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모기지 대출은행의 중앙은행 격인 패니메이, 프레디맥
유동성 위기 겪으면서 미국 정부의 지원 받아.
어떤 폭탄이 어디에서 또 터져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
崔聖煥 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상무〈sungchoi@korealife.com〉
⊙ 1956년 대구 출생.
⊙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유동성 위기 겪으면서 미국 정부의 지원 받아.
어떤 폭탄이 어디에서 또 터져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
崔聖煥 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상무〈sungchoi@korealife.com〉
⊙ 1956년 대구 출생.
⊙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 주택 구입 희망자들을 모아 압류된 주택을 보러 다니는 ‘압류 주택 투어’가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의 웨스트버리(Westbury)에서 투어 참가자들이 버스에서 내려 매물로 나온 집을 둘러보기 위해 줄 지어 들어가는 모습.
“高油價(고유가), 高(고)물가, 고금리, 금융불안, 고용불안, 성장률 하락, 집값 하락, 주가 하락.”
우리 경제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미국 경제에도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수출을 제외하면 무엇 하나 好材(호재)라고 할 만한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마디로 미국 경제는 올랐으면 하는 것은 모두 떨어지고, 떨어졌으면 하는 것은 모두 오르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 오던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라는 强震(강진)과 그 餘震(여진)에 휘청거리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우리 경제가 급속히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 경제가 버텨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이 그 같은 방패막이가 아니라 오히려 세계 경제를 끌어내리는 물귀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곳곳에서 ‘카산드라’가 출현하기 마련이다. 최근 미국의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한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미국의 경기침체는 최소한 내년 중반까지 지속될 것이며 이 기간 동안 수백 개 은행이 추가로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는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을 償却(상각)했을 뿐이지만, 앞으로 부실이 더 크게 늘어나면서 많은 은행들이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이 수백 개 무너지면 ‘저축대부조합위기’(S&L crisis)에 시달리던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반 이후 거의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 발 더 나가 미국의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일본형 장기침체 또는 大恐慌(대공황)에 버금가는 경기침체를 맞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미국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먼저 가장 큰 그림인 성장률을 들여다보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IT 거품 붕괴로 2001년 0.8%로 급락한 이후 2002년부터 회복되기 시작, 2004년에는 3.6%로 고점을 기록했다. 이후 성장률이 조금씩 낮아지더니 작년에는 2.2%를 기록했고, 올해는 1% 안팎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성장률 1% 미만 예상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점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을 발표 시기별로 따라가면 잘 알 수 있다. IMF가 2008년 전망치를 처음 내놓은 것은 2007년 4월이었다. 당시 2008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2.8%였다. IMF는 2007년 10월 미국의 2008년 성장률을 1.9%로 하향조정한 데 이어 2008년 1월에는 1.5%, 2008년 4월에는 0.5%로 크게 낮춰 잡았다.
하지만 IMF는 지난 7월 초순에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1.3%로 다시 올려 잡았다. 1~2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높게 나타난 데다 금리인하 및 감세 등 경기부양 효과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IMF의 전망대로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1% 초반 대에 머문다 해도 이는 2001년 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일 뿐 아니라 지난 20년간의 평균인 2.9%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 된다.
그나마 정책금리를 5.5%에서 2.0%로 낮추고 1600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減稅(감세)를 실행한 결과라고 보면 미국 경제가 얼마나 급락하고 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2009년 성장률은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IMF의 전망이므로, 내년까지도 미국 경제는 정상수준을 회복하기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고용상황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점은 향후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의 非(비)농업분야 신규 고용자 수는 올 들어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 연속 줄어들면서 총 46만3000명이나 감소했다. 기업들이 내다보는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 동향과 관련해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실업률이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할 수도 있지만 미국의 경우 ‘실업률이 급속하게 높아질 때마다 성장률은 급락’하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었다. 특히 실업률이 전월보다 0.3%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경우가 반복될 경우 성장률이 예외 없이 곤두박질쳤다.
1970년 이후 실업률이 전월보다 0.3%포인트 이상 높아지는 시기는 모두 5차례 찾을 수 있다. 1970년(4번), 1974~75년(6번), 1980~82년(12번), 1990~91년(3번), 2001년(3번)이다. 제2차 오일쇼크 때인 1980~82년의 경우를 보면 1979년 말 5.7~6.0%로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실업률이 1980년 1월부터 치솟기 시작해 1982년 12월에는 10.8%를 기록했다.
고용·성장률 곤두박질
불과 2년 사이에 실업률이 4.8%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반면 당시 성장률은 1978년 5.6%에서 1979년 3.2%로 낮아졌다가 1980년에는 -0.2%로 급락했다. 1981년에 2.5%로 회복되는 듯하다가 1982년에는 다시 -1.9%로 더 떨어지는 이른바 ‘더블딥’(double-dip) 현상을 보였다. 1983년에 가서야 성장률이 4.5%로 오일쇼크의 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1차 걸프전쟁이 있었던 1990~91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면서 성장률이 1.9%(1990년), -0.2%(1991년)까지 떨어졌다. IT 거품 붕괴가 있었던 2001년의 경우에도 성장률이 2000년 3.7%에서 0.8%로 떨어졌고 2002년에도 1.6%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최근의 경우 미국의 실업률은 저점이었던 작년 3월 4.4%에서 올 들어 지난 7월에는 5.7%로 뛰어올랐다. 불과 1년4개월 만에 실업률이 1.3%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업률이 전월 대비 0.3%포인트 이상 급등한 경우는 작년 12월과 올 들어 3월과 5월에 3번이나 발생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본다면 앞으로 성장률이 곤두박질치는 일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올 들어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은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책 덕분에 각각 전기대비 0.9%와 1.9%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작년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0.2%)로 떨어졌을 뿐 아니라 올 하반기에도 마이너스 또는 1% 미만을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이 같은 비관적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업률 급등과 함께 미국 경제의 또하나의 뇌관이 집값 급락이다. 미국의 집값은 걸프전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0.2%)로 급락했던 1991년에 일시적으로 하락한 이후 최근까지 15년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경기호황에다 저금리까지 겹치면서 두 자리 수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던 집값이 2006년 6월을 고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 최근에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서 발표하는 주택지수인 ‘케이스-실러 20대 도시 지수’는 지난 5월 현재 고점 대비 18.4%나 하락했다. 연방주택감독청(OFHEO)이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HPI)’는 5월 현재 2007년 4월 고점 대비 4.9%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HPI는 케이스-실러 지수와는 달리 高價(고가)주택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포함하지 않고 있어 주택시장 흐름 파악에 상대적으로 굼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케이스-실러 지수의 경우 20년 전에 이 지수가 개발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수를 만든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는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2년(-10.5%)보다 더 큰 폭의 하락이라면서 주택공황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집값이 앞으로 적어도 1~2년여에 걸쳐 10~20% 정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부동산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소비 위축되면 전체 경제 침체에 빠져
만약 집값 급락세가 중·장기화할 경우 미국 경제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간 집값 상승으로 ‘富(부)의 효과’를 통해 소비가 계속 호조를 보였다면 이제는 거꾸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택시장은 23조 달러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160% 이상을 차지해 미국인들의 소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는 소비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경제로, 소비가 위축될 경우 전체 경제가 가라앉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인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그간 모기지와 카드대출, 자동차론 등을 통해 대거 대출을 받은 터라 집값이 내리는 가운데 금리까지 오르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집값 하락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그에 이은 신용경색을 가져온 근원지라는 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집값 하락이 계속되자 최근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이 25%(2008년 4월)를 넘어선 가운데 프라임 모기지(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 또한 2.7%로 1년 전에 비해 2배나 높아졌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프라임 모기지의 중간등급에 해당하는 알트 -A 모기지의 연체율도 12%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4배나 치솟았다.
이 바람에 대부분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모기지 부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내 최대의 모기지 회사이자 모기지 대출은행의 중앙은행 격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앞으로 어떤 폭탄이 어디에서 또 터져 나올지도 모르는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집값 하락이 이어지는 한 모기지 관련 부실은 계속 확대재생산될 것이고 다른 대출에까지 전염될 것이기 때문이다.
루비니 교수가 예측한 대로 은행들이 대거 도산하면서 전체 금융시스템이 위기를 맞지는 않는다 해도 금융부문이 크게 위축되는 정도는 예상해야 할 것이다. 금융부문이 위축되면 실물경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실물경제가 어려워지면 금융부문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결국 미국 경제는 고용과 집값 동향, 금융위기의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1%에도 채 못 미치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하반기에 회복세로 돌아선다 해도 그 정도는 그리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공황과 같은 심각한 경기침체는 아니더라도 상당기간 낮은 성장률에다 높은 실업률, 높은 물가라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상황이 계속되리라고 내다보는 것이다.●
우리 경제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미국 경제에도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수출을 제외하면 무엇 하나 好材(호재)라고 할 만한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마디로 미국 경제는 올랐으면 하는 것은 모두 떨어지고, 떨어졌으면 하는 것은 모두 오르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 오던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라는 强震(강진)과 그 餘震(여진)에 휘청거리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우리 경제가 급속히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 경제가 버텨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이 그 같은 방패막이가 아니라 오히려 세계 경제를 끌어내리는 물귀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곳곳에서 ‘카산드라’가 출현하기 마련이다. 최근 미국의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한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미국의 경기침체는 최소한 내년 중반까지 지속될 것이며 이 기간 동안 수백 개 은행이 추가로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는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을 償却(상각)했을 뿐이지만, 앞으로 부실이 더 크게 늘어나면서 많은 은행들이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이 수백 개 무너지면 ‘저축대부조합위기’(S&L crisis)에 시달리던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반 이후 거의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 발 더 나가 미국의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일본형 장기침체 또는 大恐慌(대공황)에 버금가는 경기침체를 맞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미국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먼저 가장 큰 그림인 성장률을 들여다보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IT 거품 붕괴로 2001년 0.8%로 급락한 이후 2002년부터 회복되기 시작, 2004년에는 3.6%로 고점을 기록했다. 이후 성장률이 조금씩 낮아지더니 작년에는 2.2%를 기록했고, 올해는 1% 안팎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성장률 1% 미만 예상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점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을 발표 시기별로 따라가면 잘 알 수 있다. IMF가 2008년 전망치를 처음 내놓은 것은 2007년 4월이었다. 당시 2008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2.8%였다. IMF는 2007년 10월 미국의 2008년 성장률을 1.9%로 하향조정한 데 이어 2008년 1월에는 1.5%, 2008년 4월에는 0.5%로 크게 낮춰 잡았다.
하지만 IMF는 지난 7월 초순에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1.3%로 다시 올려 잡았다. 1~2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높게 나타난 데다 금리인하 및 감세 등 경기부양 효과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IMF의 전망대로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1% 초반 대에 머문다 해도 이는 2001년 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일 뿐 아니라 지난 20년간의 평균인 2.9%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 된다.
그나마 정책금리를 5.5%에서 2.0%로 낮추고 1600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減稅(감세)를 실행한 결과라고 보면 미국 경제가 얼마나 급락하고 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2009년 성장률은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IMF의 전망이므로, 내년까지도 미국 경제는 정상수준을 회복하기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고용상황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점은 향후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의 非(비)농업분야 신규 고용자 수는 올 들어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 연속 줄어들면서 총 46만3000명이나 감소했다. 기업들이 내다보는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 동향과 관련해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실업률이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할 수도 있지만 미국의 경우 ‘실업률이 급속하게 높아질 때마다 성장률은 급락’하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었다. 특히 실업률이 전월보다 0.3%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경우가 반복될 경우 성장률이 예외 없이 곤두박질쳤다.
1970년 이후 실업률이 전월보다 0.3%포인트 이상 높아지는 시기는 모두 5차례 찾을 수 있다. 1970년(4번), 1974~75년(6번), 1980~82년(12번), 1990~91년(3번), 2001년(3번)이다. 제2차 오일쇼크 때인 1980~82년의 경우를 보면 1979년 말 5.7~6.0%로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실업률이 1980년 1월부터 치솟기 시작해 1982년 12월에는 10.8%를 기록했다.
고용·성장률 곤두박질
불과 2년 사이에 실업률이 4.8%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반면 당시 성장률은 1978년 5.6%에서 1979년 3.2%로 낮아졌다가 1980년에는 -0.2%로 급락했다. 1981년에 2.5%로 회복되는 듯하다가 1982년에는 다시 -1.9%로 더 떨어지는 이른바 ‘더블딥’(double-dip) 현상을 보였다. 1983년에 가서야 성장률이 4.5%로 오일쇼크의 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1차 걸프전쟁이 있었던 1990~91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면서 성장률이 1.9%(1990년), -0.2%(1991년)까지 떨어졌다. IT 거품 붕괴가 있었던 2001년의 경우에도 성장률이 2000년 3.7%에서 0.8%로 떨어졌고 2002년에도 1.6%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최근의 경우 미국의 실업률은 저점이었던 작년 3월 4.4%에서 올 들어 지난 7월에는 5.7%로 뛰어올랐다. 불과 1년4개월 만에 실업률이 1.3%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업률이 전월 대비 0.3%포인트 이상 급등한 경우는 작년 12월과 올 들어 3월과 5월에 3번이나 발생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본다면 앞으로 성장률이 곤두박질치는 일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올 들어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은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책 덕분에 각각 전기대비 0.9%와 1.9%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작년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0.2%)로 떨어졌을 뿐 아니라 올 하반기에도 마이너스 또는 1% 미만을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이 같은 비관적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업률 급등과 함께 미국 경제의 또하나의 뇌관이 집값 급락이다. 미국의 집값은 걸프전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0.2%)로 급락했던 1991년에 일시적으로 하락한 이후 최근까지 15년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경기호황에다 저금리까지 겹치면서 두 자리 수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던 집값이 2006년 6월을 고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 최근에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서 발표하는 주택지수인 ‘케이스-실러 20대 도시 지수’는 지난 5월 현재 고점 대비 18.4%나 하락했다. 연방주택감독청(OFHEO)이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HPI)’는 5월 현재 2007년 4월 고점 대비 4.9%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HPI는 케이스-실러 지수와는 달리 高價(고가)주택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포함하지 않고 있어 주택시장 흐름 파악에 상대적으로 굼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케이스-실러 지수의 경우 20년 전에 이 지수가 개발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수를 만든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는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2년(-10.5%)보다 더 큰 폭의 하락이라면서 주택공황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집값이 앞으로 적어도 1~2년여에 걸쳐 10~20% 정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부동산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소비 위축되면 전체 경제 침체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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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 버냉키 미국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미국 주택경기침체 신용경색 유가폭등이 미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는데 대해 미국연방 중앙은행의 최우선정책은 금융시장의 회복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의 주택시장은 23조 달러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160% 이상을 차지해 미국인들의 소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는 소비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경제로, 소비가 위축될 경우 전체 경제가 가라앉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인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그간 모기지와 카드대출, 자동차론 등을 통해 대거 대출을 받은 터라 집값이 내리는 가운데 금리까지 오르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집값 하락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그에 이은 신용경색을 가져온 근원지라는 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집값 하락이 계속되자 최근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이 25%(2008년 4월)를 넘어선 가운데 프라임 모기지(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 또한 2.7%로 1년 전에 비해 2배나 높아졌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프라임 모기지의 중간등급에 해당하는 알트 -A 모기지의 연체율도 12%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4배나 치솟았다.
이 바람에 대부분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모기지 부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내 최대의 모기지 회사이자 모기지 대출은행의 중앙은행 격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앞으로 어떤 폭탄이 어디에서 또 터져 나올지도 모르는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집값 하락이 이어지는 한 모기지 관련 부실은 계속 확대재생산될 것이고 다른 대출에까지 전염될 것이기 때문이다.
루비니 교수가 예측한 대로 은행들이 대거 도산하면서 전체 금융시스템이 위기를 맞지는 않는다 해도 금융부문이 크게 위축되는 정도는 예상해야 할 것이다. 금융부문이 위축되면 실물경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실물경제가 어려워지면 금융부문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결국 미국 경제는 고용과 집값 동향, 금융위기의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1%에도 채 못 미치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하반기에 회복세로 돌아선다 해도 그 정도는 그리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공황과 같은 심각한 경기침체는 아니더라도 상당기간 낮은 성장률에다 높은 실업률, 높은 물가라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상황이 계속되리라고 내다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