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사이드] 三철 지고 五인방 뜨고… 문재인의 브레인이 바뀐다 : 월간조선

8월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문(親文・친문재인) 후보들이 대표와 최고위원에 대거 당선되면서 더민주는 ‘친문당’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친문 후보(추미애, 김상곤) 2명과 비문 후보(이종걸) 1명이 출마해 친문 입장에서는 다소 불리한 구도였다. 그러나 친문 추미애 대표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문재인 전 대표의 책사 그룹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가 변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문 전 대표에 대해 “대표 시절엔 초선 의원으로 다소 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의원직과 대표직에서 벗어난 지금은 더 파워가 있다”며 “주변 극소수의 이야기만 듣던 문 전 대표가 신문(新文) 그룹의 조언을 받아들이면서 전략적으로 한층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당 대표직을 수행할 당시 ‘친노패권주의’를 비롯해 적지 않은 돌출행동 때문에 당 내외에서 갖은 지적을 받으며 위태로워 보였던 문재인 전 대표는 2016년 하반기 들어 야권에서 경쟁상대가 없을 정도로 야권 대선주자 제1순위로 주목받고 있다. 그 뒤에는 새로운 책사들이 있다.

문 전 대표의 문고리 권력이라고 불렸던 ‘삼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이 지고 신친문(新親文) 그룹(최재성·진성준·정청래·최민희·김현 등)이 뜨고 있는 것이다.

원조 친노 계파가 아니었던 이들은 8·27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전위부대를 자처했고, 신친문이라 불린다. 신친문은 기존에 친문으로 불리던 여타 그룹, 즉 20대 총선 당시 문 전 대표가 영입했던 인사들인 ‘문재인 키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 인맥인 ‘부산 친노’와는 또 다른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온라인 당원 시스템의 승리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탈당을 선언한 2015년 12월 13일 최재성 총무본부장과 진성준 전략본부장이 문재인 대표 자택을 찾았다.

언론은 더불어민주당의 8·27 전당대회에 대해 ‘온라인 당원 시스템으로 인한 친문 싹쓸이’라고 분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해 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후 새로 출범한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 입당 시스템을 만들었다. 문 대표가 궁지에 몰린 만큼 ‘문재인 구하기’를 위해 온라인으로 입당한 당원이 10만여 명에 달했다. 이들 중 3만5000여 명이 권리당원으로 전당대회 투표권을 얻었다.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추미애 대표가 61.66%를 획득했다. 추 대표의 총 득표율은 54.03%에 불과한 만큼 온라인 권리당원들이 추 대표의 승리를 견인한 것이다. 이 ‘온라인 10만 당원’을 기획하고 실천한 주체가 문 전 대표 시절 총무본부장과 사무총장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 등 신친문 그룹이다.

신친문의 핵심은 전당대회 2주 전인 8월 15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추미애 지지’를 선언한 더민주 전직 의원들이다. 추미애 후보 캠프를 구성한 최재성·진성준·정청래·최민희·김현 전 의원이 그 주인공으로, 일각에서 ‘신친문 오인방’으로도 불린다.

온라인 10만 당원 기획자 최재성 전 의원과 문재인 대표 시절 전략기획위원장이었던 진성준 전 의원, 온라인 입당이 가능하도록 정당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최민희 전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친문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최민희 전 의원은 “경선 룰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온라인 당원들이 입당한 후에 경선 룰을 정했고 그에 따라 민주적인 절차를 지킨 당 지도부의 선거 결과”라고 말했다.

서울시당위원장 선거는 전당대회 전초전

이후 경선 과정에서 정청래 전 의원은 높은 인지도와 온라인 영향력으로 온라인 당원들을 선동했고 당 사무처에 오래 있었던 김현 전 의원은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다. 이들의 공통점은 범친노 그룹 중에서도 강력한 언사와 행동력을 보이는 사람들이면서 4월 총선에서 불출마 또는 컷오프, 낙선 등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역 의원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는 형편이다. 이들은 ‘친문당’ 지적을 의식해 당직을 맡기보다는 대선캠프에 집중할 계획이다.

일견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신친문 그룹이 등장한 시점은 더민주 서울시당위원장 선거다. 최재성·진성준·정청래·최민희·김현 전 의원 등 5명은 더민주 김영주 의원의 서울시당위원장 출마선언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해 “추미애·김영주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 기자회견은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가져왔다. 8월 5일 당 대표 선출 예비경선에서 송영길 의원이 탈락한 후 더민주의 친노 범주류 대의원들은 “추미애냐 김상곤이냐”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김상곤 후보 역시 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친문 인사였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전위대를 자처했던 최재성 전 의원이 주도한 8·15 기자회견 이후 “문심(文心)은 추미애”라는 대세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기자회견과 더민주 서울시당위원장 선거는 사실상 신친문 오인방의 전당대회 시험무대 혹은 전초전이었다. 선거에서 맞붙은 노동계 출신 정세균계 김영주 의원과 운동권 출신인 박홍근 의원은 둘 다 범주류인 만큼 표심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러나 8월 15일 기자회견으로 김영주 의원은 친문 세력이 지원한다는 점을 증명했고, 온라인 당원들은 김영주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8월 20일 치러진 서울시당위원장 선거 결과는 신친문 측이 추구하는 ‘온라인네트워크정당’의 승리를 보여줬다. 오프라인으로 실시된 대의원 선거에서는 박홍근 의원이 이겼지만 온라인 당원 선거에서는 김영주 의원이 승리해 최종 결과는 김영주 의원의 당선이었다. 온라인 당심(黨心)을 잡은 사람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27일 전당대회에서도 추미애 대표는 오프라인 대의원 선거보다 온라인 당원 선거 지지율이 훨씬 높았다.

출신 다른 5인, 문재인 대세론 위해 뭉쳐

강성 친노 세력이었던 김현·정청래 전 의원은 전당대회 경선에서 추미애 후보를 적극 지원하면서 신친문 그룹을 형성했다.

신친문 오인방의 출신 계파는 각각 다르다. 최재성 전 의원은 정세균계, 진성준 전 의원은 김근태계, 정청래 전 의원은 정동영계로 불렸다. 최민희 전 의원은 시민단체 출신 비례대표였고 김현 전 의원은 야당 당직자 출신으로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다.

이들이 한뜻으로 뭉친 것은 ‘문재인 대세론’을 만들기 위해서다. 추미애 캠프에서 뭉쳤지만 실제 목적은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걸림돌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추미애 대표는 승리의 주역인 이들 중 일부를 주요 당직에 임명하고자 했지만 당사자들이 사양했다. 대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이었던 이호철 전 정무수석이나 양정철 전 홍보비서관은 문재인 대표 시절에도 당직을 따로 맡지 않고 가장 가까운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비선(秘線)’이라고 불린 이유다. 오인방 역시 당직 없이 숨은 책사로 활동할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전당대회 이후 활발한 활동에 나서면서 신친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 전 대표는 9월 6일 진성준 전 의원의 지역구(강서을) 행사에 참석해 “내년 대선에선 꼭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고, 진 전 의원은 “당분간 당직을 맡을 생각은 없다”며 대선에 올인할 뜻을 밝혔다.

신친문이 문 전 대표의 깊은 신뢰를 얻게 된 것은 작년 새정치민주연합 내 친노-비노의 전면전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를 적극적으로 호위하면서부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20대 총선에서 73석을 얻을 것이라는 문서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비노 진영이 문 대표를 압박하자 강력대처 및 검찰 수사 의뢰에 나섰던 인물이 최재성·진성준 전 의원이다. 문 전 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해 친노-비노 갈등을 증폭시킨 바 있다. 강성 친노로 불렸던 김현 전 의원도 비노 세력에 맞서 문 전 대표를 호위했다.

이 밖에 이들과 함께하는 신친문 그룹으로는 홍종학 전 의원, 김광진 전 의원, 김경수 의원 등이 꼽힌다. 홍 전 의원은 원래 김근태계였지만 문재인 대표 체제 당시 디지털소통본부장을 맡으며 온라인 당원 가입 체계를 만든 주인공으로 문 전 대표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 김광진 전 의원은 청년층을 공략하기 위해 김병관 최고위원과 뜻을 모아 청년조직을 준비하고 있다. 김경수 의원은 현재 당직이 없는 문 전 대표의 대변인이다. 문 전 대표 팬클럽 창립 행사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한편 SNS를 통해 문 전 대표 관련 언론보도에 반론을 게재하는 등 ‘문재인의 입’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부산팀과 삼철은 지금

신친문 그룹의 부상으로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이었던 부산팀과 ‘삼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과 부산 친노 그룹의 영향력은 다소 줄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고위 당직을 지낸 한 인사는 “문재인 대표가 대표이면서도 초선 의원이다 보니 아무래도 다선 의원들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고, 문 대표는 이를 경계하기 위해 다양한 조언을 듣지 않고 혼자 결정하거나 최측근들의 조언만을 듣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표가 요즘 들어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은 큰 변화”라며 “삼철 등 최측근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기보다는 다른 측근들의 영향력이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표에게 매우 가까이 있다는 뜻으로 ‘1m 그룹’으로 불리던 삼철은 전해철 의원을 제외하면 조용히 지내는 중이다. 친노무현 부산 인맥을 일컫는 ‘부산팀’의 핵심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더민주 대표 선출 경선에서 송영길 후보를 지원한다고 알려진 후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송 의원은 SNS를 통해 이호철 전 수석과의 만남을 과시하며 그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언급했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이호철 전 수석이 송영길 의원을 직접 지지한 것은 아닌데 송 의원의 언론플레이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있다”며 “문 전 대표에게 부담을 줄까 봐 총선 출마도 포기했는데…”라고 덧붙였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도 20대 총선 전까지는 정치 관련 팟캐스트를 운영했으나 총선 불출마 이후 중지했다. 지난 6월 문 전 대표의 네팔행에 동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양 전 비서관은 제주대 산학협력단 교수직을 맡고 있다.

삼철 중 전해철 의원은 재선에 성공하고 당 최고위원에 당선되면서 문 전 대표의 측근 역할보다는 자신의 당내 입지를 굳혀갈 것으로 보인다. 삼철과 함께 1m 그룹이었던 윤건영 정무특보는 여전히 문 전 대표의 옆을 지키고 있다.

원조 친문으로 불리는 ‘친노 9인방’도 잠잠하다. 친노 9인방은 2012년 대선 문재인 캠프를 주도했던 9인으로, 삼철과 정태호·소문상·윤건영 등 측근 3인, 윤후덕·박남춘·김용익 전 의원 등 3인 총 9인을 일컫는 말이다. 9인방의 핵심으로 불렸던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소문상 전 정무기획비서관은 문 전 대표의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2012 대선 캠프를 중심으로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사람)’ 모임을 결성했던 노영민·우윤근 전 의원도 최근 문 전 대표와 접점이 줄었다.

문재인 키즈, 국회업무 파악에 바빠

‘갈매기 오형제’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부산 의원들은 문재인 전 대표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친문 세력이다.

이 밖에도 친문 세력은 출신과 지역 등에 따라 계속 분화하고 있다. 먼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으로 문재인 전 대표와 심리적으로 가까운 부산 친노 그룹이 있다. 부산의 더민주 의원인 김영춘·김해영·박재호·전재수·최인호 5인은 ‘갈매기 오형제’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들은 문 전 대표와 가깝지만 초선 의원으로 국회 및 지역구 활동에 바빠 문 전 대표를 호위할 여유는 없는 상태다.

또 다른 친문 그룹은 20대 총선 직전 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해 내보낸 ‘문재인 키즈’들이다.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김병관 최고위원과 양향자 최고위원을 비롯해 표창원·조응천·김정우·박주민·문미옥 의원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내 어느 계파에도 의지하거나 신세를 진 적이 없는, 순수 문재인계 인물들이다.

이들은 ‘더벤저스(더불어민주당+어벤저스)’라는 공부모임을 구성했다. 더벤저스에는 현직 의원 외에 이지수 전 중·성동 지역위원장, 오기형 도봉을 지역위원장, 유영민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등 원외인사들도 있다. 이들은 친문 그룹이긴 하지만 정치 경력이 없는 초선 의원들이어서 곧 열리는 국정감사 등 국회업무 파악이 시급한 형편이다.

다른 친문 그룹이 칩거하거나 국회와 당 업무에 여념이 없는 틈을 타 신친문은 문 전 대표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이 십상시(十常侍)가 될지 장자방(張子房)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