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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한반도

신냉전(新冷戰) 시대, 문재인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글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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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韓美日 동맹과 中러北의 대결 국면 속에서 核前무장해제에
    核前분열상태인 한국. 핵무장 국가들에 둘러싸인 非核國 한국은 자유와 번영을 지킬 수 있나?
⊙ 자위적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없이 핵무장한 북한을 상대로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몽둥이도 들지 않고 무장 강도와 담판 지으러 가는 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6일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 강연에서 한반도 냉전구도 해체를 위한 평화구상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미국 상원의원으로서 정보위원회에서 오래 활동, 한반도 사정에 밝은 한 인사가 사석에서 한국인 지인(知人)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하더라고 한다.
 
  “당신은 북한의 형제가 자랑스럽지 않으세요?”
 
  북한 노동당 정권이 도덕적으로는 악마적 집단이지만 적어도 권력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에선 존경할 만한 점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이었다. 지난 7월 초의 ICBM 발사 성공 이후 미국에선 북한 폭격론이 퇴조하고 협상론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초 한미 군의 전략 부서에선 합동 회의를 여러 차례 갖고 북한의 핵 능력을 군사력으로 무력화(無力化)시키는 방안을 검토하였다. 결론은 ‘어렵다’였다. 이 결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보고되었다고 한다. 북한이 얻어맞은 뒤 서울에 핵 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고, 수도권에 미국인이 군인 포함 20만명이나 살고 있다는 점(중국인은 약 100만)이 큰 장애 요인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희망에 기초한 통일대박론이나 북한붕괴론이 잦아들고 핵무장한 북한 정권과 어떻게 공존(共存)할 것이냐의 수세적(守勢的) 논의가 본격화되는 추세이다. 그만큼 핵무기가 구체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북한 체제가 상당 시간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며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를 깐 분석들이 대종을 이룬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지난 6월 28일 미국의 대북(對北) 전문가 여섯 명이 국무장관, 국방장관, 대통령 안보보좌관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공개편지를 보냈다. 6명은 조지 P. 슐츠 전 국무장관(레이건 정부 시절), 빌 리처드슨 전 지사, 윌리엄 P. 페리 전 국방장관(클린턴 정부 시절), 리처드 C. 루거 전 상원의원, 지그프리드 S. 헤커 박사, 로버트 C. 갈루치 조지타운 대학 교수이다. 이들은 수십 년에 걸쳐 북한 문제를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기술적으로 다룬 경험자들임을 강조한 뒤 전제 조건 없는 비공식적 양자(兩者) 회담을 시작할 것을 권고하였다. 고위 대통령 특사(特使)를 평양에 보내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인 의도가 없으며 평화적 방법을 찾으려 한다는 뜻을 전하면 북한은 탄도미사일 및 핵무기 실험을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였다. 편지는 대화가 북한을 핵무장국으로 인정한다는 신호로 인식되도록 해선 안 된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위험은 북한이 기습적으로 핵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산(誤算)과 오판(誤判)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6인의 전문가는 외교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당한 군사적 옵션도 없다고 했다.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으면 한국과 일본을 공격할 것이다. 제재에 의존만 하여서도 해결할 수 없다. 외교적 노력이 없으면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북한의 계획을 저지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지금은 있지만 이게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올해 안에 북한을 때리지 않는다면…”
 
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
  국방부 대변인을 5년간 지내고 작년에 퇴임, 언론계로 돌아온 김민석 박사도 최근 헌정회(憲政會) 주최 세미나에서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몇 가지 흥미로운 정보를 공개하였다. 2013년 2월 12일의 북한 핵실험은 우라늄탄으로 보인다면서 그들이 300kg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올해 안으로 추가 실험 없이 플루토늄 핵폭탄을 소형화하여 노동 미사일에 장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노동 미사일은 1990년대부터 실전 배치되었고, 사정거리가 1300km로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 탑재 탄두의 직경이 1.2m로서 소형화에도 유리하다. 김 박사는 북한의 노동 미사일 탑재 핵무기 실전 배치를 막지 못한다면 우라늄탄 대량 제조와 ICBM 핵무장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다음에는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공격이 어려워진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공격하면 북한은 한국과 일본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나올 것이고 이렇게 되면 정치권은 분열되고 미국의 선제타격을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북한의 핵 능력을 제거할 수 있는 시간은 노동 핵미사일이 실전 배치되기 전, 즉 올해 안이고 이 시한(時限)을 넘기면 북한의 핵 질주를 막을 수 없어 결국은 다양한 종류의 핵폭탄과 ICBM을 가진 핵 강국으로 등장, 한국은 고립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북한은 핵전력을 배경으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으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서울의 유엔군사령부는 해체될지 모른다. 유엔사의 해체는 그 후방기지인 일본 요코스카와 요코다 등의 주일미군기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유엔사가 해체되면 미국과 일본은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다시 체결해야 하는데 북한의 핵 위협을 받는 일본 국민은 주일미군이 한국을 지원하지 못하게 하든지 철수하라는 요구까지 할 가능성도 있다. 주일미군이 흔들리면 미국의 군사력은 태평양 전쟁 이전(以前) 상태인 하와이와 괌까지 후퇴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선택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기 전, 즉 올해 안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대부분을 제거하거나 북한의 핵으로 오염된 한반도를 포기하는 것이다”고 했다. “이는 상상할 수 없는 가정으로 보이지만 사실상은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 거부한다면 우리는 NPT 탈퇴해야”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한다면 한국은 결정적으로 불리한 국면으로 몰린다. 예컨대 북한이 재래식 군사력으로 김포 반도를 점령한 다음 한미 연합군이 반격하면 핵무기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할 것이다. 미국이 핵무기로 대응하겠다고 나서면 북한은 로스앤젤레스를 ICBM으로 치겠다고 위협할 것이고, 정치권도 협상파와 주전파(主戰派)로 분열될 것이다.
 
  김 박사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기 전에 미국이 한반도 바깥에 있는 해군, 공군력 및 정밀타격 미사일과 유도폭탄 등으로 북한의 핵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유력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였다. 한반도 바깥의 전력(戰力)으로 때려야 중국의 개입 명분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90% 이상의 성공 확률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장사정포에 의한 북한의 반격이 있더라도 최소한의 피해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물론 모험이지만 ‘북한의 핵 위협으로 미군이 한국과 일본에서 철수하면서 동북아 전략 전반에 영향을 주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일지 모른다.
 
  미국과 한국이 군사적 공격에 의한 북핵 문제 해결을 포기한다면 한국은 ‘공포의 균형’ 전략으로 적(敵)의 핵무장과 핵전략에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상적 방어 전략 외에 자위적 핵무장, 핵무장 준비 선언, 전술핵 재배치 등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朴槿惠) 정부의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 출신인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최근 아산정책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린 ‘북핵 폐기와 평화통일을 위한 북한 관리 전략’이란 보고서에서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강력히 요구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북한의 점증(漸增)하는 WMD와 미사일 위협을 고려할 때, 미국의 핵확장 억지 공약은 현 상태로는 역부족이며 대폭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만약 미국이 우리의 전술핵 재배치 요구를 거부할 경우 한국은 북핵 폐기 시(時) 재가입을 전제로 NPT(핵확산금지조약) 제10조에서 허용한 대로 조약에서 잠정적으로 탈퇴하고 자체적인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개발한 핵은 북한과 핵군축협상을 통해 폐기하고 다시 비핵국(非核國)으로 NPT에 복귀하겠다고 분명하게 밝히면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쌍중단(雙中斷) 요구 수용은 패배주의”
 
  미국이 약속한 핵확장 억지, 즉 핵우산만 믿고 있기엔 북핵의 위협이 너무나 심각하므로 1990년대에 철수해 간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 한반도에 공포의 균형을 만들어야 하며 미국이 재배치 요구를 거부할 경우엔 자위적 핵무장을 위한 NPT 탈퇴 등 결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 달 전까지 북핵(北核) 대책 업무에 종사하였던 사람의 주장이라 우리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이 더욱 실감 난다.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 정부와 군은 물론 일반 국민들이 북핵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공포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대북(對北) 억지력 구축이 주변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시키기 위한 정치, 외교적 차원의 조치를 인내심을 갖고 끊임없이 추진해야 한다.〉
 
  전성훈 전 비서관은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 정부와 국민의 공포감을 해소하는 데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전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각종 도발을 가해올 때 한국인들이 불안해지면 이민 급증, 은행 인출 사태, 외자 유출, 경제 위기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전술핵 재배치는 이를 막기 위한 안전판 구실도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북한이 핵무장을 근거로 군축회담을 제의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중국과 우리 사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소위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방안은 북한의 선제 핵개발로 형성된 불리한 안보구도에 굴복하는 패배적인 발상으로서 우리의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또 하나의 안보참사가 될 것이다. 세계 군비통제 역사상 일방의 핵전력과 다른 일방의 재래식 전력을 상호 감축한 전례도 없다. 핵을 보유한 북한과 핵확장 억지라는 선언적 정책에 의존하는 한미 사이의 전략적 불균형이 협상을 통해 한미의 안보이익을 훼손하는 상황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협상 대상의 동등성’ 원칙을 견지하여 ‘재래식 대(對) 재래식’ ‘핵 대 핵’의 협상 구도를 정립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재래식 분야와 핵 분야에서 각각 ‘북한 대 한미’ 간 상호억지(mutual deterrence)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협상 국면에 대비한 전략자산으로 전술핵 재반입 필요
 
미국의 전략 핵잠수함 오하이오급에 탑재돼 있는 트라이던트-2 탄도미사일.
  북한의 핵시설을 군사력으로 공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다음엔 불가능하다. 자연히 협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관련 국가에서 일어날 것이다. 그때에 대비하여 핵 대 핵의 협상 구도를 만들려면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을 갖다 놓고서 북핵(北核)과 한국 내의 전술핵을 같이 없애자는 협상 전략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전술핵은 북핵을 견제하는 공포의 균형 수단일 뿐 아니라 북핵 기정사실화 이후에 전개될 협상 국면에서 좋은 카드가 된다. ‘북한과의 핵군축 협상에 대비하여 협상용으로 사용할 핵 자산을 한반도에 들여와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전성훈씨는 북한의 핵 능력을 미국 본토나 제3국에 배치된 미국의 핵 자산과 맞바꾸어 줄이거나 없애는 것은 비현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북한은 미국이 본토의 핵 능력을 감축해야 할 정도의 전략적 상대가 아니며, 유럽이나 괌에 배치된 핵 능력도 북한만을 상대로 한 핵전력이 아니기 때문에 합당한 거래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한반도에서 자체 핵 능력을 보유하고 이를 한국과 공유하는 체제를 갖춰야만 북한으로 하여금 쌍방 핵 군축에 적극 나서도록 유인할 수 있다.
 
  여기서 전성훈 전 안보전략비서관은 NATO의 5개국이 미국과 맺은 핵공유(Nuclear Sharing) 약속을 상정(想定)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국은 독일 등 5개국에 전술핵을 두고 있는데 전시(戰時)엔 이들 나라가 공동사용권을 갖는다. 이 제도의 도입은 필자가 수년 전부터 주장하였는데 박근혜 정부 안에서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도 퇴임 후엔 공개적으로 “한국이 당장 핵무장을 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미군의 전술핵을 북핵 폐기 때까지 한시적으로 빌려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전성훈씨는 “만약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거부한다면 정부는 북핵 폐기를 위한 한시적인 협상용 조치임을 전제로 NPT 제10조에 따라 조약에서 탈퇴하고 자체 핵 개발을 통해 핵무장력을 갖춘 후 북한과 당당하게 ‘남북한 동시 핵폐기 회담’에 임해야 한다”고도 했다.
 
 
  핵무장 준비 선언
 
  김민석 박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핵무장 준비 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핵무장 준비 선언은 실제 핵무장을 위한 준비 작업은 하지 않고 외교적으로 선포하고 핵무장에 필요한 행정적인 절차만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원자력 협정을 파기하지 않고도 할 수 있다. IAEA의 사찰을 받더라도 핵무장을 위한 물리적 준비 과정이 없기 때문에 NPT 규정을 위반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대만과 일본을 자극하고 북한과 중국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이 유명무실해지거나 한반도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핵무장으로 직행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되고 실제로 핵무장을 해야 할 경우 준비 기간을 단축시킨다.
 
  김 박사도 최후의 선택으로서 NPT를 탈퇴하고 핵무장을 할 경우 조건부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즉 북한의 핵 문제가 해결된다면 한국도 비핵화한다는 조건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제10조는 〈각 조약 당사국은 자국(自國)의 주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본 조약의 주제와 관련된 비상사건이 자국의 최고 이익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판단한다면,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다〉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 배치는 헌법과 NPT 10조에 다 해당한다. 이런 법리적 정당성을 확인한 다음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투표로써 한국인의 주권적 결단을 확인, 이를 정치적, 외교적, 전략적 자산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국제법의 기초는 민족자결주의이고, 그 핵심은 생존을 위한 권리이다.
 
 
  언론이 놓친 중요 합의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공조 강화에 합의했다. 사진=뉴시스
  핵위기는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그의 이념적 지향점과 매우 다른 현실의 벽을 실감하게 하였을 것이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점심때 만난 한 고위 외교관 출신은 “이번 한미 공동 발표문에는 언론이 다루지 않은 중요한 대목이 있다”고 깨우쳐 주었다.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韓美日) 공조 강화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것이었다. 원문(原文)에서 관련 대목을 찾았다.
 
  1. 한미일 공조(韓美日 共助) 강조: 〈두 지도자들은 한미일 삼각 협력 관계를 한층 발전시키고 지역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그들의 의무를 재확인하였다. 두 지도자들은 삼각 안보 협력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방어 및 억제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미 수립된 양자(兩者) 및 다자(多者) 기구를 활용하여 이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오는 7월에 열리는 G20 회의 도중에 있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삼각 협력 증진 방안을 더 논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미국이 2012년 이명박 정부 말년 이후 지속되어 온 한일 갈등을 우려하면서 한미일 삼각 협력 관계의 틀 속에서 두 나라 관계를 건설적 방향으로 전환하고 싶어 하는 의욕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한미일 공조가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에 두 사람이 공감하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전후(前後)로 반일적 태도를 보였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에 비판적이었고, 부산 주재 일본 총영사관 앞에 불법적으로 설치된 소녀상을 동구청이 회수한 것을 원색적으로 공격하였다. 취임 후엔 아베 일본 수상에게 양국(兩國)이 최종적으로 타결한 바 있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시 제기할 뜻을 비치기도 하였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의 3국 협력 방안 모색에 응한 것은 예상 밖이다. 이는 트럼프가 대중(對中) 공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하여 상당한 압박을 가하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2. 대중(對中) 견제구: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법에 기반한 질서’를 지지하고 수호하기 위하여 함께 노력할 것임을 확인하였다.〉
 
  이는 국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남중국해 등에서 영향력을 확장시키고 있는 중국에 공동 대응하자는 의미를 품고 있다. ‘법에 기반한 질서’를 위협하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는 중국뿐이기 때문이다.
 
  3. 결국 문재인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한미일 공조’에 합의한 셈이다. 사드 배치에 대하여 중국의 불만을 경청해야 한다는 자세이던 문재인 대통령을 이런 방향으로 몬 것은 엄중한 북핵(北核) 상황과 미국의 대한(對韓) 압박일 것이다.
 
 
  신냉전 체제
 
  한미일 공조 움직임에 대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반응도 빨랐다. 그는 7월 초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 미군의 사드 배치를 같이 반대한다는 합의를 하였다. G20 정상회담에 즈음하여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난 25년간에도 중국과 북한은 변함없는 혈맹(血盟) 관계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혈맹’이라는 감성적 용어는 북한을 압박, 핵을 포기시킬 마음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고백한 셈이다. 신냉전(新冷戰) 구도가 깊어지면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이 대만을 지원,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을 다시 견제할 수 있는 유용한 카드라는 계산을 굳히게 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약속대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한미일 정상 회동을 갖고 “북한에 훨씬 강화된 압박을 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의했다. 7일에는 3국 공동으로 유엔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추진과 중국·러시아의 적극적 역할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청와대는 “3국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1994년 이후 8차례 회담 중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특히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성공을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미일과 중러(북) 사이에 새로운 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국면에서는 한미일 편에 설 수밖에 없다는 실질적 판단을 한 것 같지만 독자 노선의 여지를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그는 트럼프로부터 남북회담에 대한 원론적 지지를 약속받은 데 이어 한반도 평화협정 구상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구(舊)시청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한반도의 냉전구도 해체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한반도 평화구상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5대 원칙으로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계승을 통한 평화 정착,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구상,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한 비정치적 교류 협력 사업 추진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이 북한의 해묵은 주장인 평화협정 체결 추진에 동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자 신문은 평화협정을 ‘Peace treaty’라고 했는데 이는 ‘평화 조약’으로서 미국의 경우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함정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협정 주장은 중국의 1년여 전 주장과 비슷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작년 2월 베이징에서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비록 한반도 핵 문제는 중국에 (책임이) 있지 않지만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비핵화를 실현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을 동시에 추진하는 협상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추진을 공식 제안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보도되었다. 중국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동결하면 한미군사훈련도 중단해야 한다는 이른바 ‘쌍중단’도 제의하였는데 문 대통령 특보 문정인씨도 같은 주장을 최근에 한 적이 있다.
 
  ‘평화협정’ 추진은 아래와 같은 문제가 있다.
 
  1. 북한이 대륙간탄도탄 발사 시험에 성공하였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미국과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압박 국면에서 북한이 주장해 온 ‘평화협정’을 한국이 들고나오면 한미 간의 균열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압박 분위기를 깬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평화협정 추진 선언을 굴복으로 해석하고 역이용 전략을 꾸밀 것이다.
 
  2. 북한은 ‘평화협정’을 미국과 체결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것도 허용하겠다는 뜻인가?
 
  3. 김정은은 핵 포기는 없다는 뜻을 명백히 하고 있다. 북한 헌법에 핵무장을 못 박았다. 그렇다면 비핵화가 평화협정 논의의 전제조건이 될 가능성이 낮다. 비핵화를 전제나 목표로 삼지 않는 평화협정 논의는 북한 정권에 탈출구를 열어주는 것이다.
 
  4. 북한은 ‘평화협정’ 공세를 통하여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동맹 해체를 꾀한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동맹 해체도 북한과 논의하겠다는 뜻인가?
 
  5. 평화협정이 맺어지려면 한국전쟁의 종전(終戰) 선언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범(戰犯) 집단인 북한은 손해배상, 책임자 처벌, 불법 억류 국군 포로 송환 등의 의무 이행을 하여야 한다. 문재인은 전쟁범죄 행위의 피해국 대통령인데, 이런 종전 절차 없이 평화협정을 맺겠다는 것인가?
 
  통일연구원의 최진욱 연구원(당시)은 2007년에 쓴 논문에서 이런 지적을 하였다.
 
  “미국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대해 단독으로 전쟁 선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 의회가 북미 평화협정을 비준할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
 
  그는 “평화조약은 신뢰 회복이 선행되어야 하며, 평화조약 당사자 간 신뢰가 형성되기 전에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한국, 미국, 북한, 중국 등 4자 간이든 미북 간이든 일단 평화협정이 논의되기 시작하면 한국은 핵무기가 없기 때문에 소외될 것이다. 핵무장한 세 나라가 핵무장하지 않은 한국을 존중할 리가 없다. 회담이 시작되면 어떻게든 합의를 보려는 욕심이 작동, 북한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과거 미국이 여러 번 그러하였듯이 얻는 것 없이 양보만 할 가능성이 높다. 힘으로 해결하지 못한 핵 문제를 입으로 해결할 순 없다.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평화협정 논의 자체를 반대해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는 신뢰 구축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구경꾼 입장이 되어 미국과 월맹에 평화협상을 맡겼다가 망한 월남의 사례는 한국에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전쟁 자체를 해결하지 않은 채 맺은 평화협정은 월맹에 의하여 2년 뒤 휴지가 되고 협정 정신을 믿었던 월남은 망하고 수십만 명의 월남인은 보트 피플이 되어 남중국해를 떠돌다가 상어 밥이 되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적의 말을 믿는 자는 삼족(三族)을 멸해야 한다”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준비 없는 원전(原電) 백지화 선언처럼 현실을 무시한 평화협정 추진은 평화가 아니라 ‘재앙’을 부를 것이다.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은 지난 2월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미북 간 평화협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서면 증언에서 “북한은 정전협정을 대체할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평화기구를 구축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미한(美韓)동맹을 해체시키기 위해 평화협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전(原電) 백지화식’이 되어선 안 된다
 
1975년 4월 30일 사이공의 대통령궁으로 진입하는 월맹군 탱크. 1973년 파리평화협정은 2년 후 월남의 적화로 이어졌다.
  아산정책연구원 이기범 연구위원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논의의 위험성’이란 논문에서 평화협정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제도가 아니라고 역설하였다. 그는 월남 공산화의 길을 연 파리 평화협정을 비판한다.
 
  〈남베트남의 소멸을 초래한 1973년 ‘파리평화협정(Paris Peace Accords)’에는 몇몇 독소조항들이 있었다. 이 조약 제4조23 및 제6조24는 미국이 남베트남에 군대를 주둔시킬 근거를 상실시켰다. 그리고 제9조25는 남베트남에서의 ‘민족자결권(people's right to self-determination)’ 행사를 강조함으로써 남베트남이 북베트남에 병합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였다. 즉 미국이 철군한 상황에서 1973년 ‘Paris Peace Accords’의 민족자결권 개념이 강조되었을 때 남베트남의 병합을 민족자결권 행사로 호도할 수 있었다.〉
 
  1953년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된다면 이 평화협정에 북한의 핵 개발 포기 또는 한반도 비핵화가 명시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주한미군 철수 또는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민족자결권 존중 등이 포함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남한 공산화를 민족문제로 공식화하여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독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기범 연구위원은 북한이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라고 본다. 북한의 핵 문제는 북한이 의도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 대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대 북한의 문제이며, 북한은 국제사회에 대한 자신의 ‘의무’인 핵 포기를 대가로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의 핵 포기와 주한미군 철수 또는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를 맞바꾼다면 북한의 불법행위를 대한민국 해체로 보상해 주는 형식이 된다. 합리적 검토 없이 원전(原電) 백지화를 발표한 전례에 비추어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협정 논의가 가져올 가공할 결과에 대한 검토도 없이 선언부터 한 게 아닐까? 자위적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같은 협상 카드를 준비하지도 않은 채 하는 평화협정 논의는 대체(代替) 에너지원을 준비하지도 않고 원자력 발전소를 폐기하는 것과 같다. 자위적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없이 핵무장한 북한을 상대로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몽둥이도 들지 않고 무장 강도와 담판 지으러 가는 꼴이다.
 
 
  주한미군 중립화와 중립화 통일
 
  북한의 핵시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군사적 공격 시한이 올해 안인데, 사드 배치를 올해 안에 하지 않으면 미국은 핵미사일을 사용한 북한의 반격에 대한 방어 기능이 없어 군사적 해결 방안을 단념하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 지연 작전이 이를 노린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에 따르면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성주 사드가 한국을 타격할 수 있는 중국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둥펑-15)을 탐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중국이 성주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지 말라는 요구는 중국이 둥펑-15로 한국을 공격할 때 방어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불법 시위대의 성주 기지 접근로 봉쇄까지 방임하면서 사드의 연내(年內) 정상 작동을 지연시키는 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공격을 막고 중국의 위협은 막지 않기 위한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 정부의 국적(國籍)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가연합 혹은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였다. 이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한민국 헌법 위반인데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위헌적 통일방안이 끼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0년 6월 평양회담에서 김대중, 김정일은 ‘주한미군의 중립화’에 공감하였는데 이는 한미동맹 해체의 다른 말이다. 평화협정 논의에 북핵 폐기, 주한미군 중립화, 중립화 통일이 한 세트로 거론될지도 모른다.
 
  중국-북한-한국의 좌파 세력이 주도하는 중립화 통일 논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진로를 동시에 바꿀 것이다. 북핵 위기는 종결 단계에서 대한민국의 좌표를 해양문화권에서 대륙권으로 옮겨놓을지 모른다. 지난 70년간 대한민국은 해양문화권의 자유 진영 편에 섰기에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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