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湖南 민심 공략할 ‘박원순 여의도캠프’ 출범 : 월간조선

박원순 서울시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조직 캠프가 출범한다. 9월 10일 출범한 박 시장의 팬클럽격인 ‘희망새물결’과 별개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캠프 출신 조직통들이 모여 만드는 이 캠프는 야권 표심의 중심인 호남지역 민심을 공략할 계획이다.

2002년 대통령선거 노무현캠프의 조직통(通)으로 불리는 호남 출신 정치권 원로 A씨는 “현재 대권후보 중 박원순 시장이 가장 대통령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지만 박 시장의 기반인 시민단체만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기존의 야권, 특히 호남 조직을 어우르는 ‘박원순 여의도캠프’를 구성해 지원할 계획”이라며 “서여의도 S빌딩에 최근 사무실 계약을 마쳤다”고 《월간조선》에 밝혔다. 이 캠프에 참여할 인사들은 노무현캠프에서 조직을 담당했던 사람들이다.

그는 “노무현캠프 출신들로 인적 구성이 마무리됐고 사무실은 내부공사 중으로 추석연휴 후 입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개월 전부터 박 시장과 자주 만나며 교감을 갖고 호남 민심 공략 관련 조언을 하고 있다. “박 시장과 도원결의(桃園結義)를 맺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8월 12일 박원순 시장이 광주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이 개최한 ‘한여름밤의 정책파티’에 참석해 토크콘서트와 맥주파티를 가진 것도 A씨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그는 박원순 시장을 돕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 “야권에 호남 출신 대선후보가 없어 호남 민심이 갈 곳을 못 찾고 있는 가운데 대안으로 떠오른 사람이 박원순 시장”이라며 “박 시장을 만난 뒤 확신을 얻었고 호남 현장을 둘러본 결과 박 시장이 이미 상당한 호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호남 홀대 등 여러 이유로 호남에서 민심을 잃은 가운데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갈 곳 없는 호남 민심을 섭렵했고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큰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박선숙·김수민 리베이트 사건 이후 호남 민심은 안철수에게서 완전히 멀어졌어요. 이제 호남 민심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야권에 많은 대선주자가 있지만 호남인들이 마음을 둘 곳이 없습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여당·수도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호감을 얻지 못해요. 문재인 안철수 손학규 모두 호남 민심에선 멀어졌고 김부겸과 안희정은 좀 더 경험을 쌓고 대권에 도전해도 늦지 않으니 이번 대선보다는 차기를 기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번 대선에선 야권 잠룡 중 호남에서 호감을 갖고 있는 후보는 박원순밖에 없는 겁니다.”

그에게 “박 시장 역시 경남(창녕) 출신에 서울시장인데 어찌 호남 민심을 얻을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김상곤이 호남 출신이고 추미애가 호남 며느리라고 호남 민심을 얻을 수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부산 사람 노무현이 어떻게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됐고 대통령이 됐습니까. 영남 출신으로 당내 비주류였고 당 주류의 반발도 심했지요. 노무현은 아픔이 많은 ‘호남정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던 겁니다. 노무현이 경선 승리를 결정지은 곳이 광주 아닙니까? 광주시민들이 왜 부산 출신 노무현에게 몰표를 줬겠습니까. 박 시장도 비슷한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희망새물결과는 별개 조직

박원순 시장이 8월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야외광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여름밤의 정책파티에서 활짝 웃고 있다.

9월 10일 박원순 시장의 팬클럽격인 ‘희망새물결’이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는 ‘박원순 대선캠프’로 불리고 있다. 희망새물결 측은 “2009년 박원순 시장 등이 창립한 단체 ‘희망과대안’ 흐름을 계승하며, 2013년 창립된 ‘혁신자치포럼’을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 재창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희망새물결은 향후 정치 관련 토론회, 온라인 정책모집 등을 담당할 계획이며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고문을 맡았다. 김용채 전 광주경제정의실천연합 대표, 김인숙 전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윤준하 전 환경운동연합 대표,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조명래 단국대 교수 등이 공동대표에 임명됐다.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최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들도 참여했다. 오성규 전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조현옥 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등이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창립준비위원에는 이들을 포함해 500여 명이 참여했다. 희망새물결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한국 사회를 갉아먹는 불평등 불공평 불안전 등 3불(不)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를 바꾸고 미래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희망새물결이 야권 지지자들의 공감을 얻어 박원순 시장을 향한 표심(票心)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희망새물결에는 노무현정부의 인사들이 소수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야당이나 국회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인사는 찾기 어렵다. 전국적인 조직력이 필요한 대통령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낼 역량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민단체 출신 박원순 시장의 약점이 조직력이라는 것은 안팎에서 모두 인정하고 있다. .

A씨는 “희망새물결이 박 시장을 대권후보로 띄우는 것은 좋지만 한국 정치지형상 시민단체로는 한계가 있어 대선캠프 역할을 하기 힘들다”며 “여의도캠프가 박 시장의 부족한 조직력을 채워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 시장이 야권 대선후보가 되려면 너무 빨리 나서서 현재 친문(親文) 일색인 더불어민주당의 흐름에 말려들어서는 안되며 현재 룰(rule)대로 경선에 응해서도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 맹주 없는 호남, 누가 선점할까

8월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친문재인 인사들이 대거 당선돼 새 지도부를 구성했다.

박 시장은 호남에 끊임없이 구애 중이며 적지 않은 호남지역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다. 박 시장의 최측근이며 서울시장 선거캠프 총괄본부장이었던 서재경 전 서울보증재단 이사장은 8월 남도학숙 원장에 임명됐다. 남도학숙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만든 장학회인 남도장학회가 서울로 진학한 광주전남 지역 학생들의 거주 편의를 위해 서울에 운영 중인 대형 주거시설로 원장은 광주시장 또는 전남지사가 추천한다. 서 원장을 추천한 사람은 이낙연 전남지사다. 남도학숙 원장은 대대로 전 장관, 전 청와대 수석 등이 맡았던 자리인데, 서 원장은 기업인 출신으로 박 시장이 아름다운재단·희망제작소 이사장 재직 당시 희망제작소 고문으로 일했던 박 시장 최측근이다. 전남도와 박 시장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또 호남 공략을 위해 더민주 광주시당을 찾아 토크콘서트를 개최하고 맥주파티를 통해 현지 청년들과 만남을 가졌다. 최근 한승헌 전 감사원장을 찾아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후원회장을 지냈던 한승헌 변호사는 전북 부안 출신으로 호남에서 존경받는 원로다.

박 시장은 여의도캠프를 통해 호남조직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야권의 대선후보들은 호남 민심을 ‘잠룡의 승천을 위한 여의주’로 여기고 있다. 야당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호남을 장악하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호남 민심에 구애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호남 민심이 쉽게 움직일 리가 없다. 전남 출신 한 원로급 전직 의원은 “대권을 노리는 여야 인사들이 호남지역에 도와달라며 연락이 계속 온다”며 “아직 호남 민심이 정착할 곳을 못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호남을 홀대하는 문재인이 미워서 안철수를 밀어 주긴 했지만 리베이트 사건으로 안철수와 국민의당에 대한 마음은 완전히 식은 상태예요. 맹주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호남에 혹시라도 호남 출신 대표를 뽑은 새누리당이 치고 들어올까 봐 걱정도 됩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요.”

호남인들의 딜레마는 20대 총선 결과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으로 국민의당을 지지해 28석 중 23석을 몰아줬지만 예상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라는 성과를 올리면서 기존의 정치적 소외감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야당의 심장이 아닌 제3지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패배감마저 감돌고 있다.

정치평론가인 소종섭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의 얘기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격전지는 호남입니다. 국민의당과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탄생시킨 호남은 더 이상 야당 텃밭이나 여당 불모지가 아니니까요. 호남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14년간 권력에서 소외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20대 총선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오고 그 후 국민의당이 리베이트 사건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상실감이 더 심해졌어요. 이런 아픈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후보가 호남 민심을 잡을 수 있을 텐데 그게 누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박 시장의 조직모델은 ‘연청’

김대중 야당 총재의 조직이었던 ‘연청’의 2001년 전국대회에 김홍일 명예회장 등 핵심인물들이 참석했다.

박 시장이 여의도캠프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모델은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야당 총재 시절 외곽조직인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聯靑)다. 박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한 강연에서 연청을 언급하며 새정치민주연합의 폐쇄성을 비판하고 조직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박 시장이 한 얘기다.

“전문가나 지성인들이 오늘날 기꺼이 당원으로 가입하고 있습니까.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청 조직은 인재들이 똘똘 뭉친 강력한 군단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그런 게 있습니까. 무너진 조직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새로운 비전의 모임이나 강좌들을 만들어 인재를 축적하면 큰 조직이 될 수 있습니다.”

여의도캠프 역시 연청 출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연청은 1980년 민주연합청년동지회라는 이름으로 창립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청년사조직으로 아들인 김홍일 전 의원을 비롯한 측근들이 주도했다. 전국적으로 김 전 대통령이 정치적 시련을 겪으며 연청 활동도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1996년에 대통령선거에 대비해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했고 규모도 커졌다. 전국조직인 연청은 1997년 대선을 승리로 이끈 일등공신으로 2002년 대선을 앞두고는 이를 벤치마킹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가 출범하기도 했다.

연청은 쟁쟁한 정치인들의 산실이기도 하다. 정세균 국회의장,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 김옥두 전 의원 등이 연청 중앙위원장 출신이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연청 출신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이 연청 조직을 중심으로 ‘노무현 바람’을 일으켜 당내 비주류였던 노무현 후보를 대선후보로 탄생시킨 일이 있다.

각계 인사 섭외중인 박원순

박원순 시장은 대선출마를 위해 호남 외에도 야권 원로, 노동계 등 야당 내 조직의 주요 포인트를 공략하는 중이다. 박 시장은 8월 10일 김근태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인사들을 초청해 만찬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는 설훈 권미혁 김민기 우원식 인재근 홍익표 의원 등이 참석했다. 민평련은 8월 초 국정원의 박 시장 사찰 의혹이 불거지자 규탄성명서를 내고 ‘박원순 지키기’에 나선 바 있어 민평련이 박원순 시장을 대선후보로 지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졌다.

민평련은 더민주의 8·27 전당대회에서 비주류로 밀려난 상태여서 민평련과 박원순 시장의 우호관계는 계속될 전망이다. 민평련의 현직 의원은 19명으로 20대 총선에서 측근들을 국회에 입성시키지 못한 박 시장에게 민평련은 확실히 붙잡아야 할 조직이다.

박 시장은 최근에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찾아 조언을 듣기도 했고, 8월 16일에는 전남 강진을 방문, 손학규 전 고문과도 독대해 의견을 나눴다. ‘원조 친노(親盧)’로 불리는 김두관 의원과 교감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박 시장은 최근 김두관 의원의 친동생인 김두수 전 정치전략연구소장을 서울시 대외협력 파트에 영입했다. 김두관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와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립했던 사이로 당내 비문(非文) 세력에 속한다.

더불어민주당 대표경선에 나섰다 추미애 대표에게 패배했지만 비문 세력의 대표로 떠오른 이종걸 의원도 대선에서 박 시장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대표경선 출마 전날 박 시장과 밤늦게 만남을 가졌고 박 시장의 응원을 받고 출마를 최종 결심했다. 이종걸 의원은 경선과정에서 시종일관 “문재인 후보로는 대선 필패(必敗)”라는 문재인불가론을 주장했다.

한편 주목해야 할 점은 박원순 시장을 보좌하는 인물들이 이전까지는 대부분 시민단체 출신이었는데 최근 정치권 출신이 속속 등장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비서실장에 임명된 허영 더민주 강원춘천지역위원장은 고(故) 김근태 의원 보좌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냈고 국회와 정당 사정에 정통하다. 또 정무수석에 보좌관과 당직 등 정치권 경력이 많은 최종윤 단국대 겸임교수, 정책특보에 안균오 전 서울시 정책보좌관을 임명했다. 최 정무수석은 국회 보좌관과 민주당 중앙위원 등을 지냈다. 국회 경력이 없는 박 시장이 국회 관련 정보가 많은 정치권 출신을 대거 등용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접점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야 모두 호남 뛰어들어 혼전(混戰)

2002년 12월 19일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던 순간. 여의도캠프에는 노무현캠프 출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선에 출마하려는 잠룡이라면 누구나 호남 민심을 노리고 있다. 대선출마 예정인 지자체장들도 본인 지역과 관련 없는 호남지역을 찾고 있다. 9월 들어 안희정 충남지사(2일), 이재명 성남시장(4일), 박원순 시장(5일) 등이 줄줄이 호남 일정을 소화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6일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호남 민심을 얻겠다는 ‘서진(西進)정책’과 새누리당-호남 연대정치를 자주 거론하고 있고, 새누리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을 모아 ‘새호회(새누리당 호남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호남 출신으로 수도권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새누리당 한 전직 의원은 호남 민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더민주 대선후보로 호남 민심이 누굴 선택할까요. 호남 출신이나 호남에 이익을 줄 후보를 택하는 게 아닙니다. 어차피 호남 출신 유력후보도 없고, 지역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한들 총선이면 몰라도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표를 주지는 않아요. 이번 대선후보로는 확실히 이겨서 정권을 뺏어 올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겁니다. 그래서 한 번 (대선에서) 졌던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죠. 승리 가능성으로 본다면 박원순 시장이 가장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 시장이 지금까지 치러 온 선거가 시민단체와 온라인네트워크 중심이다 보니 조직력이 가장 약점인데 그 부분만 채워 준다면 대세론도 노릴 수 있죠. ”

박원순대세론 가능할까

박원순 시장은 북미순방 중인 지난 9월 5일 뉴욕에서 대권도전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뉴욕 한인회관에서 열린 교민·유학생 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년 대선이 정말 중요하며, 어지럽고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답”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의 결단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시대의 요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동안 관련 질문에 “시정에 집중하겠다”며 즉답을 피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대권도전을 시사한 것이다.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아직 박원순 시장은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8월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박 시장의 지지도는 8.1%로 야권에서 문재인(23.1%)·안철수(15.5%)·손학규(9.5%)에 이어 4위, 전체적으로는 여권 반기문(29.6%), 유승민(12.5%)까지 포함해 6위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문 세력이 당직을 싹쓸이하며 문재인대세론이 퍼지고 있지만, 문재인대세론에 긴장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김부겸 의원 등이 적극적으로 대권도전을 시사하고 있어 더민주 내 대선후보 구도는 혼전을 빚을 전망이다.

박원순 시장은 여의도캠프의 조언에 따라 현재 시스템의 경선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문 세력은 내년 초 경선을 해서 후보를 빨리 확정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고, 비문 세력은 내년 하반기에 경선을 해야 시선을 모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더민주가 지금 룰대로 조기 경선을 치른다면 박 시장이 나가면 절대 안 된다”며 “또 다른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당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전직 의원의 얘기가 기억에 남았다. “반기문 총장이나 박원순 시장이나 보통 두뇌와 성격이 아닌지라 대선에 도전한다 해도 각 당 경선에 참여할지 의문이고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절대 이길 수 있는 정황을 만든 다음에야 나올 겁니다. 역대 대선에서 증명됐듯이 1년 전 대세론은 하나도 의미 없어요. 여태 본 적 없는 탁월한 전략을 세우는 사람이 승리하겠지요. 책사(策士)가 그래서 중요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