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바로 읽기] 이영일 前 의원의 《건국사의 재인식》 : 월간조선

우리나라 정치사를 통해 올해(2022년-편집자 주)처럼 연초부터 한 해가 끝나는 이 시각까지 생활의 각 분야에서 긴장이 계속되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가중되고 그러는 가운데서도 밝은 전망이 솟아나는 해도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위드 코로나’로 바뀌었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올해 우리는 새봄과 더불어 온 국민이 열망해온 정권교체를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통령과 내각만 바뀌었을 뿐 국가의 주요 기능인 입법부와 사법부는 그대로입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이번 정권교체를 3분의 1의 교체라고 평한다면 지나칠까요?

지금의 국회는 국익(國益)과 민의(民意)를 반영하는 입법을 사실상 포기하고 당리(黨利) 추구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사법부도 재판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공기업의 책임자들도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어찌 이뿐입니까. 우리나라 역사학술지의 하나인 《역사농단》에 국토 분단의 모든 책임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있다고 규탄하는 논문을 발표한 사람이 아직도 독립기념관장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역사·문화 권력도 그대로인 것입니다.

진정한 건국일은 1948년 8월 15일

우리 대한민국은 1948년 5월 10일 유엔 감시하의 자유총선거를 통해 임기 2년의 제헌국회를 구성하고 제헌국회가 제정한 헌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선출, 정부가 세워지자 3년간 이 나라의 국권(國權)을 장악했던 미(美)군정사령관은 일체의 국권을 대한민국 초대(初代) 대통령인 이승만(李承晩) 박사에게 이양했습니다.

미 군정으로부터 국권을 이양받은 이승만 대통령은 1948년 8월 15일 전 세계를 향하여 대한민국의 건국을 선포하였습니다. 유엔총회는 한반도에 거주하는 전체 국민의 3분의 2가 참여한 유엔 감시하의 총선거를 통해 성립된 대한민국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하였습니다.

따라서 1945년 8월 15일부터 미 군정으로부터 일체의 국권을 인계받은 1948년 8월까지의 3년간 이 나라의 주권은 사실상 미 군정에 있었습니다. 1945년 8월 15일은 일제 패망일이었지 건국일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건국일은 1948년 8월 15일입니다.

북한은 당초부터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이기 때문에 1948년 8월 15일은 물론 대한민국 건국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한데 북한 말고도 북한의 선전·선동에 직간접으로 오염되거나 동조해 대한민국과 건국일 자체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무리가 우리 사회에 숨어 있습니다.

한 예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정운찬 전 국무총리께서 직접 겪은 일화를 한번 얘기해보겠습니다. 정운찬 총리께서는 지난 11월 중순에 모(某)일간지에 ‘2048년의 비전, 건국 100년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훌륭한 칼럼을 발표하셨는데 이 글에 대해 몇 사람이 시비를 걸어왔다고 합니다. 시비는 글 내용이 아니라 건국 100년의 시점을 1948년으로 잘못 잡았다는 것이었습니다. 1919년이라 말하는 자도 있었고 1945년이라는 말도 있었답니다. 앞으로 이 문제의 정답은 곧 이어질 전문가들의 북 콘서트에서 잘 논의할 것으로 믿습니다.

왜곡된 대한민국 건국사의 진실

2022년 12월 28일 《건국사 재인식》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영일 전 의원.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제가 분수를 모르고 전문 분야를 이탈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 걱정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수많은 대학에 역사학과가 없는 대학이 없고 거기에서 배출된 역사학자들만도 수천 명에 달할 텐데 역사학자가 아닌 제가 감히 ‘대한민국 건국사의 재인식’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글을 쓰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가를 놓고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70년 후반부터 80년대에 걸쳐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라는 역사평론들이 나돌았고 그 일부 가운데 담긴 허구에 찬 글의 저자나 그들의 주장들이 부지불식간에 우리나라 역사학계의 담론을 만드는 주류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때부터 대한민국 건국사의 진실은 왜곡,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왜곡이나 변질을 틀렸다거나 잘못되었다고 비판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역사학계에서 매장되거나 왕따 당하는 일이 빈번했고 심지어 전교조가 나서서 각급 학교의 국사 교과서의 교재 선택 자유까지 틀어막는 내전(內戰)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이 문제는 미해결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것을 바로잡지 못하고는 정권교체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小南韓單政 타도’

총선 홍보 포스터. ‘총선거로 독립문은 열린다’는 문구는 당시 국민들이 일제로부터의 해방에도 불구하고 아직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사진=조선DB

몇 년 전 중국의 시진핑(習近平)은 중국의 고대(古代) 사가들의 말을 인용, “한 나라를 무너뜨리려면 그 나라의 역사를 먼저 파괴했다”면서 중국 내에서의 현대사 논쟁을 철저히 차단했습니다. 소설 《1984》의 작가 조지 오웰도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입니다.

역사 파괴는 공산당들이 벌이는 간접침략의 전형입니다. 당시 소련은 대한민국이 유엔 감시 자유 총선거로 건국되는 것을 저지하려다가 이 공작이 실패로 돌아가자 대한민국을 붕괴시키기 위해 치밀한 심리전 공작을 폈습니다. 공작의 핵심은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을 등에 업고 통일을 외면하고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수립했다는 모략(謀略)입니다.

그들은 이승만 대통령을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운 장본인으로 몰면서 ‘소남한 단정(小南韓單政) 타도’라는 투쟁 구호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소련은 이미 1946년 2월에 북한 지역에 ‘북조선인민위원회’라는 간판을 단 위성(衛星) 정권을 세웠고 3월에는 이 정권을 앞세워 토지개혁을 단행했습니다. 또 중앙은행도 설립, 화폐도 찍어내고 인민군대도 창설했습니다. 국가라는 간판만 달지 않았을 뿐 사실상의 위성 정권을 만들었음이 모든 자료에서 확증됩니다.

소련은 그들이 단행한 북한의 위성 국가화를 은폐하면서 분단 책임을 이승만 대통령과 미국에 떠넘기는 고도의 심리전을 전개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남한 단정 타도’였습니다. 김일성(金日成)은 소련이 제공한 이 구호를 그대로 이어받아 분단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소남한 단정 타도’라는 구호를 일관되게 떠들어 왔습니다.

체제 수호를 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 구호는 박헌영(朴憲永) 주도의 공산당이 투쟁 구호로 공유(共有)했고 한국 내의 좌파들도 이 구호를 합창해왔습니다. “큰 거짓말도 계속해대면 진리로 바뀐다”는 스탈린의 투쟁 지령에 따라 ‘소남한 단정 타도’ 구호를 하루도 쉬지 않고 떠들어 왔습니다. 그 결과 부분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의 입에서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였다는 말이 공공연히 튀어나온 것입니다. 또 80년대 학생운동권을 장악한 소위 주사파(主思派) 역시 ‘소남한 단정 타도’라는 김일성의 교시를 그대로 이행했습니다. ‘소남한 단정 타도’가 목표인 한 이승만 대통령은 철저히 부정해야 할 인물이 되었습니다. 민족분열의 원흉(元兇)이요 6·25동란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으로까지 왜곡했습니다. 최근에는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는 이승만 대통령의 시신까지 파 내치자는 극언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이 나라의 좌파들은 정계, 학계, 노동계를 총동원하여 대한민국의 건국사 파괴, 즉 역사 파괴 공작을 벌였습니다. 지금 상당 부분 파괴되었습니다.

이런 악랄한 공작과 기세에 주눅 든 우리 국사학계는 죄지은 듯이 침묵하거나 건국 문제 자체의 거론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 같은 비전문가라도 나서서 나름의 정론(正論)을 펴서 왜곡되고 변질되어가는 건국사의 흐름을 바로잡는 데 일익을 담당해야겠다고 작심하고 감히 이 책 집필에 나서게 되었음을 이 자리를 통해 고백하는 바입니다. 지난 5년간 우리는 바로 이런 위험한 세력들이 벌이는 정치적 암흑시대를 용케 잘 견뎌냈습니다. 지난 5년간 우리는 ‘운전수가 우측 깜빡이를 켜놓고 계속해서 차를 왼쪽으로만 몰아가는 차’를 타고 가는 신세였습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빠지는 시대를 살았습니다. 정부의 인사도, 안보도, 외교도, 예산도, 자치도 모두 왼쪽으로 쏠려 나가는 판이었습니다.

그러나 6·25와 4·19를 체험한 이 나라의 ‘생각하는 국민’들은 정권의 좌(左)편향을 결코 좌시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정권교체는 만족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급한 불만 껐을 뿐 전(前) 정권이 파놓은 수많은 함정과 알박기 인사는 윤석열(尹錫悅) 정권의 진로(進路)에 커다란 난관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긴장과 불안은 계속되고 체제 수호를 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훌륭한 제헌국회의 ‘건국의 아버지들’

제헌국회는 1948년 5월 30일 중앙청에서 개원했다. 사진=조선DB

저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우리나라 ‘건국의 아버지’들이 얼마나 훌륭한 분들이었는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1948년 5·10선거에서 당선된 임기 2년의 제헌국회의원들은 모두 198명이었습니다. 실제로는 300명이어야 하는데 제주 3개 선거구 중 2개 선거구가 4·3사건으로 선거를 치를 수 없어 두 석이 빠졌고 북한 지역에서 선출되어야 할 의석 100석을 비워둔 채 5월 30일 개원(開院)하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사실에 입각한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제헌국회 속기록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코로나로 국회도서관이 문을 닫아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가 소장한 영인본(影印本)을 접했습니다. 필요한 자료들을 찾아 그때그때마다 나에게 메일로 자료를 보내준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의 관계자들에게 이 기회를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제헌국회의 속기록을 보면서 감동했던 부분은 회의 진행이 서구(西歐) 선진 민주국가들의 회의 방식을 배우면서 103개 조로 된 헌법 조항을 한 조문씩 3독회(讀會)를 거치고 토론과 질의 응답을 벌인 후 표결로 결정했다는 사실입니다. 민주주의 역사가 짧아 마치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에 HR(Home Room·특활) 시간에 연습했던 학급 자치회처럼 규정에 맞게 토론도 하고 동의, 개의, 재개의, 재청, 3청을 하면서 모든 안건을 낱낱이 표결 처리한 것입니다.

당시 의장이었던 이승만 박사가 제안한 안건도 3건이나 부결되었습니다. 헌법이 통과되고 정부조직법이 제정되고 수많은 건국 입법을 제정할 때 의원들을 강박하거나 위협하는 권력 개입은 전혀 없었습니다. 정말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명실상부한 주권자로 만드는 헌법을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일단 표결로 처리된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가 승복하는 모습은 지금도 교훈이 될 것 같습니다.

친일파 처리 문제

저자의 인사말이 다소 길어졌지만 반민족행위자로서의 친일파(親日派) 문제와 관련해서 몇 말씀 추가하겠습니다. 친일파 문제는 아직도 살아 있는 역사 문제입니다. 당시 친일파 처리 문제를 놓고 세 가지 입장이 경합했습니다.

첫째는 이승만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그는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인촌(仁村) 김성수(金性洙) 선생이 마련한 해외독립운동지도자 귀국환영연회석상에서 “조선 국왕이 총 한 방 쏘지 않고 일본에 나라를 바쳤기 때문에 2천만이 친일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고 지적하고, “임금 잘못 만나 36년 동안 일본의 종 노릇 한 것만도 서러운데 이제 해방된 마당에 동포들 간에 다시 친일이냐 반일이냐로 갈라져 다투지 말고 모두 힘을 합쳐 다시 종의 멍에를 쓰지 않는 튼튼한 나라 만들기에 힘을 모으자”고 호소하고 “꼭 처벌할 자가 있다면 그 범위를 일본놈의 악질적인 앞잡이에 한정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박헌영의 조선공산당은 지주(地主) 계급과 친일분자는 모두 척결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여 땅 없는 농민들에게 나눠주고 관리는 인민위원회에 맡기자고 주장했습니다.

또 김구(金九) 선생이 중심이 된 한국독립당 계열은 ‘임정순혈주의(臨政純血主義)’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일파의 척결과 재산 몰수를 당 강령으로 밝혔습니다.

우리나라는 히틀러의 독일에 4년 동안 점령당한 프랑스나 벨기에 같은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36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식민 지배를 받아왔기 때문에 해방된 조국에서 국내에 있던 사람치고 친일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독당과 공산당은 친일파 청산을 강도 높게 주장했습니다. 친일 청산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해방된 조국에서 자기들의 정치적 입지를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명분보다 안보 택한 이승만

제헌헌법에 서명하는 이승만 제헌국회 의장. 그는 이어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사진=조선DB

이러한 정치 상황을 반영하여 제헌헌법 101조는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악질적인 친일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관련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당시 반민특위(反民特委)는 시행에 두 가지 큰 제약요인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조선공산당이 주도하는 지하당 공작과 테러, 폭동, 파업이 정부 전복 수준으로 번지고 있었습니다. 둘째는 반민특위법 시행을 놓고 정부와 의회가 대립한 것입니다. 정부는 국회가 법은 제정하더라도 제정된 법의 시행은 행정부와 법원의 소관이라고 주장한 데 반해 국회는 자기들이 주체가 되어 특별재판부와 특별검찰을 구성하고 특별경찰대를 만들어 친일파들을 체포, 처벌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3권 분립 이론을 내세워 국회가 독자적으로 구성한 특별재판부, 특별검찰을 못마땅하게 보았지만 법 규정상 마지못해 인정하고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그러나 국회가 일방적으로 만든 특별경찰대는 인정치 않고 이를 강제로 해산해버렸습니다. 이때부터 반민특위는 사실상 약체화(弱體化)되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반민특위법을 정치명분 논리에 밀려 그대로 집행할 것인가 아니면 국론분열도 막고 좌익폭동 음모에서 국가를 지킬 역량을 모으는 데 치중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국가안보를 택했습니다.

당시 미 군정과 대한민국 정부가 친일경찰들을 상당수 발탁했는데 이것은 미 군정이나 이승만 대통령이 친일 성향이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 시기 전직 경찰에게만 공산당의 국가 전복 음모를 막아낼 정보와 경험을 가진 기술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역시 이상(理想)보다는 현실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은 축복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참으로 큰 축복임을 실감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2021년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 발표대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남북한은 같은 민족인데 왜 남한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는데 북한은 지구 최빈국(最貧國)으로 전락했습니까.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철학)가 그의 ‘대한민국론’(《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를 말함-편집자 주)에서 지적한 것처럼 발전의 주체는 민족이 아니라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남북한은 민족은 같지만 국가는 달랐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에게 주권이 있지만 북한에는 수령(首領)에게 있습니다. 제헌 의원들이 우리 국민들을 주권자로 받드는 헌법을 다부지게 제정했기 때문입니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나라는 발전했지만 수령에게 있는 나라는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오늘의 세계가 증명합니다.

나는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한계에 봉착하여 먹거리가 바닥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30년간 우리가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누렸던 무역흑자가 올해 처음으로 적자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간 우리는 중국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미국발(發) 세계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것도 피하면서 선진국의 고지(高地)에 성큼 올라섰던 것입니다. 그간 반도체가 가장 중요한 소득원이었습니다만 미중(美中) 패권(覇權)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황이 여러 가지로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우리는 방산굴기(防産崛起)라는 새로운 기회를 만났습니다. 중동(中東) 건설을 향한 새로운 전망도 갖게 되었습니다. 조선업에서도 서광이 비칩니다. 또 그간 정부의 노력으로 세계 58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는데 형편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국회가 법인세를 조금 인하하고 노동의 유연성만 보장한다면 세계 각지로부터 투자를 끌어들여 ‘Made in Korea’로 더 넓은 활로를 열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내릴 시국의 정답은 한마디로 3분의 1의 정권교체를 100% 정권교체로 바꿔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을 완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어야 비로소 정운찬 총리께서 말하는 ‘2048년의 비전, 건국 100년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무너져가는 전체주의 독재

제 말이 너무 길었습니다만 우리에게는 전망이 결코 비관적이 아닙니다. 올해는 세계적으로 전체주의(全體主義) 독재가 하나씩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지(白紙)를 앞세우고 시위에 나선 중국의 젊은 남녀들 속에서 독재 반대의 강렬한 불꽃을 봅니다. 종교경찰을 앞세워 히잡을 입은 여성들을 괴롭히던 회교 전체주의도 그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거부하기 위해 징집에 반대투쟁을 벌이는 러시아의 젊은이들과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우크라이나 인민들의 가열한 투쟁 속에서 우리는 실패에 직면한 러시아 푸틴 독재의 위기를 봅니다.

우리의 북녘 땅에서는 지금 아무런 기쁜 소식이 없습니다만 나는 반드시 북한 땅에서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 믿고 기대합니다. 인권보장과 배고픔에서 해방되기를 열망하는 꿈이 북한 땅에서도 싹트고 있을 것임을 믿으면서 제 말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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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 前 의원의 《건국사의 재인식》

역사 파괴는 공산당 간접침략의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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