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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통령(大統領)이란?

대통령 정책 메시지로 본 노무현·문재인 리더십 비교

“문재인은 노무현을 따라가면 안 돼”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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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盧), 탈권위주의·자유방임적… 김두관·강금실·윤덕홍·이재용 등 파격 인사 즐겨
⊙ 문(文), 이성적·과업 중심적… 공적 업무를 중시하고 과정보다 목표 강조
⊙ 노, 과거사위원회·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 발족… 언론개혁 시도하다 역풍
⊙ 문, 적폐청산 위한 정부 부처별 과거사 TF 발족… KBS·MBC 방송 장악 속전속결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2004년 5월 17일 모습이다.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상습 반대와 외부 세력 개입 같은 ‘한국형 정치갈등’으로 사회·경제적 갈등비용이 엄청났다는 사실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문제는 갈등을 다루는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이 리더십은 정책 메시지를 통해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 메시지가 탄력을 얻기 위해선 대통령의 성격, 이념성, 갈등관리 능력과 같은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마련이다.
 
  사실, 갈등 이면에는 대통령의 이념적 정체성이 크게 작용한다. 이념적 정체성이 강한 대통령의 경우 갈등적 정책을 제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과거사 청산’이나 ‘자주국방론’(주한미군 감축, 주한미군 재배치) 같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이 그런 케이스다.
 
  반면 통합적 성격이 강한 대통령은 합의적 성격의 정책을 선호한다. 합의에 이르는 기간이 길고 순탄치 않을 경우 리더십이 공격받기 쉽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그런 케이스다.
 
  정치학자 라스웰(Lasswell)은 지도자의 개인적 성격에 따라 행정가형과 선동가형으로 리더십을 나누었다.
 
  행정가형은 사회갈등이 충돌할 때 비교적 간접적이고 점진적 방식으로 자신의 정책을 드러낸다. 내향적·이성적이며 대중연설보다 토론을 선호하는 정적 스타일이다. 막연한 명분보다 구체적인 실리를 우선시한다. 역대 대통령으로 꼽자면 박정희·노태우·김대중·박근혜 전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반면 선동가형은 현상에 대한 욕구불만을 직접적이고 빠른 방식으로 드러내는 동적 스타일이다. 외향적·감성적이며 대중연설을 좋아하고 비공개보다 공개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한다고 할까. 이승만·전두환·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당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스타일일까. 그의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 스승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어떨까.
 
 
  노무현과 문재인, 김영삼과 박정희 리더십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파격 인사를 선호했다.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장관에 기용한 것도 파격이었다. 2003년 3월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 업무보고를 위해 이동하고 있는 강 장관과 노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야당, 그를 지지하지 않는 중도·보수 세력과 갈등·대립을 초래했다. 취임 초기 국회 인사청문회부터 그랬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국정원장 후보와 기조실장 후보에 대해 ‘부적절’ 혹은 ‘불가’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김두관 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결의한 일이 있었다. 대통령은 오랫동안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국정의 교착과 대립을 불러왔다.
 
  마찬가지 일이 현 정권에서도 재연됐다. 작년 9월 12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이 부결되자 청와대는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키로 발표했다. 국회가 부결시킨 후보자에게 헌법재판소장 권한을 부여한다는 결정은 국회 무시로 비칠 수 있다. 야당은 “삼권분립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여성비하 논란이 있던 탁현민 행정관을 누가 뭐라고 하든 끔찍이 챙긴다. 언론과 여론의 반감에 가타부타 말이 없다. 물론 예외도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 한솥밥을 먹던 순천대 박기영 교수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했으나 나흘 만에 박 교수의 자진사퇴(2017년 8월 11일)로 일단락됐다. 박 교수가 황우석의 ‘줄기세포 프로젝트’를 국가 차원에서 후원을 주도했다는 책임론이 들끓었었다. 사퇴 직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더 낮은 자세로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았다. 야당의 반발에도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강행(2017년 11월)한 점이 그렇다. “오기정치”라는 야당의 반발이 있었으나 문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차관 이하 인사는 ‘보나코(보은, 나 홀로, 코드) 인사’라는 말이 야당과 언론에서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시절의 ‘코드 인사’에는 훨씬 못 미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코드 애착’은 민주당을 쪼개 코드에 맞는 사람들로 새로운 집권당(열린우리당 창당)을 만든다든가, 코드가 맞는 사람으로 측근 참모를 구성한 데서 잘 드러난다. 사실 노 전 대통령 주변에는 안희정·이광재·유시민을 비롯 측근 참모들이 즐비했다. 문 대통령도 당시 그들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두 전·현직 대통령이 똑같은 리더십을 소유했다고 보기 어렵다.
 
  인사에서 보면 노 전 대통령은 늘 파격적이었다. 탈권위주의 혹은 자유방임적 리더십으로 연결된다. 군수 출신 김두관을 행자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나 시민운동가 출신의 치과의사인 이재용을 환경부 장관에 기용했고, 젊은 여성 변호사인 강금실을 법무부 장관에 앉혔다. 지방 사립대 총장이던 윤덕홍을 교육부총리에 임명한 것도 놀라웠다.
 
  그런 면에서 노 전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은 인간중심적 리더십에 가깝다. 비선라인이나 가신 등 오랜 사적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감성적이며 목표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 비슷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파격 인사와 거리가 멀다. 노 전 대통령처럼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평검사들과 날 선 공개 토론을 하는 듯한 행보를 취하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이 걸었던 선동가형 리더십을 택하지 않은 셈이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나 인사 스타일은 무덤덤하다. 스토리텔링이 적다. 정치적 목적으로 자신을 지지해 준 호남 출신들을 국정의 요직에 앉히고 대구·경북 출신을 배제하고 대신 부산·경남 출신은 적극 기용, 영남 민심을 분열시켰다. 다분히 과업중심적이다. 이런 유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스타일과 비슷하다. 공적 업무를 중시하고 이성적이며 과정보다 목표를 강조한다.
 
 
  노무현의 과거사위원회, 문재인의 각 부처별 과거사 TF
 
2005년 12월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송기인 신부에게 과거사위원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 메시지 가운데 ‘주류 세력의 교체론’이 있었다. 우리 사회의 주류·지배 세력을 점진적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대통령의 힘과 친노(親盧) 세력으로 정치적 갈등을 첨예화시켜 자기편을 단결시키고 중간층을 제압하는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는 기득권층과 서민, 중앙(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 주류와 비주류를 갈랐고 이들 간의 갈등과 대결을 유도하려 했다. 그런 비주류 역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분당을 감수하고 만든 정당이 열린우리당이다.
 
  그러나 인위적 주류 교체 전략은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과거사위원회를 만들거나,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가동한 예가 그렇다. 기득권 중심의 주류 역사관을 민중·민주 중심의 비주류 역사관으로 대체하려는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위원회가 잘못된 역사를 올바르게 응시하거나 신원(伸冤)한 측면이 있으나 현실 정치적 맥락에서 제기된 것은 6·25전쟁, 권위주의 정부와 관련된 현대사 문제였다.
 
  6·25를 통일전쟁으로 보느냐, 국가보안법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느냐의 문제가 쟁점이 되면서 보수 진영에서는 국가 정체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문 대통령도 적폐청산의 이름하에 정부 출범부터 각 부처별 과거사 TF를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 때와 달리 현대사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의 정책과 정책 입안자를 겨냥하고 있다.
 
  과거사 TF는 사실상 ‘수사기구’와 유사하다. 이전 정권의 각종 기밀을 들여다보고, 정권 입맛에 맞는 사실만을 추려내는 식이다. 야당에서는 “조사가 필요하면 국회에서 조사대상, 시기, 자격 등을 법으로 제정해 법률기구를 정식으로 창설하거나 국회가 직접 조사하는 게 맞다”고 하지만 문 대통령에겐 마이동풍이다.
 
  여권에서 흘러나오는 적폐청산 리스트에는 별의별 게 다 있다. 국정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상 취소 요청 의혹, BBK와 MB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낳고 있는 다스, 제2 롯데월드 인·허가 특혜 의혹, 방송 장악 음모 등 전방위적이다. 또 민주당 도청사건(경찰청 내부 감찰), 코리아에이드 사업(박근혜 정부 책임자 처벌), 9차 방위비 분담금 이면합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 MB정부 자원외교, 출판계 블랙리스트, 영화 〈인천상륙작전〉 부당지원, 국정역사교과서, 영화 〈다이빙벨〉 조직적 상영방해 등도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향후 검찰 수사 의뢰, 감사원 감사 청구, 국회 청문회 개최 등이 예고돼 있다.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의도는 다분히 노 전 대통령이 꿈꾸었던 ‘주류 세력 교체론’을 연상케 한다. 정치적 갈등을 첨예화시켜 적을 부각시키는 전략, 그리고 적에 대한 분노와 중오를 부추겨 자기편으로 단결시킨다. 문 대통령의 인기가 70%에 육박해 아직까진 적폐청산에 거침이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이 정당성을 갖게 정부를 다독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총리는 “적폐청산이 특정 세력이나 특정 개인을 겨냥한 기획사정도, 보복사정도 아니다”며 각 부처 장관들에게 “적폐청산에 당당하고 책임 있게 임하라”고 지시했다.
 
  차이가 있다면 노 전 대통령은 ‘정부’가 아닌 대통령 ‘개인’이 중심이 돼 이념 중심의 국정운영을 꾀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정책 메시지에 권위와 책임을 실어주는 ‘최초의 발화자’에 머무르려 한다. 또 요즘은 가급적 ‘적폐’니, ‘청산’이니 하는 말도 삼가려 한다. 대신 ‘정부’에서 최적화시키려 한다. 이것은 적폐청산이 대통령 ‘개인’ 중심의 소모적 논란으로 비화되는 것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다.
 
 
  노무현의 언론개혁, 문재인의 방송 장악
 
노무현 정부 당시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각 정부 부처 기자실을 폐쇄했다. 2007년 12월 경찰청 본관 건물 1층에 카드 출입기를 설치해 기자들 출입에 제한을 두자 기자들이 로비에서 기사를 쓰고 있다.
  임기 말 노 전 대통령이 총력을 기울인 사안은 4대 개혁입법 시도였다. 그동안 보수 편향의 한국 사회가 갖고 있었던 굵직한 사회적 고리들을 풀어내려 했는데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진상규명,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개혁입법 등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모두 이념성이 강한 사회정책들로 진보 진영을 강화시키기 위한 전략적 관점에서 추진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4대 법안들은 우리 사회를 또다시 보수 대 진보로 나눠버렸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격렬한 이념적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에너지만 소모하다가 대부분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어쨌든 4대 입법 시도와 과정은 모두 대통령의 정책 주도성 내지 독주가 드러난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도 갈등형 이념지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벌써부터 불협화음이 나온다.
 
  탈(脫)원전 정책이 대표적이다. 신고리 원전 5·6호기를 대통령 말 한마디로 공사를 중단시키고 다시 재개하기까지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써야 했다. 또 공론화위원회의 권한과 권고안 해석을 둘러싼 논란에도 탈원전 정책을 포기할 생각이 문 대통령에겐 없다. 올해부터 탈원전을 핵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본격 실행할 태세다. “전력수급 안정에 의문이 여전하고 전력요금 인상 여부, 신재생에너지 확대 근거 부족, 에너지 전환에 대한 여론형성 과정 생략” 등 국민신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돌이켜보면 노무현 정부의 4대 개혁과제 중 가장 커다란 갈등을 낳은 것이 언론개혁이었다. 보수, 진보를 떠나 거의 모든 언론과 불편한 관계였다. 노 전 대통령은 언론사의 소유지분 제한, 인사권 독립, 구독률 상한제 도입을 시도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2007년 5월 ‘취재선진화방안’이 정책화되고 그해 10월 세종로 청사의 부처 브리핑실을 폐쇄했다. 또 기자실 통폐합을 강제했다. 그러자 진보 성향의 언론마저 노 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렸다.
 
2017년 12월 20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들이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 이효성 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언론개혁과 문재인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은 닮은꼴로 보인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이다.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사 간부들을 몰아내고,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장겸 MBC 전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MBC 대주주인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검사·감독에 나섰다. 지금까지 방송통신위원회가 방문진을 감독한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2개월간의 ‘검사 및 감독’ 후 “MBC가 공적 책임 실현과 경영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을 퇴출시키고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해직됐던 PD가 별안간 MBC 사장이 됐다. 그리고 강규형 KBS 이사를 끝내 쫓아내고 대신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를 지낸 김상근 목사를 KBS 이사로 추천했다. 김 목사는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등을 역임하는 등 보수 진영에서 볼 때 한국 사회에 좌파 이념을 퍼트리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문재인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방법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폭력적이고 속전속결”이라고 야당은 반발한다. “권력이 쇠퇴하면 그 대가는 철저히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며 노무현 정권 시절을 상기시키려 한다.
 
 
  “문재인, 자신의 업적과 자신의 이야기로 노무현 이겨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천명했다. 그러나 인천공사는 정규직 전환 문제로 지금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적극적인 사회·복지 정책을 추진했다. 향후 10년간 100만 개 신규 일자리 창출과 복지 확대를 동시 해결하는 정책 방향을 세웠다. 장기요양보험과 함께 기초노령연금제도의 도입은 노무현 정부의 성과라는 얘기가 나온다.
 
  문 대통령도 서민과 약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보다 더 적극적이다. 정부 출범 직후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다. 현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40시간 노동, 최저시급 인상 등 굵직한 현안들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정책의 뜻은 좋으나 현실은 정글에 가깝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 근로자들이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모두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된 근로자들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문 대통령이 취임 첫 외부 일정으로 찾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선언한 곳이다.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비정규직사업본부와 공공산업희망노조 인천공항지부는 지난 1월 10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가 발표한 정규직 전환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사는 비정규직 1만여 명 중에서 소방과 보안 관련 업무직 3000명은 공사가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 7000여 명은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노사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초중고교의 비정규직도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심의대상인 4만여 명 중 불과 2%(1000여 명)에 대해서만 정규직 전환 결정을 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시도교육청별로 전환심의위원회를 열어 추가적인 전환 논의를 진행 중이다. 뾰족한 해법이 없는 형편이다.
 
  최저시급 인상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6470원이던 시간당 최저시급이 7530원으로 16.4% 인상됐다. 이는 지난해 인상률만 따져볼 때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최저시급 인상을 두고 고용주들이 잔꾀를 부리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상여금을 절반으로 낮추고 기존 월급 속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노 대통령의 생각은) 시민사회와 제대로 소통하면 시민의 합리적 이성이 작동하리라 믿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게 잘 되지 않았다. 여기저기 합리적 이성이 아닌 맹목적 지지와 반대가 난무했다. 김 교수는 “노 대통령은 스스로 옳고 그름과 민주, 반민주, 그리고 진보와 보수를 가리며 투쟁적으로 살았다. 투쟁적 삶을 살아온 지도자가 합리적 이성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김병준 교수는 작년 1월에 펴낸 저서 《대통령의 권력》에서 ‘노무현의 정치상품화는 노무현을 죽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닮아가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자신의 업적과 자신의 이야기로 당당히 이겨야 한다’고도 했다. 김 교수의 주장이다.
 
  “노무현을 독점하고 있는 정당이나 정치 세력을 위해서도 그렇다. 스스로 나아지고 싶으면 또 정치의 기능을 조금이라도 더 살리고 싶으면 하루빨리 그 만장과 완장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대신할 비전과 가치를 찾아야 한다. 진정한 노무현 정신으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적폐청산 대신 한국의 미래가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에 여전히 문 대통령은 귀를 닫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적폐 대상에 오른 이는 무조건 나쁜 자이고, 지는 자는 무조건 못난 자일 뿐이다. 김 교수는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난들 또다시 비난과 조롱의 덫에 갇히지 않는다 말할 수 있을까” 하고 반문한다. “오히려 더 큰 기대가 더 큰 무게로 그를 누르고 더 빠른 실망이 더 빨리 그를 죽음의 벽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이 기사는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이지호 연구팀의 〈대통령 정책 메시지의 성패요인 연구〉를 참조하고 부분적으로 인용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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