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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oop

박근혜 청와대 문건 발견 미스터리

민정수석실 문건 관리자, 문건 있었다는 책상 주인은 황당해했고 조대환 전 민정수석은 허탈하게 웃었다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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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전 정부서 남긴 문서 없다고 한 청와대… 2개월 뒤 민정, 정무수석실 등에서 2000개 넘는
    문서 발견했다 밝혀
⊙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우리 문서가 아니라는 주장 하겠다”(조대환 박근혜 청와대 마지막 민정수석)
⊙ “청와대 나오기 직전까지도 캐비닛에는 아무 문서도 없었다”(민정비서관실 문건 관리자)
⊙ “어떻게 행정요원인 제 책상에 그런 문건이 들어 있을 수 있나요?”(정무수석실 행정요원)
⊙ “의심이 가는 인물이 있긴 하지만 정황만 있고, 증거가 없어 말하기 어렵다”
    (박근혜 청와대 관계자들)
⊙ 제2의 고영태 태블릿 PC 사건 되나?
  2017년 5월 17일 자 《조선일보》에는 〈“청와대 컴퓨터가 텅 비어 있더라”… 정권 바뀔 때마다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다. 기사를 보면 문재인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문서 인수인계와 관련해 “현재 청와대 내 서버와 컴퓨터 내 하드웨어에 (업무와 관련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인수인계 문서가 남아 있지 않다. 공식적으로 ‘업무 현황’이라는 정도의 문서만 전달받았다”며 “예를 들어 과거 인사수석이 어떻게 인사 검증을 했는지 이런 자료가 있으면 도움이 될 텐데, 그런 게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기사를 보면 청와대에 남아 있는 전임 정부 자료는 청와대 내부망 접속을 위한 아이디·패스워드와 부서별 업무 개괄 자료 등이 거의 전부였다.
 
  사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를 비울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에 앞서 노무현 정부 청와대는 공직자 인사 검증 파일을 비롯한 업무 관련 문서·자료를 모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고 남은 자료는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 내부 업무 시스템인) ‘이지원’을 통해 인계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실제는 청와대 내 컴퓨터들이 거의 빈껍데기였다”고 했다.
 
  감사원 관계자의 이야기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3일간 공직기강비서관실 앞 소각장에서 연기가 계속 올라왔습니다. 문서 파쇄기로 다 파쇄하기 힘들 만큼 문서가 많은 모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문서 소각(燒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가 증언한 것은 비서관실이 감사원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감사원 터를 감싸는 울타리 너머엔 야트막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이 길을 조금 올라가다 보면 한옥 한 채가 나타난다.
 
  대지 200평에 건평 70평으로 조그만 별채도 하나 딸려 있다. ‘산속에 웬 집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만하지만 여기가 노무현 정부 때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쓰였던 곳이다. ‘산속 사무실’을 쓴 이유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외부로 흘러나가서는 안 되는 개인정보를 많이 다루기 때문이었다.
 
 
  7월 14일 박근혜 민정수석실 문건 300여 건 발견
 
지난 7월 14일 오후 청와대 관계자들이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한 300여 건의 자료를 청와대 민원실에서 대통령기록관 관계자에게 이관하고 있다.
  두 달쯤 뒤인 7월 14일 오후 2시30분 청와대는 “박수현 대변인이 오후 3시에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발표 내용은 대변인 발표 전까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중요한 발표 내용이기 때문에 방송사들은 생중계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방송사 생중계를 요청할 경우 무엇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정도는 알려주는 관례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었다.
 
  생방송 카메라 앞에 선 박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문건 300여 건을 민정비서관실 사무실 캐비닛에서 발견했다”며 “2014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의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를 포함해 전임 청와대(2013년 3월~2015년 6월)에서 만든 장관 후보자 인사 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에 대한 각종 회의 및 검토 자료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박 대변인은 “민정수석실 문건은 지난 7월 3일에 발견됐으며, 11일간 소수의 참모만 내용을 공유하며 대통령 기록물인지, 기록물이라면 공개가 제한되는 비밀, 지정 기록물인지를 판단해 왔다”고 했다. 3일 해당 문건을 발견했지만 민감한 부분들이 있어, 법리적 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에 14일 공개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5일 주요 20개국(G20) 회의차 독일로 출국하기 전에 해당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변인은 이날 문건 발견 사실을 공개하면서 내용은 일부만 공개했다. 그중 가장 먼저 말한 것이 삼성 승계 관련 부분이었다. 그는 문건에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고 밝혔다. 또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금산 분리 규제 완화 지원’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7월 14일 청와대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지원 방안을 검토한 내용을 포함한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문건,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 등 민정비서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과정에서 전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문건 300여 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삼성 승계 메모에 대해 “메모 내용은 검찰과 특검이 기소한 내용에 거의 다 포함돼 있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경제수석실뿐 아니라 민정수석실까지 나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검찰과 특검에 유리한 일종의 보강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시는 이 부회장 재판에서 뇌물죄의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몇몇 보도가 나온 직후다. 게다가 박 대변인이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박근혜 민정수석실 문건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날은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하루 연가(年暇)를 내 이 부회장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나왔다. 장관급 인사가 증인으로 서는 것도 보기 어려운 일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에 반대했다면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시도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자필 메모 1장도 언론에 공개했다. 메모 내용 중에는 ‘장(長)’자 아래에 적힌 내용이 눈에 띈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지시사항을 메모한 것이란 추정이 나왔었다. 메모에는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이란 내용과 함께 ‘차제 정보·수사 협업으로 특별형사법 입법도록→안보 공고히’라고 돼 있다.
 
  간첩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자 간첩 수사 강화를 위한 입법 방안 마련을 검토하라는 뜻으로 추정된다. 메모에는 ‘대리기사-남부고발-철저수사 지휘 다그치도록’이란 내용도 있다. 당시 세월호 유족과 김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연루된 대리기사 폭행 사건의 수사를 독려하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변인은 이 밖에도 ▲문화 예술계 건전화, 건전 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활용 ▲문체부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6월 지방선거 초반 판세 및 전망 ▲전경련 부회장 오찬 관련 ▲경제입법 독소조항 개선 방안 등의 문건이 발견됐다고 했다. 심지어 2013년 1월 이명박 정부 시절 자료 1건도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 문건들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때 이명박 정권 사람들의 뒷조사를 많이 했다. 두 정권은 여야보다 더 불편한 관계였다. 그런데 박근혜 청와대에서도 노출되지 않았던 문건이 문재인 청와대에서 나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7월 17일 정무수석실 문건 1361개 발견
 
  청와대는 이날 300여 개의 문건 중 최순실 사건 수사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들은 복사해서 검찰에 넘겼다. 박 대변인은 “‘삼성 경영권 승계 문건’과 같은 사례가 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내 모든 책상과 사물함, 캐비닛에 대해 전수조사에 들어갔다”고 했다.
 
  사흘 뒤인 7월 17일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만든 문건을 지난 14일에 이어 추가로 발견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예고했던 캐비닛 전수조사 결과였다. 다만 삼성 승계 관련 문건 및 메모 내용 일부를 공개했던 1차 공개 때와 달리 이날은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청와대는 이번에도 “문건에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며 관련 사본을 특검에 넘겼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정비서관실에서 지난 정부 자료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있던 7월 14일 오후 4시30분쯤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행정요원 책상 캐비닛에서 다량의 문건을 발견해 현재 분류 작업 중”이라고 했다. 이번에 발견된 문건들은 전임 정부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이 2015년 3월 2일부터 2016년 11월 1일까지 작성한 254건의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등 모두 1361건이다. 해당 기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병기·이원종 전 실장이고, 정책조정수석은 현정택·안종범 전 수석이다.
 
  박 대변인은 254개 문건에 대해 “대통령비서실장이 해당 수석비서관에게 업무 지시한 내용을 회의 결과로 정리한 것”이라며 “문서 중에는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 활용 방안 등이 포함돼 있고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선거 등과 관련해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는 “1차 공개 문건과 같이 특검에 관련 사본을 제출하고, 원본은 대통령기록관에 이관 조치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차 때 공개한 문건은 자필 메모이기 때문에 (공개가 제한되는) 대통령 지정 기록물과 관계없어서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문건의 불법적 내용과 관련해 “주요 현안에 대해서 언론을 어떻게 활용하라, 누리 과정 예산 가지고 언론에 예를 들어 ‘어디 시켜서 이런 데 활용하라’(고 써 있다)”며 “그게 위법 아니냐”고 했다.
 
 
  7월 18일 국가안보, 7월 20일 국정상황실 문건 발견
 
  다음날인 18일 청와대는 최근 민정·정무수석비서관실 사무실 캐비닛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만든 문건을 발견한 데 이어 국가안보실에서도 전 정부 문건을 다량 발견했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외교·안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발표하지 않았다.
 
  국정상황실에서도 문건이 발견됐다. 청와대는 7월 20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작성한 504건의 문건을 국정상황실에서 발견했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한 문건의 작성 시점은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로,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현재 국정상황실이 정책조정수석실의 기획비서관실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5년 4~6월 국정환경 진단 및 운영 기조’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보수 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등 홍보 역량 강화’ ‘보수단체 재정 확충 지원 대책’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과 해외 보수세력 육성 방안’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했다. 2015년 7월의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문건에는 “신생 청년 보수단체들에 대한 관련 기금 지원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있고, ‘부처 현안 관련 정책 참고’ 문건에는 카카오톡 검색 기능과 관련해 “좌편향적인 자동 연관 검색어 논란이 있으니 카카오톡 ‘자동 연관 검색어’를 개선토록 주문하라”는 내용이 있다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또 ‘포털 뉴스서비스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 문건에는 언론사로서의 위상 부여 여부와 포털의 수익 환류 제도화 추진 검토 내용이, ‘중앙정부-서울시 간 갈등 쟁점 점검 및 대응방안’ 문건에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정부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서 서울시 계획의 부당성을 알려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청와대는 ‘서울시 청년 수당 지급 계획 관련 논란 검토’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 ‘해외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대책 검토’ 등의 문건도 함께 발견됐다고 밝혔다.
 
 
  “어느 정권보다 꼼꼼히 자료 파기했다”
 
박근혜 정부 4년 내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며 문서 처리를 담당한 관계자는 “대선 직후 나오기 직전까지도 캐비닛에 문건은 없었다”고 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5월 중순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던 박근혜 정권의 문건이, 2달 뒤 민정수석실 300건을 시작으로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2165건(민정수석실 300건, 정무수석실 1361건, 국정상황실 504건, 개수 밝히지 않은 국가안보실 문건 제외)이 발견됐다. 이 중에는 문재인 정부의 입맛에 맞는, 반대로 박근혜 정부에는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문건도 다수였다. 앞서 거론한 청와대에서 발표한 문건의 제목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전 정권이 남긴 문건이 없어 인수인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볼멘소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왔다. 전 정권이 괜한 논란과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고 남은 자료는 깨끗하게 없애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노무현 정부도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을 3일 내내 태워 완전히 없앴다.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15일 “청와대에 와보니 존안(存案) 자료 같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존안 자료’란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정보·사정기관들이 수집한 자료에 청와대 인사 검증팀의 자체 검증 결과를 합친 핵심 인사 자료다.
 
  청와대를 비워주는 쪽이 인사 자료를 포함한 모든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에 넘긴 뒤 시스템을 비우는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정부가 도입한 법령에 따른 것이다. 현행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과 비서실·경호실·자문기관·인수위원회가 생산한 종이·전자 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 정보 자료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게 돼 있다. 또 ‘공공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기록 이관 이후 청와대에 남은 전자 기록물은 복구 불가능하게 파기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월 11일 탄핵당했다. 3월 15일 차기 대통령 선거일 지정 등 관련법에 따라 대선일은 5월 9일로 확정됐고, 3월 31일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됐다. 선장을 잃은 청와대 인사들은 누구보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지키려 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구속까지 된 상태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문건이 발견될 경우, 관련자의 검찰수사는 물론 처벌까지도 받을 수 있어서다. 어느 정권 때보다 꼼꼼히 자료를 파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도 충분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탄핵 직후부터 각 수석실대로 TF팀을 구성해 이관할 것은 이관하고, 파기할 것은 파기하는 작업을 했다”고 했다. 파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근무한 관계자의 이야기다.
 
  “파쇄가 어려운 게 아닙니다. 위민3관(현재 여민3관) 지하에 가면 대형 파쇄기가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양의 자료도 넣기만 하면 가루가 됩니다. 스테이플러 철심 등을 제거하지 않아도 되죠.”
 
  그런데도 2000건이 넘는 문건이 발견됐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실은 무엇일까.
 
 
  민정수석실 문서 관리자 “캐비닛 깨끗이 비웠다”
 
  우선 박근혜 정부 4년 내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한 관계자를 7월 30일 접촉했다. 문재인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민정수석실 문건 300여 종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의 주 업무는 ‘사정’팀 문서 담당이었다. 민정비서관실은 사정, 민심, 특별감찰팀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문건 300여 개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종이 한 장도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
 
  ―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하시죠.
 
  “저희가 어떻게 문서를 관리했느냐면 인터넷 기사를 하나 출력해서 봐도 보자마자 파쇄를 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기사를 봤느냐도 외부에서 보면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제가 문서 담당이니까, 행정관분들한테도 항상 말씀을 드렸어요. 사소한 것조차도 모두 보안사항이니 괜히 불필요한 오해 사지 않도록 파쇄하시라고요. 다들 그렇게 했습니다.”
 
  ― 그럼 문건은 하늘에서 떨어진 겁니까.
 
  “저희도 황당하고 억울할 따름입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지금 제가 듣기론 청와대에서 발견됐다는 문건 300여 개를 민정비서관실 사정팀 캐비닛에서 찾았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됩니다. 사정팀은 사정기관 간의 연락 업무를 주로 했기 때문에 그런 종류(삼성 승계, 블랙리스트 등)의 문건을 만들지 않습니다. 어떻게 우리 캐비닛에서 그런 문건이 나왔는지 참….”
 
  ― 마지막까지 캐비닛은 확인하셨습니까.
 
  “제가 나오기 직전(대선 후)까지도 확인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캐비닛이 많지도 않습니다. 확인하는 데 어려움도 없었고요. 정말 없었습니다. 제가 몇 번이고 확인한 걸요.”
 
  사정팀이 아닌, 민심·특별감찰팀에서 문건을 남겨놓은 것은 아닐까. 각각의 팀에서 문서를 관리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들의 지인을 통해 전해 들었다.
 
  그들의 답은 같았다.
 
  “모두 확실히 정리를 했다. 그 문건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알 수가 없다. 확실한 것은 우리도 문건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아주 여러 번 확인했다는 것이다. 정말 의아할 뿐이다.”
 
 
  “내 책상에서 문건이 발견됐다고요?”
 
문건이 발견된 정무수석실 책상 캐비닛을 썼던 행정요원은 “제 책상에서 문서가 나왔다고 해서 정말 황당했다”고 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7월 28일 정무수석실 행정요원을 만났다. 문재인 청와대는 이 행정요원 책상 캐비닛에서 다량의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 본인이 쓰던 책상 캐비닛에서 다량의 문건이 나왔다고 했는데요.
 
  “저도 그 기사를 보고, 너무 억울하고 황당했습니다. 제 책상에서 어떻게 그런 문건이 나올 수 있지요?”
 
  ― 캐비닛을 확인했습니까.
 
  “당연하죠. 이관할 자료 외에는 모두 파기했습니다.”
 
  ― 발견했다고 하는 문건 중에는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 활용 방안 등이 포함돼 있고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선거 등과 관련해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하던데, 이런 문건을 만든 적 있습니까.
 
  “단연코 없습니다.”
 
  질문에 답하던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옆에 동석한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근무한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한 진보 언론에서 우리(박근혜 청와대)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5차례에 걸쳐 파쇄기 26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조직적인 증거 인멸 작업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문건이 몇천 개나 발견됐다고 하네요.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조대환 전 민정수석의 허탈한 웃음
 
박근혜 정부 마지막 민정수석이었던 조대환 수석은 문건 발견 논란에 대해 “문건을 확실히 처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민정수석을 지낸 조대환 전 수석은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7월 31일과 8월 13일 두 번의 전화통화를 통해 그의 입장을 들었다.
 
  ― 문건이 발견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직자가 떠날 때 인수인계할 것은 하고, 폐기할 것은 폐기하는 게 기본자세 아닙니까. 저도 개인적으로 상황을 알아보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법(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했습니다. 저도 여러 번 강조했고요.”
 
  ― 문건이 남아 있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는지요.
 
  “물론입니다. 저도 체크를 하고, (남은 문서가 없다는) 보고도 받았습니다.”
 
  ― 억울하실 텐데 왜 공식적으로 부인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남기지 않았다고 해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사실 삼성 승계 문건을 만든 이영상 전 행정관은 자신이 만든 건 맞지만, 이후에는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문건이 발견된 캐비닛 사진을 찍어 특검에 제출했는데, 그 사진에 나온 캐비닛이 우리가 쓰던 게 맞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이야기해야지, 억울하다고 부인부터 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 이영상 전 행정관이 현 정권에 자료를 제공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제가 물어봤을 때 민정수석실을 떠날 당시 다 폐기했다고 했습니다. 이 전 행정관 후임자도, 그런 문건을 인수인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영상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인재”라며 “그럴(줄서기 위해 자료를 제공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 한 언론매체 보도를 보니 조 전 수석께서 의도적으로 흘렸을 가능성도 제기하던데요.
 
  “허허허.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참…. 답답하네요.”
 
  7월 15일 《헤럴드경제》 보도를 보면 경북 청송 출신인 조 전 수석은 퇴임 직후인 5월 11일 청와대에서 고향까지 약 800리(약 330km) 길을 도보로 낙향했다. 그는 이와 관련 “옛 선비들이 걸었던 길을 걸으면서 그간의 생활과 공직 경험을 정리하고 차분히 생각을 가다듬을 겸해서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사는 “조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 파면 후 올곧은 ‘선비정신’에 대해 생각했다”며 “법조인 출신인 그가 헌재 판결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정권에 도움이 되고자 의도적으로 핵심 문건을 남겨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누군가 미리 문건을 확보해 몰래 캐비닛에 넣었나?
 
  문건이 발견됐다는 곳에서 일했던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남긴 문건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의 치부가 될 수 있는 문건 다수가 발견됐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근무자들의 주장이 맞다면 실체의 윤곽은 드러난다. 결국 박근혜 정부 청와대 근무자들이 나오기 직전(5월 9일)까지 확인했을 때 없던 문서가 캐비닛에서 발견되려면 그 이후 누군가 몰래 캐비닛에 문건을 넣거나,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전제가 성립하려면 본인 밥그릇을 위한 의도적 내부 고발이든,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든 이 누군가는 미리 문건을 확보했어야 한다. 정무수석실이나 국정상황실 문건 확보는 수월한 편이다. 복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정수석실 문건은 다르다. 민정수석실은 ‘정윤회 비선 실세’ 문건 유출 사건 이후 검색대를 설치하고, ‘특수용지’만 사용했다. 특수용지를 지니고 검색대를 통과하면 경고음이 울렸다. 특수용지는 복사와 사진 촬영도 안 된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근무자들에 따르면 검색대는 2015년 9월에서 10월 사이 설치됐다.
 
  “우병우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임명(2015년 1월 23일)된 직후 검색대 설치 안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올렸다. 몇 달 후에 (설치하기로) 결정이 났다. 결정이 난 후 검색대를 설치하는 데에도 시간이 소요됐다. 2015년 9월 즈음 설치가 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 시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5년 9월 전 생산한 문건은 복사가 가능하지만, 그 이후 문건은 몰래 빼돌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2014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의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를 포함해 전임 청와대(2013년 3월~2015년 6월)에서 만든 장관 후보자 인사 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에 대한 각종 회의 및 검토 자료를 입수했다”고 했다.
 
  시기상 검색대 설치 전 만들어진 자료를 찾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근무자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가 내부 고발을 의심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있다. 첫 번째는 아무리 복사가 가능하다 해도, 보안이 철저한 민정수석실 문건을 어떻게 확보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핵심 요직에 있던 관계자의 말이다.
 
  “제가 파악하기에는 민정수석실에 파견을 나와 근무하던 검사들이 검찰로 복귀할 때 본인이 만든 문서들을 파기하지 않고 캐비닛에 넣어둔 채로 돌아갔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복사할 수 있었죠. 박관천 경정 사례를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대충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긴 하다”
 
취재 중에 만났거나 통화를 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근무자 다수는 “대충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지만, 정황만 있고 증거는 없어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우병우 수석은 자신이 전 분야에 힘을 쓰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민정수석실에 파견 나오는 공무원 수가 과거 정권과 비교했을 때 많았죠. 이전 정권에서는 파견을 오지 않았던 산업통상자원부, 안전행정부에서도 올 정도였으니까요. 그중에는 보안 의식이 떨어지거나 자신의 입신만을 위해 일했던 분들도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 산업통상자원부, 안전행정부에서는 왜 파견을 나온 겁니까.
 
  “산자부는 대기업 쪽 일을, 안행부는 공무원 인사 관련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우 전 수석이 대기업과 공무원 인사 관련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했던 것이죠.”
 
  취재 중에 만났거나 통화를 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근무자 중에는 “대충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지만, 정황만 있고 증거는 없어 말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이가 많았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근무자의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문건을 공개한 목적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입니다. 지난 8월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삼성그룹 일가 자택 관리사무소에 7명의 수사관을 투입해 ‘업무상 횡령 및 조세범처벌법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습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과거 사직동팀(종로구 사직동 안가에서 은밀히 작업을 했다고 해서 ‘사직동팀’으로 불림)으로 민정수석실 지휘를 받습니다. 청와대가 얼마나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입니다. 이 부회장의 유죄가 인정되면 박 전 대통령의 유죄가 불가피해집니다. 죄가 있으면 받으면 됩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이게 본인들이 보수 정권 10년간 외쳐왔던 정치보복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의심이 드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
 
  두 번째 의문은 한두 사람이 빼돌릴 만한 문건의 양이 아니란 점이다. 이에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자필 문건 일부는 제공됐을 가능성이 크고, 나머지 문건은 ‘출처가 불분명한(청와대에서 만든 것이 아닌) 문건과, 우리가 인수인계를 위해 만든 인수인계 자료’를 합쳐 발견 문건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냐고 묻자 그는 “들은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민감한 문제고, 팩트 체크를 못 했기 때문에 ‘확실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의심은 할 만하다”고 했다.
 
  현 정부에서 컴퓨터 파일이나 서버를 복원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컴퓨터 서버에 있는 파일은 문서화된 만큼 자필 메모가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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