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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방 시대

‘광주형 일자리 모형’으로 일자리 창출 나선 광주시

글 : 권경안  조선일보 호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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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주룽자동차,연산 1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공장을 설립 협약
⊙ 장하성 정책실장, 광주형 일자리 모형 창출에 예산지원 약속
⊙ 윤장현 광주시장, “광주가 노사문제에 가장 안정돼 있다”
광주시는 작년 3월 16일 중국 주룽자동차와 광주에 연산 10만대 규모의 전기자동차 공장을 짓기로 협약했다. 왼쪽부터 어우양광 주룽자동차 부사장, 윤장현 광주시장, 김태혁 광주법인 대표.
  오는 2019년 광주에서 개최하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대회기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인수하고 돌아온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차기 개최 도시의 수장으로서 책임감과 함께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인터뷰 당일 오전 윤 시장은 시청 직원들이 방송으로 청취하는 가운데 “광주답게, 대한민국답게 우리 문화의 아이콘을 갖고 접근한다면 얼마든지 광주만의 색깔과 향기가 있는 저력 있는 대회로 치러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윤 시장은 “이제 광주의 시간이 왔다”며 “(그동안 준비해 왔던 시책들을 실현하기 위한) 국비 확보를 위한 행보를 계속하자”고 독려했다.
 
  최근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확정한 국정 실천 과제로 광주시가 요청했던 사안들이 대폭 반영되었다. 대표적인 것들로 광주남구도시첨단산업단지 에너지밸리 국가신산업 거점화 추진, 한국전력공과대학 설립, 미래형자동차 생산기지·부품단지 조성, 광주형일자리 선도모델 창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운영 활성화, 광주군공항 이전사업 국가지원, 4차산업혁명 기술·인재 산업생태계 조성, 원도심 재생 뉴딜정책 등이 있다. 윤 시장은 민선6기 시작과 함께 광주의 미래를 에너지와 미래형자동차산업, 문화인력 양성,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광주형 일자리 모형 운영과 실증단지조성 등을 통해 그려 나간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광주시가 추진하는 이와 같은 분야들이 새정부의 기간산업으로 설정되면서 향후 결실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제 광주의 시간이 왔다”라는 표현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자신감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서도 광주형 일자리 모형은 어느 시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시책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연대와 혁신으로 노사관계와 생산방식을 바꾸고,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고 신규투자를 유치하며, 노동시장의 구조화된 왜곡을 개선해 사회통합을 강화하는 지역혁신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시책은 새정부가 주도하는 일자리정책과 맥이 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광주에서 제안하여 광주형(型)이라 했지만, 광주발(發)이 더 적합할 것 같다고 윤 시장은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 모형
 
  1998년 윤 시장은 광주시민연대 대표로 기아차살리기 범시민운동을 펼치면서, 경제와 일자리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그가 시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먼저 시작한 프로젝트가 광주형 일자리 창출이었다. 처음에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제3지대(자동차 제조 신설공장)에 3000만~4000만원이라는 적정한 임금수준을 가진 대규모 일자리를 (청년들에게) 창출하자는 것이었다. 독일 자동차산업도시 슈투트가르트를 모델로 삼았다. 벤츠공장들이 있는 이 도시는 1990년대초 주력 제조업이 쇠퇴하고 수출·투자가 감소해 실업률이 10%까지 올랐다. 최강성 금속노조도 있었다. 그러자 노사정협의회를 만들어 위기를 타개했다. 협의회가 활동하면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켰고 다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 도시가 회생했다.
 
  윤 시장은 취임 직후 별도 부서를 만들었다.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위원장을 지낸 박병규씨를 사회통합추진단장에 임명했다. (최근 박병규씨는 광주시장 일자리특보로 임명되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과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장을 지낸 정찬용씨를 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원장으로 위촉,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했다. 초기 반응은 시큰둥했다. 국내 자동차 공장들이 고임금·저생산성·강성노조에 발목 잡혀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국내투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판적 분위기였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3월 중국 주룽자동차가 연산 1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공장을 설립하겠다고 협약했다. 인도 마힌드라 자동차 그룹과도 꾸준하게 접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광주광역시의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이 타당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 국가사업으로 확정되었다. 윤 시장의 공약이었다. ‘노사정 협의를 통한 광주형 일자리를 자동차산업 분야에서 일으켜 청년들에게 대규모로 제공하겠다’는 구상이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것이었다. 그 결과, 자동차산업 전용산단 조성을 시작할 수 있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삼도동 일원 407만m² 빛그린국가산업단지가 그것이다. 현재 광주는 자동차 연산 62만대 규모로 오는 2021년까지 수소차,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 생산단지로 만들어 완성차 기업과 관련 부품기업을 입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사업비는 국비지원을 포함한 3030억원.
 
 
  노·사·시 3자 참여하는 위원회 구성
 
광주시는 청년창업을 후원하기 위해 지난 5월 광주창업주간 행사를 가졌다.
  지난 6월 15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광주시를 찾았다. 장 실장은 “지역에서는 지역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며 “광주형 일자리 모형은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유형의 모형으로, (정부는) 앞으로 광주형 일자리 모형을 창출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광주형 일자리 모형에 관한 연구용역비로 3억원을 이번 추경안에 포함했고, 결과가 나오면 예산으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주형 일자리 모형은 지역내에서의 대타협, 사회적 통합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 가능성이 광주에서 보여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정부의 인정이 있었고, 지역에서도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광주에서는 지난 6월 20일 ‘광주형 일자리 모델 실현을 위한 기초협약’을 체결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광주경영자총협회, 광주상공회의소 등 22개 단체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광주광역시 더나은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광주형 일자리의 4대 핵심 과제(적정임금 실현, 적정근로시간 실현, 원·하청관계 개혁, 노사책임행정 구현)에 합의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앞으로 민노총 등을 포함하여 범위를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광주시는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친환경 자동차산업과 연계하여 실현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가칭 ‘광주형 일자리 모델 확산과 미래형 자동차 시범도시 지정 및 혁신산업단지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다. ▲빛그린 산단내 친환경 자동차부품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노사상생 혁신단지특구 지정 ▲노사상생 일자리나눔과 확산기업에 대한 조세 및 보조금 등 재정지원 확대 ▲전기자동차 완성차 및 부품사 설립 추진과 관련한 수요기반조성 지원사항을 담으려 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를 창출하는 빛그린 산단 입주기업들에 적용, 광주형 일자리가 선도적인 모델이 되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모형을 선도할 수 있도록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확실하게 주자는 것이다.
 
 
  에너지 신산업도시 지향
 
  광주시는 이처럼 친환경 자동차 분야를 추진함과 동시에 에너지신산업 도시도 겨냥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은 유일하게 공동혁신도시를 조성했고, 광주와 바로 접한 나주빛가람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 KDN, KPS, 한국전력거래소가 자리 잡았다.
 
  한국전력은 단순한 본사 이전을 뛰어넘어, 에너지와 관련한 연구와 기술개발, 기업유치와 창업을 망라하여 에너지밸리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500개 에너지기업을 유치하거나 창업하게 하여 3만개의 일자리를 목표하고 있다. 한전은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함께 지스트 안에 에너지밸리기술원을 열고,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새 정부 들어 국정과제로 친환경미래에너지 발굴·육성이 주목받고 있는 전남도 한국전력과 함께 에너지신산업도시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신산업 클러스터 특별법을 제정하고,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통과하여 에너지산업 클러스터 사업을 국가어젠다화하고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를 특화하는 한전공대 설립이 추진되고 있어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역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관점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자고 광주시는 말한다. 앞으로 3년내 캠퍼스 착공을 목표로 광주시, 전남도, 한국전력이 협의체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광주에서는 4차산업혁명을 겨냥한 움직임을 빠르게 하고 있다. 현재 광주과학기술원과 바로 붙어 있는 첨단산단 3단지를 AI(인공지능)중심 창업단지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기술의 연구·개발과 사업화 지원을 위한 국책연구기관 설립과 기업을 지원하는 창업단지이다. 광주시는 내년부터 10년간 국비 7000억원을 포함하여 1조원을 들여, 첨단3단지 연구교육단지 내에 70만m² 규모의 단지를 조성한다. 시행주체는 광주과기원,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등이다. 인공지능 인재를 양성하는 인공지능 캠퍼스, 인공지능 연구개발시설과 시험·인증플랫폼 등을 갖춘 국립인공지능연구원 등이 들어서게 된다.
 
  광주는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멀리선 광주학생독립운동, 가까이선 5·18민주화운동에서 보듯, 광주는 다른 도시가 갖지 못한 역사적, 문화적 전통과 자산을 갖고 있다. 5·18의 역사적 장소인 옛 전남도청이 있던 곳에 세워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예향의 전통을 살려 문화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광주는 청년들의 제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저비용 고효율 대회로 치렀다. 오는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준비 중인 광주는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내륙철도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인터뷰]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혁신적 변화 없이 광주는 살 수 없다”
 

  — ‘광주의 시간’이 왔다고 했습니다. 어떤 뜻입니까.
 
  “광주가 지금까지 역사였던 것 같습니다. 5·18이라는 37년 역사속에 희생이 있었죠. 정치·사회적인 편견과 차별도 있었고요. 당당한 역사만큼 삶이 어려웠습니다. 5월의 가치에 대한 폄훼와 왜곡이 바로잡아져야 합니다. 광주는 현재의 민주정부 수립에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미래에 (광주라는) 도시가 살아남을 것인가! 핵심은 살아남기 위해선 변화속에 어떻게 상대적으로 잘 대응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들이 떠나가지 않도록 하느냐는 데 있습니다. 지금까지 광주에서 준비된 것을 현정부에서 인식해 주고 있습니다. 국정과제 결정과정에서도 준비해 왔던 것이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광주의) 정신적인 가치와 미래의 준비가 맞았다고 봅니다.”
 
  — 광주만의 독특한 시정은 무엇입니까.
 
  “한국사회는 어떤 정권이든지 향후 4~5년이 문제라고 봅니다. 미국도, 중국도, 영국도 자국이 살고 보자는 상황이지요. 이런 가운데 기업은 임금이 낮고 노사분규가 없는 곳으로 한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피해서는 답이 없지요. 여러가지 면에서 불리한 광주는 혁신적인 변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기업이 투자메리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역이 연고가 있는 정권이 서더라도 명백하게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광주형 일자리를 시작한 것입니다. 지방정부로서는 처음으로 노동문제를 가져왔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도 진정성을 가지고 풀어, 모델을 만들어 왔습니다. 현재 지역노동계에서도 노동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마음을) 열어 주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신뢰를 쌓고 있습니다.”
 
  — 그 독특한 시정(광주형 일자리)의 가능성이 있습니까.
 
  “우선 가능한 지역에서부터 이 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야 합니다. 기존 공장이 아니라 새로운 기업에 적용해 보려 합니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어떤 인센티브를 받는지 되새겨 보고, 우리 정부도 줄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기업이 받아들이고 고민을 시작할 것입니다. 지가, 전기료, 노사관계 유연성을 갖도록 법령을 통해서 정부가 손을 잡아 주어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특별법을 제안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받을 수 있도록, 기존의 법령을 뛰어넘는 수준이 되도록 막바지 제안을 준비하고 있지요. 현재 광주에서는 절제된 상황 속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동의하고 공감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보면, 광주의 노사문제가 가장 안정돼 있어요.”
 
  — 광주 시책 중 다른 지자체에 유념될 만 한 것은?
 
  “시정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고 봅니다. ‘생명존중, 사람중심’입니다. 광주시가 중점 추진하는 청년정책, 장애인정책이 그렇습니다. 저도 탈권위하려고 노력합니다. 5·18민주화운동의 바탕에는 인간의 존엄이 있습니다. 광주 안에서도 현장의 내면화가 필요하지요. 그래서 마을공동체, 시민총회 등 현장화하고 보편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광주와 유사한 역사에 갇혀 있는 동아시아, 제3세계 도시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관심을 두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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