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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의 라운지

‘3김(김건희·김정숙·김혜경) 특검’ 제안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

“저쪽은 탄핵의 장 열리면 여론 압도할 수 있는 능력 있어”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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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보수 세력 내부에서 ‘윤석열 정권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물러나라’는 말을 할 수는 없어… 적어도 윤석열 정부의 탄생 자체가 이미 나라를 절반쯤 구한 것”

⊙ “문재인 정권 시기 내가 보수라는 걸 인식”
⊙ “김건희 여사의 300만원 백이 문제라면, 김정숙·김혜경 여사들에 대해서는 왜 조사 안 하나?”
⊙ “저쪽은 군부 세력 반대한다는 것 말고는 진짜 민주주의가 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 안 해본 것 아닌가 싶어”

金玟甸
1965년생.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서울대 정치학과 대학원 석사, 美 아이오와대학교 정치학 박사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제20대 대선 국민의힘 선대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 역임.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 《민주주의 워크북》 《리더십과 한국정치개혁(김민전의 정치읽기)》
사진=조준우
  “보수 진영에 합류하기로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뭔가요?” 가장 궁금했던 걸 물었다. 7월 5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을 만난 참이었다. 20년 넘게 정치 평론을 해온 김 의원은 이전엔 주로 중도적인 관점에서 평론을 해왔다. 그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하노이 회담 보고 보수로 돌아서”
 
7월 5일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들의 ‘공정 경선 서약식’. 왼쪽부터 김민전, 김재원, 김형대, 박용찬, 박정훈, 이상규, 인요한, 장동혁, 함운경 후보. 사진=조선DB
  “결정적 계기라면 2018년 하노이 회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하노이에서 만나기 전날 제 딸과 아들을 앉혀놓고 얘기했어요. ‘한국의 안보가 불안해질 것 같다. 너희는 이제 미국으로 가야겠다.’ 사실 제 아이들은 저와 떨어지지 않으려 해서 대학도 한국에서 나왔거든요. 그만큼 그때는 한반도 정세가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평화협정이라는 건 한반도 평화의 안전핀을 뽑는 거라 생각합니다. 내전은 한 번에 안 끝납니다. 다 죽을 때까지 계속 이어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난 거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미국이라고 하는 세력이 있었기 때문에 북측이 더 이상 도발하지 못하게 된 건데, 이 안전핀을 뽑겠다는 얘기인가 싶었지요. 큰애한테 동생을 돌보라는 구체적인 당부까지 했어요.”
 
  ― 자녀들에게 비상 대피령을 내렸군요.
 
  “비장하게 얘기했는데 회담이 금방 결렬됐잖아요. 아이들이 그랬죠. ‘아무것도 아닌데 왜 엄마 혼자 비장한 거야?’ 국내 정책을 잘못 편 건 비록 비용은 들어도 나중에 수정할 수 있기도 합니다. 안보 정책은 그렇지 않거든요. 그게 결정적 계기였지요. 탈원전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원이 많은 나라도 아니고, 특히 반도체 산업 같은 건 전기가 많이 소요되는데 이런 나라에서 탈원전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했어요. 문재인 정권이 없었으면 여전히 제가 중도인 줄 알고 있었을 거예요.”
 
  김 의원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84학번. 강인선 외교부 제2차관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동기들이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귀국해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 정치를 전공했으니 미국 유학 당시 미국 정치를 관찰했겠군요.
 
  “당시 클린턴 대통령 시기였어요. 당시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 적자와 무역 수지 적자)가 문제였는데 집권 후 재정 적자 문제가 해결됐어요.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었지만 재정 수지를 맞추었죠. 클린턴이 국회 양원 합동연설회에 와서 재무장관을 호명하며 재정 적자를 해결한 건 재무장관이라고 연설하는 거예요. 깊이 감동받았어요. 한국에서 보지 못한 장면이니까요. 그런데 요즘엔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 바뀌다니요?
 
  “그때 생각은 이랬어요. ‘한국 정치인들은 아랫사람들을 치켜세우고 공을 그들에게 돌리는 걸 왜 못 하지? 그러면 본인이 더 높아진다는 걸 왜 모르지?’ 그런데 그때의 한국 정치인들이 요즘 정치인들보다 훨씬 나아요. 제가 2001년부터 정치 평론을 하면서, 김대중 정부에 대해 여러 비판을 했어요. 그런데 요즘과 비교하면 그때 왜 비판을 했을까 싶을 정도예요.”
 
 
  주사파 386과 수령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의원. 김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의 ‘옥중공천’을 주장했다. 사진=조선DB
  ― 그때 정치인들과 요즘 정치인들이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그때는 비판을 하면 고쳤어요. 문제가 있다고 하면 일단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대중의 동교동계 같은 경우엔 1997년 대선 전에 ‘임명직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잖아요. 지금은 어떤가요. 4건 이상의 재판이 진행 중인데 도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버틸 수가 있습니까. 그것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무슨 얘기라도 있나요? 김대중 정부 때는 정동영 같은 소장파 정치인들이 ‘정풍 운동’도 하면서 당내 정화 운동을 벌였어요. 그러니 그때가 좋았구나 생각하는 거죠.”
 
  ― 현재의 민주당은 DJ 시절의 민주당과 같은 당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야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나눠서 맡아온 오랜 관행도 싹 무시해버리고 대정부 질문 첫날에 법안도 상정했지요.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서죠. 현 정부가 무너지면 이재명 대표는 무죄판결을 받을 거라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사실 노무현 대통령 시기 ‘노사모’는 그대로 비교적 건강한 팬덤이었어요. 그 당시엔 정치 개혁 얘기도 나왔지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노무현 정권까지만 해도 386의 집중도가 높지 않았어요. 운동권 세력 중에서도 1970년대 운동권 세력과 1980년대 운동권 세력은 다르잖아요. 80년대 운동권에는 주사파들이 많았지요. 주사파는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와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생각과 연결됩니다.”
 
  6월 19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새롭게 최고위원에 지명된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라 말했다.
 

  ― ‘이재명, 당의 아버지론’은 북한의 ‘수령론’을 연상시킵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유일지배체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든 게 수령론이지요.
 
  “제가 대학 다닐 때 김민석(金民錫) 민주당 의원이 당시 학생회장이었어요. 한번은 교내 광장인 아크로폴리스 앞에서 ‘군부 독재에 항거하기 위해 언제든지 나를 바치겠다’고 하면서 칼로 자신을 찌르는 시늉을 했어요. 주변에서 말리고 난리였지요. 그때 아크로폴리스 앞 도서관에서는 학생들이 투신해서 핏자국도 있었거든요. 그런 김민석이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가 감옥에 가도 옥중 공천을 해야 된다’고 말했어요.”
 
  김민석 의원은 지난해 9월 2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영장이 발부돼서 구속되더라도 이 대표 체제로 계속 가는 게 맞다”며 “옥중에서 당무도 보고 공천도 하는 게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뜻이다. 그것이 총선 승리의 길”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의원의 발언을 듣고 생각했어요. 저들이 그때 얘기한 민주주의는 대체 뭐였을까. ‘그때부터 퍼포먼스를 했구나’ 싶어요. 군부 세력에 반대한다는 것 말고는 진짜 민주주의가 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 안 해본 것 아닌가 싶어요.”
 
 
  한국전쟁 때 남편 잃은 할머니
 
안철수 의원. 사진=조선DB
  김 의원과 얘기를 나눠보면 그가 한국 정치사에 상당히 해박하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정치학 강의를 해왔고, 오랜 시간 정치 평론을 한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어떤 점에서는 정치를 오래 한 다선 의원들보다 더 상세히 알고 있다. 비결이 뭘까 궁금했다. 그의 답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신문 읽는 걸 워낙 좋아했어요. 《조선일보》 《동아일보》를 읽었어요. 시험 기간이 되면 읽기 힘드니 엄마에게 ‘시험 끝나고 읽게 신문 모아놔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어요. 《월간조선》 《신동아》도 읽고요. 시사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옛날 이야기들을 좀 많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집안이 그런 분위기였나요?
 
  “아버지는 경찰이셨어요. 저는 사실 친할머니가 키워주셨어요. 제가 미국에 가 있던 기간을 제외하면 평생 저랑 같이 계시면서 딸처럼 저를 키워주셨어요. 제 아이들도 키워주셨고요. 지금도 어떤 표현이 떠올라 가만히 생각해보면 할머니가 하셨던 말이에요.”
 
  ― 할아버지는 안 계셨나요?
 
  “6·25 때 돌아가셨어요. 할머니는 청상과부로 사셨어요. 경남 함양에 사셨으니 전쟁 시기 일어난 비극을 엄청 많이 듣고 자랐어요. 낮에는 한국군이 들어오고 밤에는 빨치산이 내려오고…. 마을 주민들을 세워놓고 총으로 쐈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야기, 하도 들어서 마치 직접 겪은 것 같아요.”
 
  ― 전쟁에 대한 공포도 물려받았겠네요.
 
  “그렇지요. 기억의 유전자라고 할까요. 어릴 때 전쟁 나는 꿈도 많이 꿨으니까요. 할머니가 안 계셨다면 그 시절 이야기들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겠지요. 일상을 살 때도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들이 자주 생각나요.”
 
  김 의원이 한반도의 흔들리는 안보 상황을 경계한 게 이해가 된다. 김 의원은 조모로부터 격대교육(隔代敎育)을 받은 셈이다. 김종인 개혁신당 고문도 어린 시절 조부 가인 김병로로부터 격대교육을 받은 걸로 유명하다.
 
  김 의원은 안철수를 지지하며 2012년 현실 정치에 발을 디뎠다. 안철수의 대선 지원 조직이었던 ‘정치혁신포럼’과 ‘정책네트워크 내일’에 참여했다.
 
  ―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안철수식 정치가 통하는 날이 올까요.
 
  “어려운 얘기예요. 저는 2020년부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가 되고 당선될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개인적 친분은 전혀 없었어요. 어떤 면에서는 제가 말한 것을 실현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윤석열 후보 캠프에 선대위원장으로 들어갔습니다. 2022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정권 교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안철수 의원도 결국 보수로 넘어올 거라 생각했어요.”
 
  ― 왜죠?
 
  “안 의원이 과거 진보 진영과 가까웠던 것은 보수의 시대에 중도로서 갖고 있던 균형감 때문이었어요. 그런 이유로 2011년 박원순씨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고,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한 거지요. 마찬가지로 제가 2018년부터 진보 진영에 반감을 갖게 될 때부터 안 의원도 중도의 균형감으로 보수로 올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 안 의원은 7월 4일 상정된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는데요.
 
  “안 의원이 특검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입장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면 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안 의원에 대해서는 지금도 안타까움을 갖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후퇴
 
  김민전 의원은 미국에서 귀국한 후 한동안 국회 사무처에서 일했다. 1995년부터 2001년까지 6년간 연수국 교수와 정책조사관 등을 맡았다. 그로서는 이번 국회 입성이 ‘국회로 되돌아온 것’이기도 한 이유다.
 
  “낯선 곳은 아니지요. 국회에서 일하면서 둘째 아이도 낳았어요. 할머니가 매일 아이를 국회로 데려와 잔디밭에서 놀다가 함께 퇴근한 기억이 있어요. 국회로 돌아올 수 있었던 기회는 많았지만 돌아오리라곤 생각을 안 했네요.”
 
  ― 국회의원을 해야겠다 결심한 계기가 뭔가요? 그동안은 여러 제의를 거절했을 텐데요.
 
  “민주화가 된다고 모든 부문이 갑자기 다 민주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닙니다. 점차적으로 개선이 이루어지거든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의 선거제도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 전후로 멈추고 후퇴했습니다. 위성 정당이 출연할 수밖에 없는 선거제도가 출현했어요.”
 
  ― 지난 정권 시절 민주화의 후퇴가 계기였군요.
 
  “가장 심각하게 생각한 건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일당들의 활약이에요.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를 그들이 원하는 대로 조작했잖아요. 전 국민이 뭘 생각해야 하는지 그들이 편집한 겁니다. 그렇게 치른 대선이 유효하다는 것도 참 비극이지요. 문재인 정권은 울산시장 선거에도 ‘하명수사’를 통해 개입했잖아요. ‘버닝썬’ 사건이 불거지니 장자연씨 사건을 띄우며 여론 조작을 시도했지요. 장씨의 친구라는 사람을 불러들이면서요. 시스템들을 무너뜨린 겁니다.”
 
  장자연씨의 친구였다며 2019년 등장한 이가 바로 윤지오다. 그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국회에서 간담회도 열어줬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 모임’도 조직했다. 이후 윤지오는 거짓 증언을 하고 후원금 사기를 벌인 혐의로 고발당했다. 지금까지도 캐나다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의 말이 이어졌다.
 
 
  “사전투표제 폐지해야”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범죄만큼은 잡았거든요. 그런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며 부패 청산을 어렵게 만들었어요. 이런 걸 보며 ‘정말 큰일 나겠다’ 생각했습니다. 사전선거제도도 마찬가지예요.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제도는 아니지만 어떻게 저런 제도가 만들어졌을까 뼈저리게 생각했어요.”
 
  ― 그래서 ‘사전투표제’를 폐지하고, ‘부재자 투표’로 대체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군요.
 
  “민주주의 국가 중 이런 선거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는지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공론화도 되지 않은 채 도입됐거든요.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음모론자’로 몰며 아무 말도 못 하게 하는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서 주장하듯 ‘부정선거다, 아니다’가 아니라 이런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있는지 정면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어요.”
 
  ― 사전투표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학자로서 고민해왔군요.
 
  “프랑스나 대만엔 부재자 투표가 아예 없습니다. 영국, 독일, 미국은 사전 투표를 하지만, 신청한 사람의 명부가 있습니다. 신청한 사람과 투표자를 대조하는 절차가 있어요. 우리는 전혀 그런 절차가 없지요. 국정원이 선관위 전산망을 점검한 후 투표를 했어도 안 한 것으로 조작 가능하다고 발표했잖아요.”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0월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세 기관이 함께 선관위 전산망의 보안 점검을 해보니, 선거인 명부 및 사전 투표를 비롯한 투표 시스템과 개표 결과가 조작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은 외부 인터넷을 통해서도 침투 가능할 정도로 보안이 취약하다는 게 밝혀졌다. 김 의원의 말은 계속됐다.
 
  “독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처럼 선거제도는 대중이 이해 가능하고 대중이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이해 가능해야 해요.”
 
  2009년 독일 헌법재판소는 전자투표기 사용을 두고 이런 판결을 내렸다.
 
  〈모든 국민은 선거의 핵심 단계를 특별한 기술적 예비지식 없이도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검증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만약 선거권자가 자신의 투표가 조작 없이 기록되고 선거 결과 확정에 반영되었는지 여부 및 행사된 표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분류되고 계산되었는지에 대하여 납득할 수 없다면, 공개적 감시라는 선거 절차의 핵심 구성요소를 배제하는 것으로 이는 헌법적 요청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 법안에 대한 당내 반응은 어떤가요.
 
  “스물두 분이 공동발의를 해주셨으니 저로서는 감사하지요. 한편으로는 부정선거를 맹신하는 분들에 대한 두려움이 약간은 있는 것 같아요. 또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 중엔 영남 출신이 많은데 영남의 경우엔 사전선거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좀 낮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지역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야 더 관심을 갖겠지요.”
 
 
  국힘의 배신 트라우마
 
  국민의힘은 7월 23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당대표 후보의 문자 대화가 알려지며 후보들 사이에 날 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 당대표 후보들 사이에 ‘배신’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됩니다. 국민의힘에 배신 트라우마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 같습니다.
 
  “2016년 탄핵에 대한 기억 때문이겠지요. 결과적으로 김무성 대표 등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탄핵이 안 됐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탄핵의 두 가지 딜레마입니다. 첫째, 내부가 분열되지 않았다면 탄핵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지요. 둘째, 이건 정치학자로서 굉장히 아이러니하게 생각하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들어선 문재인 정부라면, 박근혜 집권 시보다 살기 좋아져야 하잖아요. 그런데 각종 통계를 보면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넘어가면 수치가 확 안 좋아집니다.”
 
  ― 예를 든다면요.
 
  “재정 건전성, 자살, 부동산 가격 안정성 등 모든 통계에서 박근혜 정부 시기가 훨씬 좋습니다. 역설이지요. 박근혜 정부 때 재정 건전성을 위해 담뱃값을 올렸어요. 공무원 연금도 개혁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욕을 엄청나게 먹었지요. 문재인 정권은 어땠습니까. 온갖 명목으로 퍼줬지요. 태양광 발전이 많이 들어선 동네는 개도 5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였어요. 몇백만원을 넣어서 몇천억을 번 사람도 있었고요. 카지노 장이 열린 겁니다. 탄핵을 왜 한 걸까요. 지금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을 하자는 것도 다른 의도가 있는 거잖아요.”
 
 
  “탄핵이라는 장이 열리면…”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가결 소식에 환호하는 시위대. 탄핵에 이르기까지 온갖 거짓이 판을 쳤다. 사진=조선DB
  ― 제2의 세월호를 찾는 걸까요,
 
  “세월호뿐 아니라 광우병, 방사선 참외, 후쿠시마 처리수 문제 등등 다양했지요. 한번 탄핵이라는 장이 팍 열리면 순간적으로 여론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저쪽은 갖고 있잖아요. 왜곡된 채 알려진 걸 정상화하는 데 굉장히 시간이 걸립니다. 한동훈 후보가 채상병 특검법 수정안만 들고 나오지 않았어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한 후보는 합리적으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일부 지지자들의 걱정을 불러일으킨 거지요. 그래서 배신 논쟁이 나오게 된 겁니다.”
 
  ― 탄핵이라는 장이 일단 열려버리면 거짓도 진실로 둔갑할 수 있다는 얘기군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를 생각해보세요. 그때 나왔던 얘기들 중 틀린 게 엄청 많잖아요. 청와대에서 7시간 동안 뭘 했느니부터 시작해서요. 최순실(최서원)씨가 돈을 꺼내 옷값을 치르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이 화가 난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보면 김정숙 여사는 그런 영상이 없을 따름이지, 관봉권으로 옷값을 치렀잖아요. 여론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쪽과 없는 쪽의 차이가 아닐까요.”
 
  관봉권은 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보낸 신권을 뜻한다. 액수와 화폐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걸 보증하는 의미로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른다. 한국은행이 정부 부처나 시중 은행에 돈을 풀 때 관봉권으로 지급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사비로 지불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옷값을 관봉권으로 지불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비를 관봉권으로 갖고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말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세력 내부에서 ‘윤석열 정권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물러나라’는 말을 할 수는 없는 겁니다. 저는 적어도 윤석열 정부의 탄생 자체가 이미 나라를 절반쯤 구한 거라 생각해요. 김건희 여사의 300만원 백이 문제라면, 김정숙, 김혜경 여사들에 대해서는 대체 왜 조사를 안 하나요? 그래서 ‘3김 특검’ 얘기를 한 겁니다. 채상병 사건은 정부가 사건을 은폐, 조작하려던 게 아니잖아요. 문재인 정권은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우리 공무원이 죽는 걸 보고 있었어요. 대통령이 나서서 월북몰이까지 했고요.”
 
 
  “북한에 기밀 넘긴 文 정권”
 
  그러고 보니 의원실 탁자엔 책이 놓여 있었다. 이래진씨가 쓴 《서해일기》.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 떠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후 북측 해역에서 사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형이다. 이씨는 7월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이 자리에 김 의원도 함께했다. 김 의원의 설명이다.
 
  “이래진씨는 한국판 ‘오토웜비어법’을 만들고 싶어 해요. 제가 최고위원에 출마하자 당부를 해오셨어요. ‘(김 의원이) 특정 후보 캠프에 들어가서 혹시라도 선거 이후 동생의 문제가 공론화되기 힘들어지면 어떡하나. 특정 당대표 후보 캠프엔 안 들어가셨으면 좋겠다.’ 그러겠다고 답했지요.”
 
  오토 웜비어는 미국인 대학생으로 지난 2015년 북한을 여행하던 중 북한 정권에 의해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석방되어 미국으로 귀환한 지 엿새 만에 사망했다. 미국에는 두 종류의 오토웜비어법이 있다. 첫 번째는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법’이다. 불법 대북 거래를 돕는 중국 등 해외 금융기관에 ‘세컨더리 제재’ 부과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법은 지난해 말 통과된 ‘오토 웜비어 북한 검열 감시법’이다. 법 제정 180일 이내에 미국 대통령이 북한 내 검열 및 감시 체제를 개선하고,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접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을 만들어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북한 내 자유로운 정보 유통을 위해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을 운영하는 미 연방정부 산하 글로벌미디어국(USAGM)에 앞으로 5년간 매년 1000만 달러(약 1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북한 내 인권 탄압에 관련된 자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 및 입국 제한 등 제재를 부과하는 조항도 들어 있다. 미국은 오토 웜비어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선다는 얘기다. 김 의원의 말이 이어졌다.
 
  “한강 하구 지도 같은 건 국가 기밀입니다. 이걸 문재인 정권이 북한에 넘겨줬잖아요. 그런데도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있어요.”
 
 
  “지도부 과제는 당내 화합”
 
  ― 현재 대통령실의 행태에도 부적절한 면이 있지 않나요? 의대 증원이나 포항 앞바다 석유 매장 발표에 왜 대통령이 직접 나섭니까.
 
  “안타깝지요. 정치를 같이 해온 세력이 없는 점에서 온 한계입니다. 누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짧은 시간에 검증하고 판단할 수 없잖아요. 사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결국 규제에 대한 입장 차이입니다. 근래의 보수들은 관료주의에 반대하지요. 그런데 대통령이 같이 정치를 해온 세력이 없으니 행정 경험을 우선시해 관료 출신들과 일을 하는 상황인 겁니다. 윤 정권의 진짜 컬러보다는 행정부 공무원들의 숙원이 어젠다가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의사 증원 문제도 지난 정부에서 하려던 것이죠.”
 
  ― 취임 전부터 이어져 오던 행태입니다. 대통령실 이전 발표를 왜 당선자가 직접 나서서 합니까.
 
  “대통령이 너무 앞으로 나와 안 맞아도 될 매를 너무 많이 맞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에 반해 문재인 정부는 어땠나요. 청와대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주말에 커피숍으로 불러냈잖아요. ‘행정관 정부’라는 말까지 돌았지요. 문 대통령은 뒤에 싹 숨어 있었어요.”
 
  김 의원은 이번에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출마했다. 국민의힘 당헌에는 4인의 최고위원 당선자 중 여성이 없을 경우 여성 최고 득표인이 4번째 최고위원으로 당선되는 여성할당 조항이 있다. 김 의원은 최고위원 출마자 중 유일한 여성이므로 최고위원 선출이 확정된 상황이다.
 
  ― 최고위원 당선이 확정됐습니다.
 
  “출마 안 하려 했습니다. 사실 제 개인에게는 최고위원 출마가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이렇게 나서면 공격 대상이 되잖아요. 어느 분이 당대표로 당선되든 저는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비판을 받을 겁니다. 제가 최고위원에 출마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 안타까워요.”
 
  ― 새로운 지도부의 과제는 뭘까요.
 
  “당내 화합이죠. 공정경선 서약식에서 이용구 윤리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어요. ‘진보는 부패해도 망하지 않는데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는 이야기가 돈다.’ 현재 지지층들이 나뉘어 있잖아요. 예를 들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분들이 계시지요. 당 지도부가 확실히 제도 개선을 하겠으니 힘을 모으자고 하든가, 부정선거의 예로 거론되는 곳들을 조사해 해소를 해야지요. 예를 들면 경기도 파주을의 금촌2동 제2투표소 같은 곳은 제대로 조사를 할 필요가 있어요.”
 
 
  “부정선거 의혹 해소해야”
 

  2020년 4·15 총선 당시 파주시 금촌2동 투표소에서는 투표관리관 직인이 없는 투표지 20매가 유권자에게 교부됐고, 절취하지 않은 번호지가 딸린 투표지 1매가 있었다고 투표록에 기록되어 있다. 투표지의 이상 여부를 발견한 투표관리인은 반드시 적어 기록으로 남겨야 하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2021년 11월 12일 대법원 특별3부 심리로 경기 고양시 일산의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 무효소송 사건 재검표에서는 투표록에 기록된 직인 없는 투표지 20매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걸 두고 검사와 경찰은 투표관리관의 착오라며 불기소 처리했어요. 이러니 불만들이 쌓인 겁니다. 이준석 대표나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엔 ‘태극기 세력들을 몰아내자’고 하지 않았나요? 김기현 대표 시절엔 전광훈 목사와 관련된 사람들의 당적을 박탈했고요.”
 
  ― 그러고 보니 국민의힘은 처지에 맞지 않게 마이너스의 정치를 해왔군요.
 
  “민주당은 북한과 관련이 있었던 사람들도 다 끌어안고 있잖아요. 우리끼리 힘을 합쳐 하나씩이라도 이뤄나가야 해요. 두 번째 과제는 조직 강화입니다. 조직이 상당히 약해요. 수도권 원외 지구당의 경우 작동을 못 하고 있어요. 공천 주는 세력이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고 선거 막판에 후보가 교체됩니다. 그러니 지역에 뿌리내릴 시간이 없어요. 이건 큰 문제입니다. 투명하게 미리 뿌리내릴 수 있는 기회를 줘야지요. 저희 당에는 저도 그렇지만 각자 개인으로 성장해 출세한 사람들이 많지요. 고민이 필요합니다.”
 
  ― 상임위는 교육위로 택했군요.
 
  “일하는 엄마들이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엄마의 경력 단절이 더 잦아져요. 유치원까지는 밤늦게까지 봐달라면 봐주거든요. ‘늘봄학교’ 정책이 만들어질 때 그런 얘기들을 했고 현재 시행 중이지요.”
 
  ‘뇌를 팔 때 가장 비싼 뇌는 정치인의 뇌’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용을 안 해 새것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정말 그럴까. “저는 원래 방에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국회 들어오고 나서는 엄청나게 많이 움직이는데 생각은 거의 못 하고 있어요. 의도적으로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 요즘 페이스북에 글을 씁니다.”
 
  김 의원은 오랫동안 정리해온 지식과 생각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고 부드럽게 국민에게 말을 건넬 줄 안다. 다년간의 방송 경험도 도움이 됐을 터다. 국민의힘에 오랫동안 수혈되지 못했던 성격의 인재다. 채상병 특검법안 상정을 두고 국힘이 필리버스터를 하는데 그가 졸았다는 뉴스가 며칠 동안 여기저기에 걸렸다. 초선 의원이 개원 초기 전당대회 일정에도 참여하랴 일정상 피곤하다 해도 졸지 않는 게 좋았겠지만, 그에게 과할 정도로 무능의 프레임을 씌우려는 움직임이 느껴진 건 기자의 착각일까. 의원들의 본회의 딴짓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김남국 민주당 전 의원은 이태원 참사 현안보고 당시 코인(가상화폐) 거래를 했다. 역시 이태원 참사 현안보고 회의 당시 권인숙 민주당 전 의원은 체스게임을 했다. 앞으로 당 안팎에서 그에게 어떤 견제구를 던질지, 어떻게 받아칠지 우려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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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호    (2024-07-30) 찬성 : 10   반대 : 2
3김 특검 적극 찬성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언제까지 고위 공직자 부인들이 말썽 일으키는 것 보고 있어야 합니까 ? 처벌은 안 하는 조건으로 실상을 그대로 조사 공개하여 우리 나라가 공정하게 정의롭게 공과 사를 구분 하는 성숙된 민주사회로 나가는 전환점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비리에 연루, 협조한 자들은 스스로 자수하거나 특검에 협조한다면 면책 특권을 준다는 조건으로 추진 하면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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