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보 논란 많았지만 언론이 가진 유일한 무기는 ‘팩트’임을 입증했다
⊙ 차은택 때문에 최순실에게 왕따당한 고영태 제 발로 찾아와
⊙ 골프장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최순실 개입 확인
⊙ 미르-케이스포츠 건은 올 5월에 알아
⊙ 최순실 인사개입 자료 휴대폰 문자로 받아
⊙ 고영태 옷 샘플실에 CCTV설치… 이영선 행정관이 최에게 휴대폰 넘기는 장면 포착
⊙ 공교롭게 정윤회 게이트 터져 위기
⊙ TV조선 보도 타 매체들 묵살, 오히려 뒤죽박죽 안돼 다행
⊙ ‘최순실’ 실명 거론 직전 우병우 보도 터져 숨고르기
⊙ 한겨레 기자 찾아와 “이 부장이 가진 자료 넘겨줄 수 없느냐”
⊙ jTBC태블릿 입수는 현장에 간 기자의 기지, 관리인이 준 걸로 안다
⊙ 차은택 때문에 최순실에게 왕따당한 고영태 제 발로 찾아와
⊙ 골프장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최순실 개입 확인
⊙ 미르-케이스포츠 건은 올 5월에 알아
⊙ 최순실 인사개입 자료 휴대폰 문자로 받아
⊙ 고영태 옷 샘플실에 CCTV설치… 이영선 행정관이 최에게 휴대폰 넘기는 장면 포착
⊙ 공교롭게 정윤회 게이트 터져 위기
⊙ TV조선 보도 타 매체들 묵살, 오히려 뒤죽박죽 안돼 다행
⊙ ‘최순실’ 실명 거론 직전 우병우 보도 터져 숨고르기
⊙ 한겨레 기자 찾아와 “이 부장이 가진 자료 넘겨줄 수 없느냐”
⊙ jTBC태블릿 입수는 현장에 간 기자의 기지, 관리인이 준 걸로 안다
최태민-최순실 왕조(王朝)가 무너진 것은 언론의 힘에 의해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실(事實) 보도의 힘에 의해서다. 그 결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검찰은 그간의 수사 기록을 특별검찰에 넘겼고 특검 수사도 예정돼 있어 또 다른 ‘숨겨진 스캔들’이 드러날지 모른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관련자 청문회도 아직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오보(誤報)도 숱하게 양산됐다. 이로 인해 언론의 무분별한, ‘아니면 말고 식(式)’ 특종경쟁에 대한 국민 일각의 우려도 높지만 최태민-최순실 왕조가 은닉해 온 40년 검은 역사가 언론에 의해 발가벗겨졌다는 사실이 변할 수는 없다. 그 가운데서 물꼬를 튼 것은 TV조선이며, 그중에서도 이진동 기자가 선봉이었다.
옷로비 사건 때 박주선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 집 앞에서 만나
내가 이진동 기자를 처음 만난 것은 김대중(金大中) 정권 당시 정국을 흔들었던 ‘옷로비 사건’ 때다. 나는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로, 2000년 초 박주선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서울시 수서구 삼성서울병원 건너편 집으로 가고 있었다. 기자는 테니스를 치려 운동복 차림으로 집을 나선 박 비서관을 길에서 조우(遭遇)했다.
이른 아침, 이야기를 다 나누고 돌아서는데 한 기자를 만났다. 《한국일보》 이진동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진동은 《조선일보》로 적(籍)을 옮겨 법조출입을 했기 때문에 사회부 행정담당 데스크로 있던 나와 한솥밥을 먹었다. 그는 삼성X파일 특종 등으로 주가를 높이더니 어느날 정계에 진출하겠다며 신문사를 떠났다.
금배지를 달지 못한 그를 향해 선후배들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라고 야유반 기대반 섞인 농담을 했는데 과연 그는 다시 돌아왔다. 신문이 아닌 TV조선으로 복귀해 다시 ‘기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나는 《월간조선》 편집장으로 옮겼고, 이제 대학과 언론사 후배인 그를 취재하는 자리에서 마주앉았다.
특종취재기만큼 허망한 것도 없다. 자기 자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진동을 만난 것은 미르-K스포츠에서 시작돼 최순실에 이르기까지 TV조선·《한겨레》·jTBC가 내놓은 괄목할 만한 특종을 두고 음모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사설 정보지의 대표적인 글 한편을 소개해 본다.
찌라시에서는 온갖 설이 난무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는 대한항공 보안요원 출신. 당시 스튜어디스와 바람이 났음. 이들의 애정행각에 격분한 최순실은 ○를 찾게 됐고 거기서 펜싱선수 출신 사장 고영태를 만나게 된다. 젊은 고영태와 사귀면서 최순실은 그와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자신의 재력과 세력을 언급하면서 박근혜와의 관계 등 상당한 정보를 쏟아놓기 시작한다.
고영태는 최순실의 남자가 되어 사업도 벌이고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런데 최순실은 활동반경이 넓어지게 되자 더욱 다양한 남자를 만난다. 그중의 한 명이 차은택이다. 그 전에 최는 자기를 배신한 정윤회를 완전 제거하기 위해 박지만과 십상시를 슬쩍 흘린다.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이 바로 터트린다. 그 와중에 최는 박근혜에게 정윤회가 나쁜 놈이라고 엄청 막후작업을 한다.
한편 최는 정윤회를 골로 보내고 박근혜를 업고 국정을 농단하면서 사업을 마음껏 벌린다. 그런데 최순실이 차은택을 만나 보니 고영태한테 느껴 보지 못했던 면을 발견하게 된다. 즉 차은택은 사업감각이 있는 데다 최가 잘 모르는 사기치기 좋은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막 쏟아 낸다. 최는 차은택에게 쏙 빠지게 된다.
반면 고영태와는 멀어지면서 이에 열받은 고는 일종의 복수심으로 최를 협박하려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한다. 그는 그 몰래카메라를 같은 호남 출신인 조선일보 체육부 출신 기자이면서 TV조선으로 파견 나가 있던 이진동이에게 넘기면서 모든 걸 말한다. 이진동 기자는 확인을 위해 본격 취재에 들어간다. 어느 정도 취재를 한 후 첫 방송을 터트린다. 조선일보에서는 또 우병우 사건을 터트린다.(…)
그런데 이진동 기자는 미르재단 관련 취재와 방송을 저지당하자 동향인 한겨레 기자에게 일부를 슬쩍 흘린다. 한겨레는 제대로 받아 연일 쉬지 않고 터트린다. 한편 고영태는 (TV)조선에서 자기가 제공한 정보만큼 보도를 안 하자 이번에는 jTBC에 전화를 걸어 “어느 사무실 어느 책상에 가면 태블릿PC가 한 대 있으니 참고될 거다”라고 전해 준다.(…) 사건의 핵심은 우병우 건이 아니라 결국 미르재단이었다. “역린은 그것이었지. 박근혜는 퇴임 뒤 아무도 모르게 미르재단을 갖고 놀 생각이었는데, 결국 사랑과 배신의 장난에 걸린 거지.”〉
이 글을 읽었을 때의 단상(斷想)은 이렇다. 하나는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날리 없다’는 것이었다. 즉 이 글은 절반 정도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다른 하나는 ‘부족한 사실(事實)’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스토리처럼 꾸며 내기 위해 ‘그럴듯한 추측’을 가미했다는 것이다. 추측에는 다음과 같은 방식이 사용된다.
위의 글에서 오류를 짚자면 이진동이 체육부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진동은 체육부에서 일한 적이 없다. 그런데 ‘체육부’를 넣은 것은 펜싱선수 출신 고영태와 그가 어떻게 만났느냐를 고심한 결과로 보인다. ‘체육부’ 출신이라도 펜싱 담당이 아니면 만나기 힘들지만 이 ‘찌라시’의 작자(作者)는 그런 고민을 한 것 같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동향(同鄕) 한겨레 기자에게’라는 부분이다. 이진동의 고향은 호남이 맞다. 김의겸 《한겨레》 신문 선임기자의 고향도 전라도인지는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찌라시의 작자는 ‘호남’을 부각시켜 언론과 권력의 대결 프레임에 영호남 갈등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은...
이 과정에서 오보(誤報)도 숱하게 양산됐다. 이로 인해 언론의 무분별한, ‘아니면 말고 식(式)’ 특종경쟁에 대한 국민 일각의 우려도 높지만 최태민-최순실 왕조가 은닉해 온 40년 검은 역사가 언론에 의해 발가벗겨졌다는 사실이 변할 수는 없다. 그 가운데서 물꼬를 튼 것은 TV조선이며, 그중에서도 이진동 기자가 선봉이었다.
옷로비 사건 때 박주선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 집 앞에서 만나
내가 이진동 기자를 처음 만난 것은 김대중(金大中) 정권 당시 정국을 흔들었던 ‘옷로비 사건’ 때다. 나는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로, 2000년 초 박주선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서울시 수서구 삼성서울병원 건너편 집으로 가고 있었다. 기자는 테니스를 치려 운동복 차림으로 집을 나선 박 비서관을 길에서 조우(遭遇)했다.
이른 아침, 이야기를 다 나누고 돌아서는데 한 기자를 만났다. 《한국일보》 이진동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진동은 《조선일보》로 적(籍)을 옮겨 법조출입을 했기 때문에 사회부 행정담당 데스크로 있던 나와 한솥밥을 먹었다. 그는 삼성X파일 특종 등으로 주가를 높이더니 어느날 정계에 진출하겠다며 신문사를 떠났다.
금배지를 달지 못한 그를 향해 선후배들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라고 야유반 기대반 섞인 농담을 했는데 과연 그는 다시 돌아왔다. 신문이 아닌 TV조선으로 복귀해 다시 ‘기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나는 《월간조선》 편집장으로 옮겼고, 이제 대학과 언론사 후배인 그를 취재하는 자리에서 마주앉았다.
특종취재기만큼 허망한 것도 없다. 자기 자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진동을 만난 것은 미르-K스포츠에서 시작돼 최순실에 이르기까지 TV조선·《한겨레》·jTBC가 내놓은 괄목할 만한 특종을 두고 음모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사설 정보지의 대표적인 글 한편을 소개해 본다.
찌라시에서는 온갖 설이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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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은택 - 고영태 - 최순실 관계도 TV조선 보도영상. |
고영태는 최순실의 남자가 되어 사업도 벌이고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런데 최순실은 활동반경이 넓어지게 되자 더욱 다양한 남자를 만난다. 그중의 한 명이 차은택이다. 그 전에 최는 자기를 배신한 정윤회를 완전 제거하기 위해 박지만과 십상시를 슬쩍 흘린다.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이 바로 터트린다. 그 와중에 최는 박근혜에게 정윤회가 나쁜 놈이라고 엄청 막후작업을 한다.
한편 최는 정윤회를 골로 보내고 박근혜를 업고 국정을 농단하면서 사업을 마음껏 벌린다. 그런데 최순실이 차은택을 만나 보니 고영태한테 느껴 보지 못했던 면을 발견하게 된다. 즉 차은택은 사업감각이 있는 데다 최가 잘 모르는 사기치기 좋은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막 쏟아 낸다. 최는 차은택에게 쏙 빠지게 된다.
반면 고영태와는 멀어지면서 이에 열받은 고는 일종의 복수심으로 최를 협박하려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한다. 그는 그 몰래카메라를 같은 호남 출신인 조선일보 체육부 출신 기자이면서 TV조선으로 파견 나가 있던 이진동이에게 넘기면서 모든 걸 말한다. 이진동 기자는 확인을 위해 본격 취재에 들어간다. 어느 정도 취재를 한 후 첫 방송을 터트린다. 조선일보에서는 또 우병우 사건을 터트린다.(…)
그런데 이진동 기자는 미르재단 관련 취재와 방송을 저지당하자 동향인 한겨레 기자에게 일부를 슬쩍 흘린다. 한겨레는 제대로 받아 연일 쉬지 않고 터트린다. 한편 고영태는 (TV)조선에서 자기가 제공한 정보만큼 보도를 안 하자 이번에는 jTBC에 전화를 걸어 “어느 사무실 어느 책상에 가면 태블릿PC가 한 대 있으니 참고될 거다”라고 전해 준다.(…) 사건의 핵심은 우병우 건이 아니라 결국 미르재단이었다. “역린은 그것이었지. 박근혜는 퇴임 뒤 아무도 모르게 미르재단을 갖고 놀 생각이었는데, 결국 사랑과 배신의 장난에 걸린 거지.”〉
이 글을 읽었을 때의 단상(斷想)은 이렇다. 하나는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날리 없다’는 것이었다. 즉 이 글은 절반 정도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다른 하나는 ‘부족한 사실(事實)’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스토리처럼 꾸며 내기 위해 ‘그럴듯한 추측’을 가미했다는 것이다. 추측에는 다음과 같은 방식이 사용된다.
위의 글에서 오류를 짚자면 이진동이 체육부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진동은 체육부에서 일한 적이 없다. 그런데 ‘체육부’를 넣은 것은 펜싱선수 출신 고영태와 그가 어떻게 만났느냐를 고심한 결과로 보인다. ‘체육부’ 출신이라도 펜싱 담당이 아니면 만나기 힘들지만 이 ‘찌라시’의 작자(作者)는 그런 고민을 한 것 같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동향(同鄕) 한겨레 기자에게’라는 부분이다. 이진동의 고향은 호남이 맞다. 김의겸 《한겨레》 신문 선임기자의 고향도 전라도인지는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찌라시의 작자는 ‘호남’을 부각시켜 언론과 권력의 대결 프레임에 영호남 갈등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