구축해왔는데, 그 드라마로 인해 야쿠르트 아줌마가 푼수 같은 여자가 된 것이다. 결국 방송국에 양해를 구하고 부랴부랴 소품을 수거했다.
결국 김을동 의원이 맡은 배역은 ‘야쿠르트 아줌마’가 아니라 ‘요쿠르트 아줌마’로 슬쩍 개명됐다.
양기락 사장은 “드라마나 영화에 나타난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불행을 딛고 일어선 ‘의지의 여인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남편과 死別(사별)하거나 이혼하기 일쑤고, 남편들은 무능하거나 사업에 망한 것으로 묘사된다. 물론 힘겨운 환경을 극복하는 또순이 야쿠르트 여사님들도 있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또는 자아실현을 위해 이 일을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야쿠르트 아줌마에 대한 오해의 시선을 거두기를 희망했다.
어려운 이웃 돌보는 사람들
실제로 필자가 만나 본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어두운 그늘을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이었다. 2008년 ‘제38회 야쿠르트대회’에서 친절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선릉점의 趙京子(조경자·43)씨도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평범한 주부였다.
조씨는 1992년부터 노란 유니폼을 입고 강남구 삼성동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친절과 선행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은 야쿠르트 아줌마의 이미지를 간직한 조씨는 2월 1일로 야쿠르트 아줌마 생활 17년을 맞았다. 320가구를 관리하는 그는 월 판매액 900만원 가량의 베테랑 판매사원이다.
한국야쿠르트 양기락 사장은 조씨의 친절대상 선정 배경을 “17년째 야쿠르트 판매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씨는 고객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어려운 분들에게는 선행을 베풀어온 것이 귀감이 되어 친절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가 일하는 지역이 강남이다 보니 형편이 어려운 독거노인이 한 분뿐이다. 조씨는 작년 10월 그 할머니를 위한 생신상을 차렸다. 또 설날이면 떡국을, 초겨울엔 김장을 할머니에게 배달한다.
조씨는 4년 전에는 한 신문에서 돈도 받지 못하고 직장에서 쫓겨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목회자 관련 기사를 보았다. 그녀는 주변에 이 사연을 소개하며 성금을 모았고, 한 트럭에 달하는 라면과 쌀을 사서 외국인노동자보호소에 전달했다. 당시에 대해 조씨는 이렇게 말했다.
“함께 일하는 야쿠르트 아줌마와 고객들이 적극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에요. 성금을 모으면서, 아직 이 세상에는 온정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씨에게는 외국에 또 하나의 가족이 있다. 물론 사진으로만 본 아들이다. 남미의 아이티에 사는 위캔스(6세)라는 아이를 돕기 위해 2년 전부터 후원계약을 맺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해외아동을 위한 1인 1어린이 후원 프로그램인 한국컴패션을 통해 인연을 맺은 것. 차인표와 신애라 부부가 후원하는 곳으로 유명해진 한국컴패션은 빈민국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단체다.
엄마 노릇 제대로 못한 것이 恨
조씨는 이 소년을 위해 매달 소정의 후원금을 보내고,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는 선물도 보낸다. 석 달에 한 번 아이와 주고받는 편지는 조씨에게 또다른 즐거움이다. 조씨는 “위캔스의 꿈은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는 것인데, 그 아이가 잘 성장하여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씨의 말이다.
“아이가 클 때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했어요. 밤새 열이 펄펄 끓는 아이 옆에 있다가 새벽이 되어 아이를 두고 일을 나갈 때의 고통은 아직도 잊어지지 않아요. 늘 미안하기만 한 아들은 정말 잘 자라주었어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좋은 일을 하자는 생각에서 해외어린이 후원을 시작했어요. 아들에게 못해준 것을 멀리 있는 그 아이에게 베푸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자 하는 마음도 있어요.”
조씨는 24세에 결혼, 25세에 아들을 낳고 27세에 야쿠르트 아줌마 일을 시작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조금이라도 벌자는 생각에 2년 계획으로 시작했던 이 일을 어느새 18년째 이어오고 있다. 조씨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골목을 누비면서 행복해지는 법을 배운 시간들이었는데 벌써 이렇게 빨리 지나가버렸다”며 “처음엔 반대하던 남편도 지금은 호응을 잘해준다”고 말했다.
올해로 22년째 야쿠르트 아줌마로 일하는 서울 화양점의 李貞淑(이정숙·52)씨도 골수 야쿠르트 아줌마다. 이씨는 “내 몸속에는 야쿠르트 색과 같은 노란 피가 흐르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처녀시절부터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입은 제복이 너무 멋있어 보여 결혼할 날만 기다렸어요. 결혼하고 곧바로 야쿠르트 대리점을 찾아갔어요. 너무 허약해 보인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퇴짜를 맞았는데, 세 번을 찾아가 일단 일주일만 해보라는 조건부 승낙을 받았죠.”
이씨가 처음 배당 받은 지역은 부평 계산동의 시골마을로, 배달트럭에서 내려 40분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동네였다. 고정 가구라고는 24가구밖에 없어 다섯명의 배달사원이 연속으로 그만둔 문제 지역이었다. 6개월 후 이씨는 부평 판매점에서 1등을 차지했다. 그 후 3년8개월 동안 이정숙씨는 1등을 놓치지 않았고, 3개의 구역을 더 만들어냈다.
“첫 출근하는 날 비가 내려 흠뻑 젖었어요. 그런데도 하나도 힘이 안 들어요. 내가 원했던 야쿠르트 아줌마가 됐으니까요. 그 동네 아이들을 다 씻어줬어요. 혼자 사는 노인에게는 빨래도 해줬고, 농사일 나간 사이 집에 가서는 마루도 닦아줬어요. 장삿속이 아니라 정말 그러고 싶어서였죠. 그랬더니 다들 ‘야쿠르트 넣어달라’고 하더군요.”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게 아니라 情을 나눈다”
이정숙씨는 남편 직장을 따라 서울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일을 그만두었고, 서울로 온 후 1년6개월을 기다려서야 야쿠르트 아줌마로 재입사했다. 그녀는 재입사 2개월 만에 판매량 꼴찌 지역을 1등으로 만들었다. 그 이후 1등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다고 한다.
“저는 야쿠르트만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情(정)을 나눈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11월 고객 할머니 한 분이 김장을 담그고 몸살이 나셨어요. 그 길로 약국에 가서 파스를 사다 붙여드렸어요. 그랬더니 다음날부터 할머니께서 제 칭찬을 하면서 ‘야쿠르트 먹으라’고 주변에 홍보를 해요. 고객이 고객을 불러오니 결과가 당연히 좋을 수밖에요.”
이씨는 2년 전 20년 근속 포상으로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다. 25년 근속을 하게 되면 호주 여행을 가게 되는데,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이씨는 자신의 유니폼에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떳떳한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도와준 제복이기 때문이다.
이정숙씨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힘은 건강과 긍정적 사고, 미소와 친절을 강조한 회사 교육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야쿠르트의 또 다른 힘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 위치한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에서 나온다. 박사 10명을 포함한 연구인력 50명이 배치된 국내 최고의 유산균 연구소로 1976년 출범했다. 許喆成(허철성) 중앙연구소장의 말이다.
“최고의 유산균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창업주의 의지 때문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예산 삭감 없이 연구예산을 늘려왔습니다. 연구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어요. 아이디어만 있으면 몇 년이고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30년의 연구결과 자체 개발한 유산균 200여 가지를 포함해 2000여 가지의 유산균을 보유하고 있어요. 우리는 프랑스의 파스퇴르연구소와 같은 권위 있는 연구소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연구소가 설립돼 나온 첫 작품은 12년간의 연구 끝에 1988년에 출시한 떠먹는 요구르트 ‘슈퍼100’이었다. 1995년에는 한국인 乳兒(유아)의 장에서 분리한 한국형 비피더스 유산균 ‘HY8001’을 개발했다. HY8001은 국내 최초로 생산된 발효유 種菌(종균)이다.
2000년에 선보여 히트를 친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도 중앙연구소가 5년여 연구 끝에 내놓은 작품이다. 한국의 성인 70%에서 발견되는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할 ‘윌’의 연구 아이디어는 1994년 일본의 한 연구보고서에 유산균이 헬리코박터균을 잡을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
유산균을 위까지 어떻게 살려보내느냐부터 억제물질을 찾는 일까지 어려운 연구가 시작됐다. <本草綱目(본초강목)>, <東醫寶鑑(동의보감)> 등 한의 서적을 분석하고 경동시장의 모든 약초를 뒤져 마침내 억제물질을 찾아냈다. 허철성 소장은 ‘윌’의 마지막 개발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기능성 발효유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죠. 맛의 차별화를 위해 단맛도 줄였습니다.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겔포스 같은 느낌의 걸쭉한 액체 상태로 만들었어요. 신뢰성을 주기 위해 용기도 사각형 모양으로 만들었고, 임상치료도 의뢰해 헬리코박터연구회의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윌’ 개발프로젝트는 헬리코박터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낮아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기능성 발효유’라는 역발상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현재 마셜 박사와는 새로운 연구계약을 맺고 모종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허철성 소장에 의하면 유산균의 효능이 무궁무진해 현재까지 밝혀진 효능은 30%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토피질환 치료, 비만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허 소장은 “유산균은 식품으로 섭취하면서 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하다. 유산균은 수천 년간 천연약제 역할을 했고 미래 생명공학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08년 12월 한국경영인협회(회장 고병우)는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으로 윤덕병 회장을 선정했다. 양기락 사장의 설명이다.
“초창기엔 경험부족으로 야쿠르트 제조과정에서 실수가 많았어요. 설상가상으로 안양공장 일대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공장 증축도 못했지요. 결국 공장 외곽에 천막을 치고 그 안에 배양탱크를 설치해 생산을 했어요. 그러다 말로만 듣던 파지(Phage·살균성 바이러스)에 의한 잡균이 생겨 가스가 발생하는 바람에 탱크폭발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탱크 뚜껑이 천막을 뚫고 날아가고 작업자들이 혼비백산했죠. 제품에는 전혀 이상이 없어 영업 책임자는 해당 제품을 판매해도 무관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윤덕병 회장은 소비자를 기만할 수 없다며 판매를 중지했고, 회사는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습니다.”
소비자에 대한 약속은 판매량 증가로 나타났다. 1977년에 접어들자 야쿠르트 1일 판매량은 100만병으로 늘었다.
“일본 제품보다 한 수 위”
윤덕병 회장은 회사 공식행사에 얼굴을 내밀지 않지만 봉사하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2008년 11월 20일, 야쿠르트 아줌마 2000명이 모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5만8000포기의 김장을 담그던 날에도 윤 회장은 참석했다. 한국야쿠르트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전달하는 ‘사랑의 김장나누기’는 2001년 부산에서 시작되어 2004년 수도권으로 확대됐고, 2005년부터 전국 6개 도시(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인천)에서 동시에 열린다. 평사원 때부터 윤덕병 회장을 옆에서 지켜본 양기락 사장의 말이다.
“윤 회장은 기업을 ‘산비탈에 서 있는 가건물’에 비유하곤 했지요. IMF 직후 우리 회사도 처음으로 역성장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윤 회장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아요. 長壽(장수) 사장이 이어진 것은 내수에 주력한 사업특성상 시장변화가 심하지 않았고, 장기 프로젝트가 많아 회사의 업무를 꿰고 있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양 사장이 입사했던 1975년 연간 매출은 40억원에 불과했는데, 2008년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동안 400억병이 넘는 야쿠르트를 판매했고, 히트상품도 많이 내놓았지만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생산성본부가 주최하는 NCSI(국가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0년 연속 1위(우유·발효유 부문)를 차지해 2008년 NCSI 대상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양 사장은 “1만3500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가정과 사무실을 누비며 우리 제품을 홍보하고 배달해 주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며, 유산균 연구에 돈을 아끼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성공비결”이라면서 “현재 우리의 제품수준은 일본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길이(야쿠르트 한 병 7.4cm)로 환산하면 총 296만km로, 백두산(해발 2750m) 높이의 100만배, 에베레스트산(8848m)의 33만배, 지구(둘레 4만70km)를 73바퀴를 돌 수 있는 길이다. 발매 초 야쿠르트 판매가격은 25원으로 당시 버스요금과 같았다.
한국야쿠르트는 창사 40주년을 맞은 2008년, 야쿠르트 400억병 돌파와 함께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1조300억원의 매출 중 발효유 부문에서 6100억원(이 외에 우유 1200억원, 건강음료 800억원, 라면 1200억원, 음료 600억원, 수출 4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유산균 발효유 시장의 43%를 차지하는 수치다.
유산균 발효유 전문기업 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11월 26일 무교동 11번지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유산균을 사업영역으로 택한 배경은 창업주 尹德炳(윤덕병·82) 회장과 한국야쿠르트의 초대 전문경영인 尹快炳(윤쾌병·작고) 사장의 아이디어였다.
윤덕병 회장과 친척인 윤쾌병 사장은 일본에서 농수의학을 전공한 후 서울대를 거쳐 건국대 축산연구소장으로 근무했다. 일본의 유가공 업체를 돌아볼 기회가 많았던 윤 사장은 유가공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당시 일본에서 각광 받던 유산균 발효유를 주목했다.
당시 일본은 야쿠르트 보급률이 12%를 넘었다. 특수유산균을 이용해 만든 야쿠르트 음료는 일본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이자 회장이었던 시로다 미노루(代田·1982년 작고) 박사가 개발했다. 시로다미노루 박사와 친분관계가 있던 윤쾌병 사장은 유산균 발효유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판단하고 윤덕병 회장과 함께 사업준비에 착수, 1970년 9월 한국야쿠르트를 설립했다.
당시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외국자본을 들여오는 일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梁基洛(양기락·61) 한국야쿠르트 사장은 “유산균에 대한 기술이 전무했던 당시로서는 외국회사와의 합작이 선진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면서 “야쿠르트 생산 5년 만에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일본에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 국민의 20%가 매일 야쿠르트 마신 적도
1971년 6월 30일, 하루 30만병 생산이 가능한 안양공장이 준공됐고, 그해 8월 10일부터 국내 최초의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가 시중에 판매됐다. 야쿠르트 판매 첫해 하루 판매량은 2만579병에 불과했으나 1975년 36만8000병, 1980년에는 200만병을 기록하며 급신장했다. 1일 판매량이 정점에 달한 것은 1994년 740만병으로, 전 국민의 20%가 매일 야쿠르트를 마신 셈이다. 현재 1일 판매량은 550만병으로 줄었는데, 高價(고가)의 기능성 발효유들이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다.1980년대부터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 발효유 외에 라면·우유·음료·먹는샘물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2000년 출시한 ‘윌’은 한국야쿠르트의 효자상품이다. 정식 명칭이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인 이 제품은 유산균 발효유의 개념을 바꾼 기능성 건강 발효유로 주목을 받았다. 위염, 위궤양의 대표적인 원인균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었기 때문.
‘윌’은 당초 하루 20만개 판매를 목표로 세웠는데, 출시된 지 2주 만에 주문량이 하루 30만개를 넘어섰고, 현재는 하루 70만개가 팔린다고 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발견한 호주 의학자 배리 마셜 박사가 2005년 노벨의학상을 받으면서 ‘윌’의 신뢰도는 크게 높아졌다. 2004년 출시한 간기능 활성화 발효유 ‘쿠퍼스’도 하루 18만개 이상 판매되면서 한국야쿠르트의 히트상품 대열에 합류했다.
식품업계에서는 한국야쿠르트의 성공요인으로 창업주의 외길 고집,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최강의 판매조직, 연구개발비를 아끼지 않는 투자 원칙 등을 꼽는다. 양기락 사장은 그중에서도 최강의 판매조직 ‘야쿠르트 아줌마’를 성공 비결로 꼽았다. 양기락 사장의 말이다.
“현재 1만3500명의 야쿠르트 여사님들이 가정과 사무실을 누비며 우리 제품을 배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단순 판매원이 아니라 건강관리 컨설턴트입니다.”
‘아줌마’를 판매사원으로 활용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야쿠르트 시판 초기 伏兵(복병)이 나타났다. 사람들 사이에 “누가 돈을 내고 세균을 사 먹느냐’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유산균의 장점을 아무리 설명해도 균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진 주부들이 쉽게 야쿠르트에 마음을 열지 않았다. 심지어 판촉용으로 야쿠르트를 마신 소비자가 배가 아프다고 항의를 하는 바람에 병원비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야쿠르트 아줌마 중에는 미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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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야쿠르트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 |
1971년 8월 47명이었던 야쿠르트 아줌마는 1975년에 1000명을 넘어섰고, 1978년에는 3000명, 1983년 5000명, 1992년 8000명, 1998년 1만명으로 늘었다. 현재는 전국 591개 지역대리점에 1만35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야쿠르트 판매를 시작하던 당시 야쿠르트 아줌마의 1인당 판매량은 하루 100병 정도였다. 그러다가 1977년 400병, 1982년 600여 병으로 늘어났으며, 1992년에는 800여 병 판매기록을 세웠다. 지금은 고기능성·高價(고가)제품의 판매 증가로 야쿠르트 판매는 다소 줄어들어 야쿠르트 아줌마의 1일 판매량은 약 500병, 금액으로는 약 23만원 정도라고 한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에게는 보험이나 자동차 세일즈와 달리 판매왕 제도가 없다. 개인이 맡아서 관리할 수 있는 지역이나 수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 차원에서도 가능하면 많은 주부들을 고용하고 일정 이상의 수입을 보장해 주기 위해 판매지역을 조절한다. 한달 평균수입은 140만원 내외라고 한다.
한국야쿠르트 홍보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평균 활동기간은 6년9개월. 이중 10년 이상 활동하는 아줌마가 3506명, 25년 이상 근속자는 295명이다. 아줌마들의 평균 나이는 2008년 현재 46.5세이며, 30대가 24.6%, 40대가 50.7%로 30~40대가 전체 활동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야쿠르트 아줌마 중에는 미혼자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친근한 이미지가 완성된 것은 드라마 <여로>로 큰 인기를 모았던 탤런트 태현실씨가 광고에 등장하면서부터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다른 잡상인들의 출입은 금지하고 있지만, 야쿠르트 아줌마에 대해서만큼은 예외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출입하지 못하는 곳은 삼성 본사 정도라고 한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공식 복장은 회사에서 지급하는 노란색 모자, 노란색 상의에 검은 바지, 하얀색 운동화에 짙지 않은 화장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2005년 환경재단이 선정하는 ‘세상을 밝힌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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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가운데)과 야쿠르트 아줌마들. |
“여사님 우리 여사님”
야쿠르트 아줌마는 친절한 이미지와 함께 억척 이미지도 강하다. 어려운 가정경제를 지탱해 온 든든한 축이었던 점도 있고,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운 야쿠르트 아줌마들에 대한 美談(미담)기사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 것도 이런 이미지를 고착시켰다. 실제로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노동 강도는 작지 않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몸이 아프거나, 집안에 일이 생겨도 이른 새벽에 출근해 배달업무를 해야 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는 어지간한 끈기와 성실성이 아니면 수행하기 힘들다.
한국야쿠르트의 사장 이하 본사 직원들은 현장 판매사원인 야쿠르트 아줌마들을 ‘여사님’이라 부른다. 회사를 키운 동력원이 그들이기에 최대한의 존경심을 담은 호칭이다. 친절교육을 비롯한 본사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지만,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표정에 여유로움이 넘치는 것은 회사에서 받는 대접이 자부심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회사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좀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6~7년 전 모 드라마에서 야쿠르트 아줌마 직업을 가진 배역 때문에 제복과 가방 등 소품협찬을 의뢰 받았다. 당시 배역을 맡은 연기자는 현재 친박연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金乙東(김을동) 의원이었다. 이웃 주민들과 살갑게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인물로 묘사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야쿠르트 본사에서는 긍정적으로 검토를 했고, 복장을 비롯한 소품들을 방송사에 보냈다. 그런데 막상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애초 설정한 성격의 인물이 아니었다. 동네 모든 일에 간섭을 하는 오지랖 넓은 아줌마로 묘사된 것이다. 한마디로 주책바가지에 설치고 다니는 여자가 돼 있었다. 본사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야쿠르트 아줌마 하면 동네 대소사나 어려운 일에 솔선수범하는 이미지를 구축해왔는데, 그 드라마로 인해 야쿠르트 아줌마가 푼수 같은 여자가 된 것이다. 결국 방송국에 양해를 구하고 부랴부랴 소품을 수거했다.
결국 김을동 의원이 맡은 배역은 ‘야쿠르트 아줌마’가 아니라 ‘요쿠르트 아줌마’로 슬쩍 개명됐다.
양기락 사장은 “드라마나 영화에 나타난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불행을 딛고 일어선 ‘의지의 여인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남편과 死別(사별)하거나 이혼하기 일쑤고, 남편들은 무능하거나 사업에 망한 것으로 묘사된다. 물론 힘겨운 환경을 극복하는 또순이 야쿠르트 여사님들도 있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또는 자아실현을 위해 이 일을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야쿠르트 아줌마에 대한 오해의 시선을 거두기를 희망했다.
어려운 이웃 돌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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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서울 선릉점의 조경자씨. |
조씨는 1992년부터 노란 유니폼을 입고 강남구 삼성동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친절과 선행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은 야쿠르트 아줌마의 이미지를 간직한 조씨는 2월 1일로 야쿠르트 아줌마 생활 17년을 맞았다. 320가구를 관리하는 그는 월 판매액 900만원 가량의 베테랑 판매사원이다.
한국야쿠르트 양기락 사장은 조씨의 친절대상 선정 배경을 “17년째 야쿠르트 판매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씨는 고객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어려운 분들에게는 선행을 베풀어온 것이 귀감이 되어 친절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가 일하는 지역이 강남이다 보니 형편이 어려운 독거노인이 한 분뿐이다. 조씨는 작년 10월 그 할머니를 위한 생신상을 차렸다. 또 설날이면 떡국을, 초겨울엔 김장을 할머니에게 배달한다.
조씨는 4년 전에는 한 신문에서 돈도 받지 못하고 직장에서 쫓겨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목회자 관련 기사를 보았다. 그녀는 주변에 이 사연을 소개하며 성금을 모았고, 한 트럭에 달하는 라면과 쌀을 사서 외국인노동자보호소에 전달했다. 당시에 대해 조씨는 이렇게 말했다.
“함께 일하는 야쿠르트 아줌마와 고객들이 적극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에요. 성금을 모으면서, 아직 이 세상에는 온정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씨에게는 외국에 또 하나의 가족이 있다. 물론 사진으로만 본 아들이다. 남미의 아이티에 사는 위캔스(6세)라는 아이를 돕기 위해 2년 전부터 후원계약을 맺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해외아동을 위한 1인 1어린이 후원 프로그램인 한국컴패션을 통해 인연을 맺은 것. 차인표와 신애라 부부가 후원하는 곳으로 유명해진 한국컴패션은 빈민국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단체다.
엄마 노릇 제대로 못한 것이 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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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산균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연구원들. |
“아이가 클 때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했어요. 밤새 열이 펄펄 끓는 아이 옆에 있다가 새벽이 되어 아이를 두고 일을 나갈 때의 고통은 아직도 잊어지지 않아요. 늘 미안하기만 한 아들은 정말 잘 자라주었어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좋은 일을 하자는 생각에서 해외어린이 후원을 시작했어요. 아들에게 못해준 것을 멀리 있는 그 아이에게 베푸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자 하는 마음도 있어요.”
조씨는 24세에 결혼, 25세에 아들을 낳고 27세에 야쿠르트 아줌마 일을 시작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조금이라도 벌자는 생각에 2년 계획으로 시작했던 이 일을 어느새 18년째 이어오고 있다. 조씨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골목을 누비면서 행복해지는 법을 배운 시간들이었는데 벌써 이렇게 빨리 지나가버렸다”며 “처음엔 반대하던 남편도 지금은 호응을 잘해준다”고 말했다.
올해로 22년째 야쿠르트 아줌마로 일하는 서울 화양점의 李貞淑(이정숙·52)씨도 골수 야쿠르트 아줌마다. 이씨는 “내 몸속에는 야쿠르트 색과 같은 노란 피가 흐르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처녀시절부터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입은 제복이 너무 멋있어 보여 결혼할 날만 기다렸어요. 결혼하고 곧바로 야쿠르트 대리점을 찾아갔어요. 너무 허약해 보인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퇴짜를 맞았는데, 세 번을 찾아가 일단 일주일만 해보라는 조건부 승낙을 받았죠.”
이씨가 처음 배당 받은 지역은 부평 계산동의 시골마을로, 배달트럭에서 내려 40분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동네였다. 고정 가구라고는 24가구밖에 없어 다섯명의 배달사원이 연속으로 그만둔 문제 지역이었다. 6개월 후 이씨는 부평 판매점에서 1등을 차지했다. 그 후 3년8개월 동안 이정숙씨는 1등을 놓치지 않았고, 3개의 구역을 더 만들어냈다.
“첫 출근하는 날 비가 내려 흠뻑 젖었어요. 그런데도 하나도 힘이 안 들어요. 내가 원했던 야쿠르트 아줌마가 됐으니까요. 그 동네 아이들을 다 씻어줬어요. 혼자 사는 노인에게는 빨래도 해줬고, 농사일 나간 사이 집에 가서는 마루도 닦아줬어요. 장삿속이 아니라 정말 그러고 싶어서였죠. 그랬더니 다들 ‘야쿠르트 넣어달라’고 하더군요.”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게 아니라 情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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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2008년 11월 서울광장에서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를 열며 김치 많이 담그기 관련 한국 기네스 기록에 도전했다. |
“저는 야쿠르트만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情(정)을 나눈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11월 고객 할머니 한 분이 김장을 담그고 몸살이 나셨어요. 그 길로 약국에 가서 파스를 사다 붙여드렸어요. 그랬더니 다음날부터 할머니께서 제 칭찬을 하면서 ‘야쿠르트 먹으라’고 주변에 홍보를 해요. 고객이 고객을 불러오니 결과가 당연히 좋을 수밖에요.”
이씨는 2년 전 20년 근속 포상으로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다. 25년 근속을 하게 되면 호주 여행을 가게 되는데,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이씨는 자신의 유니폼에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떳떳한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도와준 제복이기 때문이다.
이정숙씨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힘은 건강과 긍정적 사고, 미소와 친절을 강조한 회사 교육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야쿠르트의 또 다른 힘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 위치한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에서 나온다. 박사 10명을 포함한 연구인력 50명이 배치된 국내 최고의 유산균 연구소로 1976년 출범했다. 許喆成(허철성) 중앙연구소장의 말이다.
“최고의 유산균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창업주의 의지 때문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예산 삭감 없이 연구예산을 늘려왔습니다. 연구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어요. 아이디어만 있으면 몇 년이고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30년의 연구결과 자체 개발한 유산균 200여 가지를 포함해 2000여 가지의 유산균을 보유하고 있어요. 우리는 프랑스의 파스퇴르연구소와 같은 권위 있는 연구소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연구소가 설립돼 나온 첫 작품은 12년간의 연구 끝에 1988년에 출시한 떠먹는 요구르트 ‘슈퍼100’이었다. 1995년에는 한국인 乳兒(유아)의 장에서 분리한 한국형 비피더스 유산균 ‘HY8001’을 개발했다. HY8001은 국내 최초로 생산된 발효유 種菌(종균)이다.
2000년에 선보여 히트를 친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도 중앙연구소가 5년여 연구 끝에 내놓은 작품이다. 한국의 성인 70%에서 발견되는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할 ‘윌’의 연구 아이디어는 1994년 일본의 한 연구보고서에 유산균이 헬리코박터균을 잡을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
유산균을 위까지 어떻게 살려보내느냐부터 억제물질을 찾는 일까지 어려운 연구가 시작됐다. <本草綱目(본초강목)>, <東醫寶鑑(동의보감)> 등 한의 서적을 분석하고 경동시장의 모든 약초를 뒤져 마침내 억제물질을 찾아냈다. 허철성 소장은 ‘윌’의 마지막 개발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기능성 발효유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죠. 맛의 차별화를 위해 단맛도 줄였습니다.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겔포스 같은 느낌의 걸쭉한 액체 상태로 만들었어요. 신뢰성을 주기 위해 용기도 사각형 모양으로 만들었고, 임상치료도 의뢰해 헬리코박터연구회의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윌’ 개발프로젝트는 헬리코박터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낮아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기능성 발효유’라는 역발상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현재 마셜 박사와는 새로운 연구계약을 맺고 모종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허철성 소장에 의하면 유산균의 효능이 무궁무진해 현재까지 밝혀진 효능은 30%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토피질환 치료, 비만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허 소장은 “유산균은 식품으로 섭취하면서 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하다. 유산균은 수천 년간 천연약제 역할을 했고 미래 생명공학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08년 12월 한국경영인협회(회장 고병우)는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으로 윤덕병 회장을 선정했다. 양기락 사장의 설명이다.
“초창기엔 경험부족으로 야쿠르트 제조과정에서 실수가 많았어요. 설상가상으로 안양공장 일대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공장 증축도 못했지요. 결국 공장 외곽에 천막을 치고 그 안에 배양탱크를 설치해 생산을 했어요. 그러다 말로만 듣던 파지(Phage·살균성 바이러스)에 의한 잡균이 생겨 가스가 발생하는 바람에 탱크폭발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탱크 뚜껑이 천막을 뚫고 날아가고 작업자들이 혼비백산했죠. 제품에는 전혀 이상이 없어 영업 책임자는 해당 제품을 판매해도 무관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윤덕병 회장은 소비자를 기만할 수 없다며 판매를 중지했고, 회사는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습니다.”
소비자에 대한 약속은 판매량 증가로 나타났다. 1977년에 접어들자 야쿠르트 1일 판매량은 100만병으로 늘었다.
“일본 제품보다 한 수 위”
윤덕병 회장은 회사 공식행사에 얼굴을 내밀지 않지만 봉사하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2008년 11월 20일, 야쿠르트 아줌마 2000명이 모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5만8000포기의 김장을 담그던 날에도 윤 회장은 참석했다. 한국야쿠르트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전달하는 ‘사랑의 김장나누기’는 2001년 부산에서 시작되어 2004년 수도권으로 확대됐고, 2005년부터 전국 6개 도시(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인천)에서 동시에 열린다. 평사원 때부터 윤덕병 회장을 옆에서 지켜본 양기락 사장의 말이다.
“윤 회장은 기업을 ‘산비탈에 서 있는 가건물’에 비유하곤 했지요. IMF 직후 우리 회사도 처음으로 역성장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윤 회장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아요. 長壽(장수) 사장이 이어진 것은 내수에 주력한 사업특성상 시장변화가 심하지 않았고, 장기 프로젝트가 많아 회사의 업무를 꿰고 있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양 사장이 입사했던 1975년 연간 매출은 40억원에 불과했는데, 2008년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동안 400억병이 넘는 야쿠르트를 판매했고, 히트상품도 많이 내놓았지만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생산성본부가 주최하는 NCSI(국가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0년 연속 1위(우유·발효유 부문)를 차지해 2008년 NCSI 대상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양 사장은 “1만3500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가정과 사무실을 누비며 우리 제품을 홍보하고 배달해 주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며, 유산균 연구에 돈을 아끼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성공비결”이라면서 “현재 우리의 제품수준은 일본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