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는 대대적인 재정지출 증가를 통해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것이며, 그로 인해 마이너스나 제로 성장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1%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
孔柄淏
⊙ 1960년 경남 통영 출생.
⊙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라이스대학 경제학 박사.
⊙ 자유기업원 원장 역임.
⊙ 저서 : <10년 법칙>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공병호의 자기경영 노트> 등.
孔柄淏
⊙ 1960년 경남 통영 출생.
⊙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라이스대학 경제학 박사.
⊙ 자유기업원 원장 역임.
⊙ 저서 : <10년 법칙>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공병호의 자기경영 노트> 등.
앞을 내다보기가 무척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009년 한 해 동안의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시각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렇다면 2~3년 후의 경제는 어떻게 될까?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경기침체가 올 한 해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그 후의 경기 회복에 대해서는 대부분 낙관론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경제가 위기상황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불안이 진정되면 국내에서도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신속하게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 중인 減稅(감세)·규제완화 등과 더불어 적극적인 內需(내수)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경우 한국경제는 2009년 하반기를 前後(전후)해 빠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에 극단적인 비관론을 펼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토털쇼크,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책의 저자인 방현철 조선일보 기자와 강용운 前 매일경제신문 기자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1년 만에 위기를 극복한 기억을 떠올리면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도 곧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현재는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건설업체 부도가 가시화되고 대형 건설사를 인수한 그룹이 流動性(유동성)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주가지수가 현 수준에서 50% 가까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00선에서 반 토막 나면 500이다. 원·달러 환율도 올해 초에 달러당 1700원은 가볍게 돌파할 것이다. 원·달러 환율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엔·달러 환율은 엔高(고)와 맞물려 상상을 초월할 수준까지 갈 수 있다.”
2009년 세계 경제전망에 대해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족집게’라 불리는 닉네임을 얻고 있는 바이런 위엔은 “미국 경제는 하반기 이후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고, 주택가격도 상반기에 바닥을 다지면서 되살아날 것”이라면서 “중국 경제도 효과적인 부양책에 힘입어 7%대의 성장은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에 미국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달러 가치의 폭락과 國債(국채)시장의 붕괴로 올해 상황은 2008년보다 훨씬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제시스템의 自淨능력 믿어
경제는 하나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나름의 自淨(자정) 작용을 갖고 있다. 과도한 신용팽창과 소비 때문에 질병이 발생하면 不況(불황)이라는 과정을 통해 질병을 치유하고 원래의 궤도로 복귀하게 된다. 마치 환자가 병을 앓은 후 쾌유되는 것처럼 상처를 치유하고 또 다시 활동을 재개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시점이 언제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의 붕괴에 필적할 만한 大(대)공황이 長期化(장기화)될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선뜻 손을 들어주기 힘들다. 앞에서 소개한 강용운·방현철 기자는 단기 전망뿐만 아니라 장기 전망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극단적인 비관론을 피력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오늘날 글로벌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강추위는 단순히 한 해 지나고 마는 겨울이 아니다. 거대한 ‘信用(신용)의 氷河期(빙하기)’가 닥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영화 <투모로우>에서 모두가 예상 못한 기후변화로 인류의 상당수가 죽었던 것처럼 말이다.”
필자는 “올 한 해도 극심한 경기침체를 경험하겠지만 서서히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가 원래의 궤도를 되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번 만은 아주 다르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선 경제라는 시스템의 자정능력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다수 경제主體(주체)들이 오랜 기간 동안 지금처럼 현금을 중시하는 태도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조금만 상황이 호전되면 사람들은 더 나은 투자 기회를 찾아 나선다. 그것이 바로 본능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신용경색이 계속되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낙관적인 견해를 기꺼이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관론이 휘몰아치는 상황 속에서도 우울한 전망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나름의 관점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다른 곳에서는 大勢(대세)를 추종하는 것이 올바를 수 있지만, 경제활동에서만은 자신만의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개인과 조직 모두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미래 전망에 대해 필자는 최근에 내놓은 <3년 후, 세계는 그리고 한국은>이란 책에서 이렇게 요약한 바 있다.
“모든 경제는 나름의 리듬을 타기 마련이다. 굴곡이 있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골이 깊더라도 회복 국면의 계기가 만들어지면 자본은 얼마든지 다시 시장으로 되돌아온다. 그런 점에서 미래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지난 8년 동안의 신용팽창이 가져온 자산가격 상승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의 고통스러운 조정 과정을 경험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전망이 한참 기다려야 할 일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미 그런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합리적 기대가설’로 1995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한국경제신문의 신년 대담에서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현찰을 쥔 채 가만히 기다릴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당장은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있다. 현금을 쥐고 놓질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은행이든 소비자든 그런 행동을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들은 조만간 높은 투자 수익을 거두는 사람을 주위에서 보게 될 것이다. 수익이 없는 현금을 쥐고 있던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일 것이다. 신용경색이 진정되며 통화정책은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고, 이미 그런 현상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미래를 전망하고 준비하는데 있어 루카스 교수의 지적은 아주 중요하다. 과거 높은 수익을 기대했던 자금은 또 다시 그런 기대수익률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이제까지처럼 이머징 시장들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일시적인 자본 유입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미 자신들의 성장 가능성을 깊이 깨달은 사람들의 의식이나 욕망까지 잠재울 수는 없다. 20세기 후반 10년을 거치면서 이머징 시장의 경제주체들은 자신들이 얼마든지 삶의 수준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과 방법을 갖고 있음을 自覺(자각)했다.
외부환경이 이를 계속해서 억제시킬 수는 없다. 게다가 이머징 시장은 선진국보다 효율성 측면에서 개선될 여지가 많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일반적인 예상보다 빠르게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
루카스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자본도 상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머징 시장에 대한 투자를 꺼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머징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수익률이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진정되는 올 상반기를 지나면 다시 이머징 시장을 향한 자금공급이 이루어질 것이다. 돈은 돌아야 하고 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이 세계경제를 살린다
오바마 정부는 대대적인 재정지출 증가를 통해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것이며, 그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대규모 부양책은 마이너스나 제로 성장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1%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유럽·일본의 경기 부양책도 효과를 거둘 것이다. 일본은 엔고로 인한 수출기업의 어려움 때문에 다른 나라들에 비해 경기회복 추세가 더디겠지만, 그래도 善戰(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제로 金利(금리)에 가깝게 금리를 떨어뜨리고 시장에 직접 돈을 공급하는 ‘量的(양적) 완화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모기지 금리가 떨어지고, 국채금리와 회사채 간의 금리 격차도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全(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동시다발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선진국의 경기침체 기간을 줄이고 강도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 한 해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난 후, 세계 경제는 2010년을 기점으로 다시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2~3년 후에 세계 경제가 다시 성장할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두는 이유는 사람들의 욕망에 큰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늘날 보통 사람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졌다. 어느 저명한 경제학자는 “인류역사는 奢侈財(사치재)가 普通財(보통재)가 되는 역사”라고 말했다. 그러한 역사의 추세가 이제 와서 중단될 가능성은 없다.
앞으로도 점점 더 사람들의 기대수준은 높아질 것이다. 필자는 이를 두고 ‘욕망의 進化(진화)’라고 표현한다.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신의 생활, 인생, 그리고 직업에 대한 기대수준이 현실의 적합성과 관계없이 점점 더 높은 수준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런 기대는 성장에 대한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할 것이다. ‘더 많이 갖고 싶다’는 욕망, 그것도 가능하면 ‘더 빨리 이루고 싶다’는 욕망만큼 강한 추진력이 있겠는가?
이 같은 현상을 이해하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중국의 南東內陸(남동내륙)에서 시작된 돈에 대한 열풍이 점점 내륙으로 확산되어 가는 현상을 보면 된다. 전염병이 빠른 속도로 번져가는 것처럼 욕망의 전염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다. 돈, 자본, 생산요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잘 살고 싶고, 잘 되고 싶다’는 욕망이다.
미래를 지나치게 암담하게 보지 말자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비교 대상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넓혀졌다. ‘세계의 부자들이 무엇을 입고 먹으며, 어떻게 사는지’를 세상 사람들은 자세히 알 수 있게 됐다. ‘누가 얼마나 버는가’, ‘누가 재산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하는 것들은 관심만 가지면 낱낱이 알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당면한 위기 극복 때문에 지금은 간과하고 있지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풀려나간 통화를 어떻게 환수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앞으로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난 후, 세계경제에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때가 되면 달러 가치의 하락, 인플레이션 압력, 원자재 가격의 상승, 자산 가격의 상승 등과 같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직전의 고민거리가 또다시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지금은 힘든 시기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지나치게 암담하게 볼 이유는 없다. 세상사가 그렇듯이 경제도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이다. ⊙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경기침체가 올 한 해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그 후의 경기 회복에 대해서는 대부분 낙관론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경제가 위기상황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불안이 진정되면 국내에서도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신속하게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 중인 減稅(감세)·규제완화 등과 더불어 적극적인 內需(내수)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경우 한국경제는 2009년 하반기를 前後(전후)해 빠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에 극단적인 비관론을 펼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토털쇼크,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책의 저자인 방현철 조선일보 기자와 강용운 前 매일경제신문 기자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1년 만에 위기를 극복한 기억을 떠올리면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도 곧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현재는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건설업체 부도가 가시화되고 대형 건설사를 인수한 그룹이 流動性(유동성)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주가지수가 현 수준에서 50% 가까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00선에서 반 토막 나면 500이다. 원·달러 환율도 올해 초에 달러당 1700원은 가볍게 돌파할 것이다. 원·달러 환율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엔·달러 환율은 엔高(고)와 맞물려 상상을 초월할 수준까지 갈 수 있다.”
2009년 세계 경제전망에 대해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족집게’라 불리는 닉네임을 얻고 있는 바이런 위엔은 “미국 경제는 하반기 이후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고, 주택가격도 상반기에 바닥을 다지면서 되살아날 것”이라면서 “중국 경제도 효과적인 부양책에 힘입어 7%대의 성장은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에 미국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달러 가치의 폭락과 國債(국채)시장의 붕괴로 올해 상황은 2008년보다 훨씬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제시스템의 自淨능력 믿어
경제는 하나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나름의 自淨(자정) 작용을 갖고 있다. 과도한 신용팽창과 소비 때문에 질병이 발생하면 不況(불황)이라는 과정을 통해 질병을 치유하고 원래의 궤도로 복귀하게 된다. 마치 환자가 병을 앓은 후 쾌유되는 것처럼 상처를 치유하고 또 다시 활동을 재개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시점이 언제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의 붕괴에 필적할 만한 大(대)공황이 長期化(장기화)될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선뜻 손을 들어주기 힘들다. 앞에서 소개한 강용운·방현철 기자는 단기 전망뿐만 아니라 장기 전망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극단적인 비관론을 피력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오늘날 글로벌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강추위는 단순히 한 해 지나고 마는 겨울이 아니다. 거대한 ‘信用(신용)의 氷河期(빙하기)’가 닥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영화 <투모로우>에서 모두가 예상 못한 기후변화로 인류의 상당수가 죽었던 것처럼 말이다.”
필자는 “올 한 해도 극심한 경기침체를 경험하겠지만 서서히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가 원래의 궤도를 되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번 만은 아주 다르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선 경제라는 시스템의 자정능력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다수 경제主體(주체)들이 오랜 기간 동안 지금처럼 현금을 중시하는 태도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조금만 상황이 호전되면 사람들은 더 나은 투자 기회를 찾아 나선다. 그것이 바로 본능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신용경색이 계속되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낙관적인 견해를 기꺼이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관론이 휘몰아치는 상황 속에서도 우울한 전망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나름의 관점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다른 곳에서는 大勢(대세)를 추종하는 것이 올바를 수 있지만, 경제활동에서만은 자신만의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개인과 조직 모두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미래 전망에 대해 필자는 최근에 내놓은 <3년 후, 세계는 그리고 한국은>이란 책에서 이렇게 요약한 바 있다.
“모든 경제는 나름의 리듬을 타기 마련이다. 굴곡이 있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골이 깊더라도 회복 국면의 계기가 만들어지면 자본은 얼마든지 다시 시장으로 되돌아온다. 그런 점에서 미래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지난 8년 동안의 신용팽창이 가져온 자산가격 상승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의 고통스러운 조정 과정을 경험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전망이 한참 기다려야 할 일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미 그런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합리적 기대가설’로 1995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한국경제신문의 신년 대담에서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현찰을 쥔 채 가만히 기다릴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당장은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있다. 현금을 쥐고 놓질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은행이든 소비자든 그런 행동을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들은 조만간 높은 투자 수익을 거두는 사람을 주위에서 보게 될 것이다. 수익이 없는 현금을 쥐고 있던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일 것이다. 신용경색이 진정되며 통화정책은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고, 이미 그런 현상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미래를 전망하고 준비하는데 있어 루카스 교수의 지적은 아주 중요하다. 과거 높은 수익을 기대했던 자금은 또 다시 그런 기대수익률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이제까지처럼 이머징 시장들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일시적인 자본 유입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미 자신들의 성장 가능성을 깊이 깨달은 사람들의 의식이나 욕망까지 잠재울 수는 없다. 20세기 후반 10년을 거치면서 이머징 시장의 경제주체들은 자신들이 얼마든지 삶의 수준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과 방법을 갖고 있음을 自覺(자각)했다.
외부환경이 이를 계속해서 억제시킬 수는 없다. 게다가 이머징 시장은 선진국보다 효율성 측면에서 개선될 여지가 많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일반적인 예상보다 빠르게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
루카스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자본도 상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머징 시장에 대한 투자를 꺼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머징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수익률이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진정되는 올 상반기를 지나면 다시 이머징 시장을 향한 자금공급이 이루어질 것이다. 돈은 돌아야 하고 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이 세계경제를 살린다
오바마 정부는 대대적인 재정지출 증가를 통해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것이며, 그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대규모 부양책은 마이너스나 제로 성장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1%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유럽·일본의 경기 부양책도 효과를 거둘 것이다. 일본은 엔고로 인한 수출기업의 어려움 때문에 다른 나라들에 비해 경기회복 추세가 더디겠지만, 그래도 善戰(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제로 金利(금리)에 가깝게 금리를 떨어뜨리고 시장에 직접 돈을 공급하는 ‘量的(양적) 완화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모기지 금리가 떨어지고, 국채금리와 회사채 간의 금리 격차도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全(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동시다발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선진국의 경기침체 기간을 줄이고 강도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 한 해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난 후, 세계 경제는 2010년을 기점으로 다시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2~3년 후에 세계 경제가 다시 성장할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두는 이유는 사람들의 욕망에 큰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늘날 보통 사람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졌다. 어느 저명한 경제학자는 “인류역사는 奢侈財(사치재)가 普通財(보통재)가 되는 역사”라고 말했다. 그러한 역사의 추세가 이제 와서 중단될 가능성은 없다.
앞으로도 점점 더 사람들의 기대수준은 높아질 것이다. 필자는 이를 두고 ‘욕망의 進化(진화)’라고 표현한다.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신의 생활, 인생, 그리고 직업에 대한 기대수준이 현실의 적합성과 관계없이 점점 더 높은 수준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런 기대는 성장에 대한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할 것이다. ‘더 많이 갖고 싶다’는 욕망, 그것도 가능하면 ‘더 빨리 이루고 싶다’는 욕망만큼 강한 추진력이 있겠는가?
이 같은 현상을 이해하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중국의 南東內陸(남동내륙)에서 시작된 돈에 대한 열풍이 점점 내륙으로 확산되어 가는 현상을 보면 된다. 전염병이 빠른 속도로 번져가는 것처럼 욕망의 전염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다. 돈, 자본, 생산요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잘 살고 싶고, 잘 되고 싶다’는 욕망이다.
미래를 지나치게 암담하게 보지 말자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비교 대상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넓혀졌다. ‘세계의 부자들이 무엇을 입고 먹으며, 어떻게 사는지’를 세상 사람들은 자세히 알 수 있게 됐다. ‘누가 얼마나 버는가’, ‘누가 재산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하는 것들은 관심만 가지면 낱낱이 알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당면한 위기 극복 때문에 지금은 간과하고 있지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풀려나간 통화를 어떻게 환수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앞으로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난 후, 세계경제에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때가 되면 달러 가치의 하락, 인플레이션 압력, 원자재 가격의 상승, 자산 가격의 상승 등과 같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직전의 고민거리가 또다시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지금은 힘든 시기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지나치게 암담하게 볼 이유는 없다. 세상사가 그렇듯이 경제도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