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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한반도

한미 정상회담 뒷이야기 | 악수(握手)도 못하고, 굴욕만 당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

한국의 언론과 상반된 CNN의 한미 정상회담 평가, “한국 굴욕에 가까운 수모를 당했다”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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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커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통령에게 한 행동은 전략적 굴욕 주기”
두 정상은 오벌 오피스에서 악수를 하지 않았다. 사진=백악관 동영상 캡처(WH.GOV)
  한미 정상회담 기간 동안 거의 모든 국내 언론에서는 정상회담을 잘했다는 평을 내렸다. 문 대통령의 방미 전부터 가장 이목이 집중됐던 악수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세 차례 정도 악수를 했고 두 정상은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고 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의 기사나 칼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미국의 보도는 달랐다. 특히 CNN이 그랬다. 기자는 문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트럼프와 만나고 있는 동안 계속 CNN을 보고 있었다. CNN과 국내 종편 채널들을 교차 비교하면서 보았는데, 양국의 언론은 판이하게 다른 평을 했다.
 
  일단 악수부터 짚고 넘어가자. 국내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는 화기애애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팔을 잡았고,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 어깨에 잠시 손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눈 것은 맞다.
 
 
  정작 ‘악수의 방’ 오벌 오피스에서는 악수하지 못한 문 대통령
 
존 커비 CNN 군사외교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게 굴욕을 주려는 시도를 했다(it was almost an attempt to humiliate the president of South Korea)”고 했다. 하루 뒤 커비는 트럼프의 이러한 행동을 우방국인 한국에 주는 전략적 곤란함 주기(He uses this tactic of embarrassment almost humiliation with some of our best friends)라고 칭했다. 사진=CNN 방송화면 촬영
  그러나 문제는 그 시점이다. 언제 어디서 악수를 했냐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본의 아베 총리, 독일의 메르켈 총리, 이 두 정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는 방미 전부터 주목을 끌었다. 일본 아베 총리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쓰다듬듯이 두드린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는 아예 악수를 하지 않았다. 이 두 악수를 한 장소와 시점을 정확하게 집어낸 국내 언론은 한 군데도 없었다.
 
  앞서 두 정상이 트럼프와 악수를 한 시점은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Oval Office)의 의자에 앉아 있을 때다. 모든 언론 앞에서 정상끼리 이곳에서 주로 악수를 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악수의 방’이라고 칭한다. 혹은 ‘오벌 오피스의 악수(Oval Office Handshake)’라고 불린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의 악수는 백악관이 아닌 브뤼셀의 미국대사관에서였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이 손을 세게 잡아서 화제가 되었을 뿐 엄밀히 말하자면 백악관 내 오벌 오피스의 악수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런데 국내 언론에서는 오벌 오피스가 아닌 곳에서 한 악수를 가지고 마치 두 정상이 악수를 잘 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럼 문재인 대통령은 오벌 오피스, 악수의 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재인 대통령도 메르켈 총리와 마찬가지로 악수를 하지 못했다. 이 장면이 국내 언론 어디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시각 CNN 등에서는 이 장면이 나왔다. 나중에 백악관이 공개한 오벌 오피스 영상에서도 악수를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 때와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악수는 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은 관계다(Our personal relationship is very very good)”라고 말했다.
 
  정작 악수를 해야 할 때는 하지도 못했는데, 국내 언론들은 악수를 잘 했다고 보도하기 바빴다. 이 악수의 방인 오벌 오피스 밖에서 하는 악수는 큰 의미가 없다. 악수의 방에서 악수를 했느냐가 관건이다. 가령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사람을 마중 나올 때 하는 악수는 당연한 악수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악수 장면만을 국내 언론에서는 부각시키기 바빴다. 상식적으로 봐도 누군가 우리 집에 손님이 왔는데, 마중을 나와 맞이하는 첫 순간 악수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오벌 오피스에서 기자들의 열띤 취재 열기로 트럼프 대통령 바로 옆에 있던 램프가 넘어질 뻔한 해프닝도 있었다. 카메라용 막대 마이크를 더 가까이 가져가려고 하다가 램프를 민 것이다. 램프가 넘어지려는 것을 경호원이 붙잡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 밀치는 기자들과 카메라를 향해 “easy(차분히 해라)”를 여러 차례 말했고, 말미에는 “You guys are getting worse(당신들 점점 악화되는군)”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은 굴욕당했다(humiliate)고 표현한 CNN
 
캐비닛 룸(Cabinet Room)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서진이 한국 측에 FTA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CNN 방송화면 촬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비서진과 함께 한국 측을 마주하고 앉았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의 불합리에 대해 일장연설을 한다. 그러고는 “그 불합리의 세부사항을 비서 중 누가 말해줄 것이다”라고 한다. 그러자 한 비서가 FTA의 특정 부분을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한다. 몇 명의 비서가 이런 설명을 문 대통령과 한국 측 비서들에게 전달한다.
 
  이에 화답하듯 문 대통령이 발언을 한 뒤, 똑같이 “우리 측의 비서 누가 이야기하겠다”고 말을 꺼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통역을 잘 해주라”며 농담을 한 뒤, 한국 측 비서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자른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CNN의 앵커는 “한국에 굴욕(humiliate)을 준 거 아니냐”고 말했다. 생방송에서 앵커가 이렇게 말하자, 존 커비(John Kirby) CNN 군사 외교 애널리스트(전 미 해군 소장)도 “방금 전 상황을 보고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stunned)”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왜 저런 굴욕을 (한국에) 주는지 모르겠다” “과거에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 나왔다” 등의 표현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항상 규범을 벗어나곤 한다(out of rulebook)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 발표가 7시간이나 지연된 것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잘 마무리되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졌지만, 워싱턴 현지 분위기는 냉랭하고 심각했다고 전해진다. 트럼프의 이런 태도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어쩌면 장진호 기념비에서 헌화 후 경례를 하지 않은 문 대통령의 태도에 기분이 상했는지도 모른다.
 
  CNN의 평을 종합하면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에 상당한 굴욕을 안겨준 만남이었다. 물론 CNN의 평만 가지고 한미 정상회담 전체를 논할 수는 없다. CNN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정확한 팩트 체크 없이 비판하다가 3명의 기자가 옷을 벗기도 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행보를 비판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또 같은 상황을 두고도 미국의 다른 매체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FTA 내용을 틀려 한국에 굴욕을 당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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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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