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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시대 - 역대 대통령들에게 배워라

박근혜의 대북정책과 국가정체성 정립 노력

지뢰 도발 당시,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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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 폐쇄, 연간 1억 달러의 현금이 김정은에게 들어가는 것 막아
⊙ 통합진보당 해산해 ‘진보적 민주주의’ ‘민중민주주의’의 위헌성 고발
⊙ 국사 국정교과서 추진,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 정체성 확립 노력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10월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이하 박근혜)은 지금 폐주(廢主) 신세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고,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재임 중 있었던 모든 일들이 ‘적폐(積弊)’로 규정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논란을 무릅쓰고 추진했던 국정 국사교과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폐기되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사라졌던 청와대 조직들이 부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는 가치관과 세계관, 역사관이 근본적으로 정반대다. 이래저래 새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는 ‘ABP(Anything But Park)’가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의 업적을 거론하는 것은 시의(時宜)에 맞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 그래도 박근혜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기억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
 
 
  개성공단 폐쇄
 
  첫째는 대북(對北)정책에서 모처럼 ‘채찍’을 들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개성공단 폐쇄(2016년)와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강경대응이다.
 
  개성공단 사업은 2000년 현대아산(주)과 북한의 합의로 시작되었다. 2005년 18개사가 시범단지에 입주했고,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2011년 12월 말 123개 입주기업이 가동 중이었으며, 5만명 가까운 북한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일했다. 그때까지 누적 총 생산액은 15억649만 달러였다. 개성공단의 노동자들이 우리측 사람들이나 문화와 접촉하면서 부지불식간에 남북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효과도 작지 않았다. 때문에 햇볕정책의 옹호자들은 개성공단 사업을 ‘남북 경제협력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더 나아가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의 활로’라고까지 예찬했다.
 
  하지만 문제도 많았다. 공단에서 지급하는 월급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직접 쥐여지는 것이 아니었고, 현금은 모두 노동당으로 들어갔다. 북한측이 일방적으로 노동자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일도 잦았다. 북한에 연간 1억 달러의 현금이 들어가는 사업이어서 북핵과 관련한 유엔 제재에 저촉되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유사시 북한측이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1000여 명의 우리 국민을 인질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4월 3일 북한은 우리 국민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공단에서 나오는 것만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개성공단 근무자들이 북한의 인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그해 4월 26일 개성공단 내 잔류 근로자 전원을 철수시켰다. 2016년 2월 10일에는 북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이러한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작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내놓은 결의 2270호(3월 2일), 5차 핵실험에 맞서 낸 결의 2321호(11월 30일)의 내용들과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이 결의들은 북한 내 금융기관 폐쇄 및 금융거래 금지, 북한과의 뭉칫돈 거래 등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1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수입을 차단한 이 조치는 북한정권의 급소를 때린 것이었다. 이 조치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막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도움이 되는 현금을 우리가 제공했다든가 하는 비판으로부터는 자유로워졌다. 태영호 주영공사의 망명, 중국 북한식당 근무자 13명 집단망명 등에서 보듯 북한 엘리트 및 주민들의 동요가 가시화됐다. 무엇보다도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개성공단 내 우리 국민들이 북한의 인질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으로부터 온 국민이 해방됐다.
 
  개성공단을 2000만평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덕분에 문재인 정부는 향후 대북협상 과정에서 개성공단 재개라는 유용한 카드를 하나 손에 쥐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등을 생각하면 개성공단 재개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개성공단 카드의 가치는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다.
 
 
  목함지뢰 도발 후 확성기 방송 재개로 압박
 
북한의 목함지뢰 및 포격도발 후 박근혜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을 통해 북한을 압박,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사진은 2015년 8월 22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사진=통일부 제공
  2015년 목함지뢰 사건 이후 박근혜 정부가 강경대응한 것도 잘한 일이다. 그해 8월 4일 북한이 비무장지대를 넘어와 매설한 목함지뢰에 우리 육군 수색대원 두 명이 중상을 입었다. 우리 군은 그에 대한 응징으로 노무현 정권 시절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은 목함지뢰 매설은 자기들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한편, 인민군전선사령부 명의로 공개 경고장을 내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윤희 합참의장은 “적이 도발한다면 더욱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8월 20일 서부전선에서 고사포 포격 도발을 저질렀다. 이와 함께 북한은 전통문을 보내 “48시간 내 대북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에 굴하지 않고 상응하는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결국 북한은 대화를 제의했다. 8월 22일 우리 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판문점에서 북한의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조선노동당 비서와 만났다. 양측은 이틀간의 회담 끝에 8월 24일 공동합의문을 내놓았다. 여기서 북한은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데에 유감을 표명’했다. 명시적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초 북한측이 보였던 도발 위협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북한측이 꼬리를 내린 셈이었다. 북한이 이렇게 나오자 박근혜 정부는 확성기 방송 중단, 남북대화 추진 등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는 ‘달빛정책’이라는 ‘제2의 햇볕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다고 북한이 문재인 정부가 내미는 손을 덥썩 잡으면서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 도발 등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도발을 계속하면서 ‘문재인 정부 길들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에도 “우리에게는 ‘달빛정책’ 이외의 대안(代案)은 없다”면서 유화정책만 고집하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그 경우에는 ‘채찍’을 들어야 한다. 하다못해 ‘채찍’을 드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목함지뢰 사건 당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강수를 두어 가며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미흡하나마 유감의 뜻을 끌어냈던 박근혜 정부의 경험은 문재인 정부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통진당 해산
 
  둘째는 국가 정체성을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例)가 통합진보당(통진당) 해산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석기 RO사건 후인 2013년 11월 5일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했다. 1년여의 치열한 공방 끝에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19일 통진당 해산을 결정했다(인용 8명, 기각 1명). 헌법상 위헌정당해산심판제도에 따라 정당이 해산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헌법재판소는 통진당 해산 결정문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북한을 추종하고 있고 그들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민중민주주의 변혁론에 따라 혁명을 추구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고 애국가를 부정하거나 태극기도 게양하지 않는 등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이석기 등 내란 관련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사정과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피청구인을 장악하고 있음에 비추어 그들의 목적과 활동은 피청구인의 목적과 활동으로 귀속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은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 이상을 종합하면,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진정한 목적이나 그에 기초한 활동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였다고 판단되므로, 우리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
 
  헌법재판소는 통진당 해산 결정을 통해 ‘진보적 민주주의’니 ‘민중민주주의’니 하는 것들이 대한민국의 헌법질서에 반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물론 현실정치에서는 최근의 정치적 상황변화에 힘입어 옛 통진당 세력이 부활할 가능성이 꽤 높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다른 사건을 다루면서 새로운 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통진당 해산 결정 과정에서 나온 헌법적 판단은 계속 유효할 것이다. 그리고 통진당과 유사한 정강정책을 내건 정당의 활동이나 그런 정당과의 정치적 연대는 적잖이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전교조를 법외(法外)노조화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14년 10월 24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전교조에 ‘노조 아님(法外勞組)’를 공식 통보했다. 박근혜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전교조가 교원노조법의 규정을 무시하고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규약을 고집했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전교조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합법화된 이후 14년 만에 합법노조(合法勞組)의 지위를 잃었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교조는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의 비호 아래 노조로서 누리던 혜택들을 대부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로 전교조의 활동은 많이 위축되었다.
 
  좌편향 국사 교과서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던 것도 평가할 만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10월 12일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이후 정부는 집필진을 구성,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이름의 교과서를 내놓았다. 이 교과서는 야당과 좌파 시민단체, 학계의 조직적인 반발로 내내 논란에 휩싸였다가 문재인 정권의 출범과 함께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좌편향 국사 교과서가 어떻게 대한민국 현대사를 왜곡하고 있는지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효과가 있었다. 소위 진보세력은 단 한 학교도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일선학교에 압력을 가했는데 이 과정에서 그들의 독선적·전횡적 행태가 여실히 노출된 것도 성과였다.
 
  물론 한계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이런 정책을 추진했던 것이 투철한 이념적 성찰과 전략적 사고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니었다. 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 미(美)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논문을 써 온 영문학자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그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는 정치인을 앉혔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교육부 장관과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바꾸었지만, 그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인물들은 아니었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할 당시 청와대 비서관은 “대통령이 1년 반 전부터 이 문제를 얘기했었는데, 교육부에서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더라”고 푸념했다. 대통령은 그 문제를 이야기한 후 그것이 교육부 관료들에게 충분히 입력이 되었는지, 지시 사항이 제대로 이해되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했어야 했다. 만일 대통령이 수시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그렇게 난데없이 제기된 문제로 여겨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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