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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교수가 칭찬했다는 박원순(朴元淳)의 집무실

‘현장주의자’ 박원순은 왜 시장실 대형 모니터를 강조할까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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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하버드대 교수가 자신의 집무실 칭찬했다며 “서울시가 세상 변화 주도한다”고 주장
⊙ 박원순, “세계 최초 디지털 시장실 구축… 현장에 안 가도 모든 걸 알 수 있다”
⊙ “1000만 시민 삶 챙기기 쉽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나올 사람 다시 생각해라”(박원순)
⊙ 〈양세형의 숏터뷰〉에 나온 서울시장 집무실 상황은 사실과 달라… 소방 훈련 없었고, 대기 질 수치도 달라
⊙ “〈양세형의 숏터뷰〉는 예능… 디지털 시장실 시스템 작동 상황을 시민에게 알리려고 설정한 것”(서울시)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이 4박 6일간의 이탈리아 방문을 마치고 9월 12일 귀국했다. 그는 이탈리아에 머물 당시 여러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온라인 소통’을 즐겼다.
 
  박 시장은 9월 10일 오후 8시30분(국내 시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버드 법대 교수이자 오바마 정부 과학기술혁신정책 보좌관이 서울을 극찬한 이유! 서울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라며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기사를 올려놨다.
 
 
  하버드대 교수, 서울시장 집무실에 대한 감상문 기고
 
  박원순 시장이 올린 “서울시장실 모니터에 깜짝 놀란 하버드대 교수”란 제하의 해당 기사에 따르면 수전 크로포드 하버드 법대 교수는 미국의 정보기술 분야 월간지 《와이어드(Wired)》에 기고한 ‘서울은 어떻게 기술 유토피아로 탈바꿈했는가’란 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집무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음은 기사 중 일부 대목이다.
 
  〈크로포드 교수는 “이 현황판은 도시가 얼마나 안전한가, 노인층이 어린이들을 얼마나 배려하는가, 얼마나 친환경적인가, 시정이 얼마나 열려 있는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교수는 디지털 서울시장실이 스포츠 시설의 수, 노인복지시설의 수, 공공데이터 공개 개수 등 수치를 다양한 색상으로 보여주는 데 대해 “언론은 이런 것들을 사랑하지만 사실 그리 기능적이지는 않다. 색색의 엽서들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라며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이 현황판의 실제 유용성은 따로 있었다”며 서울시 직원이 시범을 보이는 과정에서 디지털 서울시장실이 실제 발생한 화재사고를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화재가 진화되는 과정을 보여준 이야기를 적었다.
 
  (중략)
 
  크로포드 교수는 마지막으로 “서울이 이렇게 할 수 있다면 훌륭한 미국의 도시들이 똑같이 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냐”는 반문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수전 크로포드 교수는 현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이며, 오바마 정부 과학·기술·기술혁신정책보좌관을 지냈다.〉
 
  하버드대 교수가 “기능적이진 않다”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서울시장 집무실 풍경은 박원순 시장의 철학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 시장은 ‘현장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해 왔지만,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는 집무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수치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서울시정 현황을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그랬을까.
 
  8월 6일, SBS의 모바일 콘텐츠 제작 플랫폼인 ‘모비딕’이 만든 〈양세형의 숏터뷰〉가 SBS TV 채널을 통해 방영됐다. 당시 프로그램 출연자는 박 시장이었다. 박 시장은 7월 21일 오후 4시경 자신의 집무실에서 해당 방송 내용을 녹화했다. 해당 프로그램 1편에 따르면 진행자인 개그맨 양세형씨는 박 시장과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집무실 분위기에 대해 먼저 말했다.
 
  양씨는 박 시장에게 “오자마자 깜짝 놀란 게 시장실에 대형 화면이 설치돼 있네요?”라고 물었다. 박 시장의 집무실엔 한쪽 벽면을 차지하는 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고, 그 화면엔 자치구 구역별로 나뉜 서울시 지도가 떠 있었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세계 최초의 디지털 시장실입니다. 그러니까 현장에 안 가도 여기서 모든 걸 다 알 수 있어요”라고 했다. 그의 말과 동시에 “세계 최초 디지털 시장실 구축”이란 자막이 떴다.
 
  박원순 시장은 이어서 “실시간대에 서울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이”라고 말을 하다가 “어, 저거 큰일 났네” “아니, 저기 보세요”라면서 모니터 앞으로 뛰어갔다. 박 시장은 이어 “화재가 난 거예요, 보니까”라면서 손가락으로 중구 지역을 눌렀다. 그러자 ‘중구 재난’이란 제목 아래 “재난 0건, 화재 1건, 구조 0건, 구급 1건”이란 메시지가 떴다.
 
 
  “(서울시정) 골치 아파… 1000만 시민 삶 챙기기 쉽지 않아”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집무실에 설치된 ‘디지털 시장실 시스템’ 작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박원순 시장은 모니터를 보며 “여기 딱 보면 이게 아 지금 벌써 현장 도착해서 초진 작업에 들어가긴 했는데, 지금 상황이 어떤지 현장에 있는 분들하고 상의해 봐야겠네요”라면서 화상 전화로 현장 근무자를 호출했다. 다음은 그들의 문답이다.
 
  박원순: (방송국 카메라를 쳐다보다가) 아, 저기 현장 한 번 나와보세요. 지금 화재가 났네요. 나 시장입니다. 지금 화재가 났습니까?
 
  중부소방서 직원: 아닙니다. 지금 저 훈련 중입니다.
 
  박원순: 아, 훈련 중이에요? 아이고,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아, 참….(가슴을 쓸어내리며 자리로 돌아옴.)
 
  양세형: 불났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지금 이렇게 실시간으로 다 확인할 수 있는 거예요?
 
  박원순: (고개를 끄덕이며 뿌듯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아, 그럼요.
 
  양씨는 이어서 박원순 시장에게 “시장님은 제가 얘기를 들어보니까 ‘일 중독자’란 얘기가 있는데, 서울시장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박 시장은 답변하지 않고 “아이 저기 또 뭐가. 빨간 불이 들어왔네”라면서 모니터 앞으로 갔다. 그는 빨갛게 표시된 중구 지역을 가리키면서 “대기가 지금 상당히 안 좋네요”라고 했다. 다음은 이어지는 박 시장과 양씨의 대화다.
 
  양세형: “이번엔 화재가 아니라 대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박원순: (손짓으로 머리를 식히면서) 이게 그냥 뭐 골치가 좀 아프죠. 한마디로 말하면.
 
  양세형: 시장님, 시간이 많지 않아서 다시 여쭤볼게요. 시장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지?
 
  박원순: 아이고, 이거 또 안 되겠네. (화면 앞으로 뛰어감.)
 
  양세형: 무슨 일이에요?
 
  박원순: (종로구와 중구 사이를 가리키며) 이게 보면 이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데 무슨 문제가 생긴 거예요, 빨간 게.
 
  양세형: 됐어요?
 
  박원순: (자리로 돌아오며) 예. 아, 참….
 
  양세형: 무슨 사건이 여러 개가 터지니까 깜짝깜짝 놀라네요.
 
  박원순: (진지한 표정으로) 1000만 시민의 삶을 챙기는 사람이 이게 쉽지 않습니다. 경선(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나오겠다는 사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해요, 하하하.
 
 
  중부소방서 훈련·상수도관 문제 없었고 대기 질 수치도 달라
 
박 시장은 이탈리아에 머물 당시 여러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디지털 시장실’을 홍보했다. 사진=박원순 페이스북
  시장 집무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보며 시시각각 서울시정을 챙기는 박원순 시장의 모습은 공공재인 지상파 채널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국민에게 전파됐다. 과연 해당 프로그램상 박 시장의 상황은 ‘진짜’였을까. 서울시가 시장실 모니터에 띄운 각종 수치는 ‘사실’이었을까.
 
  《월간조선》은 먼저 해당 프로그램 녹화 당일 같은 시각 서울시 중부소방서에서 실제 화재 훈련을 했는가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확보한 서울시 중부소방서의 ‘7월 훈련 내역’에 따르면 서울시 중부소방서는 7월 21일 오후 4시5분에 화재 훈련을 하지 않았다. 방송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이날, 서울시 중부소방서는 오전 11시9분부터 약 21분 동안 을지로119안전센터의 펌프차와 소방서 직원 4명을 동원해 ‘소방통로 확보 훈련’을 실시했을 뿐이다.
 
  박원순 시장이 방송에서 언급한 7월 21일 오후 4시 서울시 중구의 대기 질 수치의 사실 여부도 확인했다. 이날 박 시장이 “대기가 상당히 안 좋다” 한 근거는 화면상의 ‘중구 대기 환경: 통합대기 260/ 초미세먼지 52/ 미세먼지 44/오전 0.083’이란 수치 때문이다.
 
  서울시 대기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월 21일 오후 4시 서울시 중구의 경우 통합대기환경지수는 122였다. 초미세먼지는 44㎍/㎥, 미세먼지는 55㎍/㎥, 오존은 0.099ppm으로 방송 내용과 달랐다. 이에 대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제가 시민소통기획관 뉴미디어담당관 김○○ 주무관에게 확인해 보니 예능이라 설정이었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종로구와 중구 구역 상수도를 담당하는 서울시 중부수도사업소의 시설관리과에 따르면 7월 21일엔 해당 구역에서 상수도관 이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양세형의 숏터뷰〉 촬영 당시 박 시장이 인터뷰 도중 이른바 ‘디지털 시장실’이란 대형 모니터를 통해 서울시 현황을 파악하며 골치가 아프다던 모습은 실제 상황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서울시, “설정은 디지털 시장실 작동 상황 재밌게 알리기 위한 것”
 
  박원순 시장은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시의 수장이다. 박 시장이 서울시민 또는 국민에게 자신을 알리고 싶다면 ‘정책’을 내세워야 한다. 그 정책을 실행하고 홍보할 예산과 조직이 박 시장에게 없는 것도 아니다. 그는 연간 30조원가량의 서울시 예산을 집행하는 책임자다. 서울시 공무원 1만여명과 서울시 산하의 서울교통공사, 서울도시주택공사 등 공기업과 재단들을 총괄 지휘한다. 왜 그는 방대한 인력과 자원을 놔두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원순 서울시’를 알리려고 했을까. 그 같은 모습이 서울시민 또는 국민에게 다가가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다음은 박 시장이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하는 데 관여한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 뉴미디어담당관실 관계자와의 문답이다.
 
  ― 〈양세형의 숏터뷰〉 중 집무실 상황은 ‘설정’이잖아요.
 
  “예능이니까요.”
 
  ― 단순히 그 이유 때문입니까.
 
  “이 지도(모니터)에 나온 정보를 보여주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실제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실시간으로 현장을 체크할 수 있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죠.”
 
  ― 디지털 시장실 시스템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설정한 것이지, 박원순 시장이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는 걸 홍보하기 위해서 한 건 아니란 얘기인가요.
 
  “〈양세형의 숏터뷰〉 쪽에서 디지털 시장실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소개를 해달라, 그냥 소개하면 재미없으니 인터뷰에 집중 못 하고 왔다 갔다 하는 설정을 이용하면 시민에게 재밌게 전달할 수 있겠다고 요청이 와서…. (중략) 그날은 상황을 재연하기 위한 설정이었고,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그런 것들이 시민에게 노출돼서 오해를 산 적도 없었고요. 제가 알기에는 실제 문제가 있을 때 작동해야 하니까 시스템 점검을 위해 수시로 수치 변경을 하면서 시뮬레이션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봐주셨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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