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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집권 한 달

14년 전 그날엔 무슨 일이?

14년 전 검사와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 이름 3번 거론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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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씨는 제가 신뢰하고, 부산의 많은 시민이 신뢰하는 사람이라서 제가 민정수석으로 뒀습니다. 이 사람들을 앞으로 검찰 인사위원으로 임명해서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 그렇게 해서 하겠습니다”(노무현 대통령)

⊙ 민정수석으로 검사와의 대화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 “목불인견이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자서전 《운명》 중)
⊙ “토론의 달인 대통령께서 제압하려 하지 마시길”(허상구) vs “상당히 모욕감 느끼지만 웃으며
    넘어가겠다”(노무현)
⊙ “대통령께서는 취임 전에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전화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김영종) vs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노무현)
⊙ “언론에서 대통령께서 83학번이라는 보도를 봤습니다”(박경춘) vs “80학번쯤으로 보면 됩니다”
    (노무현)
⊙ “SK 수사팀에 있는데 여당 중진인사, 정부 고위인사로부터 외압이 있습니다”(이석환) vs
    “제게 고발해 주실 수 없을까요?”(노무현)
⊙ “형님에 대한 해프닝을 포함해서…”(이정만) vs “대통령의 어수룩한 형님 이야기를 이런 자리에서
    꺼내 대통령 낯을 깎을 이유가 있을까요?”(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을 ‘개혁 대상 1순위’로 올린 데에는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이어진 검찰과의 악연(惡緣)도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한 개혁 의지를 첫 인사를 통해 드러냈다. 민정수석에 비(非)검찰 출신인 조국 서울대 교수를 앉히고,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사시 33회) 대전고검장을, 법무부 감찰국장에 박균택(사시 31회)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전격 임명했다.
 
  검찰 내 ‘빅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직에 오른 윤 지검장은 5기수(이영렬 전 중앙지검장 사시 28회)를 건너뛴 파격 인사였다. 이런 인사를 보며 14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현직 검사들과 함께했던 ‘검사들과의 대화(토론회)’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실패한 검찰 개혁’의 상징이 돼버린 바로 그 장면이다. 검사들과의 대화는 TV로 생중계됐다. 2003년 3월, 막 취임한 노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외치며 지금의 ‘윤석열 임명’만큼이나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판사 출신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이다. 기수도, 성별도, 직군도 뛰어넘는 깜짝 인사였다.
 
  강금실 당시 장관(사시 23회)은 김각영 검찰총장(사시 12회)보다 사법시험 기수가 11회나 낮았다. 또 고검장·검사장 40명 가운데 가장 후배 격인 정상명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고검장급인 법무부 차관에 발탁했다. 4기수를 건너뛰자 검찰은 반발했다. 간부들은 물론 평검사들까지 “공정하지도 않고 투명하지도 않은 밀실 인사” “검찰의 조직 문화를 존중해 달라”며 반발했다. 그해 3월 9일 노 전 대통령과 평검사들이 TV로 중계된 ‘검사와의 대화’를 갖게 된 이유였다.
 
  토론회는 아슬아슬하게 진행됐다. 노 전 대통령의 동지이자 정치적 유산의 적장자인 문 대통령은 당시 민정수석으로 토론을 지켜봤다. 훗날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2012년)에 당시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썼다. “(검사들의 태도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시계추를 돌려 노 대통령과 검사들과의 대화가 열린 2003년 3월 9일로 가보자.
 
 
  2003년 3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을 ‘개혁 대상 1순위’로 올린 데에는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이어진 검찰과의 악연(惡緣)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나온다.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기 위해 당시 자신의 변호를 맡은 문 대통령과 대검찰청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세종로청사 19층 대회의실 오후 2시2분
 
  노무현 대통령(모두 발언)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후 평검사와 간담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또 부장검사는 부장검사대로 간담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던 일이 있습니다. 평소에도 행정 개혁을 할 때 과장급 공무원들로부터 개혁에 대한 영감을 얻으라고 장관들에게 끊임없이 지시하고 있듯이, 중견 검사들로부터 뭔가 방향을 얻으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다 말렸습니다. 과격해 보인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지금 민정수석을 하는 문재인 수석까지도 국민이 보기에 대통령이 직접 검사들을 만나는 것이 무리하게 보일 수 있다고 말렸습니다. 저는 불만이었지만 같이 일하는 참모들을 존중해서 포기했습니다. 대신 여러 경로를 통해서 여러분들의 일반적인 정서나 검찰에 대한 미래 지향을 알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검찰을 앞으로 이끌어 나가야 할 부장급 검사들, 평검사들의 평가를 알아보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인사에 대해서 여러분이 공개적으로 비판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표현을 조금 심하게 하면 비난 성명을 낸 것입니다. 사실도 있고 의견도 있습니다.
 
 
  오후 2시7분45초
 
  허상구 서울지검 검사(당시 직책)
 
  검찰이 바로 서려면 무엇보다 검찰이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이는 객관적 기준과 투명한 절차에 의한 검찰 인사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인사를 수차 건의했습니다. 그 내용은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법무부 장관의 인사 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이관하고, 외부 인사와 평검사들이 참여하는 ‘검찰총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총장 후보를 추천하며, 법무부 장관이 개별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하지 못하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전국 평검사들이 이번 인사와 관련하여 의견을 표출한 것은 결코 집단 이기주의 표출은 아니고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도전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행사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검사들의 충정 표시입니다.
 
  한 가지 의사 진행과 관련해 건의할 것이 있습니다. 저희들은 대통령을 토론의 달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토론과는 익숙지 않은, 그야말로 아마추어들입니다. 대통령께서 검사들을 토론을 통해 제압하려 한다면 이 토론은 무의미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보나 마나 대통령님의 승이십니다. 따라서 검사들을 좀 제압하려 하지 마시고, 어렵게 마련된 자리이니만큼 검사들의 말을 많이 들어주십시오. 제가 먼저 한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지금 정부는 참여정부라고 하지만 이번 인사는 검사들의 참여가 전혀 없는 정치권의 일방적인 밀실 인사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인적청산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좋습니다. 인적청산 합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인적청산은 과거 독재정권에서 있었던 인적청산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저희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 점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후 2시15분17초
 
  노무현 대통령
 
  이렇게 하지요. 토론의 달인이므로 여러분을 제압할 수 있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재주로서 진실을 덮으려 하는 사람으로 좀 비하하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나는 상당히 모욕감을 느끼지만, 이 자리에서 모욕 안 느끼기로 하고 토론에 지장 없이 서로 웃으며 넘어갑시다. 토론의 달인이 아닙니다. 나는 실제로 몇몇 토론에서 지지 않았습니다. 토론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 저는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많이 참아야 했고, 편한 길을 많이 포기하고 어려운 길을 걸었습니다. 제가 토론에서 이겼다면 삶으로서 증명하고 대화했기 때문입니다. 말재주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약간의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넘어가고요. 다시 거듭 말씀드리겠습니다. 토론의 달인으로서 여러분께 토론 솜씨를 보여줄 생각은 없습니다.
 
 
  오후 2시18분8초
 
  강금실 법무부 장관
 
노무현 정부 출범 13일 만인 2003년 3월 9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검사와의 대화 때 검사들의 발언을 듣고 있는 당시 강금실 법무부 장관. 사진=당시 청와대 제공
  저는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검찰 개혁에 대해서 (검찰과) 본질에서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인사권 문제입니다. 차근차근 밀실 인사, 외부의 정치적 인물들에 의해 잘못됐다는 지적부터 해명하겠습니다. 검찰에 와서 공개적·비공개적으로 ‘점령군’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표현이 무엇일까요. 비(非)검사가 장관에 취임해서, 기수도 어린 점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사 부분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2월 27일 취임하자마자 40명 정도의 검사장급 인사가 밀려 있다는 총장 보고를 받았습니다. 인사가 밀려서 검찰이 흔들리고 있다는 건의를 받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약속을 드렸습니다. 검사 한 분 한 분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밤샘을 해서라도 검토를 해서 늦어도 3월 안에는 하겠다고 했습니다. 검찰국장을 불러서 이제까지 장관이 검사장급 인사를 어떻게 해왔는지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두 가지 파일이었는데, 그것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이 나라 검사 인사가 이렇게 이뤄졌다니. 가장 중요한 사건 처리에 대한 잘못은 없었는지, 업적은 없었는지, 자료가 전혀 없었습니다. 평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업무수행 능력이나 도덕성에 관한 자료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를 해야 했습니다. 왜 약속했던 심의기구를 지키지 않느냐고 하는데 지금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심의기구를 어떻게 만들 것이며 인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은 검찰 개혁의 핵심입니다. 총장이 구체적으로 검사장급 보직과 검사 이름을 거론하며 천거를 했습니다. 저는 거부했습니다. 왜인지 아십니까. 천거한 인사 중에는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분이 있었습니다. 고문치사 사건으로 책임을 져야 할 분이 그 인사에 있었습니다.
 
 
  오후 2시29분48초
 
  김윤상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당시 직책)
 
  검찰국장으로부터 자료를 받았다고 말했는데, 개인적으로 나를 비롯한 검사들의 업무 실적과 평가가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복무 상황표에 기록돼 있습니다. 객관적 자료가 없었다는 장관의 의견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부분과 장관님의 말과는 핀트가 맞지 않는 듯합니다. 이게 무슨 말씀이냐면 저희는 정치적 행태를 잘못 보이고 고문치사 한 분을 옹호하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관께서는 처음 취임해서 취임사에서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인사 문제에 대해 취임사와 달리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리고 평검사 및 외부 인사까지 참여한 인사위원회를 정정당당하게 거쳐서 우리는 이렇게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서 정치성 인사를 솎아내고 개혁적이고 당당한 인물들을 주요 보직에 앉힌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닌지 이 점에 대한 장관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오후 2시33분38초
 
  노무현 대통령
 
  여러분들이 말한 핵심은 왜 검찰 인사위원회를 구성해서 거기서 하지 않느냐, 그 말이지요. 지금 검찰 지휘부의 인사가 핵심인데, 현재 검찰 인사위원회의 구성이 차장이 위원장이고 인사 대상인 검사장급이 다 인사위원입니다. 현재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외부 인사 몇 사람을 참여시켜도, 전원 외부에 맡겼을 때 여러분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기분이 좋겠습니까. 여러 가지 수렴한 정보를 통해 결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 주어진 합법적인 권한입니다. 부장검사와 평검사 인사에 필요한 인사위원회를 따로 구성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검찰 인사권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총장에게 이관하라고 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일이 없습니다. 왜 법무부 장관 지휘하에 인사권을 두느냐. 검찰에 대한 문민 통제를 위해 그런 것입니다. 전 세계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문민 통제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두는데, 그동안 한국에는 통제를 받아야 할 검찰이 법무부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현실이었습니다. 여러분이 넘겨달라고 하는 것은 세계 유일의 첫 번째로 만들어 달라는 것인데, 지금은 들어주기가 어렵습니다. 제청권이 아니라 인사권을 넘기라고 하니 대통령으로서 화가 많이 납디다.
 
 
  오후 2시39분05초
 
  박경춘 서울지검 검사(당시 직책)
 
  장관님께서 굉장히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셔서 어느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점령군’이란 표현을 쓰셨습니다. 저희 평검사들 입에서는 식사자리에서 ‘강금실 장관님이 과거 법관 시절에 이런 인물이다, 그리고 법무법인을 만들어 대표까지 한 유일한, 정말 대단한 분이다’ 이런 말을 했지, 점령군? 무슨 신탁통치입니까. 인사가 바뀌고 하다 보면 별소리가 다 나올 수 있습니다. 이에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점령군이란 말은 듣기에 거북합니다. 용어 선택을 잘해 주십시오. 또 대통령께서 ‘문민화’ 표현을 쓰셨는데, 이 표현 자체가 군사독재 시절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저희들 듣기에 ‘내가 과연 군사독재 시절에 독재의 주구였나. 그리고 지금도 주구인가’ 이런 참 안 좋은 생각이 듭니다. 이 시간 이후부터는 안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후 2시41분45초
 
  김병현 울산지검 검사(당시 직책)
 
  약간 견해 차이가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통령님이나 장관님께서는 검찰이 너무 통제 불능이니까 장관이라는 문민을 등용하여 통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오늘 우리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이유는 검찰이 제 역할을 못 해서입니다. 통제가 안 돼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권에 휘둘려서, 장관님이 제대로 못 막아줘서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바라는 것은 검찰을 통제하는 장관이 아니고 검찰을 위해서 외풍을 막아주고 정치인들로부터 보호해 주는 장관입니다.
 
 
  오후 2시42분33초
 
  노무현 대통령
 
  제도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조금 바뀌어야 여러분들이 말하는 인사위 제도도 제대로 만들어지고, 평검사들도 검찰 지휘부에 대해 할 말 하고 부당한 명령을 받지 않으면서, 그렇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과거의 문화로부터 한 발짝이라도 멀리 있는 사람을 지휘부로, 지휘부로, 가까이 올리려고 생각합니다. 제 뜻은 이것입니다. 검찰 장악하려는 의도가 없습니다.
 
 
  오후 2시45분35초
 
  윤장석 부산지검 검사(당시 직책)
 
  저희는 대통령이 가진 인사권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저희는 법무부 장관께서 가지고 계신 인사 제청권을 검찰총장님께 달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장관님이 취임할 때 전 평검사들이 바랐던 내용이고, 장관님이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민변에서 제시했던 부분입니다. 저희는 약한 자에게 한없이 관대하고, 강한 자에게 강한 칼을 들이대는 것이 진정한 검사상이라고 배웠습니다. 왜 우리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못 얻었습니까. 바로 정치적인 사건, 큰 사건, 힘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 칼을 정확히 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께 다짐합니다. 저희, 이런 데 칼을 대겠습니다. 대신, 우리가 이런 데 칼을 댔다고, 막 수사하는 검사를 비수사부서로 보내고, 임기 보장(2년)을 하지 않고 다른 청으로 발령 내고, 이런 거 할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달라는 것입니다. 저희도 인적청산 좋아합니다. 정치권에 빌붙어서 잘못한 선배는 당연히 찍어내야 합니다. 하지만 찍어내는 방법을 적법하게 투명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오후 2시50분15초
 
  이완규 대검찰청 연구관(당시 직책)
 
  법무부 장관이 가진 제청권의 검찰총장 이관에 대해 세계에 유례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저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모르면서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주장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그동안 법무부 장관이 가지고 있는 제청권, 즉 실질적인 인사권을 가지고 정치권의 영향력이 수없이 검찰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폐해가 있었기 때문에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
 
 
  오후 2시51분50초
 
  노무현 대통령
 
  여러분들이 말씀하시면서 ‘참여정부라고 하는데’ 하는 이야기들 속에 비양거림(비아냥거림)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참여정부 만들 것입니다. 제가 검찰 조직에 대해서 원한을 가진 사람 아닙니다. 여러분이 용어 써놓은 거 보면 밀실에서…, 외부 인사가 포함된 인사위원회… (옆에 배석한 참모들을 보며) 문재인 민정수석 일어서 보세요. 박범계 비서관 서보세요. 외부 인사면 저 사람들이 외부 인사입니다. 저 사람들이 정치한 사람입니까. 그 이외에 민주당으로부터 검찰인사에 관해 내가 단 한 번의 전화를 받은 일이 있으면 사람이 아닙니다. 없습니다. 여러분, 이 사람들 의심합니까. 문재인씨는 제가 신뢰하고, 부산의 많은 시민이 신뢰하는 사람이라서 제가 민정수석으로 뒀습니다. 이 사람들을 앞으로 검찰 인사위원으로 임명해서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 그렇게 해서 하겠습니다.
 
 
  오후 3시
 
  김영종 수원지검 검사(당시 직책)
 
김영종 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취임 전 부산 동부지청에 청탁전화를 한 적이 있다”며 취조하듯 캐물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라고 했다.
  장관이 정무직 인사라는 것 자체가 정치인이라는 것입니다. 정치인 장관은 신분과 임기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검사가 요구하는 것은 검찰총장이 인사 제청을 하든 추천권을 갖든, 밀실 인사나 정치권 예속 인사를 하지 말고 우리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다가갈 수 있도록 자유롭게 개방적인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저희 검찰은 투명하고 깨끗하고 국민이 반기는 검찰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전혀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우리로서는 참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계속 인사를 하다 보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두지 않습니다. 강금실 장관이 개혁적인 인사라고 하지만, 차기 장관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오면 어떻겠습니까. 대통령께서는 대통령 취임 전에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전화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뇌물사건 관련해 잘 좀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는데요. 그때는 왜 검찰에 전화하셨습니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오후 3시2분40초
 
  노무현 대통령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 이렇게 되면 양보 없는 토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탁전화 아니었습니다. 그 검사 입회시켜서 토론하라면 하겠습니다. 그 검사도 이 토론을 보고 있지 않겠습니까. 해운대 지구당의 당원이 사건에 계류돼 있나 본데, 위원장이 억울하다고 호소를 하니 못 들은 얘기가 있다면 들어달라고 했습니다. 내 경험으로는 그 정도로 검찰이 사건을 그르치지 않습디다. 검찰은 흔들리지 않고 말 한번 들어주는 것으로 넘어가는 것이죠. 그 검사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후 3시15분40초
 
  이석환 인천지검 검사(당시 직책)
 
  제가 SK그룹 수사팀에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지만 여러 난항이 있습니다. 그 난항이 검찰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이 될 수 있는데 실제로 변호인이 아닌 외부인으로부터 외압이 있습니다. 여당 중진인사도 있고, 정부의 고위인사도 있습니다. 혹자는 다칠 수 있다고 합니다. 인사로 날려버리겠다는 속된 표현입니다. 그게 검찰의 현주소입니다. 여기서 밀리면 정치검사가 되는 겁니다. 그것이 현주소이고,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달라고 간청을 드리는 겁니다. 저희도 그렇게 해서 국민에게서 사랑받고 싶습니다.
 
 
  오후 3시17분50초
 
  노무현 대통령
 
  그것으로 인해 다칠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을 제게 고발해 주실 수 없을까요. 이런 사람 검찰 떠나게 해달라고요. 차마 선배를 어떻게 그렇게 하는가 하는데, 그렇게 해서 서로들 용서한 것입니다. 우리 조직에 어떻게 침을 뱉으랴. 나도 검사 친구들 많이 있고, 내부에 고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요. 원칙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검사 인사위원회, 잘 만드는 것이 핵심 아닙니까. 다른 대통령들이 해오던 인사 방식을 나보고는 하지 말라고 하나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간곡히 부탁을 해야지 신문에 대놓고 비난성명을 내놓습니까.
 
 
  오후 3시21분41초
 
  이정만 서울지검 검사(당시 직책)
 
이정만 변호사는 2003년 4월 ‘검사와의 대화’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의 행적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왼쪽부터 이완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이정만 변호사, 허상구 수원지검 부장검사(마이크를 잡고 있는 인물).
  대통령께서는 선거 과정이나 취임 후에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겠으며 검찰수사에 영향력 행사 안 하겠다고 약속했고 우리들은 그것을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대통령을 네 번째 검사로서 모시고 있는데 한 번도 검찰에 대해 영향력 행사하지 않은 분이 없었습니다. 주위의 친인척을 거론해서 죄송스럽지만, 최근의 형님에 대한 해프닝을 포함해서 주위에서 생길 수 있는 것들입니다.
 
 
  오후 3시23분55초
 
  노무현 대통령
 
  형님이 어수룩한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요령이 없어서, 기자들 왔을 때 매끄럽게 대답하지 못하고 어수룩하게 대답했다가 해프닝이 하나 일어났습니다. 그 형님 이야기를 이런 자리에서 꺼내서 굳이 대통령 낯을 깎을 이유가 있을까요. 정말 이런 식으로 토론하겠다는 겁니까.
 
 
  오후 3시25분18초
 
  박경춘 서울지검 검사(당시 직책)
 
검사와의 대화 당시 서울지검 검사였던 박경춘 변호사는 고졸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학 학번을 물었다.
사진=당시 방송 화면 캡처
  과거에 언론에서 대통령께서 83학번이라는 보도를 봤습니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80학번쯤으로 보면 됩니다 : 노무현 대통령) 저도 그 보도를 보고 내가 83학번인데 동기생이 대통령이 되셨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들과 대통령님은 코드가 맞습니다. 여기 온 사람들이 대부분 386입니다. 최루탄과 돌멩이가 난무하는 시위 현장에서 우연히 바라본 하늘 모습 생생히 떠오르고, 또 최전방에서 바라본 별 모습도 아른아른 거립니다. ‘왜 다른 대통령 때는 그런 요구 안 하다가 내가 오니까 그러는가’ 하시는데, 그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이 역사의 진보라고 믿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극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그 얼마나 큰 역사의 도도한 흐름입니까. 바로 그 흐름을 저희 검사들이 인식한 것입니다.
 
 
  오후 3시31분16초
 
  김영종 수원지검 검사(당시 직책)
 
  왜 그동안 (역대 정부와 인사 관련해서) 싸우지 않았느냐 하셨는데, 우리 검사들이 싸운 것은 비근한 예로 이종왕 전 검사도 있습니다. 우리 검사들이 숱하게 싸워왔기 때문에 오늘날 검사들이 그나마 유지되는 것입니다. 열린 사회에서는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총장에게 인사 제청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작년에 온 국민의 숙원이었던 월드컵에서 4강 진입을 했습니다. 히딩크 감독에게 모든 선수 선발권을 부여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만약 대한축구협회장이 행사했다면 나는 4강 진출 못 했다고 확언합니다.
 
 
  오후 3시33분48초
 
  강금실 법무부 장관
 
  한 가지만 질문하겠습니다. 지금 말씀은 여러분의 의견이 검찰총장에게 인사권을 줘서 검찰 스스로 자체개혁하겠다는 취지입니까.
 
  윤장석 부산지검 검사(당시 직책)
 
  그게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
 
  그러면 개혁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입니까.
 
  윤장석 부산지검 검사
 
  맞습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
 
  어떻게 받아들이겠다는 것입니까.
 
  윤장석 부산지검 검사
 
  지금 일본 검찰은 국민신뢰도가 1위입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이제 시간 다 되어가는데 말씀하시기 전에 우리 이제 이것을 정합시다. 노무현과 강금실, 문재인 등등이 여러 검사님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여러 검찰 수뇌부들의 인사를 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검찰총장과 검찰 수뇌부 몇몇 분들과 인사를 할 것인가. 이거 아닙니까.
 
  윤장석 부산지검 검사
 
  아닙니다. 예측 가능한 인사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검찰 수뇌부 인사에 무슨 예측 가능한 인사가 있습니까.
 
  윤장석 부산지검 검사
 
  신망받는 분이 승진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씀드리는 것은 바로 인사권의 보장입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
 
  바로 그 점에서 검찰의 수사권 견제가 안 되고 너무 비대해지고 권력 남용이 되어서 인사권이 다시 법무부로 환원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오후 3시35분50초
 
  김윤상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당시 직책)
 
  토론이 좋게 말하면 열띠어졌고 나쁘게 말하면 격앙되게 됐는데, 아까 박 선배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대통령님과 장관님 많이 서운하시죠.
 
 
  오후 3시35분08초
 
  노무현 대통령
 
  서운하지 않습니다. 괜찮아요. 괜찮고, 인사를 하겠다는데 갈 길을 막으니까 답답하지요.
 
 
  오후 3시36분20초
 
  김윤상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당시 직책)
 
  인사권은 당연히 대통령님에게 있습니다. 국민의 의사로 선출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공무원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기본적인 자세가 안 돼 있는 것입니다. 검찰총장 인사 제청권 이관 문제를 (요구하는 것은) 평검사들이 현직 총장을 옹호하면서 젊은 여성장관 싫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법무부가 검찰의 영향을 안 받듯이 검찰도 법무부의 영향을 안 받아야 합니다.
 
 
  오후 3시42분22초
 
  이완규 대검찰청 연구관(당시 직책)
 
  저희는 장관님이 제청권을 가지시든, 검찰총장님이 가지시든 통제방법으로 인사위원회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심의기구화해서 구성을 동등하게 하면, 장관님 또는 총장님이 제청권을 가져도 함부로 인사를 할 수 없습니다. 민변에서 제시했던 검찰개혁안을 보면, 인사위원회에 직급 대표가 포함되고 외부 인사가 포함되는 안들이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감독권자, 평검사 또는 검사 대표, 제3의 객관적 인사가 들어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오후 3시44분46초
 
  이옥 서울지검 검사(당시 직책)
 
  사실 저희 검사들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되셨으니 따뜻한 가슴으로 보듬어 안아 주십시오. 그거 부탁드립니다.
 
 
  오후 4시45분33초
 
  김병현 울산지검 검사(당시 직책)
 
  저희도 대통령님 따르고 싶어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검사를 솎아내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신분 보장입니다. 검찰은 대통령과 국민의 자식입니다. 옆집 아이와 함께 수업을 빼먹은 일도 있습니다. 수업 빼먹었다고 우리만 매를 때리니 기가 하도 죽어서 학교에 가기가 싫어졌습니다. 대통령님께 감히 말씀을 드립니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대통령께서 바로 서야 검찰이 바로 섭니다.
 
 
  오후 4시48분43초
 
  노무현 대통령
 
  여러분에게 이와 같은 분위기로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충분히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인사 문제로 논란이 있지만, 저는 5년 동안 재임을 합니다. 여러 차례 인사를 해야 합니다. 다음 인사 때도 여러분은 제동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차례의 제동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장관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또 그러고 또 그러면 다시 제동을 거십시오.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충분한 대화를 나눴고, 돌아가서 여러 가지 판단을 다시 해보겠습니다. 저의 처지, 소신도 존중해 줄 것은 존중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직무의 가치와 소신, 신념들을 존중하면서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대로 된 검찰,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검찰을 만들어 보십시다. 우리 박수 한번 치고 넘어갈까요.
 
 
  10명의 평검사의 현재는?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9일 TV로 중계된 ‘검사와의 대화’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열혈 평검사’들은 14년이 지난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서울지검 검사였던 이정만 변호사(사시 31회)는 현재 법무법인 ‘윈앤윈’ 변호사다. 그는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 폭행 사건 수사를 맡았다. 2015년 검찰을 떠난 뒤 20대 총선에서 광명 갑 선거구에 새누리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예비 후보에 출마했으나 경선에서 떨어졌다.
 
  대표적인 금융수사통인 이석환 제주지검장(사시 31회)은 대검 중수부 2과장 시절이던 2009년 중수 1과장이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다. 그는 검사와의 대화 당시 SK 분식회계 수사팀에 있었다. 이후 최태원 회장을 구속하면서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1년에는 삼화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공안통’인 허상구 검사(사시 31회)는 2009년 용산 참사 수사에 참여했다. 현재는 수원지검 부장검사로 근무 중이다. 노 전 대통령 앞에서 ‘학번’ 얘기를 했던 박경춘 검사(사시 31회)는 법무법인 ‘일호’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취임 전 부산 동부지청에 청탁전화를 한 적이 있다”고 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라는 답을 이끌어낸 김영종 검사(사시 33회)는 현재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이다. 김 지청장은 2010년 대검찰청 범죄정보 담당관, 2013년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등 요직을 두루 지냈다.
 
  검사와의 대화에서 평검사 10명 가운데 유일하게 여검사로 나와 화제가 됐던 이옥 변호사(사시 31회)는 검찰에서 나와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몸담고 있다. 검찰에 근무할 당시 업무 능력이 뛰어나 조직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
 
  평검사와의 대화 당시 대검 연구관이던 이완규 검사(사시 32회)는 현재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직을 맡고 있다. 검찰 내 최고 이론가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지난 2005년 서울대대학원에서 ‘검사의 지위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지청장은 2011년 2월 27일 ‘피고인신문과 진술거부권 그리고 재판심리’란 제목의 논문으로 한국법학원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 논문을 쓴 이유에 대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공판과 관련해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검사가 신문할 수 없는지에 대한 논란이 이는 것을 보고 형사소송법 개정작업에 참여한 경험을 살려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연구》 《검찰 실무》 등을 저술했으며, ‘개정 형사소송법의 쟁점과 방향’ 등 다수의 논문을 집필했다. 울산지청장을 지낸 김두수(고등고시 10회) 변호사가 그의 장인이다.
 
  이 지청장은 지난 5월 19일 검찰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에 ‘인사와 관련한 궁금한 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윤석열 서울지검장 임명에 대해 절차적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에 의하면 검사의 보직은 법무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한다.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하게 돼 있다. 이번 인사에서 제청은 누가 했는지, 장관이 공석이니 대행인 차관이 했는지, 언제 했는지(궁금하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게 돼 있는데 총장이 공석이니 대행인 대검 차장이 의견을 냈는지, 인사와 관련해 어떻게 절차가 진행됐는지 궁금하다”고 썼다.
 
 
  ‘채동욱 호위무사’의 비판
 
  이 지청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경질성 인사가 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갑작스러운 인사인 데다 감찰이 시작되자마자 조사가 행해지기도 전에 직위 강등 인사가 있어 그 절차나 과정이 궁금하다. 법무부든 대검이든 이 인사 절차에 대해 담당한 부서는 일선에 설명을 바란다.”
 
  청와대는 5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권한 대행인 이창재 차관의 제청을 거쳐 임명한 것으로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해명했다.
 
  토론 당시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였던 김윤상(사시 34회)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혼외자 논란으로 물러난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호위 무사로 통했다.
 
  채 총장 시절 대검 감찰1과장이었던 그는 2013년 9월 14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전설 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 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 게 낫다. 아들딸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물러난다”는 글을 올리고 사표를 던졌다. 법무부가 대검 감찰본부를 제쳐놓고 검사(채 전 총장)를 감찰한 이례적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을 나와 자신의 이름을 건 변호사 사무실을 낸 김 변호사는 2017년 5월 18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돈 봉투 만찬 감찰 지시를 내린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노무현한테도 개기고 박근혜한테는 사표 던지고 나왔지만,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니다. 나도 현직에 있을 때 총장, 장관, 고검장, 검사장, 검찰국장, 법무실장, 차장검사, 부장검사로부터 격려금을 많이 받았다. (이런 식이라면) 전국 검찰을 통째로 감찰해야 하지 않느냐. 총칼만 안 들었지 권위주의 정부와 뭐가 다른가. 참신한 인사와 탈권위주의 행보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치고 있었는데 점령군 행태를 벌써 보인다. 과유불급이다. 잘나갈 때 좀 더 신중하고 자제하며 당하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당시 부산지검 검사였던 윤장석 검사(사시 35회)는 박근혜 정부 민정비서관을 지냈다.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된다.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 때도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돈 봉투 만찬’ 핵심 인물인 안태근 전 법무부 감찰국장과도 100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나 도마에 올랐다.
 
  이뿐만 아니라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한 지난해 10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한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여섯 차례 통화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우병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 심사에 앞서 구속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자필 진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2017년 2월 21일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이 진술서를 제출했다.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울산지검 평검사였던 김병현 검사(사시 35회)는 현재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검사로 근무하고 있다. 대표적 공안통이다. 2015년 서울지검 공안2부장 검사 당시 ‘종북콘서트’ 논란을 일으킨 재미교포 신은미씨를 강제출국 하도록 법무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김 차장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안 검찰에 대해 “숙명적으로 공 안 검찰의 영역은 시대가 발전할수록 반드시 수구적으로 보이게 돼 있다”며 “공안 검찰은 그 시대의 가치인 체제 수호를 가장 전면에 서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공안이라는 말이 음습한 느낌이 드는 것은 우리가 반성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정치인과 국민은 공안검사들이 변화하는 동안에 공안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진정으로 알아보려고 했나. 과거 공안검사들이 선입견을 갖고 사건을 처리했다고 비난받는데, 선입견이 무섭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검사와의 대화에 참석, 열띤 토론을 한 10명 중 현직은 5명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토론자로 나섰던 10명의 법조인은 당시(검사와의 대화)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토론자 중 한 명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한마디로 노 전 대통령 손바닥에서 놀았다”고 했다.
 
  “우리는 검찰 중립을 최대한 설득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갔지만, 토론회에 가보니 노 전 대통령이 ‘너희는 나쁜 놈이다. 그러니까 내 말을 들어라’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니까 우리 반응도 자연히 거칠어졌다. 감정적인 질문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았고 결국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우리가 스스로 제공한 꼴이 됐다.”
 
 
  14년 전과는 다른 반응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연일 검찰은 개혁 대상이라는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검찰에선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14년 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 지방검사장은 현재 검찰을 이렇게 표현했다.
 
  “단두대에서 처분만 기다리는 꼴이다. 목이든 손발이든 칼자루 쥔 정권이 어디를 잘라내도 찍소리 못할 것 같다.”
 
  그는 검찰이 개혁 대상으로 몰린 것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했다. 진경준 전 검사장 등 간부들의 잇따른 금품 비리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보여준 전횡이 국민에게 검찰 이미지를 비정상 조직으로 만들어 놨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는 “대부분 검사가 밤새워 열심히 일하지만 일부 검사의 일탈과 비리를 부정할 수 없기에 적폐로 몰려도 달리 반박할 말이 없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검찰 개혁 여론도 한몫한다. 다만 허니문 시기인 만큼 검찰 개혁 반대 세력도 조금 기다리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의 권한만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찰 개혁이 추진되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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