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역 의원 13명 불출마 선언… 국민의힘 2명·민주당 11명
⊙ “공천 제대로 못 하면 ‘이재명 사당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오영환 민주당 의원)
⊙ “정치권에는 이미 기득권 형성… 초선 일하긴 어려운 구조”(홍성국 민주당 의원)
⊙ “‘기성 정치인이 증오 정치 책임져라?’ 웃긴 이야기”(우상호 민주당 의원)
⊙ “자기 성공의 마지막 퍼즐을 ‘금배지’로 착각”(김웅 국민의힘 의원)
⊙ “공천 제대로 못 하면 ‘이재명 사당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오영환 민주당 의원)
⊙ “정치권에는 이미 기득권 형성… 초선 일하긴 어려운 구조”(홍성국 민주당 의원)
⊙ “‘기성 정치인이 증오 정치 책임져라?’ 웃긴 이야기”(우상호 민주당 의원)
⊙ “자기 성공의 마지막 퍼즐을 ‘금배지’로 착각”(김웅 국민의힘 의원)
제21대 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여야 모두 공천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2월 13일 공천 면접을 시작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설 연휴 직후 자체 평가를 거쳐 성적이 하위 20%인 현역 의원에게 경선 감점 사실을 개별 통보했다. 정치 신인들과 야인(野人)들은 금배지를 한 번 달아보겠다고, 기성 정치인들은 가슴에 단 금배지를 놓치지 않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현역 의원들도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2월 13일 현재 불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의원은 13명이다. 국민의힘이 2명, 민주당이 11명이다. 이름을 살펴보면 각각 김웅 의원(초선), 장제원 의원(3선·이상 국민의힘), 강민정·김홍걸·오영환·이탄희·최종윤·홍성국 의원(초선), 임종성 의원(재선), 김민기 의원(3선), 우상호 의원(4선), 김진표 국회의장(5선), 박병석 의원(6선·이상 민주당)이다. 다만 설 연휴 직후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전·현직 의원 일부에게 불출마를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나 친명(친이재명)계와 거리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공통점.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면, 이들의 계파 색은 비교적 옅다는 평가다. 초선 의원이 전체 13명 중 절반(7명)을 넘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들 초선 의원은 “우리 정치권이 혐오 정치, 증오 정치에 물들어 있다”며 “상대 진영을 헐뜯고 공격하는 데만 몰두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중 김웅·오영환·최종윤·홍성국·우상호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밝힌 불출마 이유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지를 물었다.
“상대 진영 악마화, 정치적 승패 기준”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월 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의원은 “상대 진영을 얼마나 더 악마화하는지에 따라 정치적 승패가 결정된다”며 “정치 현실에 책임이 있는 정치인으로서 이 구도를 바꾸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야당 역시 여당, 대통령실과 사사건건 부딪힌다”며 지금의 정치권을 분석했다. 오 의원은 “이를 본 국민이 정치에 대한 관심과 희망을 포기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초선 의원이 힘을 모아 정치권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오 의원은 “당 안팎에서 그런 의견이 많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면서도 “선수(選數)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초선 의원이 마치 전사인 양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논리 자체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친명계 의원들이 잇따라 비명계 의원 지역구로 출마하는 이른바 ‘자객 출마’ 논란에 대해서는 “당 공천관리위원회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직자들이 제때 필요한 결단을 하지 못한다면 ‘이재명 사당화’ 비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국민의 심판과 평가를 받는 선거에서 민주당이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본인 역시 ‘친낙계(친이낙연계)’라 공천을 못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 불출마를 선언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불출마를 선언한 시점은 총선 1년 전인 지난해 4월 10일인데, 공천에 대한 불안감을 생각할 이유도 없었고, 그럴 만한 시점도 아니었다”며 선을 그었다.
오 의원은 국회의원 임기를 끝마치는 대로 소방 현장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소방공무원 수험 생활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의원은 “가장 위험한 곳에서 국민을 지키겠다”면서 “저의 소망이자 사명인 국민 곁의 소방관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권한과 책임을 지닌 곳인 만큼 정치인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길 바란다”고 밝혔다.
“‘86 세대 용퇴론’, 언론이 만든 프레임”
최종윤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 의원은 이 자리에서 “현 정치는 당파성을 명분으로 증오를 생산하고 있다”며 “‘죽이는 정치’ ‘보복의 정치’라는 표현이 과장된 비유가 아니다. 정치에서 말이 대화와 타협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상대방을 공격하고 헐뜯는 무기가 된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대표적인 86 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이다. 고려대 재학 중 NL 계열 학생운동 단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사무국장을 맡았다. 86 세대 맏형 격인 송영길 전 대표가 ‘민주당 돈 봉투 살포’ 혐의로 최근 구속되면서 정치권에선 ‘86 세대 용퇴론’이 대두됐다. 불출마 결정을 내리는 데 ‘86 세대 용퇴론’을 의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최 의원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86 세대 용퇴론’이란 말도 언론이 만들어낸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명계이기 때문에 생길 불이익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로지 정치적 사명감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 의원은 “국민 다수는 정치가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이 깊은 절망과 체념에 답을 드리는 게 우리 정치가 존속할 기반이자 총선의 사명”이라며 “더 좋은 분이 다음 총선에서 당선돼 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탈당 가능성은 일축했다. 최 의원은 “저는 오로지 민주당 한길만 걸어온 사람으로서 탈당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초선 일하기 어려운 구조”
홍성국 민주당 의원 또한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사장을 지낸 홍 의원은 ‘민주당 경제 브레인’으로 불린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금의 후진적 정치 구조가 가진 한계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때로는 객관적 주장마저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받기도 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홍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21세기 들어 어느 국가든 심각한 사회 갈등을 겪고 있다”며 “특히 정치는 ‘제로섬 게임’ 속성을 지니고 있어 지금과 같은 갈등은 10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홍 의원 역시 계파 갈등이 불출마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현 정치 구조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바라봤을 때 정치권에서 장기간 제 역할을 하긴 어렵다”며 “차라리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홍 의원은 임기를 마치는 대로 미래 비전을 만드는 ‘미래학 연구자’로 돌아갈 계획이다. 친명계 ‘자객 공천’ 논란과 이재명 대표 ‘사당화 논란’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홍 의원은 “아직 공천 과정이 끝나지 않아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인 만큼 재선에 도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홍 의원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면서도 “정치권에는 이미 기득권이 형성돼 있다. 이런 관료주의 아래에서 초선이 일하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초선은 입법 관련 훈련이 부족하고, 과거의 초선보다 전투력이 약하다”면서 “특히 사회활동 기간이 길어 국회에 늦게 들어온 의원들은 적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추진한 경제 정책이 경제 전문가로서 추구해왔던 생각과 달라 실망한 적은 없었느냐고 묻자 홍 의원은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리더 모두의 문제”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좋은 경제 정책을 내놔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정책이 더 많다”며 “지금부터는 갈등 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22대 국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홍 의원은 “상대방을 탓하기 전에 사회 대전환에 대해 먼저 인식해야 한다”면서 “나이와 경력, 정당을 불문하고 1980년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2024년을 경영할 수는 없다”며 구태 세력을 에둘러 비판했다.
“검사, 정치적 상상력 부족할 수밖에 없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비주류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8일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이 민주적 정당인지 묻고 싶다”며 “제 답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이 가야 할 곳은 대통령의 품이 아니다. 우리 국민의힘이 가야 할 곳은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이라며 “그것이 보수주의 정당의 책무이고 미래를 여는 열쇠다. 운동권 전체주의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바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천에 연연하지 않는 정치인도 있다는 사실을 국민께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자기 이익만 바라보는 부끄러운 정치인이 될 순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장제원 의원과 김웅 의원 둘뿐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보다 현저하게 적은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은 “우리 당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기 성공의 마지막 퍼즐을 ‘금배지’로 착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이 획득한 지위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원들은 민주당 당원과 비교하면 극단적 성향을 가진 분들이 적다”면서 “같은 진영 안에서 공격을 받으면 심리적 충격이 더 크다. 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거기서 환멸을 느껴 불출마를 선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은 검사 출신 후보들이 대거 출마를 준비하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정 직업 출신이라고 해서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면서도 “검사는 기본적으로 과거를 캐는 직업이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정치적 상상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저 역시 정치적 상상력과 타협 정신이 부족하다고 여러 번 느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저 자신도 검찰에 있다가 곧장 정치에 입문했지만, 검사장까지 오른 사람이 곧바로 입법부에 들어오는 것은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는 견해를 내놨다. 김 의원은 검사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 목소리를 냈었다. 2020년 1월 13일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바로 다음 날 사표를 냈다. 그 뒤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번 불출마 선언이 탈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당이 잘못됐다고 떠날 순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 당은 민주적 정당이 아니다’라고까지 말해놓고 다른 당으로 가는 것은 당을 짓밟는 행위”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임기 말까지 입법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안 되더라도 22대 국회나 다음 대선 때 반영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갖고 법안 2건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2대 국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물음에는 “개헌 준비를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의원은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버리고 권력 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사당화, 근거 없는 지적”
4선 의원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출마하며 22대 총선 불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했다. 우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젠 젊고 참신한 신인에게 이들이 성장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특정 세대에게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우 의원은 “86 세대 의원 중에는 초선도 있고 다선도 있다”며 “86 세대를 일반화해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국민의힘 내 86 세대인 원희룡, 하태경 같은 의원도 함께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86 세대 용퇴론’이란 저 같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공격하려고 만든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초선 의원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에 대해 우 의원은 “의사는 존중하지만,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우 의원은 “초선만으로는 국회에서 제 역할을 다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3선은 해야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정치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치할 바엔 밖에서 차라리 전문직을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초선 의원 다수가 지적한 증오 정치에 대해선 “정치권에서 늘 있었던 문제인데 그것 때문에 정치를 그만둔다면 해결은 누가 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런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기성 정치인이 증오 정치를 책임져라’ 하는 식의 태도는 웃긴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우 의원은 현재 불거지는 민주당 계파 갈등에 대해서도 견해를 내놨다. 우 의원은 “25년간 정치를 하며 봐왔지만, 민주당 계파 갈등은 지금이 가장 적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도 계파 갈등을 그 이유로 들지 않았다”며 “이는 언론의 과장 보도 탓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 논란’에 대해서는 “가장 근거 없는 지적”이라며 발끈했다. 우 의원은 “지금 이재명 대표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친명계는 아니”라면서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은 한병도 의원은 친문(친문재인계)이고, 이 대표의 최측근인 현근택(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출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공천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 대표가 선거를 망친 것처럼 표현하면 안 된다”며 “지금 이 대표 측근 중 공천이 확정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임기를 마치면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 물러나는 것이 도리”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이유로 불출마하는 의원도 있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임 의원은 지난 1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러 논란에 억울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지금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임 의원은 2월 8일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후보자 적격 심사에서 ‘보류’ 대상으로 분류됐다. 적격 판정을 받지 못하면서, 김 의원이 총선 출마 의지를 접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결국 김 의원은 1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똑같은 문제도 누구는 합리화해주고 누구는 문제 삼는 이중잣대의 검증으로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기자는 누구를 겨냥해 해당 글을 썼는지 등을 물으려 했으나 김 의원은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며 취재를 거절했다.⊙
반면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현역 의원들도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2월 13일 현재 불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의원은 13명이다. 국민의힘이 2명, 민주당이 11명이다. 이름을 살펴보면 각각 김웅 의원(초선), 장제원 의원(3선·이상 국민의힘), 강민정·김홍걸·오영환·이탄희·최종윤·홍성국 의원(초선), 임종성 의원(재선), 김민기 의원(3선), 우상호 의원(4선), 김진표 국회의장(5선), 박병석 의원(6선·이상 민주당)이다. 다만 설 연휴 직후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전·현직 의원 일부에게 불출마를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나 친명(친이재명)계와 거리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공통점.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면, 이들의 계파 색은 비교적 옅다는 평가다. 초선 의원이 전체 13명 중 절반(7명)을 넘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들 초선 의원은 “우리 정치권이 혐오 정치, 증오 정치에 물들어 있다”며 “상대 진영을 헐뜯고 공격하는 데만 몰두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중 김웅·오영환·최종윤·홍성국·우상호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밝힌 불출마 이유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지를 물었다.
“상대 진영 악마화, 정치적 승패 기준”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월 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의원은 “상대 진영을 얼마나 더 악마화하는지에 따라 정치적 승패가 결정된다”며 “정치 현실에 책임이 있는 정치인으로서 이 구도를 바꾸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야당 역시 여당, 대통령실과 사사건건 부딪힌다”며 지금의 정치권을 분석했다. 오 의원은 “이를 본 국민이 정치에 대한 관심과 희망을 포기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초선 의원이 힘을 모아 정치권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오 의원은 “당 안팎에서 그런 의견이 많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면서도 “선수(選數)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초선 의원이 마치 전사인 양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논리 자체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친명계 의원들이 잇따라 비명계 의원 지역구로 출마하는 이른바 ‘자객 출마’ 논란에 대해서는 “당 공천관리위원회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직자들이 제때 필요한 결단을 하지 못한다면 ‘이재명 사당화’ 비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국민의 심판과 평가를 받는 선거에서 민주당이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본인 역시 ‘친낙계(친이낙연계)’라 공천을 못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 불출마를 선언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불출마를 선언한 시점은 총선 1년 전인 지난해 4월 10일인데, 공천에 대한 불안감을 생각할 이유도 없었고, 그럴 만한 시점도 아니었다”며 선을 그었다.
오 의원은 국회의원 임기를 끝마치는 대로 소방 현장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소방공무원 수험 생활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의원은 “가장 위험한 곳에서 국민을 지키겠다”면서 “저의 소망이자 사명인 국민 곁의 소방관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권한과 책임을 지닌 곳인 만큼 정치인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길 바란다”고 밝혔다.
“‘86 세대 용퇴론’, 언론이 만든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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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23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윤영찬 의원실 주최로 ‘586·친문·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조선DB |
최 의원은 대표적인 86 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이다. 고려대 재학 중 NL 계열 학생운동 단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사무국장을 맡았다. 86 세대 맏형 격인 송영길 전 대표가 ‘민주당 돈 봉투 살포’ 혐의로 최근 구속되면서 정치권에선 ‘86 세대 용퇴론’이 대두됐다. 불출마 결정을 내리는 데 ‘86 세대 용퇴론’을 의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최 의원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86 세대 용퇴론’이란 말도 언론이 만들어낸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명계이기 때문에 생길 불이익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로지 정치적 사명감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 의원은 “국민 다수는 정치가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이 깊은 절망과 체념에 답을 드리는 게 우리 정치가 존속할 기반이자 총선의 사명”이라며 “더 좋은 분이 다음 총선에서 당선돼 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탈당 가능성은 일축했다. 최 의원은 “저는 오로지 민주당 한길만 걸어온 사람으로서 탈당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초선 일하기 어려운 구조”
홍성국 민주당 의원 또한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사장을 지낸 홍 의원은 ‘민주당 경제 브레인’으로 불린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금의 후진적 정치 구조가 가진 한계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때로는 객관적 주장마저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받기도 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홍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21세기 들어 어느 국가든 심각한 사회 갈등을 겪고 있다”며 “특히 정치는 ‘제로섬 게임’ 속성을 지니고 있어 지금과 같은 갈등은 10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홍 의원 역시 계파 갈등이 불출마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현 정치 구조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바라봤을 때 정치권에서 장기간 제 역할을 하긴 어렵다”며 “차라리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홍 의원은 임기를 마치는 대로 미래 비전을 만드는 ‘미래학 연구자’로 돌아갈 계획이다. 친명계 ‘자객 공천’ 논란과 이재명 대표 ‘사당화 논란’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홍 의원은 “아직 공천 과정이 끝나지 않아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인 만큼 재선에 도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홍 의원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면서도 “정치권에는 이미 기득권이 형성돼 있다. 이런 관료주의 아래에서 초선이 일하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초선은 입법 관련 훈련이 부족하고, 과거의 초선보다 전투력이 약하다”면서 “특히 사회활동 기간이 길어 국회에 늦게 들어온 의원들은 적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추진한 경제 정책이 경제 전문가로서 추구해왔던 생각과 달라 실망한 적은 없었느냐고 묻자 홍 의원은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리더 모두의 문제”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좋은 경제 정책을 내놔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정책이 더 많다”며 “지금부터는 갈등 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22대 국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홍 의원은 “상대방을 탓하기 전에 사회 대전환에 대해 먼저 인식해야 한다”면서 “나이와 경력, 정당을 불문하고 1980년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2024년을 경영할 수는 없다”며 구태 세력을 에둘러 비판했다.
“검사, 정치적 상상력 부족할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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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의원은 국민의힘이 민주적 정당인지 물으면서 검사 출신의 정계 진출에 대해 비판했다. 사진은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 모습. 사진=조선DB |
국민의힘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장제원 의원과 김웅 의원 둘뿐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보다 현저하게 적은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은 “우리 당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기 성공의 마지막 퍼즐을 ‘금배지’로 착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이 획득한 지위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원들은 민주당 당원과 비교하면 극단적 성향을 가진 분들이 적다”면서 “같은 진영 안에서 공격을 받으면 심리적 충격이 더 크다. 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거기서 환멸을 느껴 불출마를 선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은 검사 출신 후보들이 대거 출마를 준비하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정 직업 출신이라고 해서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면서도 “검사는 기본적으로 과거를 캐는 직업이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정치적 상상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저 역시 정치적 상상력과 타협 정신이 부족하다고 여러 번 느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저 자신도 검찰에 있다가 곧장 정치에 입문했지만, 검사장까지 오른 사람이 곧바로 입법부에 들어오는 것은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는 견해를 내놨다. 김 의원은 검사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 목소리를 냈었다. 2020년 1월 13일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바로 다음 날 사표를 냈다. 그 뒤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번 불출마 선언이 탈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당이 잘못됐다고 떠날 순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 당은 민주적 정당이 아니다’라고까지 말해놓고 다른 당으로 가는 것은 당을 짓밟는 행위”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임기 말까지 입법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안 되더라도 22대 국회나 다음 대선 때 반영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갖고 법안 2건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2대 국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물음에는 “개헌 준비를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의원은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버리고 권력 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사당화, 근거 없는 지적”
4선 의원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출마하며 22대 총선 불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했다. 우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젠 젊고 참신한 신인에게 이들이 성장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특정 세대에게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우 의원은 “86 세대 의원 중에는 초선도 있고 다선도 있다”며 “86 세대를 일반화해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국민의힘 내 86 세대인 원희룡, 하태경 같은 의원도 함께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86 세대 용퇴론’이란 저 같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공격하려고 만든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초선 의원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에 대해 우 의원은 “의사는 존중하지만,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우 의원은 “초선만으로는 국회에서 제 역할을 다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3선은 해야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정치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치할 바엔 밖에서 차라리 전문직을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초선 의원 다수가 지적한 증오 정치에 대해선 “정치권에서 늘 있었던 문제인데 그것 때문에 정치를 그만둔다면 해결은 누가 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런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기성 정치인이 증오 정치를 책임져라’ 하는 식의 태도는 웃긴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우 의원은 현재 불거지는 민주당 계파 갈등에 대해서도 견해를 내놨다. 우 의원은 “25년간 정치를 하며 봐왔지만, 민주당 계파 갈등은 지금이 가장 적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도 계파 갈등을 그 이유로 들지 않았다”며 “이는 언론의 과장 보도 탓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 논란’에 대해서는 “가장 근거 없는 지적”이라며 발끈했다. 우 의원은 “지금 이재명 대표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친명계는 아니”라면서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은 한병도 의원은 친문(친문재인계)이고, 이 대표의 최측근인 현근택(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출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공천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 대표가 선거를 망친 것처럼 표현하면 안 된다”며 “지금 이 대표 측근 중 공천이 확정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임기를 마치면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 물러나는 것이 도리”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이유로 불출마하는 의원도 있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임 의원은 지난 1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러 논란에 억울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지금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임 의원은 2월 8일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후보자 적격 심사에서 ‘보류’ 대상으로 분류됐다. 적격 판정을 받지 못하면서, 김 의원이 총선 출마 의지를 접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결국 김 의원은 1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똑같은 문제도 누구는 합리화해주고 누구는 문제 삼는 이중잣대의 검증으로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기자는 누구를 겨냥해 해당 글을 썼는지 등을 물으려 했으나 김 의원은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며 취재를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