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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와 DJ 비자금 의혹과의 연관성

국정원 ‘DJ 비자금 의혹’ 관련 보고서에 등장한 박지원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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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보고서 “(DJ) 차남 김홍업 및 박지원 비자금 관리책 A씨 기소”
⊙ 국정원, DJ 비자금 관련해 작성한 要圖에 ‘박지원’ 기재
⊙ DJ 부부의 訪中이 비자금과 관련 있다고 본 국정원… 박지원도 同行
⊙ “아는 사실이 없고 관련이 없기에 답변을 거부합니다”(박지원 후보자)
박지원 신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사진=조선DB
  문재인 정부 2대 국정원장으로 발탁된 박지원 후보자가 김대중(DJ) 전 대통령 미국 내 비자금 의혹 관련 자료에 등장한 것으로 나타나, 비자금 의혹과 박지원 후보자와의 연관성이 주목된다.
 
  박지원 후보자가 등장하는 자료는 《월간조선》이 지난 4월 입수한 국정원이 작성한 DJ 비자금 의혹 관련 보고서와 2018년 입수한 이현동 전 국세청장 공판조서다.
 
  국정원 보고서와 공판조서 등에 ‘박지원’이란 이름 석 자가 기재됐다고 해서, 박 후보자와 DJ 비자금 의혹이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단정할 순 없다.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정확히 규명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朴과 관련 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없다고 볼 수도 없어
 
  그렇다고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 국정원만 DJ 미국 내 비자금 추적에 나선 게 아니기 때문이다. 2009년에서 2012년까지 약 3년간 이뤄진 비자금 추적에는 우리나라 국세청은 물론 미국 FBI(연방수사국)와 IRS(국세청)도 참여했다. 한미(韓美) 양국이 매우 광범위하게 추적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내 DJ 비자금 추적은 크게 ‘동부 비자금’과 ‘서부 비자금’ 두 갈래로 나뉜다. 국정원은, 미국 현지 정보원이 입수한 정보를 통해 서부 비자금은 DJ의 삼남(三男) ‘김홍걸’씨와, 동부 비자금은 차남 ‘김홍업’씨와 관련 있다고 파악했다.
 
  국정원이 박지원 후보자와 관련이 있다고 본 부분은 ‘동부 비자금’이다. 국정원은 동·서부에 예치된 DJ 비자금의 총액을 13억5000만 달러 상당이라고 추정했다.
 
  2012년 9월 11일 국정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자.
 
  〈美 연방검찰은 (2012년) 1월 17일 데이비슨의 차남 김홍업 및 박지원 비자금 관리책 A을(를) 탈세 및 사기 혐의로 기소하였으며, 검찰은 플리바겐을 통해 A이(가) 모든 혐의를 인정하였으며 검찰은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벌금 250만 불 구형 방침.〉
 
  여기서 ‘데이비슨’은 국정원이 DJ 비자금을 조사하면서 붙인 공작명(데이비슨 공작)이다. 국정원은 미국의 부동산업자 A씨를 DJ 비자금 관리책으로 본 것이다. 참고로 미국 연방검찰은 A씨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약 1억1300만 달러의 재산을 축적했다고 판단해 A씨를 기소했다.(A씨에 관한 설명은 후술)
 
  국정원은 ‘차남 김홍업 및 박지원 비자금 관리책 A’라고 보고서에 기재했다. 국정원이 김홍업씨와 박 후보자에 대해 비자금을 공유(共有)하는 사이로 봤는지, 아니면 별도로 봤는지 문맥상 그 의미가 뚜렷하진 않다.
 
 
  이현동 공판조서에도 등장하는 박지원
 
  이명박 정부 시절 국세청장을 지낸 이현동 전 국세청장 공판조서에도 박지원 후보자의 이름이 두 번 등장한다. 이현동 전 청장은 국정원의 ‘DJ 비자금 추적에 조력(助力)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 1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2018년 5월 18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현동 전 청장 공판에는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김승연 전 국장은 ‘데이비슨 공작’과 관련해 DJ 비자금 의혹과 관련 있는 인물들의 ‘요도(要圖)를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다음은 공판조서 중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변호인 반대신문)
 
  문: (국정원 처장) 이○○은 인터넷 검색 결과, A씨가 2004년경 미국 플라자 건물을 매수했는데 매도인이 건물 관련 소송에서 패소하자 매도인이 매수인(A씨)을 고발했다. 건물 인수 자금이 돈세탁된 비자금이라며 이 고발사건이 세무 수사관인 해외정보원이 제공한 내용이라고 말했는데.
 
  답: 해외정보원 이름이 기억난다. 미국 국세청(IRS) 첩망(諜網) 내용인 거 같다. 제가 기억하는 얼개와 맞는 거 같은데 김홍업이 아니라 이○○ 진술에 의하면 박지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문: 증인은 데이비슨 요도(要圖)에 등장인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 요도에 박지원 등의 인물이 나왔다고 하면서 관련 인물을 이니셜로 표시했다고 진술했다. 맞나.
 
  답: 그렇다.
 
  문: 요도에는 데이비슨 등 사업명칭을 직접 표시하지 않고 김홍걸은 ‘HK’ 등으로 표시했다고 말했는데 맞나.
 
  답: 맞다.〉
 
  ‘데이비슨 공작’ 관련 요도에 김홍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씨와 함께 박지원 후보자도 등장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DJ 비자금 의혹이 김홍업, 김홍걸씨뿐 아니라 박 후보자와도 관련이 있다고 본 셈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비자금 추적의 실무를 맡았던 이○○ 국정원 처장이 진술했다는 부분이다. 이○○ 처장이 ‘뉴욕 플라자 관련 비자금과 소송이 김홍업씨가 아닌 박지원과 관련이 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처장이 뉴욕 플라자 소송이 박지원 후보자와 관련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추정컨대, 비자금 추적 과정에서 박 후보자와 관련된 정보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지원 등장하는 국정원 要圖의 신빙성
 
‘DJ 미국 내 비자금 의혹’을 조사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조선DB
  이날 공판에서 김승연 전 국장은 문제의 요도를 ‘2011년 여름경 만들었다’며 요도를 만든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2011년 7월, 김○○ 방첩국장이 대전지부장으로 내려가서 원장(원세훈)이 (‘데이비슨 사업’을) 인수하라고 지시했다. 인수도 제가 한 게 아니라 우리 처장(이○○)이 가서 했다. 그래서 이○○ 처장으로부터 그 보고를 받고, 요도를 만들어보라고 해 요도를 원장에게 보고했다. 그때 원장이 ‘사업 종합 보고하라’고 해서 원장실에서 대면 보고를 했다. 그때 원장이 이 내용을 ‘국세청장님에게 보고하라’며 제가 있는 자리에서 국세청장에게 전화하더라.〉
 
  김승연 전 국장은 그로부터 두 달 뒤 ‘미국 LA 첩망에서 보고해온 게 있었다’며 ‘(요도의 도표를) 업그레이드시켰다’고 진술했다.
 
  〈그래서 2011년 9월경에 (요도를) 다시 보고를 하게 된다. 처음 보고한 건 사업을 인수해서 하게 된 ‘종합보고’였고 두 번째는 ‘대책보고’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 사업을 공작국에서 운용하겠습니다’라는 취지의 대책보고를 9월에 원장에게 드린 거다.〉
 
  국정원은 원내(院內)의 두 부서를 통해 ‘투 트랙’으로 미국 내 비자금 의혹을 조사했다. 김승연 전 국장의 설명이다.
 
  〈처음 저희가 이 사업을 인수받았을 때, (DJ 비자금 추적을) 해외정보국에서 추진하는 게 있었고, 방첩국에서 추진하는 게 있었다. 그 두 가지를 저희가 다 넘겨받은 건데 해외정보국과 방첩국 조사 내용 중, 종합된 게 없었다. 국세청은 그 종합 내용을 알지 못해 (원세훈 국정원장이) 7월에는 ‘종합 내용을 알려주라’고 저한테 이야기하신 거고, 9월에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거니까 이 부분에 대해 (국세청과) 협력하고 협조를 받으라’고 이야기하셨어요.〉
 
  국정원이 해외정보국과 방첩국, 두 부서를 통해 비자금을 추적했다는 건 그만큼 치밀하게 조사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두 부서가 얻은 정보를 종합해 요도를 작성했고, 그 요도에 박 후보자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DJ 부부 訪中 수행한 박지원… 비자금과 관련?
 
  전직 국정원 관계자(전직 차장)도 DJ 비자금 의혹에 박지원 후보자가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월간조선》과의 만남에서 “DJ와 이희호씨가 방중(訪中)했을 때 박지원 후보자가 수행했던 적이 있다”며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은 이들 세 사람의 방중이 중국 내 비자금과 관계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DJ 비자금 추적의 출발은 2009년 5월경, 국정원이 중국에서 입수한 첩보였다. 첩보의 요지는 “중국 베이징에 ‘동방가리화상무(東方可利華商貿)’란 회사가 있다. 이 회사가 인민폐 40억 위안(5억 불, 한화 6000억 상당)의 비자금을 확보했는데 이 돈이 DJ 일가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본지 확인 결과, 이 회사의 ‘감사’로 등재된 이는 김홍걸씨였다.
 
  국정원은 미중(美中) 양국으로부터 들어온 첩보를 바탕으로, DJ 비자금 중 일부가 북한, 특히 평양과기대로 유입되려는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DJ 비자금이 ‘대북(對北) 관련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국정원 보고서에 따르면, DJ 부부가 동방가리화상무 개업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동방가리화상무는 2009년 2월 설립돼 같은 해 6월 10일 등록됐다고 이 회사 홈페이지에 기재돼 있다. 보고서의 내용대로라면, 이 사이 DJ 부부가 중국을 방문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DJ 부부는 동방가리화상무 개업에 즈음해 중국을 방문한 사실이 있다. 2009년 5월 4일, DJ 부부는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찾은 것이다. DJ는 5월 6일(현지 기준) 베이징대학에서 특강을 하기도 했다. 시기와 첩보의 정황상 DJ 부부는 이때 동방가리화상무 개업식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DJ 부부를 수행한 이 중 한 명이 바로 박지원 후보자였다. DJ 부부와 박 후보자는 시진핑(習近平)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과 만나 함께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듬해엔 이희호씨가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자격으로, 3월 6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중국 선전(深川)과 홍콩을 방문했다. 이 시기는 DJ 사후(死後)로, 이희호씨만 방중길에 올랐는데 이때도 박 후보자가 이씨를 수행했다.
 
  국정원 역시 이희호씨의 잦은 방중이 비자금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서에 기재했다. 2011년 7월 18일 국정원이 작성한 보고서 중 일부다.
 
  〈최근 이희호(07년부터 40회 방중)가 동 자금(비자금-기자 주)을 중국으로 도피시키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데 06. 4. 문○○의 고발로 김홍업 미 비자금(3억6000만 불)이 폭로되고 동 건을 계기로 미 당국이 데이비슨의 미 은닉 비자금을 조사할 움직임을 보이자 07년부터 중국으로의 자금 도피 작업에 착수.〉
 
 
  박지원의 ‘비자금 관리책’으로 지목된 A씨의 실체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오른쪽). 김승연 전 국장은 ‘DJ 비자금’ 관련해 국정원이 작성한 要圖에 박지원 후보자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건, 앞서 언급한 동부 비자금 3억6000만 달러의 실소유주를 DJ의 차남 김홍업씨로 본 대목이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이○○ 국정원 처장은 DJ의 미국 내 비자금 중 ‘동부 비자금’을 박지원 후보자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
 
  국정원이 본 동부 비자금의 ‘관리책’은 전술(前述)한 A씨였다. 위 ‘이희호씨’ 관련 국정원 보고서에 등장하는 문○○씨는 뉴욕 플라자 건물 거래 건으로 A씨를 고발한 인물이다. 이제 A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국정원 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2006년 4월 뉴욕 플러싱 소재 ‘열린공간’이란 곳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돈세탁과 탈세 등의 혐의를 받았다. 이는 재미(在美) 사업가 문○○씨가 FBI에 고발함으로써 세상에 드러났다. 2010년 7월 18일 국정원이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이다.
 
  〈■ 재미교포 기업인, 대북 관련자 미 수사기관에 고발(자료 번역)
 
  2010. 5. 25. 재미교포 사업가 문○○(59세)은 06. 4월 뉴욕 플러싱 소재 ‘열린공간’ 사장(A씨) 및 공모자 B, C씨를 대북 지원을 위한 돈세탁·탈세혐의로 FBI 등 美 수사기관에 고발
 
  ■ 주요 내용
 
  ‐ 美 부동산업자 A씨, 수산물유통업 B씨, ○○○그룹 회장 C씨는 DJ 정부 출범 이후 출처 불명의 자금을 통해 각각 1억$ 이상 부동산 축적(경매 입찰 기록, 수표 사본, 은행 대출 문서 등 불법 의혹 서류 일체 확보)
 
  ‐ 특히 A씨는 B, C씨와 공모, 05. 9월 문○○ 소유 ‘서울플라자(뉴욕)’를 불법 매입 후, ‘열린공간’을 설립, 친북활동 거점으로 활용
 
  ‐ 열린공간에서는 “북한은 내 나라, 우리가 건설하자” “라선시 개발비 20억 불 중 5억 불 모으기” 전단지 유포 등 노골적인 친북사업 전개〉
 
  요약하면 A씨 일당이 문씨 소유의 뉴욕 플라자를 불법 매입해 이를 ‘열린공간’이란 곳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문씨는 이에 불만을 품고 A씨가 돈세탁과 탈세를 했다는 혐의로 FBI 등에 고발했다. 뉴욕 플라자는 앞서 국정원 이 모 처장이 박지원과 관련이 있다고 한 건물이다.
 
  DJ 비자금을 추적했던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수사기관에서 A씨에 대해 “(확인해보니) 빈털터리다. 돈이 아무것도 없다”며 “A씨가 거액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수상한 부분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A씨가 매입한 건 뉴욕 플라자뿐이 아니었다. A씨는 2005년 9월 이후 뉴욕에 있는 대형 건물 3개를 매입했다. 매입대금은 480억원(계약분 포함)에 달했다. 또 뉴욕 인근의 대형 호화주택들이 들어서 있는 롱아일랜드의 주택을 280만 달러(약 28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A씨는 이런 식으로 1억 1300만 달러의 거액을 조성했다는 게 국정원과 국세청의 판단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열린공간’에서 벌였다고 하는 이른바 ‘친북사업’이다. 확인 결과,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열린공간에서는 특별한 이념적 메시지를 담은 행사보다는 한인(韓人)들을 위한 전시회나 강연회가 주로 열렸다.
 
  A씨 부부는 은행으로부터 ‘이상한 방식’의 대출을 받아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2007년 12월 20일 A씨와 그의 아내 소유 법인인 ‘Village Group 30 Inc.’(이하 빌리지그룹)에 456만 달러를 대출해줬다.
 
  두 사람은 같은 날 미국 뉴저지주 펠리세이즈 소재의 한 부동산을 매입했는데, 등기소 확인 결과 매입가는 520만2000달러였다. 이를 두고 한 매체는 “기업은행이 부동산 담보 모기지 대출 때 통상 거래액의 70%를 대출해주는 것보다 훨씬 높았다”고 보도했다. 즉 기업은행은 부동산 매입가의 88%에 달하는 돈을 A씨 부부에게 대출해준 셈이다.
 
  기업은행은 또 그로부터 약 9개월 뒤 다시 20만 달러를 빌리지그룹에 신용대출해줌으로써, 빌리지그룹 전체 대출액은 476만 달러가 됐다. 이는 건물 매입가의 91.5%에 육박한다.
 
  빌리지그룹은 이 돈을 갚지 않고 2009년 3월 디폴트 선언을 해버렸다. 기업은행은 2010년 8월 빌리지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은행이 빌리지그룹의 디폴트 선언 전까지 회수한 원금은 9만 달러에 불과했다고 매체는 전했다.(2010년 당시 기준)
 
 
  국내외 은행, ‘빈털터리’였던 A씨에게 거액 대출
 

  박윤준 전 차장도 법정에서 A씨가 부동산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서 담보가액을 초과하는 대출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차장은 이렇게 디폴트된 돈을 ‘누군가가 대신 갚아주었다는 의심이 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박윤준 전 차장이 법정에서 한 증언 중 일부다.
 
  〈…어떻게 1000억원 이상씩 아무런 담보력도 없는 사람, 그러면 어떤 의심을 가질 수 있느냐면 누군가 대신 갚아주었다는 의심을, 왜냐하면 이것은 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모(母) 은행이나 본점에서 이것을 대신 갚아줄 수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원은 IRS가 보내온 자료에 의거해 A씨가 받은 대출 건을 보고서에 〈표〉로 정리했다. 이 〈표〉(오른쪽)를 보면 기업은행, 우리은행, 조흥은행, 제일은행 등이 A씨와 관련 있는 미국 내 법인에 적게는 250만 달러에서 많게는 2100만 달러까지 대출해줬음을 알 수 있다.
 
  이 대출들은 거의 ‘부동산 담보(180%)’ ‘무담보 대출’ ‘부동산 담보 초과대출’이었다는 게 IRS와 국정원의 판단이었다. 심지어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도 ‘무담보 대출’을 해줬다. 중국계 은행(CTB)에서는 ‘건설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받는데, 국책은행(산업은행)이 지급보증을 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A씨가 대출받은 돈의 액수는 총 1억1300만 달러에 달한다. ‘빈털터리’로 불린 A씨에게 해준 대출치고는 엄청난 액수다.
 
  국정원 보고서에 따르면, ‘플리바겐을 통해 A의 자백을 유도하겠다’는 요지의 기술이 있다. 플리바겐(plea bargain)은 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증언을 하는 대가(代價)로 형량을 감경(減輕)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IRS가 국정원에 보고한 보고서를 보면, A씨는 2010년 9월 30일 조사 시 “전주(錢主)를 다 밝히겠다”고 플리바겐에 응할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A씨는 그러나 같은 해 10월 12일, 미국 연방검찰 출두해 “다 뒤집어쓰겠다”며 돌변했다. A씨가 돌변하자 미국 국세청은 불법자금 조성 부분을 제외하고 사기 등 일부 범죄사항에 대해서만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박지원 후보자 “아는 사실 없고 관련이 없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보자. 핵심은 국정원이 DJ 비자금 의혹 관련 보고서에 A씨를 언급하며 박지원 후보자를 명기(明記)했다는 점이다. 국정원은 해외정보국과 방첩국에서 입수한 DJ 비자금 관련 정보를 종합해 요도를 작성했고, 거기에도 박지원 후보자를 기재했다. 국정원은 박 후보자(또는 김홍업)의 ‘비자금 관리책’으로 A씨를 지목했는데, A씨는 수상한 대출을 통해 거액의 돈을 조성한 의혹을 받았다. 그로 인해 A씨는 미국 연방검찰에 기소까지 됐다.
 
  구체적인 확인이 요구되는 부분이 더러 있지만, 국정원이 DJ 비자금 의혹과 박 후보자가 서로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박지원 후보자의 입장을 들어볼 차례다. 기자는 지난 7월 11일 박지원 후보자에게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송해 ▲박 후보자와 A씨와의 관계 ▲국정원이 A씨를 박 후보자의 ‘비자금 관리책’으로 본 이유 ▲국정원이 DJ 부부의 방중이 비자금과 관련이 있다고 본 데 대한 입장 등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박지원 후보자는 “저는 아는 사실이 없고 관련이 없기에 답변을 거부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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