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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의료 사회주의자’ 이진석 신임 국정상황실장의 파워

그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증거인 ‘송병기 수첩’에 등장한 까닭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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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출신 이진석 실장은 의료정책의 ‘미다스의 손(?)’
⊙ 이진석을 표현하는 키워드: ‘울산 출신’ ‘광흥창팀’ ‘김용익의 제자’
⊙ 송병기 수첩에 적힌 “이진석 비서관… 총사업비 2000억원”은 실제 송철호 시장이 추진한 울산 공공병원 사업비와 거의 일치
⊙ 〈공공병원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과제〉 〈공공병원 적자는 ‘건강한 적자’〉 등의 글을 써온 ‘공공병원’ 전문가
⊙ 한약 첩약 급여화 관련해 ‘靑-한의협 뒷거래 의혹’ 불거졌을 때에도 언급돼
⊙ “복지부는 (첩약 급여화에) 패싱되는 듯… 정황상 이진석이 주도하는 게 아닌가 의심”(모 국회의원 비서관 A씨)
⊙ 이진석 실장이 몸담았던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어떤 단체인가?
⊙ 이진석 실장에게 반론 요청 차원에서 카카오톡 메시지와 문자 메시지 보냈지만…
신임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1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기다리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를 청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월 6일 청와대는 조직 개편과 함께 소폭의 비서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조직 개편의 초점은 ‘노른자위 보직’인 국정기획상황실로 모였다. 국정(國政)의 가장 내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부처(部處)의 동향을 파악하는 곳이 국정기획상황실이기 때문이다.
 
  이날 청와대는 “(기존의) 국정기획상황실을 국정상황실로 조정해서 국정 전반의 상황 및 동향 파악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며 국정기획상황실에서 ‘기획’ 업무가 떨어져 나갔음을 알렸다. 하지만 ‘국정 전반의 동향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국정상황실’의 기능과 비중은 전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파격 발탁
 
  조직 개편과 함께 인사이동도 있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윤건영 실장은 재임 내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린 최측근 중 측근이다.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이가 앉았던 요직인 만큼, 이 막강한 자리에 누가 올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신임 국정상황실장에 낙점된 이는 뜻밖에도 이진석(李震錫·49)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이었다.
 
  이진석 비서관의 국정상황실장 발탁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하다.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은 의사 출신으로 비(非)정치인이다.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충북대 의대를 거쳐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를 지냈다. 2015년부터 약 1년여간 대한의사협회 연구기조실장을 맡기도 했다.
 
  원래 이진석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보건·의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이후 2019년 1월, 정책조정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책조정비서관은 국정 전반에 대한 주요 상황 파악·분석·관리는 물론 국정 비전·목표 등을 설계하는 자리다.
 
  정권 초반 맡았던 보건·의료 업무를 넘어 이제는 국정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권력의 핵(核)으로 좀 더 가까이 접근한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前 이진석 실장의 행적
 
2019년 12월 31일 오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튿날 법원은 송병기 부시장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사진=조선DB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뇌관인 ‘송병기 수첩(업무일지)’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간 수면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진석 실장은 왜, 어떤 이유로 ‘송병기 수첩’에 이름이 올라간 걸까.
 
  기자는 복수의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울산시 경제부시장이자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씨가 작성한 이른바 ‘송병기 수첩’ 필사본 전량을 구했다.
 
  필사본은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이 검찰이 제시한 수첩 원본 중 일부 일자 기재 내용을 김 전 시장의 기억대로 정리해 수기(手記)로 작성한 것이다.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송병기 수첩’ 내용은 거의 다 이 필사본을 근거로 했다.
 
  필사본에는 이진석 실장이 총 두 번 등장하는데, 2017년 10월10일자(字)와 2018년 3월31일자 메모에서다. 이를 필사본의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그림〉과 같다.
 

  이 메모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시곗바늘을 2018년으로 돌려야 한다. 그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송철호씨는 공공병원 유치를, 자유한국당 김기현 후보는 산재모병원 건립을 각각 공약으로 내세웠다.
 
  산재모병원은 울산에 많이 거주하는 공단 근로자들의 숙원 사업으로, 선거 때마다 등장한 단골 공약이었다. 그러나 산재모병원은 지방선거를 16일 앞둔 2018년 5월 28일 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에서 탈락, 무산되고 말았다. 반면 송철호 시장이 공약한 공공병원은 2019년 1월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다. 자유한국당은 송병기 수첩 내용 등을 고려했을 때, 청와대와 여당이 김기현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산재모병원을 예타에서 탈락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송철호 시장 측은 수첩 필사본에 적힌 대로, 이진석 당시 사회정책비서관과 산재모병원 관련 논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울산 공공병원 총사업비, 수첩 내용과 거의 일치
 
2018년 3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예비후보가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6·13 지방선거 1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이 송병기 부시장이다. 1차 공약 발표 3일 후인 3월31일자 송병기 수첩에 ‘이진석 실장’과 ‘2천억원’이 적힌 메모가 등장한다. 사진=뉴시스
  수첩 필사본에는 또 ‘2017년 10월 12일 서울 출장’이라고 적혀 있고, 그 밑에 ‘산재모병원 또는 공공병원 → BH방문’이라고 적혀 있다. ‘BH’는 ‘블루 하우스’, 즉 청와대를 말한다. 2017년 10월13일자 메모에는 ‘송 장관 BH 방문 결과(10월 12일), 공공병원 대안 수립 시까지 산재모 추진 보류 → 공공병원 조기 검토 필요’라고 돼 있다. 여기서 ‘송 장관’은 장관급인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맡았던 송철호씨를 지칭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청와대를 방문한 결과, 김기현 후보의 산재모병원 공약은 추진을 보류하고, 송철호 후보의 공공병원 공약은 조기 검토에 들어간 셈이다. 그 결과는 앞서 밝혔듯이 산재모병원의 ‘예타 불합격’과 공공병원의 ‘예타 면제’로 귀결됐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울산 공공병원 건립 계획 등 송철호 시장의 공약 설계를 도운 게 사실이라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진석 비서관(BH 회의)’이라고 적힌 2018년 3월31일자 메모다. 여기서 ‘사업’은 송철호 후보가 추진했던 공공병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첩에 적힌 총사업비를 근거로 ‘수첩 필사본에 적힌 공공병원’ 총사업비와 ‘실제 공공병원’ 총사업비가 서로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해봤다. 그것만 확인되면 이진석 실장이 송철호 후보의 공공병원 공약 설계에 개입했음을 방증하는, 일종의 ‘정황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28일, 울산시는 산업재해 전문 공공병원 건립을 위한 사업비 2059억원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당시 한 언론은 “이 사업은 올해 1월 29일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다”고 전했다. 송병기 수첩 필사본에 적힌 ‘총사업비 2000억원’과 거의 일치하는 액수다. 예타 면제 사업이라는 것 역시 그간의 정황과 일치한다.
 
 
  알고 보니 ‘공공병원 전문가’
 
  그렇다면 의사 출신인 이진석 실장 역시 ‘공공병원’과 어떤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확인 결과, 그는 공공병원에 관한 각종 발제문을 작성하고 관련 칼럼을 기고해온 공공병원 및 공공 보건의료의 전문가였다.
 
  이진석 실장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13년 7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공공병원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과제〉를 기고했다. 이 글에서 그는 “‘양질의 적정진료’를 위한 공공병원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며 ‘공공병원의 역할과 기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취약계층 진료: 건강보장제도의 취약한 보장성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부여된 역할
  2) 수익성이 낮아 적정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필수진료 제공
  3) 국가 보건의료사업과 정책 지원
  4) 양질의 적정진료(표준진료): 공공병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과 기능. 과소진료도 아니고 과잉진료도 아닌, 질 높고, 친절하며, 안전한 진료를 제공하는 것〉
 
  이진석 실장은 “공공병원의 성과를 개별병원의 수익성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무지한 접근”이라며 “공공병원의 성과는 ‘국가 보건의료 체계의 거시적 효과성·효율성·형평성에 대한 기여 수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공공병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책임이고,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공공병원) 적자 불가피… ‘건강한 적자’”
 
이진석 실장이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로 있던 시절 작성한 〈공공의료의 개념 전환과 국립대 병원의 역할〉(2013년 5월), 〈한국과 외국의 공공의료〉(2013년 6월)라는 제목의 자료.
  같은 해 4월 시사주간지 《시사IN》에 〈공공병원 적자는 ‘건강한 적자’〉라는 제하의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당시 의료 관련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진주의료원 폐쇄 여부였다. 경상남도가 운영하는 진주의료원이 만성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자, 홍준표 경남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겠다는 강수(强手)를 뒀다. 이와 관련해 이진석 실장이 쓴 글의 내용을 보자.
 
  〈지방 공공병원들은 앞으로 계속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의료는 적정진료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 공공병원의 수익성 악화를 해결하려면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공공병원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민간병원에 비해 과잉진료가 덜하고, 비보험 진료도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합병원 규모의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병상당 수입을 비교해보면, 공공병원이 민간병원의 절반밖에 안 된다. 적자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런 적자는 적정진료를 하느라 발생한 ‘건강한 적자’이다. 오히려 칭찬해주어야 할 일이다.〉
 
  그는 “물론 공공병원의 적자 중에서 ‘불건강한 적자’도 있다”며 “비효율적이거나 투명성 부족, 그리고 개별병원의 노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적자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병원이 처해 있는 현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공병원을 위해 중앙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진석 실장은 자기주장을 담은 칼럼만 써온 게 아니다. 공공병원에 관한 각종 심포지엄에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12년 8월 14일 서울의료원에서 열린 ‘공공의료의 질 향상 심포지엄’에 참석해 ‘질의응답 및 전체토론’ 세션에서 ‘공공병원 운영평가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인 9월 26일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발족 기념 심포지움’에도 이름을 올렸다. 여기서 이진석 실장은 ‘서울시 공공보건 정책의 발전 방향과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의 역할 설정 논의’ 세션을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맡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공공의료의 개념 전환과 국립대 병원의 역할〉(2013년 5월), 〈한국과 외국의 공공의료〉(2013년 6월) 등 관련 자료도 작성했음이 확인됐다.
 
 
  한약 첩약 급여화 둘러싸고 ‘靑-한의협 뒷거래’(?)
 
2019년 10월 4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온 최혁용(마이크 든 이)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뉴시스
  이진석 실장의 이름은 한의학계에서도 오르내렸다. 지난해 10월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약 첩약(貼藥) 급여화’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한의사 단체 간의 이른바 ‘뒷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핵심은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문재인 케어’를 지지하는 조건으로, 그간 비급여 항목이었던 한방 첩약을 청와대가 나서 급여화해주겠다는 게 의혹의 요지였다.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 항목을 없애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료비를 국가가 운용하는 건강보험에서 지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날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과 최혁용 한의협 회장 간의 문답을 보자.
 
  〈▲김순례 위원: … 청와대에 가셔서 문케어 반대하는 의사협회와 달리 한의사협회는 찬성하겠다, 대신에 첩약 급여화해달라고 요청하신 적 있습니까, 없습니까? 첩약 급여화에 대해서 요청하신 적 있습니까, 없습니까? 단답형으로 얘기하세요. 요청하신 적 있습니까, 없습니까?
 
  ▲참고인 최혁용: 첩약 급여화에 대해서 저희들이 만날 수 있는 모든 분들께 요청해왔습니다.
 
  ▲김순례 위원: 지지선언 해주면 첩약 급여화한다고 답을 주던가요, 그렇게 말씀 주시니까?
 
  ▲참고인 최혁용: 그렇지 않습니다.
 
  ▲김순례 위원: 파워포인트 동영상 틀어봐 주십시오…. 조금 전에 분명히 참고인께서는 청와대에 간 적 없다고 했는데 여기에 나온 저분은 누구십니까?
 
  ▲참고인 최혁용: 저입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조선DB
  김순례 의원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최혁용 회장이 ‘청와대에 가서 의협은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지만 한의협은 적극 지지하겠다’ ‘대신에 첩약 급여화를 해달라고 거래했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여 첩약 급여화가 사실상 결정됐다’는 취지의 말이 담겨 있었다. 김 의원은 녹음파일을 하나 더 공개했다.
 
  〈▲김순례 위원: 다음 동영상,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이따 말씀하실 거 드리겠습니다.
 
  다음, 파워포인트, 동영상….
 
  (녹음자료 재생)
 
  자, 됐습니다. 제가 지금 시간상 간략하게 정리를 해드리겠습니다.
 
  ‘김용익 이사장이 박능후 장관보다 청와대와 가깝다,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실세다’… 그리고 ‘자기 제자인 이진석 비서관을 꽂았다, 이 사람이 실세다, 그리고 이진석과 김용익은 의료사회주의자다’라고 저기서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최 참고인과 그리고 임원진들이 이진석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첩약 급여화 약속을 받았다 이런 말이 저기에 녹취로 나오고 있습니다.〉
 
  김순례 의원에 따르면, 이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인물은 한의협 소속 임원이라고 한다. 상기(上記) 회의록에 적시된 녹취록을, 취재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충하면 대강 ‘▲김용익 (건강보험관리공단) 이사장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보다 실세 ▲김 이사장이 제자인 이진석을 (청와대에) 비서관으로 꽂았다 ▲의료사회주의자인 김용익 이사장과 이진석 비서관이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고 있다’로 정리할 수 있다.
 
 
  가시화되는 ‘한약 첩약 급여화’… 이진석의 힘?
 
  즉 한의협 임원이 문재인 케어를 추진해온 이진석 비서관을 만나 문제의 한약 첩약 급여화 문제를 논의했다는 뜻이 된다. 그럼 2020년 1월 현재, 한약 첩약 급여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의료계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 매체 ‘데일리메디’는 지난 1월 3일 “2019년 시행이 예정됐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논란이 거듭되면서 연기, 해를 넘겨 2020년 실시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최혁용 회장도 2020년 신년사에서 첩약 급여화와 관련해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서 올해 중 첩약 건강보험의 실시를 명문화하고 관련 일정을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2019년 불발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올해 중으로는 실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한약 첩약 급여화 시행 역시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현시점에서 이진석 실장이 첩약 급여화 정책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다. 다만 그가 ‘실세’ 김용익 이사장의 제자라고 언급된 점에 비춰, 한의학계도 이진석 실장의 위상을 알고 그를 상대로 첩약 급여화 정책을 부탁했을 수도 있다. 참고로 최혁용 회장은 문 대통령과 같은 경희대(한의대)를 졸업했으며, 2012년과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정책특보를 맡은 이력이 있다.
 
 
  ‘스승’ 김용익 이사장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사진=조선DB
  한의협 임원이 녹음파일에서 ‘이진석 비서관을 꽂은’ 인물로 꼽았던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이진석 실장과 어떤 관계일까. 김용익 이사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이진석 실장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를 지냈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사제(師弟)의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냈고,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김용익 이사장도 이진석 실장과 마찬가지로 공공의료 분야에 있어 전문가로 불린다. 김용익・이진석 두 사람이 ‘문재인 케어’를 입안한 투톱이란 사실은 이미 파다하게 알려져 있다. ‘김용익 이사장이 이진석 비서관을 꽂았다’는 말은 이런 배경 때문에 나온 것으로 짐작된다.
 
  두 사람과 관련 있는 인맥이 건보공단은 물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요직도 장악했다는 뒷말도 나왔다. 특히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인맥의 약진(躍進)이 두드러졌다. 정기현 국립의료원장, 김선민 심평원 기획이사, 문정주 심평원 감사가 이곳 출신이다.
 
  이런 이유로 관가(官街)에서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김용익-이진석 라인’에 밀린다는 소문이 떠돌았고, 한의협에도 퍼졌던 것으로 보인다. 한 야당 국회의원(보건복지위 소속) 비서관 A씨는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녹취록이 공개된 후) 김용익 이사장이 건보(健保) 간부들을 불러놓고 ‘내가 (이진석 실장을) 꽂을 능력이 된다고 봐주는 건 고마운데 내가 한 게 아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김 이사장은 ‘(이진석은) 이미 내 손을 떠난 지 오래’라며 ‘독자적으로 임명된 사람’이란 식으로 말했답니다.”
 
  A씨는 “한약 첩약 급여화에 대한 박능후 장관의 당초 입장은 ‘유효성·경제성 평가 없이는 불가능하다’였다”며 이런 말을 했다.
 
  “심평원에서 첩약 급여화를 담당하는 팀장 말에 따르면, 첩약 급여화 시 필요한 각종 자료를 한의협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2019년 기준-기자 註). 자료를 받아도 검증하고 검토하는 데에만 1년이 넘게 걸립니다. 그런데 올해 안에 첩약 급여화를 실시한다니까 황당하죠. 복지부는 이 문제(첩약 급여화)에 있어 패싱되는 것 같고, 정황상 이진석 비서관이 주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프로세스(과정)는 아니죠.”
 
 
  “의료 사회주의적 입장 견지해온 인물”
 
  이진석 실장이 의료계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5년 4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에 선임되면서부터다. 이때 그는 의사들에게서 ‘의료 사회주의자’라는 공격을 받았다.
 
  당시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를 상기 직위에 신규 임용했다. 의협은 “의료정책의 전문가인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를 영입, 의료계 정책개발 강화를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연구소 발전의 기틀을 더욱더 다져나갈 방침”이라며 인선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진석 교수의 연구조정실장 선임을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같은 해 5월 1일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성명을 내고 “이진석 교수는 그간 의료 진보 세력이라 스스로 칭하면서 의사 회원의 권익(權益) 역행은 물론, 의료 포퓰리즘으로 국민 건강에도 위해를 줄 만한 정책에 찬동하고 의료 사회주의적 입장을 견지하여온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전의총은 구체적으로 ▲의료인의 과잉진료 및 박리다매 진료가 보장성 약화의 주범이라면서 강제지정제를 적극 옹호하고 ▲정부의 추가지원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보장률 90% 및 비급여 수가 삭감을 주장한 자라고 했다.
 
  대한평의사회도 4월 29일, 성명서를 통해 이진석 교수는 극단적 좌파 의료를 추구하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핵심 인물이라면서 ▲의협의 당연지정제 철폐 헌법소원에서 적극 반대하고 ▲의료계 포괄수가제 반대 투쟁 당시 포괄수가제를 공개적으로 적극 옹호했다고 지적하며 그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의사들의 입장과 다른 주장 펼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홈페이지의 소개글. ‘사회경제 민주화를 통해 역동적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써 있다.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이 된 이진석 실장이 옹호했던 의료정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강제지정제’란 요양기관 당연(강제)지정제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의사와 의료기관이 정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과 강제적으로 계약하게 돼 있는데 이를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라 부른다. 전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에 가입한 환자를 의무적으로 진료해야 하며 정해진 수가(酬價)를 받아야 한다.
 
  그간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당연지정제를 빌미로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계약을 의사에게 강제한다고 봤다. 즉 정부가 당연지정제를 의사들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보고 ‘불합리한 계약’이라고 주장해온 것이다. 당연지정제가 철폐되면 환자 역시 국민건강보험(공보험)과 민간의료보험(사보험)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지 결정권을 줄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논리다.
 
  의협은 당연지정제가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해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2014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포괄수과제’란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어떤 질병의 진료를 위해 입원했었는지에 따라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수가를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제도다. 이렇다 보니 의사들은 포괄수가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선 의료의 질 하락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일정 금액 내에서 모든 시술을 해결해야 하다 보니 의료기관에서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시술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병원 수익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도 반대하는 요인 중 하나다.
 
  대한평의사회가 이진석씨를 비판하며 거론한 ‘복지국가소사이어티’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7년 발족한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 “사회경제 민주화를 통해 역동적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신자유주의 배격 ▲존엄·존중·정의 추구 ▲금융자본·산업자본의 건전화 및 안정화 추구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 단체의 이상구 운영위원장은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2016년 11월15일자) 첫머리에 “지난 12일, 100만 군중 속에서 함성을 지르고 촛불 파도타기도 하면서 오랜만에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며 “최순실 게이트에서 시작된 박근혜 퇴진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내자동 경찰 저지선을 넘어 청와대에까지 전달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화두(話頭) 외에 정치 이슈에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이진석씨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4대 중증질환’ 공약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는 “현재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는 안대로 보장성을 강화하면 중증질환의 보장률은 최대 30% 정도다. 여기에 간병비까지 포함할 경우 그 비율은 25%에 불과하다”며 “이게 전액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원안의 내용이냐”고 비판했다.
 
 
  이진석의 국정상황실장行… 의미는?
 
  이진석씨의 국정상황실장행(行)은 몇 가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각이다. 이 사건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와 더불어, 현재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청와대-검찰 갈등의 불씨가 됐다. 검찰 수사망이 국무조정실을 넘어 청와대까지 넘보자, 청와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앞세워 검찰을 압박하며 검찰 내 ‘윤석열 인맥’을 일거에 잘라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두고 ‘청와대·법무부 대(對) 검찰’이 강대강(强對强) 대치를 벌이고 있음에도, 이진석 실장은 별다른 외부 저항 없이 국정상황실장으로 갔다. 최근 이 실장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불응했다고 한다. 이는 이진석 실장의 파워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청와대가 검찰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친정(親政)체제로 더욱 공고히 한 점이다. 이진석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인재풀(pool) 역할을 해온 ‘광흥창팀’의 멤버 중 한 명이다. 광흥창팀은 2017년 대선 당시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부근에 사무실을 내고 문재인 후보를 도왔던 핵심 참모 그룹이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윤건영 전 실장,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을 위시해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오종식 기획비서관, 신동호 연설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멤버다.
 
  이 중 양정철 원장과 안영배 사장을 제외한 전원이 청와대 1기 멤버로 입성함으로써, 광흥창팀은 이 정부 내내 약진했다. 이진석 실장은 광흥창팀의 막내 그룹으로 분류된다. 윤건영 실장에 이어 또다시 광흥창팀 멤버(이진석)를 국정상황실장에 임명한 건, 국정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죄겠다는 방증이다.
 
 
  잘나가는 ‘학성고’ 출신
 
  또 하나 두드러지는 특징은 이진석 실장이 졸업한 울산 학성고 출신이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요직에 발탁됐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4월, 대장(大將)으로 진급해 지상작전군사령관에 임명된 남영신 대장(학군 23·동아대)이다. 기무사령관의 후신(後身)인 초대 국군 안보지원사령관으로 있다가 영전한 남영신 대장은 ‘문재인 군부’의 상징과 같은 장성(將星)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밀었던 인사를 제치고 검찰의 ‘창고지기’인 대검 사무국장에 오른 복두규씨도 학성고 출신이다. 대검 사무국장은 검찰 공무원이 오를 수 있는 최고 직위라고 한다. 그만큼 총장의 핵심 측근이 앉는 게 관례다.
 
  하지만 ‘조국 사건’을 계기로 윤석열 총장이 문재인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자, 법무부가 밀던 복두규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김우찬 금융감독원 감사, 총선 출마 준비 중인 최재관 전 청와대 농어업정책비서관, 국세청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이동신 부산지방국세청장 역시 학성고를 나왔다.
 
 
  이진석 실장에게 반론 청구했으나…
 
  지난 1월 13일, 이진석 실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와 문자 메시지로 총 10개의 동일한 질의서를 발송, 그의 입장을 들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진석 실장은 기사 마감 시점까지 아무런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발송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대다수 언론은 이른바 ‘송병기 수첩’에서 실장님(당시는 사회정책비서관 재임)께서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후보의 ‘공공병원 공약’ 설계에 간여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문제의 수첩을 읽은 저도 비슷한 입장인데,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2. 그것이 사실이라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아닐까요.
 
  3. 이러한 의심을 더욱 짙게 만드는 대목 중 하나가 실장님께서 과거 학계에 몸담고 계실 때 공공병원 및 공공의료 분야의 권위자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이와 관련한 심포지엄에도 참석하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셨던 걸로 압니다. 송철호 후보의 공약 설계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4.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걸로 보도가 됐는데, 이에 불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불응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5. 한약 첩약 급여화 정책과 관련해 한의협과 사전에 논의한 바가 있습니까.
 
  6. 협의한 적이 없다면 한의협 임원은 실장님을 만나 첩약 급여화 정책을 사전에 약속 받았다는 취지의 말을 왜 했을까요.
 
  7. 한약 첩약 급여화 정책 입안 과정에서 복지부는 사실상 패싱된 채, 모두 실장님을 손을 거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던데 사실입니까.
 
  8. 송철호 시장이 내세웠던 공공병원 공약, 한약 첩약 급여화 정책 모두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될 예정입니다. 야당은 이 모든 게 실장님의 작품이라고 의심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9. 이러한 일들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실장님의 스승이라고 불리는 김용익 이사장은 어떤 역할(또는 조언)을 했습니까.
 
  10. 의사 출신으로서 국정상황실장으로 발탁된 건 의외라는 게 중평입니다. 본인이 발탁된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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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hvhfl    (2020-01-30) 찬성 : 2   반대 : 0
월간조선의 인터넷 기사가 아주 볼만하네요. 월간이라는 잡지이지만 시시각각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길 기대합니다.

20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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