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민-최순실 스캔들] 안봉근에게 최순실에 대한 국정원 내부 정보 전달한 ‘추 국장’의 정체 : 월간조선

《국민일보》는 11월 13일 국가정보원 간부가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에게 최순실에 대한 국정원 내부 정보를 전달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안 전 비서관은 국정원 안전가옥에서 국정원 추모 국장을 수차례 만나 최씨와 관련된 정보를 전달받았다. 《국민일보》는 사정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추 국장은 부하직원을 시켜 국정원 보고서를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추 국장은 전·현직 국정원장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 비선 라인과 직접 거래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달(10월) 19일 국회 국정원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됐으나 “추 국장은 ‘개인적인 볼일이 있었다’고 대답했다”고 《국민일보》는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안 전 비서관과 우 전 수석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사정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안 전 비서관은 추 국장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국민일보》에 “추 국장의 안가 독대 보고는 사실무근이며 우 전 수석에 대한 비선 보고 여부는 감찰 조사 사안이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보도 직후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보위 국정원 국감 때 추궁했던 내용이 드디어 언론에 노출됐다. 정보위는 비공개라 그동안 취재에 응하지 않았는데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글을 남겼다.

《월간조선》은 전·현직 국정원장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 비선 라인과 직접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추 국장의 정체를 추적했다. 《국민일보》 보도가 사실이라면 큰 문제인 탓이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추 국장이 국정원 내부 확인·분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고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정원 간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국정원이 정치개입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고 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국가정보원 추 국장은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최순실에 대한 국정원 내부 정보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8월 6일 안 전 비서관과 우 전 민정수석이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발표가 있을 청와대 춘추관에 입장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정 당국 관계자가 말한 바로는 추 국장은 육사(陸士) 41기다. 국정원 관계자는 “전체 기수의 10%는 육사 출신으로 선발한다”고 했다. 조종설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중장), 노상원 국군정보사령관(소장),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 등이 육사 41기다. 육사 41기는 지난 10월 17일 ‘2016년 후반기 장관급 장교 인사’에서 첫 3성 장군 3명을 배출했다. 조 사령관을 비롯하여 서욱, 이정근 중장이 군단장, 군수사령관으로 임명됐다.

1988년 국정원에 입사한 추 국장은 대구 달성군 출신이다.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지역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안 전 비서관이다. 안 전 비서관은 경산 출신이지만 달성군 ‘빠꼼이’다. 쌍용그룹 계열사 출신인 안 전 비서관은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이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달성군에서 당선되면서 국회로 들어오게 됐다. 김 의원이 1998년 2월 9일 돌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지만, 그 빈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돼 들어오게 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당시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정윤회씨가 (본인과 박 대통령 모두) 연고가 없는 달성 지역을 잘 아는 인사가 필요하다며 안 비서관을 영입했다”며 “박 대통령 측 요구에 김 회장도 선뜻 안 전 비서관을 보내줬다”고 했다.

이런 이유에서였을까. 추 국장은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로 파견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시 사정기관 쪽(국정원, 경찰)은 안 비서관이 잡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안 전 비서관이 힘을 써 추 국장이 인수위에 파견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 것은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국가정보원 추 국장은 최순실을 조사한 국정원 직원을 좌천시켰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는 최순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작년(2013년) 10월 말인가 11월 초인가, 청와대에 들어올 예정인 경찰관 1명에 대해 검증을 하다가 ‘부담(스럽다)’ 판정을 내렸다. 쓰지 않는 게 낫다는 말이다. 그랬더니 안봉근 비서관이 전화해서 ‘이 일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사람은) 문제가 있다.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때 2부속실(안 전 비서관은 2부속실장이었다)에서 왜 경찰 인사를 갖고 이러는지 이상했는데, 한 달 뒤쯤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여 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후임들이 다 단수로 찍어서 내려왔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일했던 추 국장은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는 친인척 관리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2013년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 작성자로 지목돼 청와대 파견 근무에서 국정원으로 복귀했다.

당시 《한겨레》는 국정원의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박원순 제압 문건)을 입수, 보도했다. A4 용지 5쪽짜리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세금급식 확대, 시립대 등록금 대폭 인하 등 좌편향·독선적 시정운영을 통해 민심을 오도, 국정 안정을 저해함은 물론 야세 확산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어 면밀한 제어방안 강구 긴요 ▲박 시장 등 야권 세력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관련 예산 집행실태 철저 점검 ▲여당 소속 시의원(28명)들에 시 예산안에 대한 철저한 심의를 독려 ▲학부모 단체, 경총·전경련, 저명 교수·논객, 언론 사설·칼럼, 자유청년연합·어버이연합 등 범보수 진영 등 민간단체로 하여금 비난 여론 조성〉

국정원 관계자는 “추 국장은 분석 업무만 봤다”며 “이유는 성격이 괴팍해 현장에 나가면 상대방과 싸우기 바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에서도 분석 업무를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국정원으로 복귀한 추 국장은 국정원 국내 정보 수집을 총괄하는 통칭 ‘제8국’의 국장으로 활동했다. 사정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8국 국장으로 업무를 보면서 최순실을 조사한 국정원 직원들은 좌천시켰다고 한다. 국회 정보위의 핵심 관계자는 “K씨가 추 국장 때문에 좌천당했다”며 “이 사건은 국정원 내부에서도 화제가 됐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