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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미래통합당 공천 파동의 시작과 끝

김형오 공관위, “비우기는 잘했지만 채우기는 못했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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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오 위원장이 1%의 사심만 버렸어도…” 최홍 강남을 공천이 공천 파동의 발화점
⊙ 공관위, 親박근혜계·親김무성계 밀어내고 親이명박계·유승민계 부활시킨 이유는
⊙ 박형준 전 통합추진위원장의 공천 개입, 킹메이커 노리나
⊙ “공관위 내부 대립은 90%가 김세연(非黃) vs 박완수(親黃)”
⊙ ‘초보’ 당대표와 ‘더 초보’였던 대표 측근도 공천파동 원인 제공
⊙ 총선 공천 정국에서 킹메이커 후보 3인 등장, 김형오·박형준·김종인
지난 1월 23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들은 미래통합당 출범 후 통합당 당대표와 공관위원장이 됐다.
  “공천을 잘해야 선거에서 이긴다”는 것은 불문율이다. 4·15 총선에서 보수정당이 2016년에 이어 또다시 공천 파동으로 선거전 초반부터 승기를 놓쳤다. 미래통합당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의 ‘새누리당 막장 공천’보다 더 심각한 ‘공천 번복’으로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줬다.
 
  통합당이 현역 의원과 친박근혜계를 대거 밀어내면서 친박·친황교안 세력 중심의 당을 물갈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지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공천, 수없이 벌어진 공천 번복으로 미래통합당은 민심과 멀어졌다. 과거 선거에서 여야 모두 공천 반발에 따른 탈당 사례는 많았지만, 이처럼 공천이 여러 곳에서 번복된 사례는 없었다. 집권 중반 선거에 늘 적용되는 정권심판론, 코로나19, 경제불황 등 여러모로 야당에 유리한 선거였지만 미래통합당은 절호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단추를 어디서부터 잘못 끼운 것일까. 한 달여간에 걸친 미래통합당의 공천 파동을 다각도에서 심층취재했다.
 
 
  정치 초보의 초보운전
 
  정치권 인사들은 미래통합당의 공천 파동에 대해 “정치 초보(황교안 대표)가 지도자가 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치 초보인 황 대표가 원로 정치인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힘의 균형을 이루지 못했고, 김 위원장이 사천(私薦) 논란으로 무너지면서 황 대표가 갑자기 주어진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전직 자유한국당 고위 관계자의 얘기다.
 
  “2016년과 2020년의 공천 파동은 결이 다릅니다. 2016년의 막장 공천은 박근혜(청와대) 대 김무성(당)이라는 정치 고수들의 대결이었습니다. 박근혜 청와대는 당을 손아귀에 쥐고 집권 후반기의 체제를 공고하게 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공천에 개입했습니다.
 
  청와대에서 ‘당이 승리하는 것보다 말 잘 듣는 친박 의원들 80여 명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까지 나오지 않았습니까. 청와대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통해 공천을 휘두르려 했지만, 김무성이라는 차기 유력 대권 주자도 만만하게 당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내고 총선에선 실패하고 말았죠. 이번 공천에서는 청와대라는 강력한 권력이 없으니 좀 더 수월하게 공천이 이뤄질 거라고 다들 생각했는데 초보 당대표의 초보운전 때문에 결국 좌충우돌했습니다.”
 
  당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2019년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된 황교안 대표는 정치 경력이 1년2개월에 불과하다. 측근들도 초보이긴 마찬가지였다. 황 대표의 측근으로 공관위에 들어간 박완수 사무총장은 초선 의원이다. 원래 총선 정국에서 정당 사무총장의 역할은 극대화된다. 당 살림을 맡는 것은 물론 공천 실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사무총장이 공천의 칼을 휘두르다 자신은 낙선하는 사례가 18~20대 총선에서 이어지면서 ‘사무총장 잔혹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박완수 미래통합당 사무총장은 공천에서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못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총선에서 사무총장은 당 지도부와 공관위를 아우르면서 공천을 매끄럽게 이끌어가는 역할이 중요한데, 사실상 초보인 초선 의원이 맡을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김형오 공관위의 물갈이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들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천 논란으로 결국 위원장이 물러나는 파행을 맞은 김형오 공관위가 처음부터 주변의 우려를 샀던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16일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되자 예비후보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공관위원장으로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승규 전 국정원장, 고성국 정치평론가 등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김형오 위원장이 낙점됐다.
 
  당 관계자는 “김형오 위원장은 당 기조위원장, 사무총장, 원내대표 등을 두루 지내 당을 잘 알고 있고, 다른 일부 공관위원장 후보처럼 가족이나 계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아 적임자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형오 공관위는 청년과 여성, 신인을 중용해 새로운 정치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당 사무처 및 전국 시당 사무처장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는 등 과거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 당 안팎의 기대를 모았다
 
  김형오 공관위는 출범과 동시에 대대적인 지역구 물갈이에 나섰다. 공관위는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의 현역 의원들을 대거 컷오프하거나 불출마하도록 주저앉혔다. 불출마 선언을 한 대부분의 의원은 김형오 위원장의 전화를 받았다. 불출마한 의원의 한 측근은 “말이 불출마 권유지 공천을 안 주겠다는 건데 사실상 협박 아니냐”라며 “홍준표나 김태호 정도로 전국적인 인지도와 인기가 있으면 끝까지 버텨볼 수 있겠지만 그 외의 의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주호영 의원은 “김부겸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공관위의 압박에 지역구를 옮겼다. 영남과 함께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강남갑과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이종구 의원과 이혜훈 의원도 공관위의 압박에 험지인 경기 광주을과 서울 동대문을로 지역구를 옮겼다. 공관위의 ‘강남 비워내기’로 강남과 서초, 송파 등 강남벨트 8개 지역구에서 기존 당협위원장이 공천을 받은 지역은 2곳(서초을 박성중 의원, 송파을 배현진 당협위원장)뿐이었다.
 
 
  친이계-유승민계 부상, 박형준 입김?
 
보수통합을 주도한 박형준 전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앞줄 맨 오른쪽)은 미래통합당 공천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컷오프와 물갈이로 빈 자리에 후보 공천이 시작되면서 공관위는 끊임없이 논란에 시달렸다. 전반적으로 친이명박계와 유승민계, 통합파가 도약하고 친박계와 친김무성계는 몰락했다.
 
  친이계로는 조해진 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정태근 전 의원(서울 성북을),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서울 중성동갑),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경남 창원진해), 박진 전 의원(서울 강남을) 등이 공천을 받았다. 친이계인 민현주, 이두아 전 의원도 김형오 공관위에서 단독 공천을 받았지만 김형오 위원장 사퇴 후 해당 지역구가 경선 지역으로 전환되면서 낙천했다. 통합에 참여한 구(舊)바른미래당 인사들, 이른바 유승민계도 대부분 공천을 받았다. 바른미래당 출신인 지상욱(서울 중성동을), 오신환(서울 관악을), 유의동(경기 평택을),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의원은 모두 공천을 받았다.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였던 김철근 후보와 김근식 후보도 공천을 받았다.
 
  특히 김형오 위원장이 공들여 공천한 지역은 그가 공관위원장에서 물러난 후 선거기간에 방문한 후보들의 면면에서 알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방문한 후보는 박주원(경기 안산상록갑), 김은혜(경기 성남분당갑), 오세훈(서울 광진을), 김철근(서울 강서병), 김근식(서울 송파병), 이수희(서울 강동갑), 김웅(서울 송파갑), 태구민(서울 강남갑) 후보로 모두 친이계와 영입 및 통합파 인사들이다.
 
  친이계와 유승민계가 도약한 김형오 공관위의 공천은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전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이명박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이계로 불린다. 한 정당 관계자는 “이번 공천은 김형오와 박형준의 합작품”이라고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고, 즉시 공천 신청을 철회했다. 통추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사실 박형준 위원장이 비례대표가 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닌데 그렇게 엄청난 반발이 나온 것은 ‘박형준 공천’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이 통추위 인사들을 데려와 공천에 개입하면서 기존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박형준 통추위 위원장이 김형오 위원장에게 반드시 챙겨달라고 한 사람이 몇 있는데, 그중 한 명이 김은혜 통추위 대변인”이라며 “공관위가 이를 위해 무리를 하는 바람에 논란이 더 커졌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애초 강남병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선관위의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강남병 지역구가 통합돼 없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공관위가 김 대변인을 송파을에 공천하려 했다는 것이다. 송파을 지역은 배현진 당협위원장이 2년째 활동하고 있었지만, 공관위가 김은혜 후보를 염두에 두고 추가 공천 신청을 받기로 하면서 배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서울에서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배제하면 큰일 난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김 대변인은 강남 지역과 성향이 유사한 경기 성남분당을에 공천을 받았다.
 
  이 밖에도 바른미래당, 전진4.0 출신 등 통합세력 인사들이 공천을 받으면서 지역을 지켜왔던 당협위원장들이 공천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속속 나왔다. 전진4.0 출신으로 이언주 의원의 측근인 김원성(부산 북강서을), 양주상(경기 광명갑) 후보도 단독 공천을 받았다. 정치 신인인 김원성 후보가 보수세가 강한 부산에서 단독 공천을 받은 데 대해 당내 불만이 커졌었다. 김원성 후보는 김형오 위원장 사퇴 후 공천이 취소됐다.
 
  박형준 위원장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거전에서 적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보수 통합 과정과 미래통합당 선거전에서 활약한 박 위원장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킹메이커로 활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親김무성계 거의 사라져
 
  친박계는 물론 친김무성계가 사실상 사라진 것도 이번 통합당 공천의 특징이다. 김무성계로 불렸던 한 낙천 인사는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임명되는 순간부터 솔직히 ‘망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부산 영도 선거구로 얽힌 김형오-김무성의 인연 때문이다.
 
  김형오 위원장은 영도에서 14~18대 국회의원(5선)을 지냈고, 국회의장을 역임한 후 관례에 따라 불출마하게 되자 후계자를 세우고 자신은 ‘영도의 맹주’로 남고자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대 총선에서는 김 위원장의 측근으로 불렸던 이재균 전 국토해양부 차관이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이재균 의원은 1년 만에 의원직을 상실하고, 2013년 4월 보궐선거에서 19대 총선에 불출마했던 김무성 후보가 출마해 당선됐다. 20대 총선에서 김형오 위원장은 최홍 예비후보를 적극 지원했지만 김무성 대(對) 최홍으로 치러진 후보 경선에서 김무성 의원이 승리하면서 김형오-김무성의 관계가 미묘하게 틀어졌다고 지역 정가에서는 보고 있다.
 
  이번 공천에서 김무성 의원과 가까웠던 낙천 후보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는 입장이다.
 
  “4년 전 박근혜 청와대 출신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측근들은 이번 공천에서 대부분 후보 경선조차 가지 못했습니다. 친박계와 청와대 출신을 배제한 것은 당이 탄핵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했다고 생각하지만, 김무성계를 배제한 것은 김형오 위원장과의 악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공관위원장이 사적인 감정으로 행동하진 않겠지만 특정 계파가 하나같이 공천에서 배제된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특히 김무성 의원이 호남 지역에 출마할 의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관위와 황교안 대표 모두 이를 적극적으로 제안하지 않은 것은 김무성계의 부활을 경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황교안 대표의 최측근들조차 공천을 받는 데 실패해 “철저히 통합파를 위한 공천”이라는 말이 나왔다. 황 대표의 정무특보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조청래 상근특보, 황 대표가 총리 시절 민정실장이었던 이태용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원영섭 전 미래통합당 조직부총장은 모두 공천에서 탈락했다. 원영섭 전 부총장은 컷오프됐고, 이태용 전 부원장은 결선 투표에 오르지 못했다. 김우석, 조청래 특보는 전·현직 의원들과 경선을 치르고 패배했다. 한편 당내 측근들이 하나같이 공천받지 못한 데에 비해 황 대표의 측근이면서 검사 출신인 3명, 윤갑근(충북 청주상당)·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후보와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는 점은 황 대표의 리더십과 주변 관리 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사천 논란의 시작은 강남을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을 공천이 취소된 최홍 전 맥쿼리투자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3월 18일 미래통합당 당사 앞에서 공천 취소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김형오 공관위는 공천 작업 초반에는 과감한 물갈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미래통합당의 양지(陽地)인 강남에 김형오 위원장의 최측근을 공천하면서 결정적인 논란이 터졌다. 공관위는 서울 강남을에 최홍 전 ING자산운용 사장을 공천했다. 최 후보는 강남 주민들에겐 낯선 후보였다. 그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부산 중·영도에 출마하기 위해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현역 의원인 김무성 의원과 경선을 치렀다. 김무성 의원에 앞서 중·영도 국회의원을 지낸 김형오 위원장은 당시 최홍 예비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때 지역에서는 “최홍이 김형오의 후계자”라는 말이 나왔다.
 
  최 후보는 2016년 경선에서 패배한 후 연세대 경영대 객원교수 등을 지내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었고, 21대 총선에서는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형오 공관위가 기존 강남을 지역위원장과 공천 신청자들을 모두 배제하고 최 후보에게 단독 공천을 준 것이다. 공천을 신청하지도 않은 인물을 양지에 단독 공천한 데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형오 보좌진 출신으로 공천을 받은 배준영(인천 중강화옹진), 황보승희(부산 중영도) 후보까지 ‘김형오 키즈’로 불리며 사천 논란이 커졌다.
 
  대부분의 취재원은 김형오 위원장이 ‘최홍 강남 공천’만 안 했어도 큰 논란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김형오 위원장이 좋은 취지로 공천에 임했지만 2~3곳 정도는 자기 사람을 심으려 했을 것”이라며 “전 지역구의 1%에 불과한 그 2~3곳, 특히 강남을이 공천 불만이 폭발하는 발화점이 됐다”고 했다. 야권 한 전직 의원은 “사실 공관위원장이 당이 유리한 지역에 2~3명 정도 자기 사람을 심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닌데, 하필 눈에 띄게 최측근을 강남에 공천하는 바람에 낙천자들을 중심으로 당내에 쌓여 있던 불만이 터졌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왜 그런 무리수를 뒀을까. 공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최홍이 경제전문가이고 스펙과 외모도 ‘강남스타일’이어서 강남에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공관위원들도 동조한 것으로 안다”며 “강남을은 여당(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지역이라 양지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측근 끼워넣기를 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결국 김형오 공관위의 가장 큰 문제는 최홍과 김미균(강남병)이었다”며 “김 위원장이 이들을 공천한 것은 당내 자기 세력을 만들려 했거나 공천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거나 둘 중 하나인데, 전자에 무게가 실린다”고 했다.
 
  한 전직 의원은 “어찌 보면 큰 문제가 아니었을 두 사람 공천이 이렇게 파장이 커진 것은 초보 당대표의 초보운전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공천은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만큼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당 지도부의 정치력이 필요하다”며 “최홍이 김형오의 정치적 양아들이라는 얘기도 김무성 측근에게서 나오지 않았나. 공천 반발에 대해서는 대비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황교안의 막판 뒤집기
 
공관위 내 갈등은 주로 ‘비황’ 김세연(왼쪽), ‘친황’ 박완수 위원 사이에서 벌어졌다.
  같은 시기 황교안 대표가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하는 상황에서 “김종인이 강남 갑과 을의 태구민(태영호)·최홍의 공천을 문제 삼았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돌았다. 두 사람의 공천을 재고하지 않으면 선대위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김형오 위원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공천한 두 곳을 콕 집어 지적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황 대표의 뜻대로 김종인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최홍 후보의 공천은 취소됐다. 황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공관위가 결정한 공천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모두 친이계와 통합계, 김세연 의원이 세팅한 곳이었다. 친이계인 민현주, 이두아 전 의원은 단독 공천이 취소됐다. 전진4.0 출신인 부산 북강서을 김원성 후보도 공천이 취소됐다. 황 대표는 김세연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금정에서 김 의원이 컷오프했던 후보(백종헌)를 다시 경선에 참여시켰다. 김 의원이 구상해 내놓은 수도권 퓨처메이커(청년우선지역) 중 일부 지역에서 청년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고 다른 기성 정치인 후보를 공천하기도 했다.
 
  497세대(40대, 90년대 학번, 70년대생)인 김세연 의원은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며 황교안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김 의원은 “당이 세대교체로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데 지도부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던 인물이다. 그동안 김형오 공관위에서 가장 강하게 목소리를 낸 사람은 김세연 의원이었다. 공관위 한 관계자는 “김형오 위원장과 이석연 부위원장은 심판, 김세연 의원과 박완수 의원이 비황과 친황을 대표해 링 위에서 맞서는 선수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 외 당외 위원들은 공천에서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당 부산시당위원장,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여의도연구원장 등을 두루 지낸 중진 김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전후좌우 눈치 볼 일이 없는 상황이었다. 기존 정치인을 배제하고 청년과 신인을 중용해야 한다는 김세연 의원의 주장은 김형오 위원장에게도 설득력이 충분했고, 김형오 위원장은 김세연 의원의 제안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김형오 위원장 사퇴 후 황교안 대표가 공천 번복에 나서자 김세연 의원은 강하게 당 지도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바른미래당 출신 정병국 의원도 가세했다. 그러나 이 비황계 불출마 의원들의 주장은 당 지도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물갈이에는 성공했지만…
 
  미래통합당 공천에 대해서는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공존한다. 전반적으로 크게 잘못된 공천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치명적인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하는 당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김형오 공관위는 “비워내기에는 성공했지만 채워넣기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과 서울 강남 지역의 공천에 대한 아쉬움이 강했다.
 
  PK 지역 당 관계자는 “공관위가 영남 지역에서 현역 의원 대다수를 밀어냈는데, 그 빈자리를 채운 후보들이 기존 의원들보다 경쟁력 면에서 상당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여권의 한 전직 의원은 “박형준이나 정병국 등 중도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경쟁력 있는 현역 의원들도 대거 쳐낸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와 김태호는 포용하고 갔어야 했다”며 “공관위나 지도부나 홍준표를 험지 출마시키겠다며 그렇게 초반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있었나”라고 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사퇴 후 본인이 몸담았던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더불어민주당의 인적 네트워크에 비하면 미래통합당은 구멍가게 수준이었다”며 인재풀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9년간 집권했던 거대 야당에 과연 인재풀이 부족했을까.⊙
 
3인의 킹메이커 후보
 
미래통합당 킹메이커 후보로 떠오른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미래통합당 공천 정국에서 차기 대선 ‘킹메이커’ 또는 당권을 노리는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 3명이나 등장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다. 이들은 미래통합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2022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번 총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이 킹메이커가 되기 위해 관리형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당의 간곡한 요청에 공관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자신은 국회의장까지 지내고 정치에서 은퇴한 원로인 만큼 공천에만 집중하고 공천이 끝나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공천 작업이 진행되면서 보수세력을 한번 제대로 살려보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에서는 물러났지만 김 위원장이 공천을 준 인물이 많은 만큼 앞으로 계파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형준 위원장은 소문난 전략가다. 그가 보수통합과 미래통합당 공천 과정에 깊이 개입한 것은 차기 대선의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형준 위원장이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대권 주자가 있는 것 같진 않지만 차기 대선을 위해 보수의 대표 인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황교안 대표가 간곡하게 영입을 제안할 때 미래통합당의 승리를 예상하고 차기 대선에 대비할 마음으로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이 그 나이에 비례대표도 받지 않고 왜 선거에 앞장서겠느냐”며 “차기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뜻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은 차기 대권 주자로 윤석열을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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