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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들의 자기 검열법

“사소한 교통법규 위반… 많이 쌓이면 결격 사유”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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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벌이 두려워 음주운전이 적발되고도 공직자 신분을 속일 경우 ‘가중처벌’
⊙ 과거 위장전입, 솔직하게 시인해야… 어설픈 변명하다가 역풍
⊙ 주식이 본인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불이익’
⊙ 세금탈루나 복잡한 재산등록, 직접 챙기고 전문가 조언 받아야
2014년 낙마한 한 공직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상의 공직자도 인사검증 과정에서 위법성이 발견된다.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경우도 있으나 규정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정상의 공직자나 기업의 임원들은 능력이나 자질이 뛰어난 자들이다. 그러나 양심이나 성품까지 완벽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소한 위법성이 있을 수 있다. 청렴하다고 소문이 나도 인사검증 과정에서 보면 한두 개 위법사항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공직자 대부분이 부패한 탓일까. 아닐 것이다.
 
  인사검증이나 청문회에서 드러난 고위직 인사의 잘못은 우리의 현실과 제도가 모순되는 점이 너무 많고 지켜야 할 규정들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데 있다. 법으로 먹고사는 판사나 검사, 변호사들 역시 완벽하지 않다.
 
  그렇다면 고위직 인사의 자기관리에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것일까. 사례별로 대처법을 들여다보자. 기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3년간 1000명가량의 공직자를 검증한 박재홍(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씨의 도움을 받았다. 인사검증 경험담을 쓴 그의 저서 《공직의 길》은 스테디셀러로 고위직 임원이나 공직자들이 많이 참고한다고 한다.
 
 
  1. 음주운전 전력, 어떻게 하나
 
지난 6월 28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청문위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송 후보자는 지난 1991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으나 어떠한 처벌이나 징계를 받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이날 집중 추궁을 받았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모두 음주운전 전력이 도마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 때는 정성근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음주운전 경력 등으로 낙마한 사례가 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부하 직원과 소주 한 잔을 기울일 줄 아는 인간미가 있든, 비싼 위스키가 아니라 서민 소주를 즐겨 마시든, 사(私)가 아닌 공(公)을 위해 잔을 기울였든 중요하지 않다. 소주 딱 한 잔을 먹어도 적발되는 경우가 있다. 체질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가 기준 이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무조건 음주운전을 해선 안 된다. 간혹, 처벌이 두려워 음주운전이 적발되고도 공직자 신분을 속이는 경우가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순경에서 시작해 청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러나 1993년 혈중알코올농도 0.09%로 적발된 사실이 작년 8월 국회 인사청문회 때 드러났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이 금지되는 기준은 0.05%. 당시 그는 벌금 100만원과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을 뿐 경찰 내부적으로는 징계를 받지 않았다. 경찰 공무원이란 사실을 숨겼기 때문이다.
 
  이 청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거듭 고개를 숙이며 “너무 정신도 없고, 너무 좀 부끄러워서 (조사를 받을 때) 직원한테 (경찰) 신분을 밝히지 못해 징계 기록이 없다”고 해명했다.
 
  행정안전부의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 12장’에는 공무원이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 처분을 받는 경우 ‘경고’ 조치를 받지만 신분을 속일 경우 ‘경징계’를 내리도록 가중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이 청장은 대통령의 의지로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경찰청장이 됐지만 경찰 공권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노무현 정부 때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음주운전은 사소한 개인적 문제로 치부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2006년 3월부터 공직자의 음주운전 신분은폐 문제를 진실성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듬해 2월부터는 음주운전 관련 검증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음주운전 횟수, 적발 시 공직자 신분 은폐 여부, 혈중알코올농도를 종합적으로 고려, 6개월 내지 1년간 승진 보류 등의 불이익을 주었다. 그랬더니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공직자 비율이 40% 가까이 감소했다. 당시 문태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음주운전을 엄격한 검증 항목으로 적용한 인사검증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술과 관련해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단골술집’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고위 공직자일수록 적(敵)이 많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자주 찾는 단골술집은 악의적인 소문을 만들기 딱 좋은 먹잇감이다. 단골술집을 통한 부도덕한 루머가 많은데, 사정기관이 뒷조사를 해보면 거짓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인사검증 담당자들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2. 제발! 주소지 관리부터
 
지난 6월 7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의 위장전입 사례는 약방의 감초처럼 너무 흔한 일이 돼 버렸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으로 낙마된 사례도 부지기수다. 2006년 6월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지명된 300여 명 가운데 위장전입으로 낙마한 사례는 약 20여 명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정부 당시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강동석(건교부 장관)·이헌재(경제부총리) 후보자, 이명박 정부 때는 김병화(대법관)·박은경(환경부 장관)·신재민(문체부 장관)·조용한(헌법재판관) 후보자, 박근혜 정부 때는 이동흡(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낙마했다.
 
  도덕성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초대 국무총리인 이낙연 총리를 필두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위장전입 의혹이 일었다. 아직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후보자와 이효성 방통위원장 내정자는 이미 위장전입 ‘셀프 고백’을 한 상태다.
 
  위장전입에 대한 국민여론은 싸늘하다. 부동산 투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밭에 배추 한 포기 심을 생각도 없는 이들이 노른자위 농지를 구입하고, 재건축 아파트나 재개발 지역으로 철새처럼 옮기는 이들이 공직자가 돼선 안 된다. 맹모삼천(孟母三遷)을 위한 위장전입은 어느 정도 용서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불법은 불법이다. 위장전입으로 좋은 학교를 배정받은 공직자 자녀 때문에 다른 누군가의 자녀가 그 지역에 살면서도 다른 학교로 튕겨 나갈 수도 있다.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런 일이 있었다. 이란성 쌍둥이를 두고 있는 고위 공직자가 위장전입을 한 의혹이 있어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어머니가 점을 보러 갔는데 점쟁이가 쌍둥이를 같이 키우면 서로에게 해가 된다는 점괘가 나와 할 수 없이 아내와 한 아이를 친척 집으로 주소만 이전해 놓고 살았다”고 했다. 청와대 인사검증 담당자는 이 공직자의 처리를 두고 상당히 고민했다고 한다. 사연이야 제각각이지만 거주지를 실제로 옮기지 않고 주민등록법상 주소만 바꾸는 것은 위법이다. 고위직에 도전하든 그렇지 않든 관행적으로 여기는 사안들을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만약 과거 위장전입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면 솔직하게 시인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설프게 변명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토지 소유와 관련, 자기 점검을 위해 관련 자료를 미리 챙기는 것도 필요하다. 지목과 면적, 개별공시지가 등이 담긴 토지대장, 자경(自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농지원부, 소유권 변동 사항, 근저당 설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동산등기부 등본은 필수다.
 
 
  3. 사소한 교통법규 위반도 쌓이면 화근
 
지난 6월 8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교통법규 상습위반이 불거졌다.
  진보 성향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교통법규 상습 위반으로 인사검증 과정에서 곤욕을 치렀다. 아직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그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26차례에 걸쳐 교통법규를 위반했다. 법원장 시절인 2006년부터 5년간 21건이 집중됐다고 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001~2005년 모두 4차례에 걸쳐 도로교통법 위반 과태료를 내지 않아 차량이 압류된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어린이·청소년에게 준법정신을 가르쳐야 할 교육부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황교안 전 총리 역시 2013년 2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버스전용차선 위반, 주정차 위반, 자동차세 체납으로 7번이나 차량 압류를 당한 사실이 드러나 얼굴을 구겨야 했다.
 
  교통법규 위반은 사소하거나 불가피한 일로 보일 수 있다. 급한 일이 있거나 약속시각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운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하나하나 쌓이면 걸림돌이 된다. 인사검증 담당자 입장에서도 과태료나 범칙금을 많이 낸 공직자의 준법의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나 경찰, 감사원 등에는 과거 징계 전력이나 형사처벌 내역이, 비록 사면됐다 하더라도, 관련 기록이 남아 있다. 이런 내용들이 인사청문회나 인사검증의 참고자료가 된다. 파렴치한 범죄 유형에 대해서는 형의 시효 경과 또는 경감 등에 의해 실제 처벌을 받지 않았거나 사면된 경우라 하더라도 경중에 따라 인사검증 과정에서 고려사항이 된다.
 
  지난 6월 2일 인사청문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년 전 폭력행위 사실이 청와대 경호실 신원조사에서 드러났다. 1994년 택시기사와 요금 문제로 시비가 붙었는데 이 과정에서 폭력을 휘둘러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했던 김 부총리도 이 사건으로 경제기획원 예산실 내부징계는 받지 않았다. 그는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요금을 주지 않았다고 시비를 걸었다. 쌍방과실이었고 택시요금을 낸 것이 입증됐었다”고 해명했다.
 
 
  4. 측근 의존 않고 직접 재산등록 꼼꼼하게
 
지난 5월 24일 이낙연(왼쪽)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 전 야당 인사청문위원인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이 총리는 위장전입을 시인했다.
  지난 5월 인사청문회에서 이낙연 총리는 부인의 연말정산 부당공제와 아들의 재산 신고가 누락됐다는 추궁을 받았다. 이 총리는 “보좌 직원의 실수로 발생했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의 호된 질책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재산이 공개된 이후 해명을 해봤자 불성실하게 신고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명확히 해명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오해를 완전히 떨어내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4급 이상의 공무원과 공공기관 및 공직유관단체의 임원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본인과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신고해야 하며 매년 그 변동사항을 등록해야 한다.
 
  그리고 1급 이상은 관보나 공고를 통해 재산변동 사항을 공개토록 규정한다. 만약 불성실하게 신고할 경우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사실 자기 업무도 바쁜데 재산변동 사항을 챙기기란 쉽지 않다. 일일이 통장을 확인해야 하고 부모님의 재산도 따져봐야 한다. 고위 공직자는 비서나 직원에게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불성실하게 재산등록을 했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부모나 자식 등이 지난해와 비교해 뚜렷한 사유 없이 갑자기 재산이 증가하거나 감소한 사실은 없는지, 있다면 타당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지, 은행 계좌별로 예금금액이 정확한지, 꼼꼼히 챙긴 후에 가능한 한 본인이 직접 재산등록을 할 것을 권하고 싶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일부 후보자는 측근 몇 명에만 의존한 채 청문회를 준비한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해도 소극적으로 일관한다. 개인 도덕성과 관련된 항목은 사적이고 비밀스런 내용이어서 공개하길 꺼리는 탓이다.
 
  그러나 쓸데없이 보안을 유지하다 법적 검토나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지 못한 채 어설프게 대응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종종 본다.
 
  예를 들어 남편이 월급을 받아오면 소득이 없는 배우자가 관리한다. 예금도 배우자 명의다. 그러다가 증여세 공제한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세금탈루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예금 명의는 배우자지만, 실질적으로 그 재산은 내 것이며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한 경우, 탈루 의혹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당당하게 드러내고 전문가 조언을 받았더라면 청문위원들의 질책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5. 가장 큰 적은 내 주변에. 혀끝에서 비극이 시작돼
 
  고위직 기업 임원이나 공직자는 ‘잘난’ 사람이다. 뛰어난 업무처리로 고속 승진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을 뚫었으나 마지막 순간, 낙마하는 경우가 많다. 음해성 소문 때문이다. ‘결정적인 한방’은 공직 후보자를 가까이서 지켜봤던 주변인의 투서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오죽하면 “가장 큰 적은 내 주변에”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러나 투서자의 신분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투서자를 불러 물어볼 수도 없고, 오로지 투서 내용에 기초해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짧은 청문회 동안 바로 잡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사정 당국이나 인사검증 담당자 사이에는 “투서로 시작하는 검증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이 잘나가면 주변의 시기나 질투가 많으니까 작은 실수도 부풀려 퍼진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뽑기 위해 필요하지만 정략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항시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막을 장치란 미비하다.
 
  투서로 곤욕을 치른 고위 인사 중에는 더러 인간미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도 있다. 이들은 조직을 관리하며 칭찬보다 나무라기를 먼저하고 배려하기보다 자신이 앞장서길 좋아한다. ‘비극은 혀끝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상대를 대하는 말투에서 마음이 상한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말하는 이의 표정, 눈 맞춤, 스킨십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상황을 악화시킨다. 인사철 쏟아지는 관가의 투서 상당수는 해당 공직자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다.
 
  일단 제보나 투서가 자꾸 들어오면 공직자에게 이로울 것이 전혀 없다. 사소한 흠결이라도 많이 쌓이면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조직운영이나 리더십과 관련한 문제점이 파악되기도 한다. 조직의 장은 업무를 장악하는 자다. 업무를 밀어붙이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리더가 용장(勇將)이라면, 또 정책을 세련되게 가다듬고 완성시키는 덕목이 지장(智將)이라면, 정상의 공직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덕장(德將)이다. 젊은 시절, 물불 안 가리던 성격의 소유자도 최고 수장이 되려면 유연해져야 하고 때론 고개를 숙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튼튼한 조직관리와 부하 직원의 동기부여는 덤으로 이뤄진다.
 
 
  6. 사적 연고(緣故)가 승진 방해할 수도
 
  공직사회만큼 학연, 지연이 드센 곳이 드물다. 고시 출신이냐 비고시 출신이냐, 일반직이냐 기술직이냐, 어떤 상사와 연이 있느냐가 출세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역시 학맥, 인맥이 크게 작용한다.
 
  또 “줄을 잡고 충성심을 보여야” 좋은 보직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튼튼한 동아줄은 승진에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줄을 잘못 잡았다가는 잠깐 노른자위에 있을 수 있으나 장관이나 CEO의 진퇴에 따라 단명할 수 있다.
 
  같은 학교, 고향 출신끼리 가끔 회합을 갖는 거야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인연에 얽매이거나 연연하다 보면 인사나 업무에 공정성을 잃기 쉽다. 인사철 투서도 대개 연줄에서 소외된 이들로부터 나온다. “누구누구는 ○○ 출신을 끔찍이 챙긴다”는 말이 퍼지면 그 당사자는 지역주의나 학연주의가 얽힌 인물로 낙인이 찍힌다. 그러니 공조직 내의 향우회나 동창회에 참석하더라도 적극적인 활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인사검증 담당자의 금언(金言)이다.
 
  학연과 지연, 사적 인연으로 대표된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나 영포회, 호남향우회, 충청포럼 등 공직사회를 뒤흔든 사적 인사 스캔들을 잊을 수 없다.
 
  정권교체기엔 이런 연고는 오히려 해가 된다. 오히려 출신의 약점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영호남 정권이 교체되면 수도권 혹은 충청권 출신 공직자가 등용되곤 한다.
 
 
  7. 주식거래는 신중하게
 
  대부분의 공직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보유 주식 가액이 개인별 1000만원 이상일 경우 매년 변동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고위 공무원단 ‘나급(2급)’ 이하의 대부분 공무원은 비교적 자유롭게 주식거래를 하고 있고, 일부는 수억 원 이상의 재산을 증식한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고위 공무원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주식 보유 현황을 꼼꼼히 검증받는다. 주식이 본인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불이익을 받는다.
 
  공직 후보자가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는 것도 종종 문제가 된다. 이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경위를 물어보면 친척이나 지인이 투자를 권유해서 주식을 취득했다고 답변한다. 실제 대금지급 여부도 조사대상이지만 만약 기업이 주식을 상장해 주가가 크게 올랐다면 사전 정보에 의한 주식 매입을 의심받게 된다. 심지어 고위 공직자가 투자한 회사가 정부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아도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공직자는 일반인보다 기업의 경영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는 유리한 조건에 있고 기업에 여러 가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2013년 4월 인사청문회에서 부인 명의로 직무 연관성이 있는 비상장 회사에 주식 투자를 한 의혹이 제기됐었다. 부인이 보유한 (주)코반케미칼 주식 1200주(600만원)는 노 위원장이 조달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조달청과 대규모 구매계약을 맺던 시기를 전후로 취득한 것이었다. 2009년과 2011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주)코반케미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400주, 800주를 취득했었다. 국회를 통과한 인사청문 보고서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노 후보자의 직무 연관성이 있는 비상장 회사의 주식 투자 의혹 등은 국민 눈높이에 비춰볼 때 고위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과 자질 측면에서 미흡하다.’
 
  2014년 7월 국립대 교수 출신인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인터넷 사교육업체 주식 거래를 둘러싸고 야당의 추궁을 받았다. 당시 김 후보자는 “매제가 다니는 회사라 흥미가 생겨 주식을 샀는데 손해를 봤다”고 해명했으나 청문 과정에서 손해가 아니라 많은 이익을 봤고, 미공개 내부자 정보에 의한 주식 투자 의혹까지 터져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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