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당시 전략홍보본부장 이태규·김수민 지도교수 김기영·김기영 추천한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의 역할은
⊙ ‘리베이트 체크카드 6000만원’ 쓴 TF팀은 왕주현·김수민·김기영·브랜드호텔 직원 등 4명
⊙ 최초 정당이미지 만든 홍보위원장(박찬정) 물러나고 총선 한 달 전 김수민 들어온 사연
⊙ 총선 후 선관위에 접수된 제보… 국회 입성 김수민 의원 질시한 내부 소행?
⊙ “선거비용 여유있게 잡는 것은 오랜 관행으로 홍보비만 문제삼는 것은 억울”
인재영입위원장의 역할은
⊙ ‘리베이트 체크카드 6000만원’ 쓴 TF팀은 왕주현·김수민·김기영·브랜드호텔 직원 등 4명
⊙ 최초 정당이미지 만든 홍보위원장(박찬정) 물러나고 총선 한 달 전 김수민 들어온 사연
⊙ 총선 후 선관위에 접수된 제보… 국회 입성 김수민 의원 질시한 내부 소행?
⊙ “선거비용 여유있게 잡는 것은 오랜 관행으로 홍보비만 문제삼는 것은 억울”
- 7월 12일 오전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
선관위가 6월 9일 검찰에 고발한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지는 가운데 총선 당시 홍보위원장 김수민 의원과 사무총장 박선숙 의원이 강도 높은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두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으나 법원이 7월 11일 영장실질심사를 기각해 국민의당은 한숨 돌렸다.
그러나 같은 날 선관위가 총선 당시 새누리당 홍보위원장이었던 조동원 전 위원장까지 홍보비와 관련해 고발하면서 총선 홍보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 정당의 전직 홍보국장은 “홍보비를 여유있게 잡는 것은 선거판에서는 관례적이기도 하고, 리베이트가 어느 정도 있었다고 한들 액수도 많지 않고 선거기간 동안 매일 밤샘하며 고생하는 실무자들에게 야근비 조로 나눠 주는 정도”라며 “홍보비는 조직관리 등 다른 선거비용에 비하면 약소한 부분인데 (이번 국민의당 홍보비가) 이 정도로 확대될 줄은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왜 3당 중 가장 규모가 작은 국민의당 홍보비가 이렇게 심각한 파동을 가져온 것일까. 또 다른 이유는 없을까. 《월간조선》은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의 숨은 사연과 가려진 인물들을 추적했다.
총선 후 선관위에 접수된 제보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을 이해하려면 정당의 홍보비용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당은 선거 국고보조금으로 인쇄물, 온라인, 미디어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할 수 있는데 선거기간 동안 업체에 비용을 먼저 지급한 후 선거 후 중앙선관위에 다른 비용과 함께 회계보고서를 제출한다. 선관위는 이를 검토해 합법적인 선거비용으로 인정되면 정당에 지급한다. 정당 측에서도 면밀히 검토 후 부정한 정치자금이나 과다한 금액 등은 제외해 회계보고서를 만들고 선관위 역시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 이상 이를 지급한다.
그런데 국민의당 총선 회계보고서를 검토하던 선관위는 한 건의 제보를 받게 된다. 국민의당이 예상 외로 선전하면서 국회에 비례대표(7번)로 입성하게 된 김수민 당시 홍보위원장이 홍보업체로부터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는 것이었다.
선관위는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된 이 제보를 접수해 국민의당이 선거공보물 제작업체 비컴, TV광고 제작업체 세미콜론과 계약한 계약서가 허위라고 판단하고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업체는 김수민 의원이 대표로 있는 디자인업체 브랜드호텔과 허위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고, 리베이트 액수는 약 2억4000만원에 달했다. 제작업체가 디자인업체에 하청을 준 정황도 의심스러웠고, 30세 여성 국회의원이 거액을 요구해 받아냈다는 사실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김수민 의원은 수차례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리베이트를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조사 중인 박선숙 의원도 “모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리베이트의 존재가 확실한 이상 박 의원은 당시 사무총장으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당 사무총장은 정당의 회계책임자이며 수입·지출의 총 책임자다. 당의 지출은 모두 사무총장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검찰은 박선숙 의원이 비컴과 세미콜론에 계약 대가로 2억여 원을 요구했고 이를 브랜드호텔 TF팀에 지급하도록 논의하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경력이 없는 김수민 의원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박 의원이 리베이트를 사전에 지시했는지, 또 진행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조사하는 동시에 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다.
정가에서는 “김수민 의원이 리베이트를 요구하고 받아 챙겼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 한 재선 국회의원의 얘기다. “돈 문제는 전부 사무총장 책임입니다. 박선숙 의원 정치경력이 얼맙니까. 당에서 홍보업무도 여러 번 했었기 때문에 업계 관행은 누구보다 잘 알 겁니다. 문제는 2016년에 과거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겁니다. 홍보비 부풀리고 리베이트 받아서 선거비용에 쓰는 건 예전엔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요. 안철수 대표가 새정치를 하겠다고 하면서 박선숙이니 박지원이니 하는 과거 정치인들을 영입할 때부터 이런 구태(舊態)와 관련된 일이 생길 거라 예상하긴 했습니다.”
박선숙 의원은 민청련, 민족민주운동연구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을 거쳐 민주당에 입당, 김대중 대통령 당시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냈고 이후 환경부 차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민주당 홍보미디어위원장, 전략홍보본부장, 민주통합당 사무총장 등을 역임해 공보, 홍보 분야는 민주당 내에서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전문가로 불리곤 했다.
30세 홍보위원장 발탁 계기
김수민 의원은 그저 박선숙 의원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을까.
당시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은 당규에 따르면 직접적인 상사와 부하 관계가 아니다. 2016년 2월 12일 제정한 국민의당 당규 제 1호 중앙사무기구 규정에는 당 사무처와 국민소통본부, 전략홍보본부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김수민 의원이 속한 곳은 전략홍보본부로 김수민 홍보위원장의 직속 상관은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이다. 김수민 의원을 당으로 영입한 사람은 김영환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이다. 박선숙 의원이 김수민 의원에게 직접 “리베이트를 챙기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들은 어떻게 엮여 있는 것일까.
30세의 김수민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당, 비례대표가 된 이유는 김영환 현 국민의당 사무총장과 김 의원의 은사인 김기영 숙명여대 교수의 인연 때문이다.
김수민 의원은 원래 디자인 및 브랜딩업체인 브랜드호텔의 대표 자격으로 국민의당 PI(정당이미지) 와 각종 디자인 작업을 맡았는데, 브랜드호텔은 숙대 시각디자인과 김기영 교수가 제자들을 데리고 시작한 벤처기업이다. 브랜드호텔은 김기영 교수의 업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제자들 중 가장 선배이며 디자인 실력과 리더십 등으로 두각을 나타낸 김수민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
김기영 교수는 일본 무사시노미술대를 졸업하고 제일기획에서 일하던 중 2007년 숙명여대 교수 공개채용에 지원, 교수의 길을 걷게 된다. 김 교수는 “주철환 전 PD가 이대 교수로 전직해 강의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 여대 교수직에 대한 선망이 있었는데 숙대 교수 채용공고 요건에 CF감독이 있어 바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제일기획에서 오래 일했고 독립광고업체도 운영했던 그는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하는 실무 중심의 강의로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생각보다 실력 있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아까울 정도”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그는 2009년 제자들을 데리고 디자인동아리 브랜드호텔을 만들었고 2012년 벤처기업(법인) 브랜드호텔을 론칭했다. 김 교수가 키우기 시작한 첫 제자가 김수민 의원이었고, 김 의원은 법인의 공동대표가 됐다.
오랜 실무경험으로 인맥이 넓었던 김 교수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에 참여한다. 브랜드호텔은 초기에는 김기영 교수가 주도한 산학협력 프로젝트에 주력했지만 해태제과 돼지바와 이마트 PB상품(노브랜드) 등의 패키지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업계에 입소문이 났다.
김영환 의원 명함까지 디자인해 준 김수민 의원
김수민 의원은 2011년 현재 국민의당 사무총장인 김영환 의원과 인연을 맺게 된다. 치과의사인 김영환 의원은 당시 서울의 한 창고를 개조해 치과 ‘이해박는집’을 만들었는데, 당시 디자인을 총괄한 사람이 평소 김 의원과 친분이 있던 김기영 교수로 김수민 의원 등 브랜드호텔 소속 제자들을 데리고 일했다. 브랜드호텔은 치과 관련 디자인 총괄은 물론 인쇄물과 김 의원의 명함까지 디자인했다. 이후로도 김영환 의원은 김기영 교수와 친하게 지냈다.
김영환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후 국민의당에 합류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으면서 디자인 전문가로 김 교수를 떠올린다.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영환 의원은 비례대표로 김기영 교수를 추천했지만 김 교수가 거절했다. 김 의원과 김 교수는 이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영환 의원의 소개로 안철수 대표는 3월 3일 숙명여대 창업보육센터를 방문하며 캠퍼스 내 미술대학에 있는 브랜드호텔 사무실도 찾았다. 이때 김기영 교수와 김수민 의원이 국민의당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표했고 안 대표가 이를 마음에 들어했다. 당시 김기영 교수는 “예전에도 김영환 의원이 선거공보를 맡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했는데, 국민의당이 지지율도 계속 떨어지는 데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홍보가 너무 뒤처져 있다며 꼭 도와달라고 하소연을 하기에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창당 당시 홍보위원장은 김수민 아닌 박찬정
김수민 의원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김수민이 (김영환이라는) 인맥을 활용해 원래 홍보위원장을 밀어냈다”고 주장한다. 김수민 의원이 국민의당 홍보위원장으로 온 것은 2016년 3월 22일이다. 국민의당에는 창당 직전인 1월 27일 임명한 또 다른 홍보위원장이 있었다. 박찬정 전 브랜드컴퍼니 상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창당과정에서 박찬정 상무를 영입하며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브랜드전략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략컨설턴트 1호’라는 별명을 보유한 박 전 상무는 국민의당 창당일인 2월 2일에 맞춰 당의 상징색(초록)과 PI를 발표했다. 브랜드컴퍼니는 앞서 당명 선정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브랜드컴퍼니는 서면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 브랜드컴퍼니 이상민 대표는 “나와 박찬정이 당명 선정과 로고 등에 외부 전문가로 도움을 줬을 뿐 계약관계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은 별도의 서면계약 없이 브랜드컴퍼니와 이런저런 홍보 관련 일을 하던 중 3월 14일 브랜드컴퍼니에 “PI를 교체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안철수 대표가 김수민씨가 제안한 PI를 마음에 들어하고 이런(김수민 제안) 식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상민 대표는 “시간적으로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으니 그쪽(김수민 측)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답을 보냈다.
이와 함께 국민의당과 브랜드컴퍼니의 인연도 끝났다. 박찬정 전 위원장은 4·13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에 출마하려고 후보 경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수민 홍보위원장이 들어온 다음 날인 3월 23일 국민의당이 원래 경선 지역이었던 양천갑을 단수공천 지역으로 선정했다. 박 전 위원장은 경선을 치러 보지도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브랜드 전문가로서 창당작업에 관여했다가 지역구에 출마하기 위해 홍보위원장 직을 지속할 수 없어 물러났을 뿐”이라며 “그 외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3월 22일 당 PI를 브랜드호텔이 만든 것으로 교체했고, 김수민 의원을 홍보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선거공보는 전략홍보본부 산하… 이태규는?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김수민 홍보위원장의 직속상관이었던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왜 이 사건에서 빠져 있을까. 심지어 비컴이 국민의당과 계약을 맺은 3월 14일과 계약금 2억원 지급일자인 3월 17일 당시 당의 회계책임자는 이태규 의원이었다. 이 비컴의 계약금 중 1억1000만원이 브랜드호텔로 입금된 것이 리베이트의 실체인 것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3월 29일에야 당 회계책임자를 이태규 의원에서 사무총장 박선숙 의원으로 변경했다. 박선숙 의원이 “불법행위 당시 회계책임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다.
당시 선거운동 상황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태규 본부장이 크게 홍보에 관여하지 않았고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당의 선거전략을 마련하는 데 여념이 없었음을 잘 알고 있다. 이 의원 역시 “임시로 회계책임자에 이름을 올렸고 사무총장으로 변경하는 문서처리 과정이 늦어졌을 뿐 홍보나 자금 정황은 전혀 아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민의당 조직은 당헌당규상 조직도대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김수민 의원은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브랜드호텔이 받을 비용을 비컴에서 받으면 된다’고 해 받았을 뿐 리베이트가 아니다”라고 검찰에서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김수민 의원은 사회경험 없는 여대생이 아니다. 브랜드호텔이라는 연매출 수십억 원의 업체 대표인 김수민 의원은 왜 변칙적인 비용지급 방식에 동의했을까. 왕주현 부총장이 하라는 대로 했다고 한들 불법을 저지른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국민의당 내부 불만세력
총선 후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홍보업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국민의당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누설자를 색출하기에 바빴고, 당내 잡음이 언론에 알려질까 쉬쉬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참패한 새누리당 내부에서 홍보 문제가 불거진 건 당연한 일이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서 그런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의아했다”며 “국민의당 실무자 대부분이 안철수 대표와 진심캠프 시절부터 같이 고생해 온 사람들인데 총선 한 달 전에 들어온 30세 여성이 국회의원이 된 데 대한 불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제보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며 내부 인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총선 전 바로잡았어야 하는데 총선 후 제보가 들어온 것은 젊은 김수민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데 대해 내부인이 질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김수민 의원이 7번을 받은 것도 당내 절차상 문제 삼을 수 있었겠지만 그렇다면 당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홍보 문제를 제기해 김수민 의원을 공격하려 한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총선 당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던 한 후보자는 “리베이트 사건 이후 사무처 사람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면서 국민의당 실무조직은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며 “잘되려던 당이 내부제보로 망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수민 의원은 의원직으로 구속조사를 받고 의원직을 박탈당할 정도의 죄가 있는 것일까. 브랜드호텔은 과도한 비용과 리베이트를 받아낸 업체일까. 디자인업계 관계자들은 “국민의당에서 리베이트가 업계관행이라고 변명한 것은 괘씸하지만, 국민의당 디자인이나 카피가 젊은 감각으로 괜찮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선거홍보에 정통한 한 정당 전직 홍보국장의 얘기다.
“홍보나 광고, 마케팅업체는 제조업체와는 달리 원가나 실비만 받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전부 인건비고 마케팅 비용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돈이 오갔든 그게 리베이트라고 증명하기 어려워요. 또 왜 특정 업체에 줬느냐는 말도 많이 들어 봤는데 선거와 정당홍보는 일반적인 홍보광고업계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유명한 홍보광고업체는 정치 관련 일을 아예 안 하죠. 그래서 인맥이나 소개로 업체를 섭외하다 보면 퀄리티가 떨어져요. 이번 총선에서는 세 정당 모두 디자인 면에서는 훌륭했다고 봅니다. 조동원, 손혜원, 김수민이라는 전문가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죠. 김수민 의원은 다른 두 명에 비하면 경력이나 스펙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안철수 대표의 이미지와는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정당의 횡령인가 개인의 횡령인가
국민의당이 무리한 리베이트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 정당의 사무처 고위 관계자는 “업체들이 일을 맡으려고 스스로 리베이트를 제안하거나 제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비컴과 세미콜론, 브랜드호텔 실무자들을 조사해 누구에게 요구나 압력을 받았는지 그 증거나 정황만 있으면 명백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영장도 기각됐고 요구나 압력의 증거가 없는 만큼 유죄 선고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업체에 불법 리베이트를 요구해 받아냈다”는 사실은 밝혀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리베이트를 요구한 적이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조사에서 김수민 의원은 “계약 관련 내용은 왕주현 사무부총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했고, 왕주현 부총장은 “리베이트 사실을 모르며 돈 문제는 박선숙 사무총장에게 다 보고했다”고 한 반면 박선숙 의원은 “모르는 일로 일부 당직자들의 일탈”이라고 진술했다.
선관위가 포착한 명백한 사실은 김수민 의원의 브랜드호텔이 홍보 관련 비용을 당에서 받지 않고 비컴과 세미콜론에서 받았고, 이 과정에 의문의 돈이 존재하며, 이 돈이 리베이트라는 것이다.
사건 관련 국민의당 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이상돈 의원은 “김수민 의원이 (정치권) 아마추어이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김수민 의원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것도 김수민 의원이 직접 리베이트를 요구하거나 착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왕주현 전 부총장은 이미 친구가 설립한 부실 업체를 통해 선거비용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국민의당 측 주장이 100% 맞다고 해도 리베이트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당한 비용을 정당한 과정을 통해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은 정당 차원이든 개인 차원이든 착복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의당이 모자란 선거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저지른 조직적인 범죄인지, 왕주현 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인지 밝혀 내는 것이 과제”라며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 모두 몰랐다고 해서 면죄부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도 높은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민 의원의 아버지는 김현태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며 동교동계 정치인인 장홍호 전 청와대 행정관의 아들과 결혼할 예정이다.⊙
그러나 같은 날 선관위가 총선 당시 새누리당 홍보위원장이었던 조동원 전 위원장까지 홍보비와 관련해 고발하면서 총선 홍보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 정당의 전직 홍보국장은 “홍보비를 여유있게 잡는 것은 선거판에서는 관례적이기도 하고, 리베이트가 어느 정도 있었다고 한들 액수도 많지 않고 선거기간 동안 매일 밤샘하며 고생하는 실무자들에게 야근비 조로 나눠 주는 정도”라며 “홍보비는 조직관리 등 다른 선거비용에 비하면 약소한 부분인데 (이번 국민의당 홍보비가) 이 정도로 확대될 줄은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왜 3당 중 가장 규모가 작은 국민의당 홍보비가 이렇게 심각한 파동을 가져온 것일까. 또 다른 이유는 없을까. 《월간조선》은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의 숨은 사연과 가려진 인물들을 추적했다.
총선 후 선관위에 접수된 제보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을 이해하려면 정당의 홍보비용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당은 선거 국고보조금으로 인쇄물, 온라인, 미디어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할 수 있는데 선거기간 동안 업체에 비용을 먼저 지급한 후 선거 후 중앙선관위에 다른 비용과 함께 회계보고서를 제출한다. 선관위는 이를 검토해 합법적인 선거비용으로 인정되면 정당에 지급한다. 정당 측에서도 면밀히 검토 후 부정한 정치자금이나 과다한 금액 등은 제외해 회계보고서를 만들고 선관위 역시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 이상 이를 지급한다.
그런데 국민의당 총선 회계보고서를 검토하던 선관위는 한 건의 제보를 받게 된다. 국민의당이 예상 외로 선전하면서 국회에 비례대표(7번)로 입성하게 된 김수민 당시 홍보위원장이 홍보업체로부터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는 것이었다.
선관위는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된 이 제보를 접수해 국민의당이 선거공보물 제작업체 비컴, TV광고 제작업체 세미콜론과 계약한 계약서가 허위라고 판단하고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업체는 김수민 의원이 대표로 있는 디자인업체 브랜드호텔과 허위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고, 리베이트 액수는 약 2억4000만원에 달했다. 제작업체가 디자인업체에 하청을 준 정황도 의심스러웠고, 30세 여성 국회의원이 거액을 요구해 받아냈다는 사실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김수민 의원은 수차례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리베이트를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조사 중인 박선숙 의원도 “모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리베이트의 존재가 확실한 이상 박 의원은 당시 사무총장으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당 사무총장은 정당의 회계책임자이며 수입·지출의 총 책임자다. 당의 지출은 모두 사무총장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검찰은 박선숙 의원이 비컴과 세미콜론에 계약 대가로 2억여 원을 요구했고 이를 브랜드호텔 TF팀에 지급하도록 논의하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경력이 없는 김수민 의원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박 의원이 리베이트를 사전에 지시했는지, 또 진행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조사하는 동시에 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다.
정가에서는 “김수민 의원이 리베이트를 요구하고 받아 챙겼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 한 재선 국회의원의 얘기다. “돈 문제는 전부 사무총장 책임입니다. 박선숙 의원 정치경력이 얼맙니까. 당에서 홍보업무도 여러 번 했었기 때문에 업계 관행은 누구보다 잘 알 겁니다. 문제는 2016년에 과거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겁니다. 홍보비 부풀리고 리베이트 받아서 선거비용에 쓰는 건 예전엔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요. 안철수 대표가 새정치를 하겠다고 하면서 박선숙이니 박지원이니 하는 과거 정치인들을 영입할 때부터 이런 구태(舊態)와 관련된 일이 생길 거라 예상하긴 했습니다.”
박선숙 의원은 민청련, 민족민주운동연구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을 거쳐 민주당에 입당, 김대중 대통령 당시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냈고 이후 환경부 차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민주당 홍보미디어위원장, 전략홍보본부장, 민주통합당 사무총장 등을 역임해 공보, 홍보 분야는 민주당 내에서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전문가로 불리곤 했다.
30세 홍보위원장 발탁 계기
김수민 의원은 그저 박선숙 의원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을까.
당시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은 당규에 따르면 직접적인 상사와 부하 관계가 아니다. 2016년 2월 12일 제정한 국민의당 당규 제 1호 중앙사무기구 규정에는 당 사무처와 국민소통본부, 전략홍보본부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김수민 의원이 속한 곳은 전략홍보본부로 김수민 홍보위원장의 직속 상관은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이다. 김수민 의원을 당으로 영입한 사람은 김영환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이다. 박선숙 의원이 김수민 의원에게 직접 “리베이트를 챙기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들은 어떻게 엮여 있는 것일까.
30세의 김수민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당, 비례대표가 된 이유는 김영환 현 국민의당 사무총장과 김 의원의 은사인 김기영 숙명여대 교수의 인연 때문이다.
김수민 의원은 원래 디자인 및 브랜딩업체인 브랜드호텔의 대표 자격으로 국민의당 PI(정당이미지) 와 각종 디자인 작업을 맡았는데, 브랜드호텔은 숙대 시각디자인과 김기영 교수가 제자들을 데리고 시작한 벤처기업이다. 브랜드호텔은 김기영 교수의 업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제자들 중 가장 선배이며 디자인 실력과 리더십 등으로 두각을 나타낸 김수민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
김기영 교수는 일본 무사시노미술대를 졸업하고 제일기획에서 일하던 중 2007년 숙명여대 교수 공개채용에 지원, 교수의 길을 걷게 된다. 김 교수는 “주철환 전 PD가 이대 교수로 전직해 강의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 여대 교수직에 대한 선망이 있었는데 숙대 교수 채용공고 요건에 CF감독이 있어 바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제일기획에서 오래 일했고 독립광고업체도 운영했던 그는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하는 실무 중심의 강의로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생각보다 실력 있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아까울 정도”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그는 2009년 제자들을 데리고 디자인동아리 브랜드호텔을 만들었고 2012년 벤처기업(법인) 브랜드호텔을 론칭했다. 김 교수가 키우기 시작한 첫 제자가 김수민 의원이었고, 김 의원은 법인의 공동대표가 됐다.
오랜 실무경험으로 인맥이 넓었던 김 교수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에 참여한다. 브랜드호텔은 초기에는 김기영 교수가 주도한 산학협력 프로젝트에 주력했지만 해태제과 돼지바와 이마트 PB상품(노브랜드) 등의 패키지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업계에 입소문이 났다.
김영환 의원 명함까지 디자인해 준 김수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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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2일 새벽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던 김수민 의원이 서울서부지검에서 영장 기각 결정이 난 직후 검찰을 나서고 있다. |
김영환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후 국민의당에 합류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으면서 디자인 전문가로 김 교수를 떠올린다.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영환 의원은 비례대표로 김기영 교수를 추천했지만 김 교수가 거절했다. 김 의원과 김 교수는 이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영환 의원의 소개로 안철수 대표는 3월 3일 숙명여대 창업보육센터를 방문하며 캠퍼스 내 미술대학에 있는 브랜드호텔 사무실도 찾았다. 이때 김기영 교수와 김수민 의원이 국민의당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표했고 안 대표가 이를 마음에 들어했다. 당시 김기영 교수는 “예전에도 김영환 의원이 선거공보를 맡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했는데, 국민의당이 지지율도 계속 떨어지는 데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홍보가 너무 뒤처져 있다며 꼭 도와달라고 하소연을 하기에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창당 당시 홍보위원장은 김수민 아닌 박찬정
김수민 의원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김수민이 (김영환이라는) 인맥을 활용해 원래 홍보위원장을 밀어냈다”고 주장한다. 김수민 의원이 국민의당 홍보위원장으로 온 것은 2016년 3월 22일이다. 국민의당에는 창당 직전인 1월 27일 임명한 또 다른 홍보위원장이 있었다. 박찬정 전 브랜드컴퍼니 상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창당과정에서 박찬정 상무를 영입하며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브랜드전략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략컨설턴트 1호’라는 별명을 보유한 박 전 상무는 국민의당 창당일인 2월 2일에 맞춰 당의 상징색(초록)과 PI를 발표했다. 브랜드컴퍼니는 앞서 당명 선정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브랜드컴퍼니는 서면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 브랜드컴퍼니 이상민 대표는 “나와 박찬정이 당명 선정과 로고 등에 외부 전문가로 도움을 줬을 뿐 계약관계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은 별도의 서면계약 없이 브랜드컴퍼니와 이런저런 홍보 관련 일을 하던 중 3월 14일 브랜드컴퍼니에 “PI를 교체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안철수 대표가 김수민씨가 제안한 PI를 마음에 들어하고 이런(김수민 제안) 식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상민 대표는 “시간적으로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으니 그쪽(김수민 측)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답을 보냈다.
이와 함께 국민의당과 브랜드컴퍼니의 인연도 끝났다. 박찬정 전 위원장은 4·13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에 출마하려고 후보 경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수민 홍보위원장이 들어온 다음 날인 3월 23일 국민의당이 원래 경선 지역이었던 양천갑을 단수공천 지역으로 선정했다. 박 전 위원장은 경선을 치러 보지도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브랜드 전문가로서 창당작업에 관여했다가 지역구에 출마하기 위해 홍보위원장 직을 지속할 수 없어 물러났을 뿐”이라며 “그 외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3월 22일 당 PI를 브랜드호텔이 만든 것으로 교체했고, 김수민 의원을 홍보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선거공보는 전략홍보본부 산하… 이태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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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이 검찰조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당시 선거운동 상황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태규 본부장이 크게 홍보에 관여하지 않았고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당의 선거전략을 마련하는 데 여념이 없었음을 잘 알고 있다. 이 의원 역시 “임시로 회계책임자에 이름을 올렸고 사무총장으로 변경하는 문서처리 과정이 늦어졌을 뿐 홍보나 자금 정황은 전혀 아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민의당 조직은 당헌당규상 조직도대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김수민 의원은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브랜드호텔이 받을 비용을 비컴에서 받으면 된다’고 해 받았을 뿐 리베이트가 아니다”라고 검찰에서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김수민 의원은 사회경험 없는 여대생이 아니다. 브랜드호텔이라는 연매출 수십억 원의 업체 대표인 김수민 의원은 왜 변칙적인 비용지급 방식에 동의했을까. 왕주현 부총장이 하라는 대로 했다고 한들 불법을 저지른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국민의당 내부 불만세력
총선 후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홍보업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국민의당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누설자를 색출하기에 바빴고, 당내 잡음이 언론에 알려질까 쉬쉬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참패한 새누리당 내부에서 홍보 문제가 불거진 건 당연한 일이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서 그런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의아했다”며 “국민의당 실무자 대부분이 안철수 대표와 진심캠프 시절부터 같이 고생해 온 사람들인데 총선 한 달 전에 들어온 30세 여성이 국회의원이 된 데 대한 불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제보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며 내부 인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총선 전 바로잡았어야 하는데 총선 후 제보가 들어온 것은 젊은 김수민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데 대해 내부인이 질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김수민 의원이 7번을 받은 것도 당내 절차상 문제 삼을 수 있었겠지만 그렇다면 당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홍보 문제를 제기해 김수민 의원을 공격하려 한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총선 당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던 한 후보자는 “리베이트 사건 이후 사무처 사람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면서 국민의당 실무조직은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며 “잘되려던 당이 내부제보로 망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수민 의원은 의원직으로 구속조사를 받고 의원직을 박탈당할 정도의 죄가 있는 것일까. 브랜드호텔은 과도한 비용과 리베이트를 받아낸 업체일까. 디자인업계 관계자들은 “국민의당에서 리베이트가 업계관행이라고 변명한 것은 괘씸하지만, 국민의당 디자인이나 카피가 젊은 감각으로 괜찮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선거홍보에 정통한 한 정당 전직 홍보국장의 얘기다.
“홍보나 광고, 마케팅업체는 제조업체와는 달리 원가나 실비만 받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전부 인건비고 마케팅 비용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돈이 오갔든 그게 리베이트라고 증명하기 어려워요. 또 왜 특정 업체에 줬느냐는 말도 많이 들어 봤는데 선거와 정당홍보는 일반적인 홍보광고업계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유명한 홍보광고업체는 정치 관련 일을 아예 안 하죠. 그래서 인맥이나 소개로 업체를 섭외하다 보면 퀄리티가 떨어져요. 이번 총선에서는 세 정당 모두 디자인 면에서는 훌륭했다고 봅니다. 조동원, 손혜원, 김수민이라는 전문가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죠. 김수민 의원은 다른 두 명에 비하면 경력이나 스펙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안철수 대표의 이미지와는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정당의 횡령인가 개인의 횡령인가
국민의당이 무리한 리베이트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 정당의 사무처 고위 관계자는 “업체들이 일을 맡으려고 스스로 리베이트를 제안하거나 제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비컴과 세미콜론, 브랜드호텔 실무자들을 조사해 누구에게 요구나 압력을 받았는지 그 증거나 정황만 있으면 명백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영장도 기각됐고 요구나 압력의 증거가 없는 만큼 유죄 선고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업체에 불법 리베이트를 요구해 받아냈다”는 사실은 밝혀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리베이트를 요구한 적이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조사에서 김수민 의원은 “계약 관련 내용은 왕주현 사무부총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했고, 왕주현 부총장은 “리베이트 사실을 모르며 돈 문제는 박선숙 사무총장에게 다 보고했다”고 한 반면 박선숙 의원은 “모르는 일로 일부 당직자들의 일탈”이라고 진술했다.
선관위가 포착한 명백한 사실은 김수민 의원의 브랜드호텔이 홍보 관련 비용을 당에서 받지 않고 비컴과 세미콜론에서 받았고, 이 과정에 의문의 돈이 존재하며, 이 돈이 리베이트라는 것이다.
사건 관련 국민의당 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이상돈 의원은 “김수민 의원이 (정치권) 아마추어이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김수민 의원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것도 김수민 의원이 직접 리베이트를 요구하거나 착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왕주현 전 부총장은 이미 친구가 설립한 부실 업체를 통해 선거비용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국민의당 측 주장이 100% 맞다고 해도 리베이트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당한 비용을 정당한 과정을 통해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은 정당 차원이든 개인 차원이든 착복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의당이 모자란 선거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저지른 조직적인 범죄인지, 왕주현 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인지 밝혀 내는 것이 과제”라며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 모두 몰랐다고 해서 면죄부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도 높은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민 의원의 아버지는 김현태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며 동교동계 정치인인 장홍호 전 청와대 행정관의 아들과 결혼할 예정이다.⊙
