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시장 유고’ 상황에서 진행되는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 : 월간조선

‘시장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서울시가 2020년 9월 돌연 ‘광화문광장 재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박원순(朴元淳)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지 80일쯤 지날 무렵인 지난해 9월 28일 서울시는 ‘시민 뜻 담아, 쉬고 걷기 편한 광화문광장으로 변화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런저런 내용이 장황하게 기술돼 있지만, 요약하면 서울시 종로구 소재 세종문화회관 앞 세종로 서쪽 도로(광화문~광화문 사거리)를 광화문광장으로 통합하고, 교보문고 앞에 있는 동쪽 도로(광화문 사거리~광화문)를 현재 ‘6차선 일방통행’에서 ‘7~9차선 양방향 통행’으로 바꾼다는 계획이었다.

바꿔 말하면, 광화문광장을 세종로 한가운데 있는 ‘중앙광장’에서 세종문화회관 쪽과 연결되는 ‘편측 광장’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광화문광장이 새로 조성되면 현재 광장 정중앙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동상’은 졸지에 광장의 오른쪽 가장자리로 밀려나게 된다. 해당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는 세종로 동쪽 도로 공사 예정 시기를 ‘2020년 10월 말’이라고 밝혔다. 실제 공사는 같은 해 11월 16일부터 시작됐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에 착수하자,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일제히 반발했다. 해당 사업의 타당성을 떠나 2021년 4월 7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 800억원가량이 들어가는 토목공사를 진행하는 자체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또 박 시장이 반대 의견에 못 이겨 2019년 9월 ‘사업 추진 잠정 중단·원점 재검토’를 선언하며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던 사업을 시장 권한대행이 강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추미애(秋美愛) 논란에 묻혀 지금은 세간의 이목에서 벗어나 있다.

그럼에도 ‘박원순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론화 과정에 참여했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9개 시민단체는, 해당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과 ‘1인 시위’에 이어 서울시를 상대로 ‘무효 소송’을 제기(2020년 12월 1일)했다. 이들은 왜 같은 시민단체 출신 시장이 추진했던 ‘역점 사업’을 반대하는 것일까. 서울시가 내세우는 사업 추진 근거는 과연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의 법적 쟁점과 당위성 문제를 짚어봤다.

조성 5년 만에 722억원 들인 광장 ‘재공사’ 의사 밝힌 박원순

2020년 11월 16일,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서정협 서울시 행정 1부시장은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 착수 사실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광화문광장은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 때 조성됐다. 본격적인 조성 논의 시점은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이다. 2003년, 서울시는 시청과 광화문·숭례문 일대에 광장을 조성하는 ‘시민광장 조성 기본계획’을 만들었다. 2005년 당시 문화재청(당시 청장 유홍준)도 경복궁 복원사업의 하나로 광화문광장 조성 의사를 밝히고 건축가 승효상(承孝相)씨의 건축사무소 이로재에 조성계획 구상을 맡겼다. 그 결과, 도출된 설계안이 바로 ‘세종문화회관 쪽 편측 배치안’이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는 세종로 양쪽 보도를 넓혀 광장 2개를 만드는 ‘양측 배치안’, 양쪽 차로를 줄이고 중앙에 광장을 만드는 ‘중앙 배치안’, 승씨의 ‘서쪽 편측 배치안’을 놓고 여론조사와 시민토론회, 시민위원회 자문결과 등을 거쳐 ‘중앙 배치안’으로 결정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앙 배치안’에 대한 찬성률은 44.4%다. 양측 배치안과 편측 배치안의 경우에는 각각 25.9%, 29.7%였다. 서울시는 2006년 12월부터 관련 작업을 시작했고, 실제 착공은 2008년 5월에 이뤄졌다. 약 722억원이 투입된 광화문광장 조성은 2009년 7월에 완료됐다.

2011년 8월에 있었던 오 전 시장의 중도 사퇴에 따라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정을 맡게 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그 이듬해인 2012년부터 ‘오세훈 표 광화문광장’에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지금 광화문광장은 거대한 중앙분리대예요. 참 어정쩡한 상태죠. 그렇다고 그걸 파헤쳐 전부 뜯어고칠 수도 없고요. 다만 세종문화회관 쪽 도로의 통행을 제한해 자연스럽게 광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차량 통행을 막아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열도록 할 겁니다. 그것만 해도 많은 변화가 생길 거예요.”(2012년 11월,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

박 전 시장은 2014년 10월, “광화문광장의 현재 시스템에 대해 나만 아니라 많은 시민과 전문가들이 고민하고 있고, 많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변화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광장이 완공된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실상 ‘재조성’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날 박 전 시장은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안’은 앞서 얘기한 승씨의 ‘서쪽 편측 배치안’이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무소속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의 ‘멘토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승씨는 당시 ‘박원순 서울시’의 건축 관련 각종 사업을 제안하고, 자문하는 ‘총괄건축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또 앞서 박 전 시장이 광화문광장을 가리켜 ‘거대한 중앙분리대’라고 했던 혹평의 ‘원작자’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전 시장은 2016년 5월, “광화문광장 문제에 고민이 많다”며 “다시 한 번 마스터플랜을 만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세종로 상부에 육조거리를 복원하자는 제안도 했다. 박 전 시장은 “광화문광장 양쪽에 길이 있는데 왼쪽(서쪽)은 붙이고 반대쪽만 다니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는 2016년 9월 분야별 전문가와 서울시 내부 인력으로 구성된 이른바 ‘광화문포럼’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광화문광장 재조성 논의를 시작했다.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 탄핵에 따라 ‘조기 대선’ 정국이 전개된 2017년 4월, ‘낮은 지지율’ 탓에 일찌감치 대권 경쟁을 자진 포기한 박 전 시장은 “광화문광장이 국가 상징 거리로서 위상을 갖추도록 정부와 함께 재구조화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이 광화문광장 사업 중단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라

서울시는 세종로 서쪽 세종문화회관 쪽 보도와 도로(광화문~광화문 사거리)와 광화문광장을 연결해 왼쪽으로 치우친 ‘광장’을 만들고, 세종로 동쪽 도로를 기존의 일방통행에서 양 방향 통행으로 바꾸는 공사를 진행한다. 사진=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의 ‘광화문포럼’은 2017년 5월 차도를 지하화하고 지상을 전면 보행 광장으로 하는 안을 발표했지만, 2018년 4월에 백지화됐다. 서울시는 2005년의 ‘승효상 안’으로 회귀했다. 2018년 4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 ‘박원순 서울시’는 ‘서울시-문화재청, 광화문광장 역사성 회복하고 3.7배로 확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을 내놨다. 문화재청과 함께 광화문 월대(月臺·중요 건물 앞에 설치한 높고 평평한 구조물)와 동·서 십자각을 연결하는 궁장(宮墻·궁궐의 담장) 복원을 위주로 한 ‘역사광장’과 광화문광장을 ‘서쪽 편측 광장’으로 재조성하는 ‘시민광장’이 해당 계획의 ‘골자’다. 완공 목표 시점은 2021년 5월로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5년’을 무사히 마친다고 가정하면, 해당 시점은 차기 대선을 1년 앞둔 때였다. “박원순의 ‘대선용 업적’을 만들려고 멀쩡한 광장에 세금을 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시장은 그해 시장 선거에서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 시장이 또 당선된 이후 서울시는 2018년 7월, 시민 100명으로 구성한 광화문광장시민위원회를 구성했다. 10월에는 광화문광장 설계안 국제현상 공모를 공고했다. 모순되게도 당시 ‘공모 지침’에 따르면 사실상 설계안이 나온 것처럼 주요 사항이 이미 결정돼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공모전 심사위원장은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승효상씨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당선된 설계안은 2019년 1월 21일에 공개됐다. 박 시장은 광장 면적이 3.7배 확대되고, 지하공간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인 GTX-A노선 역사(驛舍) 등 거대 지하공간이 들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광화문 월대 복원과 사직로 축소 및 우회로 설치 ▲광장 서쪽 편측 배치 등 2005년 당시 승씨가 설계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주장한 내용이 ‘설계안’에 반영돼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당시 2년 넘게 진행된 광화문포럼・광화문시민위원회・국제 현상 공모전 등은 ‘승효상 안’을 확정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를 밟은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가능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의 ‘새로운 광화문광장 구상’은 각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여론도 싸늘했다. 문재인 정부의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의 반응도 그랬다. 그럼에도 ‘박원순 서울시’는 급속도로 관련 작업을 진행했다. 같은 달, GTX-A 광화문역 신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그 다음 달인 2019년 2월에는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했다.

“정치 시간표에 맞춘 졸속·토건 사업 중단하라!”

서울시가 밝힌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조감도다. 해당 사업에는 현재 기준으로 사업비 791억원이 투입된다. 사진제공=서울시

‘박원순 우군(友軍)’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단체들도 “정치 시간표에 맞춘 졸속·토건 사업이 된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중단하라”라고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박 시장은 2019년 9월, “시민 목소리를 더 치열하게 담아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완성하겠다. 사업 시기에도 연연하지 않겠다”며 “시민 소통과 공감의 결과에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그 당시에도 그렇고, 현재도 언론과 시민단체는 이를 ‘전면 재검토’ ‘사업 백지화’라는 식으로 해석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이튿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박 시장은 ‘새 광화문광장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핵심은 현재 설계안(검토)은 물론이고 반대 의견까지 시민의 목소리를 폭넓게 담겠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박 시장 말처럼 해당 사업은 ‘중단’되지 않았다.

계속 관련 사업이 진행됐고, 예산도 나갔다. 경실련, 도시연대, 서울YMCA 등 9개 시민단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소위 ‘공론화’ 또는 ‘시민 의견 청취’가 한창이던 2019년 12월 30일에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에 기성금(현재까지 완성된 정도에 따라 지급하는 금액)을 지급했다.

새로운 용역도 발주했다. 박 시장이 “소통하겠다”면서 광화문광장 인근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있을 시기인 2019년 9월에서 12월까지 서울시는 ‘광화문 일대 보행환경 개선사업 기본 및 실시계획 용역(10월 3일)’을 9억9143만원에 신규 계약했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 교통대책에 따른 영향지역 자원조사 및 상생방안 수립 용역(10월 11일)’도 6272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결국 ‘박원순 서울시’는 대외적으로는 “시민 소통과 공감의 결과에 전적으로 따르겠다.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관련 용역들을 속속 진행하고 있었던 셈이다.

2020년 2월, ‘박원순 서울시’는 “시민·전문가·시민단체·지역주민 등과 61회에 걸쳐 ‘소통’했다”면서 “서울시, 새로운 광화문광장 시민소통 결과 발표… ‘시민 뜻 담아 사업 추진’”이라고 밝혔지만, 그 숱한 ‘소통’ 과정이 무색하게도 광장 재조성 계획은 사직로 유지, 광장에 꽃·나무 식재를 제외하면 애초 안과 별다른 게 없었고, 지금까지도 지상 광장과 관련해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박원순은 ‘개인적 감상’ 말고 무슨 기준으로 ‘광화문광장 재조성’ 얘기했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취임 이듬해부터 광화문광장에 대해 혹평했다. 그가 쓴 ‘거대한 중앙분리대’란 표현의 원작자 격인 인물이 바로 승효상(왼쪽)씨다. 승씨는 ‘박원순 서울시’에서 초대 총괄건축가를 맡았고,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에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사진=뉴시스

상기한 내용을 고려하면, 현재 언론이 상투적으로 쓰는 ‘박원순도 중단한 광화문광장 공사를 권한대행이?’이란 표현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박원순 전 시장은 줄기차게 ‘박원순표 광화문광장’을 추진했다. 단, 착공 시기는 명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권한대행 체제’의 서울시가 이를 서둘러 착수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일단, ‘광화문광장 재조성이 과연 타당한가’란 의문이 제기된다. 전술했듯이 광화문광장은 2009년에 완공됐다. 시민이 투표에 참여해 지금과 같은 광장을 만드는 데 세금 722억원이 들었다. 이를 박 전 시장이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 ‘기준’이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승효상씨의 혹평을 차용한 듯한 “광화문광장은 거대한 중앙분리대”와 같은 박 전 시장의 주관적 감상·표현은 ‘대한민국 상징 공간’의 배치 변화 또는 이를 위한 세금 집행의 ‘척도’가 될 수 없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시민이 광화문광장에 대한 불만이 많고, 재조성에 공감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해당 사업을 강행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9년 12월,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당시 서울시민의 83.2%는 광화문광장에 ‘만족’했다. 이런 수치는 이후 조사에서도 재확인됐다. 다음은 걷고싶은도시만들기연대(도시연대)의 계간지 《걷고싶은도시》 2019년 가을호에 해당 단체의 김은희 정책연구센터장이 기고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론화가 필요하다’의 관련 내용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한 논의는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2012년부터 매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왔는데 현재의 광화문광장은 보행에 매우 불편하며, 역사복원이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문제가 많아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중략)

그러나 시민들의 의견은 결을 달리한다.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 진행한 시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광화문광장 향후 개선방안에 대해 ‘현행 틀 내에서 시민 이용성 개선’이 각각 42.2%, 40%였으며, 전면 개선은 각각 16.3%, 18.8%에 지나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70%에 달하는 응답자가 ‘현 광화문광장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즉 불과 얼마 전까지 서울시민 대다수는 광화문광장 현상 유지에 찬성했고, 일부 보완 취지의 개선을 요구했을 뿐 ‘박원순표 광장 재조성’에 공감한 일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광화문광장 인근 지역주민을 비롯한 서울시민이 광화문광장에 대해 불만족했던 부분은 바로 ‘광장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이 원하지 않는 사기 성형수술하는 악덕 어공”

‘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위한 공간이다. 서울시장은 이에 부합하도록 광장 환경을 조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은 각종 온갖 정치적 구호가 난무한 시위·집회로 북새통을 이루고, 각종 불법 설치물이 광장을 점령하면서 시민의 자유로운 접근과 통행을 ‘차단’했다.

또 박원순 전 시장 취임 이후에는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지방 5일장과 유사한 장이 열리고, 툭하면 가설무대가 들어서서 미관을 해쳤다. 언필칭 ‘대한민국의 상징’ ‘서울시민의 문화활동 공간’이라는 수사와 실상은 전혀 달랐다.

‘박원순 서울시’가 명목상 ‘소통’의 하나로 2019년 10월 22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 ‘시민이 즐겨 찾는 광화문광장, 어떤 공간이 되기를 원하시나요?’란 설문에 따르면, 시민이 남긴 댓글 2422개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시위·집회, 불법 설치물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광화문광장 재조성이 시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없고, 시급한 사안이 아니란 점도 해당 사업의 당위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의 논거로 제시될 수 있다. 광화문광장을 현 상태로 유지한다고 해서 서울시민의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것도 아니고 서울시정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올 4월에 선출되는 차기 서울시장이 결론 내린다고 해서 되돌릴 수 없는 유·무형의 손실이 일어난다고 보기도 어렵다.

장기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시민 생존’과 거리가 먼 사업인 만큼 5~6개월 뒤로 착공 시기를 늦춰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서울시민은 광화문광장에 무관심하다. 이는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조성’ 비판에 대한 반박 목적으로 2020년 11월 23일,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게시한 “그것이 알고 싶다. 질문으로 알아보는 새 광화문광장”의 댓글 현황으로 짐작할 수 있다. 같은 해 12월 12일 기준 해당 게시물에 달린 댓글은 총 7건이다.

“시민이 원하지 않는 사기 성형수술을 하는 악덕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들.”

“지금도 넓고 좋던데 굳이 왜?”

“광화문광장 차도 지하화가 더 시급하다.”

“서울시청 홈페이지에도 찬성하는 의견이 없는 이런 행정을 왜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고, 의문스러운 게 많다.”

“서울시의 글인데, 광장을 개선해서 좋은 점보다는 반박하기에만 급급한 상황… 우습다.”

“지금도 광장에서 데모 못 하게 이동식 나무를 곳곳에 크게 조성한 것으로 아는데 더 넓게 광장을 만들면 데모만 많아질 겁니다. 서울시비 낭비하지 말고 그냥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7건 중 6건이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조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글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 해당 사업의 당위성을 지적한 배정한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의 칼럼이다.

〈누가 원하는지, 왜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결국 강행된다고 한다. 지난 9월 28일 서울시는 시민의 뜻을 담은 “쉬고 걷기 편한 광화문광장” 공사를 10월 말에 시작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번 최종 계획안의 골자는 서쪽(세종문화회관 쪽)으로 광장을 넓혀 공원처럼 꽃과 나무를 풍성하게 심고, 6차로로 계획했던 동쪽 차로는 7~9차로로 넓혀 교통정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초 계획안의 논란거리였던 광화문 앞 월대 복원과 역사광장 조성, 사직로 선형 변경, 지하공간 개발은 취소되거나 보류됐다. 이럴 거면 왜 하는 건가. 세종로 중앙에 위치한 현재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이는 게 거의 전부인 표피적 성형 시술을 800억원이나 들여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당장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중략) 누가 보더라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새로운 광화문광장’ 구상은 전시성 공간정치 프로젝트였고, 2021년 5월로 못 박은 완공 일정은 차기 대선을 의식한 과속 주행이었다. 목적, 과정, 결과가 따로 놀며 뒤엉켜버린 이 사업을 지금 급하게 진행할 이유가 없다. (중략) 광화문광장의 미래는 미래 세대에게 맡겨야 한다.〉(2020년 10월 23일, 《한겨레》)

“광화문 재구조화 전제로 한 ‘답정너’식 여론조사”란 비판

서울시가 강조하는 ‘소통’의 실질 내용에 대한 지적도 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서울시가 그렇게 자랑해온 300번의 공론화 과정에도 2019년부터 추진한 사업에 변경이 하나도 없다면 그 공론화는 행사의 횟수일 뿐 실효성이 있는 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더불어민주당 일색인 서울시의회에서도 예전부터 서울시가 사업 추진 명분을 쌓기 위해 형식적으로 ‘소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실제 공론화 과정을 보면 “‘서울시민의 대표공간’에 대한 1000만 서울시민의 민의를 제대로 수렴했다” “‘대한민국의 상징공간’을 다시 만드는 데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얘기하긴 쉽지 않을 듯하다. 다음은 서울시의 공론화 과정과 내용, 그에 참여한 ‘시민’의 인적구성에 대한 서울시의회의 문제 제기다.

〈고병국(위원): 광화문광장에 시민위원회라고 있죠? 그 시민위원회 중에 시민참여단이라고도 있습니다. 시민참여단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김재용(광화문광장추진단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저희 정책에 반영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구하는 그런 역할을 하게 되겠습니다.

고: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구한다는 것이 이 사업 추진의 타당성이나 정당성 이런 부분에 대한 의견수렴까지도 포함됩니까?

김: 넓게 보면 그렇게 보겠습니다.

고: 지난 2018년 7월에 도시계획 포커스 그룹의 인원들을 대상으로 해서 광화문시민참여단 모집 이메일을 발송합니다. 도시계획 포커스 그룹은 일종의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풀입니다. 관리하는 풀이고, 지속적으로 서울시의 정책을 홍보하기도 하고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통해서요. 이렇게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그룹으로 시민참여단을 만들어놓고 시민참여단으로부터 의견수렴을 해서 정책 집행을 한다는 것은 이 시민참여단이 과연 시민들의 공정한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이겠느냐, 저는 절대 아니라고 보고요 일종의 들러리라고 생각을 합니다.〉(2018년 11월 4일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숫자적으로 광화문시민위원회는 220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전문가를 제외한 순수 시민참여단이 170명입니다. 그런데 이 시민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회의가 얼마나 있었는지 한번 보시겠습니다. 전문가회의는 49번, 시민참여단 활동은 12번입니다. 그런데 이 12번도 워크숍과 총회가 4번이었고 나머지는 역사 인문학 강좌, 대학생 서포터즈 모임이었습니다. (중략)

이 사업과 관련돼서 실시한 여론조사는 올해 광화문시민위원회 14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였습니다. 이것도 완전히 답정너식 여론조사였는데 74명만이 응답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그런 여론조사는 없었다는 거죠(기자 주: 2019년 12월 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긍·부정 여론조사를 1000명 대상으로 1회 실시). 게다가 여기에 설문조사 문항도 모두 광화문 재구조화를 전제로 하는 그런 질문이었습니다. 광화문 재구조화 찬반을 묻는 시민여론조사는 없었던 거죠.”(2019년 8월 27일, 서울시의회 본회의 당시 김소양 국민의힘 시의원의 시정질의)

이와 관련, 김은희 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 역시 앞서 언급한 기고에서 ‘광화문시민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시민위원회의 역할에 비춰본다며 무엇을 어떻게 소통했는가라는 질문은 떠나지 않는다. 시민위원회는 그 자체가 결정기구가 아니라 내부 논의 내용과 과정, 이견들에 대해 공개하고 다양한 공론화를 열어나가는 논의의 플랫폼이어야 한다. (중략)

그러나 서울시는 시민위원회와 서울시와의 긴밀한 논의과정만 이야기할 뿐, 시민사회와 어떻게 공유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미 짜놓은 틀이나 계획에 설득되는 대상이 아니다.〉

‘권한대행’이 집행 강행할 정도로 광화문광장이 ‘공익적 시급성’ 갖나?

2017년 4월, 문재인(왼쪽)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광화문광장에서 박원순 당시 시장과 ‘광장 재조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은 이미 추진 명분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받을 뿐 아니라 추진동력도 사실상 상실했다. 해당 사업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화문 대통령’ 공약에 의해 힘을 얻었다. 특정 사업을 공약으로 내건 이가 선출직에 당선됐다고 해서 당위성・타당성이 확보되지는 않지만,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해당 사업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철회하고, 박 전 시장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그 ‘동력’을 잃었다.

그럼에도 그 사업을 ‘서울시정의 임시 관리자’인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국가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가진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에 대한 결정권을 정치적 지도력・대표성・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차기 서울시장에게 넘기지 않고, ‘임시 관리자’가 집행하는 일은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도의적 차원을 넘어 법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직무대행자는 가처분명령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 외에는 법인의 통상사무에 속하지 아니한 행위를 하지 못한다”는 민법 조항과 관련 판례를 들어 “서울시장 유고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예산을 함부로 집행해서 현상변경을 이루려는 것으로서, 권한대행자의 업무수행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74조를 근거로 “절차에 따라 진행되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권한대행의 책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가 내세우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74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직무를 대리하는 부단체장은 제2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미리 서면으로 위임하거나 지시한 사무를 처리한다. 다만, 공익상 긴급히 처리하여야 할 경우에는 위임되거나 지시된 사무 외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3항)”고 규정하고 있다.

생전에 박 시장이 ‘광화문광장 재조성 착공 시기’와 관련해서 미리 구두 언질이 아닌 ‘서면’으로 위임·지시했거나 해당 사업이 ‘공익상 긴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는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 이럴 경우에는 반드시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가 차기 서울시장이 선출된 이후 진행될 경우 서울시민에게 야기되는 유·무형의 손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직권 남용’ 논란은 물론 ‘예산 지출’에 대한 책임소재 추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장 아닌 권한대행이 마무리해야 하는 사업”

2020년 11월 16일, 경실련 등 9개 시민단체가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조성’강행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1인 시위’에 이어 ‘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금까지 살핀 바에 따르면 서정협(徐正協) 서울시장 권한대행 체제의 서울시가 왜 지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란 명목으로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토목공사를 강행하는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쉽지 않다. 본질적으로는 앞서 소개한 배정한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의 지적처럼 “누가 원하는지, 왜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목적・과정・결과가 따로 놀며 뒤엉켜버린 이 사업”을 왜 추진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2020년 12월 10일, 이와 관련해서 서울시 광화문광장추진단 관계자에게 물었다. 이날 해당 관계자와의 통화는 30분 가까이 이뤄졌다. 첫 20분가량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과의 협의 과정과 서울시의 노력을 설명하고, 시민단체들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다음은 그 뒤 이어진 서울시 광화문광장추진단 관계자와의 문답이다.

―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관련해서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일이 있습니까.

“2019년 12월 ‘서울시민 인식 조사’를 엠브레인 퍼블릭에서 했고, 2020년 6월에는 세종대로 보행 친화 공간을 주제로 할 때 그 안에 넣어서 시민소통담당관실에서 했습니다.”

― 시장 권한대행의 해당 사업 진행을 놓고 적정성 논란이 있는데요.

“예, 그런 말씀들 많이 하시더라고요. 우리 재생실장(서울시 도시재생실장)님이 시의회에서 한 말씀을 인용해서 설명하면 ‘권한대행이라서 이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다시 말해서 박 시장님이 이 사업을 시작하고 4년 동안 많은 시민·전문가·시민단체와 소통하고, 정부와 협의하고, 행정절차를 다 진행했습니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했고, 절차가 다 끝났기 때문에 ‘새 시장’이 와서 판단할 게 아니라 권한대행이 마무리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해당 문답 이후 수분 정도 얘기를 더 했지만, 해당 관계자가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고 해서 통화를 마무리했다. 이튿날, 그에게 정리된 질문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고 통화를 요청했다.

〈―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2030 서울 도시기본계획에 들어맞지 않는, 근거가 없는 사업이므로 무효라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 공론화 또는 숙의 도중 한편으로는 관련 용역이 추진되고, 기성금을 지급한 것은 공론화 과정이 형식적인 절차였다고 자인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 올해 광화문광장 인근 주민 주도 문화재생 명목으로 집행된 사업의 내용과 보조금 지급 사유는 무엇입니까. 이에 대해서는 시의회에서도 미심쩍다는 취지의 질의가 있었습니다.

― 추가로 2021년 4월에 선출될 신임 시장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시장 권한대행 체제의 서울시가 공사를 추진한 까닭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광화문광장 공사가 서울시민 민생과 관련해서 그토록 시급한 사안이라고 판단한 겁니까.

― 신임 시장이 해당 사업의 존폐를 결정하게 된다면, 서울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용이 늘어난다고 여긴 겁니까. 6개월가량 해당 사업을 연기했을 경우 발생하는 각종 비용 또는 손실은 무엇입니까.〉

해당 관계자는 메시지 확인을 하지 않았다. 1시간 이상 지났을 때 전화를 걸었더니, 통화를 거부하면서 “소송 진행 관련 사항도 있어서 어제 설명한 것으로 대신하려고 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