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층 사로잡기 위해 黨憲·黨規 손질해야
⊙ 공정에 목숨 건 MZ세대… 이들에 맞는 정책 내놓아야
⊙ 逆선택 방지 조항, 통계적으로 無의미
兪京濬
1961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코넬대학 대학원 경제학 박사 /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수석이코노미스트,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15대 통계청장 / 現 21대 국회의원(국민의힘·서울 강남병)
⊙ 공정에 목숨 건 MZ세대… 이들에 맞는 정책 내놓아야
⊙ 逆선택 방지 조항, 통계적으로 無의미
兪京濬
1961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코넬대학 대학원 경제학 박사 /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수석이코노미스트,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15대 통계청장 / 現 21대 국회의원(국민의힘·서울 강남병)
- 지난 6월 11일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당대표로 30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선됐다. 정치권에 부는 세대교체 바람과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로 여겨진다. 국민의힘은 당대표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책임당원의 분포가 영남에 55%, 50대 이상의 비율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30대 당대표 탄생은 젊은층(MZ세대)의 지지만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현재 10대 후반에서 30대에 이르는 청년층은 최근 정치판을 화끈하게 바꾸고 있다. 이 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남과는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선거에서 나타난 연령별 분화 현상을 분석하면, MZ세대의 영향력은 이전부터 예견돼왔다. 이 글에서는 세대 대결에 대한 담론과 지난해 총선(21대), 4·7재보궐선거(서울시장)에서 나타난 연령별 투표 성향을 간략히 분석하고, 향후 예견되는 세대 간 갈등과 관련한 주요 이슈를 짚어보고자 한다.
독일의 先例, ‘실제 세대’와 한국의 MZ세대
기존 세대 담론은 주로 세대를 생물학적 기준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눴다. 15년에서 30년의 주기로 세대가 교체된다고 봤다. 하지만 1920년대 독일에서는 ‘세대가 꼭 생물학적 기준만으로 규정되지는 않는다’는 새로운 담론이 시작됐다.
사회변동 과정에 같이 참여하고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집단을 의미하는 ‘세대 연관’이나 ‘실제 세대(generation as actuality)’라는 용어로 세대를 재정의했다. 이는 사회·정치적 입장을 공유하고 통일된 행동 방식을 스스로 표출하는 집단이 하나의 ‘실제 세대’를 구성하며, 이 실제 세대는 여러 세대 단위로 나누어질 수 있다고 본다
당시 독일에서 세대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생겨난 이유는 ▲서구(인구부족)와 비(非)서구(인구과잉) 세계의 갈등 ▲독일 사회복지제도의 암묵적 전제(동의)였던 ‘세대 간 연대’에 대한 문제 제기 ▲핵가족시대 이후 개인의 정체성과 친밀성 문화의 변동 등으로 볼 수 있다.
독일은 1990년대 이후 연금과 복지를 둘러싼 세대 갈등이 또다시 이슈가 됐다. 폴크스바겐 골프세대(1990년 독일 통일 당시 서독에서 성장해 활동한 세대), 68세대(6·8혁명 당시 프랑스 학생운동에 동조한 젊은 세대), 89세대(동유럽 사회주의 붕괴 이후 세대), 베를린세대(특정 이념에 매몰되지 않는 실용주의 추구 세대) 등 생물학적 개념에 기초한 전통적 접근으로는 분석하기 어려운 새로운 세대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386세대를 시작으로 88만원세대, N포세대(연애·결혼·출산·내 집 마련 포기 등), 촛불세대, MZ세대 등이 나타나고 있다. MZ세대는 생물학적으로는 1960년대생인 586세대의 다음 세대다.
지금 우리나라는 1990년대 독일 상황과 유사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일자리 문제 ▲복지 비용 증가에 따른 세대 간 재정 분담 문제 ▲세대 간 자산(부동산, 주식, 암호자산 등) 격차 등 공정이라는 가치와 기준을 놓고 세대 갈등과 세대 분화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의 핵심 키워드, 公正
MZ세대는 인터넷 같은 가상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 때문에 개인주의에 쉽게 빠지고, 일부 유명인사들의 성취에 좌절하거나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MZ세대의 특징은 이른바 ‘공정’이라는 가치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체화된 공정과 능력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을 두고 우리나라 젊은 층이 보인 반응을 들 수 있다. 당시 MZ세대는 열심히 노력한 우리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고, 북한 선수들이 마치 무임승차를 하는 듯한 모습에 분노했다.
조국사태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 등은 공정이라는 가치가 훼손될 때 MZ세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예다.
필자는 4·7재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장 투표에서 나타난 20대 남녀(이대남·이대녀)의 정당지지 성향의 분화를 ‘공정’과 ‘일자리’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분석한다.
공정에 대한 세대 갈등과 대결 양상은 이제 연령을 넘어 성별에서도 분화하고 있다. 최근 MZ세대가 ‘페미니즘’을 놓고 남녀끼리 논쟁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젊은 남성들은 페미니즘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실제 세대’인 ‘MZ세대’가 ‘페미니즘’ 때문에 성(性)을 기준으로 ‘재분화’하는 사례다. 이러한 ‘실제 세대의 재분화’ 현상은 지난해 총선과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연달아 발견됐다.
먼저 지난해 총선에서 나타난 연령별 정당지지 성향을 보면, 연령별 분화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586세대인 50대를 경계로, 40대 이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60대 이상은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을 각각 열렬히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는 민주당을 미미하게나마 더 지지했다. 사전투표에서는 정당별 지지 경향성이 두 배 이상 강하게 나타났다. 이 분석은 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바탕으로 회귀분석한 결과다. 연령별 지지 정당 차가 왜 발생했는지 분석하면 향후 선거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7 서울시장 선거, ‘이대남’은 국민의힘 ‘이대녀’는 민주당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의 투표 성향을 사전투표로 한정해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지난 총선과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비교할 때, 50대 이하는 모두 ‘상대적으로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을 더 지지했다’라는 ‘예상된 결과’가 나왔다. 이는 당연히 집권당이 일자리·부동산 정책 등 경제정책 전반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4·7 서울시장 사전투표에서 60대 이상이 지난해 총선보다 민주당을 더 지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총선 당시 고령의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 퍼진 ‘사전투표 부정 선거설(說)’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사전투표 부정 선거 논란’ 때문에 사전투표를 꺼렸다. 지난 총선에서 사전투표의 경우, 60세 이상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 성향 차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당별 투표 성향을 분석하면, ‘연령대에 따른 투표 성향 차이’와 ‘청년층에서의 성별 분화’가 관찰됐다. 성별 분화란, 비록 MZ세대에 포함되나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따라 투표 행태가 다르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같은 연령대에서 성별에 따른 지지 성향 차이를 살펴보면, 20대 남성은 국민의힘에 압도적 지지를 보였다. 20대 여성은 조금이나마 민주당에 더 지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듯 확연하게 성별 분화가 나타난 이유는 남성은 일자리와 주거, 공정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에 실망해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반면, 여성은 민주당을 대신해 국민의힘이 아닌 페미니즘 성향 소수 정당을 일부 지지했다. 종합하면 20대 남녀의 정당지지 성향 분화는 일자리와 주거, 공정, 페미니즘 등에 복합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30대는 남녀 모두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을 더 지지했다. 여성이 조금 더 뚜렷하게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는 반대로 40~50대는 남녀 모두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성향을 더 보였고, 남녀 간 지지 성향에서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남녀 모두 민주당을 더 지지하는 성향을 보인 것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향후 당일 투표의 선거구별 자료를 취합하면 더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다.
MZ세대 외면하는 문재인 정부
MZ세대는 ‘재난지원금 10만원’에 기뻐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성세대가 자신들에게 떠넘긴 빚이라는 것을 간파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MZ세대에게 이는 ‘공정’의 문제이다.
복지와 연금 제도를 놓고 독일에서 벌어진 세대 갈등이 분명 한국에서도 재현될 것이다. 현 정부는 집권 초 국민연금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사회보험료가 오르면 ‘표’가 떨어진다며 방관했다. 정부는 오토바이 배달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특수고용자(특고)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손을 놓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전선을 누비며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이들의 상당수가 바로 MZ세대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외면하고 있다. 단시간·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는 정책으로 청년들을 ‘알바 인생’으로 내몰고 있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청년들이 좋아할 것이라 여겼지만, 2030세대의 눈에는 불평등, 불공정, 부(不)정의의 결정체였다.
또한 현 정부는 25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주택은 공급하지 않았다. 징벌적 과세에만 몰두해 집값만 급등시켰다.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주택은 자산 형성 수단이자 계층 이동 사다리였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근로소득으로는 언감생심 집을 살 수가 없게 됐다.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 이들이 주식 시장으로 몰려가 ‘동학개미’가 됐다. 이렇게 살아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이들은 한탕 크게 노리고 가상자산(암호화폐)에도 손을 댔다. 그러자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면서 ‘가상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도 세금을 징수하는 이유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의 보호인데도, 정작 아무런 보호를 해주지는 않겠다고 말한다. 갈 곳 없는 MZ세대는 불안하다.
현 정부를 상징하는 단어가 바로 ‘내로남불’이다. 자신들은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너희는 임대아파트에 살라’고 한다. 온갖 부모 찬스를 활용하면서도 남의 자식을 향해서는 ‘모두가 개천의 용이 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청년, MZ세대는 ‘공정’의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9개월 남은 大選, MZ세대 위한 정책 개발 필요
대통령 선거가 약 9개월 남았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MZ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신혼부부, 청년층이 집을 살 수 있도록 특별 공급 확대는 물론 대출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 이들은 앞으로 돈을 갚아 나갈 능력이 충분하다. 금융 지원 등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가상자산을 단지 세금 부과의 대상으로만 삼지 말고, 내재 가치가 있는지 살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과거 폭발적인 인구증가에도 우리나라 실업률이 꾸준히 하락할 수 있었던 것은 활발한 민간투자와 이를 통한 경제성장 덕분이었다. 탈(脫)원전 정책, 태양광 발전 사업 지원 등은 대표적인 정부의 잘못된 개입 사례이다.
더불어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선 등을 종합한 노동시장 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 정년연장은 고령화 시대에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현재 연공서열형 호봉제를 바탕으로 한 임금체계를 유지한 채 정년연장 확대는 어려울 뿐이다. 여기에 신규채용의 걸림돌이 될 뿐이다. 결국 국가가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보완해야 할 고령화 문제를 기업에 부담으로만 떠넘길 일이 아니다. 다음 정권은 세대 갈등 요인을 바로잡고 노동시장 개혁에도 앞장서야 한다.
지금의 2030세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떤 세대보다 많은 것을 공부하고 의사 표현이 강하고 명확하다. 특히 ‘공정’이라는 주제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향후 선거에서 MZ세대의 표심을 잡을 수 있다.
逆선택 방지?
‘모호한’ 국민의힘 당헌·당규
최근 전당대회에서 벌어진 국민의힘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 몇 가지 논의하고 싶다. 이번 여론조사는 결과적으로 MZ세대를 철저히 배제했다.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여론조사와 당대표 선출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개선해야만 한다.
국민의힘 당규(당대표·최고위원 선출 규정)에 있는 당대표 경선 규칙은 ‘선거인단의 유효 투표 결과 70%와 여론조사 결과 30%를 반영해 최다 득표한 자를 당대표로 결정한다’고 돼 있다.
후보자 예비심사(컷오프) 도입 여부 및 심사 방법, 선거인단 세부 비율 및 배분 방식 등 기타 필요한 사항은 늘 새로 선임되는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한다.
당헌에는 당에서 실시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론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 정당이 없는 자’로 제한할 수 있는, 이른바 ‘역선택’ 방지를 위한 임의규정이 있다.
따라서 당헌·당규에 따르면 역선택 방지 조항과 컷오프 도입 여부, 선거인단 배분 방식은 모두 선관위의 결정 사항으로 볼 수도 있다.
반면 당헌의 역선택 방지 조항은 임의규정이고, 당규의 당대표 선출 규정에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직접 규정돼 있지 않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이 당헌·당규를 위반한 사항은 아니지만, 부당(不當)이나 부적정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이는 오랫동안 당대표 선거 투표는 당심(黨心) 70%와 민심(民心) 30%로 진행됐기에 특별히 이번 선거에서 이를 바꾸려면 그 당위성이 충분히 인정돼야 했기 때문이다.
당심을 당대표 선거에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당원 의사가 70%나 반영됐는데, 이른바 역선택 방지를 이유로 나머지 30% 몫까지 당심으로 채우는 것은 민심으로부터 지나치게 멀어지는 결과를 부른다.
MZ세대 위한 여론조사 규칙 만들어야
당대표 출마자 중 일부가 컷오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대표 결선 투표는 선거인단 전체에 대한 설문조사이기에 문제가 없지만, 컷오프 실시 방법은 전체 선거인단과 여론조사의 구체적인 방식을 선관위에서 정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선거인단 각 1000명(당원·일반국민)을 여론조사 기관에 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과 연령 배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컷오프를 할 때 당원 여론조사 연령별 비중을 ▲40대 이하(29.9%) ▲50대(29.5%) ▲60대 이상(40.6%) 등 세 그룹으로 나눴다. 이 방식대로라면 2030청년 목소리는 어디에도 반영할 수 없다. ‘40대 이하’를 ‘청년 몫’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30대의 응답률이 저조하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40대 이상의 목소리만 대변되는 구조이다.
청년층 당원이 적어서 표본 확보가 어려웠다고 둘러대지 말아야 한다. 청년 당원 수가 적으면 오히려 이들을 배려하는 ‘기본 할당제’를 따로 두었어야 한다. 앞으로는 여론조사에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20대, 30대, 40대 등 10세 단위로 표본을 나눠 의무 비례 할당을 해야 한다.
필자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거나 후보 개개인에 따라 그때그때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나 실제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오히려 역선택 방지 조항이 선거 때마다 다르게 결정될 수 있는 구조가 더 문제라 볼 수 있으니 개선할 필요가 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현재 10대 후반에서 30대에 이르는 청년층은 최근 정치판을 화끈하게 바꾸고 있다. 이 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남과는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선거에서 나타난 연령별 분화 현상을 분석하면, MZ세대의 영향력은 이전부터 예견돼왔다. 이 글에서는 세대 대결에 대한 담론과 지난해 총선(21대), 4·7재보궐선거(서울시장)에서 나타난 연령별 투표 성향을 간략히 분석하고, 향후 예견되는 세대 간 갈등과 관련한 주요 이슈를 짚어보고자 한다.
독일의 先例, ‘실제 세대’와 한국의 MZ세대
기존 세대 담론은 주로 세대를 생물학적 기준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눴다. 15년에서 30년의 주기로 세대가 교체된다고 봤다. 하지만 1920년대 독일에서는 ‘세대가 꼭 생물학적 기준만으로 규정되지는 않는다’는 새로운 담론이 시작됐다.
사회변동 과정에 같이 참여하고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집단을 의미하는 ‘세대 연관’이나 ‘실제 세대(generation as actuality)’라는 용어로 세대를 재정의했다. 이는 사회·정치적 입장을 공유하고 통일된 행동 방식을 스스로 표출하는 집단이 하나의 ‘실제 세대’를 구성하며, 이 실제 세대는 여러 세대 단위로 나누어질 수 있다고 본다
당시 독일에서 세대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생겨난 이유는 ▲서구(인구부족)와 비(非)서구(인구과잉) 세계의 갈등 ▲독일 사회복지제도의 암묵적 전제(동의)였던 ‘세대 간 연대’에 대한 문제 제기 ▲핵가족시대 이후 개인의 정체성과 친밀성 문화의 변동 등으로 볼 수 있다.
독일은 1990년대 이후 연금과 복지를 둘러싼 세대 갈등이 또다시 이슈가 됐다. 폴크스바겐 골프세대(1990년 독일 통일 당시 서독에서 성장해 활동한 세대), 68세대(6·8혁명 당시 프랑스 학생운동에 동조한 젊은 세대), 89세대(동유럽 사회주의 붕괴 이후 세대), 베를린세대(특정 이념에 매몰되지 않는 실용주의 추구 세대) 등 생물학적 개념에 기초한 전통적 접근으로는 분석하기 어려운 새로운 세대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386세대를 시작으로 88만원세대, N포세대(연애·결혼·출산·내 집 마련 포기 등), 촛불세대, MZ세대 등이 나타나고 있다. MZ세대는 생물학적으로는 1960년대생인 586세대의 다음 세대다.
지금 우리나라는 1990년대 독일 상황과 유사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일자리 문제 ▲복지 비용 증가에 따른 세대 간 재정 분담 문제 ▲세대 간 자산(부동산, 주식, 암호자산 등) 격차 등 공정이라는 가치와 기준을 놓고 세대 갈등과 세대 분화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의 핵심 키워드, 公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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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9월 19일,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장관 사퇴 및 딸 조민씨에 대한 입학 취소 촉구 집회. 사진=뉴시스 |
대표적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을 두고 우리나라 젊은 층이 보인 반응을 들 수 있다. 당시 MZ세대는 열심히 노력한 우리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고, 북한 선수들이 마치 무임승차를 하는 듯한 모습에 분노했다.
조국사태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 등은 공정이라는 가치가 훼손될 때 MZ세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예다.
필자는 4·7재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장 투표에서 나타난 20대 남녀(이대남·이대녀)의 정당지지 성향의 분화를 ‘공정’과 ‘일자리’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분석한다.
공정에 대한 세대 갈등과 대결 양상은 이제 연령을 넘어 성별에서도 분화하고 있다. 최근 MZ세대가 ‘페미니즘’을 놓고 남녀끼리 논쟁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젊은 남성들은 페미니즘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실제 세대’인 ‘MZ세대’가 ‘페미니즘’ 때문에 성(性)을 기준으로 ‘재분화’하는 사례다. 이러한 ‘실제 세대의 재분화’ 현상은 지난해 총선과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연달아 발견됐다.
먼저 지난해 총선에서 나타난 연령별 정당지지 성향을 보면, 연령별 분화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586세대인 50대를 경계로, 40대 이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60대 이상은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을 각각 열렬히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는 민주당을 미미하게나마 더 지지했다. 사전투표에서는 정당별 지지 경향성이 두 배 이상 강하게 나타났다. 이 분석은 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바탕으로 회귀분석한 결과다. 연령별 지지 정당 차가 왜 발생했는지 분석하면 향후 선거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7 서울시장 선거, ‘이대남’은 국민의힘 ‘이대녀’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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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사진=뉴시스 |
놀라운 것은 4·7 서울시장 사전투표에서 60대 이상이 지난해 총선보다 민주당을 더 지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총선 당시 고령의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 퍼진 ‘사전투표 부정 선거설(說)’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사전투표 부정 선거 논란’ 때문에 사전투표를 꺼렸다. 지난 총선에서 사전투표의 경우, 60세 이상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 성향 차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당별 투표 성향을 분석하면, ‘연령대에 따른 투표 성향 차이’와 ‘청년층에서의 성별 분화’가 관찰됐다. 성별 분화란, 비록 MZ세대에 포함되나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따라 투표 행태가 다르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같은 연령대에서 성별에 따른 지지 성향 차이를 살펴보면, 20대 남성은 국민의힘에 압도적 지지를 보였다. 20대 여성은 조금이나마 민주당에 더 지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듯 확연하게 성별 분화가 나타난 이유는 남성은 일자리와 주거, 공정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에 실망해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반면, 여성은 민주당을 대신해 국민의힘이 아닌 페미니즘 성향 소수 정당을 일부 지지했다. 종합하면 20대 남녀의 정당지지 성향 분화는 일자리와 주거, 공정, 페미니즘 등에 복합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30대는 남녀 모두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을 더 지지했다. 여성이 조금 더 뚜렷하게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는 반대로 40~50대는 남녀 모두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성향을 더 보였고, 남녀 간 지지 성향에서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남녀 모두 민주당을 더 지지하는 성향을 보인 것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향후 당일 투표의 선거구별 자료를 취합하면 더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다.
MZ세대 외면하는 문재인 정부
MZ세대는 ‘재난지원금 10만원’에 기뻐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성세대가 자신들에게 떠넘긴 빚이라는 것을 간파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MZ세대에게 이는 ‘공정’의 문제이다.
복지와 연금 제도를 놓고 독일에서 벌어진 세대 갈등이 분명 한국에서도 재현될 것이다. 현 정부는 집권 초 국민연금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사회보험료가 오르면 ‘표’가 떨어진다며 방관했다. 정부는 오토바이 배달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특수고용자(특고)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손을 놓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전선을 누비며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이들의 상당수가 바로 MZ세대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외면하고 있다. 단시간·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는 정책으로 청년들을 ‘알바 인생’으로 내몰고 있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청년들이 좋아할 것이라 여겼지만, 2030세대의 눈에는 불평등, 불공정, 부(不)정의의 결정체였다.
또한 현 정부는 25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주택은 공급하지 않았다. 징벌적 과세에만 몰두해 집값만 급등시켰다.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주택은 자산 형성 수단이자 계층 이동 사다리였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근로소득으로는 언감생심 집을 살 수가 없게 됐다.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 이들이 주식 시장으로 몰려가 ‘동학개미’가 됐다. 이렇게 살아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이들은 한탕 크게 노리고 가상자산(암호화폐)에도 손을 댔다. 그러자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면서 ‘가상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도 세금을 징수하는 이유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의 보호인데도, 정작 아무런 보호를 해주지는 않겠다고 말한다. 갈 곳 없는 MZ세대는 불안하다.
현 정부를 상징하는 단어가 바로 ‘내로남불’이다. 자신들은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너희는 임대아파트에 살라’고 한다. 온갖 부모 찬스를 활용하면서도 남의 자식을 향해서는 ‘모두가 개천의 용이 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청년, MZ세대는 ‘공정’의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9개월 남은 大選, MZ세대 위한 정책 개발 필요
대통령 선거가 약 9개월 남았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MZ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신혼부부, 청년층이 집을 살 수 있도록 특별 공급 확대는 물론 대출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 이들은 앞으로 돈을 갚아 나갈 능력이 충분하다. 금융 지원 등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가상자산을 단지 세금 부과의 대상으로만 삼지 말고, 내재 가치가 있는지 살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과거 폭발적인 인구증가에도 우리나라 실업률이 꾸준히 하락할 수 있었던 것은 활발한 민간투자와 이를 통한 경제성장 덕분이었다. 탈(脫)원전 정책, 태양광 발전 사업 지원 등은 대표적인 정부의 잘못된 개입 사례이다.
더불어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선 등을 종합한 노동시장 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 정년연장은 고령화 시대에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현재 연공서열형 호봉제를 바탕으로 한 임금체계를 유지한 채 정년연장 확대는 어려울 뿐이다. 여기에 신규채용의 걸림돌이 될 뿐이다. 결국 국가가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보완해야 할 고령화 문제를 기업에 부담으로만 떠넘길 일이 아니다. 다음 정권은 세대 갈등 요인을 바로잡고 노동시장 개혁에도 앞장서야 한다.
지금의 2030세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떤 세대보다 많은 것을 공부하고 의사 표현이 강하고 명확하다. 특히 ‘공정’이라는 주제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향후 선거에서 MZ세대의 표심을 잡을 수 있다.
逆선택 방지?
‘모호한’ 국민의힘 당헌·당규
최근 전당대회에서 벌어진 국민의힘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 몇 가지 논의하고 싶다. 이번 여론조사는 결과적으로 MZ세대를 철저히 배제했다.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여론조사와 당대표 선출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개선해야만 한다.
국민의힘 당규(당대표·최고위원 선출 규정)에 있는 당대표 경선 규칙은 ‘선거인단의 유효 투표 결과 70%와 여론조사 결과 30%를 반영해 최다 득표한 자를 당대표로 결정한다’고 돼 있다.
후보자 예비심사(컷오프) 도입 여부 및 심사 방법, 선거인단 세부 비율 및 배분 방식 등 기타 필요한 사항은 늘 새로 선임되는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한다.
당헌에는 당에서 실시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론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 정당이 없는 자’로 제한할 수 있는, 이른바 ‘역선택’ 방지를 위한 임의규정이 있다.
따라서 당헌·당규에 따르면 역선택 방지 조항과 컷오프 도입 여부, 선거인단 배분 방식은 모두 선관위의 결정 사항으로 볼 수도 있다.
반면 당헌의 역선택 방지 조항은 임의규정이고, 당규의 당대표 선출 규정에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직접 규정돼 있지 않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이 당헌·당규를 위반한 사항은 아니지만, 부당(不當)이나 부적정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이는 오랫동안 당대표 선거 투표는 당심(黨心) 70%와 민심(民心) 30%로 진행됐기에 특별히 이번 선거에서 이를 바꾸려면 그 당위성이 충분히 인정돼야 했기 때문이다.
당심을 당대표 선거에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당원 의사가 70%나 반영됐는데, 이른바 역선택 방지를 이유로 나머지 30% 몫까지 당심으로 채우는 것은 민심으로부터 지나치게 멀어지는 결과를 부른다.
MZ세대 위한 여론조사 규칙 만들어야
당대표 출마자 중 일부가 컷오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대표 결선 투표는 선거인단 전체에 대한 설문조사이기에 문제가 없지만, 컷오프 실시 방법은 전체 선거인단과 여론조사의 구체적인 방식을 선관위에서 정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선거인단 각 1000명(당원·일반국민)을 여론조사 기관에 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과 연령 배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컷오프를 할 때 당원 여론조사 연령별 비중을 ▲40대 이하(29.9%) ▲50대(29.5%) ▲60대 이상(40.6%) 등 세 그룹으로 나눴다. 이 방식대로라면 2030청년 목소리는 어디에도 반영할 수 없다. ‘40대 이하’를 ‘청년 몫’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30대의 응답률이 저조하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40대 이상의 목소리만 대변되는 구조이다.
청년층 당원이 적어서 표본 확보가 어려웠다고 둘러대지 말아야 한다. 청년 당원 수가 적으면 오히려 이들을 배려하는 ‘기본 할당제’를 따로 두었어야 한다. 앞으로는 여론조사에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20대, 30대, 40대 등 10세 단위로 표본을 나눠 의무 비례 할당을 해야 한다.
필자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거나 후보 개개인에 따라 그때그때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나 실제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오히려 역선택 방지 조항이 선거 때마다 다르게 결정될 수 있는 구조가 더 문제라 볼 수 있으니 개선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