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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피고인 이재명’을 직격한 ‘한동훈發 헌법 제84조’ 논쟁

대권 쥐더라도 ‘이재명 사법 리스크’는 계속된다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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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고인 이재명’에 대한 논쟁 촉발… 관련 기사 건수는 1일 평균 34건
⊙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소추’는 ‘재판 요구 행위’… ‘재판’ 포함한다는 주장은 궤변
⊙ “‘헌법’ 제84조의 ‘소추’는 체포·구금·수색·압수·검증·기소”(故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 “취임 전 기소된 재판 진행 허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명백하게 부당… 대통령직 취임과 동시에 판결 선고가 허용되지 않는 건 사법정의상 용인 불가”(박찬주 전 법제처장)
사진=뉴시스
  한동훈(韓東勳)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李在明)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헌법(憲法)’ 제84조를 언급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刑事)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한 전 위원장은 이를 거론하며, 이 대표는 앞으로 설사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사법 리스크’를 해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에 따르면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대장동 특혜 관련 배임과 성남FC 제3자 뇌물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김문기 모른다”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4단계 종 상향은 박근혜 정부 압박” 주장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진행되는 재판, 이번에 추가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제3자 뇌물’ 재판은 중단되지 않는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 이미 소추돼 진행된 재판은 ‘헌법’ 제84조가 규정한 소위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어느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되고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받을 경우 대통령 자격을 잃기 때문에 대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는 게 한 전 위원장의 의견이다. 즉 ‘대통령 무자격자 이재명’ ‘형사 피고인 이재명’의 ‘위험성’을 주장한 일종의 ‘정치 공세’라고 할 수 있다.
 
  여당의 차기 유력 주자이자 당권 주자로 꼽히는 한 전 위원장이 본격적인 재등판에 앞서 3일 연속(6월 8, 9, 10일)으로 ‘헌법’ 제84조를 언급하며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직격하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정치권의 관심도 집중됐다. ‘총선 대승’ 이후 잠시 잊혔던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1심 유죄(징역 9년 6개월) 판결에 의해 ‘재점화’했고, 한 전 위원장의 지적에 따라 확산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기사 검색 프로그램 ‘빅카인즈’에서 ‘헌법 제84조’로 관련 보도 실적을 확인한 결과 한 전 위원장의 문제 제기 이후 관련 기사는 총 241건(1일 평균 34건), 인용문은 628건(1일 평균 90건)이나 됐다.
 
  그렇다면 한 전 위원장이 지적한 것처럼 이 대표는 정말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이 ‘질문’과 관련해서 그간 진행된 ‘대통령 불소추특권’과 관련한 논쟁 진행 상황, 대통령 취임 전 진행된 형사 재판에 대한 ‘헌법’ 제84조 적용 가능성 등을 살펴봤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선 주자’
 
  한 전 위원장은 6월 8일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자기 범죄로 재판받던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그 형사 재판이 중단되는 걸까?”라고 시작하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이 글에서 “어떤 학자들은 재판은 중단되지 않는다고 하고, 어떤 학자들은 중단된다고 한다”며 “헌법 제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에서 ‘소추’에 재판이 포함되느냐의 해석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지금까지는 현실 세계와 거리가 먼 학술적 논의일 뿐이었지만, 거대 야당에서 어떻게든 재판을 지연시켜 형사 피고인을 대통령 만들어보려 하는 초현실적인 상황에서는 중요한 국가적 이슈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 대북송금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선고됐다”며 글을 끝맺었다. 해당 ‘질문’이 ‘이재명’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밝힌 셈이다.
 

  지금껏 우리 사회에서는 ‘헌법’ 제84조에 의한 소위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범위와 한계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한 바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처럼 온갖 혐의를 받는 이가 ‘정치 생명’을 이어가고, 그런 사람이 제1당의 대표로 군림하며 차기 대권을 노리고, 차기 대선 주자 중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는 상황은 이전까지 상상 불가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초현실적 상황’인 셈이다.
 
 
  “감옥 가지 않을 유일한 탈출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1심 판결에서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화영씨가 ‘유죄’ 판결을 받자,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관한 질문을 던져 ‘이재명 사법 리스크’ 논쟁을 촉발했다. 사진=뉴시스
  그다음 날인 6월 9일, 한동훈 전 위원장이 전날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을 내놨다. 한 전 위원장은 “이미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은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법률상 재판을 요구하거나 탄핵을 발의하는 ‘소추’와 그 요구에 따라 잘잘못을 가리는 ‘심판’ 또는 ‘재판’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본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헌법은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을 따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형사소추와 형사소송을 용어상 구분해서 쓰고 있다”며 “그러므로 헌법 제84조에서 말하는 ‘소추’란 소송의 제기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은 “달리 보는 학자들도 있지만 다 떠나서 중대범죄로 재판 중인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려 하는 초현실적 상황에 대해 우리 헌법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 같다”며 “학계에서 심각한 논쟁 주제조차 안 됐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당 글 끝에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다음에 실형도 아니고 집행유예만 확정돼도 대통령직이 상실된다”며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 위원장은 6월 10일에도 페이스북에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관한 글을 올렸다. 그는 해당 글을 통해 “공범들이 관련 재판들에서 줄줄이 무거운 실형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있으니, 자기도 무죄 못 받을 거 잘 알 것”이라며 “그러니 대통령 당선을 감옥 가지 않을 유일한 탈출구로 여기는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는) 재판을 질질 끌어 선거 이후로 재판 확정을 미루거나, 발상을 바꿔 선거를 재판 확정보다 앞당기려 할 거라 생각한다”며 “그런 희대의 무리수를 써야만 출마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어제 드린 말씀은, 그렇게 어거지로 출마해서 대통령 되어도 헌법 제84조 해석상 그 재판들은 진행되니 거기서 집행유예 이상만 확정되면 선거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혼돈으로 인한 피해는 이 나라와 국민들께 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태로운 ‘이재명 일극 체제’
 
6월 10일, 국회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11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하려고 대기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현실적으로 ‘대권’뿐이라고 여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제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으로 또 추가 기소된 이 대표는 재판 4건을 동시에 받아야 하고, 이 중, 단 한 곳에서라도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이재명 사법 리스크’는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폭주’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일방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5월 30일로부터 7일 만에 국회의장을 일방적으로 뽑았다. 12일 만에 상임위원장 11명을 일방적으로 뽑았다. 이 과정에서 의석 순으로 ‘1당’이 국회의장, ‘2당’이 법제사법위원장, 또 여당이 운영위원장을 맡는 ‘관례’를 인정하지 않았다. ‘견제와 균형’을 위한 최소한의 ‘원칙’조차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줄 수 있다고 하면서도 ‘독식’하겠다는 속셈 또한 감추지 않고 있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서 추가 기소가 확실시된 이 대표는 6월 12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불필요한 생떼나 쓰고 권력 줬더니 보복이나 하고 나라를 개인 사유물로 여기는 것이냐”라고 윤석열 정권을 공격했다.
 
 
  ‘조급한’ 이재명의 ‘몽골 기병’ 전술
 
  검찰은 이날 오전 이재명 대표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서 ‘제3자 뇌물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제3자 뇌물죄’란 공무원이 직무에 관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금품을 주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또한 국회 개원 첫날, 더불어민주당은 이전 국회 당시 ‘재의결’에 실패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6월 13일에는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 조작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내놨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에서 ‘민주당과 언론노조의 방송 장악용 악법’이라고 비판했고, 윤 대통령이 ‘공영방송 지배 구조 변경’에 관한 문제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재의를 요구했던, 소위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다시 발의했다.
 
  또한 입법부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차원에서 정부·여당을 전방위로 압박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국회 기능 실질화 방안 보고〉를 작성했다. 장·차관이 국회 출석에 불응하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상임위원장이 동행명령권을 발동하고, 동행명령 집행 때 국회의원이 동참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국무위원이 대정부 질문에 출석하지 않을 때는 탄핵소추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개원 즉시 몽골 기병 같은 자세로 입법 속도전에 나서겠다”는 각오대로 ‘전격전’을 추진하는 셈이다.
 
  총선 참패 이후 국정 수행 지지율을 보면 소위 ‘민주화’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을 기록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정권 존립을 위협하는 각종 특검법을 발의한 이유도 이와 같은 취지라고 보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법률안 내용의 타당성을 떠나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을 유발해 정권 지지율을 무너뜨리고 ‘탄핵 여론’을 조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명백한 탄핵 사유”(정청래), “탄핵만 답이다”(추미애), “탄핵열차가 시동을 걸었다”(서영교)와 같이 공공연하게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다. 이수진 의원은 “야당 의원들은 국민을 아프게 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하야(下野) 촉구 결의안이라도 내야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는 1년 전에 사퇴한다”는 당헌에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식으로 ‘예외 사유’를 만들려고 한다. 또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 직무 정지 조항, 자당 귀책사유로 재보궐 선거 발생 시 무공천 조항을 삭제하는 등 소위 ‘이재명 맞춤형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인하지만, 이는 이재명의 당 장악 강화와 함께 ‘윤석열 탄핵’에 의한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조처로 해석되기도 한다.
 
 
  ‘헌법’상 ‘소추’는 ‘재판’과 다른 개념
 
  이런 가운데 ‘반전’을 시도한 게 바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형사 피고인 이재명의 대선 당선 이후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적절한 반론을 내지 않고 있다.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더 주목될 위험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의 ‘문제 제기’는 일단 정치적으로는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 그가 주장한 ‘헌법 해석’은 법리적으로 타당한 것일까.
 
  일단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84조의 ‘소추’의 정의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소추’의 범위를 ‘기소’까지로 볼 것인지, 그 이상인 ‘재판’까지로 볼 것인지 살펴야만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재판이 진행될 수 있는가를 판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취지에서 먼저 국민의 기본권인 ‘청구권’과 관련한 ‘헌법’ 조문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1항)”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3항)”고 규정한다. ‘헌법’ 조문을 보면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판단을 법원 또는 법관이 판단을 내리는 행위인 ‘재판’과 ‘특정 형사 사건의 재판을 요구하는 일’인 ‘소추’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 탄핵소추’ 절차와 요건을 규정한 ‘헌법’ 제65조도 주목해야 한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2항)”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3항)” 등으로 ‘소추’와 ‘심판(재판)’을 구분한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실례는,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다. 당시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법사위원장(당시 권성동)이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한 뒤 그에 따른 ‘탄핵심판’이 개시됐다. 즉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언급한 ‘헌법’에서조차 ‘소추’를 ‘심판(재판)’을 요구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관련 내용을 규정한 걸 고려할 때 ‘소추와 소송은 개념이 다르다’는 취지의 한 전 위원장 지적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으로 서로 다른 정의
 
  ‘형사소송법’을 봐도 ‘소추’와 ‘재판’은 그 정의, 용례가 다르다. ‘형사소송법’ 제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며 ‘국가소추주의’를 규정한다. 이는 검사의 형사 재판 공소권 독점을 인정하는 조문이다. 국가기관만이 소추를 할 수 있고, 그 소추에 의하여 형사 사건의 재판이 개시된다. 그 정의를 봐도 ‘소추’는 재판의 ‘전 단계’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소추주의’와 대비되는 개념인 ‘사인소추주의’의 정의를 봐도 마찬가지다. ‘사인소추주의’는 형사상 소의 제기를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사인이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를 통해 ‘소추’는 ‘재판을 요구하는 행위’란 점을 재확인할 수 있다. ‘국가소추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46조에 대한 위헌 심판 내용(2005헌마167)을 봐도 ‘소추’와 ‘재판’은 그 개념이 다르다.
 
  〈입법자는, 형사소추제도에 있어서 국가소추주의 및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면서도 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폐해를 고려하여 형사 피해자에게 형사 절차에 관여할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중략)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 하여금 객관적인 입장에서 형사소추권을 행사하도록 하여 형사소추의 적정성 및 합리성을 기하는 한편…(후략)〉 (전원재판부 2005헌마167 중에서 부분 인용)
 
  또한 검사가 고소나 고발 사건을 불기소하는 경우, 그 결정에 불복한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법원에 그 결정이 타당한지를 다시 묻는 재정신청(裁定申請)의 심리 절차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62조를 봐도 ‘소추’는 재판과 다른 개념이다. 해당 조문 4항은 “제2항 제1호의 결정(신청이 법률상의 방식에 위배되거나 이유 없는 때에는 신청을 기각한다)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는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추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소추’에 관한 ‘헌법’과 ‘형사소송법’ 조문과 그 용례를 고려할 때 ‘소추’의 범위에 재판이 포함된다는 식의 해석은 설득력이 없다. 그럼에도 심판을 요구하는 ‘소추’가 ‘심판 행위’인 ‘재판’까지 포함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리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제11조 1항)”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제11조 2항)” 등 ‘평등권’을 국민 기본권으로 선언한다.
 
  그 ‘헌법 가치’를 고려할 때 ‘대통령 재임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특권’ 조항은 보수적으로 문맥 그대로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 ‘헌법’상 ‘재판 중단’이 명시되지 않았고,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소추’와 ‘재판’이 다른 의미로 기술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추’의 범위를 확대해 대통령 취임 전 공소가 제기돼 진행되던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소추는 체포·구금·수색·압수·검증”
 
  그렇다면 헌법학자들은 이를 어떻게 해석할까. 고(故) 김철수(金哲洙) 서울대 명예교수는 생전 그의 저서 《헌법학개론》에서 ‘헌법’ 제84조의 ‘소추’의 정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형사상의 소추란 본래 ‘형사소송법’상의 공소의 제기를 의미하나, ‘헌법’ 제84조로 보아 기소뿐만 아니라 그 외에 체포·구금·수색·압수·검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홍성방(洪性邦) 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그의 저서 《헌법학》에서 이와 같은 취지로 ‘소추’의 범위를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대통령 취임 전 진행된 재판과 ‘재임 중 형사상 소추’는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관련 대목이다.
 
  〈형사소추란 원래 공소 제기를 뜻하나, 이 규정에서 말하는 소추란 체포·구속·수색·검증까지를 포함한다고 보는 것이 통설의 입장이다. 대통령 재직 중에는 내란 또는 외환의 범죄를 제외하고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대통령 취임 전 기소된 사건 재판 진행’에 대해 사실상 유일하게 연구한 박찬주(朴燦柱) 전 법제처장은 2009년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관한 몇 가지 문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대통령에 대해 취임 전 이미 기소된 사건에 대하여 법원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헌법 제84조가 말하는 형사상 소추에 해당하지 아니하는가. (중략) 대통령으로서 취임하기 전에 기소되어 있는 내란 또는 외환 이외의 죄에 대해서도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거나, 대통령은 재직 중에는 원칙적으로 형사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고 설명하는 입장도 있다. 필자는 이러한 후설에 찬성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후설은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헌법 제84조의 문리 해석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의 ‘소추’란 ‘기소’의 의미이지 이미 기소된 사건에 대한 ‘재판의 진행’이라는 의미는 포함하지 아니하고 있다. (중략) 셋째는, 극단적인 예일 수 있지만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전에 이미 형사 항소심 법원으로부터 공무원직의 상실에 충분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상태이고 대통령 당선자의 상고 이유가 단순히 양형부당을 다투는 정도이거나 무죄를 다툰다고 하더라도 확립된 판례이론에 비추어 대법원으로부터 법리오해를 이유로 파기될 가능성이 전무한 상태에서 단순히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대통령직의 취임과 동시에 상고심의 판결 선고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법정의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가급적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취임 전에 기소된 범죄 행위에 대해서까지 재판 진행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주장은 부당하다는 것이 명백하다.〉

 
 
  불법·부정선거 저질러도 대통령 되면 끝?
 
  박찬주 전 법제처장은 또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 범죄를 예로 들며, 대통령 취임 전 범죄 행위에 대한 수사·기소·재판을 재임 중에 원천 차단하는 주장의 ‘비논리성’을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이미 기소돼 형사 재판을 받던, 공무원직의 상실에 충분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대통령에 취임했다는 이유만으로 ‘헌법’ 제84조를 확대 해석해 ‘특권’을 남용하는 행위는 ‘헌정(憲政)’에 대한 중대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264조에서는 “당선인이 당해 사건에 있어 이 법에 규정된 죄와 정치자금법 제49조(선거비용 관련 위반행위에 관한 범죄)의 죄를 범함으로 인하여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때에는 그 당선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리 해석에 의하는 한 ‘공직선거법’ 위반죄는 헌법 제84조가 규정하는 형사 불소추특권에 해당하는 내란 또는 외환 이외의 죄에 해당한다. (중략) 일단 취임을 하게 되면 형사 불소추특권이 인정된다면, 대통령 후보자가 아무리 중대한 선거법 위반의 죄를 저지르 건 정치자금법 위반의 죄를 저지르건 간에 적어도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이유로 당선 무효가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해석은 어느 후보이건 간에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하여서라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것을 획책하도록 하는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단순히 대통령의 취임 전의 범죄 행위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선된 대통령 후보자에게 대통령직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헌법 정신에 합치된다고 볼 것이냐는 대통령직 수행의 전제조건에 관한 문제이다. 따라서 이들 법률에 대한 위반 범죄는 대통령의 재직 중에도 불구하고 수사와 소추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하고, 내란 또는 외환의 죄에 대해서는 재직 중 수사가 가능하지만, 공소시효의 진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시효의 진행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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