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성적과 당권은 무관… 이회창·박근혜·홍준표, 대선·총선 패배 후에도 당대표 당선
⊙ 새누리당, 2016년 총선 패배에도 親朴 이정현 대표 선출… 反朴 세력 동조한 탄핵으로 정권 잃어
⊙ 2014년 非朴 김무성 대표 선출… 박근혜 대통령과의 갈등 심화, 결국 탄핵으로 이어져
⊙ 전임자와 차별화하되 우호적 관계 유지했던 노태우·김영삼은 대선 승리… 갈등 빚었던 이회창은 패배
⊙ 2003, 2006, 2014년 한나라당·새누리당 당대표 선거, 변화 시도하는 비주류가 승리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역임. 現 배재대 석좌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새누리당, 2016년 총선 패배에도 親朴 이정현 대표 선출… 反朴 세력 동조한 탄핵으로 정권 잃어
⊙ 2014년 非朴 김무성 대표 선출… 박근혜 대통령과의 갈등 심화, 결국 탄핵으로 이어져
⊙ 전임자와 차별화하되 우호적 관계 유지했던 노태우·김영삼은 대선 승리… 갈등 빚었던 이회창은 패배
⊙ 2003, 2006, 2014년 한나라당·새누리당 당대표 선거, 변화 시도하는 비주류가 승리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역임. 現 배재대 석좌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7월 10일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는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 손은 잡았지만, 이들은 경선 기간 내내 이전투구를 벌였다. 사진=조선DB
그런데 국힘 전대는 외연(外延) 확장이 아닌 축소 지향으로 가는 형국이다. 당을 어떻게 살리겠다는 ‘비전’보다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오죽하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총선 패배에 이어 전당대회까지, 집권여당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하고 있다”며 “어둠이 깊어가고 있다”고 비판했겠는가.
한동훈 후보를 향한 3자 협공이 거세지는 가운데, 후보들 과거의 행태를 들춰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악몽 같았던 ‘배신의 정치’가 다시 등장했다는 점이다. 경쟁 후보들은 “한 후보가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프레임을 앞세웠다. 원 후보는 “지금까지 자신을 아끼고 키워준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도 불사하겠다고 하고, 특검법도 발의하겠다고 한다. 참으로 나쁜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차별화와 배신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한동훈 후보는 ‘배신하지 않을 대상은 국민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배신자 프레임’이 윤 대통령 지지세가 여전히 높은 동시에 최대 표밭인 영남권과 강성 보수층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두고 볼 일이다.
당원이 소환하면 책임론 벗어날 수 있어
![]() |
| 1997년 7월 21일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 이회창 후보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대선에서 패했다. 사진=조선DB |
첫째, ‘총선 참패론’에 대한 논쟁이다. 일각에선 총선 참패 책임론을 내세우며 한동훈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후보를 겨냥해 “총선을 망친 주범들이 당권을 노린다고 삼삼오오 모여 저리 난리 친다”며 “참 뻔뻔하고 어이없는 당이 되어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윤상현 후보도 “총선 패배로 사퇴한 분이 다시 나올 거면 뭐 하러 사퇴했냐”고 비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한 후보의 전대 출마가 ‘이례적’이라고 분석한다. 그 이유로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 대표는 “총선 패배 책임이 있는 사람의 당권 도전이 적절치 않다는 점, 대권 선호도 1위가 현직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반(反)대통령’을 천명한 사례가 없다는 점, 대권 1위가 당권까지 가지면 대통령의 레임덕을 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여하튼 지난 총선 참패에 대한 한동훈 후보의 책임이 가볍지 않은 상황에서 당권 도전 명분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한동훈 후보는 “패배의 경험을 변화와 승리, 정권 재창출의 토양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 후보에겐 총선 참패에 대한 반성과 성찰보다는 당권과 대권 의지가 앞서는 것 같다.
보수 정당의 역사를 보면 선거 패배와 당대표 출마는 연관성이 적다. 이회창 후보는 1997년 12월 대선에서 패배한 후 1998년 8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지난 2004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패배했지만 박근혜 대표는 그해 7월 다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홍준표 후보도 2017년 3월 대선에서 패배한 후 그해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자유한국당 대표가 됐다. 이런 사례들은 선거 패배와 상관없이 국민과 당원이 소환하면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특검 수용론, 보수 분열 뇌관 될 수도
둘째, 당정(黨政) 관계를 둘러싼 충돌이다. 한동훈 후보는 당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쇄신하겠다”고 했다. 반면, 나 후보는 ‘당정 동행’, 원 후보는 ‘당정 한 몸’을 강조하면서 한 후보가 당선되면 당정 분열로 윤석열 정부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민의힘이 변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기존의 ‘수직적·수동적 당정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평, 동행, 한 몸’이라는 용어를 둘러싸고 상호 비방전을 펼치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누가 당선돼도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가 재정립될 수밖에 없다.
새 대표는 민심에 반응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통령에게 여론을 제대로 전달하고, 국정 운영에 잘 반영되도록 하는 ‘건강한 긴장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한동훈 후보가 가장 멀리 있지만, 다른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지금처럼 수직적 당정 관계로는 ‘국민의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셋째, 해병대원 특검을 둘러싼 갈등이다. 한동훈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민주당이 낸 ‘해병대원 특검법’ 대신 대법원장 등에 의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공수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법 발의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후보와 나경원 후보는 “특검 미끼를 무는 것은 정치적으로 미숙한 순진한 발상”이라면서 이 미끼를 물면 “당정이 파탄 나고 대통령 탄핵 선동이 기다리고 있다”며 한 후보를 집중 공격했다. 원희룡 후보는 “소통 부재, 당 논의의 부재, 개인적으로는 경험과 전략의 부재”라고 한동훈 후보를 비판했다. “역사는 대통령과 당대표의 갈등이 정권을 잃게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며 채상병 특검법 주장 철회를 촉구했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대표, 노무현 대통령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 등의 갈등을 정권 재창출의 실패 원인으로 꼽으며 “한 후보가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겸허한 태도로 역사의 교훈을 받아들인다면 옳은 길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후보는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민주당의 저 무지막지한 특검법을 막기 위해 어떤 대안이 있냐”고 반박했다.
‘읽씹 논란’
한국갤럽 6월 4주 조사(25~27일) 결과, 63%는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후보가 “국민의힘이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며 “우리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당 의원 절대다수가 ‘선(先) 공수처 수사, 후(後) 특검’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건부 특검 제안 자체가 보수 분열의 뇌관이 될 수 있다. 특검법에 대한 당 안팎의 여론은 전당대회 결과에 큰 변수로 떠올랐다.
넷째, ‘김건희 여사 사과 문자 무시’(이른바 ‘읽씹’) 논란이다. 주된 논란은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 시절인 지난 1월 김건희 여사의 5차례나 되는 메시지를 무시한 것에 대한 적절성 여부다. 공개된 메시지 전문을 보면 김 여사는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고 했는데 당시 한 위원장은 ‘사실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파악해 응답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비한 측은 김 여사의 사과 여부가 총선 최대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한 후보가 이를 무시한 것은 미숙한 정무적 판단이며 총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공격한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일각에서 김건희 여사가 사과하고 싶어 했는데 제가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황을 대단히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자 ‘읽씹’ 논란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후보 간에 ‘적대’와 ‘경멸’이 점증하고, 서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한 후보에게 큰 부담이다.
진실 공방을 넘어 가장 큰 문제는 누가, 왜 이 시점에서 6개월 전 문자를 공개했느냐이다. 김 여사와 한 후보 두 개인 간의 문자가 공개된 것은 결국 ‘한동훈 찍어내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 후보 측이 “비정상적인 전당대회 개입이고 당무 개입”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1979년 신민당 전당대회, 결선투표에서 역전
최대 관전 포인트는 ‘누가 승리할 것인가?’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경선 초반에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동훈 대세론’이 존재했다.
한 후보 측은 ‘어대한’ 기류는 꺾일 기미가 없이 견고해 1차 과반 승리를 자신한다. 핵심 근거로 당심 반영 비율(80%)이 높다고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치러진 전당대회 선거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치와 동조화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한 후보는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다른 후보들은 한 후보 대세 흐름이 뚜렷하게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자 파동 이후 실시된 YTN·엠브레인퍼블릭 조사(7월 7~8일)에서,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한동훈 후보 45%, 원희룡 후보 11%, 나경원 후보 8%, 윤상현 후보 1%로 나타났다. 무당층에서는 한 후보가 14%, 나 후보와 원 후보가 각각 5%를 기록했다. 적합한 후보가 없다거나 모르겠다는 답변은 74%였다.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무당층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이들의 행보가 오리무중이기 때문에 이번 국힘 전대의 경우 1차 투표 때 승부가 나지 않고 결선투표로 갈 수도 있다. 과반 득표가 없으면 닷새 뒤인 28일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결선투표로 갈 경우 극적인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까? ‘1강(한동훈) 2중(원희룡·나경원) 1약(윤상현)’ 구도에서 원희룡·나경원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가 관건이다. 나경원 후보는 6월 27일 일각에서 제기되는 ‘나경원·원희룡 연대설’에 선을 그었다. 한동훈 후보는 ‘나·원 연대설’에 대해 “정치공학이 당심·민심을 이기면 모두 불행해진다”고 경고했다.
선거 전 원·나 단일화는 쉽지 않겠지만 과반 득표가 없어서 결선투표를 하게 되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3등과 4등 후보가 공개적으로 2등 후보 지지를 선언할 경우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 지난 1979년 5월 신민당 총재 경선에서 1차 투표에서 이철승 후보가 1위를 했지만 3위를 한 이기택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2위를 한 김영삼 후보를 지지하면서 대역전이 이뤄졌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미국의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라는 책에서 프레임(frame) 이론을 제시했다. 프레임을 “특정한 언어와 연결되며 연상되는 사고의 체계”라고 정의했다. 레이코프는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 제시된 틀을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해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사람들은 이내 코끼리를 생각해버린다. 이처럼 진보와는 다른 언어와 가치로 무장해야 할 보수 세력이 좌파들의 프레임에 휘말려버린다.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을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 적용하면 다른 후보들이 ‘배신자’ ‘정치 초보자’ 등을 내세우며 한동훈 후보를 때리면 때릴수록, 국민과 당원들은 오히려 한 후보만 생각하게 된다. 다른 후보들이 당심을 움직이려면 한 후보를 비판만 하지 말고 자신만의 프레임을 갖고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한·원·나·윤 SWOT 분석
국힘 당권 주자들에 대한 SWOT 분석을 해보면 [표1]과 같다. 각 주자들이 지닌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인은 서로 맞물린다.
한동훈 후보의 최대 강점은 차기 유력 대권 후보, 젊고 유능한 이미지, 강력한 팬덤 보유다. 한국갤럽 7월 1주(2~4일) 조사에 따르면,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대표(23%)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17%)이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원희룡 전 장관은 2%였다. 한 후보의 약점은 정치적 경험 부족이다. 문자 ‘읽씹 논란’에서도 ‘정치적 판단 미숙’이라고 비판을 받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동훈 후보의 기회 요인은 민심과 당심에서 수평적 당정 관계 요구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 후보는 당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쇄신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후보의 최대 위협 요인은 총선 참패 책임과 윤·한 갈등 심화(절윤)다.
원희룡 후보의 강점은 개혁 아이콘, 3선 의원, 도지사, 장관 등 25년간 다양한 경험을 통해 형성된 경륜,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일타 강사로서 보여준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강경 투쟁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약점은 지난 총선 최대 격전지인 인천 계양을 선거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8.67%포인트(7749표) 차로 패함으로써 대권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기회 요인은 국민의힘 최대 지지 기반인 친윤과 영남을 결집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다. 위협 요인은 윤심 후보로 등장했는데 국민들의 윤심에 대한 반감이 너무 강하다는 것과 제주 출신으로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경원 후보와 윤상현 후보의 강점은 국힘의 최대 취약 지역인 수도권에서 5선 중진이라는 점이다. 두 사람의 최대 위협 요인은 지지도에서의 약세다. 다만 나 후보는 ‘한동훈-원희룡 갈등 격화’에 대한 반감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 윤 후보는 과거 친박의 표심을 결집할 수도 있다는 것이 기회 요인이다.

한동훈, 윤·한 갈등 극복이 과제
각 후보가 승리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두 가지다. 강점을 살려 위기를 극복하는 ‘ST 전략’, 강점을 살려 기회를 잡는 ‘SO 전략’이다. 이런 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한동훈 후보가 다소 강세이고 원희룡 후보가 치고 올라오고 있다.
당심이나 민심이 국민의힘 새 당대표에게 바라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누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당당하게 경쟁하고 투쟁할 수 있는가? 누가 국민의힘의 변화와 개혁을 이뤄낼 수 있는가? 누가 내부 분열 없이 정권 재창출의 토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이런 기준에 가장 잘 부합되도록 전략을 세우고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결국 차기 당대표가 될 것이다.
누가 새 당대표가 되든 국힘은 이중적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한동훈 후보가 당선되면 수평적 당정 관계를 천명한 만큼 당정 갈등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한 후보는 비전 발표회에서 “내가 (당의) 변화를 시작하겠다”며 “총선이 끝난 이후 우하향하는 우리 당의 추세를 보면, 국민의힘이 정부를 지킬 힘과 정권 재창출을 할 힘이 있는가. 국민의힘에 힘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을 변화시켜서 반드시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한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 후보의 구상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YS와 대립한 이회창, 대선 패배
![]() |
| 2014년 7월 15일 신임 인사차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 잘 모시고 잘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두 사람의 갈등은 쌓여갔다. 사진=뉴시스 |
[표2]는 보수 정권에서 이뤄진 대선 사례들을 비교·분석한 것이다. 1992년 대선과 201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와 박근혜 후보는 현직 노태우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과 전략적으로 차별화를 했지만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집권당의 분열 없이 대선을 치러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반면 1997년 대선에서 집권당인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는 현직 김영삼 대통령과 차별화를 넘어 적대적 갈등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자멸했다. 2017년 대선에서 집권당이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면서 무시하는 전략을 펴 정통 보수 세력으로부터 외면을 당해 초라한 득표(24.0%)로 완패했다.
만약 한동훈 후보가 당선되면 윤석열 대통령과 전략적 차별화는 필요하지만 적대적 관계를 만들면 위험해질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은 누구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경선 승리 이후 용산과 대립각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는 한동훈 후보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한 후보가 윤석열 정부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보고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을 넘어서야 살 수 있고, 앞으로 그렇게 가겠다고 생각한다면 오산(誤算)이다.

새누리당, ‘청와대 출장소’ 된 후 정권 잃어
![]() |
| 2016년 8월 11일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를 반갑게 맞이하는 박근혜 대통령. 하지만 이 대표의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
새누리당은 이렇게 패배했는데도 4개월 후에 치러진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도로 친박당’을 선택했다. 박근혜 대통령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호남 출신 이정현 의원은 40.9%(4만4421표)를 얻어 대표에 당선됐다. 비박계 단일 후보로 나선 주호영 의원은 29.4%(3만1946표)를 얻어 2위에 그쳤다. 이날 함께 치러진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5명 가운데 4명을 친박계가 차지했다.
‘친박 패권(覇權)’ 심판이라는 4월 총선 민심과는 정반대로 친박계가 다시 당 지도부를 더욱 강력하게 장악했다. 이정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참모 출신인 탓에 수직적 당정 관계는 더욱 심화되었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부터 공보특보와 대변인을 지냈고, 청와대에서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역임했다.
이래저래 이정현 대표가 이끄는 새누리당은 여의도에 있는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하면서 정치적 비극이 시작됐다. 4·13 총선 패배의 원인이 TK 중심 친박 패권에 의한 공천 실패였는데 새누리당은 바로 그 실패한 모드로 다시 돌아갔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는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 세력의 탈당과 대선 막판 여권 후보 단일화 등 여권발(發) 정계 개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이런 우려는 현실화됐고, 보수 세력은 정권을 빼앗겼다.
친윤이 대표 돼도 딜레마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윤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여권은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도로 친윤당’이 되었다고 비판받을 것이다. 원희룡 후보는 “누구보다 강력한 대통령 협력자이자 누구보다 쓴소리를 하는 ‘레드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원 후보가 이런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공멸(共滅)할 수도 있다. 여하튼 국민의힘이 이런 구조적 이중 딜레마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의 미래는 어둡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가장 치열했던 선거는 세 차례 있었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패배한 후 2003년 6월에 치러진 최병렬 대(對) 서청원 ▲박근혜 대표가 퇴임한 후 2006년 7월에 치러진 강재섭 대 이재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에 치러진 김무성 대 서청원 경쟁이었다. 승자는 비주류였던 최병렬과 김무성, 그리고 친이를 상대한 친박 강재섭이었다. 그만큼 변화를 주도하려는 비주류가 강세였다.
반추(反芻)해보면 당시 전당대회는 치열하기는 했지만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처럼 배신자, 연판장, 사적 문자 공개 등 음습한 네거티브 공방이 기승을 부리는 진흙탕 싸움은 아니었다. 국민의힘은 ‘무능·무기력·무책임’의 ‘3무(無) 행태’에서 벗어나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 정책 비전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고, 국민의힘을 품격 있고 매력 있는 정당으로 만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