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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의원 재산신고 논란의 전말

김용민 의원이 연 판도라의 상자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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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국회의원 18명 검찰에 고발
⊙ 허영 민주당 대변인이 예로 드는 정국교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조수진 의원과 전혀 다른 경우
⊙ 10억원대 분양권 재산 신고 안 한 김홍걸 민주당 의원
⊙ 사인간 채무 신고하지 않은 임오경 민주당 의원
2020년 2월 7일 김용민(오른쪽), 김남국(왼쪽) 변호사가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조선DB
  ‘김용민 의원’으로 시작해 ‘호부견자(虎父犬子)’로 끝나는 모양새다. 21대 국회의원 재산신고 누락 논란 말이다.
 
  전말은 이렇다. 지난 8월 28일 국회가 공직자 재산등록 현황(2020년 5월 기준)을 공개했다. 닷새 뒤인 9월 2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국민의당 조수진(趙修眞) 의원이 총선 후보 시절 재산신고를 누락해 선관위에 신고됐다’는 내용이었다. 4·15총선 당시 후보 등록을 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2019년 12월 기준)과 공직자 재산등록 현황에 차이가 나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지만 김 의원은 조 의원을 꼭 집어 지적했다. 검찰 수사도 촉구했다.
 
 
  갑자기 재산이 늘어난 의원들
 
  조 의원이 누락했다는 내용은 이렇다. 총선 당시 신고 내역과 비교하면 사인간 채권으로 5억원, 예금 및 보험 금액에서 6억원이 늘었다. 조 의원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3월 5일 밤 신문사에 사표를 쓰고, 9일 미래한국당 비례후보에 지원서를 넣었다. 마감 직전이었다. 지원을 결정하고 혼자 서류를 준비했으며, 신고 대상 가족의 5년 치 세금 납부 내역 및 체납 내역, 전과 기록 등 30종 서류를 발급받는 데 꼬박 이틀을 뛰어다녔다. 너무 갑작스럽게 준비했다. 지원 직후에는 곧바로 신생 정당의 선거대책위 수석대변인을 맡아 선거 당일까지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뛰었다. 정작 제 신고 과정에서 실수가 빚어졌다. 이번 공직자 재산신고에서는 주변 도움 외 금융정보 동의 등 처음 활용하는 시스템을 통해 나와 가족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신고했다. 성실하게 소명하겠다.’
 
  조 의원의 설명은 맞을까. 총선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이들에게 물었다. 종합해보면 이렇다. 여당이 ‘한국형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을 바꾼 후 선거 역사에 없던 비례 전문당들이 생겼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미래한국당이었다. 선거용으로 급조된 정당이다 보니 급작스레 신당에 모이게 된 당직자들도 선거 기간 내내 분주했다고 한다. 후보들의 재산 신고 내역을 한 명 한 명 차근히 챙겨줄 여유는 없었던 듯하다. 같은 당 조태용 의원의 경우도 후보 시절 미래한국당 측에서 점검했는데도 부모 재산 고지를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를 잘못 판단해줬다. 조 의원도 지난 8월 재산 공개에선 부모 재산 고지 거부를 철회하면서 총선 당시보다 신고 재산이 10억여원이 늘어났다.
 
  그렇다 해도 조 의원이 일부 내역을 누락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누락한 내역은 어떤 내용일까.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에게 물었다. 정 의원은 검찰에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검 공안부장을 거쳤다. 공직선거법의 적용 사례를 잘 안다는 얘기다. 정 의원은 “개인 정보라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조 의원 본인에게 내용을 들어보니 모두 납득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4주택을 3주택으로 신고한 김홍걸
 
10억원대의 분양권을 재산으로 신고하지 않은 김홍걸 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이후 시선이 여당에 쏠렸다. 임오경·김홍걸·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억원씩 재산신고 내역이 늘어난 게 드러나서다. 김홍걸 의원 경우 총선 당시 아파트 분양권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 이상직 의원 경우엔 재산신고 내역 변동도 문제지만 이 의원이 창업한 이스타항공 문제도 걸려 있다. 9월 초 기준으로, 이스타항공 사측이 고용보험료를 미납해 이스타항공의 해고노동자들은 고용유지지원금도 못 받고 있다.
 
  급기야 9월 10일 변호사 단체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경변)’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국회의원 18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4·15총선 때 공개한 재산과 국회의원 당선 후 공개한 재산이 많게는 10억원 이상 차이가 있어, 사실상 의도적으로 축소 신고했다는 내용이다.
 
  정의당도 9월 11일 논평을 냈다. 김홍걸 의원에 대해선 ‘호부견자(虎父犬子·아비는 범인데 새끼는 개)’라고, 이상직 의원은 ‘인간성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김용민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눈덩이처럼 커져 민주당 지붕을 난타하고 있는 격이다.
 
 
  정국교 전 의원은 특이한 경우
 
허위 공시를 통한 주가조작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의원직이 박탈된 정국교 전 민주당의원. 사진=조선DB
  이번 재산신고 누락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모두 4가지다.
 
  첫 번째는 정치 논리에 휩쓸린 무리한 논리 개진이다. 김용민 의원부터 잘 알고 있겠지만, 비례대표의 경우 유권자들이 후보 개인이 아니라 정당을 보고 투표해 선출된다. 일반적인 경우 비례대표 후보가 재산을 고의로 누락할 유인이 그다지 없단 얘기다.
 
  다만, 김홍걸 의원의 경우는 좀 특수한 경우다. 이번 총선의 여권 후보들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가리지 않고 부동산 소유 문제에 민감했다.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적폐’라는 관점을 고수해온 탓이다. 김 의원의 재산 내역에 대해선 후술하겠다.
 
  비례대표가 재산신고를 누락해서 의원직을 박탈당한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 있었다. 18대 국회 민주당 비례대표였던 정국교 전 의원이다. 뭘 어떻게 했는데 의원직까지 박탈당했는지 살펴보자.
 
  정 전 의원은 사업가였다. 그가 대주주로 있던 업체 에이치엔티(H&T)가 주가조작 논란에 휘말렸다. 수사 과정에서 정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드러났다. 회사 임원의 명의로 주식을 소유했다는 혐의였다. 차명주식이다. 당연히 재산신고에도 누락되어 있었다. 재산신고 누락과 상관없이 차명주식 자체가 불법이다.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금액은 125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가 재산을 허위로 기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고 규정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국회의원 당선이 취소된다. 정 전 의원이 비례대표 최초로 재산신고 누락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전후 사정이다.
 
  정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차명 주식 문제는 실제와 다릅니다. 회사 창업시절부터 도와준 이들에게 회사 주식을 나눠줬는데 이 부분이 논란이 됐습니다."
 
  그의 비례대표 의석은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승계했다. 정 전 의원은 2017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중소기업상생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주식시세 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다 차명주식이 문제가 된 정 전 의원의 경우와 조수진 의원의 경우가 같다고 볼 수 있을까? 누구보다 민주당 의원들이 정국교 전 의원의 경우를 잘 알고 있을 텐데 정 전 의원을 들먹이며, 의원직 박탈을 언급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9월 7일 서면 브리핑에서 “지난 18대 국회 당시 정국교 의원(민주당)은 재산신고 누락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기도 했다”고 논평했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조 의원을 비판하며 “18대 민주당 비례대표 정국교 의원이 재산신고 누락으로 벌금 1000만원 형을 선고받아 당선 무효가 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김홍걸, “분양권 신고대상인지 몰랐다”
 
  두 번째는 김용민 의원의 잣대로 보면 여당에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의원이 여럿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후보 시절 재산과 이번에 공개된 재산이 1억원 이상 늘어난 경우는 총 36명이다. 물론 이중 다수가 부동산 공시가액이 변경되었다거나 부모 재산 고지 거부를 철회해 부모 재산이 더해졌다는 등의 이유가 있다. 나머지 몇몇은 좀 더 설명이 필요한 경우다. 대표적인 예가 김홍걸 의원이다.
 
  김홍걸 의원은 총선 전 재산신고 당시 10억원대의 분양권 소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4주택자면서 3주택자로 재산을 축소 신고한 셈이다.
 
  김 의원 측 설명은 이렇다. 배우자 임모씨는 2016년 서울 고덕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지난 2월 매도했다. 지난해 12월 말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4·15총선 당시 재산신고에는 이 분양권을 신고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강남구 일원동과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그리고 이 분양권까지 4채를 신고해야 했다.
 
  고덕동 분양권 매각 때문에 예금액도 달라졌다. 총선 당시 임씨의 예금 신고액은 1억1000만원이었다. 지난 8월 국회의원 재산 공개 때(5월 기준)는 분양권 매각 대금이 들어오면서 11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김 의원은 또 배우자 임씨가 서울 서대문구 상가 263.80m2 중 절반인 131.90m2(5억8500만원 상당)를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상가 소유권 전체를 넘겨받았다. 김 의원 측은 10억원대 아파트 분양권이 재산신고 대상인지 몰랐다는 설명이다.
 
 
  사인간 채무 누락한 임오경 의원
 
8월 재산 공개에 사인간 채무를 누락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임오경 민주당 의원. 사진=조선DB
  임오경(林五卿) 의원도 설명이 필요한 경우다. 임 의원은 총선 당시 6억6333만원이던 재산이 8월 재산 공개 기준 14억5585만원이 됐다. 7억9000여만원이 늘었다. 이 중 3억4000만원은 설명이 됐다. 부모의 고지 거부 철회로 부모 재산 3억4000만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머지 4억5000만원이다. 재산신고 내역상으로 보면 총선 때는 경기 광명시 소재 아파트 전세권 5억2000만원이 갑자기 나타났다. 무슨 돈으로 전세를 얻었는지 재산신고상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임 의원 측은 언론에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로 이사를 가야 했는데 돈이 부족해 임 의원이 전세금을 지인에게서 빌렸다. 해당 채무기록을 재산신고에서 빠뜨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위를 자세히 듣기 위해 임 의원에게 연락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김용민 의원의 잣대를 빌리면 임 의원도 명백한 검찰 조사 대상이다.
 
  세 번째는 공직자 선거 후보 재산의 신고 방식이다. 예를 들면 민주당 김회재 의원의 경우 총선 전후 재산 가액이 약 5억9000만원 늘었다. 이 중 5억원은 공시지가 변동 때문이었다. 나머지 9000여만원은 자동차 가액의 산출법 차이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쉽게 설명하면 총선 당시 신고 때는 자동차 가액을 중고가 기준으로 신고했고, 8월 재산 공개 때는 신차 가격 기준으로 신고했다. 어떤 걸 기준으로 삼을지 선관위와 공직자윤리위가 양식을 통일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네 번째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왜 국회의원 후보 시절 재산신고 내역을 비공개로 돌릴까. 선거일 이후 후보자 정보는 비공개로 전환된다. 선관위는 “개인정보 보호와 정치적 이용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낙선한 사람의 정보야 비공개로 돌린다 해도, 선출된 후보는 얘기가 다르다. 어차피 재산 정보가 정기적으로 공개되는데 굳이 선관위 신고 내역만 비공개로 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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