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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의 여의도 포커스

더불어민주당 내 ‘元祖 親盧’ 부활 움직임

“당대표 경선에서 당원들에게 어필할 이름은 문재인 아닌 노무현”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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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말 전당대회 앞두고 이낙연-김부겸 캠프 모두 ‘원조 親盧’들 속속 참여
⊙ 김원기(84세), 유인태(73세), 이강철(74세) 등 원로급 親盧들이 이번 당대표 경선에 참여하는 이유는?
⊙ 현역 의원 중 ‘노무현 직계’ 이광재·김두관 대권주자說도
⊙ 조기숙 전 홍보수석 등 노무현 청와대 출신 사이에서 퍼지는 反文(反문재인) 정서
⊙ “親文 패권은 곧 사라질 것”(원조 親盧 전직 의원)
⊙ 부동산과 교육, 대북정책 등 실패로 점점 하락하는 문재인 정부 지지율…. 親盧가 대안?
2019년 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대통령 10주기 추모식에서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20년 중순 현재 정치권의 최대 계파가 친문(親文·친문재인)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회 의석수 300석 중 176석을 보유한 슈퍼 여당에는 친문 외 다른 계파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2017년 5월 정권을 잡은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8월부터 친노(親盧) 좌장으로 불렸던 이해찬 대표 체제가 2년간 이어지는 동안 정권 지지율이 50%를 넘나들었고, 2020년 4월 총선에서 대승(大勝)을 거뒀다. 당내 주류인 친문에 대적할 세력이 없었다.
 
  그러나 8월 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같은 ‘친문 패권’이 흔들리는 분위기다. 당대표 후보인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둘 다 이른바 비문(非文·비문재인)에 가깝기 때문이다. 애초 당대표에 도전할 뜻을 보였던 친문 홍영표·우원식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가운데 두 후보는 친문 주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대표 경선을 앞두고 친문 주류를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원조(元祖) 친노’ 공략에 나섰다. 지금 당원 및 국민에게 어필하는 이름은 문재인이 아닌 노무현이라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김부겸 지지 나선 김원기·유인태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는 이낙연 의원(오른쪽)과 김부겸 전 의원의 양자구도로 치러진다.
  오는 8월 29일 열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가 호남 출신 이낙연 의원과 TK(대구·경북) 출신 김부겸 전 의원의 양자 대결로 확정된 가운데 최근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던 원조 친노들이 양쪽 캠프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친노 부활’ 움직임을 잘 보여준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당대표 후보 캠프에 직접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일 김부겸 캠프 측은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김부겸 캠프 후원회장이 됐다고 발표했다. 김원기 전 의장은 10대 국회의원으로 시작해 5선 의원,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공동상임의장, 17대 국회의장을 지낸 정치권 원로(1937년생·84세)로 ‘노무현의 정치적 스승’으로도 불렸던 원조 친노다. 김 전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지만 최근 정치활동은 거의 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어 노무현 청와대의 첫 정무수석이었던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1948년생·73세)이 김부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유 전 총장은 캠프 상임고문직을 맡게 된다. 김 전 의장과 유 전 총장은 1990년대 초반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주축이 된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활동을 함께 했다. 김 전 의원과 김원기 전 의장, 유인태 전 총장은 지난 15대 총선(1996년)에서 낙마한 후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함께 ‘하로동선(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처럼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라는 식당을 차린 바 있다.
 
  또 이 밖에도 노무현 청와대의 김택수 시민사회비서관이 캠프 대변인을 맡았고,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을 지낸 강영추 전 한국관광공사 감사는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는다. 강 전 감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조직특보였다. 이 밖에 이광재 의원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측근도 캠프에 합류해 실무를 맡고 있다.
 
  이들이 김 전 의원을 지지하는 것은 개인적인 인연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영남이라는 험지에 도전해 성공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또 서울대 운동권 출신인 김 전 의원은 기자 출신인 이낙연 의원과 달리 민주화운동에 일생을 바쳤다는 점 역시 당대표에 적합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정부·여당의 고위직들이 대부분 운동권 출신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인 만큼 그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점도 김부겸 후보 측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김부겸 후보 측은 원조 친노 인사들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여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 정신’을 강조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캠프에는 이강철 등
 
  이낙연 캠프는 대세론을 따르는 의원들에 호남계와 동교동계, 옛 손학규계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김부겸 후보가 원조 친노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하면서 이낙연 후보 역시 ‘대세론’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 또 다른 원조 친노를 끌어들였다.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1947년생·74세)이 이낙연 캠프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이 전 수석은 2005년 10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유승민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배한 후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다.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기도 하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지내던 이 전 수석은 이번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당내 취약 지역인 대구·경북에서 이낙연 대세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 출신인 이 의원 측은 대구 출신 이 전 수석이 경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무현후원회 회장을 지낸 이기명 국민참여연대 상임고문도 이낙연 의원 지지를 선언했고, ‘노무현의 오른팔’로 불렸던 이광재 의원 역시 이낙연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재 의원은 이낙연 의원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포스트코로나시대, 4차산업시대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또 ‘원조 친노’로 불리는 백원우 전 문재인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최인호 의원도 이 후보를 돕고 있지만 이들은 친노보다는 이미 친문 주류에 속한다. 당내 친문 실세들은 아직 지지 후보를 명확히 정하지 않은 상태다.
 
  두 후보 모두 친문 주류가 아닌 상태에서 당 고위직을 지낸 친문 주류 실세 의원들이 한쪽을 지지할 경우 당권 레이스는 금세 한쪽으로 쏠릴 공산이 크다. 그러나 친문이 섣불리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두 후보 모두 친문 주류 공략과 동시에 원조 친노를 끌어들여 민주당의 적자(嫡子)임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親盧와 親文 차이점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을 계기로 친노 중심에서 친문 중심의 정당으로 거듭났다.
  이처럼 당대표 후보 경선 레이스에 원조 친노들이 속속 등장한 것을 계기로 친노와 친문의 경계선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02년 대선 전 새천년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는 경쟁 상대 이인제 후보에 비해 당내 소수파였지만 영호남 및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키면서 대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이후 친노는 당내 주요 세력이 됐고, 노 전 대통령 사망 후엔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세력화됐다. 이후 2012년 대선, 2016년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대표 등을 거치며 친노의 중심이 됐다. 이 과정에서 ▲호남계가 국민의당으로 이동 ▲이광재 등 원조 친노 ‘폐족’ ▲‘리틀 노무현’ 김두관이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격한 비난을 받는 등 사건이 벌어지면서 문 대통령은 당내 ‘원톱’이 됐다.
 
  당 안팎에서는 친노가 친문으로 탈바꿈한 시점은 2016년 20대 총선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당대표로서 당명 변경과 인재 영입을 주도했고, 총선 결과 제1당이 되면서 명실상부한 계파 수장이 된 것이다.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호남계와 안철수계는 빠져나가고 문 대통령이 영입한 인사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당내 권력 지도는 친문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이 시점에서 원조 친노의 존재감은 더욱 작아졌다.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낙마하면서 사실상 원조 친노는 정치권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친노 핵심이었던 김경수 경남지사,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은 친문 주류가 됐고, 원조 친노로 불렸던 김병준 전 부총리와 조경태 의원은 야당행을 택했다.
 
  따라서 친노가 사실상 해체된 것으로 보이는 2020년에 다시 원조 친노들이 등장한 것은 의미가 있다. 취재 중 만난 원조 친노 전직 의원의 얘기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이 있습니까. 지역주의와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게 노 전 대통령의 뜻이었는데 지금 친문 세력은 완전히 기득권층이 됐고 패권에 취해서 주변을 둘러보지 않아요. 20대 총선 전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친문 패권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한 상태입니다. 그때 친문 패권과 호남 홀대 때문에 안철수 의원이 호남 의원들을 이끌고 나가지 않았습니까.
 
  문 대통령 주변 운동권 출신들이 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이미 폭주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보수 세력이 저질렀던 부동산 투기, 성추문, 강요 같은 문제들을 지금 여권 인사들이 다 하고 있지 않습니까. 브레이크가 없으면 안 돼요.
 
  사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 지난 정권 원로들이 나선 적이 없어요. 이번 전당대회에서 원로들이 나서는 것도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문재인이라는 이름으로는 더 이상 이 당의 수명을 연장할 수가 없어요. 다시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친문 패권은 힘을 잃고 대선 전엔 사라질 겁니다.”
 
  참여정부·열린우리당 출신 인물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불만과 우려를 갖고 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나온다. 노무현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의 최근 행보는 이 같은 사실을 잘 보여준다. 조 교수는 7월 초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땜질만 하며 투기꾼들이 합법적으로 부동산 투기의 꽃길을 걷게 했다”고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원조 친노 대권주자
 
  문재인 정부는 21대 총선에서 민심을 얻었지만 이어지는 부동산 및 교육 정책 실패, 북한의 도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등으로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50%를 넘나들던 정권 지지율도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얻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라서 차기 대권도 친문이 아닌 원조 친노에서 나오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온다.
 
  친문 주류와 거리가 있는 당내 인물 중 대권주자로는 김두관 의원과 이광재 의원이 꼽힌다. 두 사람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의 원조 친노이면서 ‘비(非)문재인’계로 불린다. 이광재 의원은 강원도지사직에서 물러난 후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문 대통령 및 친문 세력과 관계가 거의 없었고, 김두관 의원은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문재인 비서실장의 책임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문재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변질되지 않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할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의원은 “(대권 후보로) 이낙연 의원도 좋지만 명문고-명문대 출신, 메이저 언론 기자, 도지사, 5선 의원 등의 스펙을 가진 이 의원은 스토리가 부족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커질수록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은 커질 것이고, 이런 여론은 다음 대선에도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팀’과 ‘금강팀’
 
  ‘원조 친노’의 기준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 캠프의 양대 주축은 ‘금강팀’과 ‘부산팀’이었다. 금강팀은 국회의원이던 노무현을 대권에 도전하도록 한 핵심 조직으로서 지방자치실무연구원 및 자치경영연구원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여의도 금강빌딩에 있었기 때문에 금강팀으로 통한다.
 
  국민대 김병준 교수가 자치경영연구원장으로 싱크탱크를 맡고,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두 사람이 조직을 맡았다. 실무진으로는 30대의 국회 보좌관이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백원우 전 의원,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서갑원 전 의원이 함께했다. 이들이 금강팀의 원년 멤버이며 정태인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 유종일 KDI 교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정책을 개발하고 이해찬·천정배·이재정·임종석·김원기 의원, 원혜영 부천시장 등이 금강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도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행자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의원도 금강팀 출신들과 친밀한 관계다.
 
  부산팀은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1980~1990년대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인연을 맺은 부산의 측근을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법무법인 부산을 함께 운영했던 문재인 변호사에게 부산 내 선거운동을 부탁했다. 여기에 노무현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여행사를 운영하던 이호철,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 3인방으로 노무현 의원 비서관을 지냈던 정윤재·최인호·송인배 등이 부산팀에서 함께 일했다.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도 부산팀 멤버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문재인 초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부산팀이 청와대에 대거 진출한 데 비해 금강팀은 나라종금 사건 등으로 고초를 겪었다. 이후 부산팀이 친노의 중심 세력이 됐고 친노는 친문으로 변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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