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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시대 - 국내 전문가들은 이렇게 본다 ②

통일분야 - 손기웅 통일연구원장

“문재인 대통령, 남한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 되어야”

글 : 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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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장벽 붕괴현장에서 목격하고 충격 … 통일연구원에 들어가 통일문제를 전업으로 연구
⊙ 서독민이 통일 준비, 동독민이 통일을 선택 … 남한은 북한에 ‘쇼윈도’ 역할 해야
⊙ YS 때 만든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동북아 국가의 영향력도 반영해야
⊙ ‘1.5트랙’의 학술교류부터 시작해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로 가는 게 바람직
  1989년 11월 9일 오전,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손기웅(孫基雄·58) 통일연구원장은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에 큰일이 난 모양”이라며 현장으로 달려가는 대학 친구를 따라 베를린의 파리저 광장으로 갔다.
 
  지하철로 30분 거리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에 도착하니 10만여 인파가 운집해 있었다. 동독 사람들이 베를린 장벽을 해머로 부수고 있었고, 반대편 서독 측 사람들은 잘린 콘크리트 덩어리를 받아 들고 괴성을 질렀다.
 
  독일 분단 시절, 브란덴부르크 문은 동·서 베를린의 경계였다. 1961년 동·서 베를린을 가로지른 43km의 장벽이 세워지면서 허가 받은 사람들만 브란덴부르크 문을 통해서 동·서 베를린을 왕래할 수 있었다. 1961년부터 1989년까지 장벽을 넘어 탈출에 성공한 동독인은 5000명에 이르고, 장벽을 넘다 경비병에게 사살되거나 사고로 죽은 사람은 254명에 달했다.
 
  손기웅 원장은 “정치학도로서 냉전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현장을 목격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이듬해 3월 동독 사상 최초로 전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평화적인 자유 총선거가 실시됐고, 서독과의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독일연합’이 압승하면서 독일이 분단 41년 만에 주변국의 간섭을 받지 않고 통일을 이룩했다”고 했다.
 
  손 원장은 “그때까지만 해도 사회주의 최고의 경제대국 동독과 이념적 갈등을 우려해 서독 주민들은 통일을 반대하고 있었다”며 “칸트란 대철학자를 배출한 이성적인 독일 민족이 막상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자 하나가 됐고, 나는 그곳에서 ‘민족’이란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통독(統獨) 27년이 지난 시점에서, 독일은 사회통합 문제를 극복하고 통일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강력한 국가를 만들었다”며 “통일은 국가성장을 위해, 민족의 미래를 위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다.
 
  손기웅 원장은 지도교수의 권유로 진로를 변침, 그때부터 통일문제 연구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한다. 당시 이병용(李秉龍) 초대 통일연구원장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학위를 마치면 통일연구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고, 1992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94년부터 통일연구원에 입사했다. 한국DMZ학회 초대회장을 지내고 지난 3월 통일연구원장에 취임한 손기웅 원장은 베를린 장벽 붕괴를 현장에서 체험한 사람 가운데 통일 문제를 전업으로 연구하는 유일한 학자로 꼽힌다. 《통일, 가지 않은 길로 가야만 하는 길》 《독일 통일: 쟁점과 과제 1·2》 《환경군국주의》 등 15권의 저서를 펴냈다.
 
 
  대한민국의 정부가 되어야
 
  — 문재인(文在寅)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대북정책의 대원칙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정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대한민국의 정부가 돼야 합니다. 남한의 지도자, 남한의 정부가 아니라 헌법에 따라 통일을 지향하는, 한반도 전체를 경영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되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남한의 국가안보, 국가성장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와 동시에 어떻게 국가성장과 민족의 장래를 위해 통일을 이끌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 역대 대통령들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모든 분의 통일에 대한 염원들이 강력했고요, 그분들의 공과(功過)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개인적 견해로 김대중(金大中)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분단관리형 대통령’이었고, 이명박(李明博)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은 재임 중 남북관계를 사실상 단절했기 때문에 ‘남한의 대통령’이었다고 봅니다.”
 
  손 원장은 “대통령은 분단관리가 아니라 통일지향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서 우리 국민들에게 자신들이 남한의 주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일깨워야 한다”고 했다.
 
  — 새 정부는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대북 관련 조치들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새 정부는 우선 ‘통일 준비’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헌법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북한 주민들의 결단입니다. 그들 스스로 우리 체제를 인식하고 우리와 함께하겠다고 선택해야 합니다.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통일은 북한 주민들에 의해 이뤄집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를 더 강한 선진 민주국가로 키우면서 이를 북한 주민들이 보고 듣고 느끼게 하는 통일 준비를 해야 합니다. 통일이 현실화되는 그 순간까지 ‘통일’이 아니라 ‘통일 준비’를 지속해야 하는 겁니다.”
 
  손 원장은 “국민 모두가 통일 준비가 무엇이고 중앙 및 지방정부, 주요 공기업과 기업 등도 마찬가지로 모두 통일 준비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규정을 숙지해야 한다”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조직·인력·예산을 마련함과 동시에 상시적으로 점검·평가가 환류돼 국가적 차원에서 통일 준비의 능력 배양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행정연구원이 대한민국 행정 체제의 운영에 관한 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문제를 진단·평가하는 것처럼 통일연구원이 통일 준비를 위한 지침 개발과 평가를 전담하는 기관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등 오늘날까지 남북 간 5대 기본합의가 있습니다만, 우리의 역사성 있고 정통성이 있는 통일방안은 1994년 김영삼(金泳三) 정부가 제시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1국가·1체제·1정부의 완성된 통일 국가를 달성)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북간 5대 합의는 일단 준용돼야 하고요, 새 정부가 역대 정부에서 서명한 남북한 간 합의서를 부정하면 안 됩니다. 김영삼 정부가 제시한 우리의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역사적 정통성을 갖고 있고, 이후 대통령들이 기본틀에 변화를 주려고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한 간 민족자결권 행사가 중요하지만, 주변 강국의 영향력을 반영한 동북아 정세를 통일방안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쇼윈도’
 
  — 박근혜 정부 때 ‘통일대박론’이 나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유효하겠지요.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을 더욱 발전시켜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대박이 될 수 있습니다. 동·서독보다 정치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격차가 더욱 큰 현실에서 통일이 이뤄진다면, 비록 평화적 통일 과정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치 강국, 군사주권국, 경제 강국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이를 먼저 달성한 독일 사례를 심층 연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손 원장은 “독일은 통일 이후 분단 시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커다란 편익을 누리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주권을 완전히 회복했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등 전 세계에 당당하게 군대를 파견하고, 국력에 걸맞은 군사적 역할을 세계적 차원에서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통일 이전에는 ‘2등국 외교’, ‘편승외교’라 불리며 미국 등 전승 4개국(미·영·불·소)의 눈치를 보느라 세계 정책을 거스르지 않고 따르면서 현실적 이익을 추구했던 그 독일이 2003년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의 애절한 간청에도 불구하고 끝내 참전을 거부했다”고 했다.
 
  손기웅 원장은 “서독민이 통일을 준비하고 동독민이 통일 실현의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며 “독일 통일 방향으로 우리의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소신은 진보와 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바뀐 적이 없다”고 했다.
 
  — 통일 한국의 이념 설정도 중요할 것 같군요.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freedom and democracy)를 앞세운 통일 이념에 대해 북한 김정은은 ‘흡수통일을 하려는 거냐’고 불쾌해할지 모르지만, 통일 대한민국의 기본가치이기 때문에 우리의 정치 지도자는 이것을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손 원장은 “남북한 간 교류와 협력 등 어떤 방식이든 북한 주민들이 우리 사회를 보고 판단하고 느낄 기회를 줘야 한다”며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 체제가 더 낫다고 한다면, 그때는 무력 통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분단 상태로 갈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다.
 
  — 우리는 독일의 통일 케이스와 달라 통독의 사례를 한반도 통일에 적용하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있잖아요.
 
  “물론 한반도와 독일 간 역사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군사적 갈등, 전쟁의 유무 등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의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한 독일 사례를 벤치마킹해야만 합니다. 사회주의 제일의 경제강국 동독도 실제 8배나 잘사는 서독의 만개한 자유민주주의를 보고 베를린 장벽을 넘어 탈출한 것입니다. 동독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비밀경찰 슈타지와 동독군은 무기를 평화적으로 내려놓고 서독과 통합을 했습니다.”
 
  손 원장은 “1970년대 동·서독 간에 교류협력이 제도화되던 시기에 동독은 대서독 ‘차단정책’(Abgrenzungspolitik)을 펼쳤다”며 “서독과 교류협력을 하면 절실히 필요한 물자와 외화와 함께 서독의 자본주의적 영향도 자국에 유입되리라 판단하고, 이를 차단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동독 당국의 바람과는 달리 동·서독 간의 교류협력은 동독 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었다. 자신들의 체제와는 모든 면에서 비교도 할 수 없이 앞선 서독을 보고 고뇌했고, 판단했고, 선택하고 들고일어섰다는 것이다. 손 원장은 “북한의 변화가 동독이나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과 같을지 다를지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북한 주민들 역시 동유럽 주민들처럼,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우리의 동포”라고 했다.
 
  — 그동안의 남북 간 교류협력은 부정적 측면 못지않게 북한 주민들에게 주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죠?
 
  “사실 남북 간 경제협력, 특히 개성공단의 경우는 북한의 경제적 이익보다 우리의 경제적 이익이 크다는 것이 개성공단 폐쇄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북한이 연간 5만3000명이 일해서 잔업수당까지 8000만~1억 달러가량을 벌어 가지만,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군사적 리스크 없이 운영된다면 순익은 우리가 5~10배 정도 큽니다. 그런데 개성공단은 북한 근로자들에게 자기들 사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작업환경, 기술수준 등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쇼윈도’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손 원장은 “남북 경협은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사회문화 협력은 이질성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높일 수 있다”며 “다만 서독도 동독에 현금을 절대로 지원하지 않은 것처럼, 현금 지급은 가급적 줄이고 현물 지급이나 청산결제(淸算決濟)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책연구기관 사이의 대화는 추진해 볼 만
 
  — 미·중 정상회담이 얼마 전 열렸습니다만, 통일을 염두에 둔 한국의 외교 전략은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요.
 
  “미국과는 북핵 폐기와 군사적 도발 억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실현되는 사회로 만드는 데까지 목표를 공유하고 상호 협력하는 상황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한미 유대를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전략적으로 다가가야만 일명 ‘코리아패싱’을 차단하고 통일의 시기에 주변 강대국의 환영을 받을 수 있어요. 현재 국제사회와 미국이 관심을 기울이는 북핵 폐기와 군사도발 억제는 한반도 통일보다는 ‘두 개의 한국’을 전제로 한 정책입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단기적으로 군사도발 억제와 북핵 폐기에 주력해야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통일을 염두에 두고 북한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 극단적 무력 도발로 치닫는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이 향후 한반도 통일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 여부는 우리의 의지, 우리의 정책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국지도발을 일으켜 한반도 분단선을 고착화하고, 남한으로부터의 어떠한 영향력도 차단한 채 권력 안정을 꾀할 것입니다. 우리의 국가이익은 북핵 폐기와 군사적 도발 억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 통일에 이르는 것이죠. 김정은의 군사적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남북 간의 교류협력에서 현금 이전은 철저하게 금해야 합니다. 대신, 유엔의 대북 제재나 바세나르 체제에 위배되지 않는 현물을 중심으로 해야겠지요. 군사적으로 도발하면 확실하게 응징하고, 동시에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라는, 전 세계가 지지하는 ‘평화의 무기’를 들고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그들의 눈과 귀가 열리도록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 남북 간 교류협력이 개성공단과 금강산에만 집중돼 있는데, 접촉면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좋은 지적입니다. 가능하면 보다 많은 북한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교류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창의적인 방법을 구상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남북한 당국 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서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정부출연 26개 연구기관과 북한 사회과학원의 학자들이 1.5트랙 차원에서 만나 농업, 에너지, 환경, 산림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 손 원장께서도 제3국에서 북한 학자들과 학술회의장에서 만나시지 않았습니까.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독일, 중국, 몽골, 베트남에서 세 나라가 함께하는 형식으로 만났습니다. 그러나 작년에는 핵실험 등으로 워낙 상황이 악화돼 만나지 못했어요. 북한 학자들도 연구자들이기 때문에 세계적 기술 동향에 목이 말라 있습니다. 그들이 대규모로 지원을 요구하는 것들은 5·24조치 때문에 실현되지 않았습니다만, 협력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손 원장은 “한 번은 산림세미나 자리에서 북한 학자에게 ‘매년 1월 국토관리 일군대회 총화를 하면서 전년도 산림 식수량을 보고하는데, 그 수치를 보면 북한 산이 헐벗은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자, 그는 ‘심는 족족 다 죽는다’며 ‘계절에 관계없이 활착력(活着力)과 생장력(生長力)이 강한 수종을 함께 개발하자’고 제안하더라”며 “북한의 자생 약초 책자를 번역해 판매하고 싶다, 탄소배출권을 획득하기 위한 국제기구 프로젝트에 신청을 하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달라 등 많았다”고 했다.
 
 
  DMZ의 평화적 활용방안 아이디어들
 
하늘에서 촬영한 비무장지대(DMZ) 모습.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DMZ 내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북측에 제안했다.
  손기웅 원장은 “DMZ(비무장지대)가 유엔을 포함하는 세계적인 관심지역임을 고려할 때, 평화적 이용에 국제사회의 이해(理解)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한의 정치·군사·경제·환경·문화 등 포괄적 국가이익에 부응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이해도 함께 포용할 수 있는 DMZ 평화적 이용방안이 제안될 때 사업 내용도 풍부하게 되고, 실현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DMZ 평화 구상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부터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남북 정상 선언 등을 통해 DMZ 평화 관련 제안을 했지만, 북한에 의해 거절당했다. 육지 DMZ평화지대와 해양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모두 추진했지만, 서해평화협력지대에 대해서만 북한과의 합의를 도출했다. 이명박 정부도 DMZ의 평화적 이용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지만 구체화하지는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5월 8일 ‘DMZ세계평화공원’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 DMZ는 남북 교류와 협력의 피할 수 없는 접점이자 통로입니다만.
 
  “도발이 끊이지 않는 DMZ를 내버려 두고는 남북 간의 신뢰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당장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문제를 이야기하기보다 박근혜 정부의 DMZ세계평화공원을 이을 새로운 DMZ의 평화적 이용 구상을 북측에 제안하자는 거죠. 그것으로 돌파구를 마련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문제 해결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논의된 임진강 홍수방지 협력사업이나 2012년 평화의 댐과 금강산댐을 잇는 지역을 접경생물권 보존지역 구상이 그 대표적 케이스입니다.”
 
  손기웅 원장은 “동독 국민들은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4개월 후 전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동독 사상 최초로 평화적인 자유 총선거를 실시해, 조속히 서독과의 통일을 원한다는 정강정책을 세운 ‘독일연합’이 압승했다”며 “사실상 드메지어 총리 내각이 출범한 그날이 독일 민족이 통일된 날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만약 북한 주민들이 우리와 함께 통일을 원하고, 그들 스스로 평화적 절차에 의해 민족자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어느 국가가 개입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 새 정부는 통일부총리제를 부활하고, 청와대에 통일수석을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통일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과연 주변국이 한반도 통일을 모두 축복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국내적으로 통일을 강조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통일보다 통합의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고 봅니다. 남북 간에는 통일을 앞세우기보다 교류와 협력을 앞세워야 하고요.”
 
 
  일기예보를 왜 남쪽지방만 하나
 
서독 정부의 프라이카우프(Freikauf) 정책으로 석방된 동독 정치범들이 서독 정부가 발행한 신분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평화문제연구소 블로그
  송 원장은 “지금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남한의 국민으로 살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의 일기예보를 보면, 남한의 일기예보만 전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한국의 기권 과정을 둘러싼 ‘송민순 문건’ 파문이 대선 정국을 달궜습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 인권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야 할 것으로 보는데요.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는 대한민국이 국민에 대한 책무로서 해결해야 할 기본 의무입니다. 북한 인권 문제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라면, 남한 주민의 인권 문제가 납북자와 국군 포로, 이산가족 문제 아닙니까. 서독 정부는 동독 내에서 바른말을 하다 투옥된 정치범도 독일 민족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후 서독 정부는 동독 정부와의 거래, 즉 프라이카우프(Freikauf·‘자유를 산다’는 뜻)를 통해 그들을 서독으로 데려왔습니다. 동독 주민들이 서독 정부와 서독을 ‘희망’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손기웅 원장은 “통일은 전 세계에 살고 있는 모든 한민족이 축복하고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가운데 한반도에서 남북이 하나가 되는 것”이라며 “북한에 다가가 비전을 주고 그들 스스로 우리와 함께하는 길에 동참하도록 이끌어야 하고, 여도 야도, 진보도 보수도, 젊은 사람도 나이 든 사람도 모두 함께 일궈 내야 할 숙명의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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