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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그 이후

‘국정원 특활비’가 죄? 박근혜 前 대통령 無罪, 그 이후

“국정원 특활비는 다른 대통령들도 받았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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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 수많은 국정농단 사건 중 ‘국정원 특활비’만 무죄
⊙ 법원 “직무관련성 고려해야” 대통령 옷 구입도 정당한 이유
⊙ MB도 특활비는 무죄 예상… 법조계 “어떻게 해석할지 의문”
⊙ ‘특별활동비’는 당연한 금액… 공무원이 받은 금전은 어떻게
⊙ 국정원과 대통령의 관계는… 지금도 “문재인과 국정원은 무슨 관계” 논란
국정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온 국정농단 사태 관련 재판의 1심이 대부분 종료되고 일부는 대법원 선고만 남는 등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 중 국정원에서 받은 특활비 36억5000만원이 뇌물이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6월 14일 박 전 대통령에 특활비 수수 혐의로 징역 12년과 벌금 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구형했다. 특활비를 뇌물로 받았으며 이를 개인적으로 사용해 국고손실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7월 21일 “특활비는 뇌물이 아니다”라며 뇌물죄에는 무죄를 선고했고, 국고손실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고손실과 관련해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검찰은 강력히 반발하며 항소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음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소된 국정원 특활비 사건 관련 인물들도 최종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현재 재판중인데, 그 역시 지난 7월 28일(국정원 특활비) 뇌물 방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국정원 특활비’는 과연 유죄일까. 정치권 인사들과 법조인들의 의견을 종합했다. 법조인들은 “국정원 특활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인다. 검찰이 이 사건 항소에 나선 것은 ‘자존심 싸움’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내가 받은 특활비는…”
 
7월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 선고공판.
  법조인들이 재판에서 ‘무죄’를 선언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일단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증거가 없다는 의미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은 대부분 박 전 대통령이 삼성과 국정원 등에서 부정한 금액을 받았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청와대 비서관 등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장들로부터 수십억대 특활비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7월 20일 법원은 “뇌물수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국정원 특활비 지원이 예산을 전용한 것은 맞지만, 뇌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은 국정원 특활비가 예산 전용을 한 사실은 맞지만 뇌물은 아니라고 밝혔다. 뇌물이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공무원이 받은 금품이 직무와 관련한 부당한 대가’이거나 ‘금품이 오간 당사자의 의사’ 등을 정확하게 살펴야 한다.
 
  이에 따라 국정원장이 특활비를 지원했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이고 원장이나 차장 등 주요 간부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관계가 밀접하다”고 판단했지만, “이런 사정만으로는 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만큼 국정원장의 대가성이나 업무 관련성을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받는 특활비를 뇌물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 금액을 어디에 사용하느냐가 문제다. 국정을 위해 사용하느냐 혹은 개인적으로 사용하느냐가 문제인데, 이 역시 명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
 
  ‘특활비’와 관련된 자유한국당 관계자의 얘기다. 그는 “이른바 ‘박근혜 최측근’ 3명과 연락해 전 국정원장들로부터 특활비를 수수했지만, (사용처를 볼 때) 헌법질서를 훼손한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국정원이 사(私)금고가 아닌 만큼 국정원 시스템에서 일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특활비는 어디에 쓰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공격받는 이유는 “(공금인) 특활비를 어디에 썼느냐”다. ‘최순실 의상실’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뜻이다. 박 전 대통령이 대외업무에 나설 때마다 새로운 옷을 입었고, 의상 대금을 최순실씨가 현금으로 지불하는 장면이 TV조선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그 금액을 어디에 썼든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 판례 등에 따르면 공무원이 받은 금품이 그 사람과의 관계, 당사자의 의사 등을 두루 살펴 직무관련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이 대통령의 요구나 지시에 따라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하기 위해 특활비를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돈으로 옷을 샀어도 ‘국정을 위해’ 샀다면 당연히 직무와 관련된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의 의상구입비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는 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평소에 입을 옷을 샀는지, 공적인 자리에 입고 나갈 옷을 샀는지에 따라 용처가 다르다.
 
  이 같은 판결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도 ‘특활비 수수’에서 무죄로 결론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대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월 말 무죄 판결을 받았고,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유사한 사건에서 ’뇌물 방조’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35억여 원을 공여한 혐의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이를 전달해 방조 혐의를 받은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모두 기소됐지만 아직 형량이 선고된 바는 없다.
 
  국정원장들이 특활비를 한꺼번에 지급하지 않고 매달 5000만~1억원씩 오랜 기간에 걸쳐 지급한 것은 비밀이 생명인 뇌물 범행과는 거리가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특활비는 불법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청와대에서 이병호 신임 국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은 재판에서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자금을 지원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역시 특활비에 대해 ‘임명 대가’가 아닌 관행이라고 판단했다. 특활비를 이유로 기소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의미다. 앞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재판에서도 법원은 국정원 특활비에 대해 ‘관행’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특활비는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공무원이 받은 금품이 직무와 관련된 부당한 대가인지 여부를 따지려면 해당 공무원의 직무내용, 인간관계, 당사자의 의사 등을 두루 따져 봐야 한다. 중요한 건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국가 최고결정권자인 만큼 모든 제안을 ‘예산 지원’ 수준으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재판부는 “국정원 자금의 특수활동비로서의 특성, 대통령과 국정원의 긴밀한 업무관계 등을 종합하면 이전에도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국정원 자금을 전달하는 관행이나 사례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이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전달 지시나 요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국정원장 입장에서 특활비를 지원해 얻을 이익이 특별히 없다는 점도 반영됐다. 대통령 지시를 받는 국정원장이 원장의 직무수행이나 국정원 현안에서 각종 편의를 기대한다는 것은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검찰은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NLL대화록 공개 사건 등 국정원 관련 현안이 청와대와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이 특활비를 정기적으로 건넸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사임을 통보받거나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검찰 항소, 2심 예상은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뇌물죄에 대해 무죄선고를 받자 항소에 나섰다. 뇌물죄가 무죄가 되면 다른 혐의(국고손실)로 처벌하게 돼도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사실상 실패작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특활비의 대가성에 대해 다시 주장할 계획이다.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 재판과 관련해 각각의 인물에 1심 선고가 내려질 때마다 언론 입장문을 내고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공개 반발했다. 특히 뇌물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돈이 오고간 시점과 관련해 관계된 직무 현안이 입증돼야 하는 만큼 검찰의 초조함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특활비 사건 결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지난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죄로 기소됐다가 지난 7월 26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2008~2010년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국정원 특활비 각 2억원씩 총 4억원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검찰은 이들이 직무수행 및 현안과 관련한 편의제공 기대로 특활비를 지원했다는 혐의를 주장했지만, 실제로 이런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직무 대가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만큼 오고간 돈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권이 바뀌면?
 
국정원 특활비 일부분은 대통령 의상비로 사용됐다. 사진은 최순실이 운영한 의상실.
  결국 박근혜 정권과 관련한 ‘국정원 특활비’ 논란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과정에 따른 결과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정원 특활비 수수에 대해 법적으로 논한다면 정부와 산하기관, 국회의원과 그 주변인들이 모두 연루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해당 자치단체가 연루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반면 국정원이 굳이 친정부 혹은 반정부적 의견을 낼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국정원 한 전직 관계자는 “국정원장이 대통령이나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그동안 검찰이 각종 사건에 국정원 연루설을 내세웠지만 받아들여진 것이 없지 않으냐”며 “현 정권을 지원할 수는 있지만 정부와 국정원간 대가성을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심이 없다”고 주장한다. 국정원 특활비 재판 결과가 이를 법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아닐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현재 1심 선고대로 형량을 살 경우 90세가 넘어야 출소할 수 있다. 그러나 2심과 3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 갖는 사람이 많다. 최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특활비를 북한 김정일 정권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있다. 문재인 정부도 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 특활비’는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밝혀져야 할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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