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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상휘 의원

“MBC는 방송의 허물을 가진 민주당의 선전기구”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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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이 버티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재명 때문”
⊙ “범죄자에게 대한민국의 국군통수권을 준다는 것이 정서적으로 용납됩니까?”
⊙ “과방위의 與野는 6·25 전쟁 백마고지 쟁탈전 같았다”
⊙ “‘팬덤 정치’가 언론의 갈라치기에 영향 끼쳐”

李尙徽
1963년생. 포항수산高·용인대 졸업, 성균관대 대학원 커뮤니케이션학 석사, 언론학 박사 / 내외경제신문, CIB편집장,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비서실 민원비서관, 청와대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실 선임 행정관, 청와대 춘추관장,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데일리안 공동대표, 위덕대 부총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무 2팀장 역임. 現 국민의힘 포항 남구·울릉 국회의원,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
사진=조준우
  물과 기름은 아무리 흔들어 섞어도 두 층으로 분리된다. 서로 간극을 좁히려 해도 끝내 서로 밀어낸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렇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특정 언론들은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를 보도하며, 자신들이 얼마나 편파적이며 공정하지 않은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 시점에서 이상휘(李尙徽) 국민의힘(포항 남구·울릉) 의원을 만난 것은 그가 22대 국회가 개원(開院)하기 전부터 여당의 미디어특별위원회(이하 미디어특위) 위원장을 맡아 여태까지 대야(對野) 공격과 수비의 최전선에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 출신인 그는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청와대를 출입하는 언론을 담당하는 춘추관장을 지냈다. 지난 1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상휘 의원은 국민의힘 원내대책 회의를 막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번 탄핵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를 계속 접하고 있는데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흑(黑)과 백(白), 그 자체예요 . 자칭 진보 매체들은 의제(議題)를 미리 설정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보도만 쏟아냈습니다. 언론은 자본, 권력, 정치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저는 언론은 카르텔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고 말해왔는데 이번 사태의 보도를 보면 오히려 민주당과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보이지 않는 카르텔은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언론의 견제와 균형 기능 완전히 사라져”
 
  ― 언론의 문제라고만 볼 수 있을까요.
 
  “물론 일차적인 문제는 정치권에 있지요. 하지만 지금은 언론의 시대이고, 다른 말로 하면 여론의 시대이기 때문에 책임이 있습니다. 언론의 기초적 기능인 견제와 균형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 여론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수준이죠?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 매체가 너무 많습니다. 1인 미디어까지 하면 1만 개예요. 이들이 생존하려고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를 만들고,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활용해 보도합니다. 가짜 뉴스지요. 언론식 용어로 ‘호스 레이스 보도(horse race journalism)’를 합니다. 경주마처럼 남들보다 앞서서 보도하려는 강박증까지 보입니다. 둘째, 언론의 어젠다 세팅 기능 때문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어젠다 세팅을 언론의 고유 기능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언론이 공정한 보도를 한다는 전제가 있을 때 얘기입니다. 미국의 언론도 어젠다 세팅 기능에 따라 언론사의 기조가 달라지지만, 우리는 미국보다 훨씬 이데올로기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습니다. 찬반 여론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토대 자체가 서구 사회보다 약하기 때문에 과연 현시점에서 언론의 어젠다 세팅 기능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언론사뿐 아니라 파워 블로거, 인플루언서, 유튜버까지 득세하고 있죠.
 
  “앞서 말했듯이 여론 형성의 일차적 책임은 정치권에 있습니다. 정치권이 목적의식을 갖고 특정 여론을 자꾸 자기한테 유리하도록 유도하니까요. 요즘은 유튜브로 인한 해악(害惡)이 눈에 띄는데 이런 개인방송은 현재 언론법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영역에 들어갑니다. 언론이 아닌데 언론의 기능을 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는 것이죠. 언론의 공적(公的) 기능을 유튜버가 구독자를 앞세워 자신들의 돈벌이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내버려 두는 겁니다. 유튜버는 꼭 정치의 영역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이버 폭력 피해자를 만들어냅니다. 지난해 인기 크리에이터 ‘쯔양’에 대한 일부 유튜버의 가짜 뉴스가 그 예입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9월 ‘사이버레커’ 활동을 제한하는 정보통신법망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온라인 세상은 진화하는데 법 규정이 구시대적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유튜브는 언론 아니다”
 
  ― 윤석열 대통령도 극우 유튜브 채널을 시청한다는데요?
 
  “그게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 거죠. 유튜브는 언론이 아니고, 어떤 얘기를 쏟아내도 언론법으로 통제되지 않는데 그것을 무작정 받아들인다면 큰 문제 아닙니까? 그것을 여론으로 인식하고 그것만 보는 대통령이라면 바꿔야죠. 그런데 한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가 유튜브만 보고 여론을 파악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 제 경험으로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한나라당은 조·중·동, 열린우리당은 한겨레와 인터뷰’라는 식(式)으로 언론사에 대해서도 진영을 나눈 듯합니다.
 
  “아마 맞을 겁니다. 정치 세력에서의 리그 형성이 언론사로 옮겨간 것이 노무현 정부 때입니다. 노무현 전(前) 대통령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로 대표되는 최초의 팬덤 대통령입니다. 김대중·김영삼 대통령 등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과 달랐죠.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젊은이를 중심으로 정치인에 대한 팬덤 현상이 생겨났습니다. 팬덤의 특징은 사실·진실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맹신 아닙니까. 언론에 대해서도 ‘내 편, 남의 편’이라는 편 가르기가 생겨서 특정 정당은 특정 언론사하고만 대화하는 일이 시작됐습니다. 이후에 더욱 심해졌죠. 문재인 대통령은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이재명 대표는 ‘개딸(개혁의 딸)’이라는 팬덤을 등에 업고 있습니다. 이재명을 한 번 보세요. 범죄 이력이 차고 넘치지만, 지지자들은 무조건 이재명은 죄(罪)가 없고, 무엇을 하든 옳다는 것 아닙니까. 죄가 있다는 의혹이 있으면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맞는데 그냥 막무가내로 죄가 없다고 합니다. 이재명이 저지른 죄와 진실을 덮으려는 것은 과도한 연예인 집착증과 같습니다.”
 
 
  “이재명 지지자들에게는 ‘훌리건화’ 여실히 보여”
 
  ―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있었지만, 좌파들에 비하면 턱없이 세력이 부족했죠.
 
  “좌파들이 선점한 영역이죠. 팬덤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내는 목소리는 매우 크기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유리합니다. 게다가 이들은 간혹 정치인 본인보다도 더 극성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팬덤 정치의 ‘훌리건화(化)’입니다. ‘훌리건’이라 불리는 과격한 축구팬들은 자신이 응원하지 않는 축구팀에 대해서는 막말을 퍼붓고 물리력까지 행사하는데, 이재명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좌파, 자칭 진보라는 세력은 1970~2000년대에 사회가 성장 일변도로 발전하면서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인터넷을 통해 익명의 공간에서 내 의견을 자유롭게 펼치게 됐고,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치인이라면 무작정 지지하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정치인들은 팬덤이 가진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 파급력 또한 잘 알기 때문에 외면하지 못합니다. 팬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색적인 표현을 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정치인들이 앞뒤 맥락 없이 막 얘기를 하는 것이고요.”
 
  ― 국정감사 때 상대방에게 고함을 질러야 방송사 카메라에 잡힌다는 그런 거군요.
 
  “맞습니다. 그게 정상은 아니지 않습니까. 밑도 끝도 없이 상대방을 무안 주고, 윽박지르고 고성을 질러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힌 겁니다. 그게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습니다.”
 
 
  ‘정치밥’ 20년 먹은 초선 의원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3일,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 시도에 한남동 관저를 찾았다. 사진=이상휘 의원실
  이상휘 의원은 초선 의원이지만 ‘정치밥’은 오래 먹었다. 2006년에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비서실 민원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해 MB 정부인 2008~2011년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한 번의 국회의원 예비 후보, 한 번의 지역구 출마에서 고배를 마신 끝에 지난해 5월 국회에 입성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은 2022년 1월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기획실장으로 일하면서다. 이상휘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시도하려 한 1월 3일에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찾았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는 가장 먼저 한남동으로 달려간 사람이다.
 
  ― 가장 먼저 한남동에 간 것으로 아는데, 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요.
 
  “대통령을 지키려고 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질서를 지키려고 간 것입니다.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상계엄, 특별한 사유 없이 하면 안 되죠. 그런데 이후에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상황 자체를 보세요. 너무나 정치적이지 않습니까.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불법적이고, 초법적(超法的)이고, 정치의 세력화를 통해 대한민국을 무력화하려고 하는데 이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정확하게 대통령에 대해서 탄핵소추 중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엄중한 법의 결정을 받겠다고 이미 얘기했습니다. 상황이 순리대로 흘러가도록 기다리고,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그때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책을 세우면 됩니다.”
 
 
  “민주당이 이런 상황 유도했다고 생각”
 
사진=조준우
  ― 대통령도 법조인, 야당 대표도 법조인, 검찰에 공수처에, 온갖 법을 안다는 사람들이 다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시간이고, 헌재의 결과를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나라 법률은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따르고 있고요. 행정 절차대로 사법처리 절차를 지켜보는 것이 맞습니다. 탄핵으로 인해 직무 정지 상태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대통령은 윤석열입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상황에 대통령에 대한 형사적 책임, 내란의 책임 등을 자의적(自意的)으로 해석하고, 유권 해석을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저는 개별 헌법 기관으로서 법과 원칙, 사법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목적은 딱 하나 아닙니까. 조기(早期) 대선. 이재명이라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것, 오직 그 하나뿐 아닙니까. 민주당은 여태 29번의 탄핵을 감행했고, 여당이 일할 수 없도록 무력화(無力化)시켰습니다. 민주당은 정권 창출에 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면 정당한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면 그다음에 정권을 잡을 궁리를 해야 합니다. 왜 자꾸 절차를 앞당기려고 하고, 법적 근거가 없는 행동을 유발합니까?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조급증이 너무나 빤히 보이는데, 그걸 어떻게 참을 수 있습니까? 그래서 한남동에 좀 빨리 갔습니다. 제 판단으로 갔습니다. 의원회관에 있는 사람도 국민이고, 한남동 아스팔트 위에 앉아 있는 사람도 국민 아닙니까? 그들이 무엇 때문에 이 추운 날에 길바닥에 앉아 있는지 들어보려고 갔습니다.”
 
  ― 한남동 가서 얘기를 들어보니 어떻던가요.
 
  “그들의 말도 일리가 있어요. 민주당의 행태가 형사적으로 미필적고의(未必的故意)를 한 겁니다. 이런 상황을 유도했다고 생각합니다. 행정부를 탄핵했고, 사법부를 자기들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했습니다. 지금 국회가 190대 108이에요. 우리는 그냥 들러리예요.”
 
 
  “다 알겠고요, 다수결로 합시다”(민주당)
 
  이상휘 의원은 또박또박 말했다. 그가 말한 ‘들러리’라는 단어 속에 비단 지금의 탄핵 사건만이 아닌 많은 것이 들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언제부터 그렇게 들러리로 느꼈느냐’고 물었다.
 
  “정치학자들이, 아니 일반 국민이 국회의원은 여야(與野)를 떠나서 대한민국을 위해 합의와 협의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국회는 건전한 토론을 위해서 있는 기관이라고 말합니다. 얼마나 좋은 말입니까. 합의와 협의, 건전한 토론이라는 것 말입니다. 처음에는 저희도 민주당과 얘기를 많이 하려고 했습니다. 설득이라면 설득이랄까, 정말 노력을 했는데 결국 민주당이 끝에 가서는 ‘다 알겠고요, 다수결로 합시다’ 하고 끝냅디다. 여태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안을 보세요. 그중에 국민의힘과 합의, 협의 과정을 거쳐서 통과시킨 것이 뭐가 있습니까.”
 
  ―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인데, 탄핵 사태 이전부터 민주당과 의견 충돌이 많았지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은 민주당의 오만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은 원칙적으로 잘못된 겁니다. 탄핵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나 헌법 위반이 있을 때 하는 것인데, 이 위원장은 임명된 지 하루 만에 탄핵됐습니다. 직무를 맡은 지 하루 만에 탄핵당했는데 뭔 일을 했기에 탄핵을 한 걸까요? 일할 시간이나 있었나요? 헌재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지만, 탄핵 사유 자체가 상식적으로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새로운 이사진 선임 등을 막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은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하 방심위원장)을 정무직으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탄핵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죠. 현재 방통위원장은 국회에서 탄핵할 수 있지만, 방심위원장은 국회가 탄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냥 마음에 안 들면 민간 단체장이라도 전부 정무직으로 만들어서 탄핵하겠다는 이런 발상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그들 머릿속이 정말 궁금합니다.”
 
 
  “저들에게 방송은 선전·선동 도구”
 
이상휘 의원이 2024년 8월 29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이사 임명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강재원 판사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과거에 인연이 있었다면서 얘기는 좀 해보셨나요?
 
  “예전에 ‘연합뉴스’ 방송 패널로 1년 정도 같이 방송한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 안 통해요. 안 해봤겠습니까? 말이 통해야 하지….”
 
  ―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민주당에는 잘못된 정의적 인식을 가진 사람이 참 많습니다. 정치는 보편타당한 현실의 인식 속에서 각자의 신념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보면 이미 자신의 신념은 이러해야 한다고 규정해 두고 현실을 그에 끼워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에게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창구가 방송, 언론이기 때문에 그를 관리·통제하는 과방위는 국민에게 관심을 많이 받습니다. 지난해부터 과방위에서 일어나는 일은 6·25 전쟁 당시 백마고지 쟁탈전 수준입니다.”
 
  ― 민주당은 왜 그렇게 MBC를 못 지켜서 안달입니까.
 
  “여론 선전에 자기들에게 우호적인 매체는 반드시 있어야 하고 그것이 MBC니까요. MBC는 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지지기반입니다. 그들이 전위대이고 행동대장입니다. 민주당으로서는 MBC를 잃으면 지지기반을 잃는 것입니다. 사회주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선전·선동 기구 아닙니까.”
 
  ― MBC 뉴스 시청률도 낮고 요즘 MBC 본다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그렇게 파워풀하다고요?
 
  “MBC 보도를 기반으로 ‘공영방송이 이렇게 보도했다’고 여론몰이를 하는 거죠. 대다수의 방송이 그렇게 보도한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22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에 첫 의총에서 ‘민주당은 틀림없이 MBC를 이용해 탄핵을 시도할 것이다. 탄핵에 대한 전선(戰線)을 형성해 정권을 획득할 목적을 가진 자들이 민주당’이라고 했습니다. 몇몇 의원이 ‘우리가 여당인데 공영방송을 폄하하지 마라’고 하더군요. 이에 ‘제발 나이브한 생각 좀 하지 마라. 저들에게 방송은 선전·선동 기구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동훈에게 너무 실망”
 
이상휘 의원이 2024년 12월 12일,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지난번 총선에서 탄핵 저지선은 지켜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쉴 때 아닙니까.
 
  “이런 일을 예상했던 것은 아니고요, 민주당이 끊임없이 탄핵을 운운하며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그 도구로 MBC를 활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를 맡자마자 MBC의 문제를 공식화했습니다. MBC는 지난해 6·25 기념식은 중계하지 않고 미군의 양민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송했습니다. 지상파 3사(社) 중 6·25 기념식을 중계하지 않은 방송사는 MBC뿐입니다. 지난해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심야열병식은 보도했고요, 한 달 뒤에 있었던 국군의 날 기념식은 중계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 아니라 북한의 조선중앙TV로 보는 게 더 옳지 않습니까? 친북적 노선을 가진 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결과입니다. MBC와의 전쟁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데….”
 
  이상휘 의원은 사실 당내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묵묵하게 일을 하는 편에 가깝다. 2024년 10월 있었던 방통위 국감에서 1분 만에 딥페이크를 뚝딱 만들어내서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보좌진이 열심히 했다”며 비서진에게 공을 돌린 사람이다. 이런 그가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12일 의총에서 한동훈 전 대표의 탄핵 찬성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개인적으로 한동훈 대표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자신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할 때 행정관으로 파견 온 적이 있고요. 한 대표는 명쾌해 보였고, 보수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과 달라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너무 실망했습니다. 국회의원이나 당직을 맡는 사람은 당 소속입니다. 국민을 바라보는 헌법 기관이라고 할지라도 당이 공천을 주지 않으면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없고, 이런 차원에서 당이 표방하는 철학적 관점이나 가치를 따라야 합니다. 또 정치는 머리가 30%, 가슴이 70%여야 하는데 한 대표는 정반대였습니다. 한 대표는 보수 개혁의 화두를 던질 수는 있지만, 개혁을 완성시킬 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엄 당시 당사로 간 이유
 
  ― 그런 생각이 들었어도 대놓고 얘기 안 하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
 
  “생각이 끝났으면 말을 해야지 마음에 담아두면 뭐 합니까. 실망했으니까 실망했다고 말을 한 겁니다. 비상계엄 당일에 7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당사에 있었고 소위 ‘친한계’라는 의원들만 국회의사당에 있었습니다. 70명은 반역자 소리를, 의사당에 있던 사람들은 애국자 소리를 들었습니다. ‘내란’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도 한동훈입니다.”
 
  ― 법조인으로서 판단하고 말했을까요?
 
  “과거에는 법조인이었지만 당시에는 당대표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죠. 당원 70명이 반역자로 몰렸으면 누구보다 상황을 아는 당대표가 그에 대해 정리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다음 날 의총에서 ‘친한계’ 의원들이 당사에 있었던 의원들에게 ‘어디서 뭐 하고 있었습니까?’라며 손가락질을 하더군요.”
 
  ― 얘기가 나왔으니 여쭙겠습니다. 왜 국회의사당으로 안 가고 당사로 갔습니까.
 
  “지역구가 포항이라 마포의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는데 계엄 소식을 듣고 여의도로 왔더니 밤 11시20분 정도였습니다. 여의도는 이미 군인과 민주당 측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당사로 간 겁니다.”
 
  ― 민주당 의원들은 담장을 넘어서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민주당 의원들은 담장을 넘게끔 들어서 올려주고, 밀어줬다는데 우리는 그런 사람이 없었고 통제를 뚫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본청으로 가 모이자’고 했는데 통제를 뚫을 수 없어 ‘우선 당사로 가자’고 해서 갔습니다.
 
  안 들어간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 우리에게 ‘당신들도 동조자’라고 비판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는 말을 안 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기들도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엔진이 아니고 나사나 볼트”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상식 민주당 의원과 국가수사본부 간의 내통 의혹을 제기하며 이에 항의하는 피케팅을 했다. 두 번째 줄 왼쪽이 이상휘 의원. 사진=이상휘 의원 페이스북
  ― 당사에 몇 시까지 있었습니까.
 
  “새벽 4~5시까지 있었는데 어느새 상황이 해제됐더군요. 저는 민주당 의원들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모여서 의사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지 오히려 그게 궁금합니다. 불가사의합니다.”
 
  ― 용산에 제일 먼저 가고 한동훈 대표를 공식적으로 비판하고, 친윤이세요?
 
  “하하, 저는 독립군입니다. 정치는 세력인데 그것 없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히려 진보 성향이 있는 보수라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윤석열 당선자 인수위 때 몇 달 만에 쫓겨났는데 친윤이라, 아마 동료 의원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웃을 겁니다.”
 
  ― 아니면 이제라도 친윤이 되고 싶으신 건가요?
 
  “한남동 간 거요, 그냥 제 소신에 따라 간 겁니다.”
 
  ― 홍준표 대구시장은 ‘보수의 탄핵이 아니다. 용병이 탄핵당한 것’이라고 했는데요.
 
  “용병이든 사병이든, 모두 국민의힘 사람 아닙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TK 의원이라서 여쭤봤습니다. 국민의힘은 결국 ‘TK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들이 많아서요.
 
  “국민의힘 지지기반은 TK가 맞습니다.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민주당의 기반은 호남이고요. 하지만 TK 의원이기 때문에 탄핵 투표를 안 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탄핵 절차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가지 않은 겁니다.”
 
  ― 지역구가 워낙 유명한 곳 아닙니까. 고(故)이상득 의원이 오랫동안 계신, 영포라인이 아직도 있습니까.
 
  “없습니다. 저는 애당초 영포라인에 속해 있지도 않고요. 영포라인은 엘리트 공무원 집단인데 당시 이상득 의원이 대통령의 형으로서 힘이 막강했으니까, 공무원들이 잘 보이고 싶어서 소주잔 기울이다가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포항에서도 아웃 오브 아웃사이드입니다. 포항수산고등학교 나왔죠, 대학도 서른다섯에 갔고요, 공무원도 아니고 엘리트도 아닌 제가 영포라인에 낄 수가 있겠습니까. MB 청와대는 오세훈 시장의 추천으로 들어간 것인데 제 이름 때문에 ‘이상득 사촌동생’이라는 둥 말이 많았습니다.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저는 제 주제를 잘 압니다. 저는 기능인이에요. 엔진이 아니고 나사나 볼트라고요. 요즘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내가 어떻게 국회의원이 됐나 싶어서요. 오늘도 보세요. 《월간조선》이 저를 찾아주셨잖아요. 분에 넘치죠.”
 
 
  “나 같은 흙수저도…”
 
  ― 뭐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필요는 없는데요.
 
  “아닙니다. 저는 제 자리가 두렵습니다. 제 말 한마디에 사람이 다칠 수도 있고, 너무 많은 사람의 인생에 관여할 수 있는 직이 아닌가요? 그래서 제 그릇에 넘치는 행동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도 ‘나 같은 흙수저도 국민의힘 의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가진 능력을 좀 시험해 보고 싶기도 했고요.”
 
  ― 국민의힘에서 흙수저 출신은 찾기 어렵죠.
 
  “정치는 손 같아요. 가장 굵은 엄지손가락부터 제일 작은 새끼손가락까지 모든 것을 써야 하고, 하나라도 없으면 부자연스럽지 않습니까. 법조인에게 전문성이 있듯이 환경미화원, 막노동꾼, 건설기술자 등 누구든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정치를 꼭 말 잘하고, 전문적인 법률 상식이 있는 사람만 할 까닭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범죄자 아닙니까?”
 

  ― 직선적이시네요.
 
  “범죄자에게 대한민국의 국군통수권을 준다는 것이 정서적으로 용납됩니까?”
 
  ―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이자, 한때 지지율이 70%에 육박했는데요.
 
  “어찌 보면 국민의힘이 버티는 이유가 이재명 때문입니다. 열 가지 중 아홉 가지는 포기할 수 있는데, 절대 포기 못 하는 단 한 가지가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겁니다. 그래도 국민의힘은 아직 애국심을 가진 사람들이거든요.”
 
  ― 그래서 어떻게 할 겁니까.
 
  “온 힘을 다해서 막아야죠.”
 
 
  “국힘, 단일대오로 움직이고 있다”
 
  ― 민주당이 집권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대통령이 어떤 잘못을 했어도 탄핵하지 않았겠죠. 부럽기도 하지만 솔직하게 무섭습니다. 과연 역사가 저들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합니다. 정치는 축구 같습니다. 벤치에 있을 때는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고 욕하고, 훈수 두는데 막상 자기가 선수로 뛰면 마음처럼 안 됩니다. 정치에 대해 누구나 말할 수 있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데 직접 해보니 참 어렵습니다.”
 
  ― 오늘도 원내대책 회의에 다녀왔는데 요즘 국민의힘 내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단일대오(單一隊伍)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낸 대한민국인데, 지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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