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聖煥의 시각] 어떤 금융위기든 起承轉結은 동일 : 월간조선

“금융위기는 계속 피어오르는 끈질긴 多年生(다년생) 꽃이다.”

국제금융 전문가이자 經濟史家(경제사가)로 손꼽히는 찰스 킨들버거가 쓴 名著(명저)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의 첫 장 제목이다. 한마디로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곧잘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금융위기는 잊을 만하면 나타나고, 그에 따른 고통이 극심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다시 위기를 향해 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고질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금융위기의 元祖(원조)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알뿌리 거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좋은 품종의 튤립 알뿌리가 황소 40마리, 또는 집 한 채 값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됐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지자 튤립 알뿌리는 생긴 모습과 가격에서 양파와 엇비슷하게 폭락했고, 그 와중에 투기에 참여한 수많은 개인과 기관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18세기에는 주로 해외 식민지 건설과 관련된 거품이 주를 이뤘다. 19세기 들어서는 운하 또는 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시설(SOC)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실패에 이은 은행의 파산과 관련된 위기가 간헐적으로 계속됐다.

자본주의가 주요 선진국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20세기 들어서도 금융위기는 계속됐다. 20세기 이후 금융위기의 특징은 글로벌화가 진전됨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局地的(국지적)인 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킨들버거는 역사상 10大(대) 금융위기로 20세기 이전의 위기 3건, 20세기 이후의 위기 7건을 꼽았다. 20세기 이전의 위기를 보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알뿌리 거품, 18세기 영국의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ㆍ서인도제도와 남미 지역의 무역 독점권을 명목으로 대규모 투기가 벌어졌다가 거품이 꺼지며 파산한 사건-편집자 주) 거품과 프랑스의 미시시피회사(1719년 프랑스 금융회사인 미시시피회사가 프랑스의 미국 식민지였던 루이지애나의 관할권을 얻는 등 이권을 확보하는 것을 보고 투자했다가 거품이 빠지며 붕괴한 사건-편집자 주) 거품처럼 한 나라 및 한 기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국지적인 거품이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서면서 교통과 통신의 발달, 무역과 자본거래의 급증 등으로 국가간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한 나라의 위기가 주변지역 또는 전 세계로 전염되거나 확산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100년 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신용 쓰나미’

1920년대 미국發(발) 대공황은 全(전) 세계 경제를 초토화시킨 대표적인 사건이다. 미국의 주식 대폭락을 계기로 시작된 대공황은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으로 확산되면서 10년 이상 전 세계 경제를 암흑으로 몰아넣었다.

반면 1970년대 멕시코 등 南美(남미) 국가들의 외채 위기,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및 주식시장 위기, 1980년대 북유럽의 부동산 및 주식시장 위기 등은 상대적으로 국지적인 현상이었다. 또 1990년대 말 미국의 IT 및 나스닥 주식시장 거품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에서 시작된 거품과 위기라는 점에서 전 세계에 미친 파장이 작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인 金利(금리)인하 등 재빠른 대응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파급되는 惡(악)영향을 최소화한 사례다. 물론 이에 따른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는 낮은 금리와 과도한 流動性(유동성)의 장기간 지속이 최근의 금융위기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 FRB의 정책대응이 과연 장기적으로 옳았는가 하는 문제는 별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태국에서 발생한 외환위기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한국으로 확산되면서 ‘東(동)아시아 위기’ 또는 ‘아시아 위기’로 불릴 정도로 전염성이 강했다. 당시 경제규모에서 세계 15위권이던 한국이 위기의 희생양이 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역사상 최대 규모인 583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지원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다. 만약 IMF가 구제금융을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이 破産(파산)했을 것이다. 또 한국에 빌려준 돈을 못 받게 된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엄청난 손실을 보고 그로 인한 2차, 3차의 파장을 전 세계가 겪어야 했을 것이다.

최근 겪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규모와 파장으로 볼 때 192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앨런 그린스펀 FRB 前(전) 의장의 말대로 ‘100년 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신용 쓰나미’라는 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장기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미국 내 금융회사들은 물론 유럽의 금융회사들까지 파산으로 몰아가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의 공통점

더욱이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내년 전 세계 성장률이 과거 10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 4%의 절반에 불과한 2.2%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내년 성장률이 마이너스대로 떨어지고, 그에 영향을 받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국들의 성장률도 당초 예상했던 6% 중반에서 5% 초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만 하더라도 IMF는 전 세계 내년 성장률을 3.0%로 전망했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전망치를 0.8%포인트나 낮춘 것은 필자의 기억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IMF는 주요국의 성장률을 낮추면서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주문하고 있지만, 이들 나라가 경기부양에 실패할 경우 성장률을 더 下向(하향)조정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위기는 도대체 어떤 원인으로 또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거품을 키우고 그 거품이 꺼지는가. 아울러 이들 금융위기의 특징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하이먼 민스키 등이 제시한 금융위기 모델을 이용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민스키 등에 따르면 경기가 계속 好調勢(호조세)를 이어가는 경기확장 국면에서 투자자들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와 탐욕이 증폭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의 공통점이다. 특히 경기가 長期(장기)호황을 구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낮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되면서 낮은 금리와 과잉유동성 상황 또한 장기간 유지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거품의 발생과 붕괴

미국 대공황 당시 거리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실직자들.

두 번째는 투자자들이 경제는 물론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동반 호황을 보이면서 낙관적인 기대와 낮은 금리, 과잉유동성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공격적인 투자는 高(고)위험·고수익을 노리는 투자패턴을 말하는데 ‘보통의 경우에는 누구도 투자하지 않을 위험한 상품에도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는 동시에 투자수익률도 上向(상향)조정하기 마련이다.

달콤한 수익에 맛을 들인 투자자들은 자금을 대거 借入(차입)하려는 성향을 보이기 시작하고, 금융회사들은 이를 부추긴다고 할 정도로 투자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동시에 경쟁적으로 돈을 빌려주기 시작한다. 투자자나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 모두 다른 사람들이 투자 또는 투기로 큰 이익을 얻는 것을 따라가게 되는, 이른바 ‘다른 사람 따라 하기’, 또는 ‘앞서가는 사람 따라 하기’에 열중한다. 킨들버거의 표현에 따르면 사람들이 일종의 ‘狂氣(광기)’에 빠져드는 것이다. 일단 광기에 빠져들면 모든 여건이 장밋빛으로 보이면서 경고성 목소리는 무시되고 묻히는 대신 거품은 갈수록 커진다.

세 번째는 이쯤 되면 중앙은행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다.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동시에 부동산과 주식 등과 같은 자산가격이 동시에 급등세를 이어가는 자산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다.

네 번째는 결국 꺼지는 것이 거품의 운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계다. 거품이 커질수록 어디엔가는 약한 곳이 생겨나기 마련이고, 약한 곳은 외부 여건의 작은 변화에 갑작스럽게 반응하면서 급격하게 거품이 꺼지거나 터진다. 불리한 경제여건들이 부각되고, 안 좋은 지표들이 하나 둘씩 발표되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의 낙관론은 줄어들고 신중론이 득세하기 시작한다. 장기에 걸친 자산인플레이션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을 신호탄으로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과 주식을 투매하기 시작한다.

이 같은 투매가 확산될 경우 일부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부도위기에 처하는 것은 물론, 금융시장에서는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市中(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는 動脈硬化(동맥경화) 증세인 신용경색 현상이 심화되면 멀쩡한 회사들도 黑字(흑자)도산을 하는 등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된다.

특히 그간에 많은 돈을 빌린 투자자들의 투자손실이 늘면서 금융회사들의 대출연체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그에 따른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때 금융회사들은 추가대출은 물론 신규대출을 꺼리면서 금융시장 전체가 신용경색 현상을 겪게 된다.

이런 와중에 낙관론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사라지고 시장은 온통 비관론으로 가득 차면서 이번에는 광기가 ‘패닉 또는 공황상태’로 빠진다. 일단 대다수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면 시장에서 그간 키워 온 거품이 한순간에 ‘붕괴(crash)’하는 것이 거품의 일생이다.

다섯 번째는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과 금리인하 등의 대응책을 강구하는 단계에 들어선다. 이때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이 얼마나 시기적으로, 또 내용이나 强度(강도)면에서 적절했는지에 따라 금융위기의 폭과 지속기간이 달라졌다는 것이 금융위기를 분석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마지막 여섯 번째 공통점은 20세기 이후 발생한 금융위기는 대부분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의 광기와 거품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1920년대의 대공황, 1980년대의 일본의 부동산 및 주식 거품,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반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위기(S&L crisis), 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 외환위기 등이 모두 부동산 또는 주식시장에서의 거품 형성으로부터 발생했다.

‘그린스펀 독트린’의 終焉

이번 금융위기도 지금까지 언급한 여섯 가지 공통점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미국 경제의 장기호황 속에서 낮은 금리와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不敗(불패)’라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미국의 부동산시장이 FRB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2006년 중반을 고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광기가 패닉으로 변했다. 금융시장이 얼어붙는 기미를 알아챈 FRB가 2007년 9월부터 공격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섰지만 이미 꺼지는 거품, 또는 터진 거품을 되돌려 놓지 못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정부와 FRB가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AIG와 같은 대형 금융회사를 국유화하거나 지분에 참여하면서 <뉴욕 타임스>가 언급한 대로 미국 정부와 FRB가 ‘최종 貸付者(대부자)’의 역할을 넘어 ‘최종 투자자’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이번 금융위기의 특징은 震源地(진원지)가 미국이지만 그 충격이 유럽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실물위기로의 轉移(전이)속도가 급속하다는 점이다. 미국발 지진의 스케일이 엄청난 데다 글로벌化(화)의 진전으로 미국과 유럽의 금융회사들이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럽에서도 영국과 아일랜드, 프랑스, 스페인 등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부동산 거품이 동시에 발생했고, 그 거품이 미국의 영향을 받아 꺼지면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한국의 금융규제는 너무 많아서 탈

그렇다면 우리는 금융위기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고 또 어떤 과제를 안게 될까.

첫 번째는 그린스펀 독트린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점이다. 앨런 그린스펀이 FRB 의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0년대 초 IT 거품이 붕괴했다. 당시 그린스펀은 자산가격 거품에 대해 事前的(사전적)으로 인식하기가 극히 어려우며, 거품이 붕괴된 후에야 事後的(사후적)으로만 거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설사 거품을 조기에 인식할 수 있다 해도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고 先制的(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우므로 FRB는 거품이 붕괴된 후 그 악영향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그린스펀의 이 같은 견해는 ‘그린스펀 독트린’이라 불리면서 중앙은행 정책대응의 한 방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FRB가 주택가격의 거품을 너무 오래 방치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도 이미 일부 경제학자들과 유럽지역 중앙은행 인사들은 資産(자산)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긴축적인 통화정책, 예를 들면 금리상승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린스펀 독트린을 따라 중앙은행이 부동산시장의 거품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결과 현재와 같은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보다 능동적으로 거품발생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적극적으로 정책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도 자유방임주의가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 인식되면서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강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예금과 대출업무를 주로 하는 상업은행(CB)뿐만 아니라 증권의 발행과 인수, 파생금융상품의 생산 및 판매 등을 주로 하는 투자은행(IB)과 헤지 펀드 등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중앙은행 등 금융당국의 보다 강한 규제와 감독을 받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산업에서 규제의 정도가 미국 등 선진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강한 상황이므로 주요 선진국들이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규제는 앞으로 거론될 국제적 기준에 따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자 하는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 되며, 내년 2월로 예정된 시행도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거꾸로 우리 금융회사들이 보다 자유롭게 국내외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키우고 글로벌화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는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대거 도산 또는 인수당하거나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앞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백화점式(식) 종합은행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월 스트리트의 주역이던 5대 투자은행이 기능을 상실함에 따라 미국 금융시장의 주도권은 전통적인 금융회사인 상업은행으로 넘어가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뿐만 아니라 상업은행들은 금융위기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금융회사들을 사들이며 위기를 기회로 맞고 있고, 특히 상업은행을 바탕으로 한 상업투자은행(CIB)의 구조로 개편해 나갈 것이다. 미국의 은행들은 향후 수년 내에 구조조정을 거치면 거의 모든 금융업무를 처리하는 종합은행으로 거듭나면서 또 다시 국제금융시장을 주름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 번째는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인해 국지적인 금융위기, 특히 규모가 웬만큼 큰 나라가 금융위기를 겪을 경우 전 세계가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감독 및 규제 기준의 통일, 국제적 감독기구의 설립 등이 거론될 것이다.

이 경우 국제통화기금(IMF)과는 별도의 독립기관이 될 것이며, 국제결제은행(BIS)이 전면개편을 통해 국제감독기구를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제회계기준의 통일 및 강화, 파생금융상품 및 부외거래에 대한 규제와 감독, 국제신용평가회사의 평가체계 개선 및 통일 등이 본격 거론되고,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게 될 것이다.

다섯 번째는 글로벌화의 진전이 이번에 가져온 하나의 副産物(부산물)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정책공조를 들 수 있다. 지난 10월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공조 時(시) 우리나라가 빠졌지만, 앞으로는 주요 선진국과의 정책공조에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경제 및 금융외교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은 위기 속에서는 다른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경제위기는 태풍이나 홍수가 닥치는 것과는 달리 위기 속에서도 경제활동과 금융활동은 꾸준히 이어진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은행들은 어려움에 빠진 투자은행과 모기지 은행들을 인수하면서 미래의 구도와 전략을 짜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30대 재벌그룹 중 절반이 간판을 내렸지만, 살아남은 기업들은 삼성이나 LG, 현대자동차처럼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언제나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